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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 PEOPLE] 흙과 돌을 사용해 지은 숲속 돌집 꿈꾸는 다락방
흙과 돌을 사용해 지은 숲속 돌집 꿈꾸는 다락방 아끼고 보듬은 사물이 반질반질 윤이 나고 본연의 빛을 발할 때 우리는 ‘품위’가 느껴진다고 한다. 땅끝마을 해남에서 만난 아담한 돌집이 바로 그러하다. 글 사진 백홍기 취재협조 이세일(목수), 윤용신(플로리스트) 부부 해남에 있는 작은 목신마을에서 아담한 돌집을 만났다. 방 한 개와 주방 겸 거실, 다락을 갖춘 8평 크기의 작은 집이다. 이곳에 초등학생 자녀를 둔 40대 부부가 산다. 돌집을 처음 계획한 건 아내 윤용신 씨다. 타지에서 일하다 귀촌 한 윤 씨는 부모님이 살던 고택 마당 옆에 있던 창고를 허물고 작은 돌집을 지었다. “혼자 살 때부터 집에 관심이 많았어요. 현대식 아파트나 넓은 단독주택이 아니라 숲속의 작은 오두막 같은 집이요. 어린 시절에 겪은 추억과 감성이 무럭무럭 자라 꿈이 된 거예요.” 윤 씨의 꿈은 할머니 집 옆에 있던 초가집 지붕 아래 다락방에서 움텄다. 오래 묵은 책 냄새와 촛불이 일렁이던 다락에서 그녀만의 감성을 키운 것이다. “다락방에 대한 로망도 있었지만, 할머니가 잘 가꾼 살림살이와 꽃과 나무가 어우러진 예쁜 마당에서 놀던 기억도 좋았어요. 이러한 것들이 몽상에 불과했던 집에 대한 추억을 현실화하는데 큰 역할을 한 거죠. 오래전부터 나만의 감성을 채울 수 있는 집에 관한 자료를 모으고 있다가 고향에 돌아와 꿈의 집을 지어보기로 한 거예요.” 아내의 플로리스트 작업실 앞마당을 부부가 함께 새 단장하고 있다. 정면에 보이는 건물은 이세일 목수 작업실이다. 오랜 곡괭이질 뒤에 잠시 허리 펴고 아내의 작업실을 바라보는 이세일 목수. 작업실은 이세일 목수 혼자 만들고 있다. 남편과 아내의 작업실 풍경. 이세일 목수 작업실이다. 이곳에서 자기만의 작품 세상을 이뤄내 여러 차례 전시와 초대전을 거치며 작가 활동을 하고 있다. 나무 숟가락과 스툴 만들기 등 다양한 수업도 진행한다. 자연과 사람을 사랑하게 한 집 윤용신 씨가 돌집을 선택한 건 오래될수록 예뻐진다는 게 이유다. 어려서 아버지가 직접 짓고 살았던 돌집에 대한 기억도 한몫했다. “막상 돌집을 짓겠다고 마음먹은 다음부터는 돌만 보였어요. 어떤 돌이 예쁜지 가는 곳마다 돌을 살폈어요. 돌도 지역마다 색과 질감이 달라 찾기 힘들었는데, 지인이 미황사(해남 서정리)가 있는 지역의 돌이 예쁘다고 했어요. 미황사 근처에 있는 밭을 개간하며 쌓아둔 돌을 가져와 집 토대를 쌓기 시작한 게 2008년 6월이에요.” 규모는 혼자 살 집이라 아담한 크기로 계획했다. 당호는 <꿈꾸는 다락방>으로 지었다. “목수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분을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그 사람은 경험이 필요했고 저는 집이 필요하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어 함께 시작했어요. 하지만, 서로 모르는 게 많다 보니 힘들어져서 결국 그분이 손을 떼고 다른 분을 소개받았어요.” 두 번째로 소개받은 목수가 현재 남편이 된 이세일 목수다. 20대 초반 불교 조각에 입문해 한창 이름을 날리던 이 목수도 자기만의 삶을 찾아 고향인 해남에 돌아와 조용히 작품 세계를 넓혀왔었다. 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각자의 삶을 살던 두 사람이 ‘돌집’을 통해 만나게 된 것이다. 집 짓기는 1,500만 원으로 시작했다. 주재료는 주변에 널린 흙과 돌을 사용했지만, 그래도 적지 않게 건축자재 구매 비용이 필요했다. 부족한 예산은 틈틈이 일해 보충했다. 과정이 더뎠지만, 급할 게 없고 얽매일 것도 없었다. 조금씩 형태를 갖춰가는 집을 보며 윤 씨는 행복하기만 했다. 그 사이 두 사람의 관계도 점점 견고해져 갔다. 집을 완공한 2010년 그해 봄 얽매인 제도를 싫어했던 그들답게 고택 앞마당을 정리하고 가볍게 혼례상을 차려 부부의 연을 맺었다. 부모님이 살던 옛집을 지나 부부의 공간인 돌집으로 향하고 있다. 고택은 손님을 위한 게스트로도 이용한다. 윤용신 씨는 또 다른 세상으로 들어간다는 의미로 돌집을 북향으로 배치하고 오솔길을 만들었다. 초보자도 쉽게 짓는 어스백 하우스 Earthbag House “이 집은 어스백 Earthbag 공법으로 지었어요.” 어스백은 영어 Earth와 Bag 합성어로 흙을 담은 부대(마대 혹은 포대)로 짓는 공법을 말한다. 흙 부대 또는 흙 자루 집이라고 하는 어스백 하우스 Earthbag House는 1984년 NASA(미항공우주국)에서 흙밖에 없는 달에 건축물을 짓기 위해 논의하던 중 이란 건축가 네이더 카 흐릴 리 Nader Khalili가 제안한 방법이다. 어스백 공법은 원형과 곡선 구현이 가능하며, 아무 흙이나 사용해도 되기 때문에 구하기 쉽고 쌓는 것도 간단해 초보자들도 쉽게 집을 지을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다. 흙 부대 폭이 넓어 자연스레 벽체가 두꺼워져 단열과 축열, 방음 효과가 높고 흙 밀도가 높아 충격에도 강해 자연재해에도 안전하다. 이 집은 양파망에 흙을 담아 층층이 쌓고 외벽을 돌로 마감했다. 실내 안쪽 벽은 황토로 미장한 뒤 바탕색을 회벽으로 칠하고 실별로 다른 색을 입혀 아늑하게 꾸몄다. 돌 벽과 잘 어울리는 예쁜 하늘색 목문을 열면 현관 없이 바로 거실과 마주한다. 벽과 주방가구, 살림살이에 부부의 온갖 감정과 이야기가 지나온 시간만큼 쌓였다. 낡고 허름한 공간이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다. 작지만, 넉넉하게 보이는 건 비움에 의한 여유로움 때문이다. 윤용신 씨의 다락에 대한 로망이 이 집을 짓게 했다. 오픈스페이스로 만든 다락 뒤에 보이는 또 다른 다락방은 시공 실수로 인해 지붕 아래 생긴 공간을 활용한 것이다. 다락에서 내려다 본 이세일 목수. 부부가 고택 툇마루에 앉아 잠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손때 묻은 벽에 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다시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였다. 아치로 쌓은 아궁이 상부 아귀가 맞지 않아 다른 돌로 끼워 넣은 쐐기돌이 포인트 역할을 했다. 이 집은 8평이지만, 필요한 공간 요소는 다 갖췄다. 비결은 공유 개념이다. 공간을 기능별로 나누고 하루 공간 사용 시간을 따져보면, 사용하지 않는 공간이 생기게 되는데, 이러한 공간을 공유 공간에 포함시켜 다기능 역할을 하도록 한 것이다. 이 집은 작은 집을 효율적으로 구성하기 위해 현관에 들어설 때 가장 먼저 마주하는 곳에 거실-주방-식당-응접실 기능을 한 공간에 담은 공유 공간을 배치하고 주방 옆 안쪽에 안방을 뒀다. 거실 상부에 있는 다락은 기둥을 세울 때 실수하는 바람에 지붕 아래 작은 공간이 더해졌다. 그 덕에 방이 하나 더 생겼다고 한다. 소소한 실수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아궁이의 아치를 쌓을 때 정점에 끼워 넣는 쐐기돌 아귀가 맞지 않아 살짝 삐져나온 게 오히려 미적인 효과를 내게 된 것, 굴뚝을 잘 못 설치해 이를 가리려고 단을 쌓은 게 멋진 벤치가 된 것 등이다. 실수를 오점汚點으로 생각하지 않고 재치와 유머로 넘겨 오히려 좋은 결과를 얻어낸 것이다. 부부의 건축은 끝나지 않았다. 현재 윤용신 씨의 플로리스트 작업실을 짓고 있고, 커가는 딸의 공간을 구상하고 있다. 이것들이 끝나면 마지막 건축이 기다리고 있다. 딸이 결혼한 뒤 가족과 놀러 올 때 함께 거주할 공간이다. 돌집이 윤용신 씨만의 공간으로 계획했다면, 다음 집은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 시작할 것이다. 햇볕 좋은 날 앉아서 쉬는 돌 벤치도 굴뚝 위치를 잘못 배치해 만들어진 것이다. 실수가 때론 재미를 줄 수 있어 꼭 나쁘지만 않다고 한다. 고택과 돌집 주변에 널린 풍경. 인위적인 것들이 자연과 어우러져 이곳만의 풍경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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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 PEOPLE] 보물창고 같은 전원생활 청주 혁찬이네 전원일기
보물창고 같은 전원생활 청주 혁찬이네 전원일기 어느 날 본지가 운영하는 SNS 네이버포스트 기사에 “우리 집도 구경 오세요”라는 댓글과 블로그 주소 하나가 달렸다. 자연스레 마우스를 클릭해 블로그를 구경했다. 전원생활을 하며 겪는 현실적인 이야기에 빠져들었고, 결국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명종 씨가 있는 청주로 직접 찾아가 혁찬이네의 리얼 전원생활을 엿보고 왔다. 글 사진 이수민 기자 취재협조 혁찬이네 blog.naver.com/kormc789 청주에서 전원생활 경력 4년차가 된 이명종 씨. 전원주택을 짓고 전원생활을 누리며 겪은 다양한 경험담을 블로그에 담아내고 있다. 2018년 4월, 당시 마흔 둘이던 이명종 씨는 단지 내 최연소로 전원주택을 짓고 입주했다. 전원생활 시작한지 3년이 넘은 지금, 주택 곳곳에 이명종 씨의 손이 안 닿은 곳이 없다. 이명종 씨는 전원생활을 계획하는 이들, 그리고 이제 전원생활 후배들을 위해 자신이 겪은 시행착오와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해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그의 블로그에는 실질적인 전원생활 정보가 가득하다. 가장 먼저 이명종 씨에게 전원주택에 살면서 좋은 점을 물으니 첫째도 둘째도 건강이라고 꼽는다. “아파트에 살 때보다 가족 모두의 건강이 정말 눈에 띄게 좋아졌어요.” 그리고 전원생활은 평생 심심하거나 한가할 틈이 없어, 뭔가 새로운 걸 계속할 수 있는 ‘보물창고 같다’고도 말한다. “저처럼 사부작거리며 바지런하게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면 장점이고, 안 맞으면 모든 게 일거리밖에 안 되죠. 아파트가 이미 완성된 기성품이라면 전원주택은 롤플레잉 게임장이라고 보심 됩니다. 끊임없이 변화시키며 레벨업하는 기분이 들거든요. 미래의 손주들을 포함해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다양한 추억을 남겨 줄 수 있다는 점도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여기에 좋은 사람들과 많은 나눔을 할 수 있다는 점도 들었다. 꽃이나 꽃씨, 채소 씨앗 등 처음 살 때는 비싸지만 1~2년만 지나면 처치곤란일정도로 늘어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과 무료 나눔하는 게 일상이 되며 받는 기쁨보다 주는 행복이 더 크다는 걸 배우게 된다고. 하지만 로망만으로 절대 전원주택을 짓지 말라는 말도 덧붙인다. 연예인의 삶이 TV에서는 화려해 보여도 그 이면에는 정말 많은 고충들이 있는 것처럼 전원주택 생활도 TV에서 보는 모습이나 어쩌다 하루 놀러가서 느끼는 즐거움 이면에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있다는 것. 또, 전원주택을 구입해서 입주하는 건 쉽지만, 나가는 건 맘대로 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전원주택은 최악의 경우 평생 안 팔릴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조심스레 귀띔한다. “전원주택은 사람들이 별로 찾지 않는 고가의 레저용품을 사는 것과 같습니다. 살 때는 구하기도 어렵고 비싸게 샀지만, 팔 때는 반값으로 내놓아도 안 팔리기 때문이죠. 가능하다면, 집을 짓기 전에 무조건 전세든 월세든 정착하고자 하는 지역에 매물로 나와 있는 전원주택을 골라 1년 정도 살아보세요. 그렇게 시범기간을 지내보고 본인과 가족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잘 맞는다 생각이 든다면 그때 그 집을 사 버리거나 부지를 사서 자신만의 집을 지으시길 권합니다.” 마지막으로, 전원주택을 마련하고, 전원생활을 선택하려는 예비 전원생활자를 위한 조언을 요청했다. “전원생활을 시작하기 전, 이미 살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선배들과 대화 중 모르는 것이 있으면 적고, 반드시 물어보시구요.” 전원일기 1 29.97평, 단층 전원주택 짓기 우리 집은 29.97평이다. 그 이유는 30평이 넘으면 감리비가 추가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크게 지을 것이 아니라면 대개 30평 미만으로 짓는 게 낫다. 건축공사 총비용은 평당 420만 원 정도로 대략 1억2천600만 원으로 업체와 계약하고 바로 공사 들어갔다. 하지만 계약 이후 ‘지붕은 역시 기와가 최고’라는 나의 고집이 발동해 900만 원이 추가돼 건축비가 1억3천500만 원으로 늘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공법은 경량 목구조로 결정했다. 혁찬이네와 함께 살고 있는 반려견 곰순이. 보디가드 호피무늬 진돗개다. 시공사는 선배 건축주에게 묻고 선택 아마추어인 초보 건축주가 수많은 시공사 중 옥석을 골라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주변에 자신의 집을 지은 사람 중 건축업자와 멱살잡이는 기본, 소송 등 살인만 안 나면 다행이라 할 정도로 많은 분쟁을 겪는 것을 보았다. 그것이 비단 건축업자가 나쁘다고 치부하기 보다는 건축업자와 건축주의 궁합이 안 맞았다고 보는 것이 맞다. 건축주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자기 쪽으로 유리하게 오판하고 그대로 해주지 않는 것에 대한 다툼이기도 하고, 일부 건축업자의 경우 알면서도 건축주가 묻지 않았으니 얘기 안 해 준 것이라며 내빼어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사실, 건축업자가 자선사업가는 아니니 어떻게 보면 자신에게 불리한 얘기를 먼저 하지 않는 건 당연한 이치일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무턱대고 지으려고만 하지 말고, 꼼꼼하게 알아보고 천천히 준비할 것을 권한다. 또 좋은 방법으로는 이미 집을 지어 살고 있는 선배 건축주를 많이 만나보는 것이다. 현재 짓고 있는 집의 건축주에게 시공업체에 대해 묻는 건 쓸데없는 짓이다. 왜냐면 그 사람들도 신병훈련도 못 마친 나와 같은 수준이니까. 최소 완공하고 1년이 넘은 집의 주인을 만나 물어보는 것이 좋다. 날림 공사는 1~2년 지나면 곳곳에서 티가 나기 마련이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완공 후 A/S로 연락했을 때 잘 조치해주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내 경우에도 이미 입주해 살고 있는 건축주들을 많이 만났다. 그리고 확신이 들었을 때 바로 계약했고, 착공에 돌입했다. 파고라, 연못, 그네, 해먹 등 야외에서 누릴 수 있는 재미거리가 마당 곳곳에 있다. 2층 천장고를 가진 단층 주택 나는 재산이라고는 적금은커녕 대출 5억뿐이다. 맨땅에 헤딩했다. 막연하지만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가지고 있는 아파트 값이 폭락하는 바람에 팔지도 못한 상태에서, 여윳돈 한 푼 없이 짓기 마음 먹었는데, 그때 아내 말로는 무슨 배짱으로 집을 덜컥 짓느냐며 와이프 친구나 주변 동네 아줌마들이 놀랐다고 한다. 그래서 최대한 비용 낭비 없이, 그렇게 29.97평으로 지었다. 그리고 2층은 과감히 포기했다. 이미 다락이 있는 아파트 최상층에서 5년 가까이 살아본지라 다락이나 2층 구조가 얼마나 쓸데없는 짓인지 뼈저리게 알고 있기에 단층으로 지었다. 2층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로망이 있을 수 있지만, 귀찮아서 안 올라갈 것이라 생각했다. 대신 2층 높이로 천장고를 높였다. 덕분에 평수는 단층이라 넓게 빠지면서도 주변에 비해 초라해 보이는 단층의 궁색함이 없어진다. 30평을 2층으로 지으면 계단 등 쓸데없는 공간 손실이 많다. 되돌아보니 내 생각이 절대적으로 옳았다. 크고 높은 거실은 넓게 탁트인 개방감을 준다. 단점은 겨울에도 시원하다. 작정하고 난방하려면 난방비가 꽤나 나올 거다. 구조는 경량 목구조로 지었다. 철근콘크리트에 비해 벽 두께가 절반, 약 20㎝정도 밖에 안 되어 공간 손실이 적다. 목조주택이라는 재질 특성상 단열은 기본이고 시멘트 독 같은 걱정도 없다. 애들 아토피가 심해서 선택한 이유도 있는데 애들 아토피는 이사 온 뒤 몇 달 지나지 않아 다 나았다. 지금은 아예 아토피가 있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주택은 30평 미만의 천장고 높은 단층으로 지었다. 거실과 연결돼 있는 다락 공간은 아이들의 플레이룸으로 사용하고 있다. 전원일기 2 1m 높여 집짓기와 데크공사 전원주택에 살면 큰 창고가 필요하다. 시골집 같이 땅이 넓으면 마당 한 구석에 비닐하우스라도 길게 치면 되지만, 단지 내 전원주택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뭐하나 구질구질하게 지어 놓거나 널브러져 있으면 집 전체가 망가진다. 그래서 애초에 데크 아래공간을 창고로 써야겠다는 작전을 세웠다. 선룸에 다양한 운동기구를 설치해 이명종 씨 가족만의 홈짐이 탄생했다. 1m 높게 지은 뒤, 아래공간은 창고로 우리 집은 마당 지면보다 높여서 지었다. 즉, 기초 콘크리트를 타설할 때부터 1m 높게 기초를 만들고 그 위에 집을 지었다. 더 높게 하고 싶었지만 건축법상 1m 이상을 높이면 건축승인이 나지 않는다. 집짓기 전부터 데크 아래공간을 창고로 쓰겠다는 계획이 있었기에 그렇게 했다. 전원주택에 살면 큰 창고가 정말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목재, 철근, 비계 설치 파이프, PVC파이프 등 긴 자재들을 보관할 곳이 마땅치 않다. 결론적으로 대만족, 대성공이었다. 날씨와 관계없이 바비큐를 즐길 방법을 고심하다가 생각해낸 아이디어. 선룸 한쪽에 야외 테이블을 놓고, 연기가 쉽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환기통을 설치했다. 주택 주변을 두른 데크 공사 집 완공 후 데크공사도 했다. 우리 집은 단층이다 보니 같은 30평이라고 해도 2층으로 지은 집 보다는 건물 테두리의 길이가 꽤 길다. 이 얘기는 데크를 깔아야 될 면적이 넓다는 뜻이다. 우리집 데크 면적은 꽤 넓다. 집의 4면 중 앞과 양 옆면(총 3개면)을 빙 두르다 보니 대충 계산해도 15평 정도가 나왔다. 평당 50만 원씩 계산해서 데크 비용만 750만 원정도 들었다. 그나마 집을 지었던 시공사에게 맡겨 저렴하게 완성할 수 있었다. 주택을 높여짓고, 하부 공간은 창고로 사용하고 있다. 평소에는 데크로 만든 커버로 닫아놓고 사용해 깔끔하다. 전원일기 3 데크 방수 대작전 애당초 데크 아래를 창고로 쓰려고 계획한 나의 작전에 가장 큰 걸림돌이 있었다. 바로 데크 방수다. 물론 데크 전문업체에 의뢰하면 방수작업까지도 해준다. 데크를 놓기 전에 합판을 깔고, 방수포 깔고, 여기에 합판을 또 깐 다음 데크를 두르면 깔끔하게 완벽 방수가 되는 데크가 된다. 이 정도 작업이 진행되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남는 목재, 철재, 지저분한 여러 가지 안 쓰는 물건 보관 용도로 만드는 건데 그런 고액의 방수작업 비용을 쓸 것 같으면 그냥 필요할 때 목재, 철재 같은 자재를 때마다 사서 사용하는 게 돈이 덜 드는 셈일 거다. 데크 방수처리의 차선책 나홀로 방수할 수 있는 오만가지 생각을 다 해 봤다. 정말 집 지을 때 했던 고민보다 데크방수에 들어간 노력이나 고민이 더 컸던 것 같다. 사실, 데크 설치 시 업체에 방수까지 해달라고 하려다 비용 듣고 바로 포기했다. 얇고 넓은 플라스틱 판이 있으면 그걸 먼저 깔고 그 위에 데크를 깔면 완벽한 방수가 되리라 생각하고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그러다 결국 찾아낸 것이 ‘렉산’이라고도 불리는 PVC판이었다. 아크릴과 같이 투명하고 두께도 아주 얇은 것부터 두꺼운 것까지 종류가 여러 가지다. 각종 건물의 녹색 비 가림막 캐노피가 다 렉산이다. 렉산의 가장 큰 특징은 깨지지 않는다는 것. 유레카를 외쳤지만 곧 좌절했다. 렉산의 비용이 어마무시하다. 그래서 차선책을 찾아봤다. 롤렉산이라고 하여 가공되지 않은 렉산 원판을 그대로 판매하는 곳이 있었다.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가격이 천차만별이므로 잘 비교해서 살 경우 거의 반값에도 살 수 있다. 하지만 포기했다. 가격 자체도 비싸고 그걸 화물로 배송시켜도 거의 100㎏이 넘는 롤렉산을 혼자 옮기기엔 불가능해 보여 현명하게 포기했다. 그러고나서 아무런 방수작업 없이 한동안 그냥 창고로 사용했다. 결과는 폭망. 비가 한번 오고 나니 그 아래 있던 자재들이 여지없이 젖어버렸다. 인조잔디로 초저렴 방수처리 완성 그러다 데크 위에 인조잔디를 깔아볼까 생각했다. 마당의 천연 잔디와 어우러져 미관상도 괜찮을 듯 싶었다. 결론적으로 최고의 아이디어였다. 15평 정도를 덮을만한 인조잔디는 롤의 형태로 큰 걸 사야한다. 이 또한 인터넷을 잘 뒤져봤더니 거의 반값에 살 수 있었다. 15평을 다 덮을 만큼의 양을 사는데 20만 원 채 안 들었다. 우선 데크 난간을 다 떼어내고 비닐하우스용 비닐을 두 겹 깔았다. 그리고 그 위에 저렴한 천막 원단을 사서 다시 한 겹 깔았다. 마지막으로 그 위에 인조잔디를 깔았다. 그러고 나서 데크 난간을 다시 설치해서 인조잔디를 고정시켰다. 효과는 최고다. 절대 비가 새지 않아 목재든 철재든 완벽하게 잘 보관하고 있다. 거기에 더불어 생각지 못했던 효과가 한 가지 더 있었다. 바로 데크 목재에 최소 1년에 한번 발라야하는 오일스테인을 바를 필요가 없어졌다. 전원주택 단지는 대개 의외로 햇빛을 가리는 장애물이 없기에 햇빛이 강하다. 다시 얘기하면 아무리 처음에 잘 만들어도 데크에 발라놓은 오일스테인이 금방 날아간다. 처음 만들 때야 업체에서 오일 스테인까지 깔끔하게 발라 블링블링하게 만들어주겠지만, 그 이후부터는 모두 건축주의 몫이다. 오일스테인 값도 비싸지만 일일이 바르느라 허리가 끊어진다. 하지만, 이렇게 인조잔디를 덮어버리니 고생할 일을 덜어낸 셈이 됐다. 전원일기 4 전원주택 실제 난방비 우리집은 난방을 LPG 가스로 한다. 가스회사에서 대형 가스통을 설치해주고 계량기에 체크된 만큼 청구하는 시스템이다. LPG다 보니 주방용 가스레인지도 다 같이 쓰고 있다. 가스 요금은 난방, 온수, 주방 가스비가 모두 포함돼 있다. 주택 난방은 LPG 가스를 사용하고 있다. 이전에 살던 아파트보다 관리비가 1/3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 아파트 관리비 1/3 수준 LPG 가스로 난방하면 난방비 폭탄 맞는 거 아닌가 걱정하는 이들이 많고 전원주택 입주를 생각하는 이들 대부분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 ‘단독주택이라 난방비 많이 나오지 않아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년 지출 총액 기준으로는 아파트 관리비의 1/3도 안 나오고, 한겨울 가장 많이 나올 때가 10만 원 후 반~ 20만 원 초 반대다. 그것도 동절기 6개월 정도뿐이고 나머지 6개월은 소액 정도만 나온다. 이사오기 전 34평 아파트에 살 때는 관리비가 평소 20만원 대, 동절기에는 35~38만원 나왔었는데 그때 생각하면 지금 난방비는 엄청 저렴한 수준이다. 난방과 단열 효과 좋은 목조주택 참고로 우리 집은 목조주택인데 목조주택의 난방과 단열효율이 좋다고 한다. 콘크리트 주택의 경우에는 콘크리트 자체가 여름에는 달궈지고 겨울에는 얼어서 그 자체에서 계속 열기나 냉기를 방출하지만 목조주택은 그런 게 전혀 없이 그냥 차단해버린다. 철근콘크리트조, 목조 건축, 스틸 하우스 등 건축구조마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살아보니 목조주택이 여러모로 만족스럽다. 전원일기 5 태양광패널 설치하기 요즘 단독주택이나 전원주택에 태양광패널이 설치돼 있는 걸 보게 된다. 예비 전원주택 건축주들은 태양광패널을 설치하는 게 좋은지 아닌지 고민이 될 수 있다. 우리집은 2018년 7월 가정용 태양광패널 3kw짜리를 설치했다. 창고 위에 설치한 게 아니라 아래 태양광패널을 기둥을 세워서 높게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럼 튼튼한 아연각관 기둥 위에 태양광패널이 설치된다. 그런 다음 각관에 샌드위치 판넬만 붙이면 간이 창고로 쓸 수 있다. 주차장 지붕으로 쓰는 이들도 있다. 단, 문을 달면 건축법 위반이 될 수 있다. 또, 지자체 마다 기준이 다르므로 반드시 확인해보길 바란다. 창고 크기를 짓는 데만 견적이 500~600만 원 정도 나왔는데, 우리 집은 완공된 태양광패널 밑에 샌드위치 판넬만 붙여 공사비로 150만 원만 지불하고 간이 창고를 덤으로 얻었다. 태양광패널은 7년 할부로 설치했다. 월 39,700원 X 84개월 = 약 3,334,800원. 태양광패널을 설치할지 말지를 고민할 때, 평소 내던 전기세와 태양광패널 설치 후의 전기세가 월 39,700원 이상 절감되면 설치할 가치가 있고, 39,700원보다 적게 절감되면 할 필요 없는 것이다. 내가 설치하고 전기세를 직접 내보니 매월 전기세가 거의 대부분 기본료 수준인 6,000~7,000원 대밖에 나오지 않는다. 작년 여름에 에어컨을 거의 밤이고 낮이고 틀다시피 했더니 7월, 8월에는 4만 원대가 나왔다. 참고로 우리 집은 2018년도에 333만 원주고 설치했는데, 2020년에 우리 동네 태양광 설치한 이웃들에게 물어보니 100만 원정도에 설치했다고. 2년 새 태양광패널 설치 지원 보조금이 늘어나서 실 설치비가 100만 원대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태양광패널 지원금은 국비지원과 지방비 지원 두 가지가 있다. 각 관할 지자체에 국비, 지방비 둘 다 지원받으려면 언제, 어떻게 설치해야하는지 알아보도록 한다. 때를 잘 맞춰서 둘 다 지원 받으면 엄청 싸게 설치할 수 있다. 태양광패널 아래 창고 안. 온갖 도구들을 보관하는 장소로 활용 중이다. 그밖에 마당 곳곳에서 펼쳐지는 일상들 그늘진 공간에 인삼 키우기 집 뒤쪽으로 일년내내 그늘이 지는 통로 공간이 아까워서 새싹인삼을 키워봤다. 올 1월 31일 파종했다. 씨앗을 하나씩 심으라고 하던데, 도저히 엄두가 안 나서 줄파종했더니 지금 바글바글하다. 1년은 그냥 이대로 키우고 겨울에 전부 뽑아서 다시 하나씩 모종으로 간격 맞춰 심을 계획이다. 집 뒤쪽에 1년 내내 그늘진 자리가 못내 아쉬웠는데, 그 자리에 새싹삼을 키우면 된다는 말에 바로 시도했고, 결과는 성공적이다. 닭을 위한 미니 텃밭 만들기 닭을 방사해서 키우면 좋겠지만 방사하면 천적의 공격 등으로 위험해서 어쩔 수 없이 막혀 있는 닭장에서 키운다. 신선한 풀을 계속 공급해 주기가 너무 귀찮아서 아이디어를 냈다. 닭의 모가지가 들어가서 먹을 수 있는 위치에 철제 망을 설치하고 그 안쪽으로 이파리가 자라면 뜯어먹을 수 있도록 미니 텃밭을 만들었다. 미니 텃밭에는 쑥갓, 상추, 민들레 등 온갖 씨앗을 다 심었다. 그리고 테스트로 무청 2개를 씨를 뿌려놓은 미니 텃밭에 꽂아두니 닭들이 이파리만 잘 쪼아 먹었다. 성공이다. 마당 한쪽에 닭들이 좋아하는 지렁이, 곤충 등을 키운다. 