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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동안 건축주가 직접 지은 제주 쌍둥이 주택
- 누구나 꿈을 꾼다. 지금은 할 수 없으나, 후에 어떤 사람이 되겠다거나 무언가를 가지겠다는 꿈. 제주 쌍둥이 주택 건축주 이승우 씨도 마찬가지였다. ‘창문이 넓고 시야가 트인 집’에 살기를 바랐다. 시작하면 이루게 돼있단 생각으로 땅을 샀고 도면을 그렸다. 착공한지 3년이 지난 2019년 3월, 건축주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지은 멋진 주택을 완성했다 글 사진 이상현 기자 취재협조 건축주 이승우 HOUSE NOTEDATA위치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일주서로지역/지구 계획관리지역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대지면적 359.00㎡(108.59평)건축면적 120.60㎡(36.48평)건폐율 33.59%(법정 40% 이하)연면적 194.34㎡(58.78평)1층 116.64㎡(35.28평)2층 77.70㎡(23.50평)용적률 54.13%(법정 80% 이하)설계기간 2016년 1월~5월 공사기간 2016년 5월~2019년 3월설계 건축주인허가 대행 가온건축사사무소시공 건축주 직영 MATERIAL외부마감 지붕 - 슬래브 벽 - 현무암, 스타코, 루버 데크 - 포세린타일내부마감 천장 - 타이켄벽지 벽 - 에코카라트, 무늬목패널 바닥 - 원목마루계단실 디딤판 - 미송 T38 난간 - 평철단열재 지붕 - 비드법 2종 2호 T200 장선 - 비드법 2종 2호 T150 내벽 - 열 반사 단열재창호 시스템창호(LG하우시스)현관문 양개 방화문조명 LED주방가구 이케아(싱크대)위생기구 아메리칸 스탠다드난방기구 기름보일러 현관은 화이트 톤을 바탕으로 중문에 색을 달리해 포인트를 줬다. 좌측에 집에 오자마자 손을 씻을 수 있는 수전을 두고, 우측에 하단을 띄운 붙박이 신발장을 설치했다. 더불어 중문은 자동문으로 설치해 기능성과 편의성을 동시에 갖췄다. 남들보다 조금 일찍 공직에서 퇴직하고 사업체를 운영했던 건축주는 은퇴도 조금 서둘렀다. 도시 속에서 바쁜 삶을 살아내기란 누구나 어렵고 건축주도 마찬가지였다. 아내 이영란 씨와 함께 여행으로 왔던 제주도는 건축주에게 포근하고 안락한 지상낙원과 같았다. 건축주는 몇 번 더 제주도에 놀러왔고, 문득 여기에다 집을 짓고 인생 2막을 시작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단다. “건물들에 둘러싸여 사는 것이 답답함으로 다가오는 때가 있어요. 그때마다 어릴 때 꿈꾸던 것이 생각나더군요. 고시원, 반지하집 등 창문이 없거나 적은 곳에서 살던 젊은 시절에 ‘나중에 창문이 크고 앞에 넓은 들판이 보이는 곳에 살아야지’했던 바람이요. 결혼 후 아파트에도 살았지만 충족되지 않던 그 마음을 채워보기로 했습니다.” 제주는 습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조습 기능과 탈취 기능이 우수하다고 알려진 에코카라트를 사용해 마감한 거실. 천장등도 밝기 조절이 가능한 LED 등을 달았다. 또한, 주광색과 백색으로 분위기에 따라 선택할 수도 있다. 벽면마다 무늬는 조금씩 다르지만, 색상을 통일해 일체감을 줬다. 작은방에서 안방 문까지 ‘一’자로 간접등박스를 설치해 심리적으로 이곳이 복도임을 인지시킨다. 소파 뒤로는 벽면을 조금 후퇴시킨 작은 액자형 갤러리를 만들었다. INTERIOT POINT!편의성과 디자인이 강화된 프리미엄 창호 LG하우시스 Z:IN 시스템창호 ‘유로시스템9’ 사계절 아름다운 제주도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창호로는 LG하우시스 지인 시스템창호가 제격이다. LG하우시스 지인의 시스템 창호 ‘유로시스템9’은 원목 감성을 담은 고품격 프레임 디자인에 차단력을 높이는 기능성 하드웨어가 적용된 프리미엄 창호다. 창틀 안쪽까지 우드 커버로 마감해 원목 특유의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을 극대화했으며, 창틀 레일에도 우드 패턴의 커버를 씌워 디자인 완성도를 높였다. 원하는 사용 방식에 따라 Lift & Slide 개폐 방식과 Tilt & Turn 개폐 방식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Lift & Slide 개폐 방식은 창을 닫았을 때 창틀과 창짝이 확실하게 밀착돼 단열성과 기밀 성능이 우수하다. 특히, 외부 미세먼지가 실내로 유입되는 것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어 공간에 쾌적함을 더한다. 주방은 ‘ㄷ’자형으로 싱크대와 상부장 크기에 맞춰 기성품으로 완성했다. 수전을 안팎에 모두 설치해 공간 활용과 편의성을 높였다. 아내가 일하면서도 심심하지 않도록 벽면에 TV도 설치했다. 주방 오른쪽에 보조주방을 둬 수납공간이 여유롭다. 테이블 옆 수납장은 건축주가 남은 목재로 만든 후 시트지를 붙여 완성한 것이다. 아래에 난로를 설치해 겨울엔 따듯한 감성이 더해질 듯하다. 파우더룸, 드레스룸, 욕실까지 한데 모은 안방. 협탁 대신 침대 머리맡에 거실처럼 벽면을 일부를 후퇴시켜 작은 공간을 냈다. 덕분에 공간이 조금 더 깔끔해 보인다. 건축주는 “안방도 큰 창호를 설치하고 싶었지만, 아내와 상의 후에 혹시 모를 프라이버시를 위해서 작은 창호로 변경했다”고 한다. 맨 땅에 헤딩건축주는 주변 환경과 예산을 기준으로 제주도 이곳저곳을 찾다가 지금의 감귤밭을 봤다. 약 천 평 되는 크기로 대지 끝에 주택을 지으면 공연장 같이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곳이었다. 더 마음에 드는 곳이 없는 데다 이곳 땅이 한적하면서도 주변 관광지와 시내가 차로 10분 이내라 편의시설을 이용하기 편리한 점도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보통 땅을 사면 건축사사무소를 찾아 주택 설계를 맡기지만, 건축주는 직접 평면도를 그렸다. 