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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부 추억이 황금빛 벼처럼 물드는 금산 ‘2055HOUSE’
- 충남 금산군의 어느 시골 마을 어귀, 황금빛으로 물든 논 옆으로 단층 주택이 무심한 듯 서 있다. 겨울과 봄, 여름을 인고의 시간으로 보내고 풍성한 가을을 맞이하듯 이곳 주택에는 지난 세월 자식들을 훌륭히 키워낸 80대 노부부가 노년을 평화롭게 보내고 있다. 인터뷰 내내 집 옆 위치한 논과 밭을 바라보던 노부부는 “평생 이 땅에서 살며 많은 일이 있었는데, 슬펐던 것보다 좋았던 점만 기억난다”라며 “집 마당에 앉아 이삭 익어가는 걸 보고 있으면 옛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글, 사진 전원주택라이프 편집부사진제공 및 취재협조 ABIM 아키텍츠 http://abim.co.kr ※ 기사 하단에 이 주택과 관련된 인터뷰와 영상을 링크시켰습니다. 자세한 사항이 알고 싶으시면 영상을 클릭해 주세요. HOUSE NOTEDATA위치 충남 금산군 추부면 성당리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대지면적 619.00㎡(187.57평)건축면적 120.11㎡(36.39평)연면적 120.11㎡(36.39평)건폐율 19.4%용적률 19.2%용도 계획관리지역설계 ABIM 아키텍츠 02-6013-0409 http://abim.co.kr MATERIAL외부마감 지붕 - 송판무늬 노출콘크리트외벽 - 송판무늬 노출콘크리트내부마감 석고보드 위 지정벽지바닥 - 지정온돌마루주방마감재 석고보드 위 지정벽지욕실마감재 지정타일단열재 지붕 - 압출법 보온판내단열 - 압출법 보온판난방기구 가스보일러, 전통 구들 대지는 충남 금산군 작은 시골 마을 어귀에 있다. 그간 부모님이 사시던 집이 오래되고 낡아 안전을 염려했던 아들이 ABIM 아키텍츠에 집 짓기를 의뢰했다. 해발 600m 남짓한 작은 산으로 둘러싸인 대지 남쪽으로는 마을을 오가는 6m 도로가 인접해 있었다. 동쪽으로는 건축주의 형이 벼농사를 짓는 작은 논이, 그 반대편에는 밭이 있었다. 남북 방향으로 42m, 동서 방향으로 18m의 긴 형태이면서 계획관리지역인 탓에 건폐율 40% 미만, 용적률은 100% 미만이 적용되던 땅이었다. 다소 집 짓기 까다로운 대지였지만 김호중 ABIM 아키텍츠 대표는 땅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집을 짓고자 했다. “처음에는 인접 대지에 옥수수를 심어 가을에 한편에는 잘 익은 노란 옥수수가, 반대편엔 황금빛 논이 바람에 출렁이는 장관이 연출되는 집을 짓고자 했어요. 아쉽게도 공사 시작 전, 비어있던 밭에 어르신께서 비닐하우스를 설치하는 바람에 제 꿈이 무산됐죠. 하지만 아들분이 나중에 논과 밭으로 복원할 거라고 하니 시간의 변화가 기다려집니다.” 안방에서 바라본 거실 모습. 앞마당으로 나갈 수 있는 창문을 둬 이동하기 편하다. 창밖으로 호두나무와 대추나무가 심어져 있다. 거실과 주방, 안방이 Y자 형태로 구성돼 있어 동선을 최소화한 점이 돋보인다. 부드러운 곡선으로 처리한 한쪽 벽면과 외부와 연결된 창이 세련됐다. 거실 한편에 포인트로 창을 냈다. 복도를 길게 내고 한쪽에 창호는 아래위로 번갈아 냈다. ‘2055’의 비밀?농가주택의 경우 정형화된 모습이 많다. 하지만 금산주택은 그러한 편견을 깨는, 재미있으면서도 단순한 모습이다. 집의 모습은 대지 형태에서 비롯됐다. 긴 대지 특성상 집은 기다랗게 부지 중간에 걸쳐져 있고 주거 공간과 찜질방, 창고 총 3개로 나누어져 있다. “처음 설계 의뢰한 건축주의 요구 사항은 간단했습니다. 주거공간(20평)과 찜질방(5평) 그리고 창고(5평)가 필요하다는 게 전부였어요. 고민하다 아예 공간을 셋으로 분절했죠, 그게 이 주택의 핵심이 됐어요. 그래서 주택 이름도 각 공간 면적 값을 따 20(주거) + 5(찜질방) + 5(창고), ‘2055HOUSE’로 지었죠.” 김호중 대표는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도 동네 주민들의 사랑방 공간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집을 설계했다. 창고를 도로에 가장 가깝게 배치하고 안쪽으로 구들방, 가장 깊숙한 곳에 주거 공간을 배치한 것. 하지만 워낙 독특한 외관이다 보니 완공 후 외부에서 구경 오는 이들이 많아 생활이 불편해진 노부부는 외부에 펜스를 칠 수밖에 없었단다. 세 공간은 각각 독립적이지만, 그 사이에 데크를 깔아 서로 하나의 연결 공간으로 인식할 수 있게 했다. 특히, 찜질방과 창고 사이 외부 공간을 내부 같은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김호중 대표는 따끈한 구들방에 누워 찜질하고 바깥 데크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연출하고자 했다. 또한, 차량 출입과 프라이버시를 고려해 앞마당보다 뒷마당을 넓게 한 점도 인상적이다. 어두울 수 있는 현관을 은은히 밝혀주는 창문. 집에는 곳곳에 이러한 작은 창들을 둬 채광과 인테리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안방은 간결하게 넓은 창과 창은 창 하나를 두었으며 반대편으로 손님 용 작은방을 두었다. 