토양을 덮어주는 멀칭재배에 검은 비닐을 사용하면 잡초 제거와 수분 증발을 막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명종 씨는 양봉도 시도하고 있지만, 여왕벌 관리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비계 설치 파이프로 저렴하게 파고라 만들기 전원주택에 살면 가장 기본적으로 만들고 싶은 것 중 하나가 파고라다. 하지만 비싸다. 집을 지으면서 손상돼 시공사에서 버리는 비계 설치 파이프를 얻어놓은 것이 있었다. 포도나무 그늘 아래 테이블을 놓고 커피 한잔 마시고, 포도, 키위, 다래 따 먹고, 아들내미랑 장기 한판 둘 수 있는 파고라가 갖고 싶었다. 그래서 집을 지을 때 손상돼 버리려던 파이프를 얻어둔 것으로 파고라를 만들었다. 비계 설치 파이프는 철물점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포도나무 아래 앉아 아들내미와 장기 한판 두고 싶은 마음에 비계 설치 파이프로 직접 파고라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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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 PEOPLE]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 4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 4 집과 사람, 자연과 소통하는 집 세 가족 공동체 마을 2호집 차콜하우스 자연과 시각적, 공간적 연결을 고려하고 소통을 중요시한 주택이다. 외관 디자인은 심플하지만 내부는 쓰임새 있는 구조로 설계했다. 인테리어는 자연소재를 사용해 한옥 스타일로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글 사진 박창배 기자 취재협조 코비즈건축협동조합 HOUSE NOTE DATA 위치 경기 고양시 성사동 지역/지구 제1종일반주거지역, 지구단위계획구역(베라산취락), 과밀억제권역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 경량 목구조 대지면적 201.00㎡(60.80평) 건축면적 73.71㎡(22.30평) 건폐율 36.67% 연면적 136.17㎡(41.19평) 1층 66.51㎡((20.12평) 2층 69.66㎡(21.07평) 다락 32.40㎡(9.80평) 용적률 67.75% 설계기간 2019년 6월~2019년 12월 공사기간 2019년 12월~2020년 6월 설계 및 시공 코비즈건축협동조합 070-4895-6028 건축비용 총 3억 2800만 원(3.3㎡ 당 800만 원) 토목공사 비용 1300만 원 토목공사 유형 옹벽, 침목, 성토, 투수블록, 조경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징크(컬러강판)(한성하우징) 벽 - 스토(지정색)(Sto Korea) 데크 - 방킬라이, 합성 내부마감 천장 - 코르크, 석고보드 벽 - 석고보드, 코르크 바닥 - 원목마루, 코르크마루(이건마루) 계단실 디딤판 - 오크(자체제작) 난간 - 평철 단열재 지붕 - 그라스울 보온판(가등급) 외단열 - 비드법보온판2종1호(가등급) 창호 알루미늄시스템창(이건창호) 현관 탄화목(자체 제작) 조명 LED등, 간접 및 매입등(아인산업) 주방기구 상판 오크 원목(주문제작) 위생기구 대림바스 난방기구 귀뚜라미 가스보일러 세 가족 공동체 마을 2호집 건축주인 베짱이와 꽃잔디 부부. 이들은 2006년 충남 서천에 위치한 산너울마을이라는 생태전원마을 프로젝트에서 만났다. 당시 아내 꽃잔디는 조경담당 과장이었고, 남편 베짱이는 토목건축팀 과장이었다. 둘은 마인드가 통하고 삶과 주거에 대한 방향이 비슷하다 보니 대화가 잘 통했고, 연인으로 발전하고 결혼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생태전원마을 조성 프로젝트 공사기간은 거의 2년 정도였어요. 당시 저희 회사는 주택 설계, 시공, 컨설팅까지 진행한 회사로 시공이라는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공동체, 관계, 생태, 순환 등 소프웨어적인 부분까지 관리하는 회사였죠. 그때 도시라는 공간에서 각자 나이, 직업, 성별, 가족관계 수 등 정말 다양하지만 공동체라는 큰 틀과 생태라는 철학을 선택하는 용기를 보면서 저희도 마음이 통하는 분들과 전원에 집짓고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둘은 결혼 후 일과 생활 때문에 도심에 정착할 수밖에 없었지만 첫째 아들을 낳고 어린이집 다닐 즈음 아내는 일반적인 교육과정보다 공동육아를 할 수 있는 곳으로 가자고 제안했다. 세 가족과의 인연이 시작된 것이다. 현관. 내부는 자연소재를 사용한 한옥 스타일로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거실부터 식사공간 주방까지 탁 트여 한 눈에 들어온다. 거실은 아이들 놀이터 겸 모임장소로 사용하는 다용도 공간이다. 거실에서 본 명상방 입구. 명상방은 한옥 스타일로 안락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끌어당김의 법칙 ‘끌어당김의 법칙’이 통했던 걸까. 베짱이와 꽃잔디는 세 가족과 공동육아를 하면서 살아온 환경은 서로 다르지만 특별한 만남이었다고 한다. “서로 닮은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만났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어요. 작게는 친환경 먹을거리부터 크게는 삶의 목표 등 공감대가 통하는 부분이 많았어요. 공동체 삶을 꾸려나가다 보니 갈등도 있고 서운한 일이 생기기도 했지만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죠. 이웃사촌으로 10년을 생활하다 보니 가족 같은 마음이 들어 함께 공동체 마을까지 만들게 됐어요.” 코비즈협동조합의 일원인 베짱이는 세 가족 공동체 마을 프로젝트 현장소장을 자처했다. 집을 짓기 보다는 관계를 짓는다는 마음이었다. 최소 3년 하자보증은 기본이고 30년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집을 짓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부지는 있는 그대로의 모양을 최대로 살리고 싶었다. 땅 구입 후 구옥을 철거하고 땅이 원래 생긴 모습 그대로를 보존하자고 세 가족과 코비즈 설계팀에 제안했다. 지붕은 오랜 시공경험으로 터득한 경사지붕을 권유했다. 방수 문제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고, 또 경사 지붕에 맞게 내부에 다락을 만들면 아이들이 커가면서 좋은 추억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세 가족과 코비즈도 베짱이 제안에 흔쾌히 동의했다. 주방은 후정으로 시선과 동선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주방은 주부의 작업 공간이기도 하다. 1층 계단실은 거실, 주방에 있는 부모와 계단을 오르내리는 아이들이 소통할 수 있도록 연결돼 있다. 사람과 자연과 소통하는 집 베짱이와 꽃잔디는 주택 설계할 때 자연과 시각적, 공간적 연결을 중요시했다. 비 오는 날 빗소리 듣고, 바람 좋은 날엔 차를 마시며 쉼을 누릴 수 있는 야외 공간과 주방 옆 식사 공간 앞에 데크를 설치해 날씨 좋은 날에는 야외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계획했다. 외관 디자인은 심플하지만 내부는 실용적이고 쓰임새 있는 구조로 설계했다. 인테리어는 자연소재를 사용한 한옥 스타일로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실내외 공간 배치는 주부의 짧고 편리한 동선을 고려하고, 공간마다 수납장을 짜넣어 여백의 미를 강조했다. 거실, 식사 공간, 주방은 한 동선으로 탁 트이고 넓다. 거실은 소파 등 최소한의 가구를 배치해 아이들의 놀이터이가 되기도 하고 손님맞이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다용도 공간이다. 주방은 식사 겸 주부의 작업 공간으로 계획하고, 식사 공간(큰창), 데크, 후정(프라이빗 정원)으로 시선과 동선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2층 가족실과 안방, 다락이 보인다. 가족실은 아이들 놀이공간으로 이용하다가 필요 시 방으로 사용할 수 있다. 2층 안방. 2층 계단실은 거실, 주방에 있는 부모와 계단을 오르내리는 아이들이 소통하기 쉬운 구조로 연결돼 있다. 또 계단 높이를 낮게 하고 디딤판을 넓게 해 어린 아이들이 오르내리기 편하게 고려했다. 아이들이 자라 가족 수의 변화를 고려해 유용한 공간 구조를 계획한 점도 돋보인다. 2층 중간에 가족실을 두어 그림그리기와 놀이공간으로 이용하다가 필요 시 방으로 사용하고, 아이들이 독립해서 나가면 가족실이나 부모의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다. 손님이 올 경우를 고려해 편리한 동선에 변기와 작은 세면기를 욕실과 분리해 설치했다. 아이들의 비밀 공간인 다락. 아이들 자유롭게 노는 모습에 만족 집 짓고 사는 모습을 보고 주위 사람들은 부러워하지만, 부부는 아직 끝난 게 아니라고 한다. 쓰레기 분리수거부터 이웃과의 관계도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등 할 일이 많고 아직 공사가 끝난 게 아니라는 것. “집 짓는 게 끝이 아닌 것 같습니다. 살면서 가꾸고 만들어나가야 할 게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공유 마당 가꾸는 것도 최소한 1년을 지켜보면서 우리 부지에 맞는 것들을 5년 10년 30년을 내다보고 심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어린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다녀도 일단 층간소음 걱정을 하지 않아도 좋다고 한다. “우리 자녀들이 마음 놓고 집 안팎에서 뛰어놀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고, 그 모습을 보면 집짓기를 잘했고 보람을 찾는 것 같습니다.” 1호집 밀크하우스와 나란히 자리한 2호집 블랙하우스. 색상대비 효과로 뚜렷해 보인다. 주방과 이어진 데크. 날씨 좋은 날에는 야외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계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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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 PEOPLE]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3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3 진짜 집짓기는 지금부터 세 가족 1호집 밀크하우스 ‘포비와 스머프’, ‘베짱이와 꽃잔디’, ‘바람개비와 막대기’가 함께 일구고 있는 세 가족 공동체 마을. 세 집이 나란히 지은 데다 외벽 색깔이 다 다르다보니 1호집은 하얀 집, 2호집은 검은 집, 3호집은 녹색 집으로 불린다. 동네 아이들은 1호집 외벽 색깔이 하얗고 모양이 우유갑을 닮았다고 ‘밀크하우스’라고 부른다. 글 사진 박창배 기자 | 취재협조 코비즈건축협동조합 ※고양시 성사동 ‘세가족 마을’은 공동육아를 하던 이웃끼리 뜻을 모아 만든 작은 마을이다. 본지는 2020년 9월호부터 5회에 걸쳐 ‘마을 만들기’, ‘마을 내 세 가족 집짓기 과정’을 순차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HOUSE NOTE DATA 위치 경기도 고양시 성사동 지역/지구 제1종 일반주거지역, 지구단위계획구역(베라산취락)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 경량 목구조 대지면적 201.00㎡(60.80평) 건축면적 73.44㎡(22.21평) 건폐율 36.54% 연면적 126.32㎡(38.21평) 1층 66.47㎡(20.11평) 2층 59.85㎡(18.10평) 용적률 62.85% 설계기간 2019년 6월~12월 공사기간 2019년 12월~2020년 6월 토목공사비용 1300만 원 토목공사유형 옹벽, 침목, 성토, 투수블록, 조경 건축비용 560만 원(3.3㎡ 당) 설계 및 시공 코비즈건축협동조합 070-4895-6028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아스팔트 이중슁글(하성하우징) 벽 - 스타코플랙스(Sto Korea) 데크 - 합성데크 내부마감 천장 - 석고보드 벽 - 석고보드 바닥 - 데코타일 계단실 디딤판 - 원목(애쉬) 난간 - 평철 핸드레일 단열재 지붕 - 글라스울 보온판(가급) 외단열 - 비드법 보온판 2종 1호(가등급) 창호 PVC 250 이중창(이건창호) 현관 탄화목 마감(자체 제작) 조명 라디룸 주방기구 soso design 위생기구 대림바스 난방기구 가스보일러(귀뚜라미) 배치도 “하늘과 산을 가리는 높은 건물을 싫어하고, 번잡스러운 것을 싫어하고 자연과 가까운 삶, 계절과 날씨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는 삶을 원했어요. 시골로 가지 않는 이상 그런 땅은 그린벨트일 수밖에 없었지요.” 세 가족 공동체 마을 1호집인 포비와 스머프 가족. 이들은 집을 짓기 전에도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 살고 있었다. 부부는 아이가 자연과 가까이하며 자라고 마당에서 반려견을 키우고자했는데, 운 좋게 그린벨트 내 단독주택을 찾아 전세로 8년째 살고 있었다. 하지만 포비(남편)는 자신들만의 집을 짓고 싶었다. 가까운 지인이 집을 짓는 것을 보면서 그 마음이 더욱 커졌고 호시탐탐 기회를 모색하던 중 마음 맞는 이웃을 만났다고. “남편은 집을 짓는 과정 자체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어서 매력적이라고 하더군요. 저는 싫다고 버티고 버텼지만 남편의 고집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웃들의 설득으로 결국 백기를 들었어요.” 내부는 거실-패밀리룸-다이닝룸-주방-다용도실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계단은 동네 아이들이 만화책을 보는 곳이기도 한다. 현관에 들어서면 한 면을 가득채운 책장과 우드슬랩테이블이 시선을 압도한다. 동선에 따라 순환하는 구조 포비와 스머프는 시간적, 재정적 여력이 넉넉하지 않다보니 외관에 대해서는 특별히 신경을 쓸 수가 없었다고 한다. 다만 지붕은 방수 면에서 우수하고 따뜻하고 빨간머리앤의 그린게이블처럼 전통적인 박공지붕이기를 바랐다. 하지만 땅의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 소박한 느낌을 주는 박공지붕이 나왔지만 이에 만족해한다. 내부 디자인은 1, 2층 모두 계단을 중심으로 순환하는 것이 특징이다. 거실과 패밀리룸, 다이닝룸과 주방, 다용도실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도 살짝 비틀어지면서 공간이 자연스럽게 분리된다. 건축주 부부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설계는 아니어서 걱정이 많았지만, 막상 살아보니 매우 실용적이라고. “거실에서 주방 싱크대가 잘 보이지 않으니까 설거지가 좀 쌓여 있어도 괜찮거든요(웃음). 동선에 따라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도 공간이 나누어지고, 나누어지면서도 벽이나 문으로 막혀 있지 않아 답답하지 않아요. 개방감이 있으면서도 공간마다 아늑한 느낌을 줍니다.” 거실과 이어진 가족실. 커튼으로 공간을 나눌 수도 있고 분리할 수도 있다. 주방에서 바라본 거실. 책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북카페 느낌이 연출됐다. 식당과 주방. 식탁 앞 고정창으로 뒷집 정원과 텃밭, 산의 풍경이 시원하게 들어온다. 집짓기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 인테리어도 특별한 콘셉트를 설정하지 않았다. 재정적 여력도 없었지만 그럴 필요성도 못 느꼈다는 것. 그냥 자신들이 가진 자원인 땅의 모양과 주변 풍경, 예산과 시간의 범위 안에서 삶을 가장 자연스럽고 편한 방식으로 담아낼 그릇을 만들자는 생각이었다. 거실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한 면을 책장으로 가득채운 부분과 한 가운데 자리한 우드슬랩테이블이다. 마치 도서관 같기도 하고 북카페 같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여기서 책도 보기도 하지만 일도 하고, 딸아이는 공부를 하고, 손님이 많이 올 때는 식탁이 되기도 한다. 한쪽 구석에 자리한 주방은 막힌 것처럼 보이지만 현관과 연결돼 있고 뒷마당과도 통해 동선이 자유롭고 편리하다. 내부는 1, 2층 모두 계단을 중심으로 순환하도록 계획했다. 2층 복도. 1, 2층 계단에 보이드 공간을 둠으로써 개방감을 한결 강조했다. 부부 침실. 답답하지 않게 문을 달지 않았고, 가림막 역할을 하는 책장을 두었다. 부부는 막히고 답답한 것을 싫어해서 1, 2층 계단에 보이드 공간을 두었다. 뒷집 정원과 텃밭, 산의 풍경이 시원하게 보이는 식탁 앞에는 커다란 고정창을 설치했다. 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으로 고정창 앞에 앉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단다. 책이 많고, 고정창도 많고, 조명이 많아서 그런지 집에 놀러오는 친구들이 “북카페 아니냐”고 묻곤 한다고. 부부 침실에서 본 모습. 좌측 딸 방과 정면으로 작업실이 보인다. 입구에서 본 정면. 동네 아이들은 이 모습을 보고 우유갑을 닮았다며 밀크하우스로 부른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 집에 오는 손님 중에는 예전 집과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고 하는 사람들이 꽤 있어요. 어쩌면 하드웨어는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전에 단독주택에 살아서 그런지 외형적으로는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우리는 예산 때문에 마무리를 못했던 것이 많아서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고민하고, 하나씩 장만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어요. 진짜 집짓기가 시작된 거죠.” ‘포비와 스머프’,‘베짱이와 꽃잔디’,‘바람개비와 막대기’가 함께 일구고 있는 세 가족 공동체 마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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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 PEOPLE]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2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2 3개월이 30년 같았던 세 가족 집짓기 공동체 마을을 만들기로 한 ‘포비와 스머프’, ‘베짱이와 꽃잔듸’, ‘바람개비와 막대기’ 세 가족. 이들은 일을 추진할 때 만장일치를 규칙으로 하고 있다. 어느 누가 반대 의견을 제시하면 설득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소소한 일이라도 모두가 마음에서 동할 때 함께 일을 추진한다. 세 가족이 함께 진행한 땅 구입부터 집짓기 과정을 소개한다. 글 사진 박창배 기자 | 자료제공 세 가족과 코비즈협동조합 배치도 5차 스케치배치도 6차 스케치 공동육아로 만난 세 가족은 또래 자녀들이 같은 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학부모 모임에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학부모 모임들 중 가까운 지인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단독주택을 짓는 것을 보자, 이들도 부러운 마음에 자기들만의 집과 공동체 마을을 만들기로 했다. 입지는 자녀들이 걸어서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대곡초등학교가 자리한 고양시 대장동 인근을 알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대장동 주변은 땅값이 비싸서 엄두가 나지 않았다. 대곡초등학교 교사인 바람개비가 차로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기로 하고 지역을 확장해서 알아보기로 했다. 구옥이 있는 부지 모습 구옥을 철거하고 깔끔하게 정리된 부지 모습 2017년 겨울, 스머프와 바람개비가 마음에 드는 땅을 발견하고는 건축업에 종사하고 있는 베짱이에게 집을 지을 수 있겠는지 확인해보라고 했다. 베짱이 역시 바로 추진하자고 했다. 세 가족은 들뜬 마음으로 부동산중개사무소를 방문했다. 하지만 맥 빠진 답변이 돌아왔다. 팔 수 없는 땅이라는 것. 근저당이 설정돼 있다는 것이다.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베짱이는 그 땅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고 한다. “사실 부지를 본 첫 느낌은 너무 초라해 보였어요. 귀신 나올 것 같은 오래된 구옥이 있는 허름한 곳이었거든요. 구옥이 없다는 상상을 하자 마음에 들었고, 규모와 가격 면에서 이만한 땅을 찾기란 어려울 것 같았어요.” 세 가족 공동체 마을의 모형 007 작전 방불케 한 땅 구입 겨울이 지나고 이듬해 봄에 베짱이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다시 부동산중개사무소에 들러봤다. 그러자 근저당 설정이 풀려 이제는 팔 수 있다고 했고, 세 가족은 긴급회의 후 바로 구입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막상 땅 구입을 위해 부동산중개사무소를 방문하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세금체납 건으로 10평 남짓한 땅 진입로가 압류돼 있는 것이다. 세 가족은 아쉽지만 다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아이들 학교와 15분 거리밖에 안 되는 위치며 자금에 맞는 땅 규모며 마음에 드는 곳이어서 놓치기 싫었다. 여러 곳을 알아봤지만 이와 같은 부지를 찾기란 불가능할 것 같았다. 세 가족은 부지 진입로 압류 건을 직접 해결하고 땅을 구입하기로 했다. 체납된 세금을 지주 대신 입금해주고 압류가 풀리는 즉시 땅 계약을 마무리 짓기로 한 것이다. 역할을 나눴다. 1명은 세무소에서 토지 압류 건 문제를 해결하고, 1명은 공인중개사무소에 대기하고 있다가 압류 건이 해결됐다는 소식이 들어오면 땅 값을 지급하고 계약서를 작성하고, 1명은 법무사와 계약사항과 등기소에서 압류 건을 확인하기로 했다. 수시로 휴대폰으로 진행 상황에 대해 연락을 주고받았다.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식으로 세 가족은 2018년 봄에 고양시 성사동 땅 210평을 평당 400만원에 구입했다. 이웃주민들은 “이곳에 빌라를 지으려고 이미 여러 업체에서 땅을 보고 갔고, 땅 모양도 안 좋고 진입로가 너무 좁다며 다들 포기하고 돌아갔는데, 도대체 뭔 생각으로 이 땅을 샀느냐”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진입로가 좁다보니 공사차량으로 인한 민원발생으로 공사가 완료될 때까지 세 가족은 가슴을 졸여야 했다. 세 가족은 2020년 3월 15일 일요일에 집을 지어주는 사람들에게 진심을 담아 고마움을 표하고 같이 살 이웃들에게 화합을 청하는 고사를 지냈다. 세 가족 모두 허탈했던 땅 배분 땅 구입을 성공적으로 완료했지만, 세 가족이 공동명의로 구입한 땅을 3등분으로 분할해야 했다. 협소한 땅을 3등분으로 분할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배분하는 게 더 큰 난관이었다. 모두가 원하는 땅을 배분받기를 바라는 게 당연지사.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원하지 않는 땅이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땅 배분 방식을 놓고 여러 의견이 나왔다. 그중 두 가지 방식으로 압축됐다. 하나는 제비뽑기였고, 또 하나는 1, 2, 3지번 중 원하는 땅과 원하지 않는 땅을 선택하고 그에 대한 이유를 각각 적어보기로 했다. 그런 다음 이유가 가장 설득력 있다고 생각되는 가족에게 해당 땅을 배분하는 방식이었다. 두 번째 방식으로는 도무지 결론이 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가장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제비뽑기 방식으로 선택하기로 했다. 원하지 않는 땅을 뽑더라도 인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토목공사와 조경공사에 들어가는 비용은 세 가족이 공동으로 부담하기로 합의했다. 제비뽑기하는 날, 세 가족 모두가 가슴을 졸이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너무나 허탈했다. 어느 누구에게도 원하던 땅이 돌아가지 않은 것이다. 제비뽑기 후 세 가족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떨어뜨린 채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땅 배분이 끝나고 나서는 설계에 들어갔다. 땅의 크기가 210평 정도이고 진입로와 도로부지를 제외하면 200평, 세 집으로 나누면 65~68평이 나왔다. 건폐율과 용적률을 적용하면 바닥 평수는 20평대, 전체평수는 40평 전후의 2층집 모양이 그려졌다. 집과 집 사이의 경계를 나누지 않고 마당을 함께 공유하기로 했다. 대지 모양도 반듯한 모양이 아니기에 3등분하면서 자연스럽게 모서리 쪽 자투리 공간들이 생겼다. 설계는 2018년 봄부터 가을까지 5개월 정도 걸렸다. 설계하는 동안 세 가족은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한다. 전원주택 전문 잡지를 보며 스크랩하고 부부간에 상의하고, 자녀들과 상의하고, 또 세 가족 간에 정보를 공유하며 상의하는 등 시간가는 줄 몰랐다는 것. 하지만 시공에 들어가면서 다시 험난한 여정이 시작됐다. 세 가족 공동체 마을은 베라산을 등지고 도심 속 작은 마을의 맨 끝 쪽에 자리한다. 원주민과의 마찰과 비교하는 마음 가장 큰 문제는 원주민과의 마찰이었다. 여기저기서 민원이 들어왔다. 앞으로 마을에서 함께 살아갈 이웃이기도 하다 보니 조금이라도 불편한 관계가 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 원주민과 공사차량이 이동하는 동선에 있는 주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양해를 구했다. 식사대접을 하기도 하고 과일 선물을 보내기도 했다. 공사가 끝날 때까지 늘 조마조마한 마음이었는데, 공사가 진행되는 3개월이 꼭 30년 같았을 정도라고 한다. 