아파트의 편리한 동선, 통유리로 마감해 시야가 뚫린 공간, 지인이 찾아와도 머무를 수 있는 게스트룸을 필수 공간으로 기준을 잡고 여러 도면을 참고해 평면도를 그렸다. 인허가용 도면만 건축사사무소에 맡겼다. 게다가 시공도 직접 진행했다. “시공업체에 맡길까도 생각했지만, 직영 시공팀이 제주도까지 와서 하는 곳은 별로 없는 데다 온다 해도 인건비가 비싸더군요. 그래서 직접 해보기로 마음먹었죠. 저는 집짓기 전에 삽도 잡아본 적이 없었고, 수평계도 처음 봤습니다.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배웠죠. 쉽지 않았지만 3년의 시간을 통해 준전문가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혹시나 집에 하자가 발생하더라도 바로 짐작하고 고칠 수 있거든요.” 건축주는 처음부터 모든 걸 정하지 않았다. 아는 것이 없었기에 시공하면서 하나씩 배우고 익혀가며 짓기 시작했다. 인터넷은 그의 배움터였다. 건축구조, 상하수도, 전기, 실내외 자재 등 기초공사부터 인테리어까지 자료를 수집해 원하는 주택 디자인을 구상했다. 물론, 건축박람회도 찾아가며 정보를 얻었다. 필요한 재료를 구입하고 혼자 할 수 없거나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만 인부를 사서 함께 작업했다. “모든 것이 실수와 수정의 연속이었습니다. 재료를 필요 이상으로 사기도 했고, 어떤 건 부족할 때도 있었죠. 생각했던 것과 달라 다시 작업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욕실에 들어가는 수전 비용을 아끼려고 처음으로 직구 했는데, 운송비가 많이 나와 국내에서 구매한 것과 다를 바 없었던 경우도 있었어요. 그래도 직접 지었다는 보람이 있습니다. 두 아들도 몇 번 내려와 도와주기도 했고요. 재료가 남았는데 버릴 순 없어 똑같은 주택을 옆에 같이 짓기 시작했습니다(웃음). 100만 원에 한 채를 짓는다면 150만 원에 2채를 지을 것 같았거든요. 나머지 한 채는 펜션을 직접 운영하거나 마음이 맞는 분이 있으면 매매해서 함께 이웃으로 지내도 좋을 것 같아요.” 작은방은 지인이 많이 오거나 두 아들이 내려왔을 때 내어줄 공간이다. 붙박이장을 빼면 안방과 동일한 디자인에 크기만 줄였다. 작은방 옆에 만든 황토 사우나실. 바닥은 황토로 천장은 편백나무로 마감하고, 사우나 의자 아래에 원적외선 히터를 뒀다. 건축주 부부가 자주 이용하는 공간 중 하나다. 1층 공용 욕실은 호텔처럼 넉넉하게 공간을 할애하고, 바닥 타일로 건식 공간과 습식 공간을 분리했다. 건축주는 탑볼 세면대를 설치하고, 습식 공간 바닥의 금장 타일과 금장 줄눈으로 고급스러움을 의도했다. 계단실은 오픈해 답답함을 줄였다. 건축주는 창고 대신 작은 책장을 둬 아늑한 도서실로 만들까 고민 중이라고 한다. 감귤밭을 향해 열린 시선쌍둥이 주택의 토지는 동남쪽을 바라본 오각형 모양이며, 골목을 사이에 두고 대지 우측이자 오각형 꼭지점에 있는 작은 펜션을 제외한 나머지 삼면이 귤밭으로 둘러 싸여있다. 토지의 북서쪽 끝부분 약 200평만 대지로 전용해 경계선을 따라 동남향으로 쌍둥이 주택을 앉혔다. 주택 사이로 토지 앞 골목까지 긴 도로를 내 길 양 옆에 넓은 귤밭이 펼쳐진다. 더불어 주택에서 입구를 바라보면 가깝게는 감귤밭, 멀게는 산방산까지 눈에 들어와 자연 속에 안긴 듯한 느낌을 받는다. 주택 외관은 박스형으로 기다란 매스에 그보다 작은 매스를 어긋나게 올린 모습이다. 외벽을 지붕선보다 안쪽으로 넣어 현관 앞에 깊은 포치를 만들고 그 위로 베란다를 뒀다. 2층 매스도 1층과 동일하게 처마를 돌출 시켜 통일감을 부여하면서 주택에 뚜렷한 인상을 준다. 지붕은 슬래브로 마감하고, 외벽은 현무암으로 제주 느낌을 표현한 뒤 처마밑과 안쪽면은 시선을 붙잡도록 원목으로 포인트를 줬다. 실내는 건축주 부부의 공간과 게스트 공간을 수직으로 나눴다. 1층은 전면에 귤밭을 바라보도록 주생활 공간인 방, 현관, 거실, 안방을 배치하고 후면에 찜질방, 욕실, 주방, 다용도실, 파우더룸과 드레스룸을 뒀다. 게스트 공간인 2층은 계단실을 중심으로 좌측에 게스트룸, 우측에 다목적실, 욕실, 다이닝룸을 배치했다. 인테리어는 화이트 톤과 우드 톤을 중심으로 LED 등과 간접등을 적절히 적용했다. 건축주가 직접 인테리어를 시공했음에도 전문 시공팀이 한 듯 마감이 깔끔하다. 실내외 곳곳에 편의성도 높였다. 실내는 물론 포치 밑에도 와이파이 확장기를 설치해 실내에 있든 마당에 있든 와이파이로 인터넷을 접속할 수 있다. IoT 시스템을 적용해 어디에 있더라도 주택 야외 조명과 거실 조명을 스마트폰으로 켜고 끌 수 있고, 방범용 CCTV를 설치해 안정성도 확보했다. 계단실을 올라오면 전면에 넓은 창호 넘어 감귤밭이 한눈에 들어온다. 자연 속에 안긴듯한 느낌을 충만히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다이닝룸과 연결된 벽에 포인트 벽지를 붙여 카페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또한, 계단실 창호 벽면을 은하수 모양으로 타공하고 등을 넣어 저녁엔 편안한 분위기로도 연출할 수 있다. 계단실 벽의 일부분이자 건식 공간을 구분하는 파티션엔 LED 등을 달아 스튜디오 촬영 현장 같은 독특한 느낌을 준다. 2층 욕실에 넓은 월풀 욕조를 설치하고 가로로 기다란 창을 내 숲속에서 온천을 즐기는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좌변기 부분은 1층 공용 욕실과 비슷한 금장 타일과 줄눈으로 시공했다 건축주가 신경을 많이 쓴 다이닝룸. 지인들과 함께 실내에서 보낼 경우를 대비해 수전과 냉장고 식탁 등 모두 갖춰 놓아 1층까지 내려갈 필요가 없다. 풍경 좋은 레스토랑처럼 넓은 창호를 통해 감귤밭을 보며 식사할 수도 있다. 천장엔 간접등, 직부등, 작은 샹들리에, 레일 조명 등 여러 종류의 조명을 설치에 시간과 분위기에 따라 연출을 달리 할 수 있다. 2층 게스트룸. 놀러 온 지인에게 좋은 공간에서 쉬게 해주고픈 건축주의 마음이 담겨있다. 파티션을 둬 취침 공간과 경치를 바라보는 공간을 분리했다. 건축주는 “지인이 없을 땐 이곳에서 머무는 시간이 더 많다”고 한다. 게스트룸부터 다이닝룸까지 길게 이어진 베란다는 운동장같이 넓게 느껴진다. 처마를 빼 실내에 한낮의 직사광선이 들어오는 것을 방지했다. 