전체기사보기
-
-
낮에는 햇빛을 담고, 밤에는 밖으로 빛을 내는 일본의 토요하시 주택
-
-
자녀를 독립시키고 단둘이 남은 부부의 집이다. 주택은 세 개의 길로 둘러싸인 부지에 자리한다. 그 덕분에 주택으로의 접근성은 좋지만, 자칫 부부의 사생활이 노출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었다. 건축가는 이런 점을 커버할 수 있도록 안에 정원을 품은 주택을 설계했다. 글 김철수(하우저 대표) 사진 도토 마사히로(IT 이매징) 자료제공 하우저(건축&인테리어 종합플랫폼)
HOUSE NOTE위치 일본 아이치 토요하시대지면적 133.23㎡(40.30평)연면적 127.66㎡(38.61평)설계기간 2016년 8월~2017년 8월공사기간 2017년 8월~2018년 12월정원 사사하라 추월 정원 계획연구소 https://ola.tokyo/설계 준이치 건축가사무소, 오사무 큐소진 http://suezaki-architects.jp/시공 유한회사 추삼萩森건설
집은 미술관, 스포츠 시설, 도시공원이 인접해 있는 도요하시시의 삼면이 도로로 둘러싸인 부지에 자리한다. 세 개의 도로를 향해 열려있는 부지는 자칫하면 실내가 노출될 수 있어 건축주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수 있었다. 주택을 설계한 건축가 준이치는 부부의 사생활을 보호하며, 정원을 둘러싸는 것처럼 복도를 두르고, 그 복도를 기준으로 공간을 배치해 연결하는 형태로 설계했다.
주택의 입구. 단차로 현관에서 실내로 진입하는 공간의 경계를 나눴다.
주택은 중정을 품은 ‘ㅁ’자 형으로 설계했다. 중정의 창으로 집안 곳곳에 자연 채광이 넉넉하게 들어온다.
중정을 둘러싼 구조 주택은 중정을 둘러싼 복도를 기준으로 공간들을 연결한다. 거실, 식당, 주방 및 패밀리 룸 모두 복도와 통합되어 공간과 실내 밝기를 보장한다. 부부 침실과 같이 사생활 보호가 중요한 개인 공간은 안뜰인 중정을 향하지 않으며 외부로부터의 시야를 차단할 수 있도록 배치했다. 이를 위하여 각 공간마다 낮은 위치에 창문을 설치해 외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환기가 가능하다. 집의 내부 공간들은 대부분이 빛으로 가득한 정원이 있는 안뜰을 마주하게 된다. 거실, 식당, 주방 및 기타 가족실은 모두 공간과 밝기를 보장하기 위해 안뜰을 둘러싸는 복도 내에 통합된다. 중정을 향하지 않는 개인실은 높은 클리어스토리(clerestory, 지붕 밑에 한 층 높게 창을 내어서 채광하도록 된 장치) 창문과 함께 바닥을 따라 낮은 리본 윈도우(ribbon window, 건물 벽면을 띠 모양으로 가로지른 일련의 창문)로 비추어지며, 외부로부터 시야를 차단하는 동시에 자연 채광을 제공한다.
중정은 정형화된 정원이 아닌,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듯한 디자인으로 완성했다. 중정은 추월정원계획연구소의 대표 이사인 사사하라가 맡았다.
복도와 방을 일체형으로거실과 식당, 주방 등 가족이 사용하는 공간은 복도와 연결시켜 일체형으로 설계했다. 중정을 품고 있는 구조로 자연 채광을 실내 곳곳에 들였고, 시야가 개방되어 공간을 더 넉넉하게 누릴 수 있다. 정원은 건축주의 아버지가 수집한 정원석을 이용하여 꾸몄다. 낮은 창으로 보이는 외부의 식재는 가든 디자이너에게 맡겼다. 가든 디자이너 사사하라는 “중정은 집의 중심에 자리하며 시간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고 말한다.
곳곳에서 자연 채광이 들어오는 거실. 주택은 외부로부터 시선을 차단하며 언제든 환기가 쉽도록 각 공간마다 낮은 위치에 창문을 설치했다.