탁월한 공간 구성으로 동선 최소화해가장 안쪽에 위치한 집 내부 공간도 독특하다. 가장 먼저 동선을 최소화한 점이 눈에 띈다. 안방과 거실, 부엌을 Y자로 연결해 내부와 외부 공간을 다중적으로 접할 수 있게 했다. 지난해 중풍으로 쓰러진 후 몸이 불편해진 할아버지와 무릎과 허리가 아픈 할머니도 실내 생활하는 데에 무리 없는 구조다. 농사일을 하다 보면 몸이 금세 지저분해진다. 실내로 들어서면 왼편에 바로 욕실이 나오는데, 씻은 후 주 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어 여간 편리한 게 아니란다. 노부부에게 다소 길다 싶은 복도식 구조지만, 욕실을 그 중간에 배치함으로써 오히려 생활에 편리한 아이디어가 됐다. Y자의 내부 공간과 접하는 외부에는 내밀한 외부 공간이 마련돼 있다. 거실에서 바로 마당으로 나올 수 있도록 거실에 큰 슬라이딩 창을 달고 그 앞으로도 데크를 깔아 이동을 편리하게 했다. 김호중 대표는 이곳을 통해 실내에서도 계절의 변화를 볼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노부부가 워낙 고령이고 농사일로 바쁘다 보니 지금은 이곳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나중에 아들이 집을 물려받게 되면 김 대표의 설계 의도가 비로소 꽃피울 것이다. 답답할 수도 있는 여타 찜질방과 달리 평범한 방처럼 구성한 점이 돋보인다. 옆으로 밖을 볼 수 있는 창과 위로 천창을 만들어 채광과 시야를 확보했다. 찜질방 외관 실패 없는 시공 비법, BIM이 집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16.5㎡(5평)의 찜질방. 주거공간과 창고 사이에 있는 찜질방은 노부부가 즐겨 찾는 장소다. 날이 쌀쌀해지면 살다시피 한다고. 아궁이에 직접 장작으로 불 피워 난방하는 구조인 찜질방에서 한숨 자고 나면 농사일로 쑤신 몸이 시원해져 자주 애용한다. 벽 하단으로 가로로 길게 창을 내 답답함을 없앴고 위로도 천창을 내 채광도 높였다. 노부부가 자주 사용할 찜질방 설계에 특히 공을 들였다. 땅을 깊이 파고 연기를 밖으로 잘 배출할 수 있으려면 시공업체와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했다. BIM Building Information Model 기법을 통해 3D 모델링을 바탕으로 설계한 덕분에 시공업체와의 의사소통을 원활히 진행, 공사를 차질 없이 시행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충분한 사전협의 후 공사 진행한 덕분에 독특한 디자인임에도 불구하고 공사 중 발생하는 설계 변경이나 재시공 없이 공사를 완료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노력과 건축주 아들의 효심이 빚어낸 2055HOUSE는 이곳 땅에서 평생 자식을 위해 살아온 노부부에게 삶의 여유를 찾게 해준 집이다. 지난 세월을 돌아보고 마음을 놓을 수 있는 ‘휴식 공간’ 같은 곳이 됐다. “어떤 이는 집 모양이 희한하다고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도시서도 보기 힘들 정도로 멋진 집이 우리 집이라니 자랑스럽습니다. 부모 위해 이 멋진 집 지어준 자식들이 정말 고맙기도 하고요. 그래서 가만히 집을 보면서 괜히 뿌듯하기도 하고 그래요. 우리 같은 촌사람이 집에 대해 뭘 알겠냐만, 내 마음이 편하고 좋으니 그게 바로 좋은 집 아니겠어요? 이렇게 집 지어준 ABIM 아키텍츠와 아들딸에도 참으로 고맙습니다.” 세로로 긴 부지 형태를 따라 집과 찜질방, 창고가 나란히 있다. 메스감이 큰 노출 콘크리트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나무 외장으로 위화감보다는 자연스러움을 연출했다. 백구와 황구가 노부부를 든든히 지키고, 닭장도 마련해 신선한 계란도 아침마다 맛본다. 마당 구석에서는 고양이도 키운다. 본체의 지붕 각을 부드럽게 곡선으로 처리했다. 2055HOUSE에는 이렇듯 많은 가족이 도란도란 살고 있다. 잠깐! BIM이란?건축, 토목, 플랜트, 전기, 기계 등 전 분야에서 사용되는 기법. 3D 모델링으로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공사를 예측하고 준비해 시행착오를 줄이는 일련의 과정이다. 실제 건물을 짓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3차원 모델링을 해 실제 공사 시 발생할 여러 문제점을 사전에 검토해 원활한 공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첨단 시스템이다. 건축 후 건물 유지 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3차원 정보관리 시스템을 의미하기도 한다. 추가 [철근콘크리트, ALC주택] 노부부 추억이 황금빛 벼처럼 물드는 집 전원주택라이프 더 보기www.countryho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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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부 추억이 황금빛 벼처럼 물드는 금산 ‘2055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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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한옥】 한옥의 미와 실용 공간 돋보이는 집