루버로 마감한 익스테리어가 휴양지에 놀러 온듯한 느낌을 준다. 집을 짓는 동안 컨테이너와 간이 화장실만 가져다 놓고 생활하며 집을 지은 건축주는 만족스런 집을 지었다며 뿌듯해했다. “집 앞 마당에 테이블과 의자를 두고 수전을 뒀습니다. 지인들이 놀러 오면 텃밭에서 바로 채소를 따 바비큐 파티를 즐길 수도 있거든요. 그럴 때마다 그동안 고생한 게 해소되는 느낌입니다. 게다가 찜질방은 몸을 푸는데 좋고, 2층 다목적실에서 감귤밭과 산방산을 바라보면서 일을 하면 그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장성한 두 아들은 서울에 두고 건축주 부부는 제주도에서 새로운 인생 2막을 시작한다. 앞길은 알 수 없으나, 튼튼하게 지은 쌍둥이 주택만큼 부부가 앞으로도 탄탄대로를 걷길 바란다. 테라스에서 바라본 풍경. 가깝게는 감귤밭, 멀게는 산방산이 눈에 들어온다. 마당에도 테이블을 둬 바비큐 파티를 즐기는데 문제없다. 이곳에도 수전을 설치해 편의성을 높였다. 또한, 나무 위에 LED 등을 설치해 저녁이 되더라도 파티를 이어갈 수 있다. 정면 우측에서 바라본 쌍둥이 주택. 백색을 바탕으로 현무암과 루버로 주택에 음영을 주어 입체적이고 뚜렷한 인상을 준다. 주변 풍경과도 어울리는 톤으로 디자인해 튀지 않으면서도 개성진 주택이다. 오른쪽이 건축주가 살고 있는 주택이고, 왼쪽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쌍둥이 주택이다. 주차장에서 바라본 주택 대문에서 바라본 쌍둥이 주택 제주 주택 더 보기 전원주택라이프 더 보기www.countryho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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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동안 건축주가 직접 지은 제주 쌍둥이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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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FEATURE 1. 스트레스 가득 도시민, 자연에서 마음을 달래다
- THEME 01 스트레스 가득 도시민, 자연에서 마음을 달래다 #1. “지금은 상추 심고,가을에는 무랑 배추 심을까?” “아빠, 방울토마토도! 옥수수도!” 지난 4월 서울의 한 대형서점. 서울 마포구에 거주 중인 김 모(44세) 씨와 두 아이들은 ‘원예·농업’ 코너에서 한참을 발 떼지 못했다. 서울 토박이라는 김 씨는 올해 초 지역 단체에서 운영하는 도시농부 과정을 신청했다. 집 앞 텃밭을 한번 일궈보고 싶다는 취지에서였다. 김 씨는 “농사는 나와 관계 없다고 평생 살았는데 삭막한 도심에서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취미를 찾다가 텃밭 가꾸기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농사에 대해 아이들과 의견을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도 나누게 됐고 가족 단결도 되는 것 같아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2. 대학 입학 후 직장 생활까지 10여 년을 ‘도시여자’로 살던 전 모(34)씨는 몇 해전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경북 경산 한 시골마을에 자리를 잡았다. 돈 많이 벌어 잘 살자는 목표로 아침마다 출근하고 밤늦게까지 일하는 자신이 마치 일개미 같아보였기 때문이었단다. 전 씨는 “각자 추구하는 삶의 가치가 다를 텐데 도시의 시스템에서는 그런 가치관이 폄하되거나 무시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았다”며 귀촌 이유를 밝혔다. 젊은 여자가 흙집에서 살면서 텃밭을 일구는 모습이 다른 이들이 보기에 이상해보일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전 씨는 “내가 만족하니 다른 사람 시선은 신경쓰지 않고, 또 시간이 지나면 주변에서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이라며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요즘 어떻게 살고 계신가요?” 독자 여러분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아마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있다는 대답이 가장 많을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평범이라는 기준에 들기 위해 힘들게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규정해놓은 기준 안에 들어가기 위해 우리는 평생을 끊임없이 경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의 ‘평범함’ 기준이 강제적이면서도 폭력적이라고 봤다. 몰개성적이면서 무가치적이라는 것. 특히 정형화된 틀을 만들어놓고 그 속에 속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 낙오자로 바라보는 사회인식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틀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회가 만들어놓은 기준이 아닌 스스로 만든 가치에 따라 능동적으로 삶을 사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전원이나 자연 속에서 그 가치를 구현하려는 공통된 모습을 보인다. 문병기 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는 “자연으로 대표되는 전원이야말로 도시민이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가장 쉬운 수단이면서도 목표”라고 말했다. 