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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집의 현대화와 대중화 실현을 위한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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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흙집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현대 흙집의 검증을 거친 수요층 확대와 적정 수준의 건축비를 통한 대중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흙집하면 으레 중장년층이나 노년층이 선호하는 주택으로 고정화하는 것이 아니라 젊은층까지 수요를 확대 할 수 있는 전략이 있어야 한다. 이는 건축문화와 구조원리에 대한 이론적 뒷받침이 있어야 하며, 농촌의 단독·전원주택을 중심으로 현대 흙집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전환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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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순서
1. 사람과 집, 그리고 흙건축
2. 흙집의 현대화 실험
3. 노년의 삶을 담는 그릇
4. 종가의 꿈을 실현한다
5.전통과 현대의 통일을 이룬다
6. 흙집의 현대화와 대중화 실현을 위한 제안




5월 초, 케이블 방송 부동산 TV의 ‘전원 속으로, 아름다운 우리 집’ 프로그램에서 취재를 나왔다. 리포터의 솟대전원마을 소개 첫 멘트가 ‘퓨전 하우스’였다. 잠깐 당황했다.

우리 살림집인 흙집의 구조 원리와 기능, 문화를 현대 흙집으로 계승 발전시키고자 했던 솟대전원마을의 흙집을 ‘퓨전 하우스’라니...... 하지만 잠깐의 혼란이 지나고 나니 ‘아! 그래, 그렇게도 정의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2가지 이상의 것이 녹아 들어 하나의 새로운 양식을 만들어 내는 것을 퓨전(이른바 퓨전 음식, 퓨전 음악 등)이라고 한다면 분명 우리의 현대 흙집도 ‘퓨전 주택’이라 이름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흙집을 서구 목조주택의 기능과 외형으로 퓨전화한 주택-현대인의 정서와 생활 기능을 담은 흙집은 현대 흙건축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음을 보여준다.

흙집이야기 연재를 시작한지 벌써 6개월, 이번의 마지막 연재에서는 그 동안의 내용을 총괄 정리하여 흙집의 현대화와 대중화를 위한 방안에 대해 제안하고자 한다.

흙집의 현대화를 위한 3가지 구성 요소

한옥으로 대표되는 우리 살림집의 핵심적 계승 내용은 ‘이웃과 자연으로 열려 있는 주거문화, 흙벽과 구들방으로 대표되는 건강주택, 조선살과 대문·서까래와 처마선·정자 등으로 어울리는 한국의 멋’일 것이다.

이러한 우리의 건축 양식을 현대인의 정서와 생활양식에 부합하도록 오늘의 현대주택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가지가 필수적이다.

1) 흙집의 현대적 계승을 위한 선택 - 혼합형 퓨전하우스

어떤 물건이 아무리 좋다고 하여도 자신의 마음에 들어야 사는 것이다. 흙집이 우리의 살림집 양식이며, 건강에 좋다고 하여도 현대인들의 정서에 맞지 않으면 그만이다. 지나간 옛것에 다름 아니다.

같은 흙집이라도 현대인들의 정서와 취양, 생활 양식에 맞을 경우 그것은 한국 살림집의 맥을 잇는 우리 주택 문화로 거듭날 수 있다. 굴절된 한국 현대사는 전통을 뿌리째 날려보내고 서구식 사고와 문화를 폭넓게 심어놓았다. 세계화란 공론화가 무색할 지경이다.

이 상황에서 전통 건축의 뿌리를 이어가고 계승시키는 것은 현실과의 일정한 타협이 불가피해 보인다. 현대인(소비자)의 자긍심을 지켜 줄 외형, 기능성과 실용성 그리고 인테리어까지 고려한 내부마감, 자금 규모까지 맞추어야 하는 현실에서 현대주택의 외형과 기능, 흙집의 건강성과 한옥의 맛을 통일시켜내는 퓨전하우스로 방향을 정하게 된다.

목구조 심벽방식, 담틀식, 흙벽돌 조적식의 구조 원리를 일차적으로는 솟대전원마을과 같이 목구조 흙벽돌 방식에 아스팔트싱글 지붕으로 퓨전화하고, 나아가 철근콘크리트조, 일반 조적조, 목조, 스틸하우스 골조방식과 결합한 퓨전 주택으로 다양화 할 것이다.

이 과정 속에서 현대 흙집의 폭을 넓히며, 모든 건축구조와 결합한 퓨전 흙집이 해외로 진출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캐나다와 미국, 뉴질랜드와 핀란드 등 서구 목조주택이 한국에 지어지고 있는데 현대화된 우리의 흙집이 그들 나라에 지어지지 못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2) 흙건축 자재의 개발과 유통 체계의 필요성

흙집의 순기능(통기성, 습도 조절, 뛰어난 단열, 탈취 효과, 원적외선 방출 등)을 살리되 현대적 감각으로 마감되는 현대 흙집을 위해 필요한 것이 흙건축 자재의 개발과 유통의 체계화다.

흙벽돌과 흙몰탈을 중심으로 생산되는 흙건축 자재 시장은 그 영세성으로 인해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흙건축 자재의 생산과 유통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보다 폭 넓은 흙건축 자재시장의 준비가 이루어져야 한다.

흙벽돌에선 황토의 기능성을 더욱 강화하는 ‘숯 황토벽돌, 쑥 황토벽돌, 맥반석 황토벽돌 등의 생산이 가능하며, 외장재로서의 다양한 표정을 가질 수 있도록 고려되어야 한다.

