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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타니컬 스튜디오 삼의 정원이야기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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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공간에 새로운 색을 더한 네 가족의 정원보통은 본 공사 직전에 기존 정원을 덜어내지만 이번 프로젝트의 경우는 깨끗하게 정돈된 공간에서 설계를 진행하다 보니 진행 과정이 비교적 수월했다. 한눈에 봐도 이 자리에서 오랜 시간 자란 나무들을 제외하고 낡은 시설물과 포장 및 관리가 되지 않은 잡목과 잡초 등을 깨끗이 덜어내니 정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크고 작은 공간들이 보였다. 정리 남두진 기자글 자료 보타니컬 스튜디오 삼
Info위치 서울 성북구 성북동면적 약 150㎡(중정+큰마당+테라스가든)기간 2024년 1월 ~ 4월협업 SALADBOWL(샐러드보울 디자인스튜디오)
이번에 소개할 프로젝트는 서울 성북동에 있는 오래된 단독주택의 정원 리뉴얼이다. 외부는 잔디 마당과 오래전부터 주택에 많이 심었던 소나무, 배롱나무, 단풍나무가 자리한 정형적인 한국식 주택의 모습이었다. 건축물 내외부를 대수선 작업을 하던 SALADBOWL(샐러드보울 디자인 스튜디오)과 협력해 기존 정원을 철거하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경사가 있는 곳이다 보니 1층에는 아이들 방, 2층에는 생활의 중심이 되는 부엌과 거실, 3층에는 침실이 있는 구조였다. 건물과 2층으로 올라가는 외부 계단 사이에 ‘중정’이, 가족이 가장 많이 이용할 2층에 넓은 ‘마당’과 ‘테라스가든’이 자리했다. 이 외에도 작은 외부공간이 곳곳에 있었지만 정원 관리에 자신 없어 하는 클라이언트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식재 공간을 최소한으로 계획했다.
식재 배치도
아이들 라이프스타일에 대응 가능한 중정중정은 기존 화강석 판석(부정형) 위에 데크 포장으로 마감했다, 다른 천연목재(멀바우, 방킬라이)에 비해 단가가 높은 편이지만 내구성이 뛰어나 시간이 지나도 변형이 거의 없는 ‘이페’제품으로 시공하고 수용성(친환경 제품) 스테인을 3번 칠했다. 가족 중 아이들이 주로 사용할 공간이다 보니 추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설계부터 자재 선정까지 꼼꼼하게 신경 썼다. 중간에는 모래 놀이터를 만들었으며, 사용하지 않을 땐 덮개를 덮어 중정으로 넓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아이들이 자라나서 놀이 공간이 필요 없어질 때가 오면 모래 대신 흙을 채워 작은 화단으로 새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안했다. 원래 이곳에서 자라던 소나무 아래로 식물을 심을 수 있는 작은 화단 공간을 남겼고 한라백당나무를 포함해 산부추, 곰취, 노랑바람꽃, 제주상사화, 금낭화 등 음지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을 심었다. 햇빛이 드는 곳에는 아이들이 따먹을 수 있는 작은 블루베리나무를 심었다.
중정은 데크로 포장하고 덮개를 설치해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프라이버시 확보하고 유지관리가 편한 마당부엌에서 바로 나갈 수 있는 넓은 마당은 소나무와 배롱나무를 이식하지 않고 하부에 식재 영역을 남겨둔 채 타일 포장(페데스탈 공법)으로 마감했다. 주택 정원이라고 하면 잔디가 깔린 파릇파릇한 마당을 당연하게 떠올릴 수 있지만 잡초 뽑기, 제초작업 그리고 겨울철에 날리는 마른 잔디 잎 등 수고로움이 아주 많으므로 정원 돌보기에 자신이 있지 않은 이상 웬만하면 추천하지 않는다. 사계절 다채롭게 꽃을 피우는 나무와 풀을 적절하게 심어 계절감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화단이 주택에 살면서 정원을 즐기는 더 좋은 방법일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이번 프로젝트도 포장 공간을 최대한 마련하고 식물을 심을 화단을 최소한으로 조성했다. 소나무 아래에는 얇고 푸른 잎을 가진 은사초를 심은 후 봄부터 여름까지 흰색 꽃이 피는 한라개승마, 여름에 노란색 꽃이 피는 겹미나리아재비, 늦여름에 보라색 꽃이 피는 베로니카 로얄블루를 함께 심었다. 전면부에는 이웃집 창문으로부터의 시선을 적절히 가리기 위해 상록수종인 문그로우(측백나무)와 프랭키보이(측백나무)를 다양한 크기로 가져와 높낮이를 교차해 심었다. 그 앞에는 이른 봄 흰색 꽃이 피는 설유화와 장미조팝나무를 시작으로 미스킴라일락, 한라백당, 자엽중산국수 등이 차례차례 꽃을 피운 후 가을에는 콤팩트화살나무의 붉게 물든 잎의 단풍까지 사계절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계획했다. 낮은 풀로는 연두색 잎이 매력적인 풍지초와 흰색 꽃이 피는 바람꽃 그리고 1~2월에 보라색으로 꽃이 피는 헬레보루스를 심었다. 허리를 숙이지 않고도 채소를 가꿀 수 있도록 70cm 높이의 텃밭 박스도 설치했으며, 사용하지 않는 겨울에는 한쪽 구석에 치워놓을 수 있도록 하부에는 바퀴를 달았다. 마당이 끝나는 지점에 테라스가든으로 향하는 작은 길을 계획했다. 중앙에는 화강석 판석을 놓고 양옆에는 무늬쥐똥나무 한 종류만 줄지어 심었다. 무늬쥐똥나무의 잎은 성인 엄지손톱 크기에 흰색 무늬가 있는 연두색으로 꽃보다는 잎을 더 즐길 수 있는 관상 가치가 좋은 정원 식물이다. 독립해서 한 주로 심어도 좋고 이번 프로젝트처럼 경계부나 울타리에 심은 후 모양을 다듬으면서 키워도 좋다.