이번 호에서는 틀에 찍어내듯 똑같은 모습이 아닌 자연 속에서 자신만의 개성과 다양한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전원 속 모습을 담았다. 글 김수진 01 우리는 어쩌다 아파트밖에 모르게 됐을까 요즘 아이들에게 집을 표현해보라고 하면 아마도 사각형 집 안에 사각형 방이 모여있는 아파트 구조를 그리지 않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그런 곳에서밖에 살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아파트에 거주한다. 국토교통부 조사결과 2014년 기준 아파트 거주 비율은 주택 전체의 49.6%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다세대와 오피스텔 가구는 증가하지만 단독주택이나 연립주택 가구는 매년 감소하고 있다.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이름에 걸맞을 정도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급격한 사회·경제적 변화를 겪어온 국가다. 한국전쟁 후 50년 만에 경제적 발전을 이뤘다. 전문가들은 여기서 우리의 아파트 문화가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서울도시연구에서 발표한 ‘서울시 단독주택 공간분포 연구’에 따르면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구조 변화가 주택의 공간적 구조 변화를 초래했다고 보고 있다. 1960년대 이후 시작된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새로운 토지구획 정리사업이 시작됐다. 이때 인구 증가와 집중으로 인한 주택의 개발이 시작되면서 아파트 개발이 집중된 것. 1962년에 완공된 국내 최초 대단위 아파트인 ‘마포아파트’를 시작으로 1972년 「주택건설촉진법」 제정과 주택공급정책에 따라 고층·고밀 공동주택 일반화가 본격화됐다. 실제로 1970년대 전체 주택 중 단독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94.1%였지만 그 비율은 1980년 86.9%, 1990년 75.3%, 2000년 49.9%로 날이 갈수록 급격히 감소했다. 반면, 아파트 거주 비율은 1980년에만 해도 전체 주택 중 7.0%에 불과했지만, 1990년 14.9%, 2005년 42.3%로 급격히 상승했다. 반세기도 지나지 않아 주거형태가 역전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편중 이유에 대해 가장 먼저 정책적 요소를 들었다. 지난 2008년 경기개발연구원에서 발표한 ‘주택 유형별 거주 환경평가를 통한 주택유형의 다양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대규모 사업의 공급 중심의 주택 산업화 정책을 활용하고 민간 중심의 선 분양 체계를 갖는 주택 공급 정책을 활용했다. 그러다 보니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물량을 선보일 수 있는 아파트 위주의 공동주택 개발이 도시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게 된 것. 또한 아파트의 환금성 및 가격상승으로 인해 민간투자가 아파트에 몰렸고, 유지 관리가 편하다는 대중적 인식도 한몫했다. 또한, 아파트 위주의 주택시장이 일상화되자 소비자들의 선택할 수 있는 주택 종류가 줄어든 것도 문제를 심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했다. 02 아파트도 ‘금수저’ ‘흙수저’? 이러한 아파트 위주로 편중된 주거 문화는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한국도시연구소에서 1999년 발간한 ‘개발이념과 거품도시’에 따르면 아파트 등의 부동산 소득이 임금 소득을 웃돌자 분배의 형평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했다. 빈부 간 격차를 확대하고 계층 간 위화감을 증폭시켰다는 것. ‘돈이 돈을 낳는 것’을 목격한 시민들이 아파트를 투기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한 것이다. 그리고 대국민적 부동산 열풍은 하우스푸어house poor를 대량 발생시켜 지금까지도 해결하기 어려운 사회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점도 야기시키고 있는데 가장 큰 문제점으로 공동체 의식 상실이 손꼽힌다. 2010년 발표된 ‘아파트가 공공커뮤니케이션에 미친 영향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 시대의 아파트는 ‘살 집house of living’이 아닌 ‘팔 집house of sale’로 보고 있다. 아파트가 자연 발생적인 주거형태가 아닌, 대규모 집단이동을 전제로 하면서 ‘뿌리뽑힘’을 수반하는 주거형태라는 것. 그러다 보니 당연히 공동체 의식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늘 이사할 준비를 하면서 자신의 거주 지역을 대하고, 다른 거주자와의 유대를 막는 철저한 격리된 공간은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이해의 폭까지 좁히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렇듯 획일적이면서도 구획까지 분명히 짓기 쉬운 아파트의 특성은 거주민 간의 갈등까지 야기 시키고 있다. 한동안 트위터 등 SNS상에서 “너 어디 살아?” “나 XX 아파트” “그래? 나는 ‘00(모 아파트 브랜드 이름)’ 사는데.”라고 말하는 아이들을 봤다는 글이 나돌기도 했다. 아파트마저도 가격으로 구별하고, 사람도 아파트 가격으로 평가하는 배금주의가 얼마나 우리 사회에 일반화됐는지를 극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 볼 수 있다. 