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보기
-
-
【영국 정원】 낙엽 안개 눈 속을 걷다, Royal botanic gardens, KEW
-
-
의도하지 않았을 때 드러나는 멋에는 운치와 깊이가 있다. 인위적인 요소를 절제, 광활한 자연을 그대로 담아낸 영국의 Royal botanic gardens, KEW(큐 가든)은 나뭇잎이 다 저버린 겨울에도 안개와 눈으로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다채로운 식물의 보고이기에 존재자체로 의미 있는 영국의 큐 가든을 소개한다. 글 · 사진 서상신 영국 통신원 자료참고 Royal botanic gardens, www.kew.org
250여 년 전 작은 규모로 시작한 큐 가든은 현재 4만 여 종 이상 식물을 보유한 거대한 식물 박물관으로 성장했다.
큐 가든은 자연 그대로를 간직해 영국인들에게 오랫동안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정원이라 이름 붙인 곳의 알맞은 면적이란 어느 정도일까, 아니 우리가 쉽게 상상할 수 있을법한 정원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 그 답이 무엇이든, Royal botanic gardens, Kew(이하 큐 가든)는 그것을 뛰어넘는다. 넓이 120만㎡, 서울 면적의 약 1/6을 차지하는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큐 가든은 영국런던 서부에 위치한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곡선을 그리는 템즈강(River Thames)을 베개 삼아 비스듬하게 누운 축소된 영국 지형과 비슷하다. 면적만큼 놀라운 것은 가든의 역사와 가든이 보유한 식물 종류다. 1759년 조지 3세 어머니 오거스타 비를 기리고자 만든 자그마한 정원에서 시작해 현재 4만 여 종 이상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는 명실상부 세계 최대 식물원으로 거듭났다. 명성에 걸맞게 가든 속 호수와 온실 그리고 무수한 식물원과 미술관 등은 수많은 관광객의 발길을 붙든다. 그에 못지않은 것이 현지인들의 가든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다. 오랫동안 변함없는 영국인의 사랑을 받는 비결은 천편일률적이지 않고 편안하며 내추럴한 느낌때문일 것이다. 사람을 배려하되 그 누구도 정원의 주인공으로 두지 않는 것은 큐 가든을 모두에게 매력적인 장소로 만들어준다.
사람 발길을 벗어나는 대범함을 부린다면 곳곳에서 색다른 광경을 보게 되는데 동물도 그 중 하나다.
눈 속 호수에 백조와 오리가 주변에는 작은 새가 모습을 드러냈다.
향긋한 숲 내음에 운치를 더 하는 것은 안개다. 안개 자욱한 나무 샛길이 마치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시킨다.
거대한 식물 박물관을 걷다겨울은 정원을 감상하기에 좋은 계절이 아니다. 야외활동에 적절치 않은 추운 날씨도 그렇거니와 꽃이 피는 식물도 극히 드물뿐더러 대부분의 나무들이 보여주는 앙상한 가지는 처량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일반적 느낌은 큐 가든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정원을 들어서면서부터 코끝에 번진 향긋한 숲 속 향기는 어느 알록달록한 꽃보다도 발걸음을 후회하지 않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향긋한 숲 내음에 운치를 더하는 것은 안개다.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나무 샛길을 따라가다 보면 저 멀리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묘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혹 안개를 볼 수 없다고 해서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겨울 큐 가든의 절정은 설경에 갇힌 고요하고 낭만적인 수림에 있기 때문이다. 하얀 하늘 아래 앙상한 가지를 감춘 순결한 백색 나무들은 마치 다른 세상에 온 듯 신비로움을 선사한다. 다채로운 식물군을 보유한 덕분에 큐 가든의 모습은 색다르다. 가을의 흔적이 담긴 노랗고 붉은 잎들은 눈과 어울려 색다른 감흥을 만들어 낸다. 사방으로 고개를 돌려도 온통 하얀 세상은 보는 이마 저 하얗게 정화시킨다. 끝이 보이지 않는 백색 세상에서 길을 알려주는 것은 사람과 동물 발자국이다. 하지만 대범히 그 흔적에서 벗어난다면 누구에게도 오염되지 않은 숲 속을 탐험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적막한 세상에서 울리는 새 소리, 발아래 뽀드득 밟히는 눈 소리는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즐거움, 자연과 하나 됨을 선사한다.
Palm House는 빅토리아 시대 건축 구조를 그대로 지녀 역사적 가치도 높다.
큐 가든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Palm House 내부.
입구에서부터 습한 열기가 전해지는 Palm House에는 열대 우림 식물들로 가득하다.
4개 게이트로 연결된 볼 것 많은 호기심 천국단 하루 만에 꼼꼼하게 둘러보는 것은 무리다. 까닭에 출발 전 계획 후 이동하거나 취향에 맞는 일부 지역을 선택해서 천천히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입구를 기준으로 크게 4부분으로 구성되는데 Lion Gate, Victoria Gate, Main Gate 그리고 Brentford Gate가 그것이다. Lion Gate는 Pagoda탑과 큐 가든에서 가장 큰 규모의 Temperate House, Xstrata Treetop Walkway 그리고 Queen Charlotte's Cottage로의 이동을 수월하게 한다. 특히 Temperate House에는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16미터) Chilean wine palm이 자라고 있으며 새와 같은 높이(18미터)에서 큐 가든을 감상할 수 있는 Xstrata Treetop Walkway는 명소로 꼽힌다. 두 번째로 Victoria Gate로 들어서면 가든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Palm House와 연못, Princess of Wales Conservatory를 만날 수 있다. 열대 우림 식물들로 구성된 Palm House는 입구부터 습한 열기를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건물은 빅토리아 시대의 구조를 그대로 가지고 있어 역사적 가치도 높다. 나머지 Main Gate와 Brentford Gate는 템즈 강 인근에 위치해 수려한 강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가 된다.
연못 다리 위 사람들이 무언가를 찾아낸 모양이다. 큐 가든에는 예상치 못한 동식물이 등장해 감짝 놀라게 할 때가 많다.
전원주택라이프 더 보기www.countryhome.co.kr
-
2018-12-24
-
-
딸이 엄마·아빠에게 선물한 집, 청주 House IA
-
-
화려하지 않고 무게감 있는 집, 엄마·아빠가 꽃과 나무를 가꾸며 평생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집을 상상하며 설계했다. 대학에서 5년간 설계를 전공하고 2년째 시공사에서 일해서 그런지 설계하면서 가슴이 설레고 벅찼다. House IA. 엄마·아빠에게 선물하는 집이란 의미를 담아서 나의 이름을 넣은 것이다.글 이인아 | 사진 백홍기 기자※ 기사 하단에 이 주택과 관련된 인터뷰와 영상을 링크시켰습니다. 자세한 사항이 알고 싶으시면 영상을 클릭해 주세요.
