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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랫동안 추위와 습기를 이기는 구들방에서 살아왔다. 불을 때지 않아도 구들은 나름의 역할을 다하는데 추울 때 구들방은 따듯함은 물론 많은 질병의 원인이 되는 습기를 없애주고 무더운 한여름에는 적당하게 서늘한 온도를 제공한다. 방 안에 난방기기나 다른 설비가 필요치 않아 청결하면서 화재나 연기의 위험 없이 방을 넓고 깨끗이 쓸 수 있는 것도 구들방의 장점.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들은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구들방에만 들어오면 따스한 기운에 소르르 몸이 녹아내리는 경험을 수 없이 해왔다. 현대식 구들인 온수난방장치를 개발한 미국인 로이드 라이트는 구들 체험 후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밖은 겨울이지만 안은 그야말로 봄날이구나!'



글 (사)국제온돌학회 구들문화원 오홍식 원장 010-3044-8396 http://blog.daum.net/guwdle






구들은 오래 전부터 질병 치료의 효과를 인정받아왔다. 《구황촬요救荒撮要》에서는'뜨끈한 구들방은 병을 치료하는데 아주 요긴한 시설이다'라고 했으며《조선왕조실록》에는'세종 12년 6월 왕이 경상감사에 전지를 내려 이씨 형제가 수분할 때 병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온돌에 기거 하도록 하였다'고 전해진다. 실제 광해군은 대궐 안 황토방에서 종기를 치료했으며 습해로 고생했던 세종이 궁 안에 구들방 초가를 만들어 수시로 기거했다는 기록도 있다. 민간에서도 아이를 낳고는 뜨끈한 아랫목에서 산후조리를 했는데 자칫 잘못해 차가운 방에 지내게 되면 중풍이나 심한 부종 등에 시달려 고생했던 예가 많았다. 구들은 왕가, 사대부가, 민가를 아우르는 우리네 전통 난방 방식이자 질병 치료의 중요한 방법 중 하나였던 것이다.



구들은 바닥을 통해 데워진 공기가 상승하면서 방을 따듯하게 한다. 방 전체 온도가 고르게 조절되고돌과 황토로 이뤄진 구들은 습도 조절 능력과 생체세포에 활력을 주는 원적외선 방사 능력이 뛰어나 건강에도 좋다. 구들방 복사열은 공기 중 수분 함량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가습 장치가 따로 필요 없다. 복사열이 대기 중에 다량 분포하면 먼지와 진드기가 공기를 타고 순환하는 것을 줄여주므로 호흡기 질환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구들방에 서 있으면 발바닥이 따뜻하고 앉으면 아랫도리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심리적으로 쾌적함을 느끼게 하여 기분이 좋아진다. 기분이 좋으면 뇌에 엔도르핀과 도파민 등 몸에 좋은 물질이 넉넉히 생성돼면역력이나 병균 퇴치력을 강화시킨다.



두통과 감기 등으로 고생할 때 따끈한 구들방 아랫목에서 이불을 덮고 잠을 자면 온몸이 땀을 내면서 거뜬해진다. 한방 치료법에서도 감기에 걸렸을 경우 뜨끈한 아랫목에 곧은 자세로 앉아 아랫도리만 이불을 덮어 보온하고 방문을 열어 차가운 공기를 들어오게 하면 오래되지 않아 땀이 나며 감기를 낫게 한다고 되어 있다. 체하거나 소화불량 등 각종 배앓이도 따끈따끈한 아랫목에 배를 깔고 엎드려 있으면 쉽게 낫는다.



구들장 아랫목에는 보료 같은 것을 한 장 깔아 놓아 이를 즐기는 맛이 제격이다. 보료 밑에는 잘 묻어 놓은 밥그릇이 주인을 기다리고 추운 날 방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거의 다 이불 밑에 손을 넣어보고는 슬며시 그 속으로 들어가 앉는다. 많이 춥다 싶으면 아예 들어가 눕기도 한다. 두한족열頭寒足熱의 가장 이상적인 건강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차가운 물 기운은 내려오고 뜨거운 불기운은 올라가야 생명력이 활성화된다는 수승화강水乘火降순간이기도하다.



구들은 또한 실내에 재나 먼지 등이 발생하지 않아 폐기관에 문제를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최근 유럽 몇몇 병원에서는 중환자실에 구들을 응용해 쓰고 있다고 한다. 바닥에 카펫을 깔고 사용하는 서양인들은 카펫 병으로 고생이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공기청정기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장판이 깔린 구들방에서 생활한다면 보이지 않는 독소로부터 자유로움을 얻고 더 오래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다.



구들 놓은 방에 침대를 들이는 것은 짚신에 양복 입은 격이고 시멘트와 같은 독성물질이 많은 재료로 구들방 바닥을 만든다면 비닐로 한복을 만들어 입는 것과 같다. 기초가 낮은 집에서 침대를 쓰니 습하고 눅눅하여 방에서 나는 냄새가 기분마저 칙칙하게 만든다. 곰팡이들의 축제마당이다. 침대 진드기도 그렇고 구석에 쌓이는 먼지가 만만치 않을 텐데 무턱대고 들여놓는다.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건강은 현대인의 키워드다. 일생의 3분의 1 이상을 함께하는 방바닥에서 이와 같이 건강에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구들이 있는 공간은 행복하다. 방 하나라도 구들을 놓아 건강에 도움을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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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구들』 - 선조에게 배우는 건강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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