특히 재건축·재개발 지역의 임대주택 비율 의무화로 한 아파트 단지 내에 일반 분양과 임대가 함께 혼합되면서 이러한 갈등은 더 심화하고 있다. 실제로 몇 해 전 서울 성북구 한 아파트 주민들이 아파트 내 일반가구와 임대가구를 구분 짓는 담장을 설치해 사회적 파문이 일었다.또한 지난 2014년 서울 강남 자곡동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일반 분양가구와 임대가구가 관리비 수납 문제로 갈등을 겪다가 결국 따로 내기로 한 웃지 못할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비극적 촌극은 단편적으로 일어난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현실이다. 03 왜 똑같이 살아야 하죠? 최근 아파트 위주의 주거문화에 대한 인식 변화 바람이 거세다. 획일화를 거부하고 인간다움과 개성을 추구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주거에 대한 요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변화 원인으로 아파트 등 부동산 투자 움직임이 주춤해진 점이 꼽힌다.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침체로 아파트 매매 및 거래가 둔화하고 있어 투기적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지난 2006년 최고치를 기록했던 부동산(건축물) 거래량은 연간 전체 거래량이 조금씩 하락하고 있다. 여기에 아파트 분양시장 장기 침체에 따라 단독주택 건설 증가도 아파트에 대한 투자량 하락을 돕고 있다. 한편에서는 주거에 대한 인식변화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파트에서 자라난 세대들이 외로움과 고독, 인간성 상실의 원인을 주거에서도 찾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가온건축 임형남·노은주 대표는 지난 2013년 SBS 라디오 팟캐스트에서 “부동산 침체기가 오히려 집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 마련에 힘을 보탰다”며 “그러면서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가 담긴 집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주택 선택 기준이 편리성 위주에서 삶의 질적 가치, 개인의 개성 중시 등으로 전환되면서 새로운 주거방식이 시도되고 있다. 몇 해 전 용인 동백지구에 지어진 듀플렉스 홈, 즉 ‘땅콩주택’에 대해 네티즌들이 큰 관심을 보인 것만 봐도 똑같은 주거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신자유주의 시스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제기했다.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끝없는 경쟁체제 때문에 아무리 노력해도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내기 어려운 이들이 현 체제를 거부하기 시작했다는 것. 잘 나가던 직장을 그만두고 도시를 떠나 농어촌이나 산촌으로 떠난 이들을 떠올리면 쉽다. 지난 2012년 경향신문이 게재한 ‘나는 낙오자가 아니다’ 기사에 따르면 돈의 유한성을 인지하고 행복을 추구하기 시작한 점을 인식 변화 원인으로 손꼽았다. 04 바꾸고 싶다고? 그럼 자연 속으로! 주거에 대한 인식 변화는 자연으로 회귀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파트=도시화’라는 현대 건축 도식은 자연을 주거의 요소에서 없애버렸다. 일괄적이고 폭력적인 ‘아파트 문화’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자연’을 다시 찾는 것은 그래서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귀농·귀촌_자연을 생활 속에서 가장 잘 접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가 바로 아파트에서 벗어나 전원주택에서 거주하는 것이다. 최근 전원주택 혹은 단독주택을 짓고 사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기존 은퇴자들이 선택하는 거주 형태라고 인식돼 왔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20·30대 젊은 세대들의 전원생활에 대한 요구가 높다. 한 건축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전원·단독주택 의뢰자의 20~30%가 젊은 세대”라며 “자연 속에서 살 수 있는 주택에 대한 선호가 모든 세대로 퍼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귀농이나 귀촌하는 인구 수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13년 3월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귀농가구는 1만 1220가구로 2011년 가구수 대비 11.4%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매년 상승하던 도시 인구 비율은 2012년 처음으로 0.8% 감소하기도 했다. 이 중 20·30대 젊은 층의 귀농·귀촌하는 수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귀농귀촌종합센터 관계자는 “센터 설립 초창기보다 확실히 젊은 세대 귀농이 늘어나고 있다”며 “도시에서만 살아본 세대라 시골 생활 적응이 어려울 거라 생각하기 쉬운데, 농촌사회에 적극적으로 유입해 적응을 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말농장_농어촌으로 이주가 힘든 사람들은 주말농장을 활용하기도 한다. 현재 지자체 차원 혹은 개인이 운영 중인 수백 곳의 주말농장이 운영 중이다. 