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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풀어 쓴 일반인을 위한 전원주택 마련법 ⑤ 살림집의 형태와 에너지 효율
- 아름답고 에너지 적게 쓰는 집을 짓자근래 건축계에서는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건축 기법들이 세미나 등을 통해 소개되고 실제로 시공되기도 한다.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우리가 건물을 계획할 때 조금만 관심을 갖고 접근하면 그리고 꼼꼼하게 시공을 하면 지금보다는 훨씬 성능이 좋은 건물을 만들 수 있다. 글 최규철<BLC하우징 대표> 살림집은 어떤 형태여야 하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예쁜 집, 멋있는 집, 그림 같은 집 등등, 듣기 좋은 말은 거의 다 사용하는 것 같다. 필자는 그런 집의 기준이 어떤 것인지 정말 궁금하다. 그런 집이 있기나 한 건지! 한편 어떤 이들은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 다 제 눈의 안경이다. "딱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어떻게 세상이 온통 작품으로만 채워질 수 있겠는가?어느 스님이 쓴 글이 생각난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자연은 자기를 닮으라 하지 않는다. 유독 인간만이 자기를 닮으라 한다."자연이 아름다운 것은 꾸밈이 없는 있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강요하지 않고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생활하는 건축물을 보자. 사람들은 한껏 멋을 부린 집을 동경하고 그런 곳에 살기를 원한다. 자연과 이웃을'무시'하고'자랑'하듯 솟구친 집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이는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욕구 때문일 것이다. 곤파스로 경험한 기후 변화의 심각성 살림집을 말할 때 형태의 틀에 갇힌 미학적인 부분을 논하고 싶지 않다. 그보다 기능적인 부분을 이야기하고 싶다. 기후 변화의 심각성이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실제 우리는 주위에서 지구 온난화로 인한 여러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태양광, 태양열, 지열 등 대체 에너지 개발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다. 여러 전문가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경고하기도 한다. 2010년에 있었던 일이다. 경기도 화성에서 지인의 집을 설계하고 건축을 하는 중에 태풍 곤파스를 경험한 적이 있다. 그 공포감은 대단했다. 강한 바람을 이기지 못한 나무들이 뚝뚝 부러져 나가고 변압기가 터지고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다음 날 아침 곤파스가 다녀간 마을을 둘러봤다. 웬만한 나무들은 강풍을 견디지 못해 부러져 쓰러져 있었고 벽체가 날아가 공장 앞뒤가 훤해진 건물들도 제법 보였다. 그 지역만 그러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전기가 끊긴 채로 3일을 보내야 했다. 마을 노인 말씀이 70평생 처음 겪은 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상기후로 자연재해를 입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소비량 중 건물에 쓰이는 에너지 소비량은 30% 가까이되며 그중 난방으로 소비되는 에너지가 무려 80%에 육박한다. 냉난방에 지출되는 가계비용 또한 적지 않다. 이런 이유에서 근래 건축계에서는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건축 기법들이 세미나 등을 통해 소개되고 실제로 시공되기도 한다.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건물을 만드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쉬운 일이다. 냉장고를 생각해보자. 음식을 꺼내기 위해 문을 여닫는 일이 없다면, 냉장고 문 주위를 좀 더 단열에 효율적인 디테일로 바꾸거나 기계 설비를 위해 에너지가 손실되는 부위의 단열 성능을 높인다면(실험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냉각기는 거의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살림집도 마찬가지다. 어떠한 방법이든 건물 외피와 내피를 단열성이 높은 재료로 감싸 외기와 열 교환이 이뤄지는 것을 차단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는 것이 쉽지 않다. 고효율 에너지 건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기술들이 구사돼야 한다.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여러장비를 놓는 등에 필요한 비용 증가도 감수해야 한다. 누구나 에너지 고효율 주택을 짓기를 원하지만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형편이라면'그림의 떡'에 지나지 않는다. 목재는 금속에 비해 40배 가까이 단열 성능 우수해 에너지를 적게 쓰는 살림집을 만들기 위해 좀 생각을 해봐야 할 것들이 있다. 먼저 살림집을 구성하는 콘크리트, 벽돌, 유리, 철, 나무 등 다양한 재료가 있다. 각 재료는 저마다 지닌 특성과 단열 성능이 있는데 이를 잘 이해하고 적절히 사용한다면 좀 더 효율적일 것이다. 예를 들어 같은 두께로 비교해 보면 단열 성능이 목재> 유리> 콘크리트, 벽돌> 금속 순으로 목재가 가장 우수하다. 목재는 유리의 1.5배, 콘크리트나 벽돌의 6배, 금속에 비해 무려 40배 가까이 단열 성능이 높다. 이런 재료의 특성을 파악해 구조체를 선택하고 건축 계획 시부터 충분한 해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향을 고려해 배치하고 여름에는 일사를 차단하는 차양을 설치하며 외기에 면한 창이나 문을 단열 성능이 높은 창과 문으로 시공한다면 성능이 개선된 살림집을 기대해볼 수 있다. 서두에 언급한 일반인들이 예쁜 집, 멋있는 집 하면 으레 떠올리게 되는 큰 창을 가진 노출 콘크리트주택을 보자. 이 건물에서 여름과 겨울을 쾌적하게 지내려면 그리고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는 건물로 만들려면 상당한 기술과 자금이 있어야 한다. 단열 성능이 좋은 창문(창문틀 포함)이나 외기에 면한 벽체나 지붕에서 단열재를 끊이지 않게 설치해 단열 성능을 높여야 하는데 그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실내외 온도 차가 심하면 결로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쯤은 누구나 상식적으로 알고 있다. 단열재 설치 시 끊김이 발생하면 그곳에는 열교 현상이 일어나 바로 결로가 생긴다. 결로가 발생하면 단열 성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인체에 해로운 곰팡이가 서식하게 돼 생활환경이 급속도로 나빠지게 된다. 지난겨울 일이다. 어느 그럴듯한 커피숍에서 후배들을 만날 일이 있었다. 창가 자리에 앉게 됐는데 벽면 전체가 여름에는 접어서 한쪽으로 밀어 외부와 연결되도록 만든 창호였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아주 근사해보였지만 창틈으로 찬 외기가 들어오는데 도저히 앉아 있을 수 없을 지경이어서 자리를 옮겨야만 했다. 주의 깊게 살펴보니 난방기가 끊임없이 작동되고 있었다. 그뿐이랴. 예쁘게 보이려고 단열(?) 성능이 떨어지는 옷을 입은 여성들을 위한 무릎 덮게까지 준비돼 있었다. 아무리 난방기를 틀어도 내부가 쉽게 따듯해지지 않는 모양이다. 우리나라는 모든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한다. 해를 거듭할수록 에너지소비가 늘어나면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해 내야 하는데 그 방법이라는 게 수자원도 풍부하지 않으니 별 수 없이 위험을 감수하고 효율성이 높은 원자력 발전소를 지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가 건물을 계획할 때 조금만 관심을 갖고 접근하면 그리고 꼼꼼하게 시공을 하면 지금보다는 훨씬 성능이 좋은 건물을 만들 수 있다. 어떻게 글을 쓰다 보니 온통 아름다움은 포기하고 무조건 고단열, 저에너지 건물을 지어야 하는 것처럼 돼버렸다. 무조건 에너지 소비를 적게하는 건물만을 만들자는 게 아니다, 건축의 인문학적인 이야기나 보이는 것만으로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왕이면 재료 특성을 잘 파악해 아름답고 에너지도 적게 쓰는 그런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전원주택라이프 더 보기www.countryho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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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풀어 쓴 일반인을 위한 전원주택 마련법 ⑤ 살림집의 형태와 에너지 효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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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풀어 쓴 일반인을 위한 전원주택 마련법 ④ 살림집 배치와 실 구성(2)