주방 및 다이닝 룸. 화이트 컬러 도장과 목재를 활용한 인테리어로 깔끔하게 완성했다.
주택은 중정을 중심으로 공간을 구성했기에 어디서든 자연을 누릴 수 있다.
서재 겸 사무 공간. 책장은 맞춤가구로 짜 넣어 버려지는 공간이 없도록 했다.
욕실은 화이트 도기를 이용하고 그레이 타일로 바닥을 마감했다. 욕조는 반신욕하기 적당한 사이즈를 선택했다.
일본식 다도 방. 다른 공간과 차별되는 바닥재를 사용해 다다미방처럼 꾸몄다.
주택은 주방 및 식당-드레스 룸-다도 방-안방-욕실-아틀리에-작은방-거실 순으로 순환 구조로 계획했다.
안과 밖의 동선을 고려한 설계집의 북쪽 길은 공원으로 이어지고 서쪽은 주변 초등학교와 연결된다. 동쪽 길은 집 앞에 놓여있는 주요 도로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 길이기에 집의 바깥으로 창 내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므로 일광과 사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내부 안뜰이 대신 상대적으로 넓은 부지에 통합한다. 중정을 둘러싼 복도는 자연스럽게 지붕을 받치고 지지하는 합리적인 구조로 완성되며, 복도는 사람들이 오가는 동선으로 리듬을 만든다. 중정은 기둥 없이 넓은 개구부를 가지고 있으며, 집의 외벽 전체에 높은 차광 시설을 설치해 지붕이 살짝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중정을 집의 중심으로 하여 시간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를 항상 느낄 수 있고, 집 어디에 있든 빛이 가득하고 어딘지 모르게 서로의 존재를 느낄 수 있다.
단층집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외벽 위로 차광 시설을 설치하고, 담장은 철망 타입으로 낮게 둘렀다.
집은 세 개의 도로를 면하고 있다. 동쪽 길은 집 앞에, 북쪽 길은 공원, 서쪽 길은 초등학교와 연결된다.
위에서 바라본 ‘ㅁ’자형 토요하시 하우스.
스에자키 준이치 SUEZAKI JUNICHI(스에자키 아키텍츠 대표 건축사)학부에서는 건축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건설공학을 전공한 일본의 젊은 건축가. 건설과 건축을 함께 수학한 덕에 큰 그림과 작은 디테일까지 신경 써서 작업에 임한다. 2005년~2008년까지 주식회사 투구 도시건축설계사무소, 2008년~2011년 주식회사 사토종합계획에서 경력을 쌓았다. 현재 도쿄에 수에자키 아키텍츠를 열고 활동 중이다. suezaki-architects.jp info@suezaki-architects.jp
김철수(하우저houser 대표)주거 종합 정보 플랫폼 업체 ‘하우저’를 운영한다. ‘건축과 예술의 아름다움은 지속성이 있다’는 믿음으로 중개 서비스를 진행한다. 건축·인테리어·가구·제품 등 각 분야의 파트너들을 보유하고 있어, 고객 요청에 맞는 전문 업체를 선택해 맞춤형 공간 디자인을 제안한다. 010-9851-0815 imhomestory@gmail.com www.thehouser.com
-
2021-10-27
-
-
[ARCHITECT CORNER] 땅끝 마을에 농가주택 짓고 인생 2모작 해남 빵집 빵끗빵끗
-
-
땅끝 마을에 농가주택 짓고 인생 2모작
해남 빵집 빵끗빵끗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해남 빵집과 농가 프로젝트는 땅 끝 마을 빵집이어서 ‘땅끝 빵끗’, ‘빵끗빵끗’으로 불렀다. 겨울에서 봄까지 한 건축주로부터 의뢰받은 두 번째 집의 설계가 완성되었고, 그해 여름 공사가 시작되었다. 뜨거운 들 한가운데서 세 번의 태풍을 겪으며, 건물은 더없이 튼튼하고, 꼼꼼하게 지어졌다.
