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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절약 건축 패시브하우스의 이해 ③] 파시브하우스는 냉동창고가 아니다, 에너지 소비 최소화한 쾌적한 공간
-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는 건물 단열을 높이면서 기밀하게 시공, 최대한 에너지 손실을 줄이며 환기장치로 쾌적한 실내공기를 유지하는 건축물을 말합니다. 기준은, 연간 난방에너지 수요가 ㎡당 15㎾h 이하, 냉 · 난방, 급탕, 전기 등 연간 1차에너지 수요가 ㎡당 120㎾h 이하 등입니다. 패시브하우스 발상지 독일어로는 파시브하우스Passiv Haus이며 국제 표준어인 영어로는 패시브하우스입니다.편집자 주 안과 밖의 에너지 흐름을 가능한 차단한다는 기본 원리는 파시브하우스와 냉동창고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에너지 흐름의 차단 외에 파시브하우스의 핵심 요소에는 신선한 공기와 햇빛의 공급, 습기 조절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파시브하우스의 궁극적 목적은 에너지 절약과 함께 쾌적한 공간을 만드는 데 있기 때문이다.글 이필렬<파시브하우스 디자인 연구소장/한국방송통신대 교수> 파시브하우스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에너지와 안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오랫동안 건축물 안에 머물러 있게 하는 것이다. 이와 아주 유사하면서도 정반대의 목적을 지닌 건축물로 대표적인 것이 냉동창고다. 여기서는 벽, 바닥, 지붕을 모두 수십 센티미터나 되는 스티로폼이나 우레탄으로 둘러싼다. 출입문까지도 아주 두꺼운 단열재를 이용해 육중하게 만든다. 공기도 새어나가지 않도록 철저하게 밀폐한다. 공기가 들락거리면 에너지도 흘러가기 때문이다. 밖에서 들어오거나 안에서 발생한 에너지가 있다면 빠져나가기 아주 어렵게 돼 있다. 물론 냉동창고의 목표는 에너지가 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들어오는 에너지를 가능한 막는 것이 목적이다. 그래도 안과 밖의 에너지 흐름을 가능한 차단한다는 기본 원리는 파시브하우스와 다를 바 없다. 우리가 냉동창고에서 산다면 외부 기온이 영하의 겨울철 난방은 거의 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 몸에서 발생하는 에너지와 조명이나 조리용 에너지만 가지고도 실내온도를 18℃ 정도로 올릴 수 있다. 하지만 냉동창고 속에서 오래 생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방이 완전히 막혀있기 때문에 신선한 공기가 들어오지 않고, 햇빛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속에 들어가서 하루쯤 생활하면 산소 부족으로 숨 막혀 죽을지도 모른다.우리가 집을 짓고 사는 이유는 첫 번째가 비바람과 추위를 막는 것이다. 사람들이 최초로 집을 짓고 살기 시작한 때는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집 안에서 불을 때서 요리를 할 때 연기가 집 안에 가득 차도 얼마든지 감수했다. 그러나 지금은 비가 새거나 들이치지 않고 추위를 막아주는 정도로는 아무도 만족하지 못한다. 공기도 좋아야 하고 햇빛이 잘 들어오고 더위도 식혀주는 쾌적한 집이어야만 대부분의 사람을 만족시킨다. 집의 기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도 그 집에서 사는 사람의 쾌적성에 대한 욕구도 채워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열회수 환기장치로 공기 질 관리그렇다면 파시브하우스의 핵심 요소에는 에너지 흐름의 차단 외에 신선한 공기와 햇빛의 공급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또 한 가지 쾌적한 집을 생각할 때 빠트려선 안 될 것은 습기 조절이다.파시브하우스에서 에너지 흐름의 차단은 지혜롭게 단열을 하면 성취할 수 있다. 설계를 할 때 단열 콘셉트를 잘 짠 다음 좋은 단열재를 선택해서 세심하게 시공하면 충분히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신선한 공기의 공급은 창문을 열거나 환풍기를 돌려서 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파시브하우스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이때 에너지가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에너지 흐름의 차단과 공기의 공급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는 셈인데, 그래도 어떻게든 신선한 공기는 집 안으로 들여와야만 한다. 이 문제는 나가는 공기가 품고 있는 에너지를 들어오는 공기가 빼앗아 가지고 올 수만 있으면 해결된다.이런 일을 가능하게 해주는 장비가 바로 열회수 환기장치다. 이것은 우리나라 겨울의 경우 밖으로 나가는 따뜻한 공기의 에너지와 집 안에 공급되는 차가운 공기의 에너지를 교환하는 열교환기를 장착한 환기장치로, 90% 이상의 에너지를 회수할 수 있다. 바깥 온도가 0℃이고 실내온도가 20℃라면, 이 장치를 통과한 실내 공기는 2℃가 되어 나가고, 바깥 공기는 18℃가 되어서 들어온다. 에너지 흐름의 차단과 신선한 공기 공급의 충돌을 거의 완벽하게 해결해주는 것이다. 3중 로이유리로 채광과 단열 최적화햇빛은 집 안을 환하게 만들어주고 우리 몸을 기분 좋게 달궈주는 적외선을 제공한다. 쾌적한 주거 생활을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햇빛은 창호를 통해 들어온다. 창호지를 바른 한옥 창호든 유리를 넣은 창호든 모두 햇빛 투과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도 에너지 흐름의 차단과 햇빛 공급 사이에 충돌이 존재한다. 