- 조금만 인식을 바꾸면 쓰임새가 달라진다앞전에는 살림집 배치와 실 구성 요령 첫 번째로 일조와 살림집, 현관, 거실, 식당, 주방 배치에 대해 알아봤다. 이번 호는 그 두 번째로 화장실, 수납공간, 침실의 배치와 공간 구성 요령에 대해 살펴본다. 다시 언급하지만 설계는 실 배치와 구성에 큰 영향을 미치기에 시간적 여유를 두고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함을 명심하자.글 최규철<BLC하우징 대표> 화장실 먹는 행위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배설 행위가 아닐까 생각한다. 배설 행위의 부산물이 농경시대에는 매우 중요한 자원 중 하나였으며 철저히 재생산되는 순환 체계 중 하나이기도 했다. 하지만 생활환경이 달라지면서 지금은 애물단지(?)가 돼버려 처리에 문제가 생기면 매우 심각한 환경 오염원이 되고 있다. 유쾌한 행위인 먹는 것과 달리 배설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중적이면서 참 고약하다. 필자는 이런 이중적 행위가 벌어지는 화장실을 고맙고 유쾌한 장소로 인식해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지위를 확보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설계를 하다 보면 화장실은 우선순위에서 늘 밀리기에 좋은 환경을 갖추기 어렵다. 특히 주거 공간이 좁을 때에는 더없이 초라해진다. 이러다 보니 종일 햇빛은 고사하고 때론 조금 시간이 지나면 환기조차 제대로 안 되는 공간으로 전락하고 만다. 이렇게 무관심한 공간이 아닌 가능하다면 햇볕이 들고 자연 환기가 이뤄지게 배치하고 물 사용 공간을 최소화해 자칫 습하기 쉬운 조건을 미리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화장실은 바닥, 벽 할 것 없이 석재나 타일로 마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물을 마음껏 사용해도 청결이 유지되고 보수가 편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습한 환경이 조성돼 인체에 해로운 곰팡이 등 각종 세균의 서식처가 되거나 구석구석 물때가 끼어 쉽게 화장실 환경이 나빠지게 되는 것을 자주 목격한다. 가뜩이나 물 부족 국가라고 하는데 청소로 또다시 많은 물이 낭비되니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지 않은지 생각해볼 일이다. 생각을 바꿔 습식 환경을 건식 환경으로 바꾼다면 관리에 다소 불편함이 따를 수는 있지만, 쾌적하고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는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여기에 더해 까다롭고 하자가 발생하기 쉬운 방수 공사를 최소한으로 할 수 있고 배수·배관 공사도 줄어 여러 가지 유리한 면이 생긴다. 건식공법을 적용하면 벽에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석재나 타일 종류가 아니라 일부에 페인트칠을 한다든지 벽지를 바른다든지 나아가 목재를 붙일 수 있으며 바닥은 화장실 위치에 따라 거실 또는 침실과 같은 마감재를 적용할 수 있다. 인접한 공간과 마감재를 연계함으로써 연속감을 줄 수 있으며 다양한 재료 사용으로 개성 있는 공간 연출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화장실은 다양한 용품들을 필요로 하는 장소이므로 이러한 것들을 수납할 수 있는 넉넉하고 기능적인 수납장이 필요하다. 형식을 맞추느라 겨우 있는 그런 수납장이 아니라 필요한 용품들이 제대로 효율적으로 자기 자리를 차지하도록 그리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기능적인 면을 고려해야 한다. 여유가 있다면 샤워부스와 욕조가 별도로 있으면 좋겠으나 그렇지 못하다면 욕조에 문이 달린 칸막이를 설치해 샤워부스를 겸할 수 있도록 하거나 또는 전용 샤워부스를 마련하는 방법도 있다. 욕조는 따듯한 물이 식지 않도록 보온 처리가 된 욕조를 사용하는게 좋다. 보온 성능이 떨어지는 욕조는 단열처리를 해 사용하면 보다 효율적이다. 세면기는 시중에 흔히 보이는 제품도 기능적으로 무리 없으나 하부 수납장이 달린 것을 사용해 하나의 가구처럼 분위기를 변화시킬 수 있는 요소로 사용하도록 하자. 북쪽으로 배치한 화장실의 환기 장치는 겨울철 역풍으로 외기가 들어오는 통로가 되고 만다. 따라서 역풍을 방지하는 환기 장치를사용하고조명기구도습기에안전한것으로쓴다. 그리고 대변기가 꼭 욕조나 샤워부스, 세면기와 같은 공간에 있어야 하는지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반드시 한 공간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별도의 공간(의도적으로 분리할 수도 있지만 집 규모가 작으면 자투리 공간을 이용할 수도 있다)으로 분리, 배치해 더욱 쾌적한 공간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화장실도 크기에 따라 공간을 잘 이용하고 각 위생 기구도 개성 있게 배치하며 작은 꽃이라도 놓아 인위적인 향기가 아니라 자연 향을 맡을 수 있게 함으로써 모두에게 기분 좋은 공간으로 만들어 보자. 수납공간 사람이 살면서 느는 것은 나이와 주름살 그리고 살림살이가 아닐까. 살림살이뿐이랴, 옷가지도 사시사철 바꿔 입어야하니 만만치 않은 공간을 필요로 하게 된다. 예전에 한 지인이 이러한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다. 일명 보자기 문화에 대한 이야기라면서 말이다. 그는 "예전에 우리 선조들은 물건을 옮길 때 웬만한 것은 보자기에 싸서 옮겼다. 옮기고 나면 그 보자기는 역할을 다해서 적당히 접어 한 곳으로 치우면 흔적이 남지 않으나 서양 사람들은 물건을 옮기는 전용 용기 즉 가방 같은 것을 만들어 넣어 옮기기에 이후 역할이 끝났음에도 여전히 그 크기 그대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빈 용기를 보관하는 또 다른 무엇인가가 필요하다"며 보자기 문화의 우월성(?)을 필자에게 열심히 설명한 적이 있다. 공감이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우리 생활 방식이 예전같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은지라 혼자 사는 사람도 무엇이 그렇게 많은지 이사 한 번 가려면 저 공간에서 어떻게 저렇게 많은 물건이 있었는지 상상이 안 갈 정도로 많은 양을 볼 수가 있다. 이렇게 소유한 물건이 많은데 그에 비해 수납공간은 거의 없다고 표현해도 무리가 아닐 듯싶다. 대부분 설계 과정을 보면 따로 수납공간을 요구하는 경우는 극히드물다. 이러다 보니 새 집을 짓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여기저기 수납해야 할 물건들이 제자리를 잡지 못한 채 방황하기 일쑤가 되는 것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수납공간을 준비하지 않으면 당연히 집 안 정리를 제대로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흩어져 있는 물건들로 공간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하게 되고 결국 주거 환경에 나쁜 영향을 준다. 수납공간도 침실이나 거실처럼 주거에 필요한 하나의 공간이지 이런저런 공간들을 배치하고 난 후 남는 공간을 활용해 겨우 생기는 곳이 아니다. 그런 공간이 수납공간으로 제대로 활용될지 의문이다. 수납공간도 각자의 생활 방식에 따라 소유하는 물건에 따라 규모나 크기가 기능 중심적으로 효율적으로 계획해야 제대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설계 단계부터 이를 계획해 적정한 크기와 효율적인 배치로 물건들을 쉽게 찾아 쓰고 다시 보관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납공간도 설계 단계부터 계획해 적정한 크기와 효율적인 배치가 아뤄져야 한다. 침실 어떤 책에서 읽었던 글이다. - "이 벽장을 만들 때에 여간 신경을 쓴 게 아녜요. 이제는 이런 절대 치수를 아는 목수가 없어요. 문을 보세요. 저런 것들 하나하나에도 그 절대 치수가 있습니다. 비대하지도 않고 마르지도 않으면서 방과 자연스럽게 어울리지 않습니까? 이것이 옛사람들의 삶이고 멋이었습니다."벽에는 까만 못이 박혀 있다. "아무렇게나 박아 둔 게 아닙니다. 물론 무언가를 걸기 위해서 박아 놓은 것이지만 방 안에 있음직한 어떤 악센트를 고려 한 겁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이 방의 아름다움은 이런 철저하고 꼼꼼한 마음씨가 배어든 데에 있다. 어느 구석도 억지로 꾸미거나 으스대거나 무얼 강요하는 마음으로 차린 낌새가 없고, 군더더기라곤 하나도 없으며 그 안의 모든 것이 소박하고 자연스럽게 서로 어울린다. - 개인적으로 무척 공감 가는 이야기이기에 짤막하게 소개했다. 가끔 아는 지인들의 집을 방문하거나 잡지 등의 책들을 통해 부부침실을 보게 된다. 침실이 온통 개구부로 돼 있고 겨우 벽면 하나 남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외기와 접한 창문, 한쪽에는 벽면전체를 차지한 옷장이나 벽장, 침실로 들어오는 문, 화장실이나 옷 방으로 가는 문. 이러다 보니 침대나 다른 가구들을 놓아둘 곳이 마땅치 않다. 한편 어떤 집 침실은 영화에서 보았던 장식이 달린 커다란 침대가 방 안을 가득 메운다. 침대 하나만 놓고 보면 어떨지 몰라도 실제 침실을 몽땅 침대에게 빼앗긴 꼴이 돼 버렸다. 침실이 이렇게 된 이유를 앞에 글을 인용해 설명하면 꼼꼼한 마음씨가 배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자신이 좋아하는 가구 크기와 형태가 아닌 방의 크기를 고려해야 한다. 풀어 말하면 자신이 원하는 가구를 배치하고 이들을 적절하게 사용하려면 설계 시 침실 크기를 세밀하게 설계자와 협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구부 동선을 한곳에 모아 벽 면적을 넓히면 거주하면서 침대 등 가구 배치를 바꾸는 것도 한결 수월하다. 아주 오랜 시간을 똑같은 배치로 생활한다면 얼마나 지루하겠는가. 방을 크게 만들어 가구를 마음대로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침실 크기와 위치를 고려해 창문과 벽장, 옷장 위치를 잡는 것이 좋다. 가구로 벽면을 가득 채우지 말고 옷 방을 만드는 등 꼼꼼히 살펴 효율적으로 공간을 계획한다면 보다 쾌적한 침실이 될 수있다. 더불어 자연 햇살이 침실 가득 들어오는 것(창문이 지나치게 큰 것)보다 겨울철 깊숙이 들어오고 바람이 침실을 지나는 창문 계획이 된다면 더없이 좋은 침실이 될 것이다. 효율적으로 공간을 계획하면 보다 쾌적한 침실을 만들 수 있다. 전원주택라이프 더 보기www.countryho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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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풀어 쓴 일반인을 위한 전원주택 마련법 ④ 살림집 배치와 실 구성(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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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풀어 쓴 일반인을 위한 전원주택 마련법 ③ 살림집 배치와 실 구성