흙몰탈 생산에 있어서도 순수 황토의 기능을 헤치지 않고 크렉 현상과 이탈 현상을 방지하는 천연소재로의 황토몰탈 개발이 필요하다. 나아가 부자재로서 황토 미장시 접착과 강도를 높이기 위한 찹쌀풀 등의 생산도 필요하다.

외벽의 방수를 위한 옻진의 가공 생산이나 한지 장판, 마감용 콩기름의 가공 또한 요구된다. 나아가 석고보드를 대신할 황토보드가 생산된다면 건축자재 시장의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수공업적 방식을 탈피한 전문적 흙건축 자재시장의 활성화야말로 현대 흙건축의 발전을 위한 기본이다.

3) 시공 기술력의 뒷받침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론적 틀과 흙건축 자재를 가지고 이를 현실화시키는 시공 기술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건설·건축 업계의 일반적 경향은 관리 사원만 회사 소속이고 나머지는 공종별 하도급 업체에 의해 이루어진다.

공종별 하도급 업체의 유기적 연관과 각 공정의 시공 완결성은 집이 만들어져 가는 과정에서 완성도가 높으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중요한 결과로 돌아온다.

하도급 업체가 공종별 순서로 집이 만들어지는가, 아니면 이들 공정이 하나의 집에 녹아들어 완성도 높은 집을 만들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전문 시공업체의 자질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소위 평당 얼마짜리냐의 계산 방식 때문에 부실을 자초하기도 한다.

전문 기술력을 바탕으로한 시공업체의 시스템화와 관리능력이야말로 현대 흙집의 완결성을 높이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나아가 공종별 하도급 업체들끼리 협의와 조정을 할 수 있는 조합 구성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소속없이 일당으로 떠도는 건축 현장의 ‘노가다 문화’를 극복하는 또 하나의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현대 흙집의 대중화를 위한 제안

현대 흙집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현대 흙집의 검증을 거친 수요층 확대와 적정 수준의 건축비를 통한 대중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흙집하면 의레 중장년층이나 노년층이 선호하는 주택으로 고정화하는 것이 아니라 젊은층까지 수요를 확대 할 수 있는 전략이 있어야 한다.

이는 건축문화와 구조원리에 대한 이론적 뒷받침이 있어야 하며, 농촌의 단독·전원주택을 중심으로 현대 흙집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전환점이 필요하다.

1) 현대 흙집의 이론적 체계를 정립하자

현재 건축 시장은 대기업을 중심으로한 아파트 신축·재개발 사업과 중소기업의 연립·단독주택 시장으로 이분화 되어 있다. 전원·단독주택 시장은 틈새시장으로 목조·스틸하우스 등 서구주택 유형이 자리를 잡고 있다.

우리 살림집의 뿌리를 찾아 현대주택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이러한 시장 원리에 맞서는 이론적 근거가 필요하다. 전통 건축의 핵심적 요소들을 현대인의 생활과 정서에 맞게 재해석해 내고 적용하여 창조적으로 계승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건축학계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학계의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대안을 짜고, 공론화 시키는 것...... 그 과정에 흙건축 업계가 함께 참여하여 현실화시키는 공동 노력이 있을 때 우리 살림집 문화의 뿌리 잇기는 빛을 발할 것이다.

2) 농가 주택의 전형을 창출하자

현대 흙집의 대안을 퓨전주택에서 찾는다면 전통 한옥 방식의 수요층을 한편으로 하고, 보다 대중적으로는 부담없이 신축 가능한 농가주택을 현대흙집으로 실현시킬 수 있다.

구조를 목구조만이 아니라 조적조, 철근콘크리트조, 철골조 방식과 결합하여 흙집의 순기능을 살려낼 수 있다면 보다 많은 수요층의 지지를 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소비자들이 갖고 있는 ‘평당 얼마냐’로 환산한다면 평당 건축비 약 2백20∼2백30만원대의 현대 흙집을 보급할 수 있을 것이다. 농어촌 주택 표준 설계도서를 바탕으로 현대 흙집의 대중화 실현을 모색해 보자.

3) 자연부락을 복원하자

한옥마을로 지정된 전통 가옥들이 보존의 가치만 존재한다면 우리 건축 양식은 박물관으로 가야한다. 현실에서 살아 움직이는 우리의 살림집이 되기 위해서는 이웃과 자연으로 열려 있는 자연부락이 현대 흙집으로 채워진 마을을 꾸릴 수 있어야 한다.

자연 부락의 모습을 닮은 민속마을 형태의 전원주택단지, 실버형 전원주택 단지, 자연학습장형 민박시설 등 다양한 형태로 개발할 수 있다. 이를 실현시킬 뜻 있는 사람들이 함께 한다면 폐쇄적인 전원주택단지가 아닌 열려 있는 한국형 전원마을-자연부락을 새롭게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4) 공공 건물에 흙건축을 도입하자

관공서의 고층화는 철근콘크리트 건물로 대표된다. 심지어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하는 어린이집, 보건소, 복지시설 등 어린이와 환자를 위한 시설의 배려도 없다.

콘크리트와 시멘트 벽, 페인트로 삭막해져 가는 도시와 농촌에 우리의 공공건물이 흙벽과 황토방, 돌담과 정자, 현대 흙건축물로 새롭게 태어난다면 우리의 것을 지키고 세계의 정서를 호흡하는 새로운 차원의 공공시설로 거듭날 것이다.

우선 자치단체에서 관리하는 어린이집, 보건소, 노인시설, 복지관 등에서부터 시·도 단위의 수련장 시설로 확대하고, 나아가 전 공공건물에 한국의 건축미학과 흙건축 요소들을 도입하는 사고의 전환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田

■ 글 이동일(행인흙건축 대표 031-335-8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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