실내에 햇빛을 많이 공급하기 위해서는 두께가 얇은 창호지를 써야 한다. 마찬가지로 유리의 두께도 얇을수록 햇빛이 더 많이 통과한다. 반면에 창호지와 유리의 두께가 얇을수록 에너지 흐름은 더 활발하게 일어난다. 그렇다고 두께를 늘리면 햇빛의 투과량은 줄어든다. * 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로이유리(Low-E Glass)로이(Low-E: Low-emissivity)는 낮은 방사율을 뜻한다. 유리 표면에 금속 또는 금속산화물을 얇게 코팅한 것으로 열의 이동을 최소화하는 에너지 절약형 유리로 저방사 유리라고도 한다. 특성상 복층으로 가공하며 코팅 면이 내판 유리의 바깥쪽으로 오도록 만든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가시광선은 대부분 안으로 투과시켜 실내를 밝게 유지하면서 겨울에는 난방열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차단하고, 여름에는 바깥 열기를 차단하는 역할을 하므로 냉 · 난방비를 줄일 수 있다. 단판유리와 비교해 약 50%, 일반 복층유리보다는 약 25%의 에너지 절감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로이유리의 종류는 코팅 제조방법에 따라 파이롤리틱 공법(Pyrolytic Process)에 의한 하드 로이(Hard Low-E)와 스퍼터링 공법(Sputtering Process)에 의한 소프트 로이(Soft Low-E)로 구분한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완전 진공 창호를 사용하는 것이다. 두 장의 얇은 유리 사이를 진공으로 만들면 에너지 흐름도 차단하면서 햇빛도 많이 투과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창호는 아직 개발 단계에 있고, 건축자재 시장에 나와 있지 않다. 결국 이와 관련해서는 열회수 환기장치 같은 해결책은 없는 셈이다.그렇다면 방법은 중간 지점에서 타협을 하는 수밖에 없다. 타협책은 에너지 흐름을 가능한 줄이면서 햇빛은 그래도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는 창호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용도로 개발된 창호가 바로 3중 로이유리(Low-E Glass) 무거운 기체 채움 창호다. 이 창호에서는 아주 맑은 유리에 에너지 흐름을 줄이는 금속막을 씌운 유리 세 장을 사용하고, 이들 유리 사이에는 무거운 기체를 채워 넣는다.맑은 유리는 햇빛을 가능한 많이 통과시킨다. 반면에 금속막은 햇빛을 꽤 차단한다. 무거운 기체는 에너지 흐름을 감소시킨다. 전체적인 결과는 햇빛 투과율은 약 50%, 에너지 흐름은 보통 건물에서 많이 사용하는 2중유리 창호의 4분의 1 정도로 된다. 결로 · 곰팡이가 발생하지 않는 집집 안이 습하면 쾌적함을 느끼기 어렵다. 이는 후텁지근한 여름 기후를 떠올리면 금방 알 수 있다. 사방이 눅눅하고 몸도 개운하지 않다. 집안에서는 여기저기에서 곰팡이가 피고 묘한 곰팡내가 코를 자극한다. 이런 상태가 여름철만 아니라 일 년 내내 지속되는 집도 있다. 파시브하우스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집 안에 곰팡이가 피는 주된 이유는 벽체 표면의 습도가 높기 때문이다. 곰팡이는 집 안 전체의 습도가 아주 높아도 발생하지만, 전체 습도는 낮지만 벽체 표면이나 벽체 속의 습도가 높아도 생긴다. 겨울철에 가습기를 틀거나 여름철 습도가 높으면 집 안 전체의 습도도 높아진다.이것은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겨울철에 가습기를 틀지 않으면 되고, 여름철에는 제습기나 에어컨을 돌리면 된다.그러나 벽체 표면의 습도만 높은 경우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에너지 흐름이 많은 집에서는 겨울철에 벽에 곰팡이가 필 가능성이 높다. 특히 겨울에 바깥바람을 막겠다고 창에 비닐을 친 집에서 곰팡이가 쉽게 핀다. 한옥이 춥다고 전통 창호를 시스템 창호로 바꾸거나 비닐을 씌우면 겨울철에 거의 100% 결로가 생기고 곰팡이가 발생한다. 이유는 한옥의 벽이 바깥의 찬 기운을 제대로 차단하지 못해서 벽 안쪽이 차갑기 때문이다. 그러면 여기서 결로가 생기고 곰팡이가 피고 썩게 되는 것이다.곰팡이는 벽체에 밀폐가 잘 안 돼 있을 때에도 발생할 수 있다. 외벽이 흙과 나무로만 구성된 한옥의 경우에는 벽체나 창호가 밀폐돼 있으면 곰팡이가 핀다. 이런 집에서는 곳곳에 공기구멍이 있어야만 집이 건강하게 유지된다. 겨울철에 바깥의 찬 공기가 들어와서 집 안의 습도를 낮게 만들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집 안은 추울 수밖에 없다. 춥다고 이런 공기구멍을 막으면 결로가 생긴다.반대로 단열이 잘 된 집에서는 공기구멍이 있으면 결로가 생기고 곰팡이가 핀다. 이런 집에서는 겨울철에 벽체의 온도가 실내온도와 거의 비슷하다. 당연히 결로도 곰팡이도 생기지 않는다. 그런데 벽체에 틈이 있어서 바깥 공기가 새어 들어오면, 그 부분의 온도는 벽체의 다른 부분보다 유난히 낮아지고 여기서 결로가 생기고 곰팡이가 핀다.그렇다면 이제 파시브하우스의 단열, 열회수 환기, 창호의 세 가지 핵심 요소에 한 가지가 더 추가돼야 할 것 같다. 바로 기밀성이다. 파시브하우스는 밀폐가 잘 돼 있어야 한다. 공기가 멋대로 들락거리면 에너지도 그만큼 멋대로 빠져나가고 열회수 환기장치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지만, 그만큼 또 결로와 곰팡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최소의 에너지 소비와 쾌적성 충족파시브하우스는 쾌적해야 한다. 파시브하우스에서 쾌적성은 부차적인 것이 아니다. 필수적으로 파시브하우스에 따라와야 하는 것이다. 쾌적하지 않은 집은 파시브하우스가 될 수 없다. 