마당은 타일 포장을 통해 깔끔하면서 유지관리가 편한 스타일로 조성했다.
테라스가든으로 향하는 소로小路는 판석을 깔고 작은 잎 수종을 식재해 여유로운 분위기가 연출됐다.
실내에서의 시선이 더 매력적인 테라스가든거실 통창을 통해 보이는 테라스가든은 외부에서 즐기기보다는 실내에서의 시선을 고려한 공간이다. 특히 야간에 소파에 앉아 조명이 은은하게 들어온 정원을 보며 하루의 고됨을 씻어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곳이다. 예전부터 있던 두 그루의 단풍나무로 인해 시간에 따라 그늘이 지는 여건을 고려해 반음지에서 잘 자라는 식물들로 정원을 구성했다. 이때 식물들이 돋보이도록 짙은 회색 계열의 돌을 배치한 후 화산석 자갈(흑색 계열)로 정원을 마감했고 이와 대비되는 밝은색(흰색, 진분홍색, 하늘색 등)으로 꽃이 피는 수종을 선택했다. 작은 나무(관목)로는 장미조팝나무, 실목련, 한라백당, 산수국을, 풀과 꽃(초화) 종류로는 에베레스트 사초, 홍지네고사리, 호스타, 자란, 향기별꽃을 심었다. 다양한 종류의 관상용 양치식물(청나래고사리, 고비, 관중, 일색고사리 등) 중에서도 홍지네고사리는 겨울에도 녹색 잎을 즐길 수 있는 상록성이라 반음지 정원에 자주 사용하는 식물 중 하나이다. 돌과 돌 사이 일부 영역에는 반음지뿐만 아니라 햇빛이 드는 공간에서도 살 수 있는 서리이끼로 면을 채워, 정원이 너무 어둡게 보이지 않게 조성했다. 이미 눈치 챈 독자가 있을 수도 있지만 성북동 주택 정원의 가장 큰 특징은 최근 몇 년간 유행한 ‘그라스’ 종류를 전혀 심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별한 관리를 하지 않아도 아주 잘 자란다는 이유로 공간의 특성과 고객의 성향을 고려하지 않고 정원 그리고 도시 곳곳에 억새, 새풀, 수크령, 털수염풀과 같은 그라스가 무분별하게 심어지고 있다. 하지만 한두 해만 지나도 덩어리가 너무 커지고 수종에 따라서는 씨앗 발아가 잘되기에 주택과 같이 작은 정원에서는 아예 심지 않거나 적절하게 심는 것이 좋다. 성북동 주택은 그런 점을 고려해 정원에 심은 식물들의 크기(볼륨)가 매 계절 수시로 바뀌는 것보다는 꽃이 피고 지는 변화만 소소하게 즐길 수 있는 작은 꽃나무(관목) 위주로 계획했다.
테라스가든은 기존 단풍나무와의 조화와 실내에서 바라볼 시선을 고려한 디자인으로 완성했다.
정원은 면적과 상관없이 식물이 사는 공간이기 때문에 꾸준한 관리가 필수다. 다행히도 정원을 만들어 드린 후 최소 분기별 1회 방문해 처음 우리가 생각했던 모습을 잘 유지하도록 돌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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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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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이규빈의 미슐랭 3스타 공간(3), 모형을 통해 완성한 숲멍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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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형을 통해 완성한 숲멍집‘스테이’는 단순히 머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공간을 풍요롭게 느끼고 관계를 도모하는 공간이다. 많은 건축주가 좋은 땅에 주택보다 일부러 수익성을 고려한 스테이를 계획하는 경우도 예전보다 늘었다. 여기에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겪어오며 그 형태와 인식은 더욱 발전했다. 본지는 지난 1월 호부터 3회에 걸쳐 스테이 관련 짧은 연재를 기획하게 됐다. 그 연재의 마지막 내용이다. (편집자 주) 정리 남두진 기자글 자료 이규빈(자이라건축사사무소 대표)
< 이전 내용 >건축주는 온수풀과 ESS 정도의 몇 가지 요구사항을 제외하곤 건축가에게 모든 설계를 위임했다. 건축가는 건축주의 요구사항은 물론 여기에 개인의 기억과 경험을 더해 특별한 공간을 설계하고자 했다. 첫 번째 ‘숲’, 스테이의 입장부터 퇴장까지 풍경을 온전하게 누리길 바랐다. 두 번째 ‘멍’, 반려견이 자유롭고 보호자도 안심할 수 있길 바랐다. 세 번째 ‘집’, 큰 집과 작은 집 두 채로 나눠 반려견 크기를 고려해 선택할 수 있길 바랐다.
숲멍집 내부의 다양한 각도. 포인트는 실내 어디서든 중앙 마당을 바라보는 구조다.
건축설계 과정은 무수히 많은 결정의 연속이다. 현실에 아직 존재하지 않는 공간을 상상하는 일은 머리로만 할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렇기에 건축가의 결정에는 스케치, 도면, 3D 이미지, 모형과 같은 도구들이 필수적이다. 그중에서도 모형(model)은 다른 어떤 도구보다 강력하다. 건축은 실제 1:1 크기로 미리 지어볼 수 없기에 일정한 비율(scale)로 축소된 공간인 모형을 제작한다. 모형은 3차원의 공간을 눈과 손으로 직접 확인해 가며 고민할 수 있도록 돕는 유일한 수단이 된다. 잘 훈련된 건축가는 이 축소 세계와 실제 세계를 넘나들며 공간을 상상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다. 숲멍집은 서류상으로 30평이 채 되지 않는 면적이지만 실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은 그 배가 넘는다. 작은 면적 안에서 큰 공간의 쓰임을 만들기 위한 고민에도 역시 모형이 동원됐다. 스터디(study)라는 과정을 통해 수많은 모형을 만들고 부수고 다시 만들어간 끝에 숲멍집의 공간들은 비로소 결정됐다. 인고의 시간을 견뎌 마침내 탄생한 숲멍집의 공간들을 소개해 보려 한다.