- 무수히 많은 집을 지어왔음에도 매번 새롭고 경이로운 것은 하나의 집이 완성되기까지 과정이다. 터에 착상하여 기둥이 서고, 지붕이 덮이는 과정. 살이 붙고, 창과 문이 나고, 동맥과 정맥이 흐르듯 배선이 깔리고, 천장이 생기고, 벽체에 곱게 분을 바른 후의 느낌. 색깔을 갈아입는 집의 변화는 한 인간의 성장 과정을 보는 듯하다. 그것은 결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건축주와 시공사가 조율하고, 시공사와 각 공정별 자재 시공 업체가 호흡을 맞추어야 하며, 각 공정은 책임자와 일꾼들이 손발을 맞추어야 살림집으로 맞춤한 집이 태어나는 것이다. 집을 볼 땐 집만 보지 말고, 집을 짓는 사람이 보여야 한다. 글 이동일(행인흙건축 대표) 사진 윤홍로 기자건축개요위치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삼산리 대지면적 660.00㎡(199.64평) / 진입로 190.00㎡(57.47평) 건축면적 131.80㎡(39.86평) 건축구조 한식韓式목구조 사괘맞춤 처마지붕 팔작지붕 홑처마 지붕재 개량형 한식 기와 창틀상단 흙벽돌 위 황토 미장 황토벽돌 이중 쌓기(폭 20㎝+ 10㎝) 황토벽돌, 메탈 라스Metal Lath 망, 내·외벽 황토 미장 천장재 거실 - 오량 천장 방 - 평천장(열 반사 단열재 + 석고보드 + 황토보드 + 한지 벽지) 내벽재 한지 벽지 마감 거실 벽 하단 및 포인트 벽-라취Larch(낙엽송) 합판 가공 마감 바닥재 거실 - 우물 마루형 온돌마루 방 - 한지 장판 창호재 우드 새시 이중 창 + 세살 목창, 삼중 창호 난방형태 기름보일러, 구들방, 벽난로 설계 및 시공 행인흙건축 033-344-0983 www.hangin.co.kr 정면도(좌측)와 배면도(우측) 좌측면도와 우측면도 수원에 거주하는 건축주는 퇴직한 후 귀촌하고자 강릉에 집터를 마련했다. 상담할 때 첫 질문은“언제쯤 집을 지으면 좋을까요” 였다. 바깥주인은“퇴직하는 5년 뒤에나 집을 지으려고 했는데, 그때까지 기다리며 이렇게 풀만 뽑다 보니 세월이 다가요. 마음먹었을 때 집을 지어 하나씩 가꾸면서 적응해 나가는 게 좋겠지요”라고 말했다. 이 말에 안주인이 손뼉을 치며 호응했다. 그렇게 해서 건축주 부부는 행인흙건축에서 설계·시공한 용인시 양지면 집부터 김포시 대곶면 집까지 세세하게 둘러보고 집을 짓기로 했다. 평면도 지붕평면도 한옥의 여백미와 실용 공간현장을 방문하니 2310.0㎡(698.7평) 터에 석축공사를 비롯해 3단으로 부지를 조성한 상태였다. 초입엔 주말에 내려와 가꾼 텃밭이 풍성했다. 도로에 접한 하단은 텃밭으로 하고, 계곡과 가까운 상단은 남겨두고, 중간 터 위쪽에 택지를 정했다. 평면은 거실을 중심으로 터 안쪽인 좌측에 황토 침대(침실), 안방(구들 방), 드레스룸, 화장실 등을 갖춘 부부 공간을 배치하고, 그 우측에 주 방과 다용도실을 배치했다.‘ ㄱ’자 전면 현관 옆으로 손님방과 툇마루를 배치하고, 주방과 손님방 사이에 간이식당을 배치했다. 간이식당은 안주인의 간곡한 요청으로 바닥을 낮춰 방바닥에 걸터앉는 일식日食집의 룸 형태를 취했다. 거실은 천장을 오량으로 짜고 벽면 하단과 포인트 벽을 낙엽송으로 꾸몄다. 거실 전면에서 간이식당 옆을 거쳐 툇마루로 연결되도록 쪽마루를 설치했다. 거실 후면에도 한식韓式창을 내고, 그 뒤에 쪽마루를 설치했다. 토방은 화강암 경계석과 판석으로 집의 안정감을 높이기로 했다. 건축비용을 조율하면서 겹처마에서 홑처마로, 계자 난간 누마루에서 난간이 없는 툇마루로 사양을 조정했다.양반가의 품격을 꿈꾸다 욕심을 조금 덜어낸 살림집으로 현대 한옥이 탄생했다. 이처럼 처음엔 보고 듣고 한 모든 것을 담아내고자 하지만, 진행하는 과정에서 집은 주인의 성정을 닮아가는 모양이다. 거실 앞에서 간이식당 앞까지 이어지는 쪽마루 건축주 부부는 이 집을 5년 후의 퇴직을 준비하며 지었기에, 당분간 주말주택으로 이용할 예정이다. 그래서 살림집을 기본 원칙으로 하면서 주말주택으로 지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기능도 필요한 집이다. 터 안쪽으로 부부 공간을 마련하고 거실을 중심으로 출입구 전면에 손님방과 툇마루를 둔 이유이다. 주방과 손님방 사이에 배치한 간이식당 이 집의 특징 중 하나는 안주인이 손님을 치를 때 거실에 상을 차리는 것이 아니라 마루에 걸터앉듯 음식과 차를 나누는 간이식당이다. 방바닥에서 의자 높이 정도 내려 바닥을 만들고 난방 시설을 갖춰 목재로 마감했다. 손님이 많을 경우 가운데에 놓인 세 개의 탁자를 치우고 접이식 판재를 깔면 방으로 변한다. 전통미와 현대미를 접목한 주방 및 식당 안주인의 요구에 맞춰 처음으로 시도한 이러한 공간은 시공 과정에서 시공 팀과의 조율에 애를 먹는다. 