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보기
-
-
[월간전원주택라이프] 전원주택_제주 주택_이로재 이 도시건축
-
-
월간전원주택라이프
http://www.countryhome.co.kr
대지에 순응한 사다리꼴주택
제주 온평리 공방
예산 범위 내에서 1층은 공방으로, 2층은 주거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건물. 건축주의 요구 사항은 간단했지만, 적은 예산으로 풀기엔 쉽지 않은 숙제였다. 1층 공방은 비누와 향초를 만드는 작업실과 여행객이 체험할 수 있는 공간, 그리고 좌식 공간으로 계획했다. 2층 주거 공간은 두 개의 방이 필요했지만, 설계하면서 멀리 풍경이 내다보이는 다락방을 추가해 손님방으로 쓸 수 있도록 했다.
글 이기태(이로재 이 도시건축 소장) | 사진 김종오 작가
HOUSE NOTE
DATA
위치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지역/지구 계획관리지역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
대지면적 306.00㎡(92.56평)
건축면적 87.46㎡(26.45평)
건폐율 28.58%
연면적 105.89㎡(32.03평)
1층 68.23㎡(20.63평)
2층 37.66㎡(11.39평)
다락 15.65㎡(4.73평)
용적률 34.60%
설계기간 2014년 9월~12월
공사기간 2015년 5월~10월
건축비용 1억 5,000만 원(3.3㎡당 약 468만 원)
설계 이로재 이 도시건축 02-877-2022 www.eua.co.kr
시공 건축주 직영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컬러강판
벽 - 외단열시스템 / 스터코
내부마감
천장 - 콘크리트면 정리 / 아크릴 페인트
벽 - 콘크리트면 정리 / 아크릴 페인트
바닥 - 투명 에폭시
계단실
디딤판 - 미송 집성목
난간 - T38 환봉 / 불소수지 페인트
단열재
지붕 - 비드법 2종 1호
외단열 - 비드법 2종 1호
창호 알루미늄창호(LG하우시스)
현관문 시스템도어(LG하우시스)
난방기구 패널 히팅 시스템
제주 성산읍 온평리 공방의 건축주는 젊은 여성 두 명이다. 제주살이를 꿈꾸던 평범한 직장인으로, 평소 알고 지내던 두 명이 제주도 이민에 도전했다. 예산 부담도 덜고 서로 의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대신 취미로 배우던 향초와 비누 공방을 열 계획으로 도전한 것이다.
건축주는 제주도에 내려와 아르바이트하면서 처음엔 농가를 임대해 공방으로 활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큰 비용이 들자, 차라리 집을 짓는 것이 더 낫다는 결론을 내리고 땅을 알아보고 발품을 팔아 작은 대지를 구입했다. 50m 정도 부근에 지방도로가 지나고, 주변에 제주의 전형적인 밭이 있어 계절에 따라 다양한 작물을 재배해 풍경이 아름다운 대지다.
공방에 적합한 시인성과 공간 확보
공방이란 성격상 50m 정도 떨어진 도로에서도 손님이 보고 쉽게 찾아오게 하는 것, 1층 작업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면서 한정된 예산 안에서 규모를 정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한 데다 경계측량 결과 넓지 않은 대지 안으로 마을 진입 도로가 예정돼 있어 사용 가능한 대지는 더욱 작아지고 모양도 삼각형에 가까웠다.
공방이란 특이점과 주거로서의 요구를 모두 만족시켜야 하는 어려움이 따랐다. 대지 조건을 최대한 반영한 형태의 건축물이 되도록 계획했다. 사다리꼴로 계획함으로써 북측 진입로에선 3층 높이의 좁고 높은 입면으로, 남측에선 폭이 넓고 낮은 입면으로 보인다. 1층 공방은 밭이 있는 남쪽으로 넓은 시야를 확보해 풍부한 햇빛뿐만 아니라 계절 작물인 무와 당근, 파 등 근사한 풍경을 담아냈다.
