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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전원] 바람처럼 자유롭게, 들꽃처럼 씩씩하게… 당진 한옥 어린이집
- 충남 당진군 당진읍 우두리 어린이집이 한옥 목구조 맞배지붕 현대 한옥 유형으로 2009년 9월 착공하여 2010년 1월 완공됐다. 부지면적 2438.0㎡(737.5평)에 연면적 493.8㎡(149.0평) 규모다. 어린이집에는 마룻대에 적힌 '바람 들꽃 평화'라는 상량문처럼 우리 아이들이 '바람처럼 자유롭고, 들꽃처럼 씩씩하게, 무한 경쟁과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냈다.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건축주인 안 원장의 처음 생각은 시부모가 사는 구옥과 농지에 현대 한옥으로 살림집을 지어 모시고 살면서, 그 한편에 저렴한 비용으로 어린이집을 신축해 운영하는 것이었다. ㈜행인흙건축이 2008년 봄 시공한 서산시 해미면 주택을 수차례 방문하면서 계획을 세워왔다. 이 생각이 2009년 봄을 지나며 바뀌었다.살림집을 미루더라도 제대로 된 좋은 환경의 어린이 집을 만들어야겠다는 꿈이 앞선 것이다.신축하는 동안 많은 사람이 의문을 표했다. '이렇게 투자를 많이 해서 언제 뽑으려고…….'안 원장은 어린이집 운영을 통해 건축비 뽑을 생각이 없단다. 그저 좋은 환경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행복일터이고, 세월이 지나 어린이집 효용이 없어지면 노인시설로 전환해 그곳에서 늙어지면 또 얼마나 좋겠냐고 한다. 바로 돈 중심의 교환가치가 아니라 사람 중심의 사용가치에 눈을 돌리면 건물도, 사람도, 세상도 바뀌는 것이다. 지세를 살린 배치와 구성어린이집은 당진군청과 아파트들이 들어선 시내에서 10여 분 거리에 들어선 마을에 있다. 야산에 둘러싸인 분지지만 동쪽은 논들이 넓게 펼쳐져 바람이 시원하다. 동서로 긴 부지 특성을 살려 건물을 동남향으로 배치했다.행인흙건축은 전통 서원 건축 양식을 토대로 'ㄷ'자 형태 3개 동을 배치할 것을 추천했으나, 운영 및 관리 문제로 복층과 단층 2개 동으로 구성했다가, 다시 2개 동을 하나로 결합한 설계안을 확정했다. 문제는 한옥 목구조 방식 건물은 단일 건축물로 120평이 넘으면 내화구조로 인정받지 못하는 건축법이었다. 최종적으로 105평 복층 건물과 단층 건물 2개 동으로 구성했던 안을 보완해 최종 설계를 마쳤다. 총 건축면적이 149평으로 복층 105평(1층 60평, 2층 45평), 단층 44평 2개 동으로 구성했다. 복층 건물은 동향으로, 단층 건물은 남향으로 배치해 전체적으로 'ㄱ'자 형태의 안마당을 공유한 모양새다. 앞에는 놀이터가, 측면에는 텃밭이 자리한다. 각 건물 앞 쪽마루는 안마당으로 향해 외부 행사 때 공연장처럼 자연스럽게 둘러앉을 수 있다.복층 건물 1층에는 3∼4세 반 교실 2개와 원장실 및 상담실이, 2층에는 가운데 계단을 중심으로 양옆에 6~7세 반 교실이 2개 있다. 단층 건물은 복층 건물과 통하는 긴 복도(외부는 덱으로 연결) 후면으로 5~6세 반 교실이 2개다. 공간을 구분하되 행사시 강당으로 사용하도록 미닫이문으로 칸을 구분했다. 꿈나무들을 위한 건강한 터전보통 어린이집이 철근콘크리트 구조에 드라이비트와 치장벽돌 마감이거나 친환경적이더라도 내부에 황토로 미장하는데 그친다. 반면 당진 어린이집은 구조(뼈대) 및 처마 지붕, 벽체, 창호 등 현대 한옥의 기본을 따랐다.기둥(24㎝)과 도리 · 보의 사괘맞춤을 기본 구조로 교실 규모를 고려해 폭 30㎝에 두께 54㎝ 대들보를 사용하고, 외부 도리는 장혀로 보강했다. 복층 건물 2층과 단층 건물 천장은 내부 오량천장(이중 지붕 형태)으로 대청마루와 같은 느낌을 살리고, 복층 건물 1층은 소음 차단과 단열을 보강하고자 별도 단열재에 석고보드+황토보드로 마감했다. 지붕은 맞배지붕에 황토색 평판기와(양식 기와)로 마감하고, 벽체는 외벽 창틀 하단 치장벽돌+황토벽돌 이중 쌓기로 현대 한옥 살림집 방식 그대로를 따랐다. 