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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쉽게 풀어쓴 법과 부동산 21
- 규제를 위한 규제? 사회현상과 흐름에 역행해선 안 돼 급격한 성장의 길로 들어선 우리나라는 20세기 말과 21세기 초 경제 쓰나미를 겪었다. 많은 사람이 집을 잃고 거리를 헤맸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잃었던 집을 다시 찾아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장기불황에 소득은 줄어 갈수록 내 집 마련은 힘들어진다. 무리하게 대출받아 집을 마련하지만, 부채에 허덕여 ‘하우스푸어’ 푯말만 얻었다. 집이 있는 사람은 있는 대로, 없는 사람은 없는 대로 어려운 시대다. 글 김성룡 박사, ksyong330@naver.com 이사해도 우선변제권 유지 ‘임차권등기명령’ IMF 외환위기를 겪을 때였다. 집값은 폭락하고 전셋값도 내려갔다. 전셋값이 내려가니 이사하려는 세입자가 넘쳤다. 집주인은 내려달라는 보증금을 빼주기 어려웠고 나가려는 세입자를 붙잡기도 힘들었다. 2년을 채우지 못한 세입자가 나가려고 하니 집주인이 반발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기간의 정함이 없거나 기간을 2년 미만으로 정한 임대차는 그 기간을 2년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인데 오히려 집주인이 원용했다. 물론 집주인은 패소했다. 그러나 세입자의 권리를 명확히 하기 위해 단서조항이 추가됐다. “다만, 임차인은 2년 미만으로 정한 기간이 유효함을 주장할 수 있다.” 그래서 주택임대차계약은 2년 미만으로 약정할 수 있고, 세입자는 약정된 기간대로 임차기간을 주장할 수 있지만 임대인은 2년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세입자에게도 의무가 추가되었다. 세입자가 계약 종료를 앞두고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면 계약 1개월 전에 집주인에게 통보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전임대차와 같은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 다만, 임차인은 언제든지 계약해지를 할 수 있는데, 임대인이 통지받은 날로부터 3개월이 지나면 그 효력이 발생한다. 제때 이사하지 못하면 큰 손해를 본다. 그런데 IMF 외환위기 시절에는 이사 가지 못해 동동거리는 세입자도 많았다. 내린 전셋값으로 집주인이 보증금을 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냥 나가면 우선변제권이 상실된다. 그래서 임대기간이 종료됐음에도 보증금을 떼일 염려로 이사 가지 못하거나 주민등록을 이전할 수 없어 자녀 전학문제를 처리하지 못하는 등 낭패를 보는 임차인이 많았다. 그래서 도입된 것이 ‘임차권등기명령’이다. 임차권등기명령에 따라 임차권등기가 끝나면 이사를 하더라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유지된다. 임차권등기가 된 주택에 소액임차인이 입주하더라도 소액임차인의 최우선변제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주택임대차계약이 종료된 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는 집주인의 동의나 협력이 없어도 단독으로 임차주택의 소재지 관할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그리고 우선변제권을 승계한 금융기관 등도 임차인을 대신하여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임차권 등기명령에 따른 비용도 집주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 이사는 혼인, 이혼, 직장, 학업 등 인간의 기본적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바탕이며, 인권보장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헌법 14조는 “모든 국민은 거주 이전의 자유를 가진다”고 선언하고 있다. 경제가 어렵다고 이사의 자유도 빼앗기는 것은 아닌지…. 규제의 역설과 넛지 효과 대한민국에는 3개의 유령이 있다. 부동산, 사교육, 성매매가 그것이다. 아무리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정부는 집창촌을 대대적으로 단속했다. 이로 인해 성매매가 줄어들었을까? 당연히 No! 나라 구석구석이 집창촌이 됐다. 풍선효과 때문이란다. 정부는 수시로 사교육 단속에 나선다. 결과는? 인기 강사의 몸값만 높아진다. 기회비용이 높아진 까닭이다. 주택법에는 투기과열지구제도가 있다. 서울의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는 2002년 9월 6일에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후 9년만인 2011년 12월에 풀렸다. 그런데 강남 3구의 집값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더욱 과열되어 2007년에 정점을 찍었고, 투기과열지구에 해제되면서 더욱 침체됐다. 규제의 역설이다. ‘좋은 결과를 바라고 규제하지만, 더 상황이 나빠지는 것’을 말한다. 미국 선스타인Case R. Sunstein 교수의 설명이다. 