글 권현효(건축사사무소삼간일목 대표)
진행 박창배 기자
자료 제공 삼간일목
HOUSE NOTE
DATA
위치 전남 해남군 삼산면
용도 단독주택(2동) 및 근린생활시설(2동)
지역/지구 계획관리지역
건축구조 경량 목구조
대지면적
단독주택 641㎡(194평),
근린생활시설 646㎡(195평)
건축면적
단독주택 119.61㎡1(36.18평),
근린생활시설 145.98㎡(44.2평)
건폐율
단독주택 18.66%
근린생활시설 22.56%
연면적 건축면적과 동일
용적률 건폐율과 동일
설계기간 2018년 10월~2019년 2월
공사기간 2019년 7월~2020년 1월
건축비용
단독주택(2개동) 2억 4000만 원(외부부대공사 담장 포함, 가구 제외) - 설계, 감리비 제외
근린생활시설(2개동) 2억 6000만 원(외부부대 토목 포함) - 설계, 감리비 제외
설계 건축사사무소 삼간일목 www.sgim.co.kr
시공 위빌건설 www.we-build.co.kr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컬러강판(지정색상)
벽 - 제임스하디(James Hardie)사의 스카이온 엑손 사이딩, 지정 벽돌타일
데크 - 킹스우드 방킬라이 19㎜
담장재
철근콘크리트 옹벽+지정 벽돌타일
내부마감
벽 - 삼화페인트 NCS 컬렉션 650
바닥 - 풍산마루(르플로) - 슬릭오크, 대성타일
단열재
지붕 - THK240 그라스울 R40
벽체 - THK140 그라스울 R21
기초외벽 - 방수 후 50㎜ 압출법 보온판
최하층바닥 - THK100 비드법 보온판 2종 1호
창호 엔썸 케멀링 47㎜(에너지등급 1등급)
현관 커널시스텍 주문제작
조명 비츠(VITTZ)조명에서 인터넷구입
주방가구 건축주 별도 주문 제작
위생기구 CL-214 양변기(대림바스)
난방기구 가스보일러(린나이)
에너지원 LPG 가스
환기장치 유럽 Paul 전열 회수 환기장치(Climos 200㎥)
외부 입구_빵집 출입구의 전경.
베이커리 카페 내부에서 바라본 모습.
한 건축주와 두 번째 인연
“농가주택이랑 조그만 빵집을 하며 살려고 하는데 설계를 맡아줄 수 있을까요? 근데 땅은 전남 해남이에요. 너무 멀지요? 괜찮으실까요?”
몇 해 전 과천에서 작업했던 두루딱딱이 집 건축주분이 전화를 주셨다. 두 번째 집의 설계를 부탁한다는 전화였다. 한 건축주로부터 두 번째 집을 설계하는 인연은 정말 쉽지 않다. 나는 그 고마움만으로도 어디라도, 어떤 집이라도 설계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무조건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얼마 후 사무실로 찾아오신 부부(어머니, 아버지)와 오랜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참 나누었다. 귀촌을 결심하셨고, 해남 삼산면 평활리에 논 1600평을 매입하였다고 하셨다. 두 번째 집은 빵집과 농가주택 그리고 게스트하우스(농가민박)를 짓고 싶다고 하셨다. 아내는 빵을 굽고, 남편은 밭과 논을 일구면서 자연 속에서 살고 싶다고 하셨다.
그때 책 한 권을 보여주셨는데 “내일도 따뜻한 햇살에서”라는 책이었다. 부제는 ‘텃밭 옆 작은 통나무집 88세, 85세 노부부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 책이 얼마 전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되어서 며칠 전에 보셨다고, 무척 감동적이었다고, 보기를 추천해 주셨다. 영화 제목은 “인생 후르츠.” 얼마 뒤 나도 책을 사고, 영화를 보았다. 무척이나 감동을 받았다. 특히 할아버지는 건축가여서 더욱…….
제빵실에서 보이는 카페 내부 모습.
카페에서 본 제빵실 내부 모습.
카페 내부 화장실의 세면대와 청록색 타일.
외부 도로변에서 본 다목적 창고 전경.
입구에서 보이는 빵집 출입구와 다목적 창고.
다목적 창고와 제빵실 사이 공간을 통해 각각의 공간 확장을 만든다.