에너지를 아주 적게 쓴다고만 해서 파시브하우스가 되는 것은 아니다. 냉동창고가 파시브하우스가 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에너지를 적게 쓰면서도 쾌적한, 두 가지를 동시에 충족하는 집이 바로 파시브하우스다. 이 두 가지 중에서 한 가지만 만족시키는 집을 구현하기는 어렵지 않다. 냉동창고는 단열재만 두텁게 덮어씌우고 밀폐가 잘 되는 육중한 문을 달기만 하면 만들 수 있다. 노출콘크리트로 집을 짓고 단열은 거의 하지 않았지만 바닥난방을 골고루 하면서 외벽을 따라 라디에이터를 적절하게 설치하면 쾌적한 집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냉동창고는 쾌적하지 않고, 노출콘크리트 집은 난방을 위한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비한다.파시브하우스는 최소의 에너지 소비와 쾌적성 둘을 한꺼번에 얻으려고 한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처음에 건축 콘셉트를 확실하게 짜고, 단열을 지혜롭게 하고, 좋은 열회수 환기장치를 설치하고, 3중유리 창호를 적당한 자리에 제대로 끼워 넣고, 마지막으로 기밀성에 세심한 신경을 쓰면 충분히 실현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파시브하우스 전문가, 설계자, 시공자, 건축주가 모두 파시브하우스를 제대로 이해해야 하고, 공통의 이해를 바탕으로 합심해서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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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절약 건축 패시브하우스의 이해 ③] 파시브하우스는 냉동창고가 아니다, 에너지 소비 최소화한 쾌적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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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절약 건축 패시브하우스의 이해 ②]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파시브하우스
- 일본에 파시브하우스가 널리 보급돼 난방용 전기 수요가 크게 줄어들면 일본의 원전은 현재의 절반 정도가 필요 없다. 이는 원전 사고의 발생 가능성을 크게 줄인다. 파시브하우스는 쾌적하고 에너지 비용이 적게 드는 등 거주자에게 많은 편리함을 제공하는 동시에 사회 전체적으로 원전 사고의 가능성도 감소시키는 훌륭한 건축 콘셉트다.글 이필렬<파시브하우스 디자인 연구소장/한국방송통신대 교수> 글쓴이 이필렬 님은 패시브하우스에 대한 연구 · 설계 자문 · 교육 등을 통한 패시브하우스 보급에 힘쓰고 있습니다. 1988년 독일 베를린 공대 학사 · 석사 과정을 밟고 자연과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1992년부터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로 재임 중입니다. 국내 처음으로 독일 패시브하우스 연구소가 인증하는 패시브하우스 디자이너 자격을 취득하기도 했습니다.《에너지 대안을 찾아서》(창작과비평사, 1999년) 등 에너지자원 관련 저서가 다수 있습니다.www.passiv.co.kr 지난 호에 이야기했듯이 나는 에너지전환 운동을 통해 파시브하우스를 발견했다. 많은 사람이 파시브하우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에 힘입어 파시브하우스가 널리 퍼지는 것이 에너지전환을 앞당긴다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다. 어찌 보면 나는 지금도 에너지전환 운동을 하고 있고, 그 일환으로 파시브하우스를 퍼뜨리는 일을 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처음부터 에너지전환 운동을 한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원자력발전의 위험과 문제점을 지적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그런 가운데 대안을 보여주는 일의 중요성을 깨닫고 재생 가능 에너지로 넘어가는 길을 모색하다 파시브하우스와 만난 것이다. 원자력발전을 대신할 카드는?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원자력발전과 방사능의 위험이 새삼 우리의 관심사가 됐다. 사실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사회는 원자력발전의 위험을 잊고 살았다. 핵분열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이용한 발전 방식이 다른 발전 방식보다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서는 생각지 못하고, 늘어나는 전기 소비에 대응한다는 명목으로 원전을 마구 짓는 것을 찬성하거나 못 본 체했다. 그 결과 지금 남한 땅에는 21기의 원자로가 전체 전력의 40%가량 생산한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2030년에는 약 35기의 원자로가 전력의 60% 가까이 생산하게 된다.지금 세계는 두 가지 전력 생산 방식을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하나는 원자력발전을 늘려 전력 공급을 하자는 것이고, 또 하나는 재생 가능 에너지를 이용하자는 것이다. 원자력발전을 택한 국가는 한 · 중 · 일과 대만 등으로 동아시아에 집중된다. 재생 가능 에너지를 택한 국가는 독일, 덴마크, 오스트리아 등 유럽 국가들이다.원자력발전은 체르노빌 방사능 재앙 후 한 · 중 · 일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유럽의 대다수 국가는 원자력발전소를 더는 건설하지 않거나 폐쇄키로 결정했다. 