HOUSE NOTEDATA위치 충북 청주시 서원구 남이면 청남로지역/지구 보전녹지지역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대지면적 607.00㎡(183.61평) 건축면적 104.94㎡(31.74평)건폐율 17.29%연면적 204.51㎡(61.86평) 지하 66.00㎡(19.96평) 1층 100.62㎡(30.43평) 2층 37.89㎡(11.46평)용적률 22.82%설계기간 2017년 10월~12월공사기간 2018년 2월~6월건축비용 4억 3천만 원(3.3㎡당 약 650만 원)토목공사유형 콘크리트옹벽, 식생토 및 기반시설토목공사비용 5천만 원설계 이인아 010-6333-4161시공 건축주 직영
“땅을 사기로 했어. 아파트 생활 그만하고, 이젠 전원에 집 짓고 살려고…….”어느 날 근무 중에 엄마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너무 뜬금없어 ‘엄마가 꿈꾼 얘기를 하나’, 대충 전화를 끊었다. 퇴근 후 엄마에게 전화하니 꿈 얘기가 아니었다.“아빠랑 일을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심심해서 전원주택단지에 들렀다가 땅 하나를 소개받았어. 날씨도 좋고 하늘도 예쁘고…, 소나무랑 땅이 너무 잘 어울려서 아빠랑 2시간 넘게 그 자리에 있다가 ‘우리 딸이랑 같이 꼭 들르겠다’하고 왔어.”그 주말에 청주의 외곽인 가좌리의 주택단지에 갔다가 나도 마음에 들어서 엄마·아빠의 대지 매입을 만류하지 않았다. 엄마의 말처럼 도심에선 볼 수 없는 예쁜 하늘에다 대지가 뒤의 웅장한 소나무 숲과 맞닿아 경치가 아름다웠고, 또 차로 10분 반경에 터미널과 대형마트, 병원 등이 있어 위치도 좋았기 때문이다. 그 후 엄마의 꿈이 집 짓고 꽃과 나무를 가꾸면서 사는 거였지만, 갑자기 계획에도 없던 집 짓기를 시작했다.
신발장과 화분 하나 정도만 배치할 수 있게 적절한 넓이로 계획한 현관
MATERIAL외부마감 지붕 - 페인트(노루표, 노출 우레탄방수) 벽 - 친환경큐블럭(두라스텍)내부마감 천장 - 친환경페인트(노루표), 실크벽지(LG하우시스) 벽 - 실크벽지(LG하우시스) 바닥 - 폴리싱타일(비안코), 강마루 아이리쉬화이트계단실 디딤판 - 38T고무나무 위 페인트(KCC) 난간 - 평철단열재 지붕 - 아이소핑크 250T 외단열 - 아이소핑크 100T 내단열 - 아이소핑크 30T 창호 KCC 창호현관문 단열강화도어조명 LED주방가구(싱크대) 주문 제작위생기구 대림바스, 아메리칸 스탠다드난방기구 콘덴싱 보일러(경동나비엔)
거실
풍경을 끌어들인 넓은 거실 창은 사선으로 처리해 리드미컬해 보인다.
파란 하늘과 정원, 푸르른 잔디가 있는 집대학에서 5년간 설계를 전공하고 2년째 건설사에서 일해서 그런지 집을 설계한다고 생각하니 두려움보다 설레고 벅찼다. 엄마·아빠의 성격, 퇴근 후 집 안에서의 움직임, 좋아하는 공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설계는 시간이 많이 필요한 작업인데, 직업상 야근이 잦다 보니 시간 쪼개기가 걱정스러웠다. 매일 같이 퇴근 후 근처 카페에서 도면을 그리고 수정하고, 또 수정하다 보니 가끔은 너무 피곤해서 스트레스와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했다.디테일한 방향을 설정하고 싶어서 엄마에게 어떤 집을 원하는지 물으면, “우리는 그냥 평생 꽃과 나무를 가꾸고 뒤에서 상추나 깻잎이나 따 먹으면서 그렇게 살고 싶어. 아파트 생활이랑 다른……. 아, 그리고 건축비 조금 들고 예쁜 집이면 좋겠어”라고 했다.
블랙&화이트 모던한 콘셉트로 계획한 주방은 불필요한 소품을 두지 않아 더욱 깔끔해 보인다. 한쪽 벽면에 포인트로 매립형 장식장을 냈다.
1층 안방은 아침에 눈 뜨면 침대에서 마당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세로로 긴 창을 냈다. 안방에선 이 창을 통해 손님을 맞이하기도 한다.
INTERIOR POINT! LG하우시스 지인의 프리미엄 친환경 벽지 ‘디아망’
파란 하늘과 정원, 푸르른 잔디가 있는 전원주택에는 입체적인 디자인과 친환경성을 모두 갖춘 LG하우시스 지인 벽지 ‘디아망’이 제격이다.‘디아망’은 LG하우시스 지인 벽지 라인업 중 최고급 라인으로, 기존 벽지 대비 제품 표면의 엠보싱 깊이가 최대 두 배 더 깊어 입체적인 패턴 구현하면서도 무게는 약 25% 줄여 시공 편의성까지 높였다. 피부에 닿는 표면층에 식물 유래 성분을 적용, ‘유럽섬유제품품질인증’ 1등급 및 국내 ‘환경표지인증’을 획득해 제품의 친환경성까지 갖춘 것이 특징이다. ‘유럽섬유제품품질인증’은 의류, 침구, 완구, 인테리어 자재 등 피부와 접촉이 일어나는 제품의 무해성 정도를 평가하는 것으로, 전체 4등급 중 최고 등급인 1등급은 만 3세 미만 유아의 피부가 접촉해도 안전한 제품에만 부여되는 엄격한 기준이다. ‘디아망’은 혁신적인 디자인과 친환경성을 인정받아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히는 ‘2018 IDEA 디자인상’ 홈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바 있다.
실내 분위기와 통일한 화장실. 별도 샤워실을 없애 공간 낭비를 줄였다.
계단은 깔끔하게 흰색 반광 수성페인트로 디딤판을 칠하고 철제 디딤판 받침을 곡선 처리해 거실 공간에 디자인 요소가 되도록 연출했다.
음식으로 치면 한식, 중식, 양식 중 하나만 고르면 거기에 맞는 맛집을 찾을 텐데, ‘아무거나’라는 대답 같아서 처음엔 조금 어려웠다. 하지만 엄마의 대답 속에서 ‘집을 소나무와 맞닿는 면에 근접 배치해 그 사이에 주방과 연결된 뒤뜰을 만들어 채소를 심고, 앞쪽엔 파란 하늘과 정원을 포함한 푸르른 잔디가 있는 집’을 상상했다.
엄마, 아빠의 작업실 겸 서재로 활용하는 2층 방
2층 자녀 방은 서재와 같이 디자인 요소로 계획한 천장 조명과 창이 눈에 띈다.