우선 기초공사를 할 때 번거롭고, 난방 배관공사에 세심한 주의와 배려가 필요하다. 6.6㎡(1.9평) 남짓한 공간 외벽에 채광과 전망을 위한 한식 창(앉을 때 손을 얹을 수 있는 높이로 새시 이중 창과 세살 목창으로 구성), 복도 쪽 손님방과 주방 쪽에서 출입하는 두 면 전체의 네 짝 미닫이문, 방바닥 아래로 내려간 부분의 벽과 바닥 마감, 등을 기댈 수 있는 벽면의 목재 마감 그리고 식탁, 좌탁, 침실로 이용하기 위한 덮개 등 그 비용과 과정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 작은 공간은 건축주 부부가 집을 지은 후 가장 만족스러워하는 곳이자, 손님을 치르면서 더욱 빛을 발하는 곳이다. 황토 침대와 구들방으로 꾸민 안방 전면 현관 옆에 배치한 손님방 만약 시공사가 과정의 어려움을 들어가며 못하겠다고 했으면, 건축주 부부의 아쉬움은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이렇듯 보이는 집의 모습은 비슷비슷할지 모르나, 집 하나하나엔 건축주의 숨결이 살아 있고 시공사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숨어 있는 것이다. 창호는 삼중으로 우드 새시 이중 창호에다 세살 목창을 결합했다 과정이 결과를 말한다3월부터 시작한 공사는 5월 말 황토 미장공사와 토방공사까지 끝내고 중단했다가 8월 중순에 재개해 9월 초에 마감했다. 입주가 급하지 않았기에 행인흙건축에서 금산주택을 시공하기를 기다렸다가 마감했기 때문이다. 건축 기간 건축주 부부가 현장을 찾은 건 채 열 번이 넘지 않았다. 직장관계로 주말에만 방문할 수 있는 데다, 또한 주말에 일이 생기면 한 주를 건너뛰어야 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모든 일을 시공사에서 맡아 달라고 이야기했으며, 현장을 지켜볼 수 없기에 꼼꼼한 사전 조율을 거쳤다. 모든 것을 위임받은 시공사는 시공사로서만이 아니라 건축주의 몫까지 해내야 하는 책임이 따른다. 둥근 하늘과 완만한 산세의 흐름을 받아 안은 처마 선이 한옥의 미를 뽐낸다 자연과 이웃과 소통하는 현관 옆 툇마루 일상적인 현장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니 먼저 시공한 일들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지곤 한다. 또한, 소소하게 장독대나 가마솥 걸이, 빨래대나 주변 정리 등 건축주가 살면서할 일들까지 시공사에 요구되기도 한다. 그래서 마감은 언제나 지루하고 힘들기 마련이다. 누구에게 딱히 시키기도 어려운 일들이라 직접 감당할 수밖에 없다. 크게 돈을 들이지 않는 일이라면, 내 몸을 움직여 사는 집처럼 꾸미고 싶은 욕심 또한 작용하는 법이다. 편리성과 기능성이 돋보이는 처마 밑 쪽마루와 자갈 공사 막바지, 외부 배관·배선공사와 주변 정리 기간 내내 비가 내렸다. 파헤쳐져 질퍽거리는 땅에 발이 빠졌다. 우수관, 오수관, 지중 전기 매설은 연결과 고정을 잘해야 흙을 되메울 때 가라앉지 않는다. 맨발로 삽을 들고 구덩이에 들어가 돌과 흙으로 고정하는데 건축주가 이 모습을 봤다. 어떤 말이 더 필요할까. 믿고 맡기는 건축주의 마음이 얼마나 조마조마한지 잘 안다. 그 책임을 다해야 하는 시공사 또한 얼마나 노심초사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 서로의 마음이 통할 때 만족감은 배가 될 터이다. 편리성과 기능성이 돋보이는 처마 밑 쪽마루와 자갈 터나 집이나 사람을 그냥 받아 주지 않아바깥주인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폭우 때 계곡의 범람과 집 우측 산자락 경사면에서 흘러내리는 토사 문제이다. 몇 년 전 땅을 사들여 자연석 쌓기로 택지와 농토를 구획한 터라, 그 기반 위에 집터를 정하고 집을 짓자니 주변에 손 볼 일들이 생겨난 것이다. 경사면은 초봄에 망을 치고 개나리를 천여 그루 이식했는데, 일부 지반에서 물이 나오며 토사가 흘러내려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뒤 계곡은 물의 흐름을 트고 둑을 보완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걱정은 많은데 어찌 손을 쓸 수 없다. 거실 후면에도 한식 창을 내고, 그 뒤에 쪽마루를 설치했다. 주말에 내려와 풀을 뽑고, 330.0㎡(99.8평) 텃밭을 가꾸는 일만으로도 벅차다. 밤에는 무섭기도 하다. 바쁠 때 한 주 건너뛰면 마음만 앞서지 정리가 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이놈의 집이 휴식처가 아니라 짐이 될 수도 있다. 마음은 떠날 것이고 결국 도시로 회귀할 것이다. 하지만 그 기간을 준비로, 일상으로, 그 안에서 행복을 찾는다면 퇴직할 무렵 집은 이미 오래 묵은 고향집처럼 친숙해질 것이다. 바깥주인의 휴가 기간에 맞춰 기자와 함께 취재를 간 날 한정식집 요리저리 가라 하게 점심상이 나왔다. 직접 담은 고추장으로 텃밭에서 키운 채소들의 무침과 볶음 그리고 튀김으로 한 상을 이뤘다. 보통 집 짓고 나면 정원 가꾸기에 여념이 없는데, 건축주 부부는 텃밭 농사에 더 많은 애정과 노력을 쏟았다. 수원에서 강릉까지, 주말 농사로 풍성한 밭을 이루기가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그건 아마도 마음자리 집이 있으니 가능한 일일 게다. 계곡 옆 정자나무 그늘에서 바라본 현대 한옥 한 마디 보탰다.“ 터나 집이나 사람을 그냥 받아주지 않는다”고.“ 사람의 손길과 발자국에 뭍짐승, 날짐승들과 경계가 생기고, 물길이 닦이며, 무서움이 사라지는 때가 온다”고. 