대표적인 국가로 독일은 2000년에 발전사업자와 정부의 합의를 통해 오래된 발전소의 폐쇄부터 시작해 2020년경에는 마지막 원전을 없애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이미 19기의 원전 중 2기를 폐쇄했고, 2011년 4기를 추가로 폐쇄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2010년 말 보수당에서 원전을 새로 건설하지는 않되 현존하는 것의 수명 연장을 결정함으로써 폐쇄가 유예됐다. 따라서 마지막 원전의 폐쇄 시점도 2040년경으로 늦춰졌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사태는 다시 반전됐다. 사고 직후 7기의 원전을 폐쇄했고, 초기 계획대로 늦어도 2020년경에는 모든 원전이 사라져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 시민과 정치인의 지지를 얻고 있다.2000년 독일에서 원자력 대신 선택한 것은 재생 가능 에너지와 에너지 소비 감소였다. 그 결과 10년간 재생 가능 전기의 비중은 6.4%에서 16.8%로 증가했고, 2020년에는 35%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에너지 소비 중 재생 가능 에너지의 비중은 2.9%에서 9.4%로 높아졌다. 이는 원자력의 10.8%와 맞먹는 수준이다. 올해는 원자력발전소의 폐쇄로 그 비중이 크게 줄어들 것이므로 재생 가능 에너지의 비중은 원자력을 크게 앞지를 것이다.그런데 이러한 추세를 뒷받침해주는 것이 바로 에너지 소비의 감소다. 에너지 소비가 계속 늘어나면 재생 가능 에너지가 늘어난다 해도 그 비중까지 늘어나지는 못한다. 한국이 바로 이러한 상황에 처했다.재생 가능 에너지의 비중이 2003년에 2%대였는데,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도 2%대에 머물러 있는 것은 에너지 소비도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독일의 에너지 소비는 1990년경부터 감소 추세로 지난 20년간 약 6% 감소했다.덴마크와 오스트리아에서는 1970년대에 시민들이 원자력발전소의 건설을 막아 냈다. 그 대신 그들은 재생 가능 에너지를 선택했다. 이들 국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나자 원자력발전 포기를 촉구할 정도로 원자력의 장래에 대해 부정적이다. 덴마크의 전체 에너지 소비 중 재생 가능에너지 비중은 20%, 오스트리아는 28%로 매우 높다.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덴마크29%, 오스트리아는 70%가 넘는다. 에너지 절약과 재생 가능 에너지가 대안체르노빌 사고 후 내리막길을 달리던 원자력은 2000년대 말부터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화석연료의 이산화탄소 방출이 이대로 계속되면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을 몰고 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지난 호에도 언급했지만 기후변화는 인류가 직면한 두 위기 중 하나고, 그 주된 원인 제공자는 이산화탄소다. 그런데 원자력발전소에서는 방사능이 나오긴 하지만 이산화탄소는 거의 방출되지 않는다.어떤 면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보다 방사능 누출 피해를 감내하는 편이 더 낫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원자력발전은 세계 곳곳에서 다시 화려하게 등장했고, 원전 르네상스를 맞았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전 세계가 방사능으로 뒤덮이는 대 재난이 닥친 후에도 원자력이냐 재생 가능 에너지냐 논쟁은 지속되고 있다. 한국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과 유럽 국가들 그리고 일본조차, 그래도 원자력을 고수하는 입장이 우세하다.원자력을 버리고 재생 가능 에너지로 넘어가자는 의견을 내놓은 나라는 아직 소수다. 대부분의 국가는 뭔가 확실한 대안도 없는데 원자력을 포기하면 에너지 획득에 큰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한다. 확실한 대안이 있다면 원자력을 버릴 수 있을 것이다.대안은 있다. 다만 그것을 실현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러므로 대안 실현을 위한 장기전에 대비해 준비를 철저히 하고, 긴 전환의 도정에서 전의를 상실하지 않도록 단단히 각오한다면 충분히 원자력을 버릴 수 있다. 대안은 두말할 것도 없이 에너지소비의 감소와 재생 가능 에너지 사용이다.이 대안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우리는 원자력을 늘릴 수밖에 없고 원자력발전소의 위험을 끌어안고 살아가야 한다. 발전소가 폭발해 방사능이 솟구쳐 나오고, 방사능으로 동네가 오염되고, 후손들이 방사능 공포 속에서 살아간다 해도 원자력에 의존하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마저 앞으로 수십 년 후까지만 가능하다. 원자력의 연료인 우라늄도 점차 고갈되기 때문이다.우라늄 가격은 희소성으로 인해 10년 전에 비해 8배가량 올랐다. 사오십 년 후 우라늄이 거의 사라져버리면 원자력도 끝이다. 그때는 원자력발전소는 연료가 없어서 가동할 수 없는 방사능 흉물로 남게 된다. 일본에 파시브하우스가 보급됐다면원자력발전은 가능한 빨리 포기 시점을 정하고 대안을 준비하는 게 좋다. 난방에너지를 아주 적게 소비하는 파시브하우스는 대안의 실현 과정에서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만일 일본에서 파시브하우스가 널리 퍼졌다면 어쩌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도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이유는 간단하다. 