거실을 내려다볼 수 있는 2층 복도
자연환경과 잘 어우를 수 있는 집집을 설계할 때 시공비를 줄이고자 평면과 단면은 내부에 불필요한 공간을 줄이고 사선이 아닌 직선 형태로 계획했다. 예전 수업 시간에 교수님이 강조한 외부에서 보이는 예술적인 콘셉트를 도입한 겉멋 든 주택이 아닌 불필요한 공간을 배제한 짜임새 있고 활용성 있는 주택 설계를 떠올렸다. 이를 바탕으로 집을 디테일하게 설계하면서 다용도실, 복도, 계단, 현관 등 각 공간의 불필요한 면적을 없앴다. 일례로 현관의 경우 사이즈를 정하기 전에 엄마·아빠의 신발 사이즈와 보폭, 동선 등을 계산해 온전히 맞춤형 공간으로 계획했다.외관은 크기가 다른 2개의 사각형 매스를 만들어 형태를 잡고 ‘ㄱ’자로 연결해 밖으로 열린 집으로 구성했다. 엄마·아빠가 아파트가 아닌 새로운 전원 속의 집을 경험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마당의 잔디를 포함한 주변 환경을 집 안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실제로 폼 보드로 집을 만들고 뜯고를 반복했다. 처음에 구상한 외관이 흔한 사각형 형태라 매스가 단조로워 보일 수 있고, 뒤편의 키가 다른 소나무들과 조화롭게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국 사각형 매스에 사선을 사용한 삼각형 커튼월 프레임을 만들어 직선과 사선을 적절하게 조합했다. 사선을 사용하니 좀 더 역동적인 입면과 뒤편 키가 다른 소나무들과도 훨씬 조화로웠다.집은 남향이 아닌 실내에서 앞산과 하늘이 잘 보이는 방향으로 정하고, 소나무 숲 가까이 근접 배치해 그곳을 뒤뜰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또 집 안에서 뒷산의 소나무들을 조망하도록 가로로 긴 적당한 개구부를 냈다.
비대칭으로 조형미를 가미한 측면
외부에서 보면 코너에서 현관까지 사선 처리한 거실 창이 외관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출입구에서 현관에 이르는 계단을 한쪽 끝에 설치해 마당 면적을 최대한 넓히고, 출입구 가까이 주차장을 두어 주차하고 바로 진입하도록 계획했다. 출입구에서 현관에 이르는 동선은 자연적인 요소가 계속 등장해 지루하지 않다. 출입구에서 계단을 올라가면서는 소나무 뷰, 계단을 올라와서는 마당의 꽃과 나무가 연속돼 아파트와는 다른 자연의 가치를 충분히 누릴 수 있다.현관에 들어서자마자 거실을 배치하고, 이를 중심으로 동선을 분산했다. 거실과 정원을 포함한 주변 자연환경과 잘 어우를 수 있는 집에 중점을 두고, 동선을 포함함 모든 공간 배치나 디자인을 거실에서부터 연결한 것이다. 1층에 안방을 두어 거실과 주방으로의 접근성을 높이고 짧은 복도를 두어 프라이빗한 공간감을 부여했다. 또 복도 양 측면에 화장실과 팬트리를 두어 공간을 활용했다. 작업실은 안방과 동선을 분리시켜 2층에 배치해 ‘나만의 작업실’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2층은 조망권이 좋아 작업하면서 자연환경을 조망하도록 의도하기도 했다.
대문
외부에서 보면 코너에서 현관까지 사선 처리한 거실 창이 외관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추가
[철근콘크리트, ALC주택] 딸이 엄마 아빠에게 선물한 집 청주 House IA
전원주택라이프 더 보기www.countryhome.co.kr
-
2018-12-24
-
-
['18년 12월호 특집 1] 2018 대한민국신진건축사대상 수상작_무주 서림연가
-
-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 & 대한민국신진건축사대상 대상
‘숨기기’와 ‘보여주기’의 절묘한 줄타기,
서림연가
대지를 둘러싸고 있는 무주 구천동의 아름다운 풍광에 우리가 만든 건축물이 방해되지 않았으면 했다. 중정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계곡의 물소리가 들리고, 주변의 아름다운 산세山勢가 눈에 들어올 것이다.
글 강우현 건축가(아키후드 건축사사무소) | 사진 노경 작가
HOUSE NOTE
DATA
위치 전북 무주군 설천면 삼공리 282 서림연가
지역/지구 계획관리지역, 관광특구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
대지면적 2275.00㎡(688.18평)
건축면적 583.08㎡(176.38평)
건폐율 25.63%
연면적 583.08㎡(176.38평)
용적률 25.63%
설계기간 2016년 4월~2017년 3월
공사기간 2017년 4월~2018년 2월
설계 아키후드 건축사사무소 강우현, 강연진 02-6093-2253
www.archihood.com
시공 ㈜이에스 건설 010-9291-7780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노출콘크리트
벽 - 노출콘크리트
데크 - 방부목
내부마감
천장 - 석고보드 위 수성 페인트
벽 - 석고보드 위 수성 페인트
바닥 - 콘크리트 위 침투성 하드너
단열재
지붕 - 비드법 보온판 2종 2호
내단열 - 글라스울
창호 다담창호
현관문 제작
주요 조명 T5 LED
주방가구 제작
위생기구 아메리칸 스탠다드
난방기구 귀뚜라미 보일러
평면도
‘숨김.’
이 프로젝트를 설계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고 진행했던 화두는 ‘숨기기’였다.
“각각의 마당을 가지는 객실로 구성했으면 해요.”
우리를 처음 찾아온 건축주가 가장 먼저 이야기한 요구사항이었다. 간단한 미팅을 마친 후 방문한 대지에 섰을 때 처음 든 생각은 대지 주변의 모습이 너무나 다양하다는 것이었다. 북쪽은 울창하고 키가 큰 나무들, 수량이 풍부한 계곡, 그 뒤로 보이는 산까지 너무나 완벽했다. 하지만 그 외의 삼면은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그리 내세울 만한 모습은 아니었다. 그 대신 멀리 바라보이는 산세와 하늘만은 이곳에 머물 만한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어 보였다. 자신들만의 독립된 공간이 필요한 객실과 그리 아름답지 않은 근경의 조합을 고려해 보니, 이 공간의 해답은 ‘숨기기’와 ‘보여주기’의 절묘한 줄타기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
자연환경에 둘러싸인 서림연가 펜션
객실로 들어가는 입구는 거대한 콘크리트 벽만 보여 색다른 느낌을 준다.
이곳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 처음 들어올 때부터 하나의 거대한 콘크리트 벽만 보일 뿐 어느 곳이 입구인지 한눈에 알기는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초조함과 불안감은 벽을 돌아 수정원 앞에 선 순간, 깊은 감동으로 돌아올 거라고 예상한다.
넓은 창에 의해 야외 느낌을 담은 침실은 높은 벽으로 외부 시선을 철저하게 차단했다.
서림연가는 어디에나 자연을 품은 중정을 뒀다.
풍경은 끌어들이고 외부 시선은 차단한 욕실
대지의 형상을 따라 배치된 객실들도 자연이 그려낸 풍경 앞에 배경이 되는 벽들만 보일 뿐 어디가 방인지 겉에서는 짐작하기 어렵다. 그나마 그 벽들도 일부는 땅속에 묻혀 그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지 않는다. 객실로 들어가는 길마저도 최대한 좁고 길게 만들어 손님들은 객실에 들어가서야 그들만의 공간을 제대로 볼 수 있다.
객실 평면도
중정 입구
하늘이 열린 객실 중정에서 본 식당과 거실
벽만 보여 폐쇄적인 느낌으로 가득한 진입로를 지나 객실 내부로 들어선 순간 새로운 세상이 반긴다.