대부분 도심지에서 가까운 근교나 시 외곽에 위치하는데 농작물을 직접 재배하며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도시민에게 안성맞춤이다. 실제로 시민들의 반응도 대부분 긍정적이다. 농촌진흥청이 서울·경기·양평지역의 주말농장에 참여한 시민 24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 정서적 만족감(치유 등) 등이 최고의 성과 중 하나로 꼽혔다. 최근에는 도시 한가운데 빌딩 옥상, 자투리땅을 활용한 농장도 인기를 얻고 있다. 굳이 먼 곳까지 농사지으러 가지 않고 자신의 집 주변을 이용하는 경우다. 아파트촌 등 도심에 자리한 텃밭은 지난해 850㏊(헥타르)로 5년 사이 8배 이상 늘었고, 참여자도 130만 명을 넘겼다. 땅이 없는 경우에는 베란다에서 식물을 재배하기도 한다. 지난해부터 집 앞 자투리 땅을 가꾸기 시작했다는 30대 여성 직장인 김 모(31세) 씨도 비슷한 사례다. 김 씨는 “답답한 일상에서 뭔가 숨이 트일 만한 것을 찾다가 주변 추천으로 공터에 채소를 심기 시작했다”며 “단순히 채소 기르기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웃과 대화를 나누는 등 마음에 여유가 생긴 것 같아 만족한다”고 말했다. 도시농부_최근에는 이들을 위한 도시농부 교육도 시행되고 있다. 지자체와 시민단체 등에서 주로 시행되고 있는 도시농부 교육 프로그램은 공지가 뜨기 무섭게 신청이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한 예로 서울시가 농협중앙회와 공동으로 운영하는 1일 농촌체험 프로그램 ‘도시가족 주말농부’는 인기 높은 프로그램 중 하나다. 올해로 3년째인 이 프로그램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폭발적이다. 서울시는 기존 4월~10월까지 운영하던 것을 11월까지 확대하고, 참여 인원도 지난해보다 늘리며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이 밖에도 도시양봉, 정원 가꾸기 등 자연 속 다양한 생활을 즐기는 이들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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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FEATURE 1. 스트레스 가득 도시민, 자연에서 마음을 달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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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FEATURE 2. “사람의 이야기를 번역해 집으로 구현해내는 것이 건축가의 몫”
- “사람의 이야기를 번역해 집으로 구현해내는 것이 건축가의 몫” INTERVIEW 02 건축사사무소 가온건축 www.studio-gaon.com 임형남·노은주 공동대표 집은 사람이 사는 곳이다. 집을 통해 추억을 만들고 인생을 배우기도 한다. 하지만 수십 년간 그 사실을 잊고 돈이 되는 부동산으로만 보고 지냈던 것 같다. 몇 년 살다 다른 곳으로 이사해 버리는 것을 당연히 여기면서 어느덧 우리의 집에는 추억이 아닌 돈만 남았다. 부부이자 가온건축 대표인 임형남·노은주 건축가는 집을 대하는 현재 우리의 모습에 질문을 던진다. 아동학대, 가족해체 등 각종 사회문제의 근본 원인이 바로 집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건축가들의 역할이 정말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집은 단순한 부동산이 아니라 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한 권의 책과 같다”며 “이야기를 잘 해석하고 풀어내야 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하는 이들을 만나봤다. 반갑습니다. 부부 건축가이자 이야기 들어주는 건축가로도 유명하시던데요? 노은주(이하 노) 반가워요. 저희는 선후배로 만나 결혼 후 함께 일하게 돼 99년 설계사무소를 열었어요. 어쩌다 보니 얼굴이 매체에 알려지게 됐는데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요. 임형남(이하 임) 집은 사람이 사는 곳이니까, 살 사람을 알아야 제대로 짓는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다보니 이야기 들어주는 건축가라는 소리를 듣나 봅니다. 하하하. 전원·단독주택의 과거 인식은 어땠나요? 노_ 전원·단독주택을 ‘돈 있는 사람들의 집’이라는 인식이 강하던 2000년대 초 중반까지만 해도 저희에게 의뢰하는 분들은 대부분 평범하지 않은 개인이 많았어요. 예술가나 기업가처럼 흔히 말하는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들이었죠. 아파트로 부동산 재미를 한창 보던 2000년대 초중반에는 주택 짓는다고 하면 이상한 눈으로 봤어요. 그 돈으로 아파트 사지 왜 돈도 안 되는 집을 짓느냐는 거죠. 그러다보니 2003년부터 2007,8년까지만 해도 주택 설계 의뢰가 많이 없었어요. 요즘 단독주택이나 전원주택에 관심이 많아진 건 외환위기 등 각종 요인으로 아파트 부동산 열풍이 식으면서부터죠. 임_ 먼저 지적할 게 기형적으로 팽창한 아파트 시장입니다. 주택 수요를 흡수하고 사람들을 아파트에 가둬놨어요. 미디어도 가난한 사람은 단독주택, 잘 사는 사람은 아파트라는 공식을 집중적으로 인식시켰죠. 아파트 열풍에 막대한 이득을 본 건축회사만 신났었죠. 한 번 지어서 여러 명에게 분양할 수 있는 데다 원가공개도 안 하니까요. 그래서 십 수 년 동안 아파트만 신나게 지어댔어요. 그래서 아예 단독·전원주택 시장이 초토화 됐었죠.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건설회사 위기예요. 아파트 열풍을 주도하던 그 회사들은 자생력을 잃었어요. 이런 대국민적 위기의 근본에는 정부가 있어요. 