원자력 사고의 근원적인 예방책은 수많은 안전장치 설비가 아닌 에너지 소비를 크게 줄이는 것이다. 파시브하우스야말로 에너지를 대단히 적게 소비하는 건축 콘셉트로 에너지 소비 감소를 통해 원자력 사고 방지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만일 일본에 파시브하우스가 널리 보급돼 난방용 전기 에너지소비가 크게 줄었다면 그토록 많은 원전이 필요 없었을 테고, 원전 사고의 위험도 줄어들었을 것이다. 그뿐 아니다. 파시브하우스 거주자들이 재난 발생 시 겪는 고통도 감소됐을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전기와 석유 공급이 끊기자 많은 사람이 추위로 고생했다. 그런데 파시브하우스는 난방을 거의 하지 않아도 된다. 지진 같은 재난이 닥쳐 영하의 외부 기온에 난방 연료 공급이 끊어져도 실내는 15℃ 이상 유지한다. 두툼한 옷만 걸치고 있으면 보통 집과 달리 추위로 고생하지 않고 어느 정도 쾌적하게 지낼 수 있다.또한 방사능 재난이 닥쳐도 파시브하우스는 방사능을 대부분 막는다. 밀폐가 매우 잘 돼 있기 때문이다. 환기장치를 아주 약하게 틀어 놓으면 외부에서 방사능이 아주 적게 스며들 뿐이고, 이 장치를 꺼버리면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 환기장치를 끈다 해도 그 안에서 사는 사람이 질식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져 실내 공기 질이 다소 나빠질 뿐이다. 그래도 방사능에 피폭 당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파시브하우스는 원전 사고 가능성을 줄인다일본은 한국보다 에너지를 훨씬 적게 쓴다. 그러나 전기 소비량은 거의 같다. 전체 에너지 소비는 적은데 전기 소비가 비슷한 이유 중 하나는 일본인이 냉난방과 급탕의 상당 부분을 전기로 한다는 데 있다. 일본 주택이나 사무실 건물에서 난방장치가 제대로 설비된 곳을 찾아보기 어렵다. 라디에이터나 온돌을 설치한 곳이 거의 없다. 난방장치가 없는 일본식 집의 전통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추운 겨울 잠자기 전 목욕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현대 일본인은 어떤 식으로든 집을 데우려는 시도를 하게 됐다. 이들이 손쉽게 택할 수 있는 난방 수단은 전기다. 전기 난방 장치는 쉽게 설치하고 쉽게 관리할 수 있다. 어떤 면에서는 매우 편리한 난방장치다.전기로 난방을 하면 전기 소비가 늘어난다. 특히 겨울철에 상시적으로 일정량의 수요가 늘어난다. 원자력 찬성자들은 원자력발전이야말로 상존하는 이러한 일정량의 전기 수요를 가장 적절하게 공급하는 발전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전기 난방을 위해서는 사실 원전이 가스나 석유 발전보다 효율 면에서 더 낫다. 원전은 24시간 내내 돌아가면서 일정량의 전기를 계속 생산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유럽이나 한국보다 따뜻하기에 난방 수요가 전체 에너지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유럽의 30%나 한국의 25% 정도보다 적은 10%밖에 안될 것이다. 이중에서 약 15%가 전기를 통해 조달된다. 일본 전체 에너지의 1.5%가량이 전기를 이용한 난방에 소요되는 셈이다. 일본에서 원자력 전기가 전체 전력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5%, 전체 에너지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다. 따라서 난방용 전기를 원자력발전소에서만 공급한다고 가정하면 이를 위해 필요한 원전은 전체 원전의 15% 가까이 된다.후쿠시마 사고 전까지 가동 중이던 전체 원전 55개 중에서 8개 이상의 원전이 난방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이는 후쿠시마 1단지와 2단지 원전이 모두 동원돼야 난방용 전기의 공급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거꾸로 일본 건물들이 전기 난방을 하지 않는다면 후쿠시마 원전을 비롯한 많은 원전을 폐쇄해도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결국 일본에 파시브하우스가 널리 보급돼 난방용 전기 수요가 크게 줄어들면 일본의 원전은 절반 정도 필요 없게 되고, 원전 사고의 발생 가능성도 크게 줄여들게 된다. 파시브하우스는 쾌적하고 에너지 비용도 아주 적게 드는 등 거주자에게 많은 편리함을 제공하는 동시에 사회 전체적으로 원전사고의 가능성도 감소시키는 훌륭한 건축콘셉트인 것이다. 에너지 문제, 우리는 무엇을 할까사실 일본은 그동안 대안에 대해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경험했음에도 한국처럼 원자력만을 유일한 대안으로 생각하고 원전 확대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일본의 에너지계획은 한국의 에너지 계획과 매우 유사하다. 한국은 2020년에 전체 전기 생산량 중 원자력의 비중이 47%, 2030년에는 59%로 증가한다. 일본에서는 현재의 25%에서 2020년 42%, 2030년 49%로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원자력발전소의 수는 한국이 약 35개, 일본이 약 110개로 증가하는 것이다. 반면에 재생 가능 에너지의 비율은 두 나라 모두 2030년이 돼도 10% 수준으로 늘리는 것으로 계획했다. 