서림연가는 대지 형상에 따라 배치해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룬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간은 땅의 높낮이, 벽들의 높이차와 틈새, 공간의 각도를 각각의 상황에 맞게 변화시켜 각 방에서 모두 다른 풍경을 바라보게 된다. 특히 조그만 중정을 통해 들어오는 계곡의 물소리와 산새의 지저귐, 떨어지는 빗물 등은 이곳에 머물게 될 사람들의 마음을 평화롭게 만들어줄 것이다.
서림연가의 중심에 건물과 건물을 연결하는 정원이 있다.
무주 구천동은 예로부터 첩첩산중에 세상과 멀리 동떨어진 오지로 유명한 지역이었다. 도시에서 떠나와 이곳 서림연가에 도착한 이들은 자연 속에 숨겨진 그들만의 공간에 들어가, 잠시나마 복잡한 세상으로부터 숨어서 진정한 여유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외부 객실 진입로
위에서 본 객실 전경
-
2018-12-24
-
-
['18년 12월호 특집 2] 2018 한국건축문화대상 수상작_김해 스틸그로브
-
-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
대나무 숲을 닮은
김해 스틸그로브Steel Grove
전통 한옥의 외부 공간을 앞마당과 중정, 뒷마당 등으로 재구성했다. 이 마당들은 각각의 실과 접해 채광과 환기, 또 주차장으로 기능하면서도 거주자에게 다양한 공간감을 제공한다. 건물과 일체화해 외부에 둘러싸인 높은 외벽은 주택의 프라이버시를 확보해주고, 그중 남측 벽은 스테인리스 파이프를 수직으로 숲처럼 빽빽하게 만들어, 높은 외벽의 거부감을 상쇄시키면서도 벽과 같은 역할을 하면서, 채광과 환기, 그리고 일조량에 따른 그림자의 강약이 앞마당에 다양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글 이주형 건축가(㈜에이알에이건축사사무소) | 사진 segrio pirrone 작가
HOUSE NOTE
DATA
위치 경남 김해시 동상동
지역/지구 제2종 일반주거지역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
대지면적 343.00㎡(103.75평)
건축면적 181.57㎡(54.92평)
건폐율 52.94%
연면적 279.99㎡(84.69평)
용적률 81.63%
규모 지상 2층
설계기간 2016년 7월∼11월
공사기간 2016년 12월∼2017년 5월
설계 감리 ㈜에이알에이건축사사무소 www.ar-a.kr
설계 이주형, 강신일
구조설계 단구조
전기설계 H&T
인테리어 Mise & louis
시공 건축주 직영
MATERIAL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 모노브릭, sto
내부마감 수입벽지, 수성페인트, 대리석, 원목마루
배치도정면도우측면도
‘스틸그로브’는 대학생 두 자녀를 둔 부부가 평생 살 집이다. 설계 단계에서 건축주의 요청 사항은 집 내부에 2대의 주차 공간과 정원, 그리고 개인의 독립된 욕실과 드레스룸 정도로 아주 단순했다. 대지는 전형적인 주거 밀집 지역에 위치해 있다.
1층 평면도
거실 뒤 계단실에서 바라본 주방/식당과 중정
구성_다양한 형태와 기능의 외부 공간
스틸그로브는 한국 전통 한옥의 외부 공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한국의 전통 가옥에서 앞마당, 뒷마당, 툇마루, 대청마루 같은 다양한 외부 공간이 집 전체를 감싸며 다양한 기능을 해왔다. 현대 한국 주거 형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아파트는 삶을 기능적으로 해결해 정형화된 형태로 보급하지만, 이 기능적인 구조의 아파트가 절대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 외부 공간이다.
스틸그로브는 다양한 외부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외부 공간은 서로 소통하고 각각의 내부 공간과 매치됨에 있어 매번 다른 기능을 한다. 대문을 열면 현관까지 지붕만 뚫려있는 돌마당, 현관과 식당 사이에 둔 중정, 이 중정은 또한 앞마당 거실 중정 그리고 주방 뒷마당을 잇는다. 앞마당은 2층 데크 공간과 연계된다.
거실 양 옆으로 중정과 후정을 배치해 자연 속에 사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대나무 숲을 형상화한 스틸그로브는 시각적인 프라이버시 보호 역할과 함께 햇살을 그대로 통과시켜 밝은 분위기에 아늑함까지 더한다.
거실 뒤편이자 후정 옆에 서재를 배치했다.
남쪽 정원은 집의 주요 구성요소다. 건축주가 한번 편찮으셨는데 그때 꽃과 나무를 관리하고 애정이 생겨 남쪽 정원을 마당이 아닌 정원으로 만들고 거실과 안방에서 항상 접근하게 됐다. 스틸그로브는 대부분의 외부 공간이 집 내부에 있고 집 안에서 기능하지만, 남쪽 파사드와 그 안의 정원은 동네와 소통한다.
중정은 거실, 주방/식당에서 언제든 둘러볼 수 있다.
동네 가로와 새로운 관계 맺기
4차선 도로에서 건물의 남쪽 면이 바로 노출된다. 프라이버시를 확보하기 위해 개구부를 최소화해야 하며, 소통하려면 개구부를 크게 혹은 많이 만들어야 한다. 이 두 가지 특성이 함께하는 것은 모순이다. 스틸그로브의 남쪽 입면은 이 모순을 역설로 바꾼다.
많은 스터디를 통해 외부로부터 시야는 차단하면서 내부로 빛과 바람을 유입할 수 있는 스테인리스 파이프 스크린을 계획하고, 마치 대나무 숲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 이를 스틸그로브라고 불렀다. 사용된 스테인리스 파이프는 네 종류인데 여러 번의 샘플 제작을 통해 시야를 적절히 차단하면서 가장 안정적인 형태를 찾았다.
안방과 전용 욕실. 화이트를 바탕으로 무채색을 사용해 깔끔한 인테리어를 지향했다.
스틸그로브는 단순히 주거환경과 프라이버시의 동시 해결 이상으로, 동네의 가로와 새로운 관계를 맺으려 시도한다. 해가 있을 때, 어두운 집 안 앞의 스틸 파이프들이 가로의 입면을 형성하는 동시에 집 안에서 안정된 외부 공간을 제공한다. 해가 졌을 때, 집 안의 조명들이 스틸파이프 사이로 새며 낮과 다른 입면을 동네에 보여준다.
2층 평면도2층 복도
2층 침실
지역 역사와의 관계
대지의 특성상 신축공사를 위해 문화재 발굴조사가 필요한 곳이었다. 시험 발굴 첫째 날 대상지 내에서 조선시대 석축 일부분이 발견됐으며, 발굴을 완료했을 때 대지의 1/2이 조선시대 성곽의 일부분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우리는 성곽의 의미에 대하여 생각해 볼 기회를 가졌고, 성곽이 가지고 있는 ‘보호’의 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한 한 시대 ‘기술 결정체’의 의미를 스틸그로브에 적용했다.