인테리어는 1층은 예산을 절감하면서 공방의 이미지와 어울리도록 유로폼을 탈형한 후 페인트로 마감하고, 2층 주거 공간은 따뜻한 느낌을 주고자 바닥에 목재 마루를 깔고 천장과 일부 벽에 목재 루버를 설치했다.
주 출입구로 들어서면 공방에서 만든 양초와 예쁜 비누를 전시한 공간이 있고, 그 안쪽에 간단한 주방과 작업 준비 공간이 있다. 공방은 좌식 공간과 테이블로 작업과 클래스 공간으로 구분하고, 남측의 넓은 창밖으로 툇마루를 만들어 창가에 앉아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1, 2층을 잇는 수직 동선은 공간을 최소화하면서 디자인 요소가 되도록 철재 계단으로 만들고, 2층에서 다락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수납형으로 만들었다.
2층은 두 건축주가 각자 사용할 방과 남쪽 풍경을 내다볼 수 있는 작은 테라스가 있고, 북쪽으로 작은 방과 그 위로 다락이 있어 도로에서 보면 좁고 높은 유리 입면이 보인다. 동측의 작은 방은 1층 공방이 내려다보이고 동측의 풍경을 볼 수 있다. 다락에 올라가면 멀리 북쪽의 제주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각 실에서 제주의 풍경을 최대한 만끽할 수 있도록 창을 계획하고 도로에서 인지가 용이하도록 높게 계획함으로써 입면 역시 사다리꼴 형태가 됐다.
주택 계획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은 거주자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다. 따라서 건축가는 거주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고민하고, 그 건축 공간과 함께 거주자의 삶도 함께 디자인해야 한다. 이 프로젝트의 경우 처음 건축주가 설계를 의뢰하면서 제시한 총 예산이 중요한 계획 요소가 됐지만, 그 범위 내에서 아파트와 같은 단순한 평면적의 숫자가 아니라 건축 공간의 질을 높이고 생활의 다양함을 줄 수 있는 계획에 주안점을 뒀다.
-
2019-01-09
-
-
따로 또 같이 '헤쳐 모여', 영주 주택
-
-
건축주 부부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둘, 네 가족의 보금자리인 영주 주택. 건축주는 부부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면서 두 아들을 위한 전용 공간을 갖춘 주택을 짓고자 했다. 설계 콘셉트는 한마디로 ‘헤쳐 모여’다. 내·외부 간에 프라이빗한 공간, 가족이 함께하는 넉넉한 공용 공간,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고 편안히 쉴 수 있는 사적 공간에 중점을 둔 영주 주택을 두루 살펴보자.글 이상현 기자 | 사진 백홍기 기자 취재협조 ㈜21c제우스건설
HOUSE NOTEDATA위치 경북 영주시 효자길지역/지구 자연녹지지역, 지구단위계획구역건축구조 경량 목구조 외벽 - 캐나다산 S.P.F 2″×6″ 내벽 - 캐나다산 S.P.F 2″×6″ 지붕 - 캐나다산 S.P.F 2″×8″ 바닥 - 캐나다산 S.P.F 2″×12″대지면적 512.00㎡(154.88평)건축면적 86.67㎡(26.21평)건폐율 16.92%(법정 20% 이하)연면적 137.25㎡(41.51평) 1층 86.67㎡(26.21평) 2층 50.58㎡(15.30평)용적률 26.80%(법정 100% 이하)설계기간 2017년 9월~10월공사기간 2017년 12월~2018년 4월설계 및 시공 ㈜21c제우스건설 1644-4576 21c-housing114.co.kr
우측에서 바라본 영주 주택
10여 년간 경북 영주시 중심권의 한 아파트에서 살아온 건축주는 집 안에 새로운 느낌을 주고자 인테리어 리모델링을 하려고 했다. 기반시설이나 편의시설 면에서 불편한 점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파트를 비워야만 리모델링을 할 수 있다는 말에 차라리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영주에서 터를 잡고 살기에 멀리 이사할 수 없던 건축주는 입지를 근교로 한정 짓고 더 좋은 환경을 찾아 나섰다. 아파트들은 더 나은 곳이 없었고, 우연히 도심 끝자락 원당천 옆 야트막한 산자락에 조성한 전원주택단지를 보게 됐다.“단지에 풍부한 햇살이 비치는 밝고 환한 모습이 눈에 띄었어요. 또한 단지 아래에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있어 아이들이 통학하기에도 편할 것 같았죠. 전에 살던 아파트보다 더 나은 아파트는 없는 것 같아 단독주택에서 한번 살아보자고 결심했어요. 한창인 아이들에게 더 넓은 방도 선물하고, 또 교대 근무하는 남편에게도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집을요.”