그나마 세 가족이 함께 하다 보니 다행이었다. 원주민과 민원 대응도 세 가족이 역할을 나눠서 맡았다. 만일 혼자 감당해야 했다면 포기했을 것 같다고 한다. 세 가족이 함께 해서 좋은 것도 있지만 안 좋은 점도 있었다. 옆집과 비교하는 마음이 생기면서 힘들었다는 것. “안 그러려고 해도 세 집을 동시에 짓다보니 비교하는 마음이 생겨나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우리는 못하는데 옆집에서 하는 것을 볼 때 부러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죠.” 건축에 종사하는 이들이 하는 말 중에 ‘친한 사람 집짓기’, ‘내 집 짓기’ 그리고 ‘그곳에 함께 사는 것’이 세 가지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에 대한 애로사항도 있었다고 한다. “함께 살 사람이 시공을 맡다보니 시공자도 저희도 애로사항이 컸던 것 같습니다. 가깝게 지내왔고 앞으로 함께 살아갈 이웃사촌이다 보니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못했고요. 그리고 시공자 입장에서 뱉은 말도 애초에 모르던 사람이었다면 그냥 넘어갔을 텐데 가까운 사람이어서 그런지 왠지 서운한 감정이 들었어요.” 세 가족 공동체 마을 현장소장을 맡은 베짱이도 공사를 진행하면서 본의 아니게 실수를 한 것 같다고 토로한다. “이웃으로 만나 관계를 유지하는 거와 클라이언트 관계는 다르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어요. 건축주들과 형님 동생하면서 아주 가깝게 지냈는데 공사를 진행하면서 서먹서먹해졌어요. 이웃사촌의 집이고, 직접 살 집이다 보니 지나치게 완벽을 추구하려다 보니 부담감을 주면서 힘들게 했던 것 같아요. 시공하는 입장에서 아내도 클라이언트 중 1명이었고, 아내한테도 많이 힘들게 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에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세 가족의 집짓기는 2019년 겨울에 첫 삽을 뜨고 2020년 여름에 완공을 보았다. 갈등도 있고,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서로간의 신뢰와 믿음을 바탕으로 앞으로 더욱 좋은 공동체 마을을 가꾸어나가겠다는 게 세 가족의 소박한 희망이다. <공사 과정> 01 부지 내 외부 옹벽 터파기 02 옹벽 기초 버림 타설 03 옹벽 거푸집 해체 및 3호집 1층 주차장 기초 철근 배근 04 1, 2호집 기초 철근 배근. 3호집 2층 바닥 거푸집 설치 05 1, 2호집 기초타설 및 양생 중. 3호집 2층 바닥 철근 배근 완료 06 경량 목구조 자재 반입 07 1, 2, 3호 외부 단열재 및 지붕 서까래 및 방수시트 완료 08 1, 2, 3호집 철근콘크리트 공사 완료. 내·외부 거푸집 해체 09 1, 2, 3호집 지붕 공사 전경. 1호집은 아스팔트 이중그림자 슁글, 2, 3호집은 징크로 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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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 PEOPLE]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1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1 공동육아로 뭉친 세 가족과의 특별한 만남 고양시에 있는 ‘성사동 세가족’ 마을. 이들은 10년 전 이웃으로 만나 공동육아를 하며 살다가 자기들만의 공동체마을을 만들었다. 공동체마을을 통해 삶과 이웃, 자연이 교집합 하는 공간을 만들어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살기 위해서다. 그 과정이 수월하지 않았다. 특별한 인연, 코비즈건축협동조합과 만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글 백홍기 기자 | 자료협조 코비즈건축협동조합 070-4895-6028 www.cobees.net 10년 전 이웃으로 만나 공동육아를 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고양시에 작은 ‘성사동 세가족’ 공동체 마을을 만든 이들은 ‘포비와 스머프’, ‘바람개비와 막대기’, ‘베짱이와 꽃잔듸’라는 애칭을 사용한다.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통용되는 애칭이다. ‘○○네 엄마, 아빠’, ‘아저씨, 아줌마’호칭은 거리감이 있어 위계를 없애고 편하게 생활하자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공동육아는 나눔이다.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협력해 어려움을 나누는 것이다. 때론 그 과정에서 이웃과 가족애가 쌓이기도 한다. 세 가족이 모여 자기들만의 공동체마을을 만들기로 한 것도 지난 10년간 쌓은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기존 주거 형태는 스머프네만 마당이 있는 오래된 단독주택에서 생활하고 바람개비와 꽃잔듸네는 전형적인 빌라에 살았다. 세 가족은 집이라는 형태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조금 더 편리하고 변해가는 생활 패턴을 담아낼 공간과 울타리 없이 편하게 자기 집처럼 왕래하며 함께 모이고 웃음이 넘치는 따뜻한 공간을 원했다. 건축전문가를 만나 그들만의 새로운 공동체마을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쯤 코비즈건축협동조합(이하 코비즈)과 인연이 시작됐다. 코비즈는 좋은 집을 짓기 위해 뭉친 사람들이다. <배치도 1차 스케치> <배치도 4차 스케치>‘성사동 세가족’ 마을 배치도 스케치 단독주택을 계획할 때 앞마당이 넓은 것을 선호하지만, 여러 해를 지나고 나면 넓은 뒷마당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성사동 세가족’은 모두에게 드러나는 정원이 아닌 세 가족을 위한 후원 같은 넓은 뒷마당을 제안했다. 하지만, 가운데 집 형태가 길어져 익숙하지 않은 평면과 배치 때문에 여러 다른 의견이 나왔다. 정원을 어디에서 바라보는가에 대한 의견 차이도 있었다. 최종 배치는 뒷마당을 없애고 주택이 앞마당을 감싸는 형태가 됐다 특별한 사람들의 만남 2013년 3월, 건축 관련 일을 하는 몇몇이 카페에서 좋은 집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의기투합했다. 코비즈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코비즈건축협동조합을 설립하고 7년간 6개 단지 공동체마을 프로젝트를 진행해 주택 70여 채를 짓고, 복합시설 프로젝트 3개를 완공했다. 정상오 조합이사장(건축시공기술사)은 ‘함께 사는 좋은 집’을 만들겠다는 공감대로 뭉친 건축 관련 전문가 단체라고 소개했다. “코비즈는 타일공, 목수, 정원사, 페인트공, 조적공, 미장공, 거푸집 기술자, 시공을 조율하고 이끌어가는 현장소장, 설계하는 디자이너들 등이 모인 건축 집단입니다. 제도에 의한 분리보다 진심으로 건축을 걱정하고 건축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건축인, 건축가라 할 수 있습니다. 코비즈는 그러한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따로 일하는 게 아니라 함께 나누고 일해야 좋은 결과물을 얻습니다. 마치 합창과 같습니다. 개체가 아닌 협력을 통해 완전한 조화를 이루어 내는 것입니다.” 코비즈에선 집이 아닌 ‘코하우징’을 짓는다고 한다. 함께 사는 주택을 말한다. ‘함께’라는 의미는 아파트 공동주택 개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주택 ‘구성’과 함께 모여 사는 사람들의 ‘수’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구성과 수라는 것은 우리 개개인이 상대하는 즉, 친밀도를 유지하는 구성과 수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코하우징은 한 사람 또는 한 가족이 이웃을 이루며 서로 친한 관계를 유지하는 적정한 규모의 작은 마을 단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사동 세가족’마을 스케치 과정 설계를 진행하기 위해 전체 의논을 나누며 1차 스케치한다. 스케치한 결과는 설계에 바로 반영하지 않고 여러 의논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공간을 찾고 아이디어를 반영하며 새롭게 스케치한다. ‘성사동 세가족’은 스케치를 네 차례 거쳐 원하는 공간을 찾았다. <배짱이와 꽃잔듸네 1차 스케치> <배짱이와 꽃잔듸네 4차 스케치> <막대기와 바람개비네 1차 스케치> <막대기와 바람개비네 4차 스케치> <막대기와 바람개비네 입면 스케치> <스머프와 포비네 1차 스케치> <스머프와 포비네 4차 스케치> 집은 빵이다! 코비즈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기간이 다소 길다. 그 시간을 정 조합이사장은 ‘발효 과정’이라고 한다. “밀가루 반죽으로 바로 빵을 만들어도 되지만, 더욱 좋은 식감과 풍미를 갖추기 위해 발효를 거칩니다. 집도 마찬가지입니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죠. 도면을 자주 들여다보면서 가족들과 끊임없이 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서로 깊이 이해하고 집에 대한 애정도 더욱 커지죠. 이러한 과정을 거치다 보면 안 보이던 게 보입니다.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기도 하죠. 그래서 급하게 진행하면, 좋은 집을 완성하기 어렵습니다. ‘생각의 발효 시간’이 필요합니다. 시공도 마찬가지입니다. 설계에서 충분히 검토한 이야기를 그대로 적용하려면 꼼꼼한 시공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현장 기술자들도 더 좋은 방법을 찾으려고 함께 노력합니다. 그러다 보면 많은 시간이 필요해요.” 시공이 길어지면, 그만큼 비용이 올라간다. 건축주 입장에선 고민일 수밖에 없지만, 비용이라는 부담을 뛰어넘어 코비즈를 선택한 이유는 그들이 집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 단적인 예로, 코비즈가 진행하는 현장에서 삼삼오오 모여 의논하는 모습은 새롭지 않다. 공간 활용성, 효율적인 배선과 배관 배치, 사용자 편의성 등 조금이라도 개선점이 필요하거나 더 좋은 방식이 있을 거 같으면, 해당 기술자가 즉석에서 스케치하고 각 분야 전문가들이 다 모여 열띤 토론을 진행한다. 그래서 늘 현장은 토론장으로 변하고 벽과 바닥은 캔버스가 된다. 건축주는 물론 건축에 참여한 건축가 모두 즐겁고 행복해야 좋은 집을 완성할 수 있다고 한다. 모형도 현장답사와 스케치 단계를 거친 후 모형도를 만들었다. 실내 인테리어 코비즈는 수평·수직으로 공간이 막히지 않고 산책로 같이 열린 공간을 선호한다. 햇살 가득한 툇마루와 모호한 내·외부 경계를 형성하는 한옥과 같은 공간이다. 큰 세상 향한 작은 마을 코비즈cobees 이름은 함께라는 ‘co’와 꿀벌 ‘bees’를 더해 ‘함께 일하는 꿀벌들처럼’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협력을 통해 집을 짓는 생명체 가운데 가장 집을 잘 짓고 자연에 좋은 일을 하는 건 벌입니다. 코비즈는 우리와 이웃, 세상에 좋은 건축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우리는 ‘세상의 모든 사람이 자신의 집과 마을, 도시를 스스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건축주를 포함해 집이라는 공간을 형성하는데 참여하는 모든 사람을 ‘건축가’라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공간을 두고 사람마다 다른 생각을 한다. 돈을 버는 공간, 놀이나 휴식, 취미를 위한 공간 등 목적과 욕망에 따라 공간은 다양한 형태로 쓰임을 갖는다. 코비즈는 이러한 공간을 통해 이로운 사회를 만들려고 한다. 그 과정은 사회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가족이 머무는 집을 통해 자연과 이웃을 연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웃이 모여 작은 마을을 형성하고 마을은 아이들의 학교가 된다. 학교는 다시 아이와 마을사람들의 정원이 되는 행복한 ‘마을학교정원’이라는 개념에 도달하는 것이다. 이들은 꿈같은 이야기를 재현하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 성사동 세 가족은 코비즈와 인연이 아니었다면 공동체마을 프로젝트가 불가능했을 거라고 한다. 작은 땅에 각각의 요구 조건에 맞춰 공동체마을을 만든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만큼 건축 환경은 까다로웠고 다양한 이견을 조율하기 어려웠다. 현장 스케치 공사를 시작하면 현장은 모든 기준이 된다. 사무실에서 그린 도면은 현장에서 현실이 되기 때문에 현장 소장과 현장 기술자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고 함께 문제를 해결한다. 늘 토론의 결과가 좋은 건 같은 마음과 뜻으로 모여 오랜 기간 함께해왔기 때문이다. 단열·기밀·구조·디테일 마감 건물을 잘 짓는 건 기본이다. 단열과 기밀, 구조 디테일은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간단하게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기본에 충실 한다는 것은 타협이 아닌 원칙을 지키는 것이고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코비즈가 집이라는 공간을 만들며 늘 중심에 둔 단어는 ‘생활’이고 생활이라는 행위가 일어나는 ‘장소’에 집중한다. 그래서 코비즈는 ‘성사동 세가족’ 마을을 각각의 집을 전체 가운데 한 개체로 보고 ‘생활하는 장소’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여러 사람이 함께하다 보니 이해 차이는 있지만, 충분한 시간을 거쳐 함께 하나씩 해결해냈다. 세 가족도 그들이 바라던 ‘생활’과 지향점이 같았다. 코비즈에서 세 집을 구성하고 공간을 연결하는 데 중요하게 생각했던 요소가 ‘따로 또 같이’다. 그 과정도 수월하진 않았다. 세 집, 세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호에 소개한다. 외부 진입로에서 주차장을 지나면 넓은 마당에서 각 주택으로 연결된다. 마당 배치는 볕이 잘 들고 함께 지내기 편한 구성이라 모두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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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 PEOPLE] 흙과 돌을 사용해 지은 숲속 돌집 꿈꾸는 다락방
- 흙과 돌을 사용해 지은 숲속 돌집 꿈꾸는 다락방 아끼고 보듬은 사물이 반질반질 윤이 나고 본연의 빛을 발할 때 우리는 ‘품위’가 느껴진다고 한다. 땅끝마을 해남에서 만난 아담한 돌집이 바로 그러하다. 글 사진 백홍기 취재협조 이세일(목수), 윤용신(플로리스트) 부부 해남에 있는 작은 목신마을에서 아담한 돌집을 만났다. 방 한 개와 주방 겸 거실, 다락을 갖춘 8평 크기의 작은 집이다. 이곳에 초등학생 자녀를 둔 40대 부부가 산다. 돌집을 처음 계획한 건 아내 윤용신 씨다. 타지에서 일하다 귀촌 한 윤 씨는 부모님이 살던 고택 마당 옆에 있던 창고를 허물고 작은 돌집을 지었다. “혼자 살 때부터 집에 관심이 많았어요. 현대식 아파트나 넓은 단독주택이 아니라 숲속의 작은 오두막 같은 집이요. 어린 시절에 겪은 추억과 감성이 무럭무럭 자라 꿈이 된 거예요.” 윤 씨의 꿈은 할머니 집 옆에 있던 초가집 지붕 아래 다락방에서 움텄다. 오래 묵은 책 냄새와 촛불이 일렁이던 다락에서 그녀만의 감성을 키운 것이다. “다락방에 대한 로망도 있었지만, 할머니가 잘 가꾼 살림살이와 꽃과 나무가 어우러진 예쁜 마당에서 놀던 기억도 좋았어요. 이러한 것들이 몽상에 불과했던 집에 대한 추억을 현실화하는데 큰 역할을 한 거죠. 오래전부터 나만의 감성을 채울 수 있는 집에 관한 자료를 모으고 있다가 고향에 돌아와 꿈의 집을 지어보기로 한 거예요.” 아내의 플로리스트 작업실 앞마당을 부부가 함께 새 단장하고 있다. 정면에 보이는 건물은 이세일 목수 작업실이다. 오랜 곡괭이질 뒤에 잠시 허리 펴고 아내의 작업실을 바라보는 이세일 목수. 작업실은 이세일 목수 혼자 만들고 있다. 남편과 아내의 작업실 풍경. 이세일 목수 작업실이다. 이곳에서 자기만의 작품 세상을 이뤄내 여러 차례 전시와 초대전을 거치며 작가 활동을 하고 있다. 나무 숟가락과 스툴 만들기 등 다양한 수업도 진행한다. 자연과 사람을 사랑하게 한 집 윤용신 씨가 돌집을 선택한 건 오래될수록 예뻐진다는 게 이유다. 어려서 아버지가 직접 짓고 살았던 돌집에 대한 기억도 한몫했다. “막상 돌집을 짓겠다고 마음먹은 다음부터는 돌만 보였어요. 어떤 돌이 예쁜지 가는 곳마다 돌을 살폈어요. 돌도 지역마다 색과 질감이 달라 찾기 힘들었는데, 지인이 미황사(해남 서정리)가 있는 지역의 돌이 예쁘다고 했어요. 미황사 근처에 있는 밭을 개간하며 쌓아둔 돌을 가져와 집 토대를 쌓기 시작한 게 2008년 6월이에요.” 규모는 혼자 살 집이라 아담한 크기로 계획했다. 당호는 <꿈꾸는 다락방>으로 지었다. “목수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분을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그 사람은 경험이 필요했고 저는 집이 필요하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어 함께 시작했어요. 하지만, 서로 모르는 게 많다 보니 힘들어져서 결국 그분이 손을 떼고 다른 분을 소개받았어요.” 두 번째로 소개받은 목수가 현재 남편이 된 이세일 목수다. 20대 초반 불교 조각에 입문해 한창 이름을 날리던 이 목수도 자기만의 삶을 찾아 고향인 해남에 돌아와 조용히 작품 세계를 넓혀왔었다. 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각자의 삶을 살던 두 사람이 ‘돌집’을 통해 만나게 된 것이다. 집 짓기는 1,500만 원으로 시작했다. 주재료는 주변에 널린 흙과 돌을 사용했지만, 그래도 적지 않게 건축자재 구매 비용이 필요했다. 부족한 예산은 틈틈이 일해 보충했다. 과정이 더뎠지만, 급할 게 없고 얽매일 것도 없었다. 조금씩 형태를 갖춰가는 집을 보며 윤 씨는 행복하기만 했다. 그 사이 두 사람의 관계도 점점 견고해져 갔다. 집을 완공한 2010년 그해 봄 얽매인 제도를 싫어했던 그들답게 고택 앞마당을 정리하고 가볍게 혼례상을 차려 부부의 연을 맺었다. 부모님이 살던 옛집을 지나 부부의 공간인 돌집으로 향하고 있다. 고택은 손님을 위한 게스트로도 이용한다. 윤용신 씨는 또 다른 세상으로 들어간다는 의미로 돌집을 북향으로 배치하고 오솔길을 만들었다. 초보자도 쉽게 짓는 어스백 하우스 Earthbag House “이 집은 어스백 Earthbag 공법으로 지었어요.” 어스백은 영어 Earth와 Bag 합성어로 흙을 담은 부대(마대 혹은 포대)로 짓는 공법을 말한다. 흙 부대 또는 흙 자루 집이라고 하는 어스백 하우스 Earthbag House는 1984년 NASA(미항공우주국)에서 흙밖에 없는 달에 건축물을 짓기 위해 논의하던 중 이란 건축가 네이더 카 흐릴 리 Nader Khalili가 제안한 방법이다. 어스백 공법은 원형과 곡선 구현이 가능하며, 아무 흙이나 사용해도 되기 때문에 구하기 쉽고 쌓는 것도 간단해 초보자들도 쉽게 집을 지을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다. 흙 부대 폭이 넓어 자연스레 벽체가 두꺼워져 단열과 축열, 방음 효과가 높고 흙 밀도가 높아 충격에도 강해 자연재해에도 안전하다. 이 집은 양파망에 흙을 담아 층층이 쌓고 외벽을 돌로 마감했다. 실내 안쪽 벽은 황토로 미장한 뒤 바탕색을 회벽으로 칠하고 실별로 다른 색을 입혀 아늑하게 꾸몄다. 돌 벽과 잘 어울리는 예쁜 하늘색 목문을 열면 현관 없이 바로 거실과 마주한다. 벽과 주방가구, 살림살이에 부부의 온갖 감정과 이야기가 지나온 시간만큼 쌓였다. 낡고 허름한 공간이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다. 작지만, 넉넉하게 보이는 건 비움에 의한 여유로움 때문이다. 윤용신 씨의 다락에 대한 로망이 이 집을 짓게 했다. 오픈스페이스로 만든 다락 뒤에 보이는 또 다른 다락방은 시공 실수로 인해 지붕 아래 생긴 공간을 활용한 것이다. 다락에서 내려다 본 이세일 목수. 부부가 고택 툇마루에 앉아 잠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손때 묻은 벽에 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다시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였다. 아치로 쌓은 아궁이 상부 아귀가 맞지 않아 다른 돌로 끼워 넣은 쐐기돌이 포인트 역할을 했다. 이 집은 8평이지만, 필요한 공간 요소는 다 갖췄다. 비결은 공유 개념이다. 공간을 기능별로 나누고 하루 공간 사용 시간을 따져보면, 사용하지 않는 공간이 생기게 되는데, 이러한 공간을 공유 공간에 포함시켜 다기능 역할을 하도록 한 것이다. 이 집은 작은 집을 효율적으로 구성하기 위해 현관에 들어설 때 가장 먼저 마주하는 곳에 거실-주방-식당-응접실 기능을 한 공간에 담은 공유 공간을 배치하고 주방 옆 안쪽에 안방을 뒀다. 거실 상부에 있는 다락은 기둥을 세울 때 실수하는 바람에 지붕 아래 작은 공간이 더해졌다. 그 덕에 방이 하나 더 생겼다고 한다. 소소한 실수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아궁이의 아치를 쌓을 때 정점에 끼워 넣는 쐐기돌 아귀가 맞지 않아 살짝 삐져나온 게 오히려 미적인 효과를 내게 된 것, 굴뚝을 잘 못 설치해 이를 가리려고 단을 쌓은 게 멋진 벤치가 된 것 등이다. 실수를 오점汚點으로 생각하지 않고 재치와 유머로 넘겨 오히려 좋은 결과를 얻어낸 것이다. 부부의 건축은 끝나지 않았다. 현재 윤용신 씨의 플로리스트 작업실을 짓고 있고, 커가는 딸의 공간을 구상하고 있다. 이것들이 끝나면 마지막 건축이 기다리고 있다. 딸이 결혼한 뒤 가족과 놀러 올 때 함께 거주할 공간이다. 돌집이 윤용신 씨만의 공간으로 계획했다면, 다음 집은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 시작할 것이다. 햇볕 좋은 날 앉아서 쉬는 돌 벤치도 굴뚝 위치를 잘못 배치해 만들어진 것이다. 실수가 때론 재미를 줄 수 있어 꼭 나쁘지만 않다고 한다. 고택과 돌집 주변에 널린 풍경. 인위적인 것들이 자연과 어우러져 이곳만의 풍경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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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 PEOPLE] 흙과 돌을 사용해 지은 숲속 돌집 꿈꾸는 다락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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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 PEOPLE] 보물창고 같은 전원생활 청주 혁찬이네 전원일기