숲멍집 내부의 다양한 각도. 포인트는 실내 어디서든 중앙 마당을 바라보는 구조다.
숲멍집을 이루는 다양한 공간들집 중심에는 반려견이 자유롭게 뛰놀 수 있는 작은 마당이 있다. 침실, 주방, 현관, 화장실, 수영장, 바비큐장 등 나머지 공간들은 마당을 직접 면하도록 배치했다. 모든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마당이 바라다보이니 일부러 신경을 쓰지 않아도 반려견은 반려견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각자에게 편안한 휴식이 허락된다. 마당을 중심으로 둘러진 공간들은 그 자체로 주변의 번잡한 풍경을 가리는 역할마저 한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마당의 처마 너머 하늘과 먼 산을 향한다. 말 그대로 하늘 아래 사람과 반려견만 존재하는 공간이다. 곡면으로 처리된 독특한 외관 또한 마당 중심 배치에서 비롯됐다. 좁은 대지에서 모든 공간이 마당을 면하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U자’형 평면이 됐고 이를 그대로 형태로서 드러냈다. 마치 겉과 속이 구분되듯 안쪽으로는 투명하지만 바깥으로는 창 하나 없는 건축이다. 그렇게 얻어진 전면의 인상적인 곡면부에는 조경 식재를 하고 작은 벤치를 두어 SNS 포토존으로 조성했다. 간판을 대신해 이 건축의 존재를 인식하고 알리는 역할을 하는 공간이다.
식당과 수영장 상부에 길게 낸 천창으로 채광을 끌어왔다. 덕분에 협소한 공간감을 해소할 수 있었다.
작은 공간이 커 보이는 건축 장치식당과 수영장 상부를 길게 찢어 마련한 천창(skylight) 또한 좁은 면적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바깥으로 창을 두지 않는 대신 상부로 채광을 끌어와 벽을 타고 쏟아지는 빛을 통해 시간과 계절의 변화가 집 안으로 드리워진다. 침실은 층고를 5m까지 높여 비일상성을 강조하고 꼭대기에는 동그란 천창을 두어 누워서 별을 바라보기를 희망했다. 태양 고도에 따라 천창을 통해 떨어지는 햇살은 침실 한 편의 반려견 전용 침대를 비추는 따뜻한 전용 조명이 되어줄 것이다. 마당을 면하는 창문은 한쪽으로 완전히 열어둘 수 있다. 날이 좋을 때는 실내 바닥과의 40cm 단차를 이용해 툇마루처럼 걸터앉을 수 있다. 창 하부 레일은 매립해 턱이 생기지 않도록 배려했다. 큰 창을 통해 자연스럽게 시선은 마주 보이는 건너편 공간까지 확장돼 작은 면적의 집임에도 큰 공간으로 느껴지도록 의도했다. 숲을 향해 한쪽이 트인 마당은 바라보이는 울창한 숲마저도 마당 일부로 인식하게 한다. 이처럼 숲멍집에는 작지만 큰 집을 만드는 지혜가 여럿 동원됐다.
고민을 다양한 모형으로 준비함으로써 건축주를 이해시킬 수 있었다.
모형으로 사로잡은 건축주의 마음건축주는 첫 브리핑에서 단번에 계획안을 수락했다. 물론 일반적인 단독주택을 생각했던 건축주는 독특한 형태의 계획안에 다소 당황한 기색도 보였다. 그렇지만 나는 이 건축의 공간을 결정하기까지 거쳐 온 수많은 모형을 하나도 빠짐없이 가져가 회의 테이블에 주르륵 깔아놓았다. 모형은 건축가 혼자만의 도구를 넘어 그 고민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데도 효과적이다. 건축주는 모형들을 통해 수많은 고민의 과정들을 단번에 공감해 주었다. 도리어 자신이 설치하려던 친환경 관련 설비들이 자칫 건축의 미학적인 면을 해치지 않을까 걱정하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그렇게 된다면 기꺼이 포기할 테니 부디 이 디자인을 완벽하게 구현해 달라고 신신당부까지 했다. 건축주의 마음을 완벽하게 얻는 순간이었다. 이후 숲멍집은 실시설계와 인허가를 무사히 마치고 현재 공사를 앞두고 있다. 주택이나 스테이 신축을 고민 중인 예비 건축주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전적으로 건축가를 믿고 그들이 자유롭게 고민하도록 하라’는 것이다. 건축가는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더 좋은 공간을 고민하며 능히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이다. 그 고민이 모여 모형과 도면, 그리고 실제 공간으로 구현됐을 때 비로소 당신이 상상했던 그 이상의 건축을 가질 수 있게 되리라. 건축가는 건축주의 꿈을 현실로 만드는 사람입니다. 지난 세 편의 글을 통해 그 꿈을 실현시키기까지 건축가의 고민과 노력을 가감 없이 담아보았습니다. 다음은 여러분의 차례입니다. 건축가와 함께 여러분의 꿈을 현실로 만드는 멋진 여정을 꼭 경험해 보시길 기원합니다. 끝까지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연재의 기회를 주신 월간 <전원주택라이프> 편집부에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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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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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이규빈의 미슐랭 3스타 공간 2, 반려견을 위한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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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을 위한 집‘스테이’는 단순히 머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공간을 풍요롭게 느끼고 관계를 도모하는 공간이다. 많은 건축주가 좋은 땅에 주택보다 일부러 수익성을 고려한 스테이를 계획하는 경우도 예전보다 늘었다. 여기에 코로나 시기를 겪어오며 그 형태와 인식은 더욱 발전했다. 본지는 지난 호부터 3회에 걸쳐 스테이 관련 짧은 연재를 기획하게 됐다. 언젠가 완공된 모습을 기대한다. (편집자 주) 정리 남두진 기자글 자료 이규빈(자이라건축사사무소 대표)
< 이전 내용 >스테이가 계획될 부지로서는 다소 어울리지 않다는 판단과 함께 의뢰를 거절하려던 찰나, 건축주의 입에서 ‘강아지’라는 단어가 나왔다. 건축주가 바란 스테이는 바로 반려견을 위한 공간이었다. 그동안 반려견과 함께 여행을 다니며 애견펜션의 불만족스러웠던 경험을 덧붙이는 건축주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새 건축사는 이번 프로젝트의 적임자가 바로 자신임을 깨달았다. 현장 방문과 함께 그가 주목한 키워드는 숲과 집이었다. 일상에서 벗어나 반려견과의 시간에 오롯하게 집중할 수 있는 경험, 반려견 스테이 ‘숲멍집’의 시작이었다.