국민들의 에너지 인식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원자력발전소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재생 가능 에너지 사용에 대해 관심을 표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 이에 비해 독일에서는 후쿠시마 사고 후 독일 정부의 원전 수명 연장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에 25만 명이 참가했고, 주 총선에서는 집권당이 몰락하고 녹색당이 크게 약진하는 사건이 일어났다.독일 시민들의 에너지 문제에 대한 인식은 대단히 높다. 개인 차원에서 에너지 절약을 철저히 실천하는 사람도 많고, 스스로 재생 가능에너지를 만들어 쓰는 사람도 많다. 자기 집을 파시브하우스로 만들고 태양에너지 설비를 설치해 에너지 자급을 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지난 호에 소개한 베네 뮐러의 목표는 2030년까지 그 지역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모두 재생 가능 에너지로 공급하는 것이다. 그러면 위험한 방사능을 만들어 내는 원자력도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화석연료도 필요 없게 된다. 당연히 원자력발전소 사고 위험도 사라진다.바로 이런 시민들의 노력이 독일의 에너지 정책을 바꾼 것이고, 파시브하우스를 널리 보급시킨 것이다. 우리도 이번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보면서 시민으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고, 스스로 가능한 것부터 실천하면서 궁극적으로 원자력발전과 작별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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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절약 건축 패시브하우스의 이해 ②]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파시브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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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시브하우스의 이해 ①] 에너지 소비 줄이는 혁신적 건축방식
- 우리가 직면한 에너지자원 고갈과 기후변화의 위기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에너지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파시브하우스가 있다. 건축물이 소비하는 에너지는 전체에너지의 30%가 넘는다. 유럽에서는 40%에 달한다. 파시브하우스는 이 에너지 소비량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는 혁신적인 건축 방식이다.글 이필렬<파시브하우스 디자인 연구소장/한국방송통신대 교수> 글쓴이 이필렬 님은 패시브하우스에 대한 연구·설계 자문·교육 등을 통한 패시브하우스 보급에 힘쓰고 있습니다. 1988년 독일 베를린공대 학사·석사 과정을 밟고 자연과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1992년부터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로 재임 중입니다. 국내 처음으로 독일 패시브하우스 연구소가 인증하는 패시브하우스 디자이너 자격을 취득하기도 했습니다. 《에너지 대안을 찾아서》(창작과비평사, 1999년)등 에너지자원관련 저서가 다수있습니다.www.passiv.co.kr 우리 시대는 두 가지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하나는 에너지자원 고갈의 위기고, 다른 하나는 기후변화의 위기다. 시야를 좁히면 물론 이 위기들보다 더 절박한 문제가 보인다. 국가나 개인은 전쟁, 핵무기, 지진, 홍수, 가뭄, 기근, 실업, 주택난 등을 당장 훨씬 더 심각한 위기로 느낄 것이다. 그러나 지구적 차원에서 수십년의 시간표를 가지고 바라보면 기후변화와 에너지자원 부족보다 더 큰 위기는 찾을 수 없다.현대 인류문명은 석유에 의해 지탱된다. 석유가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가 없으면 우리 문명은 유지될 수 없다. 석유 공급이 중단되면 당장 교통이 마비된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전기 공급이 흔들릴 것이고, 이는 각종 통신의 마비를 가져온다. 교통과 통신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현대 사회는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다. 전 세계는 대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인간, 재화, 정보의 자유로운 이동이 교란된 상태를 상상해 보라.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통한 정보의 이동과 거미줄 같은 교통망을 통한 인간과 재물의 이동에 익숙해진 현대인이 어떤 공황상태에 빠질지.석유는 우리 문명의 혈액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 바로 지금 석유의 생산이 줄어들고 있다. 석유 생산은 2006년에 최대값에 도달한 후 지금까지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다. 2008년에 잠깐 증가하는 듯했지만 이는 인터메조였을 뿐, 앞으로 이 추세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반면에 석유를 원하는 사람들은 계속 늘어 가고 있다. 이들은 석유 갈증을 채우기 위한 대용물로 석탄과 가스를 찾는다. 석유 생산량이 줄어듦에 따라 부족분을 채우기위해 석탄의 생산과 소비는 급속히 증가했다. 