한 해 한 해 나무가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며 텃밭의 풀을 뽑을 때 도시적 욕망을 내려놓고 세월에 얹혀 갈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현관문을 열면 처마 밑 두 개의 원기둥 사이로 전원 풍경이 펼쳐진다. 화강암 경계석과 판석으로 만든 토방 위에 정갈하게 앉힌 현대 한옥 전원주택라이프 더 보기www.countryhome.co.kr잡지구독 신청 www.countryhome.co.kr:454/shop/subscription.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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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한옥】 한옥의 미와 실용 공간 돋보이는 집
집짓기 정보 검색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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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FEATURE 2. “사람의 이야기를 번역해 집으로 구현해내는 것이 건축가의 몫”
- “사람의 이야기를 번역해 집으로 구현해내는 것이 건축가의 몫” INTERVIEW 02 건축사사무소 가온건축 www.studio-gaon.com 임형남·노은주 공동대표 집은 사람이 사는 곳이다. 집을 통해 추억을 만들고 인생을 배우기도 한다. 하지만 수십 년간 그 사실을 잊고 돈이 되는 부동산으로만 보고 지냈던 것 같다. 몇 년 살다 다른 곳으로 이사해 버리는 것을 당연히 여기면서 어느덧 우리의 집에는 추억이 아닌 돈만 남았다. 부부이자 가온건축 대표인 임형남·노은주 건축가는 집을 대하는 현재 우리의 모습에 질문을 던진다. 아동학대, 가족해체 등 각종 사회문제의 근본 원인이 바로 집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건축가들의 역할이 정말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집은 단순한 부동산이 아니라 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한 권의 책과 같다”며 “이야기를 잘 해석하고 풀어내야 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하는 이들을 만나봤다. 반갑습니다. 부부 건축가이자 이야기 들어주는 건축가로도 유명하시던데요? 노은주(이하 노) 반가워요. 저희는 선후배로 만나 결혼 후 함께 일하게 돼 99년 설계사무소를 열었어요. 어쩌다 보니 얼굴이 매체에 알려지게 됐는데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요. 임형남(이하 임) 집은 사람이 사는 곳이니까, 살 사람을 알아야 제대로 짓는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다보니 이야기 들어주는 건축가라는 소리를 듣나 봅니다. 하하하. 전원·단독주택의 과거 인식은 어땠나요? 노_ 전원·단독주택을 ‘돈 있는 사람들의 집’이라는 인식이 강하던 2000년대 초 중반까지만 해도 저희에게 의뢰하는 분들은 대부분 평범하지 않은 개인이 많았어요. 예술가나 기업가처럼 흔히 말하는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들이었죠. 아파트로 부동산 재미를 한창 보던 2000년대 초중반에는 주택 짓는다고 하면 이상한 눈으로 봤어요. 그 돈으로 아파트 사지 왜 돈도 안 되는 집을 짓느냐는 거죠. 그러다보니 2003년부터 2007,8년까지만 해도 주택 설계 의뢰가 많이 없었어요. 요즘 단독주택이나 전원주택에 관심이 많아진 건 외환위기 등 각종 요인으로 아파트 부동산 열풍이 식으면서부터죠. 임_ 먼저 지적할 게 기형적으로 팽창한 아파트 시장입니다. 주택 수요를 흡수하고 사람들을 아파트에 가둬놨어요. 미디어도 가난한 사람은 단독주택, 잘 사는 사람은 아파트라는 공식을 집중적으로 인식시켰죠. 아파트 열풍에 막대한 이득을 본 건축회사만 신났었죠. 한 번 지어서 여러 명에게 분양할 수 있는 데다 원가공개도 안 하니까요. 그래서 십 수 년 동안 아파트만 신나게 지어댔어요. 그래서 아예 단독·전원주택 시장이 초토화 됐었죠.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건설회사 위기예요. 아파트 열풍을 주도하던 그 회사들은 자생력을 잃었어요. 이런 대국민적 위기의 근본에는 정부가 있어요. 별 신경 안 쓰고 방조했다는 점에서 크게 잘못했다고 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교육과 맞물려 있죠. 학군 좋은 곳 아파트에서 교육해야 성공한다는 이상한 믿음이 퍼져있어요. 실제로 저희에게 집을 설계하시는 대부분이 이미 자녀 교육을 끝냈거나, 신혼부부 등 입시교육과 무관한 경우가 많아요. 문제는 그 사이, 중간층이 굉장히 두꺼운데, 이들 대부분이 아파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도한 사교육을 과감히 끊어야 지금의 기형적인 거주형태도 변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정부 대책은 없어요. 