개를 태우는 일명 ‘개모차(반려견 유모차)’가 유모차보다 더 팔리는 등 반려동물 인구 1500만 명 시대를 맞이했다. 그 흐름에 발맞춰 숙박업계 역시 빠르게 대응했다. 숙박 예약 플랫폼 ‘스테이폴리오’는 검색조건에 ‘반려동물 동반 가능’ 옵션을 추가했고 반려견을 위한 전용 침대와 의자는 물론, 조식까지 별도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처럼 반려동물 관련 공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반려견을 콘셉트로 스테이를 계획한 건축주의 선택은 탁월했다. 사계절 온수풀과 ESS(에너지 저장 장치) 등 설비 측면의 요구사항만 반영되면 디자인은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고 의견을 덧붙였다. 나 역시 반려견을 10년 넘게 키워온 사람으로서 건축주의 이런 제안은 제약이라기보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달콤한 유혹과도 같았다. 이제부터는 건축가의 상상력이 발휘되는 시간이다. 단순하게 건축주의 요구사항을 실행에 옮기는 것을 넘어 나의 기억과 경험을 더해 특별한 공간을 설계하고자 마음먹었다.
본채와 관리동을 나누기보다는 애초에 두 채로 나누기로 계획했다.
첫 번째 기억, 숲‘뷰(view)’가 좋은 숙소는 항상 인기 있다. 하지만 막상 숙소에 도착해 감탄하며 창밖 풍경을 즐긴 후에는 이내 옷을 갈아입기 위해 커튼을 닫아버리기 일쑤다. 심지어는 숙소를 떠나는 순간까지 커튼을 다시 열지 않았던 개인 경험도 있다. 비싼 돈을 지불한 이유는 오로지 바깥 풍경을 즐기기 위함이었는데 스스로 그 풍경을 가리는 상황은 대단히 모순적일 수밖에 없다. 이에 ‘숲멍집’에서 만큼은 들어가는 순간부터 나오는 마지막까지 풍경을 온전하게 누릴 수 있었으면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별도의 장치 없이도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는 공간적 지혜가 필요했다. 다행히 대지 한쪽에 울창한 숲이 있었다. 숲을 향해서 모든 창문을 열고 반대 방향으로는 개구부를 두지 않도록 공간을 구성해 풍경을 감상하면서 프라이버시를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이곳은 반려견과 함께하는 공간인 만큼 소음 문제에서도 주변 마을이 아닌 숲 쪽으로 열린 구조가 이웃과 공존하는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모든 실내를 마당에 면하도록 하고 마당을 숲으로 확장함으로써 작은 면적의 한계도 극복할 수 있었다.
공간에 필요한 시설 개요와 관계성에 맞춰 계획한 스페이스 프로그램
두 번째 기억, 멍과거에 방문했던 한 애견펜션에서의 경험이 떠올랐다. 겉보기에는 반려견 친화적인 공간이었지만 실제로는 반려견을 위한 설계가 전혀 돼 있지 않았다. 대지 한가운데 서양식으로 지어진 목조주택의 문과 마당이 너무 많은 탓에 풀어놓은 반려견이 어디에 있는지 알기가 어려웠다. 결국 저녁을 준비할 무렵에는 안전을 위해 반려견을 묶어 놓아야 했다. 반려견을 위해 찾아온 여행지에서 평소에도 잘 사용하지 않는 목줄을 사용하게 돼 반려견에게 적잖이 미안했던 기억이 있다. 단순히 오염과 방수에 강한 마감재를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반려견과 보호자가 안심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이 절실했다. 그래서 ‘숲멍집’에서는 반려견도 자유롭게 뛰어놀고 보호자도 안심하고 쉴 수 있도록 집의 중심에 반려견 공간을 두고 다른 모든 실내에서 항상 반려견이 바라보이도록 구성하기로 했다.
두 채로 나눈 상태서 스페이스 프로그램을 토대로 잡아본 초기 숲멍집의 여러 가지 형태
마지막 고민, 집숲과 멍에 대한 생각에 이은 마지막 고민은 ‘집’이었다. 스테이는 일반 주택과 달라서 사업성이 매우 중요하다. 설계에 앞서 사례조사를 진행하며 국내 모든 반려견 동반 숙소들의 가격과 특성, 크기, 디자인 요소 등을 빠짐없이 조사했다. 몇 곳은 직접 반려견을 데리고 숙박해 보기도 했다. 건축주는 처음에 30평 규모 독채를 원했지만 나는 작은 집 두 채로 나누는 것을 제안했다. 큰집과 작은집으로 구분하면 반려견 크기에 따라 손님이 원하는 공간을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물론 수익성 측면에서도 더 유리했다. 특히 요즘은 1인 가구로 지내며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 많기에 과도하게 큰 집보다는 반려견을 데리고 혼자 와도 적당한 면적의 공간이 오히려 매력적일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반려견을 키우는 친구끼리 한 집씩 빌려서 따로 또 같이 노는 즐거운 상상도 해봤다.
숲멍집은 두 채로 나누고 숲을 향해 열려 그 주위로 공간이 감싼 형태를 가진다. 가운데서 반려견이 즐겁게 뛰노는 모습과 함께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쉼에 오롯하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다.