- 살림집 배치와 실 구성 요령, 고정관념 벗어나 설계자와 충분한 협의 거쳐야 이전에 언급했듯 설계는 집 배치와 실 구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시간적 여유를 두고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은 설계는 입주 후 거주자들게 불편을 초래할 수 있기에 설계 단계에서부터 면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이번 호에서는 일조권을 중심으로 효율적인 집 배치에 대해 알아보고 거주자 편의를 극대화하는 실 구성은 어떻게 하는지 살펴보자. 글 최규철 BLC하우징 대표살림집을 계획할 때 설계자와 긴밀한 협조 아래 자신의 생각을 잘 전달할 수 있어야 하며 또한 각 부분의 계획적 요소들에 대한 설계자의 설명을 잘 이해해 자신이 원하는 만족스러운 살림집이 될 수 있도록 끈기 있고 참을성 있게 진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편견과 상식을 주장하기보다 일반적인 계획적 특성을 잘 이해하는 설계자 조언을 잘 받아들여 유연성을 가지고 상이한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조日照와 살림집 배치 배치는 집터 특성에 따라 달라지며 내부 공간에도 미치는 영향이 크다. 특히 도심에 위치한 경우는 여러 가지 건축 법규에 영향을 받기에 더욱 그러하다. 대지 조건에 부합하는 배치를 해야 하므로 정해진 답이 없지만 아무리 조건이 다른 집터라 할지라도 특히 일조권 확보가 가능한 지를 검토를 해봐야 한다는 게 필자생각이다.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북향을 선호해 중요한 활동 공간이나 실들을 북쪽을 향하도록 하거나 혹은 피치 못할 이유로 일조권을 확보할 수 없는 배치를 한다면 중요한 요소를 배제하는 결과를 낳고 만다. 일조권 확보 문제로 분쟁이 발생하는 것을 간간이 언론에 이슈가 되는 것을 볼 수 있는 데 그 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조는 동, 식물이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 요소일 뿐만 아니라 먼지나 습기 등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곰팡이, 진드기 등의 서식을 방지해 유해한 환경으로부터 보호하는 에너지원이다. 또한 인간의 심리적 요소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연빛은 망막과 대뇌를 자극해 생체바이오 리듬을 자율적으로 조절한다. 어두운 독방에 오랫동안 갇혀 있었던 죄수들이 정신적 신체적 문제를 일으키는 예를 보면 자연 빛은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조권 확보를 통해 태양 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나 열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만들 수 있다. 바람의 방향이나 흐름을 고려한 배치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바람의 순환이 원활하면 건물내 외부환경이 좋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주요 실을 배치하는 데 있어 유의할 점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현관 현관 위치는 대지에 접한 도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진입로와 가까운 곳에 현관을 놓으면 동선이 간결해져 보행의 편의를 도울 수 있다. 부득이하게 진입로와 반대쪽 혹은 먼 곳에 현관 자리를 잡게 된다면 주택향을 고려하도록 한다. 현관 위치가 북향을 하고 있다면 늘 햇빛을 받지 못하고 진출입을 해야하고 동향을 한다면 오전에 떠오르는 햇빛을 볼 수 있으며 반대로 서향이라면 오후에, 남향이라면 고른 시간에 햇빛을 받을 수 있다. 또 정원도 고려해야 한다. 정원을 가로지르게 되면 동선 주위에 심는 식물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정원을 돌아 진입한다면 아무래도 디딤석 등을 추가로 놓아야 하기에 비용부담을 고려하자. 어떤 이는 현관이라는 용어를 가지고 인문학적 개념으로 재해석을 하기도 하지만 그렇게까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한 번쯤 지금의 현관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필자가 살았던 어린 시절 집들은 특별히 현관이라 부를 공간이 없었다. 대문을 열고 집 안으로 진입하면 창문인지 문이지 구분이 안 가는 개구부를 통해 방으로 출입했던 기억이 난다. 신발은 그냥 적당히 높은 널찍한 돌 위에 가지런히 놓았다. 그래서 밖에서 돌 위에 놓인 신발을 보고서 누가 집 안에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 적당히 높은 돌 위에 앙증맞은 작은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거나 자신이 기다리던 식구 신발이 있다면 그의 모습을 떠올리며 자신도 모르게 반가운 마음에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비록 불편은 했지만 나름 정취가 있고 이야깃거리가 있었다. 주거 양식과 생활이 바뀌면서 현관에도 많은 변화에 있었다. 먼저 벗어 놓은 신발을 우산과 함께 정리해야 하므로 당연히 신발장이(거울이 붙어 있는) 있어야 한다. 그 다음은 없다. 여기까지가 일반적인 현관의 모습이다. 집 크기에 따라 현관과 신발장 크기만 다를 뿐 천편일률적이다. 마치 없어도 될 공간이 억지로 있는 것처럼 자리 잡고 있으니 이야깃거리가 있을 리 만무하다. 현관문이 단열이나 방음이 제대로 되지 않아 좁은 공간에 다시 중문을 설치한다. 안 그래도 좁은 공간은 더욱 좁아지고 환기가 이뤄지지 않아 신발에서 나는 냄새로 유쾌하지 못한 공간이 돼버렸다. 종일 바깥 생활로 오염된 겉옷 정도는 걸어둘 수 있는 공간과 걸터앉아 신발을 신거나 벗을 수 있는(임시로 가방이나 짐을 놓을 수도 있는) 낮은 다용도 가구를 놓자. 한편에 옷매무시를 제대로 볼 수 있도록 거울, 옷털이 등과 같은 소품을 배려하고 단열이나 방음 성능이 좋은 현관문을 사용함으로써 중문을 없애 좁은 공간에 다소 숨통이 트이도록 하자. 냄새나 습기를 제거하는 환기장치를 하면 더욱 좋겠다. 거실 예비 건축주들을 만나보면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다른 공간에 비해 지나치리만치 넓은 거실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취향과 쓰이는 목적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막연히 넓은 게, 시원하게 넓은게 좋다는 식이 꽤 있는 편이다. 높이도 꽤 높게 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무조건 넓어서 좋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공간과의 균형이 맞지 않기에 그렇다. 요즘 같은 핵가족 시대에 특별히 매일같이 많은 수의 손님들이 방문하지 않는다면 크면 좋다는 식의 막연함보다는 자신의 가족이 함께 담소를 하거나 독서를 하거나 TV를 볼 수 있는, 숫자로는 표현할 수 없겠지만, 적당한 크기면 되지 않을까? 차라리 거실 면적은 줄여 얻은 공간으로 부족한 수납공간 또는 작은 휴식공간을 마련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때때로 애매한 현관 위치로 인해 거실이 복도나 홀 역할을 해 그 크기를 제대로 활용을 못 하는 경우가 있는데 거실도 실내 동선에 방해받지 않는 나름 독립성을 갖출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더불어 집과 거실 규모에 맞지 않는 지나치게 큰 가구나 장식물로 인해 공간의 쓰임새가 낭비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볼 일이다. 식당 크기에 따라 독립적인 공간이 될 수도 통합된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식사를 하는 공간이지만 생각에 따라서는 다른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유연성을 갖도록 하자. 햇볕이 잘 들고 통풍이 잘되며 전망이 좋은 그런 위치를 다른 실들이 양보해 줄 수 있다면 즐거운 식사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가 된다. 식사 공간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차나 커피를 마시는 여유와 담소를 나누는 공간이 되고 바쁘다는 핑계로 미뤘던 책 읽기에 딱 좋은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이야기꽃을 피우는 대화 장소, 소통의 장소, 반가운 손님을 맞아 다과를 나누는 접견장소가 된다. 이렇게 다양한 용도로 활용이 가능하기에 고정관념은 접어두고 다양성을 고려해 볼 수도 있으리라. 실제 필자가 설계와 시공을 맡았던 어느 집은 지금도 방문하면 거실이 아니라 식당에서 차 마시고 담소를 나누다 오기도 한다. 주방 주방의 기능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정말로 잘 이해하고 적절히, 편리하게 잘 사용하고 있는지 때로 궁금하다. 공간의 해석을 논하기 전에 가사노동의 중심이 되는 곳이기에 기능에 대해 먼저 생각하고 싶다. 조리의 중심이 되는 주방 기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형식적으로 간신히 놓여 있거나 보기에만 크고 화려하게 보이는 그런 주방보다는 주방 가구나 수전류, 개수대 등의 설비류가 내구성과 기능성이 좋아야 할 것이고 조리대는 조리하기에 불편함이 없는 크기와 규모로 계획돼야 한다. 각종 조리 기구 및 도구들을 종류별로 넣어 놓을 수 있는 수납공간, 통조림이나 포장된 식재료를 넣어 두거나 각종 주방용 전기 기구들과 그릇류를 손쉽게 수납할 수 있는 기능적인 공간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돼야 한다. 조리대 높이는 주부 키에 맞춰 계획하고 조리 시의 움직임을 고려해 공간을 계획한다. 지나치게 동선이 길거나 폭이 커지면 주부는 조리하는 동안 즐거움이 아니라 노동의 괴로움만 느끼게 될 것이다. 따라서 외형에 투자하는 주방이 아니라 이러한 것들을 꼼꼼히 따져야 쾌적한 주방이 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한쪽에 주부를 위한 공간이 있어 간단한 메모를 하거나 요리책을 볼 수 있게 배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자연 환기가 잘 이뤄지도록 창 위치를 잡고 햇볕이 잘 들어야 곰팡이 등을 예방할 수 있다. 특히, 아침 햇살을 잘 받는 위치라면 주부들에게 상쾌한 아침을 선물할 수 있을 것이다. 전원주택라이프 더 보기www.countryho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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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풀어 쓴 일반인을 위한 전원주택 마련법 ③ 살림집 배치와 실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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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풀어 쓴 일반인을 위한 전원주택 마련법 ② 설계에 앞서