- 보물창고 같은 전원생활 청주 혁찬이네 전원일기 어느 날 본지가 운영하는 SNS 네이버포스트 기사에 “우리 집도 구경 오세요”라는 댓글과 블로그 주소 하나가 달렸다. 자연스레 마우스를 클릭해 블로그를 구경했다. 전원생활을 하며 겪는 현실적인 이야기에 빠져들었고, 결국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명종 씨가 있는 청주로 직접 찾아가 혁찬이네의 리얼 전원생활을 엿보고 왔다. 글 사진 이수민 기자 취재협조 혁찬이네 blog.naver.com/kormc789 청주에서 전원생활 경력 4년차가 된 이명종 씨. 전원주택을 짓고 전원생활을 누리며 겪은 다양한 경험담을 블로그에 담아내고 있다. 2018년 4월, 당시 마흔 둘이던 이명종 씨는 단지 내 최연소로 전원주택을 짓고 입주했다. 전원생활 시작한지 3년이 넘은 지금, 주택 곳곳에 이명종 씨의 손이 안 닿은 곳이 없다. 이명종 씨는 전원생활을 계획하는 이들, 그리고 이제 전원생활 후배들을 위해 자신이 겪은 시행착오와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해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그의 블로그에는 실질적인 전원생활 정보가 가득하다. 가장 먼저 이명종 씨에게 전원주택에 살면서 좋은 점을 물으니 첫째도 둘째도 건강이라고 꼽는다. “아파트에 살 때보다 가족 모두의 건강이 정말 눈에 띄게 좋아졌어요.” 그리고 전원생활은 평생 심심하거나 한가할 틈이 없어, 뭔가 새로운 걸 계속할 수 있는 ‘보물창고 같다’고도 말한다. “저처럼 사부작거리며 바지런하게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면 장점이고, 안 맞으면 모든 게 일거리밖에 안 되죠. 아파트가 이미 완성된 기성품이라면 전원주택은 롤플레잉 게임장이라고 보심 됩니다. 끊임없이 변화시키며 레벨업하는 기분이 들거든요. 미래의 손주들을 포함해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다양한 추억을 남겨 줄 수 있다는 점도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여기에 좋은 사람들과 많은 나눔을 할 수 있다는 점도 들었다. 꽃이나 꽃씨, 채소 씨앗 등 처음 살 때는 비싸지만 1~2년만 지나면 처치곤란일정도로 늘어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과 무료 나눔하는 게 일상이 되며 받는 기쁨보다 주는 행복이 더 크다는 걸 배우게 된다고. 하지만 로망만으로 절대 전원주택을 짓지 말라는 말도 덧붙인다. 연예인의 삶이 TV에서는 화려해 보여도 그 이면에는 정말 많은 고충들이 있는 것처럼 전원주택 생활도 TV에서 보는 모습이나 어쩌다 하루 놀러가서 느끼는 즐거움 이면에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있다는 것. 또, 전원주택을 구입해서 입주하는 건 쉽지만, 나가는 건 맘대로 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전원주택은 최악의 경우 평생 안 팔릴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조심스레 귀띔한다. “전원주택은 사람들이 별로 찾지 않는 고가의 레저용품을 사는 것과 같습니다. 살 때는 구하기도 어렵고 비싸게 샀지만, 팔 때는 반값으로 내놓아도 안 팔리기 때문이죠. 가능하다면, 집을 짓기 전에 무조건 전세든 월세든 정착하고자 하는 지역에 매물로 나와 있는 전원주택을 골라 1년 정도 살아보세요. 그렇게 시범기간을 지내보고 본인과 가족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잘 맞는다 생각이 든다면 그때 그 집을 사 버리거나 부지를 사서 자신만의 집을 지으시길 권합니다.” 마지막으로, 전원주택을 마련하고, 전원생활을 선택하려는 예비 전원생활자를 위한 조언을 요청했다. “전원생활을 시작하기 전, 이미 살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선배들과 대화 중 모르는 것이 있으면 적고, 반드시 물어보시구요.” 전원일기 1 29.97평, 단층 전원주택 짓기 우리 집은 29.97평이다. 그 이유는 30평이 넘으면 감리비가 추가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크게 지을 것이 아니라면 대개 30평 미만으로 짓는 게 낫다. 건축공사 총비용은 평당 420만 원 정도로 대략 1억2천600만 원으로 업체와 계약하고 바로 공사 들어갔다. 하지만 계약 이후 ‘지붕은 역시 기와가 최고’라는 나의 고집이 발동해 900만 원이 추가돼 건축비가 1억3천500만 원으로 늘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공법은 경량 목구조로 결정했다. 혁찬이네와 함께 살고 있는 반려견 곰순이. 보디가드 호피무늬 진돗개다. 시공사는 선배 건축주에게 묻고 선택 아마추어인 초보 건축주가 수많은 시공사 중 옥석을 골라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주변에 자신의 집을 지은 사람 중 건축업자와 멱살잡이는 기본, 소송 등 살인만 안 나면 다행이라 할 정도로 많은 분쟁을 겪는 것을 보았다. 그것이 비단 건축업자가 나쁘다고 치부하기 보다는 건축업자와 건축주의 궁합이 안 맞았다고 보는 것이 맞다. 건축주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자기 쪽으로 유리하게 오판하고 그대로 해주지 않는 것에 대한 다툼이기도 하고, 일부 건축업자의 경우 알면서도 건축주가 묻지 않았으니 얘기 안 해 준 것이라며 내빼어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사실, 건축업자가 자선사업가는 아니니 어떻게 보면 자신에게 불리한 얘기를 먼저 하지 않는 건 당연한 이치일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무턱대고 지으려고만 하지 말고, 꼼꼼하게 알아보고 천천히 준비할 것을 권한다. 또 좋은 방법으로는 이미 집을 지어 살고 있는 선배 건축주를 많이 만나보는 것이다. 현재 짓고 있는 집의 건축주에게 시공업체에 대해 묻는 건 쓸데없는 짓이다. 왜냐면 그 사람들도 신병훈련도 못 마친 나와 같은 수준이니까. 최소 완공하고 1년이 넘은 집의 주인을 만나 물어보는 것이 좋다. 날림 공사는 1~2년 지나면 곳곳에서 티가 나기 마련이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완공 후 A/S로 연락했을 때 잘 조치해주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내 경우에도 이미 입주해 살고 있는 건축주들을 많이 만났다. 그리고 확신이 들었을 때 바로 계약했고, 착공에 돌입했다. 파고라, 연못, 그네, 해먹 등 야외에서 누릴 수 있는 재미거리가 마당 곳곳에 있다. 2층 천장고를 가진 단층 주택 나는 재산이라고는 적금은커녕 대출 5억뿐이다. 맨땅에 헤딩했다. 막연하지만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가지고 있는 아파트 값이 폭락하는 바람에 팔지도 못한 상태에서, 여윳돈 한 푼 없이 짓기 마음 먹었는데, 그때 아내 말로는 무슨 배짱으로 집을 덜컥 짓느냐며 와이프 친구나 주변 동네 아줌마들이 놀랐다고 한다. 그래서 최대한 비용 낭비 없이, 그렇게 29.97평으로 지었다. 그리고 2층은 과감히 포기했다. 이미 다락이 있는 아파트 최상층에서 5년 가까이 살아본지라 다락이나 2층 구조가 얼마나 쓸데없는 짓인지 뼈저리게 알고 있기에 단층으로 지었다. 2층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로망이 있을 수 있지만, 귀찮아서 안 올라갈 것이라 생각했다. 대신 2층 높이로 천장고를 높였다. 덕분에 평수는 단층이라 넓게 빠지면서도 주변에 비해 초라해 보이는 단층의 궁색함이 없어진다. 30평을 2층으로 지으면 계단 등 쓸데없는 공간 손실이 많다. 되돌아보니 내 생각이 절대적으로 옳았다. 크고 높은 거실은 넓게 탁트인 개방감을 준다. 단점은 겨울에도 시원하다. 작정하고 난방하려면 난방비가 꽤나 나올 거다. 구조는 경량 목구조로 지었다. 철근콘크리트에 비해 벽 두께가 절반, 약 20㎝정도 밖에 안 되어 공간 손실이 적다. 목조주택이라는 재질 특성상 단열은 기본이고 시멘트 독 같은 걱정도 없다. 애들 아토피가 심해서 선택한 이유도 있는데 애들 아토피는 이사 온 뒤 몇 달 지나지 않아 다 나았다. 지금은 아예 아토피가 있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주택은 30평 미만의 천장고 높은 단층으로 지었다. 거실과 연결돼 있는 다락 공간은 아이들의 플레이룸으로 사용하고 있다. 전원일기 2 1m 높여 집짓기와 데크공사 전원주택에 살면 큰 창고가 필요하다. 시골집 같이 땅이 넓으면 마당 한 구석에 비닐하우스라도 길게 치면 되지만, 단지 내 전원주택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뭐하나 구질구질하게 지어 놓거나 널브러져 있으면 집 전체가 망가진다. 그래서 애초에 데크 아래공간을 창고로 써야겠다는 작전을 세웠다. 선룸에 다양한 운동기구를 설치해 이명종 씨 가족만의 홈짐이 탄생했다. 1m 높게 지은 뒤, 아래공간은 창고로 우리 집은 마당 지면보다 높여서 지었다. 즉, 기초 콘크리트를 타설할 때부터 1m 높게 기초를 만들고 그 위에 집을 지었다. 더 높게 하고 싶었지만 건축법상 1m 이상을 높이면 건축승인이 나지 않는다. 집짓기 전부터 데크 아래공간을 창고로 쓰겠다는 계획이 있었기에 그렇게 했다. 전원주택에 살면 큰 창고가 정말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목재, 철근, 비계 설치 파이프, PVC파이프 등 긴 자재들을 보관할 곳이 마땅치 않다. 결론적으로 대만족, 대성공이었다. 날씨와 관계없이 바비큐를 즐길 방법을 고심하다가 생각해낸 아이디어. 선룸 한쪽에 야외 테이블을 놓고, 연기가 쉽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환기통을 설치했다. 주택 주변을 두른 데크 공사 집 완공 후 데크공사도 했다. 우리 집은 단층이다 보니 같은 30평이라고 해도 2층으로 지은 집 보다는 건물 테두리의 길이가 꽤 길다. 이 얘기는 데크를 깔아야 될 면적이 넓다는 뜻이다. 우리집 데크 면적은 꽤 넓다. 집의 4면 중 앞과 양 옆면(총 3개면)을 빙 두르다 보니 대충 계산해도 15평 정도가 나왔다. 평당 50만 원씩 계산해서 데크 비용만 750만 원정도 들었다. 그나마 집을 지었던 시공사에게 맡겨 저렴하게 완성할 수 있었다. 주택을 높여짓고, 하부 공간은 창고로 사용하고 있다. 평소에는 데크로 만든 커버로 닫아놓고 사용해 깔끔하다. 전원일기 3 데크 방수 대작전 애당초 데크 아래를 창고로 쓰려고 계획한 나의 작전에 가장 큰 걸림돌이 있었다. 바로 데크 방수다. 물론 데크 전문업체에 의뢰하면 방수작업까지도 해준다. 데크를 놓기 전에 합판을 깔고, 방수포 깔고, 여기에 합판을 또 깐 다음 데크를 두르면 깔끔하게 완벽 방수가 되는 데크가 된다. 이 정도 작업이 진행되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남는 목재, 철재, 지저분한 여러 가지 안 쓰는 물건 보관 용도로 만드는 건데 그런 고액의 방수작업 비용을 쓸 것 같으면 그냥 필요할 때 목재, 철재 같은 자재를 때마다 사서 사용하는 게 돈이 덜 드는 셈일 거다. 데크 방수처리의 차선책 나홀로 방수할 수 있는 오만가지 생각을 다 해 봤다. 정말 집 지을 때 했던 고민보다 데크방수에 들어간 노력이나 고민이 더 컸던 것 같다. 사실, 데크 설치 시 업체에 방수까지 해달라고 하려다 비용 듣고 바로 포기했다. 얇고 넓은 플라스틱 판이 있으면 그걸 먼저 깔고 그 위에 데크를 깔면 완벽한 방수가 되리라 생각하고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그러다 결국 찾아낸 것이 ‘렉산’이라고도 불리는 PVC판이었다. 아크릴과 같이 투명하고 두께도 아주 얇은 것부터 두꺼운 것까지 종류가 여러 가지다. 각종 건물의 녹색 비 가림막 캐노피가 다 렉산이다. 렉산의 가장 큰 특징은 깨지지 않는다는 것. 유레카를 외쳤지만 곧 좌절했다. 렉산의 비용이 어마무시하다. 그래서 차선책을 찾아봤다. 롤렉산이라고 하여 가공되지 않은 렉산 원판을 그대로 판매하는 곳이 있었다.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가격이 천차만별이므로 잘 비교해서 살 경우 거의 반값에도 살 수 있다. 하지만 포기했다. 가격 자체도 비싸고 그걸 화물로 배송시켜도 거의 100㎏이 넘는 롤렉산을 혼자 옮기기엔 불가능해 보여 현명하게 포기했다. 그러고나서 아무런 방수작업 없이 한동안 그냥 창고로 사용했다. 결과는 폭망. 비가 한번 오고 나니 그 아래 있던 자재들이 여지없이 젖어버렸다. 인조잔디로 초저렴 방수처리 완성 그러다 데크 위에 인조잔디를 깔아볼까 생각했다. 마당의 천연 잔디와 어우러져 미관상도 괜찮을 듯 싶었다. 결론적으로 최고의 아이디어였다. 15평 정도를 덮을만한 인조잔디는 롤의 형태로 큰 걸 사야한다. 이 또한 인터넷을 잘 뒤져봤더니 거의 반값에 살 수 있었다. 15평을 다 덮을 만큼의 양을 사는데 20만 원 채 안 들었다. 우선 데크 난간을 다 떼어내고 비닐하우스용 비닐을 두 겹 깔았다. 그리고 그 위에 저렴한 천막 원단을 사서 다시 한 겹 깔았다. 마지막으로 그 위에 인조잔디를 깔았다. 그러고 나서 데크 난간을 다시 설치해서 인조잔디를 고정시켰다. 효과는 최고다. 절대 비가 새지 않아 목재든 철재든 완벽하게 잘 보관하고 있다. 거기에 더불어 생각지 못했던 효과가 한 가지 더 있었다. 바로 데크 목재에 최소 1년에 한번 발라야하는 오일스테인을 바를 필요가 없어졌다. 전원주택 단지는 대개 의외로 햇빛을 가리는 장애물이 없기에 햇빛이 강하다. 다시 얘기하면 아무리 처음에 잘 만들어도 데크에 발라놓은 오일스테인이 금방 날아간다. 처음 만들 때야 업체에서 오일 스테인까지 깔끔하게 발라 블링블링하게 만들어주겠지만, 그 이후부터는 모두 건축주의 몫이다. 오일스테인 값도 비싸지만 일일이 바르느라 허리가 끊어진다. 하지만, 이렇게 인조잔디를 덮어버리니 고생할 일을 덜어낸 셈이 됐다. 전원일기 4 전원주택 실제 난방비 우리집은 난방을 LPG 가스로 한다. 가스회사에서 대형 가스통을 설치해주고 계량기에 체크된 만큼 청구하는 시스템이다. LPG다 보니 주방용 가스레인지도 다 같이 쓰고 있다. 가스 요금은 난방, 온수, 주방 가스비가 모두 포함돼 있다. 주택 난방은 LPG 가스를 사용하고 있다. 이전에 살던 아파트보다 관리비가 1/3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 아파트 관리비 1/3 수준 LPG 가스로 난방하면 난방비 폭탄 맞는 거 아닌가 걱정하는 이들이 많고 전원주택 입주를 생각하는 이들 대부분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 ‘단독주택이라 난방비 많이 나오지 않아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년 지출 총액 기준으로는 아파트 관리비의 1/3도 안 나오고, 한겨울 가장 많이 나올 때가 10만 원 후 반~ 20만 원 초 반대다. 그것도 동절기 6개월 정도뿐이고 나머지 6개월은 소액 정도만 나온다. 이사오기 전 34평 아파트에 살 때는 관리비가 평소 20만원 대, 동절기에는 35~38만원 나왔었는데 그때 생각하면 지금 난방비는 엄청 저렴한 수준이다. 난방과 단열 효과 좋은 목조주택 참고로 우리 집은 목조주택인데 목조주택의 난방과 단열효율이 좋다고 한다. 콘크리트 주택의 경우에는 콘크리트 자체가 여름에는 달궈지고 겨울에는 얼어서 그 자체에서 계속 열기나 냉기를 방출하지만 목조주택은 그런 게 전혀 없이 그냥 차단해버린다. 철근콘크리트조, 목조 건축, 스틸 하우스 등 건축구조마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살아보니 목조주택이 여러모로 만족스럽다. 전원일기 5 태양광패널 설치하기 요즘 단독주택이나 전원주택에 태양광패널이 설치돼 있는 걸 보게 된다. 예비 전원주택 건축주들은 태양광패널을 설치하는 게 좋은지 아닌지 고민이 될 수 있다. 우리집은 2018년 7월 가정용 태양광패널 3kw짜리를 설치했다. 창고 위에 설치한 게 아니라 아래 태양광패널을 기둥을 세워서 높게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럼 튼튼한 아연각관 기둥 위에 태양광패널이 설치된다. 그런 다음 각관에 샌드위치 판넬만 붙이면 간이 창고로 쓸 수 있다. 주차장 지붕으로 쓰는 이들도 있다. 단, 문을 달면 건축법 위반이 될 수 있다. 또, 지자체 마다 기준이 다르므로 반드시 확인해보길 바란다. 창고 크기를 짓는 데만 견적이 500~600만 원 정도 나왔는데, 우리 집은 완공된 태양광패널 밑에 샌드위치 판넬만 붙여 공사비로 150만 원만 지불하고 간이 창고를 덤으로 얻었다. 태양광패널은 7년 할부로 설치했다. 월 39,700원 X 84개월 = 약 3,334,800원. 태양광패널을 설치할지 말지를 고민할 때, 평소 내던 전기세와 태양광패널 설치 후의 전기세가 월 39,700원 이상 절감되면 설치할 가치가 있고, 39,700원보다 적게 절감되면 할 필요 없는 것이다. 내가 설치하고 전기세를 직접 내보니 매월 전기세가 거의 대부분 기본료 수준인 6,000~7,000원 대밖에 나오지 않는다. 작년 여름에 에어컨을 거의 밤이고 낮이고 틀다시피 했더니 7월, 8월에는 4만 원대가 나왔다. 참고로 우리 집은 2018년도에 333만 원주고 설치했는데, 2020년에 우리 동네 태양광 설치한 이웃들에게 물어보니 100만 원정도에 설치했다고. 2년 새 태양광패널 설치 지원 보조금이 늘어나서 실 설치비가 100만 원대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태양광패널 지원금은 국비지원과 지방비 지원 두 가지가 있다. 각 관할 지자체에 국비, 지방비 둘 다 지원받으려면 언제, 어떻게 설치해야하는지 알아보도록 한다. 때를 잘 맞춰서 둘 다 지원 받으면 엄청 싸게 설치할 수 있다. 태양광패널 아래 창고 안. 온갖 도구들을 보관하는 장소로 활용 중이다. 그밖에 마당 곳곳에서 펼쳐지는 일상들 그늘진 공간에 인삼 키우기 집 뒤쪽으로 일년내내 그늘이 지는 통로 공간이 아까워서 새싹인삼을 키워봤다. 올 1월 31일 파종했다. 씨앗을 하나씩 심으라고 하던데, 도저히 엄두가 안 나서 줄파종했더니 지금 바글바글하다. 1년은 그냥 이대로 키우고 겨울에 전부 뽑아서 다시 하나씩 모종으로 간격 맞춰 심을 계획이다. 집 뒤쪽에 1년 내내 그늘진 자리가 못내 아쉬웠는데, 그 자리에 새싹삼을 키우면 된다는 말에 바로 시도했고, 결과는 성공적이다. 닭을 위한 미니 텃밭 만들기 닭을 방사해서 키우면 좋겠지만 방사하면 천적의 공격 등으로 위험해서 어쩔 수 없이 막혀 있는 닭장에서 키운다. 신선한 풀을 계속 공급해 주기가 너무 귀찮아서 아이디어를 냈다. 닭의 모가지가 들어가서 먹을 수 있는 위치에 철제 망을 설치하고 그 안쪽으로 이파리가 자라면 뜯어먹을 수 있도록 미니 텃밭을 만들었다. 미니 텃밭에는 쑥갓, 상추, 민들레 등 온갖 씨앗을 다 심었다. 그리고 테스트로 무청 2개를 씨를 뿌려놓은 미니 텃밭에 꽂아두니 닭들이 이파리만 잘 쪼아 먹었다. 성공이다. 마당 한쪽에 닭들이 좋아하는 지렁이, 곤충 등을 키운다. 토양을 덮어주는 멀칭재배에 검은 비닐을 사용하면 잡초 제거와 수분 증발을 막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명종 씨는 양봉도 시도하고 있지만, 여왕벌 관리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비계 설치 파이프로 저렴하게 파고라 만들기 전원주택에 살면 가장 기본적으로 만들고 싶은 것 중 하나가 파고라다. 하지만 비싸다. 집을 지으면서 손상돼 시공사에서 버리는 비계 설치 파이프를 얻어놓은 것이 있었다. 포도나무 그늘 아래 테이블을 놓고 커피 한잔 마시고, 포도, 키위, 다래 따 먹고, 아들내미랑 장기 한판 둘 수 있는 파고라가 갖고 싶었다. 그래서 집을 지을 때 손상돼 버리려던 파이프를 얻어둔 것으로 파고라를 만들었다. 비계 설치 파이프는 철물점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포도나무 아래 앉아 아들내미와 장기 한판 두고 싶은 마음에 비계 설치 파이프로 직접 파고라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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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 PEOPLE] 보물창고 같은 전원생활 청주 혁찬이네 전원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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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 PEOPLE]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 4
-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 4 집과 사람, 자연과 소통하는 집 세 가족 공동체 마을 2호집 차콜하우스 자연과 시각적, 공간적 연결을 고려하고 소통을 중요시한 주택이다. 외관 디자인은 심플하지만 내부는 쓰임새 있는 구조로 설계했다. 인테리어는 자연소재를 사용해 한옥 스타일로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글 사진 박창배 기자 취재협조 코비즈건축협동조합 HOUSE NOTE DATA 위치 경기 고양시 성사동 지역/지구 제1종일반주거지역, 지구단위계획구역(베라산취락), 과밀억제권역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 경량 목구조 대지면적 201.00㎡(60.80평) 건축면적 73.71㎡(22.30평) 건폐율 36.67% 연면적 136.17㎡(41.19평) 1층 66.51㎡((20.12평) 2층 69.66㎡(21.07평) 다락 32.40㎡(9.80평) 용적률 67.75% 설계기간 2019년 6월~2019년 12월 공사기간 2019년 12월~2020년 6월 설계 및 시공 코비즈건축협동조합 070-4895-6028 건축비용 총 3억 2800만 원(3.3㎡ 당 800만 원) 토목공사 비용 1300만 원 토목공사 유형 옹벽, 침목, 성토, 투수블록, 조경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징크(컬러강판)(한성하우징) 벽 - 스토(지정색)(Sto Korea) 데크 - 방킬라이, 합성 내부마감 천장 - 코르크, 석고보드 벽 - 석고보드, 코르크 바닥 - 원목마루, 코르크마루(이건마루) 계단실 디딤판 - 오크(자체제작) 난간 - 평철 단열재 지붕 - 그라스울 보온판(가등급) 외단열 - 비드법보온판2종1호(가등급) 창호 알루미늄시스템창(이건창호) 현관 탄화목(자체 제작) 조명 LED등, 간접 및 매입등(아인산업) 주방기구 상판 오크 원목(주문제작) 위생기구 대림바스 난방기구 귀뚜라미 가스보일러 세 가족 공동체 마을 2호집 건축주인 베짱이와 꽃잔디 부부. 이들은 2006년 충남 서천에 위치한 산너울마을이라는 생태전원마을 프로젝트에서 만났다. 당시 아내 꽃잔디는 조경담당 과장이었고, 남편 베짱이는 토목건축팀 과장이었다. 둘은 마인드가 통하고 삶과 주거에 대한 방향이 비슷하다 보니 대화가 잘 통했고, 연인으로 발전하고 결혼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생태전원마을 조성 프로젝트 공사기간은 거의 2년 정도였어요. 당시 저희 회사는 주택 설계, 시공, 컨설팅까지 진행한 회사로 시공이라는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공동체, 관계, 생태, 순환 등 소프웨어적인 부분까지 관리하는 회사였죠. 그때 도시라는 공간에서 각자 나이, 직업, 성별, 가족관계 수 등 정말 다양하지만 공동체라는 큰 틀과 생태라는 철학을 선택하는 용기를 보면서 저희도 마음이 통하는 분들과 전원에 집짓고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둘은 결혼 후 일과 생활 때문에 도심에 정착할 수밖에 없었지만 첫째 아들을 낳고 어린이집 다닐 즈음 아내는 일반적인 교육과정보다 공동육아를 할 수 있는 곳으로 가자고 제안했다. 세 가족과의 인연이 시작된 것이다. 현관. 내부는 자연소재를 사용한 한옥 스타일로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거실부터 식사공간 주방까지 탁 트여 한 눈에 들어온다. 거실은 아이들 놀이터 겸 모임장소로 사용하는 다용도 공간이다. 거실에서 본 명상방 입구. 명상방은 한옥 스타일로 안락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끌어당김의 법칙 ‘끌어당김의 법칙’이 통했던 걸까. 베짱이와 꽃잔디는 세 가족과 공동육아를 하면서 살아온 환경은 서로 다르지만 특별한 만남이었다고 한다. “서로 닮은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만났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어요. 작게는 친환경 먹을거리부터 크게는 삶의 목표 등 공감대가 통하는 부분이 많았어요. 공동체 삶을 꾸려나가다 보니 갈등도 있고 서운한 일이 생기기도 했지만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죠. 이웃사촌으로 10년을 생활하다 보니 가족 같은 마음이 들어 함께 공동체 마을까지 만들게 됐어요.” 코비즈협동조합의 일원인 베짱이는 세 가족 공동체 마을 프로젝트 현장소장을 자처했다. 집을 짓기 보다는 관계를 짓는다는 마음이었다. 최소 3년 하자보증은 기본이고 30년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집을 짓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부지는 있는 그대로의 모양을 최대로 살리고 싶었다. 땅 구입 후 구옥을 철거하고 땅이 원래 생긴 모습 그대로를 보존하자고 세 가족과 코비즈 설계팀에 제안했다. 지붕은 오랜 시공경험으로 터득한 경사지붕을 권유했다. 방수 문제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고, 또 경사 지붕에 맞게 내부에 다락을 만들면 아이들이 커가면서 좋은 추억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세 가족과 코비즈도 베짱이 제안에 흔쾌히 동의했다. 주방은 후정으로 시선과 동선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주방은 주부의 작업 공간이기도 하다. 1층 계단실은 거실, 주방에 있는 부모와 계단을 오르내리는 아이들이 소통할 수 있도록 연결돼 있다. 사람과 자연과 소통하는 집 베짱이와 꽃잔디는 주택 설계할 때 자연과 시각적, 공간적 연결을 중요시했다. 비 오는 날 빗소리 듣고, 바람 좋은 날엔 차를 마시며 쉼을 누릴 수 있는 야외 공간과 주방 옆 식사 공간 앞에 데크를 설치해 날씨 좋은 날에는 야외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계획했다. 외관 디자인은 심플하지만 내부는 실용적이고 쓰임새 있는 구조로 설계했다. 인테리어는 자연소재를 사용한 한옥 스타일로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실내외 공간 배치는 주부의 짧고 편리한 동선을 고려하고, 공간마다 수납장을 짜넣어 여백의 미를 강조했다. 거실, 식사 공간, 주방은 한 동선으로 탁 트이고 넓다. 거실은 소파 등 최소한의 가구를 배치해 아이들의 놀이터이가 되기도 하고 손님맞이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다용도 공간이다. 주방은 식사 겸 주부의 작업 공간으로 계획하고, 식사 공간(큰창), 데크, 후정(프라이빗 정원)으로 시선과 동선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2층 가족실과 안방, 다락이 보인다. 가족실은 아이들 놀이공간으로 이용하다가 필요 시 방으로 사용할 수 있다. 2층 안방. 2층 계단실은 거실, 주방에 있는 부모와 계단을 오르내리는 아이들이 소통하기 쉬운 구조로 연결돼 있다. 또 계단 높이를 낮게 하고 디딤판을 넓게 해 어린 아이들이 오르내리기 편하게 고려했다. 아이들이 자라 가족 수의 변화를 고려해 유용한 공간 구조를 계획한 점도 돋보인다. 2층 중간에 가족실을 두어 그림그리기와 놀이공간으로 이용하다가 필요 시 방으로 사용하고, 아이들이 독립해서 나가면 가족실이나 부모의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다. 손님이 올 경우를 고려해 편리한 동선에 변기와 작은 세면기를 욕실과 분리해 설치했다. 아이들의 비밀 공간인 다락. 아이들 자유롭게 노는 모습에 만족 집 짓고 사는 모습을 보고 주위 사람들은 부러워하지만, 부부는 아직 끝난 게 아니라고 한다. 쓰레기 분리수거부터 이웃과의 관계도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등 할 일이 많고 아직 공사가 끝난 게 아니라는 것. “집 짓는 게 끝이 아닌 것 같습니다. 살면서 가꾸고 만들어나가야 할 게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공유 마당 가꾸는 것도 최소한 1년을 지켜보면서 우리 부지에 맞는 것들을 5년 10년 30년을 내다보고 심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어린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다녀도 일단 층간소음 걱정을 하지 않아도 좋다고 한다. “우리 자녀들이 마음 놓고 집 안팎에서 뛰어놀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고, 그 모습을 보면 집짓기를 잘했고 보람을 찾는 것 같습니다.” 1호집 밀크하우스와 나란히 자리한 2호집 블랙하우스. 색상대비 효과로 뚜렷해 보인다. 주방과 이어진 데크. 날씨 좋은 날에는 야외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계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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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 PEOPLE]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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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 PEOPLE]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3