우리나라에서 특히 심하다. 아마 스포트라이트spotlight 때문 아닐까? 정부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면 모두 집값이 오르는 지역으로 인식한다. 반대로 투기과열지역에서 해제하니 이제는 별 볼 일 없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규제가 오히려 방향지시등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실효성 있는 규제여야 한다. 명목만 좋고 실효성이 없는 규제는 부작용만 더욱 키운다. 2013년 당시 보증금과 월세가 폭등함에 따라 인상률 5%의 전·월세 상한제 도입할 때에도 그랬다.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한다고 하니 보증금과 월세가 한층 더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방향지시등이 켜진 셈이다. “집주인 여러분! 보증금과 월세는 지속적으로 오를 예정입니다. 절대 싸게 내놓으시면 안 됩니다.” 이런 메시지를 시장에 뿌리고 있는 꼴이다. 눈앞에 놓인 현상을 바로잡으려고 섣불리 규제를 강화해서는 안 된다. 규제에 앞서 보다 넓은 시선으로 전체 현상을 파악하고 흐름을 바꿔야 한다. 어느 성폭행범이 그녀가 너무 예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그놈의 비정상적 성욕을 탓해야지 그녀의 미모를 규제해야겠는가? 규제의 역설을 설명한 선스타인 교수는 넛지nudge 효과를 주장했다. 넛지란 ‘옆구리’를 말한다. 넛지 효과란 ‘옆구리를 슬쩍 찌른다’는 뜻으로 강요에 의하지 않고 유연하게 개입함으로써 선택을 유도하는 방법을 말하고, 그 힘은 매우 크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공항에 유명한 일화가 있다. 공항에 있는 화장실 남자 소변기 중앙에 파리 그림을 그려놓았더니 변기 밖으로 튀는 소변양이 80%나 줄었다는 내용이다. 언젠가 그 파리 그림을 서울지하철역 화장실에서 보았는데, 자연스럽게 맞추게 됐다. 법法은 물 수水에 갈 거去로 구성된다. 법은 물의 흐름을 막는 게 아니다. 물길 따라 자연스럽게 흐르고 옆으로 넘치지 않게 길을 바로잡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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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쉽게 풀어쓴 법과 부동산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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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쉽게 풀어쓴 법과 부동산 18
- 매수인은 ‘임대차 보증금’ 가압류 세입자는 ‘깡통전세’ 가능성을 꼭 확인하자! 주택 양도 시 보증금에 걸린 가압류가 양수인에게도 효력이 있다는 판결이 있었다. 그래서 건물을 살 때 임차보증금에 가압류가 걸려있는지 확인하고 매매를 하는 게 안전하다. 이번 호에서는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의 양도 압류에 관한 사례에 통해 임대차를 안고 주택을 매수할 때 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한 압류 또는 가압류 사실을 스스로 확인해야 하는 이유를 살펴본다. 이와 함께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깡통전세’ 위험도 크게 커지고 있다. 전세금 반환을 걱정하는 세입자들이 ‘깡통전세’를 피하는 방법도 알아본다. 글 김성룡 박사, ksyong330@naver.com 임차인 보증금반환채권 압류 확인은 필수 전세나 월세가 있는 경우 매수인은 보통 이를 안고 산다. 매도인이 부담해야 할 전세금반환의무나 보증금반환의무를 부담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특히 임차인이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대항력을 갖추고 있다면, 매매 당사자 사이에 특별한 약정이 없더라도 양수인은 법률상 당연히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게 된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3항). 특별한 문제는 없다. 양수인은 계약기간 만료 후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지급하면 되니까. 그런데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양수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지급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보증금반환의무를 부담할 수 있다는 대법원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사건은 이렇다. A는 B로부터 안산시 상록구 소재 다가구주택 202호를 매수했는데, 여기에는 대항력 있는 임차권을 가지고 있는 C가 살고 있었다. 그래서 A는 B로부터 위 주택의 소유권을 이전받은 후 C에게 임차보증금 3,000만 원을 반환했다. 그런데 C의 보증금반환채권은 사업상 대출받은 돈을 갚지 못해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가압류당했고, 법원의 채권가압류결정은 매도인 B에게 이미 송달된 상태였다. 