- 생활을 담는 그릇, 건축 - 설계는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소홀해선 안돼 건축에 있어 수없이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이 설계지만 소홀히 대접받는 게 실상이다. 비용적인 문제가 가장 크겠지만 그보다 앞서 인식의 잘못이 크다. 설계를 소홀히 한 채 집을 짓겠다는 것은 어디로 가야 할지 정하지 않고 길을 나서는 것과 같다. 이번 호에서는 본격적인 설계에 대한 논의에 앞서 집이, 공간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봄으로써 설계의 중요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글 최규철<BLC하우징 대표> 설계는 사실 우리에게 친숙한 행위다. 새해가 되면, 새 학기를 맞이하면, 사회에 첫발을 내딛으면, 결혼을 하면 우리는 상황에 맞는 미래를 설계한다. 일상에서 의식, 무의식적으로 설계라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다. 일상에서의 설계가 무시되거나 무계획적이라면 삶이 올바로 영위되기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마찬가지 살림집을 짓거나 수리를 해야 하는 일이 생겼을 때 당연히 설계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설계는 앞으로 집이 어떻게 지어질지 알려주는 지침서인 동시에 공간을 어떻게 나누고 배치할지 보여주는 안내서라고 할 수 있으나 실은 이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닌다. 설계의 중요성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나 불행히도 현장에서는 설계가 소홀히 취급받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까지 건축을 위해 여러 건축주를 만나면서 경험한 일, 동료나 선후배 건축가들로부터 간접 경험한 사례와 이러저러한 경로로 문제 있는 집을 자문諮問해 주면서 접했던 일을 짚어보면 놀랍게도 설계의 전문성이 무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소중한 재산인 동시에 가족이 행복한 삶을 보내야 할 보금자리를 전문가의 능력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친구나 이웃의 경험에 의존해 실패하는 경우를 볼 때면 참으로 안타깝다. 물론 모든 집들이 명망 있는 설계자들에 의해서 작품으로 승화(?)돼야만 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그러나 가족의 행복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 #1 애플사 CEO였던 스티븐 잡스 사후死後그가 살았던 주택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호화스럽지도 고급스럽지도 않은 주택에서 사람들은 그의 소탈한 성품을 다시금 새기게 됐다. 팰러앨토 웨이벌리 스트리트 2101번지, 그가 살았던 집은 미국의 모든 보통 사람들에게 질 좋고 저렴한 주택을 보급하고자 했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모더니즘 건축의 거장인 미국 건축가)에게서 영감을 받은 어느 부동산 업자가 지은 것이라고 한다. 담장이 없는 이층집은 밖에서 응접실이 훤히 보일 정도로 외부로 열린 공간이고 이웃한 주택과의 이질감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잡스는 이 집에서 영감을 얻어 자신도 이러한 깔끔하고 세련된 제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자서전에서 밝히고 있다. 이렇듯 집은 거주하는 사람의 인식을 바꿔놓기도 한다. 많은 혁신적인 제품을 세상에 내놓았던 스티븐잡스가 집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대목이다. #2 어린 시절 집과 관련한 어떤 장면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필자가 살던 곳은 전형적인 시골 초가였는데 작은 안마당과 사랑채 그리고 사랑채와 연결된 바깥마당이 있었다. 집 한켠 작은 장독대에는 높이를 달리한 많은 항아리들이 놓여 있었고 부엌과 연결된 뒤쪽 텃밭에는 복숭아나무와 앵두나무 등 몇 안 되는 유실수가 때를 기다리며 자라고 있었다. 나무로 울타리를 만든 조촐한 시골집이었다. 어느 해 겨울밤, 마치 한낮인 것처럼 밝은 달빛이 창호지를 뚫고 부서지듯 들어와 온 방 안을 밝게 만들었다. 누군가 올 것만 같아 잠을 이룰 수 없어 창문에 붙인 작은 투명 유리 조각에 눈을 바짝 대고 밖을 보곤 했던 기억이 또렷하다. 또 너무도 조용해서 잠을 청하기보다 사락사락 내리는 눈 소리를 숨죽이며 듣다 원하지 않던 잠 속으로 빠져들곤한 경험도 있다. 모든 공간은 이렇게 의식, 무의식적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어떤 기억은 평생을 따라 다니며 삶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기분 전환을 위해 혹은 새로운 활기를 얻고자 좋은 경관을 찾아 떠나는 것, 연인을 위해 그럴싸한 장소를 예약하는 것 등은 특별한 공간이 가져다주는 '특별함'때문이다. 그리고 잡지나 TV 등 여러 매체에서 등장하는 아름다운 실내공간을 보면 절로 저런 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분위기 좋은 찻집을 발견하면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것은 공간에 대한 '동경'이 담겨 있어서다. 건축물과 공간이 주는 '소통, 기억, 특별함, 동경'등은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다. 여기저기서 마음에 든 공간을 옮겨와 조합해 놓는다 해서 훌륭한 건축물이 탄생하지는 않는다. "건축이란 무릇 생활을 담는 그릇과 같다"는 말처럼 공간에는 사람과 자연의 이야기가 담겨 있기에 거기에 순응하는 저마다의 공간이 있기 마련이다. 살림집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우리 가족만의 삶의 방식, 이야기 등을 담아야 할 공간에 남의 것을 가져다 놓을 순 없는 것 아닌가. 하지만 앞선 언급처럼 자문 등의 이유로 남의 집을 방문해 보면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공간이 떡 하니 들어서고 불필요한 공간이 제법 큰 규모로 놓여 낭비되는 경우를 자주 접한다. 이유는 분명하다. 설계에 공을 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는 이렇듯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는 공간 설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싣도록 한다. 전원주택라이프 더 보기www.countryho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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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풀어 쓴 일반인을 위한 전원주택 마련법 ② 설계에 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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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풀어 쓴 일반인을 위한 전원주택 마련법 ⑤] 살림집의 형태와 에너지 효율, 아름답고 에너지 적게 쓰는 집을 짓자
- 근래 건축계에서는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건축 기법들이 세미나 등을 통해 소개되고 실제로 시공되기도 한다.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우리가 건물을 계획할 때 조금만 관심을 갖고 접근하면 그리고 꼼꼼하게 시공을 하면 지금보다는 훨씬 성능이 좋은 건물을 만들 수 있다.글 최규철 살림집은 어떤 형태여야 하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예쁜 집, 멋있는 집, 그림 같은 집 등등, 듣기 좋은 말은 거의 다 사용하는 것 같다. 필자는 그런 집의 기준이 어떤 것인지 정말 궁금하다. 그런 집이 있기나 한 건지! 한편 어떤 이들은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 다 제 눈의 안경이다."딱내가하고싶은말이다.어떻게 세상이 온통 작품으로만 채워질 수 있겠는가?어느 스님이 쓴 글이 생각난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자연은 자기를 닮으라 하지 않는다. 유독 인간만이 자기를 닮으라 한다."자연이 아름다운 것은 꾸밈이 없는 있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강요하지 않고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생활하는 건축물을 보자. 사람들은 한껏 멋을 부린 집을 동경하고 그런 곳에 살기를 원한다. 자연과 이웃을'무시'하고'자랑'하듯 솟구친 집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이는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욕구 때문일 것이다. 