-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3 진짜 집짓기는 지금부터 세 가족 1호집 밀크하우스 ‘포비와 스머프’, ‘베짱이와 꽃잔디’, ‘바람개비와 막대기’가 함께 일구고 있는 세 가족 공동체 마을. 세 집이 나란히 지은 데다 외벽 색깔이 다 다르다보니 1호집은 하얀 집, 2호집은 검은 집, 3호집은 녹색 집으로 불린다. 동네 아이들은 1호집 외벽 색깔이 하얗고 모양이 우유갑을 닮았다고 ‘밀크하우스’라고 부른다. 글 사진 박창배 기자 | 취재협조 코비즈건축협동조합 ※고양시 성사동 ‘세가족 마을’은 공동육아를 하던 이웃끼리 뜻을 모아 만든 작은 마을이다. 본지는 2020년 9월호부터 5회에 걸쳐 ‘마을 만들기’, ‘마을 내 세 가족 집짓기 과정’을 순차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HOUSE NOTE DATA 위치 경기도 고양시 성사동 지역/지구 제1종 일반주거지역, 지구단위계획구역(베라산취락)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 경량 목구조 대지면적 201.00㎡(60.80평) 건축면적 73.44㎡(22.21평) 건폐율 36.54% 연면적 126.32㎡(38.21평) 1층 66.47㎡(20.11평) 2층 59.85㎡(18.10평) 용적률 62.85% 설계기간 2019년 6월~12월 공사기간 2019년 12월~2020년 6월 토목공사비용 1300만 원 토목공사유형 옹벽, 침목, 성토, 투수블록, 조경 건축비용 560만 원(3.3㎡ 당) 설계 및 시공 코비즈건축협동조합 070-4895-6028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아스팔트 이중슁글(하성하우징) 벽 - 스타코플랙스(Sto Korea) 데크 - 합성데크 내부마감 천장 - 석고보드 벽 - 석고보드 바닥 - 데코타일 계단실 디딤판 - 원목(애쉬) 난간 - 평철 핸드레일 단열재 지붕 - 글라스울 보온판(가급) 외단열 - 비드법 보온판 2종 1호(가등급) 창호 PVC 250 이중창(이건창호) 현관 탄화목 마감(자체 제작) 조명 라디룸 주방기구 soso design 위생기구 대림바스 난방기구 가스보일러(귀뚜라미) 배치도 “하늘과 산을 가리는 높은 건물을 싫어하고, 번잡스러운 것을 싫어하고 자연과 가까운 삶, 계절과 날씨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는 삶을 원했어요. 시골로 가지 않는 이상 그런 땅은 그린벨트일 수밖에 없었지요.” 세 가족 공동체 마을 1호집인 포비와 스머프 가족. 이들은 집을 짓기 전에도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 살고 있었다. 부부는 아이가 자연과 가까이하며 자라고 마당에서 반려견을 키우고자했는데, 운 좋게 그린벨트 내 단독주택을 찾아 전세로 8년째 살고 있었다. 하지만 포비(남편)는 자신들만의 집을 짓고 싶었다. 가까운 지인이 집을 짓는 것을 보면서 그 마음이 더욱 커졌고 호시탐탐 기회를 모색하던 중 마음 맞는 이웃을 만났다고. “남편은 집을 짓는 과정 자체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어서 매력적이라고 하더군요. 저는 싫다고 버티고 버텼지만 남편의 고집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웃들의 설득으로 결국 백기를 들었어요.” 내부는 거실-패밀리룸-다이닝룸-주방-다용도실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계단은 동네 아이들이 만화책을 보는 곳이기도 한다. 현관에 들어서면 한 면을 가득채운 책장과 우드슬랩테이블이 시선을 압도한다. 동선에 따라 순환하는 구조 포비와 스머프는 시간적, 재정적 여력이 넉넉하지 않다보니 외관에 대해서는 특별히 신경을 쓸 수가 없었다고 한다. 다만 지붕은 방수 면에서 우수하고 따뜻하고 빨간머리앤의 그린게이블처럼 전통적인 박공지붕이기를 바랐다. 하지만 땅의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 소박한 느낌을 주는 박공지붕이 나왔지만 이에 만족해한다. 내부 디자인은 1, 2층 모두 계단을 중심으로 순환하는 것이 특징이다. 거실과 패밀리룸, 다이닝룸과 주방, 다용도실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도 살짝 비틀어지면서 공간이 자연스럽게 분리된다. 건축주 부부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설계는 아니어서 걱정이 많았지만, 막상 살아보니 매우 실용적이라고. “거실에서 주방 싱크대가 잘 보이지 않으니까 설거지가 좀 쌓여 있어도 괜찮거든요(웃음). 동선에 따라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도 공간이 나누어지고, 나누어지면서도 벽이나 문으로 막혀 있지 않아 답답하지 않아요. 개방감이 있으면서도 공간마다 아늑한 느낌을 줍니다.” 거실과 이어진 가족실. 커튼으로 공간을 나눌 수도 있고 분리할 수도 있다. 주방에서 바라본 거실. 책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북카페 느낌이 연출됐다. 식당과 주방. 식탁 앞 고정창으로 뒷집 정원과 텃밭, 산의 풍경이 시원하게 들어온다. 집짓기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 인테리어도 특별한 콘셉트를 설정하지 않았다. 재정적 여력도 없었지만 그럴 필요성도 못 느꼈다는 것. 그냥 자신들이 가진 자원인 땅의 모양과 주변 풍경, 예산과 시간의 범위 안에서 삶을 가장 자연스럽고 편한 방식으로 담아낼 그릇을 만들자는 생각이었다. 거실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한 면을 책장으로 가득채운 부분과 한 가운데 자리한 우드슬랩테이블이다. 마치 도서관 같기도 하고 북카페 같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여기서 책도 보기도 하지만 일도 하고, 딸아이는 공부를 하고, 손님이 많이 올 때는 식탁이 되기도 한다. 한쪽 구석에 자리한 주방은 막힌 것처럼 보이지만 현관과 연결돼 있고 뒷마당과도 통해 동선이 자유롭고 편리하다. 내부는 1, 2층 모두 계단을 중심으로 순환하도록 계획했다. 2층 복도. 1, 2층 계단에 보이드 공간을 둠으로써 개방감을 한결 강조했다. 부부 침실. 답답하지 않게 문을 달지 않았고, 가림막 역할을 하는 책장을 두었다. 부부는 막히고 답답한 것을 싫어해서 1, 2층 계단에 보이드 공간을 두었다. 뒷집 정원과 텃밭, 산의 풍경이 시원하게 보이는 식탁 앞에는 커다란 고정창을 설치했다. 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으로 고정창 앞에 앉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단다. 책이 많고, 고정창도 많고, 조명이 많아서 그런지 집에 놀러오는 친구들이 “북카페 아니냐”고 묻곤 한다고. 부부 침실에서 본 모습. 좌측 딸 방과 정면으로 작업실이 보인다. 입구에서 본 정면. 동네 아이들은 이 모습을 보고 우유갑을 닮았다며 밀크하우스로 부른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 집에 오는 손님 중에는 예전 집과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고 하는 사람들이 꽤 있어요. 어쩌면 하드웨어는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전에 단독주택에 살아서 그런지 외형적으로는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우리는 예산 때문에 마무리를 못했던 것이 많아서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고민하고, 하나씩 장만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어요. 진짜 집짓기가 시작된 거죠.” ‘포비와 스머프’,‘베짱이와 꽃잔디’,‘바람개비와 막대기’가 함께 일구고 있는 세 가족 공동체 마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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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 PEOPLE]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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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 PEOPLE]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2
-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2 3개월이 30년 같았던 세 가족 집짓기 공동체 마을을 만들기로 한 ‘포비와 스머프’, ‘베짱이와 꽃잔듸’, ‘바람개비와 막대기’ 세 가족. 이들은 일을 추진할 때 만장일치를 규칙으로 하고 있다. 어느 누가 반대 의견을 제시하면 설득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소소한 일이라도 모두가 마음에서 동할 때 함께 일을 추진한다. 세 가족이 함께 진행한 땅 구입부터 집짓기 과정을 소개한다. 글 사진 박창배 기자 | 자료제공 세 가족과 코비즈협동조합 배치도 5차 스케치배치도 6차 스케치 공동육아로 만난 세 가족은 또래 자녀들이 같은 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학부모 모임에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학부모 모임들 중 가까운 지인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단독주택을 짓는 것을 보자, 이들도 부러운 마음에 자기들만의 집과 공동체 마을을 만들기로 했다. 입지는 자녀들이 걸어서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대곡초등학교가 자리한 고양시 대장동 인근을 알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대장동 주변은 땅값이 비싸서 엄두가 나지 않았다. 대곡초등학교 교사인 바람개비가 차로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기로 하고 지역을 확장해서 알아보기로 했다. 구옥이 있는 부지 모습 구옥을 철거하고 깔끔하게 정리된 부지 모습 2017년 겨울, 스머프와 바람개비가 마음에 드는 땅을 발견하고는 건축업에 종사하고 있는 베짱이에게 집을 지을 수 있겠는지 확인해보라고 했다. 베짱이 역시 바로 추진하자고 했다. 세 가족은 들뜬 마음으로 부동산중개사무소를 방문했다. 하지만 맥 빠진 답변이 돌아왔다. 팔 수 없는 땅이라는 것. 근저당이 설정돼 있다는 것이다.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베짱이는 그 땅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고 한다. “사실 부지를 본 첫 느낌은 너무 초라해 보였어요. 귀신 나올 것 같은 오래된 구옥이 있는 허름한 곳이었거든요. 구옥이 없다는 상상을 하자 마음에 들었고, 규모와 가격 면에서 이만한 땅을 찾기란 어려울 것 같았어요.” 세 가족 공동체 마을의 모형 007 작전 방불케 한 땅 구입 겨울이 지나고 이듬해 봄에 베짱이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다시 부동산중개사무소에 들러봤다. 그러자 근저당 설정이 풀려 이제는 팔 수 있다고 했고, 세 가족은 긴급회의 후 바로 구입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막상 땅 구입을 위해 부동산중개사무소를 방문하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세금체납 건으로 10평 남짓한 땅 진입로가 압류돼 있는 것이다. 세 가족은 아쉽지만 다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아이들 학교와 15분 거리밖에 안 되는 위치며 자금에 맞는 땅 규모며 마음에 드는 곳이어서 놓치기 싫었다. 여러 곳을 알아봤지만 이와 같은 부지를 찾기란 불가능할 것 같았다. 세 가족은 부지 진입로 압류 건을 직접 해결하고 땅을 구입하기로 했다. 체납된 세금을 지주 대신 입금해주고 압류가 풀리는 즉시 땅 계약을 마무리 짓기로 한 것이다. 역할을 나눴다. 1명은 세무소에서 토지 압류 건 문제를 해결하고, 1명은 공인중개사무소에 대기하고 있다가 압류 건이 해결됐다는 소식이 들어오면 땅 값을 지급하고 계약서를 작성하고, 1명은 법무사와 계약사항과 등기소에서 압류 건을 확인하기로 했다. 수시로 휴대폰으로 진행 상황에 대해 연락을 주고받았다.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식으로 세 가족은 2018년 봄에 고양시 성사동 땅 210평을 평당 400만원에 구입했다. 이웃주민들은 “이곳에 빌라를 지으려고 이미 여러 업체에서 땅을 보고 갔고, 땅 모양도 안 좋고 진입로가 너무 좁다며 다들 포기하고 돌아갔는데, 도대체 뭔 생각으로 이 땅을 샀느냐”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진입로가 좁다보니 공사차량으로 인한 민원발생으로 공사가 완료될 때까지 세 가족은 가슴을 졸여야 했다. 세 가족은 2020년 3월 15일 일요일에 집을 지어주는 사람들에게 진심을 담아 고마움을 표하고 같이 살 이웃들에게 화합을 청하는 고사를 지냈다. 세 가족 모두 허탈했던 땅 배분 땅 구입을 성공적으로 완료했지만, 세 가족이 공동명의로 구입한 땅을 3등분으로 분할해야 했다. 협소한 땅을 3등분으로 분할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배분하는 게 더 큰 난관이었다. 모두가 원하는 땅을 배분받기를 바라는 게 당연지사.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원하지 않는 땅이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땅 배분 방식을 놓고 여러 의견이 나왔다. 그중 두 가지 방식으로 압축됐다. 하나는 제비뽑기였고, 또 하나는 1, 2, 3지번 중 원하는 땅과 원하지 않는 땅을 선택하고 그에 대한 이유를 각각 적어보기로 했다. 그런 다음 이유가 가장 설득력 있다고 생각되는 가족에게 해당 땅을 배분하는 방식이었다. 두 번째 방식으로는 도무지 결론이 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가장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제비뽑기 방식으로 선택하기로 했다. 원하지 않는 땅을 뽑더라도 인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토목공사와 조경공사에 들어가는 비용은 세 가족이 공동으로 부담하기로 합의했다. 제비뽑기하는 날, 세 가족 모두가 가슴을 졸이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너무나 허탈했다. 어느 누구에게도 원하던 땅이 돌아가지 않은 것이다. 제비뽑기 후 세 가족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떨어뜨린 채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땅 배분이 끝나고 나서는 설계에 들어갔다. 땅의 크기가 210평 정도이고 진입로와 도로부지를 제외하면 200평, 세 집으로 나누면 65~68평이 나왔다. 건폐율과 용적률을 적용하면 바닥 평수는 20평대, 전체평수는 40평 전후의 2층집 모양이 그려졌다. 집과 집 사이의 경계를 나누지 않고 마당을 함께 공유하기로 했다. 대지 모양도 반듯한 모양이 아니기에 3등분하면서 자연스럽게 모서리 쪽 자투리 공간들이 생겼다. 설계는 2018년 봄부터 가을까지 5개월 정도 걸렸다. 설계하는 동안 세 가족은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한다. 전원주택 전문 잡지를 보며 스크랩하고 부부간에 상의하고, 자녀들과 상의하고, 또 세 가족 간에 정보를 공유하며 상의하는 등 시간가는 줄 몰랐다는 것. 하지만 시공에 들어가면서 다시 험난한 여정이 시작됐다. 세 가족 공동체 마을은 베라산을 등지고 도심 속 작은 마을의 맨 끝 쪽에 자리한다. 원주민과의 마찰과 비교하는 마음 가장 큰 문제는 원주민과의 마찰이었다. 여기저기서 민원이 들어왔다. 앞으로 마을에서 함께 살아갈 이웃이기도 하다 보니 조금이라도 불편한 관계가 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 원주민과 공사차량이 이동하는 동선에 있는 주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양해를 구했다. 식사대접을 하기도 하고 과일 선물을 보내기도 했다. 공사가 끝날 때까지 늘 조마조마한 마음이었는데, 공사가 진행되는 3개월이 꼭 30년 같았을 정도라고 한다. 그나마 세 가족이 함께 하다 보니 다행이었다. 원주민과 민원 대응도 세 가족이 역할을 나눠서 맡았다. 만일 혼자 감당해야 했다면 포기했을 것 같다고 한다. 세 가족이 함께 해서 좋은 것도 있지만 안 좋은 점도 있었다. 옆집과 비교하는 마음이 생기면서 힘들었다는 것. “안 그러려고 해도 세 집을 동시에 짓다보니 비교하는 마음이 생겨나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우리는 못하는데 옆집에서 하는 것을 볼 때 부러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죠.” 건축에 종사하는 이들이 하는 말 중에 ‘친한 사람 집짓기’, ‘내 집 짓기’ 그리고 ‘그곳에 함께 사는 것’이 세 가지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에 대한 애로사항도 있었다고 한다. “함께 살 사람이 시공을 맡다보니 시공자도 저희도 애로사항이 컸던 것 같습니다. 가깝게 지내왔고 앞으로 함께 살아갈 이웃사촌이다 보니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못했고요. 그리고 시공자 입장에서 뱉은 말도 애초에 모르던 사람이었다면 그냥 넘어갔을 텐데 가까운 사람이어서 그런지 왠지 서운한 감정이 들었어요.” 세 가족 공동체 마을 현장소장을 맡은 베짱이도 공사를 진행하면서 본의 아니게 실수를 한 것 같다고 토로한다. “이웃으로 만나 관계를 유지하는 거와 클라이언트 관계는 다르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어요. 건축주들과 형님 동생하면서 아주 가깝게 지냈는데 공사를 진행하면서 서먹서먹해졌어요. 이웃사촌의 집이고, 직접 살 집이다 보니 지나치게 완벽을 추구하려다 보니 부담감을 주면서 힘들게 했던 것 같아요. 시공하는 입장에서 아내도 클라이언트 중 1명이었고, 아내한테도 많이 힘들게 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에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세 가족의 집짓기는 2019년 겨울에 첫 삽을 뜨고 2020년 여름에 완공을 보았다. 갈등도 있고,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서로간의 신뢰와 믿음을 바탕으로 앞으로 더욱 좋은 공동체 마을을 가꾸어나가겠다는 게 세 가족의 소박한 희망이다. <공사 과정> 01 부지 내 외부 옹벽 터파기 02 옹벽 기초 버림 타설 03 옹벽 거푸집 해체 및 3호집 1층 주차장 기초 철근 배근 04 1, 2호집 기초 철근 배근. 3호집 2층 바닥 거푸집 설치 05 1, 2호집 기초타설 및 양생 중. 3호집 2층 바닥 철근 배근 완료 06 경량 목구조 자재 반입 07 1, 2, 3호 외부 단열재 및 지붕 서까래 및 방수시트 완료 08 1, 2, 3호집 철근콘크리트 공사 완료. 내·외부 거푸집 해체 09 1, 2, 3호집 지붕 공사 전경. 1호집은 아스팔트 이중그림자 슁글, 2, 3호집은 징크로 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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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 PEOPLE]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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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 PEOPLE]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1
- 좋은 집 짓는 사람들의 코하우징 이야기1 공동육아로 뭉친 세 가족과의 특별한 만남 고양시에 있는 ‘성사동 세가족’ 마을. 이들은 10년 전 이웃으로 만나 공동육아를 하며 살다가 자기들만의 공동체마을을 만들었다. 공동체마을을 통해 삶과 이웃, 자연이 교집합 하는 공간을 만들어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살기 위해서다. 그 과정이 수월하지 않았다. 특별한 인연, 코비즈건축협동조합과 만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글 백홍기 기자 | 자료협조 코비즈건축협동조합 070-4895-6028 www.cobees.net 10년 전 이웃으로 만나 공동육아를 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고양시에 작은 ‘성사동 세가족’ 공동체 마을을 만든 이들은 ‘포비와 스머프’, ‘바람개비와 막대기’, ‘베짱이와 꽃잔듸’라는 애칭을 사용한다.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통용되는 애칭이다. ‘○○네 엄마, 아빠’, ‘아저씨, 아줌마’호칭은 거리감이 있어 위계를 없애고 편하게 생활하자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공동육아는 나눔이다.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협력해 어려움을 나누는 것이다. 때론 그 과정에서 이웃과 가족애가 쌓이기도 한다. 세 가족이 모여 자기들만의 공동체마을을 만들기로 한 것도 지난 10년간 쌓은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기존 주거 형태는 스머프네만 마당이 있는 오래된 단독주택에서 생활하고 바람개비와 꽃잔듸네는 전형적인 빌라에 살았다. 세 가족은 집이라는 형태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조금 더 편리하고 변해가는 생활 패턴을 담아낼 공간과 울타리 없이 편하게 자기 집처럼 왕래하며 함께 모이고 웃음이 넘치는 따뜻한 공간을 원했다. 건축전문가를 만나 그들만의 새로운 공동체마을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쯤 코비즈건축협동조합(이하 코비즈)과 인연이 시작됐다. 코비즈는 좋은 집을 짓기 위해 뭉친 사람들이다. <배치도 1차 스케치> <배치도 4차 스케치>‘성사동 세가족’ 마을 배치도 스케치 단독주택을 계획할 때 앞마당이 넓은 것을 선호하지만, 여러 해를 지나고 나면 넓은 뒷마당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성사동 세가족’은 모두에게 드러나는 정원이 아닌 세 가족을 위한 후원 같은 넓은 뒷마당을 제안했다. 하지만, 가운데 집 형태가 길어져 익숙하지 않은 평면과 배치 때문에 여러 다른 의견이 나왔다. 정원을 어디에서 바라보는가에 대한 의견 차이도 있었다. 최종 배치는 뒷마당을 없애고 주택이 앞마당을 감싸는 형태가 됐다 특별한 사람들의 만남 2013년 3월, 건축 관련 일을 하는 몇몇이 카페에서 좋은 집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의기투합했다. 코비즈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코비즈건축협동조합을 설립하고 7년간 6개 단지 공동체마을 프로젝트를 진행해 주택 70여 채를 짓고, 복합시설 프로젝트 3개를 완공했다. 정상오 조합이사장(건축시공기술사)은 ‘함께 사는 좋은 집’을 만들겠다는 공감대로 뭉친 건축 관련 전문가 단체라고 소개했다. “코비즈는 타일공, 목수, 정원사, 페인트공, 조적공, 미장공, 거푸집 기술자, 시공을 조율하고 이끌어가는 현장소장, 설계하는 디자이너들 등이 모인 건축 집단입니다. 제도에 의한 분리보다 진심으로 건축을 걱정하고 건축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건축인, 건축가라 할 수 있습니다. 코비즈는 그러한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따로 일하는 게 아니라 함께 나누고 일해야 좋은 결과물을 얻습니다. 마치 합창과 같습니다. 개체가 아닌 협력을 통해 완전한 조화를 이루어 내는 것입니다.” 코비즈에선 집이 아닌 ‘코하우징’을 짓는다고 한다. 함께 사는 주택을 말한다. ‘함께’라는 의미는 아파트 공동주택 개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주택 ‘구성’과 함께 모여 사는 사람들의 ‘수’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구성과 수라는 것은 우리 개개인이 상대하는 즉, 친밀도를 유지하는 구성과 수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코하우징은 한 사람 또는 한 가족이 이웃을 이루며 서로 친한 관계를 유지하는 적정한 규모의 작은 마을 단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사동 세가족’마을 스케치 과정 설계를 진행하기 위해 전체 의논을 나누며 1차 스케치한다. 스케치한 결과는 설계에 바로 반영하지 않고 여러 의논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공간을 찾고 아이디어를 반영하며 새롭게 스케치한다. ‘성사동 세가족’은 스케치를 네 차례 거쳐 원하는 공간을 찾았다. <배짱이와 꽃잔듸네 1차 스케치> <배짱이와 꽃잔듸네 4차 스케치> <막대기와 바람개비네 1차 스케치> <막대기와 바람개비네 4차 스케치> <막대기와 바람개비네 입면 스케치> <스머프와 포비네 1차 스케치> <스머프와 포비네 4차 스케치> 집은 빵이다! 코비즈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기간이 다소 길다. 그 시간을 정 조합이사장은 ‘발효 과정’이라고 한다. “밀가루 반죽으로 바로 빵을 만들어도 되지만, 더욱 좋은 식감과 풍미를 갖추기 위해 발효를 거칩니다. 집도 마찬가지입니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죠. 도면을 자주 들여다보면서 가족들과 끊임없이 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서로 깊이 이해하고 집에 대한 애정도 더욱 커지죠. 이러한 과정을 거치다 보면 안 보이던 게 보입니다.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기도 하죠. 그래서 급하게 진행하면, 좋은 집을 완성하기 어렵습니다. ‘생각의 발효 시간’이 필요합니다. 시공도 마찬가지입니다. 설계에서 충분히 검토한 이야기를 그대로 적용하려면 꼼꼼한 시공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현장 기술자들도 더 좋은 방법을 찾으려고 함께 노력합니다. 그러다 보면 많은 시간이 필요해요.” 시공이 길어지면, 그만큼 비용이 올라간다. 건축주 입장에선 고민일 수밖에 없지만, 비용이라는 부담을 뛰어넘어 코비즈를 선택한 이유는 그들이 집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 단적인 예로, 코비즈가 진행하는 현장에서 삼삼오오 모여 의논하는 모습은 새롭지 않다. 