모던한 인테리어로 꾸민 현관 한쪽에 창문을 설치해 한결 밝아 보인다.
MATERIAL외부마감 지붕 - 이중그림자슁글(오웬스코닝) 벽 - 스타코, 세라믹타일, 리얼징크, 청고파벽돌 데크 - 포세린 타일내부마감 천장 - 실크벽지(개나리) 벽 - 실크벽지(개나리), 아르떼월(예림) 바닥 - 강마루(예림)계단실 디딤판 - 멀바우 난간 - 평철 단조 손스침 - 우드단열재 천장 - 글라스울 R30(크나우프 에코베트) 외단열 - 비드법 보온판 50T 외벽 - 글라스울 R19(크나우프 에코베트) 내벽 - 글라스울 R19(크나우프 에코베트)창호 독일식, 미국식 시스템창호 혼용(융기)현관문 럭스틸 플레이트 MS24(코렐)조명 LED(올바로)주방가구(싱크대) 한샘위생기구 계림, 아메리칸 스탠다드난방기구 가스보일러
중문을 넘어서면 좌우로 긴 복도와 마주하며, 중문 전면에 계단실을 배치해 2층으로 올라가는 동선이 간결하다.
영주 주택의 대지는 북고남저北高南低형 산자락을 계단식으로 조성한 단지 내 최상단에 위치하며, 좌향은 정남향이고 좌우로 긴 장방형이다. 전면 좌측은 폭 6m 막다른 길에 접하며, 숲으로 둘러싸인 배면을 제외한 삼면이 인접 대지에 접한다. 주택은 조망과 일조, 프라이버시 등을 최대한 확보하고자 우측 상단에 붙여 배치했다. 주택이 들어선 전면 대지와 거리를 띄어 마당을 뒀으며, 향후 주택이 들어설 좌측 대지 경계에 주차장을 배치하고 우측 대지 쪽 외벽에 최소한의 환기창만 계획해 프라이버시를 확보했다.입면은 직선의 조합으로 이뤄진 모던한 스타일로 돌출형 현관과 명도 대비를 이루는 외장재, 퍼걸러 형태의 데크 등으로 포인트를 줬다. ㈜21c제우스건설은 “건축주가 관리하기 편한 집을 원해 백색 스타코를 바탕으로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있는 세라믹 타일과 고벽돌, 리얼 징크로 포인트를 줬다”고 한다. 또한 “에너지 절약 설계 기준에 맞춰 기본 단열재를 충진하면서 북측과 서측에 기준치 이상으로 외단열재를 보강해 겨울철 북서풍에 대비했으며, 처마 하부의 소핏벤트와 지붕의 릿지벤트, 레프터벤트를 적절하게 설치해 습도 조절에도 신경을 썼다”고 한다.
화이트 컬러를 바탕으로 벽면은 아트 월, 천장은 아르떼 월과 하부에 색상 조절이 가능한 간접조명(색상 조절)을 설치해 상황에 따라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가족 맞춤형 공간구성영주 주택의 설계 콘셉트는 한마디로 ‘헤쳐 모여’다. 건축주가 요구한 내·외부 간에 프라이빗한 공간, 가족이 함께하는 넉넉한 공용 공간,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고 편안히 쉴 수 있는 사적 공간에 중점을 뒀다.현관에 들어서면 좌측으로 중문과 계단실이 보인다. 계단실을 중심으로 좌측에 공용 욕실을 두고, 프라이버시를 고려해 안쪽 끝에 드레스룸이 딸린 안방을 배치했다. 계단실 우측에 거실과 주방/식당을 배치했는데, 두 공간은 가벽을 세워 구분했다. 거실 앞뒤로 개방감과 통풍, 그리고 뒷숲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넉넉한 데크를 두고, 주방/식당 앞 데크에도 퍼걸러를 세워 바비큐 공간으로 만들었다. 다용도실과 주방/식당, 퍼걸러 테라스를 수평선상으로 배치해 주부의 동선을 최소화했다.