그러나 석탄은 석유가 선사하는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 기껏해야 열에너지 공급을 대신할 뿐이다. 게다가 이산화탄소 방출량을 비롯한 환경오염의 정도는 석유보다 훨씬 더 심하다.기후변화의 위기는 석유 위기보다 더 절박한 상태인 것처럼 보인다.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2010년 390ppm에 도달했다. 산업화가 시작된 19세기 초 280ppm에 비하면 40%나 증가한 것이다. 기후변화는 어느 지점(tipping point)을 넘으면 제어가 불가능해진다. 석유는 모자라면 덜 쓰면 된다. 조금 덜 쓰면서 다른 길을 모색하면 해결책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후변화가 티핑 포인트를 넘어가면 아무리 노력해도 그것을 되돌리지 못한다. 그때는'투모로우'라는 영화가 거의 현실이 된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아직 티핑 포인트를 넘어가지 않았다. 그러나 인류가 지금과 같은 추세로 석유와 석탄을 태우면 곧 이 지점에 도달할 것이다. 그때는 우리가 화석연료 사용을 극단적으로 제한함으로써 이산화탄소 방출량을 거의 제로로 만든다고 해도 폭주하는 기후변화를 되돌릴 수 없게 된다. 지구촌 에너지 20% 줄이는 방법두 위기는 아직 해결 불가능의 상태까지 가지는 않았다. 우리에게는 그래도 약간의 시간이 남아 있다. 이 시간 동안 속히 올바른 해결 방법을 찾아 실천하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방법은 이미 나와있다. 에너지 소비 자체를 줄이고 이산화탄소를 내뿜지 않는 에너지원을 찾아 쓰는 것이다. 이산화탄소를 내놓지 않는 에너지원은 이미 전 세계 곳곳에서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태양에너지, 풍력, 바이오에너지, 지열 등의 사용량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인류의 에너지 소비도 계속 늘어가고 있다. 이는 깨끗한 에너지의 증가를 쓸모없게 만든다.그러므로 기후변화와 석유자원 고갈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긴요한 일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소비가 지금처럼 해마다 급증하는 한 위기는 해결될 수 없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면서 태양에너지나 풍력 등의 사용량을 늘리는 것만이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파시브하우스는 그 길의 중심에 있다. 파시브하우스는 인류의 에너지소비를 줄이는 데 획기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건축 콘셉트이기 때문이다. 건축물이 소비하는 에너지는 전체 에너지의 30%가 넘는다. 유럽에서는 40%에 달한다. 파시브하우스는 이 에너지 소비량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는 혁신적인 건축 방식이다. 만일 모든 건물을 파시브하우스로 만든다면 인류의 에너지 소비는 20%가량 줄어든다. 파시브하우스는 우리 시대에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건축 콘셉트인 것이다. 바그너와 뮐러 씨의 파시브하우스내가 파시브하우스를 처음 접한 때는 2000년이었다. 파시브하우스의 선구자 볼프강 파이스트Wolfgang Feist 박사가 만든 세계 최초의 파시브하우스가 등장한 해가 1991년이었으니 거의 10년 후인 셈이다. 그해 나는 유럽의 재생가능 에너지 기술을 살펴보기 위해 하노버에서 열린 세계 엑스포에 갔다가 독일 중부의 고도 마르부르크 옆 쾰베 에서 우연히 세계 최초의 비주거용 파시브하우스를 구경할 수 있었다.그 건축물은 바그너Wagner라는 독일 유수의 태양에너지 회사 건물인데 나는 그 부근에서 풍력발전기와 태양열 설비가 있는 집을 발견하고 무작정 그곳에 들어갔다가 집 주인의 안내로 회사 건물까지 구경하는 행운을 얻었던 것이다. 주인의 이름은 안드레아스 바그너, 바그너 회사의 설립자이자 사장이었다. 회사 설립 동기와 운영을 비롯한 건물에 대한 사장의 설명이 매우 감동적이었기에 한국에 돌아와서 그 감상을 기록해책《( 에너지전환의현장을찾아서-독일에너지기행》궁리, 136~140쪽)에 남겼다. 1998년 완공된 이 건물의 독특한 점은 파시브하우스와 태양열을 접목했다는 점이다. 파시브하우스의 핵심 요소인 철저한 단열, 3중유리 창호, 열회수 환기장치를 도입하고, 난방과 온수 공급을 위해서는 건물 중앙에 지붕을 뚫고 올라간 대형 온수통을 설치한 것이다. 건물의 바닥에는 콘크리트 밑에서 24㎝의 기포유리가 단열재로 떠받치고 있고 벽과 지붕은 각각 30㎝, 40㎝의 단열재로 둘러싸여 있다. 이를 통해서 에너지 수요를 ㎡당 연간 약 11㎾h로 줄일 수 있었는데, 그 중에서 6㎾h는 태양에너지로 공급하기 때문에 순수하게 필요한 에너지는 5㎾h밖에 안된다. 건물의 연면적이 727㎡(220.3평)이므로 연간 에너지 수요를 석유로 환산하면 380ℓ, 두 드럼이 채 안 되는 것이다.다음에 경험한 파시브하우스는 2001년 독일 남부의 졸라콤플렉스Solarcomplex(www.solarcomplex.de)라는 시민에너지 기업을 방문했다가 그곳 사장 베네 뮐러씨의 안내로 둘러본 단독주택이었다. 졸라콤플렉스는 2000년 밀레니엄을 맞아 그 지역 30대 말의 청년들이 의기투합해 현 시대의 최대 위기인 기후변화를 해결하는 데 일조하기 위해서 만든 에너지전환 시민기업이다. 기업의 목표는 2030년까지 그 지역의 에너지를 100% 재생가능 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전환하는 것이다.베네 뮐러는 지역에서 꽤 이름 있는 화가였다. 