곤파스로 경험한 기후 변화의 심각성살림집을 말할 때 형태의 틀에 갇힌 미학적인 부분을 논하고 싶지 않다. 그보다 기능적인 부분을 이야기하고 싶다.기후 변화의 심각성이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실제 우리는 주위에서 지구 온난화로 인한 여러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태양광, 태양열, 지열 등 대체 에너지 개발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다. 여러 전문가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경고하기도 한다.2010년에 있었던 일이다. 경기도 화성에서 지인의 집을 설계하고 건축을 하는 중에 태풍 곤파스를 경험한 적이 있다. 그 공포감은 대단했다. 강한 바람을 이기지 못한 나무들이 뚝뚝 부러져 나가고 변압기가 터지고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다음 날 아침 곤파스가 다녀간 마을을 둘러봤다. 웬만한 나무들은 강풍을 견디지 못해 부러져 쓰러져 있었고 벽체가 날아가 공장 앞뒤가 훤해진 건물들도 제법 보였다. 그 지역만 그러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전기가 끊긴 채로 3일을 보내야 했다. 마을 노인 말씀이 70평생 처음 겪은 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상기후로 자연재해를 입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남의 일 같지가 않다.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소비량 중 건물에 쓰이는 에너지 소비량은 30% 가까이되며 그중 난방으로 소비되는 에너지가 무려 80%에 육박한다. 냉난방에 지출되는 가계비용 또한 적지 않다. 이런 이유에서 근래 건축계에서는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건축 기법들이 세미나 등을 통해 소개되고 실제로 시공되기도 한다.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에너지 효율이 높은 건물을 만드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쉬운 일이다. 냉장고를 생각해보자. 음식을 꺼내기 위해 문을 여닫는 일이 없다면, 냉장고 문 주위를 좀 더 단열에 효율적인 디테일로 바꾸거나 기계 설비를 위해 에너지가 손실되는 부위의 단열 성능을 높인다면(실험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냉각기는 거의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살림집도 마찬가지다. 어떠한 방법이든 건물 외피와 내피를 단열성이 높은 재료로 감싸 외기와 열 교환이 이뤄지는 것을 차단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그러나 이를 실현하는 것이 쉽지 않다. 고효율 에너지 건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기술들이 구사돼야 한다.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여러장비를 놓는 등에 필요한 비용 증가도 감수해야 한다. 누구나 에너지 고효율 주택을 짓기를 원하지만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형편이라면'그림의 떡'에 지나지 않는다. 목재는 금속에 비해 40배 가까이 단열 성능 우수해에너지를 적게 쓰는 살림집을 만들기 위해 좀 생각을 해봐야 할 것들이 있다. 먼저 살림집을 구성하는 콘크리트, 벽돌, 유리, 철, 나무 등 다양한 재료가 있다. 각 재료는 저마다 지닌 특성과 단열 성능이 있는데 이를 잘 이해하고 적절히 사용한다면 좀 더 효율적일 것이다.예를 들어 같은 두께로 비교해 보면 단열 성능이 목재> 유리> 콘크리트, 벽돌> 금속 순으로 목재가 가장 우수하다. 목재는 유리의 1.5배, 콘크리트나 벽돌의 6배, 금속에 비해 무려 40배 가까이 단열 성능이 높다.이런 재료의 특성을 파악해 구조체를 선택하고 건축 계획 시부터 충분한 해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향을 고려해 배치하고 여름에는 일사를 차단하는 차양을 설치하며 외기에 면한 창이나 문을 단열 성능이 높은 창과 문으로 시공한다면 성능이 개선된 살림집을 기대해볼 수 있다. 서두에 언급한 일반인들이 예쁜 집, 멋있는 집 하면 으레 떠올리게 되는 큰 창을 가진 노출 콘크리트주택을 보자.이 건물에서 여름과 겨울을 쾌적하게 지내려면 그리고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는 건물로 만들려면 상당한 기술과 자금이 있어야 한다. 단열 성능이 좋은 창문(창문틀 포함)이나 외기에 면한 벽체나 지붕에서 단열재를 끊이지 않게 설치해 단열 성능을 높여야 하는데 그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실내외 온도 차가 심하면 결로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쯤은 누구나 상식적으로 알고 있다. 단열재 설치 시 끊김이 발생하면 그곳에는 열교 현상이 일어나 바로 결로가 생긴다. 결로가 발생하면 단열 성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인체에 해로운 곰팡이가 서식하게 돼 생활환경이 급속도로 나빠지게 된다.지난겨울 일이다. 어느 그럴듯한 커피숍에서 후배들을 만날 일이 있었다. 창가 자리에 앉게 됐는데 벽면 전체가 여름에는 접어서 한쪽으로 밀어 외부와 연결되도록 만든 창호였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아주 근사해보였지만 창틈으로 찬 외기가 들어오는데 도저히 앉아 있을 수 없을 지경이어서 자리를 옮겨야만 했다. 주의 깊게 살펴보니 난방기가 끊임없이 작동되고 있었다. 그뿐이랴. 예쁘게 보이려고 단열(?) 성능이 떨어지는 옷을 입은 여성들을 위한 무릎 덮게까지 준비돼 있었다. 아무리 난방기를 틀어도 내부가 쉽게 따듯해지지 않는 모양이다.우리나라는 모든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한다. 해를 거듭할수록 에너지소비가 늘어나면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해 내야 하는데 그 방법이라는 게 수자원도 풍부하지 않으니 별 수 없이 위험을 감수하고 효율성이 높은 원자력 발전소를 지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가 건물을 계획할 때 조금만 관심을 갖고 접근하면 그리고 꼼꼼하게 시공을 하면 지금보다는 훨씬 성능이 좋은 건물을 만들 수 있다. * 어떻게 글을 쓰다 보니 온통 아름다움은 포기하고 무조건 고단열, 저에너지 건물을 지어야 하는 것처럼 돼버렸다. 무조건 에너지 소비를 적게하는 건물만을 만들자는 게 아니다, 건축의 인문학적인 이야기나 보이는 것만으로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왕이면 재료 특성을 잘 파악해 아름답고 에너지도 적게 쓰는 그런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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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풀어 쓴 일반인을 위한 전원주택 마련법 ⑤] 살림집의 형태와 에너지 효율, 아름답고 에너지 적게 쓰는 집을 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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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풀어 쓴 일반인을 위한 전원주택 마련법 ④] 살림집 배치와 실 구성 요령(2) - 조금만 인식을 바꾸면 쓰임새가 달라진다
- 지난 호에서는 살림집 배치와 실 구성 요령 첫 번째로 일조와 살림집, 현관, 거실, 식당, 주방 배치에 대해 알아봤다. 이번 호는 그 두 번째로 화장실, 수납공간, 침실의 배치와 공간 구성 요령에 대해 살펴본다. 다시 언급하지만 설계는 실 배치와 구성에 큰 영향을 미치기에 시간적 여유를 두고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함을 명심하자.글 최규철<BLC하우징 대표> 화장실 먹는 행위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배설 행위가 아닐까 생각한다. 배설 행위의 부산물이 농경시대에는 매우 중요한 자원 중 하나였으며 철저히 재생산되는 순환 체계 중 하나이기도 했다. 하지만 생활환경이 달라지면서 지금은 애물단지(?)가 돼버려 처리에 문제가 생기면 매우 심각한 환경 오염원이 되고 있다.유쾌한 행위인 먹는 것과 달리 배설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중적이면서 참 고약하다. 필자는 이런 이중적 행위가 벌어지는 화장실을 고맙고 유쾌한 장소로 인식해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지위를 확보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대부분 설계를 하다 보면 화장실은 우선순위에서 늘 밀리기에 좋은 환경을 갖추기 어렵다. 특히 주거 공간이 좁을 때에는 더없이 초라해진다. 이러다 보니 종일 햇빛은 고사하고 때론 조금 시간이 지나면 환기조차 제대로 안 되는 공간으로 전락하고 만다. 이렇게 무관심한 공간이 아닌 가능하다면 햇볕이 들고 자연 환기가 이뤄지게 배치하고 물 사용 공간을 최소화해 자칫 습하기 쉬운 조건을 미리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화장실은 바닥, 벽 할 것 없이 석재나 타일로 마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물을 마음껏 사용해도 청결이 유지되고 보수가 편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습한 환경이 조성돼 인체에 해로운 곰팡이 등 각종 세균의 서식처가 되거나 구석구석 물때가 끼어 쉽게 화장실 환경이 나빠지게 되는 것을 자주 목격한다. 가뜩이나 물 부족 국가라고 하는데 청소로 또다시 많은 물이 낭비되니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지 않은지 생각해볼 일이다.생각을 바꿔 습식 환경을 건식 환경으로 바꾼다면 관리에 다소 불편함이 따를 수는 있지만, 쾌적하고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는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여기에 더해 까다롭고 하자가 발생하기 쉬운 방수 공사를 최소한으로 할 수 있고 배수·배관 공사도 줄어 여러 가지 유리한 면이 생긴다.