공간 활용성, 효율적인 배선과 배관 배치, 사용자 편의성 등 조금이라도 개선점이 필요하거나 더 좋은 방식이 있을 거 같으면, 해당 기술자가 즉석에서 스케치하고 각 분야 전문가들이 다 모여 열띤 토론을 진행한다. 그래서 늘 현장은 토론장으로 변하고 벽과 바닥은 캔버스가 된다. 건축주는 물론 건축에 참여한 건축가 모두 즐겁고 행복해야 좋은 집을 완성할 수 있다고 한다. 모형도 현장답사와 스케치 단계를 거친 후 모형도를 만들었다. 실내 인테리어 코비즈는 수평·수직으로 공간이 막히지 않고 산책로 같이 열린 공간을 선호한다. 햇살 가득한 툇마루와 모호한 내·외부 경계를 형성하는 한옥과 같은 공간이다. 큰 세상 향한 작은 마을 코비즈cobees 이름은 함께라는 ‘co’와 꿀벌 ‘bees’를 더해 ‘함께 일하는 꿀벌들처럼’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협력을 통해 집을 짓는 생명체 가운데 가장 집을 잘 짓고 자연에 좋은 일을 하는 건 벌입니다. 코비즈는 우리와 이웃, 세상에 좋은 건축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우리는 ‘세상의 모든 사람이 자신의 집과 마을, 도시를 스스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건축주를 포함해 집이라는 공간을 형성하는데 참여하는 모든 사람을 ‘건축가’라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공간을 두고 사람마다 다른 생각을 한다. 돈을 버는 공간, 놀이나 휴식, 취미를 위한 공간 등 목적과 욕망에 따라 공간은 다양한 형태로 쓰임을 갖는다. 코비즈는 이러한 공간을 통해 이로운 사회를 만들려고 한다. 그 과정은 사회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가족이 머무는 집을 통해 자연과 이웃을 연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웃이 모여 작은 마을을 형성하고 마을은 아이들의 학교가 된다. 학교는 다시 아이와 마을사람들의 정원이 되는 행복한 ‘마을학교정원’이라는 개념에 도달하는 것이다. 이들은 꿈같은 이야기를 재현하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 성사동 세 가족은 코비즈와 인연이 아니었다면 공동체마을 프로젝트가 불가능했을 거라고 한다. 작은 땅에 각각의 요구 조건에 맞춰 공동체마을을 만든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만큼 건축 환경은 까다로웠고 다양한 이견을 조율하기 어려웠다. 현장 스케치 공사를 시작하면 현장은 모든 기준이 된다. 사무실에서 그린 도면은 현장에서 현실이 되기 때문에 현장 소장과 현장 기술자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고 함께 문제를 해결한다. 늘 토론의 결과가 좋은 건 같은 마음과 뜻으로 모여 오랜 기간 함께해왔기 때문이다. 단열·기밀·구조·디테일 마감 건물을 잘 짓는 건 기본이다. 단열과 기밀, 구조 디테일은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간단하게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기본에 충실 한다는 것은 타협이 아닌 원칙을 지키는 것이고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코비즈가 집이라는 공간을 만들며 늘 중심에 둔 단어는 ‘생활’이고 생활이라는 행위가 일어나는 ‘장소’에 집중한다. 그래서 코비즈는 ‘성사동 세가족’ 마을을 각각의 집을 전체 가운데 한 개체로 보고 ‘생활하는 장소’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여러 사람이 함께하다 보니 이해 차이는 있지만, 충분한 시간을 거쳐 함께 하나씩 해결해냈다. 세 가족도 그들이 바라던 ‘생활’과 지향점이 같았다. 코비즈에서 세 집을 구성하고 공간을 연결하는 데 중요하게 생각했던 요소가 ‘따로 또 같이’다. 그 과정도 수월하진 않았다. 세 집, 세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호에 소개한다. 외부 진입로에서 주차장을 지나면 넓은 마당에서 각 주택으로 연결된다. 마당 배치는 볕이 잘 들고 함께 지내기 편한 구성이라 모두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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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일기] 친구네가 직접 흙으로 집을 지었습니다
- 친구네가 직접 흙으로 집을 지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흙으로 지은 집에서 살고 싶다는 열망을 가진 사람들의 움직임이 조용하게 일어나기 시작했지요. 신석기 시대 움집 같은 집을 짓고 사는 사람에서부터 예술 작품처럼 빚어놓은 흙집을 짓고 유유자적하게 사는 사람까지 매스컴에 그런 사람들이 등장했을 때부터 우리도 그런 흙집에서 살날을 꿈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흙집을 짓는 방법에 관한 책과 잡지 등을 탐독하고 자료를 수집해 왔습니다. 실제로 흙집을 지은 사례를 찾아다니며 견학을 하고 사진을 찍어다 싱크대에 붙여놓기도 했습니다. 쌀을 씻을 때마다 그 사진을 보면서 우리도 하루빨리 마음 속에 그런 흙집을 짓게 되기를 기원해 왔습니다. 요즘처럼 깊고 긴 겨울밤에는 봄이 오면 집을 짓겠다는 결심으로 우리는 빈 종이에 설계도면을 그렸습니다. 대궐 같은 집에서 소박한 오두막집까지 많고 많은 집들이 우리의 상상 속에서 지어졌다가 부서지곤 했습니다. 하지만 몸으로 하는 일보다 머리로 하는 일에 더 익숙한 우리의 한계는 여기에서 더 이상 전진을 하지 못하고 항상 해를 넘겨왔습니다. 작년 뜨거운 여름 어느 날, 흙집을 짓겠다고 선언한 옆 동네에 사는 친구 오경숙은 우리와는 사뭇 성향이 달랐습니다. “새로 지은 축사 옆에 관리사가 한 채 있어야 할 것 같아. 이왕이면 흙집으로 지어 볼까 하는데 모아 놓은 자료들 좀 한번 보여줄래?” 그렇게 찾아 왔던 오경숙은 내가 자랑스럽게 내놓은 자료들을 쓰윽 한번 훑어보더니 전원주택에 관한 잡지 한 권만 달랑 들고 갔습니다. “흙집은 하지(夏至) 전에 지어야 하는 거래. 그것도 모르고 장마철에 일을 저질렀네. 오늘은 비가 와서 쉬기로 했다. 비 그치면 구경 와.” 그녀에게 이런 전화가 온 것은 우리 집에서 잡지책을 가져간 지 미처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때였습니다. 그녀는 우리처럼 요원한(?) 꿈을 꾸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야무진 꿈을 꾸고 있었던 것입니다. 다음 날, 득달같이 달려가 보니, 남편은 벽에 흙을 올리고 아내는 흙을 다져서 남편에게 넘겨주는 부부애가 담긴 아담한 흙집이 지어지는 중이었습니다. 빌려간 잡지에 나오는 웅장한 황토집은 아니었지만, 정말 우리가 꿈만 꾸던 흙으로 집을 짓고 있었습니다. 온 몸이 흙으로 범벅이 되어서도 철벅거리는 흙을 맨손으로 다지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친구의 모습은 차라리 성스러워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자기 손으로 살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마치 제단을 쌓는 것 같은 그녀의 모든 행위는 신성하게 보였습니다. 마라톤 경주에서 선두를 빼앗긴 것 같은 조금은 서운한 심정으로 찾아갔던 저는 친구의 모습을 보고 오히려 가슴에 전류가 흐르는 듯했습니다. 알량한 지식을 앞세워 그동안 친구 앞에서 아는 체를 해왔던 제 모습이 한없이 부끄러워졌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스무 마리가 넘는 한우가 자라고 있는 축사로 논과 밭으로 바지런하게 다니면서도 먼지 한 톨 없이 집 안 살림까지 해내는 그녀 앞에서는 항상 작았었는데, 그녀가 흙집을 짓는 모습 앞에서는 몸이 녹아내릴 지경이었습니다. 친구 부부는 시골에서 나고 자라서 자연스럽게 터득한 흙 다루는 법과 시골살이에 걸맞은 각종 장비와 몸으로 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 결단력을 두루 갖추고 있었기에 꿈을 현실로 옮기는 일을 주저하지 않았던 거지요. 자기 손으로 살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마치 제단을 쌓는 것 같은 그녀의 모든 행위는 신성하게 보였습니다. 이젠 시골사람이라고 자처할 만큼 시골살이에 적응을 하고 있지만, 우리 부부가 친구네를 따라 가는 일은 뱁새가 황새를 쫓아가는 일보다 어려울 것 같습니다. 친구네의 흙집 짓는 일은 과감했던 시작에 비해서 진행 속도가 상당히 느렸습니다. 습도가 높은 여름철에는 흙이 잘 마르지도 않고, 장마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놓지 않은 난관이 있었던 거지요. 거기에 친구의 남편이 일 때문에 전적으로 그네들의 집 짓는 일에만 매달릴 수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벽체를 쌓아 놓고 두 달이 훌쩍 지나가 버렸고, 지붕의 재료를 놓고 고민하는데 한 달씩이나 걸렸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흙집을 짓는다고 동네 어른신들마다 구경을 와서 각각 한 마디씩 훈수를 놓는 바람에 헛갈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붕을 제대로 올리지도 못하고 축사를 짓고 남은 재료로 덮어놓는 수준에 그쳐야 했습니다. 그 이후로 한 번씩 방바닥에 보일러를 설치했다는 등, 싱크대 맞추는 곳을 소개해 달라는 등의 전화로 그녀의 흙집 짓기의 진행 상황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드디어 도배를 하게 됐다. 근데 한지 도배지를 여기서는 구할 수가 없네. 어디서 사는지 아는데 없니?” 이런 전화가 온 날은 내내 따뜻했던 겨울 날씨가 갑자기 성을 내고 돌아서 한낮에도 영하에서 놀던 날이었습니다. 제가 기절초풍했던 일은 친구가 포장지로 쓰는 한지를 사다가 직접 풀을 쑤어서 바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미 초배지까지 바른 상황에서 그녀는 부스스한 머리 스타일에도 상관 않고 콧노래까지 부르며 도배를 하고 있었습니다. 나이 삼십대 후반에 벌써 허리디스크에 시달린다는 그녀가 남편의 도움도 없이 척척 한지를 벽에 바르는 모습은 가히 초인적이었습니다. 직접 지은 흙집이라서 애착 때문에 그랬겠지만 저는 수시로 그녀가 사는 법에 감동을 받습니다. 친구네가 거의 반년씩이나 흙집을 짓느라 고생을 하는 동안 우리는 흙 한 삽 떠주지 못했습니다. 힘내라고 밥 한 번 사주지도 못했습니다. 그래도 우리 친구 오경숙은 드디어 흙집으로 입주했으니 주말마다 새집증후군 따위는 걱정 없는 자기네 집으로 우리 아이들을 보내라고 합니다. 우리가 시골 살이를 지탱하는 힘은 오경숙처럼 본 받을 만한 친구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田 글 오수향 (ocho2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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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일기] 친구네가 직접 흙으로 집을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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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평 오두막, 수억짜리 고급주택과 안 바꿔 영화감독 김기덕
- 6평 오두막, 수억짜리 고급주택과 안 바꿔 영화감독 김기덕 Profile ▲1960년 12월생. 1996년 로 영화 데뷔. ▲수상작 : 2003년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청년비평가상 1등상, 2004년 베를린영화제 감독상, 2004년 제41회 대종상영화제 작품상 , 2004년 베니스영화제 감독상 수상 , 2004년 제8회 탈린 블랙나이트 영화제 감독상 . ▲연출작 : 1996년, 1997년, 1998년, 2000년, 2000년, 2001년, 2001년, 2002년, 2003년, 2004년, 2004년. 영화감독 김기덕. 거대 예산을 들인 상업영화판에서, 저예산 독립영화 그것도 하류 인생의 거리낌없는 삶을 다룬 작품을 연거푸 토해냄으로써 영화계에 이단아로 등장했다. 그리고 데뷔 10년 만인 2004년에는 세계 3대 영화제라 불리는 베를린영화제에선 로, 베니스영화제에선 으로 감독상을 차지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대개 세간에서 이름을 날리는 유명인이라면, 그에 걸맞게 ‘아무개 별장’식으로 전원에 으리으리한 고급 저택 하나쯤은 갖고 있다. 12월 1일, 김기덕 감독의 별장(?)을 취재하기 위해 홍천으로 향했다. 무엇보다 혼자서 지은 황토집이라는 데 구미가 당겼다. 철정검문소에서 그와 만나기로 한 시간은 오전 10시. 약속 시간 30분 전, 전화를 거니 “30분 늦게 출발해 지금 막 양평으로 들어섰다”고 한다. 그리곤 “미안하지만 철정검문소에서 우회전해 지르마재 휴게소를 지나 내리막길 다다른 곳에서 잣나무 두 그루를 보고 좌회전하여 비포장길로 접어들면 빨간버스와 황토집 한 채가 나오는데, 문이 열려 있으니 먼저 들어가라”고 한다. 김 감독의 별장까지 채 10여 분도 안 되는 길을 달리면서 연거푸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인적이 드문 곳에 지은 별장이라지만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지낸다, 손수 지은 황토집이니 분명 크진 않을 텐데, 그런 곳에 관리인을…….’ 울퉁불퉁한 비포장길로 접어들면서부터는 의구심은 ‘막다른 곳으로 들어서는 것 같은데 빠져 나올 때 차를 어떻게 돌리지’ 하는 걱정으로 변했다. 이윽고 억새풀 사이로 빨간버스 한 대와 낡은 농가 한 채가 모습을 드러내는가 싶더니, 농가와 계곡을 사이에 두고 자그마한 오두막 한 채가 눈에 띄었다. 그러나 별장이라 부를 만한 집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때 낯선 차 소리를 듣고 밭일을 하던 김필용(83세) 할아버지가 내려왔다. “할아버지, 김기덕 감독 집이 여기서 멀어요. 빨간버스만 바라보고 올라가라던데…….” 할아버지는 얼굴을 농막 쪽으로 돌리면서 “저 집이야. 그 양반 안 온지 꽤 오래됐는데 … 나도 강냉이 농사짓다가 거 뭐더라 영화에 나갔어.” 라고 말한다. 기둥 여섯 개를 세우고 황토벽돌과 기와조각으로 벽체를 쌓고는 낡은 기와를 얹은 투박하기 그지없지만 앙증맞은 집. 할아버지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사이 모자를 눌러쓴 수더분한 차림의 김 감독이 도착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역시, 김 감독의 별장답다’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부와 권위를 누리는 상류 인생보다는 이리저리 채인 채 하루하루를 버겁게 살아가는 하류 인생을, 또 이것저것 덧칠한 겉모습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속내를 읽어내는 김 감독의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했다. 자연에 잣대를 들이대서야 농가와 오두막, 아니 김 감독 별장 사이로 흐르는 작은 계곡을 가로질러 얹은 널빤지에서 대화는 시작됐다. 이 널빤지가 테라스인 셈이다. 그 위에는 편편한 돌 테이블과 원목을 투박하게 다듬어 만든 의자가 셋 놓였는데, 그 중 하나엔 그의 열 살 난 딸의 이름인 ‘김다은’이란 세 글자가 음각(陰刻)돼 있다. 딸 다은이가 자연과 보다 많은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집 이름을 ‘다은이의 집’이라 붙였다고 한다. 집은 삶을 담아내는 그릇이기에 영화감독으로서의 집주인 얘기를 빼놓을 순 없다. 작품은 작가의 분신, 즉 자식새끼와도 같다는데 김기덕 감독은 1년에 한두 편씩 자식새끼들을 토해낸다. 그것도 일탈을 일삼는 깡패나 범죄자 등을 주요 캐릭터로 다루면서 … 관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는 걸까? 그는 ‘겉으로 보이는 삶이 전부는 아니다’는 말로 실타래를 풀어나갔다. “하류다 하류다 하는데, 하류 없이 상류가 존재할 수 있나요. 사회라는 울타리를 들여다보면, 온갖 군상들이 나름의 질서 속에서 제 각기 살아가잖아요. 서로 비교 평가하지 말고, 동등한 인격체로 바라보고 존중해야죠. 그렇지 않으면 사회 질서는 무너지고 결국 남는 건 분열과 싸움밖에 없어요.” 김기덕 감독의 팬들은 작품의 어떤 점에 그토록 매료되는 걸까? 그 스스로는 기존 영화의 선악구조 틀에서 벗어난 데서 찾았다. 그러려면 먼저 선과 악을 알아야 하는데, 여기엔 자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렇지 않은 표현은 위선에 불과하다며 자신의 농사짓는 법을 들려줬다. “저곳은 농지니 당연히 잡초(악)를 뽑고 농작물(선)을 심어야겠죠. 그런데 바람에 날려 온 씨앗이 땅의 기운을 받아 뿌리내리고 자라는 것을 어떻게 박해할 수 있나요. 무익하니 뽑아야 한다는데, 자연 그 자체는 그러한 편견은 없어요. 이원규 시인이, ‘지금껏 잡초라 믿어왔던 생각들도 더 이상 뽑아내지 않는다’고 했던가요. 그냥 두고 보는 게 좋아 그 사이에 호박이며 옥수수를 심었어요. 비료는 물론 거름조차 안 줬는데도 저들끼리 잘 자라더군요. 벽에 걸린 옥수수가 그건데 참 맛있어요. 비료 주면 깨끗하고 곧게 자라겠지만 맛은 영 딴판이거든요. 팬들이 바로 그런 맛에 이끌리는 게 아닐까요?” 어느 정도 대화가 무르익자, 자리는 자연스럽게 빈집으로 옮겨졌다. 아니, 주인이 도착했으니 더 이상 빈집은 아니다. 집 짓기는 도(道) 닦기 열쇠구멍조차 없는 문을 젖히고 들어서니, 한 칸 남짓한 실내엔 가구라야 간이침대 하나에다 주물난로와 벽난로, 작은 교자상, 전기밥솥, 가스 버너, 라면 서너 개, 쌀 한 봉지 그리고 두세 권의 영화잡지가 전부다. 화장실인가 싶어 문을 여니 산자락에 걸쳐진 사다리뿐이다. 집과 산자락에 나무를 걸치고 합판을 얹어 만든 정자(?)로 오르는 사다리다. “썩어 무너져도 자연을 방해하지 않는 나무와 흙으로만 지었는데 모두 600만 원 들었어요. 기와는 경북 청송에서 을 촬영하던 중 고가(古家)에서 내린 100년 넘은 것을 운반비 40만 원 들여 싣고 온 겁니다. 그 걸로 지붕을 얹고 한쪽 벽면도 쌓았는데 일부만 황토로 막아서 바람이 숭숭 들어와요.” 거기로 들어오는 건 바람만이 아니다. 갖가지 벌레가 추위를 피해 들어왔다가 오히려 추위에 놀라 도망칠 판이다. 유일한 난방 수단인 주물난로에 장작개비 몇 개를 넣고 불을 지피고서야 실내에 온기가 감돌았다. “벽난로도 있지만 굴뚝을 잘못 뽑은 탓에 연기가 빨려나가지 않아 실패작입니다. 그래서 황학동 시장에서 20만 원 주고 주물난로를 맞췄어요. 벽난로는 여름철 냉장고(?)로 사용 중입니다. 난롯불엔 군고구마가 별미인데…….” 농가에서 고구마를 얻어오겠다던 김 감독이 쭈빗쭈빗 망설이며 들어온다. 말조차 못 꺼낸 모양이다. “고구마가 없으면 어르신들이 심란해 하실까 봐 … 사실, 올 때마다 부침개며 먹거리를 잔뜩 주셔서 부담스러웠거든요.” 한번 뱉은 말이니 책임지라며 무언의 압력을 넣자, 얻어 온 고구마를 굽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군고구마는 밤고구마보단 길다란 물고구마가 제격이란다. “벽지를 발라야지 하면서도 촬영 때문에 못했어요. 전기톱 하나로 ‘받쳐 주지 않으면 떨어진다’는 뉴턴의 만유인력 하나만 믿고, 혼자서 두 달 만에 지은 집입니다. 집 짓고 한 5킬로그램이 빠졌어요. 기둥 하나 올리는데 꼬박 하루 걸렸으니까요. 남자라면 결혼하고 자식을 낳고 집을 지어야 한다고 했는데, 그러고 보니 다 해냈네요.” 작지만 기둥머리를 파내 보와 도리를 사개맞춤해 정성을 들인 집이다. 못질을 하면 미끄러지기에 사개맞춤을 했다는데, 이젠 구조재들이 견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돈을 안 들이고 지은 작은집이지만 힘들다고 대충대충 하진 않았어요. 속옷이 젓도록 땀을 흘리고 계곡에서 발가벗고 목욕하면서 … 집 지으면서 인생을 배웠기에 600만 원짜리지만 수억 원 하는 고급주택하고도 못 바꿉니다. 또 여기서 마시는 맑은 공기는 어떻고요. 공짜인데도 손가락에 다이아반지 낀 것보다 더 값집니다.” 아마 집이 컸다면 오늘 김기덕 감독이 청소하는 모습만 봐야 했을지도 모른다. 먼지 풀풀 나니 좀 있다 들어오라던 그가 청소를 시작해서 끝낸 데 걸린 시간은 10여 분에 불과했다. “가족하고 여기 올 땐 삼겹살 반 근에다 김치 한 봉지면 다 해결됩니다. 이 안에선 부부싸움을 해도 화해를 안 하면 못 버팁니다. 숨을 곳도 없으니 서로 얼굴을 맞댈 수밖에 없죠. 그렇다고 추운 겨울에 밖으로 나가겠습니까?” 김기덕 감독은 노트북 하나 달랑 들고 와서는 주로 작품 구상을 한다. 이곳에서 , 이 두 편의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팽팽한 긴장이 감도는 도시가 주관적이라면 전원은 객관적인 곳입니다. 도시에선 남들은 돈 버는 상업영화를 만드는데 지금 난 뭘 하나 하고 갈등에 사로잡히곤 합니다. 하지만 여기에 오면, 왜 그런 생각을 하며 살지 하고, 그런 영화는 포기하게 됩니다. 마치 물과 기름이 섞일 수 없는 것처럼…….” 김기덕 감독은 영화계 데뷔 10년 만인 2004년 세계 3대 영화제 두 개를 석권했다. 이제 막 오르막길로 접어든 젊은 영화감독이기에 부담스러울 만도 한데 태연하기만 하다. 1년 사계절마다, 하루 24시간마다 자연의 색깔은 변한다. 삶도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그는 꽃이 폈다고 해서 그것만 하이라이트라고 할 순 없다고 한다. 꽃이 지는 그 자체도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자연은 아름답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을 누가 느끼는가. 즉 문제는 아름다운 자연이 아니라 그것을 알아주는 사람에게 있다. 영화 감독 김기덕. 그는 지금 자연의 가운데로 들어가, 자연의 일부가 되어 편견 없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몸으로 표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田 글 윤홍로 기자 / 사진 조영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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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평 오두막, 수억짜리 고급주택과 안 바꿔 영화감독 김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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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요리] 추우수록 신선하고 맛도 일품 굴
- 추울수록 신선하고 맛도 일품 굴 눈 내리는 추운 겨울날, 항아리 뚜껑을 열고 살얼음이 낀 식혜를 한 그릇 떠먹는 광고를 보며 군침을 삼킨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추울수록 제 맛을 더 하는 겨울음식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겨울철 굴 맛은 으뜸으로 꼽힌다. 비타민과 미네랄의 보고일 뿐만 아니라, 노화 방지에도 효과가 있는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겨울 포구에 직접 가지 못하는 대신 간단한 재료를 더해 살아있는 굴 맛을 더욱 깊이 느낄 수 있는 요리 몇 가지를 소개한다. 자료제공 : 하선정 월간요리(www.hascook.com) 굴은 단백질이나 지방질이 다른 어패류에 비해선 적은 편이지만, 단백질에 타우린이나 글루타민산 등 필수아미노산의 함량이 높아 질이 우수하다. 당질도 풍부한데 대부분은 효율적으로 에너지로 변하는 글리코겐이 차지한다. 또 비타민 A·B1·B2, 철분, 인, 칼슘 등의 미네랄이 풍부해 비타민과 미네랄의 보고라고 알려져 있다. 한때는 굴을 콜레스테롤이 높은 식품으로 잘못 알려졌으나 잘못 된 것으로, 오히려 콜레스테롤 수치를 감소시키는 작용을 한다. 굴의 단백질에 든 타우린은 혈전을 예방하고 가슴이 뛰는 증세를 가라앉히는 데도 도움을 준다. 또한 굴의 아미노산은 체내의 독소를 배출하고 담즙의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에 간장 작용을 활발하게 하는 작용을 돕는다. 그러므로 굴은 성인들이 필요한 요소를 고루 갖춘 생물이다. 뿐만 아니라 노화방지차원에서도 주목받는 식품이다. 굴은 노화 방지에도 도움을 주는 핵산식품이다. 등푸른 생선에 많이 함유된 핵산 성분이 굴에도 다량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핵산은 호르몬과 마찬가지로 체내에서 합성되기에 일부러 음식물을 통해 섭취할 필요가 없다. 핵산이 체내에서 퓨린이나 피리미딘 염기를 바탕으로 하여 합성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합성 능력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현저히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30세 이후부터 핵산의 합성 능력은 서서히 감퇴하므로 식사를 통해 보충하는 것이 중요하다. 굴은 핵산 함량이 소고기나 참치보다 약 2배나 높고, 쌀의 핵산 함량의 5배, 거의 완벽한 식품으로 평가되는 계란의 핵산 함량의 거의 9배나 높다. 날것으로 먹는 것이 가장 좋아 흔히 크기가 작은 서해안의 투석식 굴은 ‘자연산’이고, 남해안 수하식 양식장에서 생산되는 알이 굵은 것은 ‘양식산’이라 하여 크기가 작은 서해안의 굴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굴 양식은 그 방법이 투석식(돌에 붙여 키우는 방식)이든 수하식(줄에 뀌어 바다 한가운데서 키우는 방식)이든 시설만 해 놓으면 바다의 플랑크톤을 먹고 자기 스스로 자라므로 인공 사료를 먹고 크는 것은 아니다. 다만 수종의 종류와 남해안의 수하식 양식이 조수간만에 따른 영향을 적게 받아 플랑크톤을 더 많이 섭취하는 차이가 있다. 굴은 다른 어패류와 비교해서 독특한 맛과 부드러운 육질의 감촉을 가지고 있어 날것으로 먹는 게 가장 좋다. 하지만 조직 자체가 연하므로 선별, 보관, 관리에 있어서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갖고 있다. 굴이 죽으면 자기소화나 세균의 번식에 의하여 맛과 냄새 및 조직감 등에 변화가 생기므로 굴을 고를 때는 신선도를 가장 먼저 보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시장이나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것은 껍질을 깐 상태이거나 포장된 상태로 있어 굴을 직접 만져 보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빛깔이 밝고 선명한 유백색을 띠며, 광택이 있는 것을 고르는 것이 싱싱한 굴을 고르는 방법이다. 포장되지 않은 굴은 오돌도돌하고 손으로 눌러보아 탄력이 있는 것이 좋다. 육질이 희끄무레하고 퍼진 것은 소금물에 불려 담겨서 싱싱한 것처럼 보이지만, 오래된 것이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일단 굴을 사면 가능한 빨리 섭취하는 것이 좋고, 만일 보관하게 된다면 통굴은 10℃ 이하의 공기 중에서, 껍질을 깐 굴은 해수에 담궈 2~3일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田 | 굴오드볼 | 재료 석화 20개, 치커리, 레몬 약간씩 ● 오드볼 소스 토마토케첩 1/2컵, 핫소스 1/2컵, 소금, 후추, 홀스래디쉬 약간씩 만드는 법 1. 석화는 반으로 쪼개어 손질하여 석화껍질이 씹히지 않도록 엷은 소금물에 살살 헹군다. 2. 매콤한 소스를 준비한다. 토마토케첩과 핫소스 홀스래디쉬를 매콤하게 잘 섞어 석화에 레몬조각과 함께 조금씩 얹어낸다. 3. 식성에 따라 핫소스에 소금, 후추간을 하여 먹는다. | 생굴국수회 | 재료 생굴 100g, 밤 2개, 배 1/4개, 실파 3줄기, 청·홍고추 2개씩, 소면 100g, 치커리 약간 ● 양념장 고춧가루 2큰술, 간장 1큰술, 고추장 1/2큰술, 식초 1큰술, 설탕 1큰술, 마늘 1큰술, 깨소금 1/2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다진 파 1/2큰술, 생강즙 1작은술, 맛술 1작은술, 참기름 약간 만드는 법 1. 생굴은 슴슴한 소금물에 씻어 건진다. 2. 밤은 껍질을 벗겨 곱게 채썰고 배도 같은 크기로 채썬다. 3. 실파는 송송썰고 청·홍고추는 어슷썰어 씨를 털어낸다. 4. 양념장을 만들어 ①, ②, ③의 재료를 섞어 가볍게 버무린다. 5. 소면을 삶아 찬물에 헹구어 작게 사리를 지어 치커리 깔고 담은 후 ④를 얹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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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요리] 추우수록 신선하고 맛도 일품 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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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요리] 추우수록 신선하고 맛도 일품 굴