알아서 살아남아라 이거죠. 주거 형태가 인식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씀인가요? 임_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지금 우리 사회를 보세요. 기껏 빚내서 마련한 아파트에 아무도 없어요. 애들은 학원 가 있고, 엄마는 그 아이들 학원 앞에서 기다리고, 아빠는 그 학원비랑 대출이자 내겠다고 야근하잖아요. 집에 대한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어요. 돈으로 볼게 아니라 그 곳에서 우리 가족이 무엇을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해요. 노_ 다행인 것은 요즘 그런 고민을 하는 건축주들이 늘어났다는 거예요. 이전과 비교해 자기 삶에 대해 적극적인 사람들이 많아진 걸 느낍니다. 그 전에는 남들이 아파트 사니까 따라 사고, 남들 학원 보내니까 따라 보내는 이들이 많았다면, 요즘은 ‘그런 삶이 과연 좋은 삶일까’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그래서 건축주의 자아가 뚜렷해졌고 안목도 높아졌어요. 저희로선 함께 작업하기 더 좋아진거죠. 물론,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주거문화는 아직 열악한 수준이지만 의미 있는 변화라고 봅니다. 요즘 건축주들이 원하는 유형이 있나요? 임_ 글쎄요. 뭐라고 딱 집어서 말하기 어려워요. 어떤 사람은 부엌을 중심에 놔 달라하고, 어떤 이는 거실을 별채처럼 쓰게 해달라고 요구해요. 집집이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이 다 다른거죠. 요즘은 남에게 멋지게 보이는 집보다는 내가 쓰기 좋은 집, 실용성 높은 작은 집이 각광받고 있어요. 이제는 그 집에 무엇이 들어가고 어떻게 사용할지를 중요시 합니다. 그 안에 어떤 콘텐츠가 들어갈지는 사는 이에 따라 다르고요. 그렇다 보니 저희가 짓는 집의 모습도 매번 달라질 수밖에 없죠. 설계할 때 애로사항은 무엇인가요? 노_ 지면을 통해 당부드리고 싶은 게 상식적으로 생각해달라는 점입니다. 가끔 적은 예산을 가지고 큰 집을 지어달라는 분들이 있는데 그건 불가능한 일이에요. 만약 싸게 지어주겠다고 접근한 회사가 있다면 분명 나중에 추가 공사비를 더 달라고 하거나 부실시공이 될 가능성이 커요. 아예 만나자마자 가설계 달라, 견적 얼마냐고 묻거나 일괄발주하는 시공사를 기준 삼아 왜 니들은 폭리를 취하느냐고 따져 묻기도 해요. 그런데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산 옷이랑 백화점에서 산 옷에 대해서 기대감이 다르잖아요? 건축도 그렇게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린다면 집 짓는 동안에는 귀를 닫으셨으면 해요. 집을 짓는다는 소문이 나기만 하면 주변에 ‘사공’이 많아져요. 집 지어본 친구, 시공사 다니는 처남, 친구 등 사람들의 조언이 계속 귀에 들어오게 돼요. 이분들의 문제는 대개 자신의 실패를 일반화한다는 거예요. 자기가 지은 집이 단열이 잘 안된다고 건축주한테 그런 식으로 집 지으면 안 된다고 조언하기도 하는데 보통 그런 경우는 부실시공이 많거든요. 이 사람, 저 사람 이야기 듣다 보면 오히려 집이 엉뚱하게 지어지고 돈과 시간만 버릴 수 있어요. 일단 집을 짓기로 마음먹었으면 나의 내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라고 조언 드리고 싶어요. 임_ 시간을 넉넉히 잡고 시작했으면 해요. 저희 같은 경우 건축주를 이해하기 위해 많은 대화를 나누는데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3년까지 걸리기도 하죠. 그 시간 동안 원하는 집 모습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함께 고민합니다. 누군가는 그렇게 오랫동안 설계 잡는 것이 어렵지 않느냐고 하는데 건축주와 마음만 맞으면 그 과정이 정말 즐거워요. 또 그래야 사는 이에게 맞는 집을 지을 수도 있죠. 저희로서도 건축주와 평균 1년은 붙어 다니니까 친척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들기도 해요. 노_ 실제로 충남 공주에 ‘루체아의 뜰’이라는 집을 공사한 적 있는데 그 건축주와도 즐겁게 일했어요. 그 때문인지 쓰러져가던 폐가가 아름다운 정원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 해 이제는 전국적 명소가 됐죠. 주인분도 그 집 덕분에 지역 명사가 다 되었고요. 그래서 찾아갈 때마다 그분이 한턱 쏘시기도 했어요. 하하하. 집이 놓이는 땅에 대해서도 관심이 깊으시던데요? 임_ 네, 건축가라면 땅에 큰 신경을 써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인들은 풍수지리에 대해 미신이라고 무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수천 년 동안 우리 조상들이 집을 지으며 쌓은 지혜가 바로 풍수예요. 