건식공법을 적용하면 벽에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석재나 타일 종류가 아니라 일부에 페인트칠을 한다든지 벽지를 바른다든지 나아가 목재를 붙일 수 있으며 바닥은 화장실 위치에 따라 거실 또는 침실과 같은 마감재를 적용할 수 있다. 인접한 공간과 마감재를 연계함으로써 연속감을 줄 수 있으며 다양한 재료 사용으로 개성 있는 공간 연출이 가능해진다.그리고 화장실은 다양한 용품들을 필요로 하는 장소이므로 이러한 것들을 수납할 수 있는 넉넉하고 기능적인 수납장이 필요하다. 형식을 맞추느라 겨우 있는 그런 수납장이 아니라 필요한 용품들이 제대로 효율적으로 자기 자리를 차지하도록 그리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기능적인 면을 고려해야 한다. 여유가 있다면 샤워부스와 욕조가 별도로 있으면 좋겠으나 그렇지 못하다면 욕조에 문이 달린 칸막이를 설치해 샤워부스를 겸할 수 있도록 하거나 또는 전용 샤워부스를 마련하는 방법도 있다. 욕조는 따듯한 물이 식지 않도록 보온 처리가 된 욕조를 사용하는게 좋다. 보온 성능이 떨어지는 욕조는 단열처리를 해 사용하면 보다 효율적이다. 세면기는 시중에 흔히 보이는 제품도 기능적으로 무리 없으나 하부 수납장이 달린 것을 사용해 하나의 가구처럼 분위기를 변화시킬 수 있는 요소로 사용하도록 하자. 북쪽으로 배치한 화장실의 환기 장치는 겨울철 역풍으로 외기가 들어오는 통로가 되고 만다. 따라서 역풍을 방지하는 환기 장치를사용하고조명기구도습기에안전한것으로쓴다.그리고 대변기가 꼭 욕조나 샤워부스, 세면기와 같은 공간에 있어야 하는지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반드시 한 공간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오히려 별도의 공간(의도적으로 분리할 수도 있지만 집 규모가 작으면 자투리 공간을 이용할 수도 있다)으로 분리, 배치해 더욱 쾌적한 공간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화장실도 크기에 따라 공간을 잘 이용하고 각 위생 기구도 개성 있게 배치하며 작은 꽃이라도 놓아 인위적인 향기가 아니라 자연 향을 맡을 수 있게 함으로써 모두에게 기분 좋은 공간으로 만들어 보자. 수납공간 사람이 살면서 느는 것은 나이와 주름살 그리고 살림살이가 아닐까. 살림살이뿐이랴, 옷가지도 사시사철 바꿔 입어야하니 만만치 않은 공간을 필요로 하게 된다.예전에 한 지인이 이러한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다. 일명 보자기 문화에 대한 이야기라면서 말이다. 그는 "예전에 우리 선조들은 물건을 옮길 때 웬만한 것은 보자기에 싸서 옮겼다. 옮기고 나면 그 보자기는 역할을 다해서 적당히 접어 한 곳으로 치우면 흔적이 남지 않으나 서양 사람들은 물건을 옮기는 전용 용기 즉 가방 같은 것을 만들어 넣어 옮기기에 이후 역할이 끝났음에도 여전히 그 크기 그대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빈 용기를 보관하는 또 다른 무엇인가가 필요하다"며 보자기 문화의 우월성(?)을 필자에게 열심히 설명한 적이 있다. 공감이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수납공간도 침실이나 거실처럼 주거에 필요한 하나의 공간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 생활 방식이 예전같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은지라 혼자 사는 사람도 무엇이 그렇게 많은지 이사 한 번 가려면 저 공간에서 어떻게 저렇게 많은 물건이 있었는지 상상이 안 갈 정도로 많은 양을 볼 수가 있다. 이렇게 소유한 물건이 많은데 그에 비해 수납공간은 거의 없다고 표현해도 무리가 아닐 듯싶다.대부분 설계 과정을 보면 따로 수납공간을 요구하는 경우는 극히드물다. 이러다 보니 새 집을 짓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여기저기 수납해야 할 물건들이 제자리를 잡지 못한 채 방황하기 일쑤가 되는 것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수납공간을 준비하지 않으면 당연히 집 안 정리를 제대로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흩어져 있는 물건들로 공간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하게 되고 결국 주거 환경에 나쁜 영향을 준다.수납공간도 침실이나 거실처럼 주거에 필요한 하나의 공간이지 이런저런 공간들을 배치하고 난 후 남는 공간을 활용해 겨우 생기는 곳이 아니다. 그런 공간이 수납공간으로 제대로 활용될지 의문이다. 수납공간도 각자의 생활 방식에 따라 소유하는 물건에 따라 규모나 크기가 기능 중심적으로 효율적으로 계획해야 제대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설계 단계부터 이를 계획해 적정한 크기와 효율적인 배치로 물건들을 쉽게 찾아 쓰고 다시 보관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침실 어떤 책에서 읽었던 글이다.- "이 벽장을 만들 때에 여간 신경을 쓴 게 아녜요. 이제는 이런 절대 치수를 아는 목수가 없어요. 문을 보세요. 저런 것들 하나하나에도 그 절대 치수가 있습니다. 비대하지도 않고 마르지도 않으면서 방과 자연스럽게 어울리지 않습니까? 이것이 옛사람들의 삶이고 멋이었습니다."벽에는 까만 못이 박혀 있다. "아무렇게나 박아 둔 게 아닙니다. 물론 무언가를 걸기 위해서 박아 놓은 것이지만 방 안에 있음직한 어떤 악센트를 고려 한 겁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이 방의 아름다움은 이런 철저하고 꼼꼼한 마음씨가 배어든 데에 있다. 어느 구석도 억지로 꾸미거나 으스대거나 무얼 강요하는 마음으로 차린 낌새가 없고, 군더더기라곤 하나도 없으며 그 안의 모든 것이 소박하고 자연스럽게 서로 어울린다. - 개인적으로 무척 공감 가는 이야기이기에 짤막하게 소개했다. 가끔 아는 지인들의 집을 방문하거나 잡지 등의 책들을 통해 부부침실을 보게 된다. 침실이 온통 개구부로 돼 있고 겨우 벽면 하나 남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외기와 접한 창문, 한쪽에는 벽면전체를 차지한 옷장이나 벽장, 침실로 들어오는 문, 화장실이나 옷 방으로 가는 문. 이러다 보니 침대나 다른 가구들을 놓아둘 곳이 마땅치 않다.한편 어떤 집 침실은 영화에서 보았던 장식이 달린 커다란 침대가 방 안을 가득 메운다. 침대 하나만 놓고 보면 어떨지 몰라도 실제 침실을 몽땅 침대에게 빼앗긴 꼴이 돼 버렸다. 침실이 이렇게 된 이유를 앞에 글을 인용해 설명하면 꼼꼼한 마음씨가 배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자신이 좋아하는 가구 크기와 형태가 아닌 방의 크기를 고려해야 한다. 풀어 말하면 자신이 원하는 가구를 배치하고 이들을 적절하게 사용하려면 설계 시 침실 크기를 세밀하게 설계자와 협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구부 동선을 한곳에 모아 벽 면적을 넓히면 거주하면서 침대 등 가구 배치를 바꾸는 것도 한결 수월하다.아주 오랜 시간을 똑같은 배치로 생활한다면 얼마나 지루하겠는가. 방을 크게 만들어 가구를 마음대로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침실 크기와 위치를 고려해 창문과 벽장, 옷장 위치를 잡는 것이 좋다. 가구로 벽면을 가득 채우지 말고 옷 방을 만드는 등 꼼꼼히 살펴 효율적으로 공간을 계획한다면 보다 쾌적한 침실이 될 수있다.더불어 자연 햇살이 침실 가득 들어오는 것(창문이 지나치게 큰 것)보다 겨울철 깊숙이 들어오고 바람이 침실을 지나는 창문 계획이 된다면 더없이 좋은 침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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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풀어 쓴 일반인을 위한 전원주택 마련법 ④] 살림집 배치와 실 구성 요령(2) - 조금만 인식을 바꾸면 쓰임새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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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풀어 쓴 일반인을 위한 전원주택 마련법 ③ 살림집 배치와 실 구성] 살림집 배치와 실 구성 요령, 고정관념 벗어나 설계자와 충분한 협의 거쳐야
- 지난 호에 언급했듯 설계는 집 배치와 실 구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시간적 여유를 두고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은 설계는 입주 후 거주자들게 불편을 초래할 수 있기에 설계 단계에서부터 면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이번 호에서는 일조권을 중심으로 효율적인 집 배치에 대해 알아보고 거주자 편의를 극대화하는 실 구성은 어떻게 하는지 살펴보자.글 최규철 살림집을 계획할 때 설계자와 긴밀한 협조 아래 자신의 생각을 잘 전달할 수 있어야 하며 또한 각 부분의 계획적 요소들에 대한 설계자의 설명을 잘 이해해 자신이 원하는 만족스러운 살림집이 될 수 있도록 끈기 있고 참을성 있게 진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편견과 상식을 주장하기보다 일반적인 계획적 특성을 잘 이해하는 설계자 조언을 잘 받아들여 유연성을 가지고 상이한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조日照와 살림집 배치배치는 집터 특성에 따라 달라지며 내부 공간에도 미치는 영향이 크다. 특히 도심에 위치한 경우는 여러 가지 건축 법규에 영향을 받기에 더욱 그러하다. 대지 조건에 부합하는 배치를 해야 하므로 정해진 답이 없지만 아무리 조건이 다른 집터라 할지라도 특히 일조권 확보가 가능한 지를 검토를 해봐야 한다는 게 필자생각이다.일반적이지는 않지만 북향을 선호해 중요한 활동 공간이나 실들을 북쪽을 향하도록 하거나 혹은 피치 못할 이유로 일조권을 확보할 수 없는 배치를 한다면 중요한 요소를 배제하는 결과를 낳고 만다. 일조권 확보 문제로 분쟁이 발생하는 것을 간간이 언론에 이슈가 되는 것을 볼 수 있는 데 그 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일조는 동, 식물이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 요소일 뿐만 아니라 먼지나 습기 등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곰팡이, 진드기 등의 서식을 방지해 유해한 환경으로부터 보호하는 에너지원이다. 