‘숲멍집’은 내가 건축주에게 직접 제안한 이름이다. 숲과 집 사이 ‘반려견(멍)’이 중심에 놓인 공간이라는 뜻이다. 반려견이 편히 쉴 수 있기에 사람도 ‘숲멍(숲을 보며 멍 때리다)’할 수 있는 집이라는 중의적인 의미도 담았다. 건축주는 이름을 듣고 또 한 번 즐거워했다. 건축가는 경제적인 논리만으로 판단을 내리는 사업가여서도 안 되고 클라이언트의 요청을 충실히 수행하는 서비스직도 아니며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내는 엔지니어일 수도 없다. 다만 그렇게 해야 할 이유가 없더라도 기어이 그렇게 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쓰이고, 읽히고, 닳아가는 공간을 만드는 직능에 불과할 따름이다. 이제 남은 건 백지 위에 무한한 선을 그어가는 인고의 시간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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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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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 맞은 모서리 집의 대변신 종암동 상가주택 리모델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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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사람과 건축의 유기적 관계 속에서 분주한 경제활동을 하는, 살아 있는 생물과도 같다. 특히, 오랜 시간을 거쳐 형성된 도시는 시대적 상황에 맞춰 계속 진화하고 촘촘한 그리드 같은 사회적 규범 속에서 나름 질서 있게 진화한다. 종암동 2층 건물의 예전 상태는 사회적 규범을 벗어나도 심각하게 벗어난 상태로 환갑을 맞이하고 있었다. 건축면적 중 약 30㎡가 도로를 침범한 상태였고, 자연적으로 무너질 위기의 연와조 건물은 누가 봐도 폐가 수준의 험한 몰골을 갖고 있었다. 진행 이형우 기자글 자료 노현상 대표(㈜유니브원) 사진 ㈜유니브원
HOUSE NOTEDATA위치 서울 성북구 종암동용도 1종 근린생활시설, 2종 근린생활시설, 단독주택건축구조 철골구조건축면적 104.32㎡(31.61평) 연면적 248.70㎡(75.36평)1층 104.32㎡(31.61평) 2층 95.38㎡(28.90평) 3층 49.00㎡(14.85평) 설계 및 시공 ㈜유니브원 02-447-0415 blog.naver.com/univone MATERIAL외부마감 지붕 - 징크패널외벽 - 라임스톤내부마감 천장 - 실크벽지벽 - 친환경 수성페인트(1층), 실크벽지(2~3층)바닥 - 시멘트 미장마감(1층), 데코타일 LX 600x600x3(2층), 구정마루/프라하 골든티크(3층)내단열 경질우레탄폼창호 영림 프라임샤시도어 영림위생기구 대림주방가구 퍼시스원난방기구 경동보일러
지은 지 60년이 된 연와조 건물은 무너질 위기의 폐가로 보일 만큼 노후화가 심했다.
재건축은 용적률 손실이 있어 도로를 침범한 약 30㎡를 잘라내고 구조진단 및 설계를 통한 구조 보강의 대수선과 뒤쪽 여유 공간 및 1개 층을 증축해 3층으로 리모델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에 건축주는 비정상적 상태의 건축을 사회와 화합하는 정상적인 상태로 환원하는 결정을 내렸다. 까다로운 행정과 최고 수준의 건축 난이도를 해결해야 해서 건축은 착공 22개월 만에 완성됐다.
대수선과 증축을 통해 빛 담은 모서리 집으로 재탄생한 주택 외관
상업공간인 1층은 쇼윈도우를 배치해 개방감과 시각적 접근성을 강화했고, 사무공간인 2층은 프라이버시와 채광을 고려했다.
빛 담은 모서리 집동서고금을 통틀어 빛이 들지 않은 곳에 지어진 집은 없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 그리고 삶의 근본적인 균형을 추구하는 데 있어서 빛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빛으로부터 물리적인 에너지와 생명력을 얻은 건축은 우리에게 밝고 건강한 삶을 선물로 이어준다. 집은 자연과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이치를 따라가는 겸손한 구조물일 때 사람들로부터 아름다운 시선으로 존중받는다. 과정은 험난했지만 따뜻하고 설레는 선물처럼 집이 품안으로 들어왔다. 동네 초입의 모퉁이에 위치한 건물의 장점을 살려 세 방향에서 가시성과 접근성이 좋은 구조로 설계했다. 사실 이것은 의도적이기보다는 지형의 형태를 따른 것으로 지형과 건축 설계의 자연스런 매칭이다. 전체적인 느낌은 깔끔한 직선 구조와 비례감이 돋보이는 형태로 미니멀하고 단순한 기능성을 강조했다. 외장재는 ‘라임스톤 마돈나 베이지’를 사용해 내구성도 무리 없고 차분하고 부드러우며 고급스런 분위기를 연출했다.
새로 증축해 주거공간으로 마련한 3층의 현관
3층 주거공간에서 남동쪽으로 난 두 개의 큰 창은 바이어스 컷으로 인해 자연스레 형성됐다. 아파트의 2bay 같은 느낌이다.
크림 베이지 톤으로 마감해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한 주방
자유분방한 느낌의 모던한 욕실
기존 2개 층은 근생시설로 대수선1층은 주요 구조부를 제외하고 쇼윈도우를 배치해 상업공간으로서 무리 없게 했고, 개방감과 시각적 접근성을 강화해 자연스럽게 고객 유입을 유도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2층은 사옥의 사무공간으로, 프라이버시와 채광을 동시에 고려했다. 개방성을 위해 앞뒤로 큰 창문을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다락으로 가는 계단은 공간감을 고려해 불필요한 요소를 없애 간결하게 처리했으며, 다락 또한 군더더기 없는 널찍한 공간으로 조성했다.
증축한 3층에 다락방 갖춘 주거공간 신설3층은 증축 공간이며, 다락방을 갖춘 주거공간이다. 3층은 건축 디자인을 위해 단순한 박스 형태를 벗어나 바이어스 컷 Bias-Cut 디자인으로 제안했다. 바이어스 컷 디자인은 무료한 사각 형태나 단순한 형태를 사선을 이용해 시각적 긴장감을 유발함으로써 신선한 자극이 되게 하는 기법이다. 그러나 이 디자인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형강 보강공사는 물먹는 하마처럼 시간을 잡아먹는 원인 중 하나가 돼 공기 단축에 실패한 아픔도 있다. 베란다가 넓어 야외 테이블을 연출하는 것도 기대해볼 만하다. 3층의 주거시설은 형태와 기능에 충실했다. 남동쪽으로 난 두 개의 큰 창은 바이어스 컷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아파트의 2bay 같은 느낌이다. 다락으로 가는 계단은 공간감을 고려해 불필요한 요소들을 없애 최대한 간결하게 처리했으며 주방은 크림 베이지 톤으로 따뜻한 느낌을 줬다.