주방/식당에 가구를 일자로 제작하고 조리대 측면에 냉장고를 비롯한 주방기기들을 배치해 편리성을 높였다.
그 사이에 다용도실을 뒀다.
교대 근무를 하는 남편이 새벽에 퇴근해 낮에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안방과 주방/식당을 멀찍이 배치함으로써 아내가 주방/식당에서 일하더라도 소음에 방해받지 않는다. 거실과 주방/식당 사이에 세운 가벽은 소음을 차단하는 효과와 가족이 모두 모였을 때 공간에 아늑함을 더한다.거실 앞뒤로 큰 창호를 설치하고 데크를 만들어 거실이 한결 넓어 보인다. 또한 데크와 퍼걸러를 설치한 테라스를 연결한 순환 동선이 전원 속 단독주택을 더욱 더 여유롭게 만든다. 건축주는 “거실 뒤로 수풀이 우거져 있어 자연 속에 사는 느낌”이라며, “여름에 창호를 열면 뒷숲에서 바람이 불어와 시원하다”고 한다.
안방은 디자인 벽지를 사용해 포근함을 강조하면서 장 대신 드레스룸을 설치했다.
21c제우스건설은 “화장실은 밝은 느낌의 디자인 타일을 선택하고 바닥을 짙은 색을 선택해 모던한 스타일을 추구했다”고 한다.
계단실은 백색의 미를 강조했다. 디딤판의 색상과 조명을 맞춰 아이들에게 친숙하면서도 편한 이미지가 되게끔 디자인했다.
2층에 올라서면 전면에 작은 베란다가 보이며, 계단실과 욕실을 사이에 두고 2개의 방을 배치해 같은 층 안에서도 형제만의 독립 공간으로 구성했다. 2층에 가족실을 배치하는 여타 주택과 달리 건축주는 공용 공간을 빼고, 두 아들의 방에 최대한 많은 면적을 할애했다. 이는 앞으로 아들들이 성장하더라도 넓은 공간을 자기 마음대로 꾸밀 수 있도록 한 부모의 배려다.
2층 복도
자녀들 눈높이에 맞춰 책상과 가구를 맞췄고, 마음이 차분해지며 집중력을 높인다고 알려진 파란색 계열의 벽지를 사용했다.
2층 전면에 위치한 베란다. 건축주는 향후에 폴딩 도어를 설치해 겨울에 사용해도 부담없게 할 예정이다.
*인터뷰 도중 첫째아들이 학교를 마치고 돌아왔다. 인사를 마치자마자 잽싸게 2층으로 오르는 발걸음이 한껏 신나 보인다. 아내는 아이들이 2층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이 재밌다고 한다. 아파트에서 살 때와 무엇이 제일 달라졌냐는 물음에 “복층 단독주택과 비교한다면 아파트가 (육체적으로)편한 것이 많지만, 단독주택에선 삶이 한결 여유로워진 느낌”이라며, “다만, 급하게 단독주택을 짓다 보니 준비가 부족했던 게 아쉽다”고 한다.
주방/식당 앞에 퍼걸러를 설치한 테라스
단독주택에 오래 살았던 분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아파트와 달리 살면서 하나둘씩 만들고 고쳐가는 재미가 있다고 한다. 마치 반려견을 키우듯이…, 손이 많이 감에도 단독주택에서 살려는 것은 교환 가치를 중시하는 아파트와 달리 살림집으로서 삶의 가치를 느끼며 내 집이란 강한 애착이 들기 때문이 아닐까.