별 신경 안 쓰고 방조했다는 점에서 크게 잘못했다고 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교육과 맞물려 있죠. 학군 좋은 곳 아파트에서 교육해야 성공한다는 이상한 믿음이 퍼져있어요. 실제로 저희에게 집을 설계하시는 대부분이 이미 자녀 교육을 끝냈거나, 신혼부부 등 입시교육과 무관한 경우가 많아요. 문제는 그 사이, 중간층이 굉장히 두꺼운데, 이들 대부분이 아파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도한 사교육을 과감히 끊어야 지금의 기형적인 거주형태도 변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정부 대책은 없어요. 알아서 살아남아라 이거죠. 주거 형태가 인식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씀인가요? 임_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지금 우리 사회를 보세요. 기껏 빚내서 마련한 아파트에 아무도 없어요. 애들은 학원 가 있고, 엄마는 그 아이들 학원 앞에서 기다리고, 아빠는 그 학원비랑 대출이자 내겠다고 야근하잖아요. 집에 대한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어요. 돈으로 볼게 아니라 그 곳에서 우리 가족이 무엇을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해요. 노_ 다행인 것은 요즘 그런 고민을 하는 건축주들이 늘어났다는 거예요. 이전과 비교해 자기 삶에 대해 적극적인 사람들이 많아진 걸 느낍니다. 그 전에는 남들이 아파트 사니까 따라 사고, 남들 학원 보내니까 따라 보내는 이들이 많았다면, 요즘은 ‘그런 삶이 과연 좋은 삶일까’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그래서 건축주의 자아가 뚜렷해졌고 안목도 높아졌어요. 저희로선 함께 작업하기 더 좋아진거죠. 물론,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주거문화는 아직 열악한 수준이지만 의미 있는 변화라고 봅니다. 요즘 건축주들이 원하는 유형이 있나요? 임_ 글쎄요. 뭐라고 딱 집어서 말하기 어려워요. 어떤 사람은 부엌을 중심에 놔 달라하고, 어떤 이는 거실을 별채처럼 쓰게 해달라고 요구해요. 집집이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이 다 다른거죠. 요즘은 남에게 멋지게 보이는 집보다는 내가 쓰기 좋은 집, 실용성 높은 작은 집이 각광받고 있어요. 이제는 그 집에 무엇이 들어가고 어떻게 사용할지를 중요시 합니다. 그 안에 어떤 콘텐츠가 들어갈지는 사는 이에 따라 다르고요. 그렇다 보니 저희가 짓는 집의 모습도 매번 달라질 수밖에 없죠. 설계할 때 애로사항은 무엇인가요? 노_ 지면을 통해 당부드리고 싶은 게 상식적으로 생각해달라는 점입니다. 가끔 적은 예산을 가지고 큰 집을 지어달라는 분들이 있는데 그건 불가능한 일이에요. 만약 싸게 지어주겠다고 접근한 회사가 있다면 분명 나중에 추가 공사비를 더 달라고 하거나 부실시공이 될 가능성이 커요. 아예 만나자마자 가설계 달라, 견적 얼마냐고 묻거나 일괄발주하는 시공사를 기준 삼아 왜 니들은 폭리를 취하느냐고 따져 묻기도 해요. 그런데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산 옷이랑 백화점에서 산 옷에 대해서 기대감이 다르잖아요? 건축도 그렇게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린다면 집 짓는 동안에는 귀를 닫으셨으면 해요. 집을 짓는다는 소문이 나기만 하면 주변에 ‘사공’이 많아져요. 집 지어본 친구, 시공사 다니는 처남, 친구 등 사람들의 조언이 계속 귀에 들어오게 돼요. 이분들의 문제는 대개 자신의 실패를 일반화한다는 거예요. 자기가 지은 집이 단열이 잘 안된다고 건축주한테 그런 식으로 집 지으면 안 된다고 조언하기도 하는데 보통 그런 경우는 부실시공이 많거든요. 이 사람, 저 사람 이야기 듣다 보면 오히려 집이 엉뚱하게 지어지고 돈과 시간만 버릴 수 있어요. 일단 집을 짓기로 마음먹었으면 나의 내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라고 조언 드리고 싶어요. 임_ 시간을 넉넉히 잡고 시작했으면 해요. 저희 같은 경우 건축주를 이해하기 위해 많은 대화를 나누는데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3년까지 걸리기도 하죠. 그 시간 동안 원하는 집 모습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함께 고민합니다. 누군가는 그렇게 오랫동안 설계 잡는 것이 어렵지 않느냐고 하는데 건축주와 마음만 맞으면 그 과정이 정말 즐거워요. 또 그래야 사는 이에게 맞는 집을 지을 수도 있죠. 저희로서도 건축주와 평균 1년은 붙어 다니니까 친척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들기도 해요. 노_ 실제로 충남 공주에 ‘루체아의 뜰’이라는 집을 공사한 적 있는데 그 건축주와도 즐겁게 일했어요. 그 때문인지 쓰러져가던 폐가가 아름다운 정원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 해 이제는 전국적 명소가 됐죠. 주인분도 그 집 덕분에 지역 명사가 다 되었고요. 그래서 찾아갈 때마다 그분이 한턱 쏘시기도 했어요. 하하하. 집이 놓이는 땅에 대해서도 관심이 깊으시던데요? 임_ 네, 건축가라면 땅에 큰 신경을 써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인들은 풍수지리에 대해 미신이라고 무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수천 년 동안 우리 조상들이 집을 지으며 쌓은 지혜가 바로 풍수예요. 이 일을 하면서 전국을 다니다보니 땅이 조금씩 읽히면서 풍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어요. 자연의 결에 맞춰 집을 지어야 이롭다는 것을 과거 몇 차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잘 알게 됐고요. 