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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제언·씨랜드 화재사건이 준 교훈

건축법규에 대한 근본적인 평가와 검토 재고돼야 …

미국에서는 학생수가 50명 이상이면서 일주일에 12시간 이상 혹은 하루 4시간 이상 공부하고 생활하는 장소는 별도의 용도로 분류하고 있다. 그리고 학생들이 갖고 있는 판단력 미숙, 문제점 등을 모두 고려해 건축물의 규모, 층수, 면적 등 건물 구조체의 특징에 따라 제한 방법을 각각 달리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이미 위험성이 검증된 건축자재들도 합법적으로 쓰이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있었던 씨랜드 화재 사건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관계공무원들이 징계를 당하고 건축주가 구속됐지만 단순히 이들만의 문제로 치부하기엔 근본적으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외국의 경우에 비춰 봤을 때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특히 법규적인 측면에서 보면 미국의 경우는 우리와 근본적으로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어린이들, 특히 고등학교 3학년 이하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수련하는 장소를 용도상에서 교육용으로 분류하고 있다. 학생수가 50명 이상 모이면서 일주일에 12시간 이상 혹은 하루에 4시간 이상 공부하고 생활하는 장소를 별도의 용도로 분류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법규상 어린이들이 갖고 있는 판단력의 미숙, 문제점 등을 모두 고려해서 건축물의 규모, 층수, 면적 등 건물 구조체의 특징에 따라 제한하는 방법을 각각 달리하고 있다. 특히 화성 씨랜드 화재사건과 같은 컨테이너 박스를 연결하여 지은 건물이나 철골조 목재를 쓰는 건물은 건축물 구조상으로 ‘타입Ⅲ’로 분류한다. 그리고 이 건물이 방화측면에서 1시간 이상 견딜 수 있는냐 아니냐에 따라 1시간짜리 혹은 1시간짜리 이하로 분류한다. 1시간짜리 건물은 2층이 최고 층수이면서 건물 연면적은 최대 5백60평으로 제한하고 있다.

반면 1시간짜리 이하일 경우엔 단층 건물로 제한되고 면적도 최대 3백25평으로 제한해 이 규정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허가를 내지 않고 있다.

또한 복도 길이는 최대 45m 이상은 만들 수 없고, 최소 2개의 피난 계단이 있어야 하며 방문의 크기는 최소한 90cm×2m이상이어야 한다. 모든 문에는 불이 나서 사람들이 정신 없어 밀기만 하면 열리는 패닉 하드웨어를 부착시켜야 한다.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1학년, 2학년생까지는 1층에서만 활동해야하고 2층, 3층에서 공부하고 활동하려면 자동화재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건물이어야 한다. 거기다가 이러한 시설물은 최소 6m이상의 공용도로에 접해야 하고 그 도로는 최소 폭이 6m이상이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출입구, 창문, 환기, 위생, 음용수, 세면기, 화재경보기, 화재탐지기 등 세세한 부분에 대해서 명확한 요구 조건을 언급하고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유독가스를 내는 건축자재는 건축물의 재료로 쓸 수 없도록 법규적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독성 가스가 나오는 스티로폼을 건축물의 단열재로 주택, 사무실, 창고, 학교 할 것 없이 쓰고 있다.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유독가스 자재를 건축물 단열재로 아무런 거리낌없이 쓰고 있는 것이다.

이는 우선 법규에서 제한을 하지 않고 있고 위험성을 국가에서 홍보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우리주변에 흔히 쓰이는 드라이버 건물의 바탕은 50mm두께의 난연성 스티로폴인데 이것도 유독가스가 나오기는 마찬가지다.

또 다른 예로는 도시 주변 전원에 카페건물, 식당건물에 많이 쓰이는 조립식 패널 건물, 샌드위치 패널 건물이다. 이들 모두가 짓기 쉽고 외형도 특이해 건축자재로 많이 쓰이고 있으나 화재측면에서는 적잖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화재때 대개의 경우는 불의 온도보다 유독가스에 질식해 정신을 잃고 대피를 못하는 것이 피해의 주원인인 것을 감안하면 많은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다.

스티로폼 외에 아스베스토스가 들어간 자재, 즉 석면제품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는 이미 70년대에서 80년대 초까지 석면이 호홉기에 들어가면 치명적인 병을 일으켜 죽음으로 몰고간다고해서 더 이상 건축자재로 쓰지 못하게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 비춰 봤을 때 우리의 건축 법규들은 매우 허술하다. 모르고 사용한 자재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이미 분석이 되었고 알려져 있는 위험스런 자재들이 건축 자재로 합법적으로 쓰인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금융실명제, 공사실명제, 책임감리제 등으로 건축인들 모두에게 무거운 짐들을 지워 놓았을 뿐 거기에 맞는 재량권과 적법 조치는 제대로 취해지지 않았다. 사실 건축자재로써의 불합격품을 지적도 규제도 않는 상황에서 설계자의 잘못, 공무원들의 잘못으로만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국가가 제대로 설정해야 할 일을 설정하지 못한데 따른 책임은 누가 지고 누가 판결을 받을 것인가. 당장 건축가, 시공자, 건축주, 공무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좀 더 멀리본다면 법규적 측면에서도 근본적인 검토와 평가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 글·여구호(한국·미국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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