2층에서 바라본 중정과 후정
후정은 스틸그로브로 인해 아늑하면서도 갤러리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주도로와 통하는 곳에 대형 문을 설치해 그림 같은 착시효과를 준다.
조선시대 김해읍성은 마을이라는 공동체를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스틸그로브의 담장은 보호의 기능을 친밀한 관계로 접근한다. 김해읍성이 전쟁으로부터 공동체를 보호했다면, 스틸그로브 담장은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가족을 보호한다.
우리는 경력을 쌓는 동안 많은 시공자를 만났다. 운이 좋게 장인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의 골조팀과 금속팀을 만났다. 김해읍성이 한 시대의 기술의 집성이었다면, 스틸그로브는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시공 기술의 결정체다. 우리와 함께한 시공팀들이 있었기에 스틸그로브의 디테일이 가능했다.
주택의 한쪽 벽면을 통째로 장식한 스틸그로브
-
2018-12-24
-
-
['18년 12월호 특집 3] 2018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 수상작_원주 서향각
-
-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 대상
책 향기 그윽한
원주 서향각書香閣
서향각은 일조 확보가 유리한 방향으로 집을 배치하고, 일사에 대응하기 위해 처마 길이를 충분히 확보하고, 전원의 장점을 살린 대청마루 형식의 반 외부 거실을 구성했다. 자칫 습하고 어두울 수 있는 집의 배면은 지붕을 투명하게 설치해 채광은 물론 심리적으로도 밝은 일종의 뒷마당으로 구성해 활용성을 높였다.
글 원계연 건축사(스튜디오더원 대표) | 사진 박완순 작가
HOUSE NOTE
DATA
위치 강원 원주시 판부면 서곡리
용도 단독주택
건축구조 경량 목구조
대지면적 438.00㎡(132.49평)
건축면적 147.50㎡(44.61평)
건폐율 33.68%
연면적 126.40㎡(38.23평)
용적률 28.86%
규모 지상 1층
주차 1대
높이 4.4m
설계기간 2016년 1월~2017년 2월
공사기간 2017년 3월~7월
설계 스튜디오더원 원계연 070-4416-1005
시공 김민수, 김민기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0.7T 징크
벽 - 시멘트 사이딩
데크 - 콘크리트노출, 타일
내부마감
천장 - 12T 레드파인
벽 - 12T 레드파인
바닥 - 강마루, 한지, 타일
평면도지붕 평면도
“여름방학이면 놀러 갔던 할머님댁의 대청마루가 없었다면, 우리는 국문과에 가지 않았을 거예요. 장마철 높은 습도에 세상 모든 게 눅눅해져 책을 보려고 엎드리면 살이 쩍쩍 달라붙던 대청마루에 대해 재미있게도 우린 같은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설계 초기 단계에서 건축주 부부가 풀어놓은 이야기다.
같은 학교 국문과 동기인 부부는 아파트에서 더는 살 수 없다며, 바람이 잘 통하고 햇볕이 잘 드는 그리고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 살겠다고 찾아왔다. 부부의 꿈 중 하나는 본인들이 사는 동네에서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는 것이라고 했다. 비록 경제적 여건에다 ‘너희들이 가지고 있는 책이 모든 사람에게 의미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주위의 핀잔에 작은 도서관에 대한 부부의 의지는 많이 사라졌지만, 작업 기간 내내 그 꿈의 씨앗을 품었다.
어린 시절 시골집의 추억을 되살린 대청마루. 대청에서 본 주택 마당과 후정 모습.
반 외부적 공간들이 만드는 다양한 가능성과 공간감
신축과 리모델링을 모두 염두에 두고 여러 곳의 땅과 집을 함께 보러 다녔고, 부부에게 제격인 땅이 나타나 1년여간 설계를 진행했다.
살림집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햇빛이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향으로 집을 앉히고, 마당을 최대한 확보하고자 자동차는 집 밖으로 내보냈다. 부부의 바람대로 아파트처럼 커다란 거실보다 여러 사람이 머무르며 차를 마시고 책을 보고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또한 부부 삶의 일부인 책을 수납할 수 있도록 곳곳에 책장을 디자인했다.
대청에서 본 서재. 책장 중간에 가로로 긴 창이 액자처럼 자연의 풍경을 담아낸다.
마당에서 본 서재. 왼쪽에 대청이 보인다. 정면에 보이는 창 뒤로 아궁이가 있다.
서재는 모든 문을 열면 대청과 마당이 하나가 되는 외부 공간이 된다.
집의 규모와 텃밭 가꾸기를 꿈꾸는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외부에 신발을 신고 사용할 수 있는 손님용 화장실을 두고, 일사 조절과 외부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위해 가능한 만큼 처마를 내밀고, 대청과 별채의 아궁이 주변 등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반 외부적인 공간으로 구성했다.
지붕이 덮고 있는 전체 면적이 60평에 조금 못 미치고, 벽이 둘러쳐진 실내 공간이 30평이 조금 넘으니 집의 절반이 외부 공간인 셈이다. 단독주택, 특히 시골집에서 이런 반 외부적인 공간들이 만들어주는 다양한 가능성과 공간감은 내부 지향적이고 실내 면적에 집착하는 현대의 일반적인 집합 주거에서 잃어가고 있는 중요한 것들이다. 이러한 공간들을 회복해 이 땅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잘 살리려고 노력했다.
중문을 설치해 공간의 활용성을 높인 침실. 문 뒤로 드레스룸과 욕실이 있다.
작은 도서관을 갖는 게 꿈인 부부의 바람대로 주택 뒤편 벽면을 따라 책장을 만들었다.
은은하고 밝은 색감의 홍송으로 꾸민 실내에 짙은 색감의 원목 가구로 포인트를 넣어 분위기 반전을 보여준다.
식당
집을 길게 늘어뜨린 배치와 건축물 전체의 50% 가까이 되는 반 외부의 지붕 아래 공간들이 주변의 자연을 집으로 끌어들이고 실내를 외부로 확장해 풍부한 공간을 만들어냈다. 채광과 환기도 유리해지고, 그것이 이 집을 구성하는 가장 큰 장점이다.
1년 8개월간의 여정이 끝나갈 무렵 부부의 책들이 먼저 입주하기 시작했으며, 이 집을 방문한 첫 손님은 글짓기를 하는 부부의 중학생 제자들이 됐다. 서향각書香閣이라는 이름에 배어있듯 이 집의 팔자가 아닐까.
주택 측면 모습
지붕 아래 외부 공간을 차지하는 면적이 절반 정도다. 외부 공간이 많은 시골집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한 서향각은 실내 공간에 다양한 가능성과 공간감을 구현했다.
서향각의 기술적인 부분들
기초콘크리트 위에 방수 시트를 설치해 바닥으로부터 습기를 원천 차단하고, 벽체와 지붕에 통기층(벤트 등)을 확보했다. 바닥 단열재 역시 법규에서 요구하는 성능 이상의 것을 건물 내측(방수 시트 상부)에 설치하고, L형 앵커 역시 스테인리스 제품을 사용해 콜드 브릿지 등의 열교가 생기지 않도록 설계했다. 벽체 내부에 38㎜ 설비층을 구성하고, 외부에 노출 콘센트 등을 설치해 전선관과 스위치 박스 등으로 인한 단열층 파괴를 최소화했다.
