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메뉴보기
 

오지 마을에 황토음식 체험관이 문을 열었다. 마을 부녀회 소속 10명의 젊은 아낙네가 힘을 모아 마을을 살리고자 나선 것이다. 지원받은 도비와 시비에 곗돈으로 모은 자부담을 합쳐 그럴듯한 식당도 지었다. 인적 없던 오지에 웃음 꽃이피기 시작했다.

글 · 사진 홍정기 기자 취재협조 천지댁갑산댁 향토음식 체험관 대림ALC목조주택 054-855-5681 www.dlwoodh.com

 

 

 

경북 안동시 길안면 송사리 천지갑산마을은 안동에서 하늘 아래 첫 동네로 불린다. 첩첩산중에 자리한 이곳은 오지奧地에 속해 자연 보존이 잘 돼 있는데 물이 맑아 여름에는 더위를 피해 계곡을 찾는 야영객이, 봄 가을 겨울에는 등산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하늘 아래 첫 동네 천지갑산마을에 작년 12월 18일 슬로우푸드'천지댁갑산댁 향토음식 체험관'이 문을 열었다. 마을 부녀회에서 젊은 사람 10명이 뜻을 모아 지천에 널린 산야초와 오곡백과, 버섯, 다슬기, 민물고기 등 순자연산 천연 재료만을 이용해 만든 토종음식을 판매하고 다양한 음식 만들기 체험 행사를 열어 관광객 유치에 발벗고 나선 것이다.

 

 

선뜻 곗돈 내준 어르신들, 음식 지원까지
체험관을 만들기 전 부녀회는'천지댁갑산댁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했다. 면사무소로부터 2011년도 농어촌 소득자원 발굴육성사업을 공모한다는 소식을 듣고 응모하려 했으나 사업체가 아니면 지원할 수 없다는 이야기에 법인을 결성하게 된 것이다.
법인 총무를 맡고 있는 최순옥(49세) 씨는 법인에 이어 체험관까지 만들게 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예전부터 우리 마을 여자들 음식 솜씨가 자자했어요. 특별한 재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재료가 신선하고 좋으니까 음식까지 맛이 있던 거지요. 그런데 자연경관이 좋아 찾아오는 외지인은 점점 늘어나는데 보다시피 이곳에는 번듯한 식당 하나 없거든요. 앞으로 증가할 관광객을 위해 젊은 우리가 나서서 해보자 했던 거예요."
마을에서 비교적 젊은 축에 드는 10명의 여성이 힘을 모은 끝에 경상북도와 안동시로부터 2억 1천 6백만 원을 보조받고 나머지 5천 4백만 원은 자부담으로 해 음식 공방, 음식 체험관 등의 시설을 갖추게 됐다. 또한 이전에 농촌 전통 테마마을 조성사업으로 마련한 황토온돌 체험방과 연계해 관광객들이 향토음식, 숙박, 물놀이, 고기잡이, 등산, 농산물수확 등 옛 농경문화를 체험할 수 있게 했다.

 

 

 

 

80% 가까이를 지원받았다고 하지만 자부담 5천 4백만 원은 부담스런 금액이었다. 최순옥 씨는 "예전부터 부녀회에서 계 형식으로 한 달에 1인당 5만원씩 거둬 모아둔 돈이 있었어요. 고맙게도 어르신들이 젊은 애들이 한다고 하니 도와주자며 흔쾌히 사용을 허락하셨죠"라고 말했다.
동네 어르신들의 도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직접 손으로 만든 두부와 청국장을 지원하고 있다. " 따라 한다고 하는데도 저희는 도저히 그 손맛을 낼 수 없어요. 당분간은 신세를 져야 할 것 같아요."

 

 

"좋은 음식, 좋은 곳에서 먹어야지요"
이들이 가장 공을 들이는 곳은 향토음식 체험관이다. 마을에 단 하나밖에 없는 식당이기에 외지인에게는 마을의 얼굴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마을에서 유일하게 목조주택으로 지은 것도 같은 이유다.
일단 체험관은 외지인들이 멀리서도 단박에 알아보게끔 붉은 지붕을 얹어 화사하고 밝은 느낌을 냈다. 전면으로는 무게감이 전해지는 인조석을 시공해 경쾌한 이미지의 지붕을 보완했고 전면으로 긴 덱을 깔아 식사 후 다과를 하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체험관은 10명이 당번을 정해 순서로 지키는데 이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친절과 청결이다. 웃는 모습으로 관광객을 대하고 좋은 재료를 쓰는 만큼 항상 깨끗함을 유지해야 한다고 다짐한다.
최순옥 씨는 "좋은 집을 지으니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알아서 청결을 유지하려고 해요. 깨끗한 집을 보면 기분이 좋잖아요. 일하는 사람도 마찬가지거든요. 집이 사람을 만드는 것 같아요"라고 전했다.

 

*

 

봄에는 산나물, 여름에는 골부리 잡고기, 가을에는 송이버섯과 능이버섯, 겨울에는 진채식 비빔밥이 체험관 주 메뉴다. 요즘 찾는 사람이 많아 고기가 들어간 식단도 등장했지만 지역에서 나는 제철 음식을 중심으로 운영한다. 조금씩 입소문이 퍼지고 언론에도 소개되면서 제법 찾는 이들이 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아녀자들이 하는 일에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지만 지금은 마을 주민 모두가 내 일처럼 돕는다. 오지 마을이 사람 발길로 분주하다.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이색전원] 안동 ‘천지댁갑산댁 향토음식 체험관’ 마을 수익은 우리가 책임진다. 부녀회 힘 모아 사업체 결성해 체험관 지어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