주택의 우측면
입면은 직선의 조합으로 이뤄진 모던한 스타일로 돌출형 현관과 명도 대비를 이루는 외장재, 퍼걸러 형태의 데크 등으로 포인트를 줬다.
전원주택라이프 더 보기www.countryhome.co.kr
-
2019-01-09
-
-
【정원 디자인】 유럽 정원 여행
-
-
정원일을 하는 사람에게 계절은 너무도 중요하다. 봄에서 여름은 정원을 만드느라 바쁘고, 가을은 다음 해를 준비하는 타이밍이 중요한 때이다. 겨울에는 정원사에게 휴식 같지만, 잔잔한 일들이 이어진다. 봄에서 여름으로 이어지는 몇 달은 일정이 바쁘기에 사실 연재물인 본고本稿도 쓰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든다. 이달의 내용은 지난여름, 바쁜 기간 중에 유럽으로 날아가 정원을 여행하며 한숨 고르고 온 이야기이다. 물론 큰 타이틀이 ‘정원 디자인, 시공 그리고 가드닝’이라 실제 도움이 되는 정보가 아닐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실제 정보에 못지않게 정원을 보고 즐기는 것도 정원을 만들어가는 연장선이라 생각하면, 독자들도 여행 이야기를 들으며 유럽의 정원을 상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글·사진 주례민 오랑쥬리 대표 031-8017-3850 http://blog.naver.com/orangery2012
여행을 준비하는 설렘지난겨울, 서울여대 플로라아카데미의 유 교수님과 정원에 관해 이런저런 대화를 하던 중 정원 여행 이야기가 툭 튀어나왔다. ‘그래, 한번 떠나 보자’며 준비를 시작한 지 7개월이 지나서야 드디어 여행길에 올랐다. 여행 당일인 7월 8일 오전까지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지난 7년간 가 보지 못했는데 아름다운 정원은 그대로 있을까, 어떤 모습으로 나의 추억을 이어가게 될까, 함께하는 일행은 정원만으로 일정을 채운 여행을 즐겁게 보낼 수 있을까? 여행에 대한 기대와 함께 정원을 테마로 한 특별한 여행의 인솔자로서 걱정이 다가왔다. 하지만 여행의 묘미는 출발 직전의 설렘이라 하지 않았나. 걱정 반 기대 반의 설렘까지도 실제 정원이 눈에 펼쳐지는 순간까지 즐기리라 마음먹었다.
프랑스 파리의 오랑쥬리 미술관 내 수련 방. 모네가 정원의 해질녘을 그린 대형 화폭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The Water Lilies - Setting Sun, 1920?1926, Musee de l′Orangerie.
프랑스 정원_모네 정원에서 감동인천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프랑스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 착륙했다. 저녁 공기는 시원하지만, 시곗바늘이 밤 10시를 향하는 데도 태양이 머리 위에서 끓어 눈이 부셨다. 다시 찾은 유럽은 한밤중에도 우리를 밝게 반기는 것 같았다. 첫날에 쇼몽 가든 페스티벌을 방문하고, 둘째 날에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과 지베르니에 있는 ‘모네의 정원’에 들렀다. 쇼몽 가든과 베르사유 궁전 정원보다 마음에 깊이 남은 곳은 모네의 생활이 여전히 숨쉬고, 그의 작품의 실제가 그려져 있는 모네의 정원이다. 모네의 정원, 지베르니! 영국에 살면서 눈앞에 두고도 가 보지 못해 마음속으로 그리던 곳이다. 정원을 보기 전까지 얼마나 많이 모네의 수련을 보며 연못의 다리를 지나기를 꿈꿨는지 모른다. 모네의 정원에 들어서면 관람 동선에 따라 움직여야 하기에 연못 정원(Water Garden)과 주택 정원(The clos Normand)으로 구분해서 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우선 연못 정원으로 발길을 정하고 실개천이 흐르며 안내하는 대로 좁은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대나무가 빼곡히 들어선 숲은 프랑스의 강한 여름 햇살을 시원하게 걸러줬다. 