지진하중과 풍하중에 대응해 건축물의 성능을 높여주는 철물들을 충분히 설치해 내구성을 높이고, 목조주택의 고질적인 문제인 욕실 등의 방수층 파괴에 대응하기 위해 콘크리트 기초에 방수턱 형성은 물론 목구조 벽체 내측에 벽돌을 한 켜 더 쌓아 방수 내구성을 높였다.
마당에서 본 대청마루와 서재
서재 뒤편에 있는 아궁이. 지붕을 투명하게 시공해 채광이 좋다.
세월이 더 지나 보아야 정확한 데이터가 나오겠지만, 부부가 1년 이상 거주하는 동안 수시로 드나들어 집의 성능을 체크해 본 결과 결로나 틈새바람, 누수 등의 기본적인 결함이 없고, 단열 성능도 훌륭한 것으로 확인됐다. 목구조의 장점을 살린 기본에 충실한 설계가 성실한 시공으로 잘 구현됐다고 본다.
원계연 건축사(studiothewon 대표)
강원도 나고 자란 강원도 토박이다. 강원대학교 건축학부 졸업 후 건축 포럼과 스튜디오어싸일럼에서 실무를 수련했다. 현재는 고향인 강원도 원주에서 studiothewon을 운영하고 있으며, 우리 삶에 켜켜이 쌓여가는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하고 있다.
-
2018-12-24
-
-
['18년 12월호 특집 4] 2018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 수상작_은평 채효당
-
-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 본상
작지만 큰 집,
일상의 한옥 채효당采孝堂
한옥은 무엇으로 남을 것인가. 특별한 건축이 되어버린 한옥이 은평한옥마을에서 가장 작은 135.00㎡(40.83평)의 대지에 2층 한옥을 통해 우리 삶에 일상의 건축으로 자기 몫을 할 수 있게 계획했다.
글 김장권 건축가(북촌 HRC 대표) | 사진 북촌 HRC
HOUSE NOTE
DATA
위치 서울 은평구 진관길
지역/지구 제1종 전용주거지역, 제1종 지구단위계획구역
건축구조 지하 - 철근콘크리트조, 지상 - 한식 목구조
토목공사유형 오픈 컷
※ 지반을 지표면으로부터 굴착해 굴착면이 노출된 상태에서 구조물을 시공하는 방법. 오픈 컷 공법 또는 개굴식 공법
대지면적 135.00㎡(40.83평)
건축면적 67.47㎡(20.40평)
건폐율 49.98%
연면적 143.49㎡(43.40평)
지하 37.94㎡(11.47평)
1층 68.42㎡(20.69평)
2층 37.13㎡(11.23평)
용적률 78.19%
설계기간 2016년 2월~10월
공사기간 2016년 10월~2017년 11월
설계 북촌HRC, 건축사사무소 서림 02-742-5042
http://myhrc.co.kr
시공 북촌HRC 02-742-5042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한식 그을림 기와
벽 - 회벽마감
마당 - 마사토 마감
내부마감
천장 - 연등천장, 전통 한지
벽 - 전통 한지
바닥 - 원목마루, 마모륨
계단실 디딤판 - 집성목
단열재
지붕 - 로이단열재
벽 - 글라스울
내단열 - 글라스울
창호 외부 - 한식 시스템창호, 내부 - 한식 창호
주방가구 한샘
위생기구 대림바스
난방기구 가스보일러(린나이)
배치도
일상의 한옥
‘채효당’은 작은 대지에서 꿈꿀 수 없었던 전통 한옥의 채 나눔에 의한 공간 구분과 기능 역할을 중층 한옥으로 가능하게 했다. 지하층은 가족의 화합과 다양한 모임과 쓰임을 할 수 있는 별채 기능으로, 1층은 안방과 자녀 방, 주방, 대청 등 안채의 기능으로, 2층은 서재와 손님방, 소청 등 아버지가 사용하는 사랑채 기능으로 계획했다. 마을 만들기와 도시 재생에서 추상의 가치를 시각적 가치로 형상화하는 일인 건축에서 협소 한옥을 통해 한옥의 역할과 쓰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지하 평면도지하층은 가족이나 지인들과의 모임, 취미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도록 계획했다.
잃어버린 것을 회수하는 건축
공간 민주주의와 빈부 차이에 의한 공간의 상대적 박탈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본의 가치가 아닌 정주의 주거 공간으로, 일상생활에서 우리다운 문화와 그것을 통한 한옥의 가변적 공간적 특징에서 탄생되는 문화적 성취감으로, 그리고 우리가 들어가지 않았던 빈집, 버려두고 방치해 흔적만 남아있는 집, 과거의 발자국 같은 모습이 아닌 주거 공간의 기능과 적층된 삶의 방식 회수를 위해 공간 기능의 분해가 아닌 가변적 요소의 특징 극대화를 위한 칸의 깊이와 가림과 단절을 통해 형태뿐만이 아닌 공간들이 유연하게 쓰이도록 계획했다. 또한 가림과 소통의 기능을 지닌 문과 공간의 독립성을 주는 벽을 통해 사람의 삶이 다양하고 풍요로운 좋은 집이 되도록 계획했다.
1층 평면도
대청에서 안방을 본 모습. 천장 장선에 조명을 매립해 불빛이 은은하다. 계단은 오른쪽 문 뒤에 있다.
주방과 식당은 한 공간에 있다. 식당에서 또는 문 너머 마루에 걸터앉아 후정을 감상할 수 있다.
안방
2층 평면도
2층에 있는 소청과 서재에서 방을 바라본 모습
서재에는 독서나 잠시 누워서 쉴 수 있도록 침상을 설치했다.
서재와 소청은 미닫이문으로 경계를 나눈다. 오른쪽 문 뒤에 계단실이 있다.
오래되었지만, 늙지 않는 집
채효당은 과거의 기억인 오래된 한옥 구법構法으로 작업했다. 하지만, 현재와 미래도 여전히 유효한 공간으로 오래된 집이 가지고 있는 축적됨과 자기성찰을 통한 낮춤과 작음, 겸손과 의연함을 갖추도록 크기와 높이가 아닌 적층된 깊이의 켜를 통해 한옥의 품격을 유지하며 다양한 수납과 형태로 시대성을 담아 표현하려 했다. 침상, 계단, 2층 간이 주방, 계단실 위 수납, 복도, 화장실, 지하실 채광 등.
침상에서 본 조경
2층 방
동쪽 측면에 설치한 대문
아담한 마당은 관리하기 편하게 마사토를 깔아 깔끔하게 계획하고 담장을 따라 아기자기한 정원을 만들었다.
식당에서 본 담장 정원. 절구를 향해 뛰어오른 물고기가 앙증맞다.
외부 전경
-
2018-12-24
-
-
[HOME PLAN] 작은 집을 짓자
-
-
작은 집을 짓자
작은 집의 지향점은 사용자에게 맞는 공간을 계획해 경제적인 비용으로 건축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특별하거나 비싼 재료 대신 철재와 스타코(+오염 방지 코팅)를 바탕으로 일부에만 목재를 적용했다.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국민주택 규모 이하의 집은 잘 짜인 퍼즐과도 같기 때문에 비교적 빠르게 결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검소한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에게 잘 짜인 옷과 같은 공간이 될 것이다.