또한 인간의 심리적 요소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연빛은 망막과 대뇌를 자극해 생체바이오 리듬을 자율적으로 조절한다. 어두운 독방에 오랫동안 갇혀 있었던 죄수들이 정신적 신체적 문제를 일으키는 예를 보면 자연 빛은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알 수 있다.일조권 확보를 통해 태양 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나 열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만들 수 있다. 바람의 방향이나 흐름을 고려한 배치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바람의 순환이 원활하면 건물내 외부환경이 좋아지는 것은 당연하다.주요 실을 배치하는 데 있어 유의할 점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현관 현관 위치는 대지에 접한 도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진입로와 가까운 곳에 현관을 놓으면 동선이 간결해져 보행의 편의를 도울 수 있다. 부득이하게 진입로와 반대쪽 혹은 먼 곳에 현관 자리를 잡게 된다면 주택향을 고려하도록 한다.현관 위치가 북향을 하고 있다면 늘 햇빛을 받지 못하고 진출입을 해야하고 동향을 한다면 오전에 떠오르는 햇빛을 볼 수 있으며 반대로 서향이라면 오후에, 남향이라면 고른 시간에 햇빛을 받을 수 있다. 또 정원도 고려해야 한다. 정원을 가로지르게 되면 동선 주위에 심는 식물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정원을 돌아 진입한다면 아무래도 디딤석 등을 추가로 놓아야 하기에 비용부담을 고려하자.어떤 이는 현관이라는 용어를 가지고 인문학적 개념으로 재해석을 하기도 하지만 그렇게까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한 번쯤 지금의 현관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필자가 살았던 어린 시절 집들은 특별히 현관이라 부를 공간이 없었다. 대문을 열고 집 안으로 진입하면 창문인지 문이지 구분이 안 가는 개구부를 통해 방으로 출입했던 기억이 난다. 신발은 그냥 적당히 높은 널찍한 돌 위에 가지런히 놓았다. 그래서 밖에서 돌 위에 놓인 신발을 보고서 누가 집 안에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 적당히 높은 돌 위에 앙증맞은 작은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거나 자신이 기다리던 식구 신발이 있다면 그의 모습을 떠올리며 자신도 모르게 반가운 마음에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비록 불편은 했지만 나름 정취가 있고 이야깃거리가 있었다.주거 양식과 생활이 바뀌면서 현관에도 많은 변화에 있었다. 먼저 벗어 놓은 신발을 우산과 함께 정리해야 하므로 당연히 신발장이(거울이 붙어 있는) 있어야 한다. 그 다음은 없다. 여기까지가 일반적인 현관의 모습이다. 집 크기에 따라 현관과 신발장 크기만 다를 뿐 천편일률적이다.마치 없어도 될 공간이 억지로 있는 것처럼 자리 잡고 있으니 이야깃거리가 있을 리 만무하다. 현관문이 단열이나 방음이 제대로 되지 않아 좁은 공간에 다시 중문을 설치한다. 안 그래도 좁은 공간은 더욱 좁아지고 환기가 이뤄지지 않아 신발에서 나는 냄새로 유쾌하지 못한 공간이 돼버렸다.종일 바깥 생활로 오염된 겉옷 정도는 걸어둘 수 있는 공간과 걸터앉아 신발을 신거나 벗을 수 있는(임시로 가방이나 짐을 놓을 수도 있는) 낮은 다용도 가구를 놓자. 한편에 옷매무시를 제대로 볼 수 있도록 거울, 옷털이 등과 같은 소품을 배려하고 단열이나 방음 성능이 좋은 현관문을 사용함으로써 중문을 없애 좁은 공간에 다소 숨통이 트이도록 하자. 냄새나 습기를 제거하는 환기장치를 하면 더욱 좋겠다. 거실 예비 건축주들을 만나보면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다른 공간에 비해 지나치리만치 넓은 거실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취향과 쓰이는 목적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막연히 넓은 게, 시원하게 넓은게 좋다는 식이 꽤 있는 편이다. 높이도 꽤 높게 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무조건 넓어서 좋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공간과의 균형이 맞지 않기에 그렇다.요즘 같은 핵가족 시대에 특별히 매일같이 많은 수의 손님들이 방문하지 않는다면 크면 좋다는 식의 막연함보다는 자신의 가족이 함께 담소를 하거나 독서를 하거나 TV를 볼 수 있는, 숫자로는 표현할 수 없겠지만, 적당한 크기면 되지 않을까? 차라리 거실 면적은 줄여 얻은 공간으로 부족한 수납공간 또는 작은 휴식공간을 마련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때때로 애매한 현관 위치로 인해 거실이 복도나 홀 역할을 해 그 크기를 제대로 활용을 못 하는 경우가 있는데 거실도 실내 동선에 방해받지 않는 나름 독립성을 갖출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더불어 집과 거실 규모에 맞지 않는 지나치게 큰 가구나 장식물로 인해 공간의 쓰임새가 낭비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볼 일이다. 식당 크기에 따라 독립적인 공간이 될 수도 통합된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식사를 하는 공간이지만 생각에 따라서는 다른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유연성을 갖도록 하자.햇볕이 잘 들고 통풍이 잘되며 전망이 좋은 그런 위치를 다른 실들이 양보해 줄 수 있다면 즐거운 식사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가 된다.식사 공간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차나 커피를 마시는 여유와 담소를 나누는 공간이 되고 바쁘다는 핑계로 미뤘던 책 읽기에 딱 좋은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이야기꽃을 피우는 대화 장소, 소통의 장소, 반가운 손님을 맞아 다과를 나누는 접견장소가 된다.이렇게 다양한 용도로 활용이 가능하기에 고정관념은 접어두고 다양성을 고려해 볼 수도 있으리라. 실제 필자가 설계와 시공을 맡았던 어느 집은 지금도 방문하면 거실이 아니라 식당에서 차 마시고 담소를 나누다 오기도 한다. 주방 주방의 기능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정말로 잘 이해하고 적절히, 편리하게 잘 사용하고 있는지 때로 궁금하다. 공간의 해석을 논하기 전에 가사노동의 중심이 되는 곳이기에 기능에 대해 먼저 생각하고 싶다.조리의 중심이 되는 주방 기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형식적으로 간신히 놓여 있거나 보기에만 크고 화려하게 보이는 그런 주방보다는 주방 가구나 수전류, 개수대 등의 설비류가 내구성과 기능성이 좋아야 할 것이고 조리대는 조리하기에 불편함이 없는 크기와 규모로 계획돼야 한다.각종 조리 기구 및 도구들을 종류별로 넣어 놓을 수 있는 수납공간, 통조림이나 포장된 식재료를 넣어 두거나 각종 주방용 전기 기구들과 그릇류를 손쉽게 수납할 수 있는 기능적인 공간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돼야 한다. 조리대 높이는 주부 키에 맞춰 계획하고 조리 시의 움직임을 고려해 공간을 계획한다. 지나치게 동선이 길거나 폭이 커지면 주부는 조리하는 동안 즐거움이 아니라 노동의 괴로움만 느끼게 될 것이다.따라서 외형에 투자하는 주방이 아니라 이러한 것들을 꼼꼼히 따져야 쾌적한 주방이 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한쪽에 주부를 위한 공간이 있어 간단한 메모를 하거나 요리책을 볼 수 있게 배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자연 환기가 잘 이뤄지도록 창 위치를 잡고 햇볕이 잘 들어야 곰팡이 등을 예방할 수 있다. 특히, 아침 햇살을 잘 받는 위치라면 주부들에게 상쾌한 아침을 선물할 수 있을 것이다. * 주요 실 배치 요령은 다음 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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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풀어 쓴 일반인을 위한 전원주택 마련법 ③ 살림집 배치와 실 구성] 살림집 배치와 실 구성 요령, 고정관념 벗어나 설계자와 충분한 협의 거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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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풀어 쓴 일반인을 위한 전원주택 마련법 ② 설계에 앞서] 생활을 담는 그릇, 건축 - 설계는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소홀해선 안돼