- 추울수록 신선하고 맛도 일품 굴 눈 내리는 추운 겨울날, 항아리 뚜껑을 열고 살얼음이 낀 식혜를 한 그릇 떠먹는 광고를 보며 군침을 삼킨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추울수록 제 맛을 더 하는 겨울음식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겨울철 굴 맛은 으뜸으로 꼽힌다. 비타민과 미네랄의 보고일 뿐만 아니라, 노화 방지에도 효과가 있는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겨울 포구에 직접 가지 못하는 대신 간단한 재료를 더해 살아있는 굴 맛을 더욱 깊이 느낄 수 있는 요리 몇 가지를 소개한다. 자료제공 : 하선정 월간요리(www.hascook.com) 굴은 단백질이나 지방질이 다른 어패류에 비해선 적은 편이지만, 단백질에 타우린이나 글루타민산 등 필수아미노산의 함량이 높아 질이 우수하다. 당질도 풍부한데 대부분은 효율적으로 에너지로 변하는 글리코겐이 차지한다. 또 비타민 A·B1·B2, 철분, 인, 칼슘 등의 미네랄이 풍부해 비타민과 미네랄의 보고라고 알려져 있다. 한때는 굴을 콜레스테롤이 높은 식품으로 잘못 알려졌으나 잘못 된 것으로, 오히려 콜레스테롤 수치를 감소시키는 작용을 한다. 굴의 단백질에 든 타우린은 혈전을 예방하고 가슴이 뛰는 증세를 가라앉히는 데도 도움을 준다. 또한 굴의 아미노산은 체내의 독소를 배출하고 담즙의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에 간장 작용을 활발하게 하는 작용을 돕는다. 그러므로 굴은 성인들이 필요한 요소를 고루 갖춘 생물이다. 뿐만 아니라 노화방지차원에서도 주목받는 식품이다. 굴은 노화 방지에도 도움을 주는 핵산식품이다. 등푸른 생선에 많이 함유된 핵산 성분이 굴에도 다량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핵산은 호르몬과 마찬가지로 체내에서 합성되기에 일부러 음식물을 통해 섭취할 필요가 없다. 핵산이 체내에서 퓨린이나 피리미딘 염기를 바탕으로 하여 합성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합성 능력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현저히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30세 이후부터 핵산의 합성 능력은 서서히 감퇴하므로 식사를 통해 보충하는 것이 중요하다. 굴은 핵산 함량이 소고기나 참치보다 약 2배나 높고, 쌀의 핵산 함량의 5배, 거의 완벽한 식품으로 평가되는 계란의 핵산 함량의 거의 9배나 높다. 날것으로 먹는 것이 가장 좋아 흔히 크기가 작은 서해안의 투석식 굴은 ‘자연산’이고, 남해안 수하식 양식장에서 생산되는 알이 굵은 것은 ‘양식산’이라 하여 크기가 작은 서해안의 굴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굴 양식은 그 방법이 투석식(돌에 붙여 키우는 방식)이든 수하식(줄에 뀌어 바다 한가운데서 키우는 방식)이든 시설만 해 놓으면 바다의 플랑크톤을 먹고 자기 스스로 자라므로 인공 사료를 먹고 크는 것은 아니다. 다만 수종의 종류와 남해안의 수하식 양식이 조수간만에 따른 영향을 적게 받아 플랑크톤을 더 많이 섭취하는 차이가 있다. 굴은 다른 어패류와 비교해서 독특한 맛과 부드러운 육질의 감촉을 가지고 있어 날것으로 먹는 게 가장 좋다. 하지만 조직 자체가 연하므로 선별, 보관, 관리에 있어서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갖고 있다. 굴이 죽으면 자기소화나 세균의 번식에 의하여 맛과 냄새 및 조직감 등에 변화가 생기므로 굴을 고를 때는 신선도를 가장 먼저 보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시장이나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것은 껍질을 깐 상태이거나 포장된 상태로 있어 굴을 직접 만져 보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빛깔이 밝고 선명한 유백색을 띠며, 광택이 있는 것을 고르는 것이 싱싱한 굴을 고르는 방법이다. 포장되지 않은 굴은 오돌도돌하고 손으로 눌러보아 탄력이 있는 것이 좋다. 육질이 희끄무레하고 퍼진 것은 소금물에 불려 담겨서 싱싱한 것처럼 보이지만, 오래된 것이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일단 굴을 사면 가능한 빨리 섭취하는 것이 좋고, 만일 보관하게 된다면 통굴은 10℃ 이하의 공기 중에서, 껍질을 깐 굴은 해수에 담궈 2~3일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田 | 굴오드볼 | 재료 석화 20개, 치커리, 레몬 약간씩 ● 오드볼 소스 토마토케첩 1/2컵, 핫소스 1/2컵, 소금, 후추, 홀스래디쉬 약간씩 만드는 법 1. 석화는 반으로 쪼개어 손질하여 석화껍질이 씹히지 않도록 엷은 소금물에 살살 헹군다. 2. 매콤한 소스를 준비한다. 토마토케첩과 핫소스 홀스래디쉬를 매콤하게 잘 섞어 석화에 레몬조각과 함께 조금씩 얹어낸다. 3. 식성에 따라 핫소스에 소금, 후추간을 하여 먹는다. | 생굴국수회 | 재료 생굴 100g, 밤 2개, 배 1/4개, 실파 3줄기, 청·홍고추 2개씩, 소면 100g, 치커리 약간 ● 양념장 고춧가루 2큰술, 간장 1큰술, 고추장 1/2큰술, 식초 1큰술, 설탕 1큰술, 마늘 1큰술, 깨소금 1/2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다진 파 1/2큰술, 생강즙 1작은술, 맛술 1작은술, 참기름 약간 만드는 법 1. 생굴은 슴슴한 소금물에 씻어 건진다. 2. 밤은 껍질을 벗겨 곱게 채썰고 배도 같은 크기로 채썬다. 3. 실파는 송송썰고 청·홍고추는 어슷썰어 씨를 털어낸다. 4. 양념장을 만들어 ①, ②, ③의 재료를 섞어 가볍게 버무린다. 5. 소면을 삶아 찬물에 헹구어 작게 사리를 지어 치커리 깔고 담은 후 ④를 얹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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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요리] 추우수록 신선하고 맛도 일품 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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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일기]여인네들의 추억속에 긴 겨울밤이 저물고
- 여인네들의 추억 속에 긴 겨울밤이 저물고 난방용 석유도 미리 채워놓고 겨울을 지낼 아이들의 방한복도 새로 장만해 놓고 김장도 넉넉하게 담아 놓고 추운 겨울을 보란 듯이 기다렸건만, 뒤뜰에 난데없이 개나리 봉오리가 노랗게 부풀어 오르는 이상한 겨울 속에 한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목도리에 털실 모자에 긴코트를 입고도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종종걸음을 치는 사람들 사이로 캐롤 송이 울려 퍼져야 연말이니, 새해니 하는 기분이 나기 마련인데 어쩐지 이번 겨울에는 그런 풍경을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토끼발 맞대고 사는 시골 마을에서는 추위가 온 동네를 감싸고 폭설이라도 쏟아져 인적조차 끊어지는 겨울날에는 구들장 따뜻한 ‘만만한’ 집에 모여 앉아 내기 윷놀이에 김치전 냄새가 진동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날씨마저 춥지 않은 올 겨울에는 동네 노인들의 도시 외출도 잦고 노동력이 남아 있는 여인네들은 옆 동네 비닐하우스로 품을 팔러 다닌 탓에 동네 사랑방에 사람들이 모일 틈이 없습니다. 김장 특수를 보려고 무를 심었다가 채소 값이 폭락하자 수확을 포기하고 갈아엎겠다는 옆 동네 친구의 밭에서 무말랭이라도 해보겠다고 무를 욕심껏 뽑아다 놓았습니다. 바깥 수도 가에서 큰 함지박에 무를 쏟아 놓고 수세미로 슬슬 문지르며 힐끔힐끔 울타리 바깥으로 눈길을 주었지요. 시골 마을의 일은 내 일, 네 일이 따로 없어서 누군가 지나가다가 내가 쪼그리고 앉아 있는 모양새를 보고는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들어와 훈수를 놓기 마련이지요. 그러다가 내 서툰 일솜씨에 팔을 걷어 부치고 달려들어 일이 각이 날 때까지(끝날 때가지) 도와주는 것이 시골 인심입니다. 오늘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김 부자 여사가 우리 집 일에 걸려들어서 무를 다듬고 씻는 일을 도와주었습니다. 나중에 옆집 할머니까지 합세한 일은 너무도 쉽게 끝나버렸습니다. 내가 무말랭이를 하기 좋게 무를 써는 일까지 걱정하기도 전에, 두 여인네는 저녁에 동네 다른 여인네들까지 불러서 함께 썰어 주겠다며 벌써 전화를 돌리고 있습니다. 저녁을 먹은 후에 맥주 몇 병을 사들고 옆집 할머니 집에 들어서니, 방문 밖에서부터 벌써 칼도마 소리가 정겹게 들려옵니다. 방 안에는 우리 동네에서 젊은 축에 끼는 아줌마들은 다 모여 있었습니다. 어쩌면 올 겨울이 시작된 후에 이렇게 동네 여인네들이 모인 일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아들 하나 덜렁 낳아놓고 남편은 군대에 가버렸는데 시어머니는 모시틀에 올라가서 내려올 줄 모르지, 나는 잠이 왜 그렇게 쏟아지는지 벤소간에 앉아서 졸았어. 근데 꿈인지 생시인지 그렇게 선명하게 우리 수호 아부지가 군복을 입고 대문간으로 들어서쟎여. 놀라고 반가운 마음에 뛰쳐나간다는게 주저앉아 버렸당께.” 73세 김 경희 여사의 젊은 날의 추억담이 무 써는 소리 속에 한참이었습니다. “어머나 어쩐디야, 그래서 에피통에 빠졌남유?” 소녀처럼 여린 성격의 66세 이윤희 여사가 무 썰기를 멈추고 눈을 동그랗게 떴습니다. “잠깐, 에피통이 뭔데요? 혹시…”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로 시골 살이를 즐기고 있는 저한테 사소한 사투리 한 마디라도 그냥 놓칠 수가 없었지요. “에이, 또망말여. 그거 있쟎여.” 60세 김부자 여사가 에피통의 뜻을 설명해준다는 것이 또 다른 사투리를 불러왔습니다. “이잉! 또망? 웬 불어? 이거 충청도 사투리인지 불어인지 모르겠네…” 저는 다시 헛갈리고 말았습니다. “무수 쓰는데(무 써는데) 드럽게 똥수간 얘기는 다 나온디야. 가서 손들 씻고 와.” 깔끔하고 손맛이 좋기로 소문난 박명우 여사의 핀잔이 이어졌습니다. “저 잡것은 원판(어지간히) 깔끔도 떤다니께. 화장실 얘기만해도 손을 씻으러 다니면 오늘 이 많은 무수는 언제 다 쓸겄냐(썰겠냐)?” 박명우 여사와 절친한 친구 사이인, 우리 동네 멋쟁이 김순희 여사였습니다. 대화를 통해서 ‘에피통’과 ‘또망’의 뜻을 미루어 짐작을 할 수 있었지만 충청도 사투리가 불어 발음과 비슷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은 무 써는 일보다 저한테는 재미있는 일입니다. “그래서 에피통에 빠졌슈? 안빠졌슈?” “빠질뻔 했는데… 걸쳤지.” 김 경희 여사의 입담에 우리 동네 아줌마들의 시원한 웃음소리가 겨울밤을 가르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올해는 날이 춥지 않아서 폭폭 김장 짠지(김치) 시어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해가 바뀌게 생겼네. 또 한 살 더 먹으면 무신 재미로 사나?” 김 순희 여사가 무심한 세월 탓을 합니다. “얼라, 혼자 사는 우리도 있는데 서방 있는 것이 더하네.” 30대 초반에 남편과 사별하고 고만고만한 다섯 아이들과 사느라고 고생한 박명우 여사가 그냥 넘어갈 리가 없지요. “근데 제선 엄마 무수 쓰는 게 왜 그 모양이여. 우리가 해 놓은 거 보고 맞춰서 해야지. 작게 쓸면(썰면) 너무 말라서 먹을게 없쟎여.” 항상 동네 여인네들과 일을 하면 지적을 당하는 사람은 저 밖에 없습니다. “지금부터 우리 동네 아줌마들의 새해 소망을 들어보겠습니다.” 근엄하신 어르신들로부터 제일 나이 어린 제가 말 도마에 오르기 전에 얼른 화제를 돌렸습니다. “새해 소망은 무슨? 굴품하니께(출출하니까) 뭐라도 먹고 하자구. 그만들 칼 내려놓고 이쪽으로 모여 앉으랑께.” 도토리묵 한 사발과 떡 한 접시에 맥주 한 잔씩이 아줌마들한테 돌려졌습니다. 제가 나이가 젊은 탓인지 말발이 잘 먹히지도 않지만 정식으로 판을 벌리면 제대로 못하는 것이 우리 여인네들입니다. 하지만 맥주 기운이 조금씩 오르자 우리 여인네들은 대처에 나가서 사는 자식들이 불경기 안타고 사업 잘되고 자손들마다 잔병치레 없이 건강했으면 더 이상 원이 없다는 우리 한국 여인네들의 공통된 소원들을 그 날 모인 동네 아줌마들한테 다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철부지처럼 시골 마을에 끼어든 저의 소원은 새해에도 이 아줌마들과 같이 오순도순 같이 일을 하고 항상 재미있게 사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여인들이 더 나이 들기 전에 자식들, 남편보다 자신을 먼저 돌아보는 여유를 찾는 것입니다. 田 글 오수향 (ocho2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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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일기]여인네들의 추억속에 긴 겨울밤이 저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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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산책]肥한방과 비만
- 肥한방과 비만 비만은 각종 성인병의 요인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비만을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규정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가이드 라인을 제정 발표했다. 여기에 따르면 “비만으로 인한 성인병은 인류 전체가 앓고 있는 질환의 46퍼센트에 이르며, 전체 사망 원인의 59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수치는 2030년까지 전체 질환의 60퍼센트, 전체 사망 원인의 73퍼센트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WHO가 제시한 비만 치료의 핵심은 ‘식탁에서 지방과 설탕, 소금을 줄이라’는 것이다. 설탕은 위장에서 바로 흡수되는 단당류이기에 문제가 되는데, 이는 혈당을 급히 올려 췌장에 부담을 주어 당뇨와 같은 성인병을 일으킨다. 따라서 당분은 가급적 밥, 특히 현미 등 잡곡류를 통한 다당류로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금의 경우, 한국인들은 1일 권장치(5g)의 3배 가량 과다 섭취하는 것이 문제다. 비만의 원인은 몸의 불균형 일반적으로 비만은 인체 소모량보다 많은 열량을 섭취함으로써 체내지방이 형성돼 표준체중의 20퍼센트를 초과한 경우를 말한다. 대한비만학회의 자료를 통해 표준체중과 비만 체중을 살펴보자. 오늘날 한방에서는 비만의 원인을 담음, 어혈, 양허, 기허, 칠정(스트레스) 등으로 보기도 하고, 단순성이나 속발성 기타 원인으로 나누기도 한다. 또한 병인·병리상으로는 내인과 외인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인풋(In-Put : 들어오는 것)에 비해 아웃풋(Out-Put : 나가는 것)이 불균형을 이룰 때 발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살찌고 뚱뚱한 사람 중에는 인풋을 즐기려고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한다. 이런 과정이 인위적으로 지속되면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져 거식증을 앓기도 한다. 보고에 따르면 “다이어트를 하는 3명 중 1명은 거식증 경험이 있다”고 한다. 거식증은 물론, 600칼로리 이하의 극단적인 식이요법은 신체의 모든 대사 기능을 망가뜨림으로써 여러 가지 부작용을 일으킨다. 특히 성장을 위한 영양 섭취가 필수적인 청소년기의 무리한 다이어트는 신이 부여한 모성마저 상실케 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바람직한 다이어트는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요법을 병행해 신체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서서히 빼는 것이다. 고지방, 고당, 고염분 음식은 禁 인풋을 줄이려면 반드시 다음 사항들을 염두에 둬야 한다. 첫째, 하루 세끼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되 빵이나 과자 등의 밀가루 음식보다는 섬유소가 풍부한 우리 고유의 음식을 먹을 것. 밀가루 음식은 칼로리 문제와 함께 장이 활발히 움직이는 것을 방해하므로 자칫 변비를 유발할 수 있다. 둘째, 음식은 천천히 꼭꼭 씹어 먹을 것.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포만 중추는 식후 20분이 돼야 가동한다. 급하게 먹으면 실제로 포만에 이르렀음에도 그것을 느끼지 못해 과식을 하기 마련이다. 셋째, 가급적 저칼로리 음식을 먼저 먹을 것. 넷째, 고지방, 고당, 고염분의 패스트푸드류는 일체 금할 것. WHO는 지방을 전체 열량의 15∼30퍼센트 내에서 섭취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한국인의 평균 지방 섭취율은 19퍼센트 정도지만, 일주일에 한두 번 삼겹살 등 고기를 먹거나 자장면, 튀김 등 고지방식을 하면 그 비율이 30퍼센트를 넘게 된다. 다섯째, 스트레스(火)를 받지 말 것. 화기운이 오르면 비장이 자극을 받아 폭식을 할 위험이 있다. 파워 워킹, 반신욕 자주 할 것 아웃풋을 늘리려면 다음과 같은 점을 권한다. 첫째, 하루에 만 보 이상 파워 워킹(Power Walking : 걸으면서 양손을 90도로 굽혀 힘차게 앞뒤로 흔들며 걷는 법)을 할 것. 아프리카의 마사이족은 미국인보다 2배 이상의 고지방, 고칼로리식을 하고 채소도 거의 안 먹지만 콜레스테롤은 보통사람의 1/3 정도, 성인병 발생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이는 걷는 문화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둘째, 반신욕을 자주 할 것. 반신욕을 할 때,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온도다. 땀을 많이 흘리려고 수온을 높이곤 하는데, 이 경우 체내의 수분 상실이 커져 혈액의 점조도가 높아질 위험이 있다. 반신욕은 온몸의 기혈 흐름을 촉진한다는 차원에서 37∼39도 정도의 따뜻한 물에서, 땀이 촉촉이 배어 나올 정도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땀을 흘려 몸이 가라앉거나 피곤을 느낄 때에는 수온에 유념하면서 횟수를 조정해야 한다. 셋째, 녹차를 많이 마실 것. 녹차는 무칼로리 음료로 이를 마시고 운동을 하면, 지방이 에너지원으로 먼저 사용되므로 지방을 줄일 수 있다. 특히 “녹차로 하는 다이어트는 오랜 시간 해도 부작용이 없고, 요요현상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넷째, 수분을 충분히 흡수할 것.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물은 염분과 함께 먹지 않는 한 비만을 일으키지 않는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매일 1.5∼2리터 이상의 물만 마셔도 연간 3만6000칼로리의 에너지가 소모된다”고 한다. 이는 5킬로그램 분량의 지방을 태우는 것과 맞먹는다. 이처럼 물은 신체의 에너지 소비를 높이는 효과가 있지만, 음(陰)의 대표적 물질이라 음식(陽)이 소화되는 과정에 함께 먹으면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가급적 식후 2시간 이후에 마시고, 마신 뒤 2시간이 지나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단 저녁 6시부터 10시 사이에는 식사와 상관없이 충분히 마셔도 된다. 비만과 관련해서 특히 주의할 것은 냉증이다. 냉증은 신체의 전체, 혹 부분이 찬 것을 말하기도 하지만, 상열하냉처럼 열의 분포가 왜곡된 것도 포함한다. 온열동물인 인간은 냉기 속에서는 바른 생리작용이 어려워 지방층(비만)이라는 덧옷을 입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항상 손발과 아랫배, 하체를 따뜻하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냉음료의 과다 섭취나 과식을 피하는 것이 좋다. 田 글 명성환<장수한의원 원장> 글쓴이 명성환 님은 서울대 외교학과 학·석사를 거쳐 영문잡지 및 벤쳐캐피탈에서 근무하다가 뒤늦게 한의학에 입문하여 세명대 한의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장수한의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문의 : 011-9782-4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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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산책] 한방과 물