글 김동희(건축사사무소 KDDH 소장)
좌측 배면우측 배면우측 전면
HOUSE PLAN
건축면적 53.20㎡(16.09평)
연면적 85.00㎡(25.71평)
1층 53.20㎡(16.09평)
2층 31.80㎡(9.62평)
가로 9.6m, 세로 5.6m인 건축면적 53.20㎡(16.09평), 연면적 85.00㎡(25.71평) 규모의 작은 복층 집이다.
현관으로 들어오면 거실과 주방, 계단이 한눈에 보인다. 현관에서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이 바로 연결된다는 것은 그만큼 집이 작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주방 옆에 연결한 다용도실을 주차장과 가깝게 배치했다. 주차장과 다용도실의 동선이 가까우면 식자재를 운반할 때 편리하다.
다른 실보다 낮아도 되는 다용도실의 상부에 해당하는 2층 계단 바로 앞에 작은 침실을 배치하고, 몇 단을 올라간 곳에 나머지 실들을 배치함으로써 1층 거실과 주방의 층고를 확보했다. 계단이 끝나는 지점 옆면에 작은 화장실이 있고, 계단 맞은편에 별도의 화장실로 연결한 안방이 있다. 안방 화장실은 발코니와 연결된 큰 창을 만들어 환기와 채광에 유리한 공간으로 계획했다. 안방에서 거실 반대쪽으로 발코니를 배치해 시야를 열어줬다.
1층과 2층이 어긋난 부분이 1층 상부의 열린 공간이다. 즉, 1층에 층고가 높은 거실을 만들 수 있다.
-
2018-12-24
-
-
[HOME & GARDEN] 아름다운 정원 조경 레시피 85 ⑥
-
-
요즘 들어 건물은 작고 아담해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대지 전체에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조금 크기를 줄여서 작게 짓고 그만큼 녹음을 배치한다. 일본식 다실茶室에서 엿볼 수 있는 가치관과 비슷한 것 같다. 다실은 차를 끓여서 손님을 대접하기 위한 장소지만 건물은 매우 소박하다. 그러나 반드시 노지(다실의 정원)를 조성하고, 식재하는 수목도 최대한 자연스러운 산의 정취를 해치지 않는 것이 사용된다. 그런 일본의 미의식을 주택에 표현해나가고 싶다.
우쓰노미야宇都宮의 집(도치기현)
설계: 유쿠칸 설계실시공: 와타나베 건공대지면적: 190.90㎡(57.74평)
건축면적: 73.67㎡(22.28평)
‘우리 집은 정원을 만들 만큼 넓지 않아서’라는 말을 자주 듣는데, 0.5평의 공간만 있으면 정원을 만들 수 있다. 한정된 대지에 넓은 정원을 만들지 않아도 집을 조금 작게 짓거나 토지 형태에서 건물을 살짝 돌려서 배치하는 등 공간을 만들어 그곳에 식재하는 것만으로도 주택에 충분히 매력이 더해진다. 건축가 다카노 야스미쓰高野保光 씨가 설계한「우쓰노미야의 집」은 대지에 비해 집을 조금 작게 지어 내부와 외부에 정원을 조성하도록 설계되었다. 건물의 정면을 비스듬히 살짝 틀어서 자연스럽게 공간을 만들어 진입로에 녹음을 더해준 점도 “역시 대단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 주택은 대지가 도로보다 60~70㎝ 높은 위치에 있어서 이전에는 도로나 주차장에서 올려다보도록 건물이 지어져 있었다. 다카노 씨는 그것을 도로에서 진입로와 정원이 자연스러운 라인으로 연결되도록 옹벽의 일부를 철거하고, 현관 안에도 단차를 주어 대지 내에 큰 단차가 생기지 않도록 하면서도 도로와의 높낮이 차이를 해결했다.
현관부터 연결되는 창문은 거실 소파에 앉았을 때의 눈높이에도 맞춰져 있어 자연스럽게 중정으로 시선이 향한다.
현관에서 중정이 보인다. 오른쪽으로 줄기가 향하도록 하여 동선을 유도하고 있다.
본 원고는 일본에서 조경 디자인 전문가로
활동하는 오기노 도시야 씨가 지은
《아름다운 정원 조경 레시피 85》의 일부분을
한스미디어 출판사 제공으로 게재한 것입니다.
한스미디어 02-707-0337
www.hansmedia.com
-
2018-12-24
-
-
[눈에 띄네] 드라마 ‘남자친구’에 사용된 바닥재, 강마루 ‘세라 쉐브론’
-
-
드라마 ‘남자친구’에 사용된 바닥재, 강마루 ‘세라 쉐브론’
바닥은 집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밑바탕 역할을 한다. 그래서 드라마 세트장 인테리어를 할 때 바닥재도 놓치지 않고 신경을 쓴다. 한 편의 드라마에서 사용한 바닥재에 대해 살펴봤다.
글 최은지 기자
자료협조 이건산업㈜ 1522-1271 www.eagonstore.com
박보검, 송혜교가 출연하는 수목드라마 ‘남자친구’에 사용한 바닥재가 눈에 띈다. 거실에 이건산업㈜이 기존 헤링본 패턴을 업그레이드해 쉐브론 패턴으로 출시한 강마루 ‘세라 쉐브론SERA Chevron’을 사용했다.
쉐브론은 갈매기형, V자 문양을 뜻하는 프랑스어로 모서리 부분이 사선으로 가공돼 시공할 때 갈매기 모양을 띠는 패턴을 말한다. 헤링본은 시공할 때 90도 각도를 이루지만, 쉐브론은 60도 각도를 이뤄 볼륨감과 깊이감을 더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마루의 폭과 길이는 국내 주거 공간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최적의 비율인 1:5 비율로 디자인했고, 쉐브론 전용 생산설비로 마루를 시공할 때 틈이 엇갈리거나 벌어지는 문제를 최소화했다.
이건마루 카라 쉐브론 옐로우
강마루 세라 쉐브론 바닥재는 두 가지 타입이 있다. 눌림과 긁힘에 강한 ‘세라 쉐브론’과 색상 고유의 농담을 자연스럽게 표현한 ‘세라 블렌딩 쉐브론SERA Blending Chevron’이 있다. 색상은 각각 N.오크, 코지그레이 등 총 13종과 헤이즈 화이트 등 총 3종 가운데 고를 수 있다.