그러나 예술가란 당대문제에 대해 발언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철학을 지닌 그는 예술 활동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발언을 하는 것보다 직접 실천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판단, 예술 활동을 접고 에너지전환 운동에 뛰어든 특별한 인물이다. 졸라콤플렉스는 설립된 지 10년이 넘은 지금 지역에서 확고하게 자리 잡았고 태양에너지, 풍력, 바이오매스의 확산을 통한 에너지전환 운동을 매우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베네 뮐러는 아직 사장직을 맡고 있는데, 회사는 사장 1인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직원이 10명이 넘는다.그가 보여준 집은 아내가 물려받은 오래된 농가를 거의 혼자서 많은 시간을 들여 파시브하우스로 수리한 것이었다. 옛 건물이라 천장이 매우 높았지만 난방에너지 수요는 보통 건물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이렇게부피가크면그래도불을많이때야하지않느냐"는 나의 질문에 그는 성냥불을 켜면서 "이 불로도 집 안이 금세 훈훈해진다"고 정색하며 이야기하는 것이 인상 깊게 남았다. 워낙 열손실이 적은 집이라 그렇다고 그는 말했다.그 후 나는 시민단체 에너지전환의 대표를 맡아 에너지전환 운동을 하면서 2000년경 알게 된 독일 건축가의 도움을 받아 한국에 파시브하우스를 알리는 일에도 간간이 힘을 쏟았다. 2004년에는 독일 건축가 두명과 얼마 전에 작고한 건축가 정기용 씨 등을 초청해 태양건축과 파시브하우스 토론회를 개최했고 2006년에는 독일 건축가를 초청해 국회에서 파시브하우스 토론회를 열었다. 이어서 철거 위기의 세운상가 덱Deck에서 파시브하우스 워크숍을 갖기도 했다. 그리고 2008년 1월에는 충남 홍성에 에너지전환 교육용으로 25㎡(7.6평)의 작은 파시브하우스를 직접 만들어도 보았다. 파시브하우스의 구심 포알베르크2008년은 내가 파시브하우스에 직접 뛰어드는 커다란 전환점이 된 해다. 그해 나는 안식년을 얻어 가족과 함께 오스트리아 포알베르크Vorarlberg 지방으로 갔다. 그곳은 작고 인구도 적지만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합쳐 파시브하우스의 밀도가 가장 높기로 이름난 곳이다. 내가 이 지방을 택한 이유는 단 하나, 파시브하우스를 제대로 배우고 자재와 시공과정 등을 두루두루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1년 동안 가까운 리히텐슈타인 대학 건축학부에 방문교수로 적을 두고 파시브하우스와 건축을 꽤 열심히 공부했다. 그리고 12월에는 독일 파시브하우스 연구소에서 시행하는 파시브하우스 디자이너 시험에 통과해 디자이너 자격(Passivhaus Berater)을 얻었다. 건축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파시브하우스 운동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한 셈이다.포알베르크 파시브하우스운동의 중심은 포알베르크 에너지연구소(Energieinstitut Vorarlberg)이다. 이 연구소의 건축 부문 담당자인 헬무트크랍마이어Helmut Krapmeier 씨는20대였던1980년대부터 50대 말인 지금까지 에너지문제를 가지고 씨름해 온 건축가이다. 그는 이미 1990년대 초부터 에너지 위기 해결에서의 파시브하우스의 탁월성을 간파하고 오스트리아에서 파시브하우스를 보급하는 운동을 펼쳐 왔으며 동료 건축가들과 함께 특히 포알베르크 지방에서 파시브하우스를 널리 퍼뜨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몸집도 작고 채식을 하지만 매우 열정적인 그는 오스트리아 파시브하우스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물론 파시브하우스에서 살고 있다.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는 이렇게 파시브하우스를 퍼뜨리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파시브하우스의 선구자 볼프강 파이스트 박사가 처음 시작한 파시브하우스 운동은 이렇게 지역 곳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뒷받침을 받아 유럽에서 넓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반발 딛고 세계로 뻗어나간 파시브하우스파시브하우스 운동이 처음부터 순항한 것은 아니다. 초기에는 심한 비판과 반발에 부딪혔다. 지금도 독일에는 파시브하우스에 대해 불편해하는 건축가가 많다. 파시브하우스라는 명칭에 대한 불만도 있다.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준다는 이유에서다. 초기에 많은 건축가는 입을 모아 파시브하우스가 실현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그 후 1991년 파이스트 박사가 파시브하우스로 지은 자기 집을 실제 사례로 보여줬을 때는 일회성이고 실용성이 없으며 건축비가 너무 높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비판 때문에 독일에서 1991년부터 5년간 보급된 파시브하우스의 수는 수십 채에 지나지 않았다.이처럼 순탄치 않은 상황에도 파시브하우스의 생태적, 사회적 중요성을 확고하게 인식하고 있던 사람들은 좌절하지 않고 파시브하우스 건축 콘셉트를 개선하고 비용을 낮추려는 노력을 지속했다. 그 결과 오늘날 파시브하우스는 독일과 유럽을 넘어 세계의 표준으로 정착해 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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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시브하우스의 이해 ①] 에너지 소비 줄이는 혁신적 건축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