이 일을 하면서 전국을 다니다보니 땅이 조금씩 읽히면서 풍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어요. 자연의 결에 맞춰 집을 지어야 이롭다는 것을 과거 몇 차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잘 알게 됐고요. 본래 우리나라 건축 특징은 바로 땅을 무서워하고, 함부로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바위나 산이 있다고 없애지 않고 거기에 맞춰 집을 지어왔죠. 자연에 잠깐 얹혀살아야 사람에게 이롭다는 것을 선조들은 알고 있었던 겁니다. 바로 지난 2011년 발생한 서울 우면동 산사태가 극명하게 이 점을 보여줬습니다. 산을 없애고 옹벽 만들면 될 거라 생각했지만, 한 두 시간 집중호우에 토사가 무너져 인명피해까지 났었잖아요. 지금 4대 강에서 벌어지는 환경오염도 마찬가지죠. 자연이 가는 길에 사람이 함부로 정면 개입해선 안돼요. 그게 제가 생각하는 땅에 대한 철학이죠. 우리 땅에 맞는 집을 짓다보니 한옥에도 관심을 가지시는 것 같습니다. 노_ 한옥을 전통기법 그대로 재연한다기보다, 지금의 기술력으로 한옥의 가치를 구현한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아요. 굳이 전통 목구조를 쓰지 않아도, 한옥의 공간배치는 만들어낼 수 있거든요. 실제로 저희가 설계한 충남 금산의 ‘금산주택’이 한옥인 줄 아는 사람도 있지만, 엄밀히 말해서 한옥은 아니고 그 공간 양식을 빌려온 집입니다. 임_ 퇴계 이황 선생의 도산서원 공간 배치를 금산주택에 접목시켰어요. 도산서원은 경敬이라는 철학을 그대로 구현한 건축물이라고 보는데, 공간 간 위계가 섞여있으면서도 자유스러운 높은 수준의 정신세계를 보여주고 있죠. 또 자연을 관조하고 즐기는 자세가 녹아있어, 금산주택에 그 철학을 빌려오고자 노력했어요. 아마도 금산주택을 대중들이 좋아해주는 이유도 그런 부분이 잘 드러났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내년 패시브하우스의 본격 도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노_ 패시브의 정의가 너무 기술적인 부분에 치중해있는 점이 문제라고 봐요. 패시브하우스를 지으려면 창의 크기를 줄이고 단열에 신경 써야 하는데, 남향으로 낸 집은 창을 크게 내도 충분히 따뜻하거든요. 단열 기술도 좋아졌고요. 만약 패시브화하기 위해 창을 줄이거나 자연환기를 막는다면 오히려 저희 설계 이념과는 반대돼 버리죠. 임_ 어떤 집이 건강한 집인지에 대해 먼저 되짚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히려 어느 정도 창을 크게 내고 웃풍이 있는 집이 좋다고 보거든요. 공기순환이 잘 되니까요. 하지만 패시브하우스처럼 억지로 공기를 순환시키게 되면 오히려 집안 공기가 더 나빠질 거라 생각해요. 서울 타워팰리스만 봐도 건물 내부 안에서 공기가 순환하잖아요? 과연 그 공기가 건강에 좋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한 인터뷰에서 ‘건축이 문화가 돼야 한다’고 하셨던데 무슨 의미인가요? 노_ (웃음)그렇게 거창한 뜻으로 말한 건 아닌데요. 공간에 대한 다양한 기호가 생겨야 한다는 뜻이에요. 우리나라에는 음식에 대한 다양한 취향은 있어도 공간에 대해서는 그런 기호 자체가 없어요. 아파트라는 정형화된 공간에서만 살다 보니 공간에 대한 경험 자체가 없어요. 그렇다 보니 애써 전원주택을 지어놓고 내부는 아파트로 꾸미는 사례도 적지 않죠. 아파트에서 살아온 건축학과 학생들도 공간에 대한 창의력도, 의지도 없어요. 많이 안타깝죠. 임_ 건축의 가장 좋은 재료는 생각이라고 봅니다. 예전에는 집 속에 이야기와 철학이 들어갔어요. 퇴계 이황은 경敬, 우암 송시열 선생은 회통會通이라는 자신의 철학을 집에 담았죠. 생각을 집에 투영하는 것이 곧 건축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집을 너무 물리적으로만 봐요. 외·내장재는 뭘 쓸지, 지붕은 어떻게 하고, 안에는 뭘 넣을지만 고민하죠. 그러니 막상 집을 지어도 공허해져요. 그 공허함에 또 뭔가를 채우려고 하고…. 이제는 다시 예전처럼 삶의 이야기가 집에 담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추구하는 생각이 가풍이 되고 후손들이 집을 볼 때 그 생각이 읽히도록 지어져야 합니다. 그게 바로 문화 그 자체가 되죠. 앞으로 어떤 건축을 하고 싶은지 말씀해주세요 임_ 사람의 이야기를 잘 담고 싶습니다. 건축은 건축주와 함께 한 권의 책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그 이야기를 잘 번역해서 땅에 심어놓는 사람이고요. 노_ 집 짓다 늙는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 건축하는 일은 굉장히 즐거운 일이잖아요? 꿈을 집으로 만드는 작업이니까요. 그런데 그 꿈을 이루는 과정을 사람들은 너무 쉽게 건너뛰거나 생략하곤 해요. 즐거운 집짓기를 원한다면 설계 과정을 오래하셨음 해요. 탄탄한 설계가 신뢰를 만들고 좋은 집을 지을 수 있는 기반이 될 거라 봅니다. 임_ 저희는 재미없는 일은 하지 말고 재미있는 일만 하자는 게 모토인 만큼, 앞으로도 즐겁게 일하고 싶어요. 