이건마루는 강마루 ‘세라 쉐브론(프렌치 헤링본)’을 선보이면서 마루의 종류에 상관없이 쉐브론 패턴 시공이 가능한 ‘쉐브론 라인업’도 만들었다. 이건마루는 “어떤 마루 소재를 선택하든 쉐브론 패턴으로 마루 시공이 가능해져 소비자들이 모던 프렌치 스타일 등 다양한 인테리어를 구현하고 싶을 때 마루 선택과 시공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
2018-12-24
-
-
['18년 12월호 특집 5] 2018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 수상작_강릉 한참봉 고택
-
-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 본상
되살아난 고택,
강릉 한참봉 고택
고택이 지닌 가치를 찾아 남기고[보존], 잊혀진 기억을 되살리며[복원], 기존의 상처를 아우르고[보수], 현대 삶을 담기 위한 공간의 확장[증축] 과정은 옛 건물을 새로운 가치로 재탄생시킨다는 의미에서 근자에 건축에서 회자되는 재생건축과 같은 맥락을 걷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건축물이 완성되기 위해 설계자와 시공자 그리고 건축주, 이 3자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 작업을 통해서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글 안경호 건축가(㈜도시건축사사무소) | 사진 조신형 작가
HOUSE NOTE
DATA
위치 강원 강릉시 담산동
지역/지구 계획관리지역
건축구조 전통 한식韓式 목구조
대지면적 1979㎡(598.64평)
건축면적 230.86㎡(69.83평)
건폐율 11.66%
연면적 230.86㎡(69.83평)
용적률 11.66%
설계기간 2015년 8월~2016년 3월
공사기간 2016년 3월~2017년 9월
건축비용 10억 원(3.3㎡당 1,430만 원)
토목공사유형 콘크리트 옹벽 및 자연석 석축
토목공사비용 1억 원
설계 ㈜도시건축사사무소 안경호 063-714-3211
시공 ㈜고진티엔시 대표 강석목 031-978-0663
http://gojintnc.co.kr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한식 그을림 기와 중와(고령기와)
벽 - 전통 한식 흙벽 위 회벽 바르기
내부마감
천장 - 한지
벽 - 한지
바닥 - 한식 장판지 마감 외
단열재 열반사 단열재
창호 한식 창호(소목장 제작)
주방가구 자체 제작
위생기구 EL223. 절수형 양변기 외(대림비엔코)
난방기구 가스보일러(귀뚜라미) 및 재례식 구들 난방
배치도
고택, 사라질 위기에 처하다
강릉은 우리나라 전통 가옥이 많이 남아 있는 지역 중 하나다. 선교장을 중심으로 한 북촌과 남진용 가옥, 정의윤 가옥 등을 중심으로 한 남촌에 다수의 전통 가옥이 현존하고 있다. 이들 전통 가옥은 역사적, 학술적,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문화재로 지정돼 보존·관리되고 있다.
한참봉 고택은 강릉의 남촌인 담산동에 위치한다. 참봉 벼슬을 지낸 고故 한기직 공께서(건축주의 증조부) 1916년 사랑채를 건립했고, 이후 1936년 안채를 건립했다. 100년이란 세월을 견디며 4대에 걸친 한 가족의 역사와 함께했던 고택은 원주-강릉 철도건설사업으로 불가피하게 토지 및 건물이 수용되어 사라질 위기였으나, 다행히 인근으로 이축돼 보존됐다.
증축, 이전한 사랑채 정면과 측면 모습
수리 전 사랑채 모습
첫 만남, 기억을 되살리다
안채와 사랑채 그리고 곳간과 행랑채 등 부속 시설을 하나로 결합한 튼 ‘□’자 형태의 평면이 화려하진 않지만, 당당하고 짜임새 있는 구조였다. 하지만 수용을 앞둔 고택은 관리 부재로 급속도로 훼손이 진행되고 있었으며, 특히 주변 수목의 침범과 지의류 번식은 양명해야 할 가옥에 음습함을 더했다.
추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안채의 평면계획(양통형 겹집 구조) 및 사랑방과 사우를 통합한 사랑채, 그리고 각 실 천장에 설치한 고미반자는 강릉지역 건축의 특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또한 사랑채 분합문 상부의 머름청판 조각 형식과 각종 창호의 철물 장식 사용은 근대 한옥의 특징을 보여줬다.
강릉지역의 건축적 특징을 간직하고 있는 본 건물은 주변에 문화재로 지정된 건물에 비해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판단했다. 한번 해체하면 그 원형에 대한 기억은 사라지기에 그 흔적을 남기기 위한 정밀 실측을 병행하기로 건축주와 뜻을 같이했다.
사랑채 내부
한참봉 고택은 분합문 상부의 머름청판 조각 형식, 각종 창호의 철물장식 사용 등 근대 한옥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평면도
부지의 선정
기존 고택의 좌향은 동쪽의 낮은 구릉을 등지고 백두대간의 망덕봉과 칠성대를 바라보는 서남향으로 자리했다. 고택이 자리한 모산茅山은 강릉의 대표적인 양반마을이며, 인근에 위치한 건축주의 선영先塋은 새로운 부지를 선정하는데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기존 부지에서 남쪽으로 약 120m 떨어진 곳에 터를 정하고 산세 흐름에 맞춰 북쪽으로 약간 치우친 서향으로 자리 잡아 멀리 백두대간의 대관령을 바라본다.
안채 증축 전과 후
안채 진입로
넓은 마당과 레벨이 높은 안채의 기단은 실내로 유입되는 빛의 양이 증가해 기존 고택보다 밝다.
공간의 확장
이축移築 시 건축주는 부엌 개량과 방의 규모 확장 등 현대생활의 기능만 담을 것을 요구했다. 고택이 지닌 건축적 특징과 문화재라는 데에 가치를 두고, 집의 얼굴 격인 사랑채는 원형 복원에 방점을 찍고 안채와 부속채는 기능과 편의성을 고려해 약간 변형하기로 설계 방향을 설정했다.
전통 한옥의 간살이(보통 8척尺)는 현대생활의 기능을 담기에는 좁은 공간이다. 한옥의 특성상 보칸으로 확장하는 건 쉽지 않다. 고택이 지닌 DNA를 보존하며 공간 확장을 보존하기 위해 도리칸으로 고려했다. 안채 평면
부엌 상부에 있던 다락은 그대로 유지했다. 바닥은 부뚜막 높이만큼 높였지만 아궁이는 활용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멀리 백두대간이 바라보인다.
한참봉 고택은 추위에 대비해 안채와 사랑채, 곳간과 행랑채를 하나로 결합한 튼 ‘ㅁ’자 구조다. 고택에 가치를 두고, 사랑채는 가능한 원형을 복원했다. 안채와 부속채는 최소한의 기능과 편의성을 적용했다.
구성인 6칸 겹집의 상방을 안방과 분리해 사이에 한 켜(마루방과 화장실)를 채움으로써 각 공간의 독립성[Privacy]을 확보하고 상방 남쪽에 별도의 마루방을 두어 단열 효과를 높였다. 또한 비교적 규모가 큰 부엌은 상부 다락의 보존을 위해 바닥 높이를 조금 높이는 대신 기존 아궁이는 활용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곳간채와 행랑채도 각각 모듈을 1칸 더해 방의 규모를 키우고, 개별 화장실을 설치해 편의를 도모했다. 실내 공간 확장은 필연적으로 안마당의 확장을 가져왔으며, 넓은 마당과 높은 안채의 기단은 각 실내로 유입되는 빛의 양을 증가시켜 기존 고택보다 더욱 양명한 공간이 됐다.
-
2018-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