- 건축에 있어 수없이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이 설계지만 소홀히 대접받는 게 실상이다. 비용적인 문제가 가장 크겠지만 그보다 앞서 인식의 잘못이 크다. 설계를 소홀히 한 채 집을 짓겠다는 것은 어디로 가야 할지 정하지 않고 길을 나서는 것과 같다. 이번 호에서는 본격적인 설계에 대한 논의에 앞서 집이, 공간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봄으로써 설계의 중요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글 최규철<BLC하우징 대표> 설계는 사실 우리에게 친숙한 행위다. 새해가 되면, 새 학기를 맞이하면, 사회에 첫발을 내딛으면, 결혼을 하면 우리는 상황에 맞는 미래를 설계한다. 일상에서 의식, 무의식적으로 설계라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다. 일상에서의 설계가 무시되거나 무계획적이라면 삶이 올바로 영위되기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마찬가지 살림집을 짓거나 수리를 해야하는 일이 생겼을 때 당연히 설계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설계는 앞으로 집이 어떻게 지어질지 알려주는 지침서인 동시에 공간을 어떻게 나누고 배치할지 보여주는 안내서라고 할 수 있으나 실은 이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닌다.설계의 중요성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나 불행히도 현장에서는 설계가 소홀히 취급받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까지 건축을 위해 여러 건축주를 만나면서 경험한 일, 동료나 선후배 건축가들로부터 간접 경험한 사례와 이러저러한 경로로 문제 있는 집을 자문諮問해 주면서 접했던 일을 짚어보면 놀랍게도 설계의 전문성이 무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소중한 재산인 동시에 가족이 행복한 삶을 보내야 할 보금자리를 전문가의 능력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친구나 이웃의 경험에 의존해 실패하는 경우를 볼 때면 참으로 안타깝다.물론 모든 집들이 명망 있는 설계자들에 의해서 작품으로 승화(?)돼야만 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그러나 가족의 행복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 #1애플사 CEO였던 스티븐 잡스 사후死後그가 살았던 주택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호화스럽지도 고급스럽지도 않은 주택에서 사람들은 그의 소탈한 성품을 다시금 새기게 됐다. 팰러앨토 웨이벌리 스트리트 2101번지, 그가 살았던 집은 미국의 모든 보통 사람들에게 질 좋고 저렴한 주택을 보급하고자 했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모더니즘 건축의 거장인 미국 건축가)에게서 영감을 받은 어느 부동산 업자가 지은 것이라고 한다. 담장이 없는 이층집은 밖에서 응접실이 훤히 보일 정도로 외부로 열린 공간이고 이웃한 주택과의 이질감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잡스는 이 집에서 영감을 얻어 자신도 이러한 깔끔하고 세련된 제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자서전에서 밝히고 있다.이렇듯 집은 거주하는 사람의 인식을 바꿔놓기도 한다. 많은 혁신적인 제품을 세상에 내놓았던 스티븐잡스가 집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대목이다. #2어린 시절 집과 관련한 어떤 장면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필자가 살던 곳은 전형적인 시골 초가였는데 작은 안마당과 사랑채 그리고 사랑채와 연결된 바깥마당이 있었다. 집 한켠 작은 장독대에는 높이를 달리한 많은 항아리들이 놓여 있었고 부엌과 연결된 뒤쪽 텃밭에는 복숭아나무와 앵두나무 등 몇 안 되는 유실수가 때를 기다리며 자라고 있었다. 나무로 울타리를 만든 조촐한 시골집이었다. 어느 해 겨울밤, 마치 한낮인 것처럼 밝은 달빛이 창호지를 뚫고 부서지듯 들어와 온 방 안을 밝게 만들었다. 누군가 올 것만 같아 잠을 이룰 수 없어 창문에 붙인 작은 투명 유리 조각에 눈을 바짝 대고 밖을 보곤 했던 기억이 또렷하다. 또 너무도 조용해서 잠을 청하기보다 사락사락 내리는 눈 소리를 숨죽이며 듣다 원하지 않던 잠 속으로 빠져들곤한 경험도 있다.모든 공간은 이렇게 의식, 무의식적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어떤 기억은 평생을 따라 다니며 삶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기분 전환을 위해 혹은 새로운 활기를 얻고자 좋은 경관을 찾아 떠나는 것, 연인을 위해 그럴싸한 장소를 예약하는 것 등은 특별한 공간이 가져다주는 '특별함'때문이다. 그리고 잡지나 TV 등 여러 매체에서 등장하는 아름다운 실내공간을 보면 절로 저런 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분위기 좋은 찻집을 발견하면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것은 공간에 대한 '동경'이 담겨 있어서다.건축물과 공간이 주는 '소통, 기억, 특별함, 동경'등은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다. 여기저기서 마음에 든 공간을 옮겨와 조합해 놓는다 해서 훌륭한 건축물이 탄생하지는 않는다. "건축이란 무릇 생활을 담는 그릇과 같다"는 말처럼 공간에는 사람과 자연의 이야기가 담겨 있기에 거기에 순응하는 저마다의 공간이 있기 마련이다.살림집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우리 가족만의 삶의 방식, 이야기 등을 담아야 할 공간에 남의 것을 가져다 놓을 순 없는 것 아닌가. 하지만 앞선 언급처럼 자문 등의 이유로 남의 집을 방문해 보면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공간이 떡 하니 들어서고 불필요한 공간이 제법 큰 규모로 놓여 낭비되는 경우를 자주 접한다. 이유는 분명하다. 설계에 공을 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다음 호에는 이렇듯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는 공간 설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싣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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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풀어 쓴 일반인을 위한 전원주택 마련법 ② 설계에 앞서] 생활을 담는 그릇, 건축 - 설계는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소홀해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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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3주년을 맞는 ≪월간 전원주택라이프≫가 이렇게 달라집니다
- 푸른 삶이 가득한 ≪월간 전원주택라이프≫가 창간 13주년(2012년 4월호, 통권 157호)을 맞아 더욱 알찬 모습으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세련된 편집과 다양한 읽을거리를 통해 예비 전원주택 건축주와 전원생활자 그리고 관련 업계 종사자 여러분에게 한걸음 더 다가가려 합니다. 업계를 선도하는 리딩 전문지로서 늘 변화하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월간 전원주택라이프≫가 될 것을 약속드리며 창간 13주년 기념 지면 개편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 온라인 서비스 강화 그간 인터넷 홈페이지(www.countryhome.co.kr)를 사랑해주신 애독자 및 관련 업체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현재 6만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홈페이지 외에 모바일 홈페이지(m.countryhome.co.kr)를 오픈했으며 아이패드와 갤럭시탭에서도 ≪월간 전원주택라이프≫를 즐길 수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 환경을 통해 ≪월간 전원주택라이프≫를 만날 수 있습니다. 정원(Home&Garden) 코너 확충 기존에 꾸준히 연재하던 'Home&Garden1 영국 정원'에 이어 국내 정원을 소개하는 'Home&Garden2'와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조경학 석사를 취득하고 조경 관련 강의를 하고 있는 이명희씨의 'Home&Garden3-식물'이 추가돼 국내외 정원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많은 볼거리와 알찬 정보로 가득찬 정원 섹션을 만나 보십시오. 전원주택을 계획하는 예비 건축주뿐 아니라 정원 생활자에게도 유익한 ≪월간 전원주택라이프≫가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외부 전문가 코너 확충 및 신설 지난달을 끝으로 김낭현 설계자의 '한국형 설계도면'연재가 막을 내리고 이번 호부터 CM건축㈜ 여상수 이사의 '맞춤형 전원주택 설계도면'이 실립니다. 3D 설계 및 실별 스케치를 통한 구체적이고 입체적인 도면이 게재됩니다. 또한 정혜정 씨의 '전원주택 스케치'를 프랑스 파리국립건축학교(ENSA La Villette) 친환경 건축 석사과정을 수료한 정기웅 씨가 이어받아 연재를 계속합니다. 경제적으로 집 짓는 방법을 소개하는 창조하우징 김연철 이사의 '알뜰하게 지은 소형주택 이야기', BLC하우징 최규철 대표의 '쉽게 풀어 쓴 일반인을 위한 전원주택 마련법'등이 올해부터 새로이 연재가 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대독자 서비스 강화 애독자 여러분의 말씀에 더욱 귀 기울이겠습니다. 높은 호응을 얻고 있는, 독자 엽서를 통해 받은 질문에 기자가 직접 답하는 '독자 엽서'가 올해도 계속됩니다. 한편 인터넷 홈페이지와 엽서로 혹은 편집부로 직접 제보한 내용을 우선적으로 지면에 담도록 하겠습니다. 심층적인 기사, 다양한 읽을거리 전원주택 분야에 화두로 떠오른 그리고 트렌드로 자리 잡은 주제를 심층적으로 다루는 'Special Edition'과 '포커스'는 같은 모습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전원주택 관련 소식을 빠르고 생생하게 전하는 '핫뉴스', ' 핫 프로덕트', ' 스폿라이트', ' 전원 밖 세상'과 실생활에 유용한 정보를 친근하게 알려주는 '스타일', 'D.I.Y.'등의 코너도 지속됩니다. 또한 텃밭에 관심이 높아지는 점을 감안 텃밭에서 재배한 작물로 요리를 하는 유명블로거 장진주 씨의 '텃밭 요리'를 신설해 게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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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3주년을 맞는 ≪월간 전원주택라이프≫가 이렇게 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