3층 베란다
깔끔한 직선 구조와 비례감이 돋보이는 건물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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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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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창적 파사드와 필드 뷰가 돋보이는 인천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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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주택은 골프장 택지지구에 위치한다. 필드 뷰와 정면으로 마주하도록 설계해 입지적 강점을 살렸다. 자연 채광도 중정식 평면을 적용해 극대화했다. 거실과 주방은 실내에서도 풍경을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개방감을 강조했다. 정리 남두진 기자자료 더존하우징 인테리어부
HOUSE NOTEDATA위치 인천 서구 청라동건축구조 경량 목구조연면적 297.04㎡(89.85평 / 다락 연면적 산정 제외)1층 109.11㎡(33.00평)2층 88.82㎡(26.87평)3층 99.11㎡(29.98평)설계 및 시공 더존하우징 1644-3696 www.dujon.co.kr
MATERIAL외부마감 외부 - 라임스톤, 세라믹타일내부마감 천장 - 친환경 도장벽체 - 친환경 도장, 친환경 벽지, 도기질타일바닥 - 포세린타일, 온돌마루, 강마루창호 독일식 3중유리 창호 계단실디딤판 - 대리석난간 - 유리난간위생기구 아메리칸스탠다드주방가구 오벤
01_현관
부드러운 골드비앙코 타일을 적용해 세련미를 더하고 금속으로 제작한 중문을 설치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02_주방·식당
중문에서 이어지는 천장 높이에 변화를 줬다. 전면 가구를 배치해 개방감과 고급스러움으로 실내의 첫인상을 완성했다. 03_거실
천장을 라운드 형태로 처리해 주방에서 이어지는 흐름과 조화를 이뤘다. 박판타일로 마감한 아트월은 그 자체로 거대한 매스감이 돋보인다. 04_2층 홀
복도의 자투리 공간은 윈도우시트로 활용했다. 수납뿐만 아니라 실내에서 일상 속 작은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아늑한 공간으로 조성했다. 05_2층 침실
헤드월 한 쪽을 박판타일을 적용해 포인트를 줬다. 천장을 라운드 형태로 디자인해 부드럽고 안락한 분위기로 연출했다. 06_3층 침실
헤드월을 템바보드 바탕에 돌출 벽으로 계획하고 간접조명을 더해 전체적으로 세련되면서도 따뜻함이 담긴 공간으로 완성했다. 07_3층 멀티룸
건축주 요청에 맞춰 미국 도서관 같은 느낌으로 조성하고자 짙은 우드 톤과 청녹색을 바탕에 뒀다. 최소한의 높이를 가진 펜던트 조명을 설치해 공간의 정체성을 부여했다. 08_욕실
가구를 제작하거나 마감재를 통일해 군더더기 없는 고급스러운 공간으로 계획했다. 색상이나 조적 욕조 등을 더해 전체적으로 세련된 분위기로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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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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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권 건축가의 모듈러 시리즈 8 최적의 모듈러 주택 시공법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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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적의 모듈러 주택 시공법 선택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택을 짓는 일은 작업자들이 모여 땅을 파고 골조를 세우고 살을 붙여 마감한 뒤 필요한 배선과 배관을 설치하는 현장 작업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공장에서 미리 만든 집을 레고 블록처럼 쌓아 조립하고 완공하는 모듈러 주택 공법이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 방식에 비해 인건비 절약은 물론 공사 기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는 데다 품질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진행 이형우 기자 글 사진 정승권(플레이서스 대표)
이번 호에서는 모듈러 주택의 실제 시공된 사례를 통해 진행 과정에서 유의해야 할 부분을 살펴보고, 모듈러 시공 방식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선택 포인트들을 짚어본다. 모듈러 주택이 건축시장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이유는 공기工期가 단축돼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며 균일한 품질을 공장 제작을 통해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갈수록 심화되는 노동력 부족 문제 속에 자동화 생산을 통해 인력 의존도를 줄임으로써 숙련인력 부족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모듈러 건축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 지원이 증가하고 있고, 우리나라 역시 저변 확대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다만, 트렌드에 부합하는 건축시공 방향이라 하더라도 내가 짓고자 하는 대지의 위치, 용도, 규모, 디자인 등에 따른 합리적인 선택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woodie Student Dormitory_Germany (출처: The Village Hostels)
woodie Student Dormitory_Germany (출처: The Village Hostels)
woodie Student Dormitory_Germany (출처: The Village Hostels)
프로젝트의 특성과 목적에 맞는 시공법 선택모듈러 건축의 시공법은 크게 ‘볼륨 모듈러(Volumetric Modular)’와 ‘패널라이징(Panalized System)’ 방식으로 나뉜다.
APARTMENTS, SOCIAL HOUSING, USA(출처: www.archidaily.com)
크레인을 통한 모듈러 아파트 조립(출처: villavo.com)
볼륨 모듈러 방식건물의 큰 블록(모듈)을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유닛화한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현장에서 시공해야 하는 시설물의 대부분을 공장에서 만들기 때문에 공기를 단축할 수 있고 현장 시공의 불확실성을 방지하기 때문에 균일한 품질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완성된 볼륨 유닛을 운반했기에 현장에서 빠른 설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동하는 볼륨 유닛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이동수단의 대형화로 운반비용이 증가할 수 있고, 현장에서 조립하기 위한 기술적 노하우와 대형 크레인과 같은 추가적인 비용을 감안해야 한다. 이러한 방식은 호텔, 병원, 기숙사, 아파트 등 반복적인 구조물이 필요한 프로젝트의 경우 시공방식 채택으로 적합하다. 재난으로 인해 긴급 거주시설이 필요하거나 올림픽과 같은 한시적 국가 행사 등 건설 기간이 짧아야 하는 경우에도 적합한 방식으로 볼 수 있다.