들 한가운데서
1600평의 논 가운데 빵집 부지 200평, 농가주택과 농가 민박 부지 200평의 대지를 만드는 일은 새로운 땅을 조성하는 일이었다. 주어진 대지에서 설계하는 것과는 달리, 400평의 대지를 설계하고, 다시 그 대지 위에 네 개의 건물을 자리 잡게 만드는 일은 새로운 숙제이자 도전이었다. 2019년 1월 처음 가본 논에는 청보리가 봄처럼 푸르게 피어있었다.
우선 인지성과 도로와의 관계를 바탕으로 설정된 빵집 부지, 그리고 동쪽의 들과 산을 품으며 빵집의 뒤편으로 조성된 주택 부지를 계획하였다. 가능하면 기존 마을과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혹시나 주민들에게 불편을 끼치지는 않을까 연심 고심하며 빵집과 주택의 부지를 계획하였고, 들과 마을 풍경에 좀 더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건물의 크기와 형태 그리고 관계를 생각하는 본격적인 설계가 시작되었다.
주택 내부에서 바라본 거실과 주방 모습.
게스트하우스 내부에서 본 바깥 풍경.
게스트하우스 내부의 모습.
주택 거실에서 바라본 천장 간접조명.
어둑해진 저녁 무렵 마당에서 바라본 주택 풍경.
빵집에서 주택으로 진입하며 보이는 모습.
주택 방 데크에서 바라본 안개 낀 두륜산 풍경과 게스트룸 부엌의 모습.
주택 내부의 거실 풍경.
네 개의 공간과 마당
전체적으로 4개의 건물로 이루어진 해남 빵집과 농가주택의 전체 구성은 한옥과도 닮아있다. 도로변 진입 마당에서 볼 때는 창고와 빵집이 마치 바깥사랑채의 역할을 하듯 공적 공간으로서의 열린 구조를 지녔고, 창고 옆을 지나 뒤편에 자리 잡은 농가 주택의 마당은 도로에서는 보호되어 있지만 안마당의 역할을 하면서 동측의 들과 산을 향해 열려있다.
빵집, 창고, 농가주택, 그리고 게스트하우스의 네 개의 건물은 적절하게 그리고 독립된 장소와 공간을 가진다. 각각 열려있는 방향이 서로 다르며 건물과 건물 사이 공간에 조성된 매개 공간, 처마, 데크, 그리고 담장을 통해 적절히 구분되고 연결된다. 특히 안채와 별채 사이의 야외 주방공간은 삶의 공간을 좀 더 외부로 확장하며, 시골 생활에 적합한 여러 기능들을 담아낸다. 창고는 본래 시골 생활에 필수적인 빵집과 주택의 창고의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차츰 제3의 중성적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주택의 기능을 확장할 수도 있고, 빵집의 기능을 확장할 수도 있게 구성되었다. 도로변과 빵집에서 독립적으로 진입이 가능하고, 주택 마당으로도 연결이 가능하다. 때로는 서재로, 때로는 갤러리로, 때로는 체험공간으로 사용될 수 있는 변화무쌍한 여러 가능성을 지닌 공간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빵집은 어머니의 공간이고, 창고는 아버지의 공간인 셈이다.
외부에서 바라본 게스트하우스와 주택 전경.
게스트룸 야외 부엌과 연결된 주택 쉼터의 모습.
빵집과 주택 사이에서 보이는 들녘과 구름 낀 두륜산의 풍경.
날씨 좋은 날 야외에서 바라본 빵집과 다목적 창고 그리고 두륜산의 전경.
진입로 측 마당에서 바라본 게스트 하우스와 농가주택의 모습.
권현효(건축사사무소삼간일목 대표)
경북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대학원과정을 마쳤다. 소오건축과, 엄이건축에서 실무를 쌓았으며, 건축사사무소 삼간일목三間一木을 설립한 이후 다양한 건축 작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더불어 패시브하우스 및 한옥 작업을 꾸준히 병행하고 있다. 2012년에 제7회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했고, 2013년에 제3회 대한민국한옥공모전에서 올해의 한옥 대상, 2018년에 경기도건축문화상 사용승인부문 입선을 수상했다. 현재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다.
02-6338-3131 sgim01@naver.com www.sgim.co.kr
-
2021-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