- [동의보감]에는 물의 중요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사람의 수명과 살찌고 마르는차이가 흙과물의 차이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하면서 질병 치료에는 필히 맑은샘물이 필요하며, 더럽고 흐리고 미지근한 물은 피할 것을 권한다. 이처럼 한방에서는 흔한 물도 그것이 인체의 생리에 미치는 영향을 세심히 관찰하고 신중하게 사용했다. 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몸의 65~75퍼센트가 물로 구성돼 있다. 혈액은 83퍼센트, 심장은 79퍼센트, 비장과 근육은 75퍼센트 가물이다. 하나의 세포만 살펴봐도, 물이 약9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성인이 음용 호흡 각종음식물을 통해 하루에 섭취하는 물의 양은 2.5리터 정도다. 반대로 대소변과 땀, 호흡으로 배출하는 것 또한 2.5리터 정도라고 한다. 물이 몸에서 하는 일은 세포의 형태를유지하며 대사작용을 높이고 혈액과 조직액의 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영양소를 용해시키며, 이를 흡수 운반해서 필요한세포로 공급하고 불필요한 노폐물을 체외로 배설시키고 혈액을 중성 내지 알칼리성으로 유지하고 체내의 열을 발산시켜 체온을 조절하고 관절과 뼈마디의 움직임을 원활하게 하고 소장과 대장에서 음식물을 녹이고 희석시켜 소화 흡수를 돕는 역할을 한다. 이렇듯 물은 매우 중요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경홀히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는 물이 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듯하다. 하지만 <물, 치료의 핵심이다>의저자 F뱃맨겔리지 박사는 "많은 질병이체내의 수분 부족과 관련해 발생한다" 고한다. 사람들은 갈증을 느낄 래만 체내에수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구강건조가 없더라도 수분 부족 상태는 발생할 수 있고, 이것이 여러 가지 질병을일으키는 단초가 된다는 것이다. 물의 종류 이처럼 중요한 물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떻게 마시는 게 좋을까? 얼마 전 신문보도에 수돗물이 건강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기사가 실렸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은 수돗물을 마시지 않는다. 그 이유는 수도 배수관의 노후화로 깨끗한 물을 공급받지 못한다고 생각하거나, 수돗물 자체를 믿지 못하기때문이다. 따라서 사람들 대부분은 정수기 물이나 약수 생수를 마신다. 모두 좋은 방법이지만 정수기 물은 필터를 규칙적으로 교체하지 않으면 세균이 오히려더 증식할 수 있고, 생수 역시 믿을 만한회사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전해환원수 나이온수를 만드는 기기를 구입 , 물에 건강개념을 도입해 마시는사람들도 있다 최근에는 인간의 생체 수에 가까운 물인 파이워터나 일본에서 강력한 항산화 음료수로 시판되는 EM-X, 중국의 양진화 교수가 콩을 특수 배양해 기적의 치료음료로 개발한 851생천 등 단순한 갈증 해소의목적이 아닌 질병 치료의 보조수단으로 이용하는 물도 소개되고 있다. 이런 기능성 물들은 비록 만병통치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지 않은 임상사례를 통해 유의성 있는 치병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건강 유지와 질병치료의 보조수단으로 이러한 물을 마시는 사람이 늘것으로 본다. 한편 이와는 별개로,물에 피라미드/히란야 수정체를 넣거나, 옴진동수를 공명시켜 특수한 기능수로 전환해 마시고도있다. 특수한 기(氣)를 이용해 물의 구조를 변화시키고, 그것으로 체질 개선을 도모한다는 취지인데, 실제로 이를 통해 적지 않은 효과를 봤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흔히 물은 미네랄이 풍부하고, 클러스터가 작아 쉽게 흡수되는 육각수가 몸에좋다고 한다. 이렇게 미네랄이 풍부한 물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가 하면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미네랄은 채소나 음식 과일 속에 풍부한 유기미네랄 같은 것인데, 물 속의 것은 무기미네랄이라 오히려 혈액을 탁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고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순수한 물인 증류수를 음용함으로써 체질이 개선될뿐 아니라 난치성 질환 치료에도 효과를볼 수 있다며 많은 임상사례를 제시하기도 한다(여기에 불순물을 완전 제거한 순수 소금을 적당량 섞어 마시면, 체내의 노폐물을 제거하는 효과가 배증된다고 한다) 실제로 미국에선 생수와 아울러 증류수를 일반인이 구매하도록 슈퍼에서 판매하는데, 그 시장 규모는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네랄이 풍부한 일반 물과 증류수 중어떤 것이 더 우리 몸에 좋은가 하는 논란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증류수를 오랫동안 시음해 본 경험이 있는 필자의 견해는 몸에 필요한 미네랄을 과일이나 채소를 통해 충분히 섭취할 수만 있다면, 증류수의 복용이 우리 몸에 결코 해롭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방에 기화라는 개념이 있다. 이것은 섭취된 물질이 우리 몸 속에서 여러 다른 물질로 변용되는 생명대사 과정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 관점에서 볼때 무기미네랄을 우리 몸에 보다 유용한것으로 업그레이드시키려면 유기미네랄보다 그 과정이 길고,복잡할 것으로 사료된다. 그만큼 불필요한 생명력이 소요될것이기에 몸에 필요한 미네랄은 가급적 신선한 과일과야채, 곡식 등을 통해 섭취하는 게 바람직하다. 물마시는 방법 물은 어떻게 마시는 것이 좋을까? 어느 양 의학자는 새벽에 일어나 냉수를 한두컵 들이키는 것이 잠들어 있던 세포 조직을 각성시키고, 변비를 예방하는데 좋다고 한다. 반면 어느 민간의학자는그 반대로 태양이 떠오르는 시간의 음수를 금할 것을 주장한다. 양의 기운이 승할때, 물을 마시면 음양이 상충하여 불(신체의 기능)이 꺼져, 그 결과 찌꺼기(노폐물)가 생겨 피가 탁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물은 가급적 음의 시간대인 저녁6시부터 10시 사이에 충분히 마시라고한다. 식사시간에는 물(국)을 함께 마시지 않는 게 좋고, 꼭 먹고 싶다면 식후 2시간 후에 하고, 또 물을 마셨으면 2시간이 지난 다음 식사할 것도 주문한다. 실제로 식사 중에 물을 마시면 위내 소화액이 희석돼 불완전 소화가 되면서 위장 질환이 일어날 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국 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에 위장병 환자가유독 많은 까닭도 그런 맥락에서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서로 상반되는 두 견해 중 어떤것이 옳을까? 필자 생각으로는 두 주장모두 일리가 있다고 본다. 인체는 자연의물질과는 달리 생명적 항상성을 유지하는능력을 가지고 있다. 건강한 사람은 신체생리조건에 역행하는 외부 자극이 가해지더라도 그것에 응전하여 체질을 강화하는 적극적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예컨대등산처럼 힘든 운동을 하더라도, 우리 몸이 그것을 견뎌내는 근육과 힘을 만들어내 듯 말이다. 하지만 이런 역량이 결여돼있는 사람이라면, 지나친 운동은 오히려몸에 해가 될 수 있다. 새벽에 마시는 한두 잔의 물은 대개 우리 몸에 큰 무리를 주지 않고,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기력이 부족한 환자의 경우, 오히려 물과 음식을 따로 하는 음수 복용법이 음양의 이치상 보다 타당하리라고 본다. 글 명성환(장수한의원 원장) 글쓴이 명성환은 서울대 외교학과 학 • 석사를 거쳐 영문잡지 및 벤쳐캐피탈에서근무하다가 뒤늦게 한의학에 입문하여 세명대 한의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장수한의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문의 : 02-2282-5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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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산책] 한방과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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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일기]우리 배추들이 이만큼 컸습니다
- 제선 엄마, 우리 밭에 한번이라도 가본 겨? 요새 가물어서 아침저녁으로 물을 줘야 하는디……. 내가 몸은 서울에 와 있어도 맘은 온통 거기 우리 배추들한테 가 있당께.” 시동생의 장례식 때문에 서울에 갔다가 딸네 집에서 며칠 머물게 된 옆집 할머니는, 우리 텃밭에 심은 배추들의 안부가 궁금해서 나한테 이렇게 전화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가을 뒤늦게 놀고 있는 우리 빈 밭에 김장거리를 심은 옆집 할머니는 ‘무늬만 농사꾼’인 우리보다 열심히 밭을 돌보고 가꾸었습니다. 마흔네 살에 혼자 돼서 작년까지 모시를 짜서 5남매를 교육시켜 출가시킨 옆집 할머니는 올해부터는 힘에 부쳐서 그런지 모시짜기를 그만 두었습니다. 그냥 저냥 소일로 세월을 보내던 할머니가 우리 빈 밭에 배추나 심자고 한 것이 어느새 무, 마늘, 양파, 시금치, 쪽파 등의 양념까지 요모조모 알뜰하게 자라게 되었습니다. 봄에 고추나 콩을 심었다가 가을에 수확을 하고 나면 잡풀들이 무성한 채 잊혀졌던 우리 밭이 겨울에도 그 쓰임새를 찾게 된 것은 순전히 우리 옆집 할머니 덕택입니다. 옆집 할머니가 문 앞에 “운동장 채소밧태 가 있습니다” 라고 쓴 쪽지까지 붙여 놓고는 짧은 가을날의 대부분을 텃밭에서 보내자, 마실을 왔던 동네사람들이 우리 텃밭으로 할머니를 찾아오면서 우리 텃밭은 동네 사랑방이 되었습니다. 배추를 심고 밭이랑을 만들고 하는 일은 할머니와 함께 했지만 농사일이 아직도 몸에 배지 않아 건성인 우리와는 달리 옆집 할머니가 텃밭에 들이는 정성은 과히 어린아이 돌보는 수준입니다. 작년까지 외손자인 용석이를 키워줄 때도 못 보았던 애정 어린 눈빛을 텃밭 농사를 지으면서 여러 번 보았습니다. “엊저녁에 못 나와 봤더니 우리 배추들이 오늘은 주인 할머니가 안 오시나 하며 기다리는 것 같아서 잠도 설쳤다니께. 시금치는 빨리 솎아달라고 하고 쪽파들은 밤새 잘 주무셨냐고 나한테 인사를 하는 것 같드라니께.” 농사를 짓는 건지 어린아이를 돌보는 건지 구분이 안 될 정도입니다. 이렇게 옆집 할머니가 아침저녁으로 나와서 배추들과 대화를 나누고 쓰다듬어 준 덕택에 척박하기만 했던 우리 텃밭은 생기를 되찾았습니다. 하지만 옆집 할머니 덕을 톡톡히 보며 느긋하게 김장할 날을 기다리던 나한테 텃밭 돌보는 일이 돌아 온 것은 옆집 할머니의 오랜 출타 때문입니다. 갑작스런 시동생의 부고를 받고, 서울에 올라간 할머니는 무려 보름 동안이나 집을 떠나 있게 되었습니다. 하필이면 그 사이에는 햇살도 따갑고 비도 한번 내리지 않는 건조한 날씨가 이어졌습니다. 이틀이나 사흘이면 서울에서 일을 보고 내려와서 텃밭에 꼬부리고 앉아 있을 줄 알았던 할머니는 외유가 길어지자 이틀이 멀다하고 저한테 전화를 넣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옆집 할머니의 전화 채근에 마지못해 오랜만에 텃밭에 나왔더니 왠지 옆집 할머니가 있을 때는 생기가 돌던 채소들이 기운을 잃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수도에 호스를 연결해 물을 주며 저도 배추들과의 대화를 시도해 보았습니다. “안녕, 배추들아 할머니가 서울에 가셔서 오늘은 내가 물을 준다. 맛있게 먹어라” 한평생 해온 농사일이 몸에 붙어서 본능이 되어버린 옆집 할머니의 발길과 이제 시골살이에 적응을 한 생초보인 우리의 발길은 어쩐지 배추들도 알아보는 듯 했습니다. 그러면서 할머니의 익숙한 손길이 그립다고 아우성을 치는 듯 했습니다. 그렇게 두 번쯤 물을 준 것으로 만족을 한 나는 텃밭에 가는 일을 소홀히 했습니다. 생활에 있어서 텃밭 가꾸는 일이 우선 순위가 아닌 우리는 할머니만큼 정성을 쏟을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채소들의 생태에도 문외한이기 때문에 그만하면 잘 자라려니 했습니다. 시골사람 흉내만 내고 있을 뿐 몸으로 하는 일보다 머리로 하는 일에 익숙한 근성을 버리지 못한 우리에게 텃밭 돌보는 일은 아직도 몸에 붙지 않은 탓도 있습니다. “무수(무)는 겉잎파리를 떼어줘야 밑이 드는겨. 노인네가 서울서 제선네 못미덥다고 가보라고 성화를 대서 왔다가 아예 내가 떼 주고 가는 편이 나을 것 같아서 떼 왔으니 짠지 담으려면 담고 시래기로 말리려면 말리랑께” 밖에서 부르는 소리에 현관문을 열어보니 뒷골 아줌마가 무청을 한 다발이나 들고 있었습니다. 우리의 허술한 텃밭 관리를 못 믿은 옆집 할머니는 서울 딸네 집에서 전화로 동네 사람들에게 부탁을 한 것입니다. “새벽 댓바람부터 노인네가 전화로 쪽파랑 알타리 무수 좀 솎아 달라고 혀서 와 봤다니께. 채전밭 못 믿어서 어치게 서울서 앉어 있는지 몰러.” 오늘은 은경이 엄마가 우리 집 텃밭 일에 불려 나와 싫지 않게 투덜거리며 알타리 무를 솎아주고 갔습니다. 마치 젖먹이를 미숙한 보모한테 맡기고 간 듯 옆집 할머니는 동네 사람들을 원격조종해 우리 텃밭에 다녀가도록 한 것입니다. 그후에도 내가 텃밭에 나가 볼 때마다 동네 사람 누군가가 다녀간 흔적이 남아 있었던 덕에 나는 우렁 각시가 차려 놓은 밥상을 받은 기분이 들곤 했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우리 텃밭은 동네 사람 모두의 텃밭이 되어 버렸습니다. “우리 배추들이 인제서야 나를 보고 웃고 무수 이파리들은 고맙다고 하쟎여. 제선 엄마는 그런 거 아는감? 물이 부족해서 벌겋게 타들어 가던 쪽파들도 주인네를 알아보고 퍼렇게 살아나는 게 안 보이남….” 할머니가 출타한 동안 동네 사람들이 번갈아 다녀갔다고는 하지만 그동안 가는 비 한 자락 오지 않았던 탓에 우리 텃밭에도 물이 부족했던 모양입니다. 보름 만에 서울에서 내려온 할머니는 식전에 벌써 텃밭을 한바퀴 둘러보고 물을 대주고 왔습니다. “제선 엄마, 오늘은 양파 묘 좀 사다가 심어야 하니께 장에 좀 같이 가자고….” 김장철이 낼모레이고 엄동설한이 코앞인데 우리 텃밭에는 아직도 뭔가를 심을 일이 끝나지 않은 모양입니다. 田 글 오수향 (ocho2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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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일기]우리 배추들이 이만큼 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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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산책]한방과 건강식이법
- 건·강·산·책 한방과 건강식이법 웰빙 문화가 확산되면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바른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그럼 바르게 먹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자기 몸에 유익하게 먹는 것을 말한다. 아무리 맛있고 영양가 높은 음식이라도 몸에 맞지 않고, 도리어 해가 된다면 아니 먹는 만 못할 것이다. 이번 호에는 한방과 건강식이법에 대해 살펴본다. 사람은 모두 고유의 체질(體質)이 있다. 태어날 때부터 지니는 몸의 생리적 성질이나 건강상의 특질을 말한다. 체질에 따라 같은 병이라도 그 증세가 다르고,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반응이 다르게 나타난다. 어떤 건강 연구가는 현미가 인체 건강에 미치는 유익성에 대해 열변을 토한 바 있다. 물론 현미는 아주 좋은 식품이다. 자료에 따르면 현미는 영양학적으로 매우 균형적이고 완성도 높은 식품으로, 양질의 식물성 단백질을 비롯해 지방과 칼슘, 인, 나트륨, 철 등의 미네랄 유(類)와 비타민 B1, B2, B6, 비타민E 등의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다. 현미의 쌀겨는 소화가 안 되는 반면, 변의 양을 많게 하고 장의 연동운동을 도와 변비를 해소하고, 변이 장내에 머무는 시간을 줄여 유해물질의 흡수를 막아냄으로써 대장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이렇듯 현미는 좋은 식품이지만, 그렇다고 모두에게 다 유익한 것은 아니다. 웰빙에 맞는 먹거리 필자의 지인(知人) 중 한 명은 아내가 건강식으로 정성껏 차린 현미식을 6개월 정도 먹고 속을 다 버렸다고 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현미는 한방의 오행(木·火·土·金·水) 중 금의 기운〔金氣〕을 많이 담고 있는 대표 식품이기 때문이다. 금기는 우리 몸에서 폐장과 대장을 돕지만 과하면 간장과 담낭, 심장과 소장을 억누르는 효과가 있다. 금의 기운이 목의 기운을 누르므로〔金剋木〕, 목의 기운이 약해져 화의 기운을 돕지〔木生火〕 못하기 때문이다. 앞에서 현미를 예찬했던 건강 연구가는 체질상 목의 기운인 간장·담낭과 심장·소장이 강한 체질이었을 것이다. 당연히 이 강한 기운을 눌러주는 식품(금의 기운 식품)이 필요했고, 그것이 몸에 맞았다. 하지만 현미를 먹고 고생했던 사람은 체질적으로 이미 금의 기운이 강했다. 당연히 현미나 율무와 같이 금의 기운을 보(補)하는 식품을 가급적 적게 먹으면서, 심장·소장과 간장·담낭을 보하는 수수나 보리, 밀가루 등을 보다 많이 먹어야 좋은 체질인 것이다. 우리 몸에는 일반적으로 오장육부(정확히 육장육부 : 심포 삼초)가 있다. 이 중에 간장·담낭은 목기(木氣), 심장·소장은 화기(火氣), 비장·위장은 토기(土氣), 폐장·대장은 금기(金氣), 신장·방광은 수기(水氣)를 가지고 있다. 이 장부들이 모두 실(實 : 튼튼)하고 서로 균형을 이루면 좋으련만, 사람들은 대개 장부간의 기능적 대소(大小) 관계가 다르게 태어난다. 어떤 이는 간장·담낭이 실한가 하면, 어떤 이는 폐장·대장이 실하기도 하다. 또 어떤 이는 심장·소장이 실한가 하면, 어떤 이는 그것이 약하면서 신장·방광이 실하다. 이처럼 장부의 대소 관계가 다르기에 강한 장부는 기운을 좀 낮춰주고, 약한 장부는 기운을 북돋아 주게끔 하는 식사가 가장 좋은 식이법이다. 음양오행 체질과 식이법 다행히도 모든 이들의 장부적 대소 관계의 체질 상황은 얼굴 모습을 통해 알 수 있다. 목형체질 간장·담낭이 실한 사람은 목형체질이라 하는데, 얼굴이 직사각형처럼 길쭉하다. 영국의 찰스 황태자가 그 체질에 속한다. 이런 사람은 간담을 보하는 시고 새콤한 음식은 줄이고, 맵거나 단 음식을 많이 먹어야 한다. 화형체질 심장·소장이 실한 사람은 화형체질로, 이마 부위가 넓은데 반해 턱이 좁아 얼굴이 역삼각형으로 보인다. 이런 사람은 심장·소장을 보하는 쓴 음식을 가급적 피하고, 맵거나 짠 음식을 보다 많이 먹는 게 좋다. 토형체질 비장·위장이 좋은 토형체질은 언뜻 보아 얼굴이 동그랗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얼굴이 넓적하면서(金) 둥근 편(土)인데, 토형체질이 보다 중심이 되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사람은 단 음식은 가급적 줄이고, 시거나 새콤한 음식과 짭짤한 음식을 많이 먹는 게 좋다. 금형체질 얼굴이 개그맨 김진수나 박경림처럼 네모난 사람은 폐장·대장이 실한 체질이다. 당연히 매운 음식은 피하면서, 시고 새콤한 음식과 쓴 음식을 많이 먹는 게 좋다. 수형체질 얼굴이 삼각형으로 생긴 사람이 있다. 이마가 좁고 작은데 비해 하관 이하가 넓어 보이는 얼굴로, 신장·방광이 실하다. 짠 음식을 적게 먹으면서 쓰고 단 음식을 많이 먹어야 한다. 물론 사람들의 체질은 이렇게 엄격하게 구별되기보다는 두어 가지가 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연예인들은 신명이 많고, 화려한(?) 성격들을 가지고 있다. 대개 화형의 체질적 특성을 중심으로 목기나 토기가 적절히 섞여 화목이나 목화형, 또는 화토나 토화형 체질을 보이곤 한다. 전자는 얼굴이 길쭉하면서 역삼각형으로 보이고(이태란, 정보석), 후자는 역삼각형의 얼굴형이지만, 왠지 이마 쪽을 중심으로 동그랗게 보이는 얼굴형을 하고 있다(대부분의 젊은 탤런트). 이런 사람들은 두 개의 체질 중에 보다 대표적인 체질을 중심체질, 나머지는 보조체질로 보고 위의 식이공식에 맞게 식품을 택해 먹으면 된다. 田 글 명성환(장수한의원 원장) ∴글쓴이 명성환은 서울대 외교학과 학·석사를 거쳐 영문잡지 및 벤쳐캐피탈에서 근무하다가 뒤늦게 한의학에 입문하여 세명대 한의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장수한의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문의 : 02-2282-6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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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산책]한방과 건강식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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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 자연을 옮기며 사는 황토연구가 김정덕
- 생활 속에 자연을 옮기며 사는 황토연구가 김정덕 《황토집과 자연건강법》이란 책을 통해 생활 속에서 자연을 실천하며 사는 김정덕 씨. 충남 천안시 병천면의 황토집에서 생활한 지 16년째인 그는 늘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을 맞느라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내고 있다. 일본에서 전공한 의상디자인과는 별도로 자연 속에서 모든 생활을 실천하는 일본인의 삶의 모습에 관심을 갖게 됐고, 지금까지 그러한 생활을 꾸준히 연구하며 지내고 있다. 자연 그대로를 입고, 먹고, 마시고 하는 그의 생활은 한마디로 요즘 회자되는 ‘웰빙(Well-Being)’으로 표현할 수 있다.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잘 먹고 잘 사는 것에 대한 김정덕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집 입구 초가지붕 정자와 백일홍의 붉은 빛이 푸른 하늘과 어우러진 모습에 감탄하고 있을 무렵, 집 안에서 김정덕 씨가 나오며 인사를 건넨다. 1935년생이라는 자료를 보고 하얗게 센머리에 연로한 할머니의 모습을 상상했지만, 이내 그 생각을 지워버리게 한 정정한 모습에 잠시 놀라게 된다. 마당에 심은 꽃과 처음 보는 식물들의 이름을 물어보며, 처음 안내를 받은 곳은 ‘약방’이라고 부르는 황토방. 허리를 깊이 숙이고 들어가야 할 만큼 작은 방문과 낮은 천장이 다락방을 연상케 하는 곳이다. 이곳을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이라며 직접 풀을 먹여 씌운 이불을 끌어다 주는 손길이 마치 시골 외할머니댁을 찾은 느낌이다. 온돌방의 매력을 담은 작업실 김정덕 씨가 사는 집은 크게 3동으로 나뉘어져 있다. 약방과 거실이 있는 동과 살림채, 2003년에 완공한 서재로 구성돼 있다. 심야전기보일러와 온돌을 겸용한 약방은, 방 안에 개수대를 마련해 차 준비를 할 수 있게 했다. 약방에 들어온 사람들은 분위기에 푹 빠져들어 좀체 밖으로 나가기 싫어한다고 한다. 방문한 날에도 가을바람의 차가운 기운이 계속 됐고, 덕분에 따뜻한 온돌방의 기운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먹거리를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자연소재인 황토에 관심을 갖게 됐다. 김정덕 씨는 그간의 노하우를 오산주택에 제공하면서 황토방 보급에 힘쓰고 있다. 1년간의 공사 끝에 2003년 완공한 서재는 외관이 깔끔한데 방 안에는 아늑한 분위기에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을 정도다. 닥종이로 벽을 바르고, 차를 마시게끔 이곳에도 개수대를 설치했다. 황토방에 걸맞게 방에는 옛 정취 물씬 풍기는 소품들로 꾸며 놓았다. 약방과 서재에는 히말라야에서 들여온 ‘암염(岩鹽)’이 있는데, 전등 주변에 놓아두면 스탠드를 대신할 만큼 아름다운 조명을 낸다고 한다. 안살림을 사는 살림채에서는 손님에게 대접할 각종 차를 준비하느라 늘 며느리의 손길이 바쁘다. 이곳에는 김정덕 씨의 작업실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바느질방’이다. 의상디자인을 전공한 만큼 자신이 입는 옷을 손수 수선하면서 다양한 작품을 만드는 공간이다. 각 동마다 어김없이 자리한 작업실은 바쁜 그의 생활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김정덕 씨가 이곳에 자리잡은 것은 1988년. 도심에서 살다가 전원으로 터를 옮기기란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처음 전원생활을 시작했을 때 어땠느냐는 질문에 진작에 내려올 걸 하는 후회가 가장 먼저 들었다고. “서울에선 늘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지 바쁘게 지내면서 계절이 변하는 모습에도 별다른 감흥을 못 느꼈죠. 하지만 이곳에서 전원생활을 하면서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됐어요. 그게 가장 달라진 점이죠. 계절마다 달라지는 주변 풍경들, 시원하고 추운 바람도 모두 그대로 받아들이며 느끼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게 무척이나 고맙게 느껴지더군요.” 풍선넝쿨이란 식물에 ‘삼위일체성령님’이란 이름을 지어줄 정도로 작은 식물 하나에서도 큰 사랑을 발견하는 그다. 이처럼 자연을 가까이 느끼면서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늘 변화하는 생활의 흐름을 잃지 않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일본에서 오랫동안 생활할 땐 《가정화보》라는 잡지를 즐겨봤는데, 지금까지도 그 책을 정기구독하고 있다. 다양한 볼거리와 집안을 꾸미는 방법 등을 보며 직접 하지는 않더라도, 분위기를 읽을 줄 아는 안목을 키우려는 것이다. 찻잔을 촬영할 때에, 테이블 받침을 챙기는 모습에 그의 세심한 센스가 엿보인다. 자연 속에 건강한 삶이 있어 32살이란 늦은 나이에 일본에서 시작한 의상디자인 공부는 미국 유학길로까지 이어져 잘 진행됐지만 그는 민간요법에 관심이 더 많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수촌인 오시마(大島)지역 등을 직접 찾아 장수 노인들의 생활을 분석하고, 먹거리를 찾아가며 얻는 새로운 지식의 기쁨이란, 마음을 뻐근하게, 얼굴에 붉은 열이 올라 상기될 만큼 매력적이었다고. 늦은 나이에 다시 학생으로 돌아간 때라서 일반 학생들보다는 여유가 있었고, 관망하는 자세로 생활에 임한 것이 더 도움이 된 듯 하단다. ‘대체의학’이란 말도 있지만, 그는 굳이 의학이란 말을 빼고라도 자연 그대로 자연 안에서 우리 몸을 충분히 건강하게 유지시킬 수 있다고 여긴다. 그런 생각은 그의 생활을 지금까지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데 있어 중심이 되고 있다. 매일아침 일어나 25분 동안 풍욕(風浴)을 즐기고, 맨드라미 잎을 따다 김치를 만들고, 백일홍과 천일홍 꽃잎을 따다 차를 만드는 등 자연을 생활 속으로 옮겨 쓰는 삶을 실천하고 있다. 김정덕 씨는 자연식을 위주로 하는 음식점에 음식과 관련된 카운셀링을 하며, 수익을 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앞으로도 이와 같은 카운셀링과 함께 《壽테크》라는 사보에 〈김정덕의 웰빙라이프〉를 진행한 기사를 모아 책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산모를 위한 산후 전후의 건강 관리법에 관한 자료도 수집단계에 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중간에도 그의 전화는 계속해서 벨소리를 내느라 바빴다. ‘들꽃피는 언덕’이란 음식점의 주인이 민들레 김치와 오이지가 맛이 너무 잘 들어 손님들의 반응이 좋다는 내용이다. 인터뷰가 끝난 후에도 두 팀의 방문객이 찾아왔다. 전원생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활을 내보이며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전원에서 살려면 무엇보다 자연에 절대적으로 순응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여름에 더운 바람이 불면 더운 대로 손부채나 부채를 사용해 차분히 더위를 가라앉히고, 겨울에는 추운 대로 불을 떼면서 살아야죠. 요즘에는 방 안에서 반팔만으로 사계절을 나잖아요. 난방이 잘 돼 그런지, 계절에 동화되지 못한 채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자연 환경에 동화되는 것이 전원생활의 기본인데 말예요.” 글 조영옥 기자 / 사진 김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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