그리고 길옆으로, 나뭇잎 틈새로, 꽃 틈새로 나타나기도 하고 숨겨지기도 하며 연못이 펼쳐지는 걸 감지하니 발걸음이 나도 모르게 빨라졌다. 그리고 만나는 넓은 연못! 순간 바쁜 발걸음은 갈 길에 대한 방향을 잃고 시선은 연못으로 고정됐다. 잔잔한 물 위에 뜬 수련과 싱그러운 자연 색으로 연못을 둘러싼 버드나무와 붓꽃을 비롯한 여러 꽃에 매료됐다. 모네가 연못에 반사되는 정원 모습에 푹 빠져 화폭을 채웠을 상상에 빠져 보았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이곳을 보는 많은 사람이 그러했을까? 그 많은 방문객의 숨소리만이 새소리, 물소리와 함께 이 아름다운 공간을 채웠다. 모네의 정원은 연못 정원과 주택 정원으로 공간이 반으로 자른 듯 나뉜다. 연못 정원의 잔상을 마음에 간직하고 발길을 모네가 살던 집 쪽으로 돌렸다. 1883년 모네는 가족과 함께 이곳 지베르니로 건너와 새 터전을 만들어간다. 그 속에서 정원을 좋아하고 가드닝을 즐기던 그는 장미를 심고 나무를 다듬으며 그만의 정원을 만들어간다. 그의 그림을 보면 따뜻한 미소가 절로 나며 편안한 기분이 드는 것은 아마도 정원을 곁에 두고 살던 그의 행복이 전해지기 때문은 아닐까?
모네의 연못 정원에는 여섯 개의 다리가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모네가 심은 등나무가 다리를 덮고 있는 재패니즈 브릿지Japanese Bridge / 2층 모네의 침실에서 바라본 정원 모습. 시선 바로 아래 장미가 피어 있다. 주택 벽면을 덮은 장미는 실내에서 정원을 바라보는 시선까지도 사로잡는다.
오랜 세월 나무를 감고 있는 덩굴장미 로사 라벨르스와즈Rosa‘ la belle vichyssoise’ / 모네의 정원에서 플록스의 향기를 맡으며 즐기고 있는 방문객의 모습 / 노루오줌 종류인 아스틸베Astilbe, 우리나라 머위와 비슷한 종류인 페타시테스 자포니쿠스Petasites japonicus와 그 뒤로 보이는 모네의 연못.
영국 정원_풍경식 정원에 서서아쉬운 프랑스에서의 짧은 일정을 뒤로하고 우리 일행은 영국으로 이동했다. 영국에서 또 어떤 정원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를 가슴에 안고 해저 터널을 지나 가깝지만, 또 다른 세계로 입성했다. 영국에서 버킹험Buckingham지역에 위치한 스토우 랜드스케이프 가든Stowe Landscape Garden을 첫 번째로 방문했다. 영국의 자연 풍경식 정원을 이끈 세 명의 디자이너 찰스 브리지먼Charles Bridgeman(1690~1738), 윌리엄 켄트William Kent(1685~1748), 캐퍼빌리티 브라운Capability Brown; Lancelot Brown(1716~1783)의 손을 거쳐 만들어진 정원에 대한 기대로 가득했다. 입구에서 본격적인 정원의 문으로 들어서려면 드라이브 패스Drive Path를 지나야 했다. 목가적인 풍경이 옆으로 펼쳐지는 이 길은 아침 산책을 하기에 전혀 손색이 없었다. 너무도 상쾌한 공기가 나무가 우거진 풀 내음과 어울려 주변에 감돌았다. 이른 시간, 첫 방문객인 우리 일행은 조용한 정원의 문을 여는 듯 그곳으로 향했다. 풍경식 정원은 ‘한 폭의 풍경화를 그대로 옮겼다’하여 픽쳐레스크 가든Picturesque garden이라고 하는데, 이 정원을 사진 한 프레임에 담기엔 불가능했다. 어떻게 찍어도 그때의 감탄과 자연의 편안함이 사진에 담기길 않았다. 프레임에 담긴 경치보다 파노라마를 그리듯 눈으로 따라가는 경관이 우리에게 편안함을 주고 또 감탄하게 했다. 영국인은 이곳에서 골프를 치고 낚시를 하고 피크닉을 즐긴다. 우리 일행도 먼 곳에서 단숨에 정원을 보고 위해 넘어왔지만, 이곳의 편안함을 더 느끼고 싶어 잔디밭에 모여 앉아 피크닉을 즐겼다. 바쁜 여행 일정에서 쉬어가는 여유가 마치 달콤하게 빠지는 낮잠 같았다. 정원 여행의 시간이 지날수록 카메라 셔터 횟수는 줄어드는 대신 우리는 정원 곳곳을 마음속으로 음미하며 새겼다.