내벽과 바닥 모두를 황토미장 마감했다. 창호는 단열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고자 우드 새시 이중창으로 하되 복도 창과 출입 미닫이문, 화장실 문 등은 촉대구살 한식 창을 썼다. 대문은 현대 한옥 대문 형식 그대로를 취했다. 손때가 많이 타고, 낙서판이 되기 쉬운 내벽 하단(약 80㎝)은 루버 형태 판 목재로 마감하고 래커 도장 후 방염 처리해 기능성과 안정성을 높였다. 상단은 한지 벽지로 마감하고, 바닥은 클릭형 온돌마루를 깔았다.교실마다 설치한 남녀 화장실은 벽체와 문을 삼목 루버로 제작하고 바닥은 타일, 하단 벽체는 삼목 루버, 벽 상단은 황토 미장 노출로 처리해 청정함과 안정성을 꾀했다. 화장실 바깥쪽 교실에는 별도 세면대를 설치해 미술 실습 때 사용하거나 평소에도 손을 씻도록 배려했다.복층 건물 공동 공간(홀)에는 매립형 벽난로를 설치해 안전사고에 대비했다. 2층 한쪽 교실 경사지붕 아래에 다락방을 만들고, 반대쪽 교실에 현관 2층을 이용해 발코니를 뒀으며 단층 건물 양 교실에는 중이층 다락을 마련해 내부 놀이공간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 당진 어린이집의 상량 도리(마룻대)에는 '바람 들꽃 평화'라는 상량문이 있다. 우리 아이들이 '바람처럼 자유롭고, 들꽃처럼 씩씩하게, 무한 경쟁과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기를 기원하는 마음에서다.온전한 우리 시대 교육시설로 거듭나는 과정이 어디 쉬웠겠는가. 안원장의 결단과 시공사에 대한 믿음, 행인흙건축과 공정별 일꾼들의 헌신성이 4개월여의 짧은 기간에 이토록 큰 성과를 이루어낸 것이리라.이제 현대 한옥은 살림집을 넘어 공공시설로 그 영역을 확대해 나갈 수 있는 기획력과 시공 기술력을 갖춰가고 있다. 건축에는 철학이 있다. 미학이 있다. 한옥에 뿌리를 두고 사람을 담을 수 있는 우리 시대 건축, 바로 현대 한옥의 이정표임을 확인한다. 글 · 사진 홍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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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전원] 바람처럼 자유롭게, 들꽃처럼 씩씩하게… 당진 한옥 어린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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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전원] 안동 ‘천지댁갑산댁 향토음식 체험관’ 마을 수익은 우리가 책임진다. 부녀회 힘 모아 사업체 결성해 체험관 지어
- 오지 마을에 황토음식 체험관이 문을 열었다. 마을 부녀회 소속 10명의 젊은 아낙네가 힘을 모아 마을을 살리고자 나선 것이다. 지원받은 도비와 시비에 곗돈으로 모은 자부담을 합쳐 그럴듯한 식당도 지었다. 인적 없던 오지에 웃음 꽃이피기 시작했다.글 · 사진 홍정기 기자 취재협조 천지댁갑산댁 향토음식 체험관 대림ALC목조주택 054-855-5681 www.dlwoodh.com 경북 안동시 길안면 송사리 천지갑산마을은 안동에서 하늘 아래 첫 동네로 불린다. 첩첩산중에 자리한 이곳은 오지奧地에 속해 자연 보존이 잘 돼 있는데 물이 맑아 여름에는 더위를 피해 계곡을 찾는 야영객이, 봄 가을 겨울에는 등산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하늘 아래 첫 동네 천지갑산마을에 작년 12월 18일 슬로우푸드'천지댁갑산댁 향토음식 체험관'이 문을 열었다. 마을 부녀회에서 젊은 사람 10명이 뜻을 모아 지천에 널린 산야초와 오곡백과, 버섯, 다슬기, 민물고기 등 순자연산 천연 재료만을 이용해 만든 토종음식을 판매하고 다양한 음식 만들기 체험 행사를 열어 관광객 유치에 발벗고 나선 것이다. 