본래 우리나라 건축 특징은 바로 땅을 무서워하고, 함부로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바위나 산이 있다고 없애지 않고 거기에 맞춰 집을 지어왔죠. 자연에 잠깐 얹혀살아야 사람에게 이롭다는 것을 선조들은 알고 있었던 겁니다. 바로 지난 2011년 발생한 서울 우면동 산사태가 극명하게 이 점을 보여줬습니다. 산을 없애고 옹벽 만들면 될 거라 생각했지만, 한 두 시간 집중호우에 토사가 무너져 인명피해까지 났었잖아요. 지금 4대 강에서 벌어지는 환경오염도 마찬가지죠. 자연이 가는 길에 사람이 함부로 정면 개입해선 안돼요. 그게 제가 생각하는 땅에 대한 철학이죠. 우리 땅에 맞는 집을 짓다보니 한옥에도 관심을 가지시는 것 같습니다. 노_ 한옥을 전통기법 그대로 재연한다기보다, 지금의 기술력으로 한옥의 가치를 구현한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아요. 굳이 전통 목구조를 쓰지 않아도, 한옥의 공간배치는 만들어낼 수 있거든요. 실제로 저희가 설계한 충남 금산의 ‘금산주택’이 한옥인 줄 아는 사람도 있지만, 엄밀히 말해서 한옥은 아니고 그 공간 양식을 빌려온 집입니다. 임_ 퇴계 이황 선생의 도산서원 공간 배치를 금산주택에 접목시켰어요. 도산서원은 경敬이라는 철학을 그대로 구현한 건축물이라고 보는데, 공간 간 위계가 섞여있으면서도 자유스러운 높은 수준의 정신세계를 보여주고 있죠. 또 자연을 관조하고 즐기는 자세가 녹아있어, 금산주택에 그 철학을 빌려오고자 노력했어요. 아마도 금산주택을 대중들이 좋아해주는 이유도 그런 부분이 잘 드러났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내년 패시브하우스의 본격 도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노_ 패시브의 정의가 너무 기술적인 부분에 치중해있는 점이 문제라고 봐요. 패시브하우스를 지으려면 창의 크기를 줄이고 단열에 신경 써야 하는데, 남향으로 낸 집은 창을 크게 내도 충분히 따뜻하거든요. 단열 기술도 좋아졌고요. 만약 패시브화하기 위해 창을 줄이거나 자연환기를 막는다면 오히려 저희 설계 이념과는 반대돼 버리죠. 임_ 어떤 집이 건강한 집인지에 대해 먼저 되짚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히려 어느 정도 창을 크게 내고 웃풍이 있는 집이 좋다고 보거든요. 공기순환이 잘 되니까요. 하지만 패시브하우스처럼 억지로 공기를 순환시키게 되면 오히려 집안 공기가 더 나빠질 거라 생각해요. 서울 타워팰리스만 봐도 건물 내부 안에서 공기가 순환하잖아요? 과연 그 공기가 건강에 좋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한 인터뷰에서 ‘건축이 문화가 돼야 한다’고 하셨던데 무슨 의미인가요? 노_ (웃음)그렇게 거창한 뜻으로 말한 건 아닌데요. 공간에 대한 다양한 기호가 생겨야 한다는 뜻이에요. 우리나라에는 음식에 대한 다양한 취향은 있어도 공간에 대해서는 그런 기호 자체가 없어요. 아파트라는 정형화된 공간에서만 살다 보니 공간에 대한 경험 자체가 없어요. 그렇다 보니 애써 전원주택을 지어놓고 내부는 아파트로 꾸미는 사례도 적지 않죠. 아파트에서 살아온 건축학과 학생들도 공간에 대한 창의력도, 의지도 없어요. 많이 안타깝죠. 임_ 건축의 가장 좋은 재료는 생각이라고 봅니다. 예전에는 집 속에 이야기와 철학이 들어갔어요. 퇴계 이황은 경敬, 우암 송시열 선생은 회통會通이라는 자신의 철학을 집에 담았죠. 생각을 집에 투영하는 것이 곧 건축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집을 너무 물리적으로만 봐요. 외·내장재는 뭘 쓸지, 지붕은 어떻게 하고, 안에는 뭘 넣을지만 고민하죠. 그러니 막상 집을 지어도 공허해져요. 그 공허함에 또 뭔가를 채우려고 하고…. 이제는 다시 예전처럼 삶의 이야기가 집에 담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추구하는 생각이 가풍이 되고 후손들이 집을 볼 때 그 생각이 읽히도록 지어져야 합니다. 그게 바로 문화 그 자체가 되죠. 앞으로 어떤 건축을 하고 싶은지 말씀해주세요 임_ 사람의 이야기를 잘 담고 싶습니다. 건축은 건축주와 함께 한 권의 책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그 이야기를 잘 번역해서 땅에 심어놓는 사람이고요. 노_ 집 짓다 늙는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 건축하는 일은 굉장히 즐거운 일이잖아요? 꿈을 집으로 만드는 작업이니까요. 그런데 그 꿈을 이루는 과정을 사람들은 너무 쉽게 건너뛰거나 생략하곤 해요. 즐거운 집짓기를 원한다면 설계 과정을 오래하셨음 해요. 탄탄한 설계가 신뢰를 만들고 좋은 집을 지을 수 있는 기반이 될 거라 봅니다. 임_ 저희는 재미없는 일은 하지 말고 재미있는 일만 하자는 게 모토인 만큼, 앞으로도 즐겁게 일하고 싶어요. 사람들 이야기 즐겁게 잘 들으면서요. 하하하. Profile 가온건축 임형남·노은주 공동대표 2011년 ‘금산주택’으로 공간디자인대상, 2012년 한국건축가협회 아천상을 수상했다. 2012년 KBS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 <KBS 한밤의 문화산책> <SBS스페셜_학교의 눈물>, <MBC스페셜> 등에 출연했다. 저서로는 『나무처럼 자라는 집』, 『집주인과 건축가의 행복한 만남』, 『서울풍경화첩』, 『이야기로 집을 짓다』, 『작은 집, 큰 생각』, 『사람을 살리는 집』 등이 있다. 현재 세계일보 [키워드로 읽는 건축과 사회]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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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FEATURE 2. “사람의 이야기를 번역해 집으로 구현해내는 것이 건축가의 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