양이 풀을 뜯고 파란 하늘에 구름이 떠다니는 목가적 영국 초원의 풍경이 산책을 즐겁게 한다.
연못과 언덕과 사이사이 보이는 다리와 모뉴먼트는 계획에 의해 조성된 작품이다.
자연스러움을 만들어내기 위한 계산들이 막상 그곳에 서 있을 때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다.
정원을 즐기는 문화이번 여행은 잘 조성되고 아름다운 꽃이 만발한 유럽의 정원을 돌아보는 견학에서 끝나지 않는다. 우리가 정원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정원에서 어떤 즐거움을 누려야 하는지 직접 경험한 문화 체험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문화가 없다면 정원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정원 안에서 문화는 중요한 부분이다. 해마다 대규모 가든 쇼를 하고 완성도 있는 정원을 만드는 것 못지않게 그곳에 서 있는 또는 머물러 있는 우리가 무엇을 하는가 하는 점이 더 중요하다. 이점에 대한 고민에서 정원이 발전하고 좋은 정원이 많이 생길 길이 열릴 것이다. 여행하며 이동하는 차 안에서 우리 일행은 그때그때 느낀 생각과 의견들을 서로 공유했다. 같은 시공간에서 같은 것을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과의 여행은 평생 잊지 못할 진한 추억이 된다. 여행을 함께한 사람들은 그때의 추억이 아쉬워 모임을 갖는다. 여행 중 일행 한 분이 이런 말을 한 게 기억에 남는다. “우리나라에선 꽃 심고 잔디 심고 관리하는 사람이 나이 지긋한 어른들인데, 유럽 정원에서 일하는 사람은 젊은 친구들이 많더라.” 그 대신 정원을 보러 온 사람들은 노인이나 아이와 함께 온 가족이 대부분이었다. 그룹을 지어 온 사람들은 몇 보이지 않았다. 우리가 정원을 만들고, 잘 만들어진 정원에 구경을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름답게 만들고 가꾼 자연에서 진정 그곳을 즐기는 여유가 좀 더 찾아오길 바란다.
도시 내 시티 팜과 공원의 정원에서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가지각색이다.
전원주택라이프 더 보기www.countryhome.co.kr
-
2019-01-09
-
-
[제주 철근콘크리트주택] 대지에 순응한 사다리꼴주택 제주 온평리 공방
-
-
대지에 순응한 사다리꼴주택
제주 온평리 공방
예산 범위 내에서 1층은 공방으로, 2층은 주거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건물. 건축주의 요구 사항은 간단했지만, 적은 예산으로 풀기엔 쉽지 않은 숙제였다. 1층 공방은 비누와 향초를 만드는 작업실과 여행객이 체험할 수 있는 공간, 그리고 좌식 공간으로 계획했다. 2층 주거 공간은 두 개의 방이 필요했지만, 설계하면서 멀리 풍경이 내다보이는 다락방을 추가해 손님방으로 쓸 수 있도록 했다.
글 이기태(이로재 이 도시건축 소장) | 사진 김종오 작가
<기사 전문 보기>
-
2019-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