그 후 신용보증기금은 매수인 A를 상대로 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고 3,000만 원의 보증금반환채무의 이행을 청구한 것이다. 핵심은 가압류결정을 받은 제3채무자인 B의 지위를 A가 승계할 것인지 여부다. 원심법원은 채권가압류결정의 효력은 제3채무자인 B에게만 미치고 양수인 A에게 미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따르면 A는 신용보증기금에 3,000만 원을 지급할 의무는 없게 된다. 그런데 대법원은 “임차인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이 가압류된 상태에서 임대주택이 양도되면 양수인이 채권가압류의 제3채무자의 지위도 승계하고, 가압류권자 또한 임대주택의 양도인이 아니라 양수인에 대하여만 위 가압류의 효력을 주장할 수 있다”고 함으로써 원심판결을 뒤집었다(대법원전원합의체 2013.01.17. 선고 2011다49523 판결). 결국, A는 신용보증기금에 3,000만 원을 다시 지급해야 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했던가? A씨는 영문도 모른 채 두들겨 맞은 꼴이다. 양수인 A는 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한 가압류결정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가압류결정은 양도인 B에게 도달한 것이고 A는 B로부터 그에 관한 사실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행 민사집행법상 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한 압류 또는 가압류에 대해 양수인이 통지받을 방법은 없다. 결국 임대차를 안고 주택을 매수한다면 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한 압류 또는 가압류 사실을 스스로 확인할 수밖에 없다. 양도인에게는 압류 또는 가압류결정문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확인서를 받고,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지급할 때에도 확인서를 받아두어야 한다. 이래저래 세상 복잡해지기만 한다. 전세가율 90% 시대 ‘깡통전세’ 피하는 방법 최근 전세난으로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전세금 반환을 걱정하는 세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2015년 10월 현재 수도권의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전세가율)은 사상 최고치인 73.5%에 이른다. 이에 따라 세입자들이 집주인에게 맡긴 전세금을 온전하게 돌려받기 어려워지는 이른바 ‘깡통전세’ 위험도 크게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깡통전세는 어떻게 피할까? 첫째, 대항력을 갖춰야 한다. 대항력이란 주택의 소유자가 바뀌더라도 전세금이나 보증금을 받기 전에는 절대 집을 비워주지 않는 힘을 말한다. 대항력은 점유의 인도 및 주민등록을 갖추면 발생한다. 임차인 본인뿐만 아니라 그 배우자나 자녀 등 가족의 주민등록이라도 좋다. 그런데 깡통전세를 면하려고 전세권설정등기를 하는 경우를 가끔 본다. 그러나 대항력은 주택임차인에게 인정되는 매우 강력한 힘이다. 단언컨대 대항력을 갖췄다면 추가적인 조치는 필요 없다. 다만 반드시 주의할 점이 있다. 대항력은 대항요건을 갖춘 다음날(익일)부터 생긴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택임대차계약을 체결한 당일 집주인이 저당권을 설정한다면 주택임차인은 꼼짝없이 당하게 된다. 둘째, 저당권 등 선순위 권리가 있는 주택임대차는 피하자. 그러나 세상일이 내 마음대로만 되는가? 선순위저당권이 있는 주택에 전세를 얻는 경우도 많다. 일단 선순위저당권이 없는 경우보다 전세금이 싸다. 예컨대 시가 6억 원에 해당되는 주택에 3억 원의 선순위저당권이 있더라도 2억 원에 전세를 놓는 경우이다. 주택임차인은 선순위저당권 3억 원을 공제하고 3억 원이 남으므로 안심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부동산 경기의 하락으로 시가가 4억5,000만 원으로 떨어진다면 선순위저당권 3억 원을 공제하고 1억5,000만 원 남는다. 요즈음이 그렇다. 만약 경매로 4억5,000만 원에 낙찰된다면 선순위저당권 3억 원을 제외하고 주택임차인은 1억5,000만 원을 배당받고 집을 비워야 한다. 이제 주택임차인의 선택만이 남았다. 5,000만 원의 손해를 볼 것인지 경매에 참여해 임차주택을 매수할 것인지. 팁 하나! 경매에 참여한다면 5억 원에 입찰하는 것이 좋다(주택소유자에게 다른 재산이 없다면). 시가를 초과하는 5억 원에 입찰하는 사람이 없을 테니 확실히 낙찰받을 수 있고, 어차피 선순위저당권 3억 원을 제외한 2억 원까지는 주택임차인에게 배당받을 권리가 있으므로 추가 대금을 납부할 필요 없이 상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5억원에 입찰하는 것이 양도소득세와 관련하여 이득이다. 나중에 양도소득세를 계산할 때 5억 원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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