선뜻 곗돈 내준 어르신들, 음식 지원까지체험관을 만들기 전 부녀회는'천지댁갑산댁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했다. 면사무소로부터 2011년도 농어촌 소득자원 발굴육성사업을 공모한다는 소식을 듣고 응모하려 했으나 사업체가 아니면 지원할 수 없다는 이야기에 법인을 결성하게 된 것이다.법인 총무를 맡고 있는 최순옥(49세) 씨는 법인에 이어 체험관까지 만들게 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예전부터 우리 마을 여자들 음식 솜씨가 자자했어요. 특별한 재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재료가 신선하고 좋으니까 음식까지 맛이 있던 거지요. 그런데 자연경관이 좋아 찾아오는 외지인은 점점 늘어나는데 보다시피 이곳에는 번듯한 식당 하나 없거든요. 앞으로 증가할 관광객을 위해 젊은 우리가 나서서 해보자 했던 거예요."마을에서 비교적 젊은 축에 드는 10명의 여성이 힘을 모은 끝에 경상북도와 안동시로부터 2억 1천 6백만 원을 보조받고 나머지 5천 4백만 원은 자부담으로 해 음식 공방, 음식 체험관 등의 시설을 갖추게 됐다. 또한 이전에 농촌 전통 테마마을 조성사업으로 마련한 황토온돌 체험방과 연계해 관광객들이 향토음식, 숙박, 물놀이, 고기잡이, 등산, 농산물수확 등 옛 농경문화를 체험할 수 있게 했다. 80% 가까이를 지원받았다고 하지만 자부담 5천 4백만 원은 부담스런 금액이었다. 최순옥 씨는 "예전부터 부녀회에서 계 형식으로 한 달에 1인당 5만원씩 거둬 모아둔 돈이 있었어요. 고맙게도 어르신들이 젊은 애들이 한다고 하니 도와주자며 흔쾌히 사용을 허락하셨죠"라고 말했다.동네 어르신들의 도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직접 손으로 만든 두부와 청국장을 지원하고 있다. " 따라 한다고 하는데도 저희는 도저히 그 손맛을 낼 수 없어요. 당분간은 신세를 져야 할 것 같아요." "좋은 음식, 좋은 곳에서 먹어야지요"이들이 가장 공을 들이는 곳은 향토음식 체험관이다. 마을에 단 하나밖에 없는 식당이기에 외지인에게는 마을의 얼굴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마을에서 유일하게 목조주택으로 지은 것도 같은 이유다.일단 체험관은 외지인들이 멀리서도 단박에 알아보게끔 붉은 지붕을 얹어 화사하고 밝은 느낌을 냈다. 전면으로는 무게감이 전해지는 인조석을 시공해 경쾌한 이미지의 지붕을 보완했고 전면으로 긴 덱을 깔아 식사 후 다과를 하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체험관은 10명이 당번을 정해 순서로 지키는데 이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친절과 청결이다. 웃는 모습으로 관광객을 대하고 좋은 재료를 쓰는 만큼 항상 깨끗함을 유지해야 한다고 다짐한다.최순옥 씨는 "좋은 집을 지으니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알아서 청결을 유지하려고 해요. 깨끗한 집을 보면 기분이 좋잖아요. 일하는 사람도 마찬가지거든요. 집이 사람을 만드는 것 같아요"라고 전했다. * 봄에는 산나물, 여름에는 골부리 잡고기, 가을에는 송이버섯과 능이버섯, 겨울에는 진채식 비빔밥이 체험관 주 메뉴다. 요즘 찾는 사람이 많아 고기가 들어간 식단도 등장했지만 지역에서 나는 제철 음식을 중심으로 운영한다. 조금씩 입소문이 퍼지고 언론에도 소개되면서 제법 찾는 이들이 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아녀자들이 하는 일에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지만 지금은 마을 주민 모두가 내 일처럼 돕는다. 오지 마을이 사람 발길로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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