패널 운송 및 설치
공장에서 제작한 유닛을 현장에서 설치(출처: 포스코A&C)
패널라이징 방식볼륨 모듈러의 경우와 달리 벽체, 바닥, 천장 등의 패널 요소들을 부분적으로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대부분 큰 운송 차량의 진입이 어렵거나 현장 유닛 조립 여건이 좋지 않은 경우 택해지는 방식이다. 현장에서 조립 공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볼륨 모듈러보다 시공 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다양한 디자인을 구현하는 데 유리하며 운송이 용이하다. 이러한 방식은 단독주택 같은 소규모 단일 건물 또는 저층형 상업 건축물 시공에 적합하며, 현장 조건에 따라 현장 맞춤 시공이 필요한 경우 채택될 수 있다. 결국 대량 생산과 빠른 시공이 중요하다면 볼륨 모듈러 방식, 유연한 디자인과 현장 맞춤형 시공이 필요하다면 패널라이징 방식을 선택할 수 있겠다. 아울러 숙박업을 운영 중인 상황에서 추가로 객실을 증축하거나 확장할 시 운영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패널라이징 방식의 모듈러 주택인 폴리캠하우스(출처: 투데이에너지)
예산과 비용 효율성 분석모듈러 건축은 일반적으로 초기 투자비용(설계, 공장 제작)이 높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장공사여건에 구애받지 않는 공장 생산으로 괄목할 만한 공기 단축 효과를 낼 수 있으며, 이는 전통적인 건축 방식 대비 장기적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볼륨 모듈러와 패널라이징 방식의 선택에 있어서도 운송 및 조립 비용을 고려해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볼륨 모듈러는 그 크기와 무게로 인해 운송비가 증가할 수 있는 반면에 패널라이징 방식을 선택하면 운송비용은 적지만 현장 조립비용이 추가될 수 있다. 예산이 제한적이라면 패널라이징 방식, 빠른 공사가 중요하다면 볼륨 모듈러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겠다.
볼륨 조합으로 개방감이 느껴지는 모듈러 주택
건축물의 규모 및 구조적 요구사항층수가 높은 건물은 볼륨 모듈러보다 패널라이징 혹은 하이브리드 모듈러를 선택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 모듈러는 철골구조에 모듈러를 조합한 방식으로 3층 이상 높이의 규모와 큰 개방 공간이 필요한 경우 적합하다. 목조건축 중에서도 고층으로 구성된 사례가 해외에선 간혹 소개되고 있다. 반면, 모듈 간 연결성과 내진 성능이 필요한 경우 볼륨 모듈러 방식이 적합할 수 있다.
크레인을 통한 모듈 설치
물류 요건 및 현장 조건 고려사항볼륨 모듈러 방식에서는 모듈이 크고 무겁기 때문에 운송 경로 확보가 필수적이다. 고속도로를 이용하다가 국도로 진입한 후 마을길을 통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운송로의 조건과 그 조건에 따른 운송수단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현장에 크레인을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지 사전에 판단하는 것도 필요하다. 크레인을 통해 모듈을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장에 따라서는 공간 밀도에 따라 볼륨 모듈을 들 수 있는 지게차의 작업 반경이 확보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시공 현장이 협소한 도심지 같은 곳은 패널라이징 방식을 추천한다.
고층 목조 건축물(출처: 매일신간)
규제 및 법적 요구사항 충족 여부마지막으로, 모듈러 건축은 국가별, 지역별 법규 및 인증에 차이가 있으므로 이를 확인해 충족 요건을 갖춰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건축법> 및 모듈러 건축기준(KS규격) 준수가 필요하며 소방, 내진, 내구성 등 건축 규정과 부합하는 방식 선택이 필수적이다. 이처럼 법적 규제가 까다로운 경우는 기존 방식과 조합된 하이브리드 모듈러를 고려하되 규제가 다소 완화된 지역의 경우 볼륨 모듈러를 적극 활용할 수 있겠다. 이상에서 최적의 모듈러 시공법 선택을 위해 체크해야 할 사항들을 살펴보았다. 프로젝트의 목적과 특성에 맞는 방식인지, 예산과 비용 효율성이 높은지, 건축 규모와 구조적인 요구사항에 적합한지, 시공 현장의 접근성과 물류 운송이 용이한지, 그리고 지역 법규 및 인증 요건을 충족하는지 등에 대해 충분한 비교 검토를 통해 적합한 모듈러 시공법을 선택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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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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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전원주택라이프] 전원주택_경기 양평군 강상면_철근콘크리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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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전원주택라이프
http://www.countryhome.co.kr
DATA
위치 경기 양평군 강상면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
대지면적 729㎡(220.52평)
건축면적 247.83㎡(74.97평)
연면적 381.34㎡(115.36평)
1층 168.39㎡(50.93평)
2층 212.95㎡(64.42평)
건폐율 34%
용적률 52.31%
설계기간 2022년 3월 ~ 8월
시공기간 2023년 6월 ~ 2024년 8월
설계 플라노건축사사무소 www.plano.kr
인스타그램 @plano.plan
유튜브 @_PLANO
시공 ㈜에이더스 종합건설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평지붕노출마감
외벽 - 송판노출콘크리트
데크 - 테데스탈타일
내부마감 천장 - 친환경페인트
내벽 - 친환경페인트
바닥 - 원목마루, 타일
단열재 지붕 - 비드법 2종 가등급 220T
벽체 - 준불연 PF보드 80T
바닥 - 비드법 2종 가등급 195T
도어 현관 - 메탈게이트(위드지스)
내부 - 우레탄도장(제작)
창호 필로브
주방가구 제작
위생기구 태성정밀㈜, 아메리칸스탠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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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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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적인 무드에 온전한 휴식을 담은 용인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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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본 주택은 화이트 톤 마감재로 깔끔한 외관을 완성했다. 외부 시선을 차단한 프라이빗 정원은 일상 속 온전한 휴식과 여유를 선사하며 넉넉한 주차장을 더해 실용성을 높였다. 정제된 매스 속에 담긴 고급스러움과 실용적인 설계가 조화를 이룬 편안한 보금자리로 만들었다. 정리 남두진 기자자료 윤성하우징 인테리어부
HOUSE NOTEDATA위치 경기 용인시 처인구건축구조 경량 목구조 연면적 192.28㎡(58.16평)본채 115.32㎡(34.88평)별채 1층 50.44㎡(15.26평) 2층 26.52㎡(8.02평)설계 및 시공윤성하우징 1566-0495 www.yunsunghousing.co.kr
MATERIAL외부마감 지붕 - 평기와외벽 - 세라믹사이딩내부마감 천장 - 실크벽지벽체 - 실크벽지바닥 - 강마루, 포세린타일도어 현관 - 성우스타게이트창호 1등급 독일식 시스템 창호위생기구 아메리칸스탠다드, 더죤테크
01_현관
전체적인 우드 톤에 맞춰 따뜻한 공간감을 통일했다. 간살도어 디자인은 어딘가 정갈한 느낌과 함께 인상 깊은 진출입을 선사한다. 02_거실
편안한 조도가 돋보이는 감성적인 공간이다. 장식 요소를 최소화하고 라인 조명을 한 줄만 설치해 여백의 미를 더했다. 블랙 톤으로 선정한 창호 프레임이 직선의 느낌을 더하면서 전체적으로 모던한 감성을 돋운다. 03_주방·식당
거실보다 안쪽에 위치한 점을 고려해 가구는 화이트 톤으로 시공했다. 따뜻한 아이보리 톤을 바탕에 부여해 깨끗하고 화사한 분위기로 완성했다. 꺾인 매스로 인해 발생한 데드 스페이스는 벤치를 만들어 미니멀한 포인트를 더했다. 04_침실
여러 가구를 두지 않아 수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으로 조성했다. 헤드월은 간접 조명과 얇은 우드 라인으로 심플한 포인트를 준다. 베이지 톤 벽지를 사용해 눈부심을 줄인 더욱 편안한 분위기를 완성했다. 05_욕실
역동적인 패턴이 과감하지만 동시에 부드러움도 느껴지는 타일을 적용했다. 매트한 질감과 직선적인 요소는 강렬하지만 아이보리 톤으로 우아하게 풀어낸 공간으로 완성했다. 06_홀 별관
루버 형태로 계획해 현관과의 통일성을 줬다. 거실과의 분리를 위한 공간으로 아치 게이트와 라인 조명 등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조합해 완성했다. 07_거실 별관
부드러운 패턴의 발레나 도장으로 마감해 작은 유럽 감성을 부여했다. 타일과 마루의 바닥재 분리, 아치 게이트, 계단 시작부, 복층 형태 등 곳곳에 곡선적인 느낌을 더해 협소한 공간감을 덜었다. 전체적으로 연그레이 톤 마감이 돋보이며 한층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08_침실 별관
유리 난간으로 멀리까지 시야가 뻗는 복층의 장점을 살렸다. 고급스러운 패턴의 대리석을 바닥에 적용하고 콘센트나 도어핸들 등을 블랙으로 통일해 세련된 이미지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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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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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한 질감과 용이한 유지관리 썩지 않는 천연 규화목으로 정원 스타일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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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의 외부용 목재 마감재 규화목은 유지관리가 기존의 목재와 달리 무척 간편하다. 국내에 규화목과 규화 처리제를 공급하고 있는 케이디우드테크에서는 기후변화 예방에 기여하는 목재의 사용을 늘리고자 기술과 디자인이 가미된 다양한 외부 목재를 공급하고 있다. 정리 이형우 기자 협조 ㈜케이디우드테크
양평 국수리 주택의 테라스에 설치된 규화목 데크
대중에게도 알려지기 시작한 건축 목재 외장재 KD규화목은 시설물에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목재를 사용함으로써 빈티지한 자연 질감을 향유하면서도 관리를 위한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KD규화목은 건물 외부용 사이딩(클래딩)이나 데크, 보도블록 등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규화목은 설치 후 6개월~1년 정도가 경과하면 아름다운 은회색으로 변하며, 15~25년의 보증 기간 동안 추가적인 관리를 하지 않아도 안전하다. 목재에 침투돼 굳어버린 이산화규소로 인해 목재가 썩거나 불에 타지 않기 때문이다. 양평 국수리의 전원주택 테라스에 설치된 규화목 데크는 2022년 8월 설치됐다. 설치 후 2년 이상 경과했지만 관리에 어려움은 없으며, 비를 맞은 곳이 외려 더 깨끗하다. 더욱이 옹이가 없는 무절 목재로 가공해 단아하고 고급스런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처럼 규화목 데크는 매직픽스 시스템으로 하자보수가 생기지 않으며, 깔끔한 외관에 청소도 용이하다.
규화목 적용 국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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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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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매력 실내에서 즐기는 정원 포인트 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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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식물을 좋아하고 자연을 동경하지만 이를 도시 공간에서 느끼기란 결코 쉽지 않다. 하루 중에 단 몇 분을 제외하고 거의 실내에서 생활하기에 밀폐된 공간에서 자연을 느끼기란 더욱 어렵다. 자연을 가까이에서 손쉽게 느끼고 싶다는 욕망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바로 ‘실내 조경’에 주목해볼 만하다. 말 그대로 실내에 조성하는 정원으로 조화造花라고 이해하면 간편하다. 조화라고 퀄리티가 뒤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요즘은 직접 만져보지 않으면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를 정도로 섬세한 디테일까지 구현하고 있다. 오히려 대표적인 실내 식물인 이끼와 함께 콜라보하는 경우에는 진짜를 뛰어넘는 멋진 작품을 연출할 수도 있다. 진행 남두진 기자 협조 조경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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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