사람들 이야기 즐겁게 잘 들으면서요. 하하하. Profile 가온건축 임형남·노은주 공동대표 2011년 ‘금산주택’으로 공간디자인대상, 2012년 한국건축가협회 아천상을 수상했다. 2012년 KBS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 <KBS 한밤의 문화산책> <SBS스페셜_학교의 눈물>, <MBC스페셜> 등에 출연했다. 저서로는 『나무처럼 자라는 집』, 『집주인과 건축가의 행복한 만남』, 『서울풍경화첩』, 『이야기로 집을 짓다』, 『작은 집, 큰 생각』, 『사람을 살리는 집』 등이 있다. 현재 세계일보 [키워드로 읽는 건축과 사회]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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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FEATURE 2. “사람의 이야기를 번역해 집으로 구현해내는 것이 건축가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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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철동 등 한국건축가협회 ‘올해의 건축 BEST 7’선정, 건축본원에 충실한 건축가의 작업 돋보여
- 한국건축가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건축 BEST 7'에 김천중고등학교 교과 교실동(배병길), 다음 스페이스닷원(조민석), 서천 봄의 마을(윤희진), 숭실대학교 학생회관(최문규+강인철), 여초 김응현 서예관(이성관), 판교 요철동(정재헌), LIG 손해보험 사천연수원(김태집)이 선정됐다. 한편, 특별상의 하나인 아천건축상은 금산주택(임형남+노은주)에 돌아갔다.심사위원장 김형우(홍익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건축 본원에 충실한 건축가의 작업들이 많았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을 만했다"면서 그러나 "관官주도 턴키 프로젝트는 시공의 질이나 건축가의 손길이 주는 완결성과 설계 밀도가 덜해 대부분 심사에 오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작품 선정은 예비 심사, 본 심사, 현장 심사, 건축가 면담으로 진행됐으며 예비 심사에서 자천 타천을 통한 후보작 35작품을 선정하고 도면, 사진, 모형 등의 자료를 살핀 후 심사의원 과반수(3/5) 이상의 추천을 받은 14개 작품을 본 심사에 올렸다.그리고 3일간의 현장 심사와 건축가 면담을 통해 최종 작품을 선정했다. 이번에 선정된 작품 중 주거용으로는 판교 요철동이 유일했는데"건축가의 리딩과 건축주의 이해, 시공의 차분한 디테일이 주택 내부에서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한편 '2011 한국공간디자인대상' 대상 수상작인 금산 주택이 특별상인 아천건축상을 수상했다. "도산서당을 모델로 한 이 작품은 누추하지 않으면서 사치스럽지도 않은 소박하며 우리나라 산천에 어울리는 조형 의지와 최소의 공간으로 한국적 공간 구성과 특성을 잘 풀어낸 수작"이라는 평가다.수상작은 작품집으로 출간될 예정이며, 지난 10월 19일부터 23일까지 열린 2012 대한민국건축문화제에 전시되기도 했다. 정리 홍정기 기자 사진 및 자료협조 (사)한국건축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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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철동 등 한국건축가협회 ‘올해의 건축 BEST 7’선정, 건축본원에 충실한 건축가의 작업 돋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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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전원주택라이프] 전원주택, 금산 콘크리트주택_ABIM 아키텍츠
- 월간전원주택라이프 http://www.countryhome.co.kr 노부부 추억이 황금빛 벼처럼 물드는 집 충남 금산군의 어느 시골 마을 어귀, 황금빛으로 물든 논 옆으로 단층 주택이 무심한 듯 서 있다. 겨울과 봄, 여름을 인고의 시간으로 보내고 풍성한 가을을 맞이하듯 이곳 주택에는 지난 세월 자식들을 훌륭히 키워낸 80대 노부부가 노년을 평화롭게 보내고 있다. 인터뷰 내내 집 옆 위치한 논과 밭을 바라보던 노부부는 “평생 이 땅에서 살며 많은 일이 있었는데, 슬펐던 것보다 좋았던 점만 기억난다”라며 “집 마당에 앉아 이삭 익어가는 걸 보고 있으면 옛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글 김수진 사진 김경한 사진제공 및 취재협조 ABIM 아키텍츠 http://abim.co.kr HOUSE NOTE DATA · 위 치 충남 금산군 추부면 성당리 · 대지면적 619.00㎡(187.57평) · 건축면적 120.11㎡(36.39평) · 연 면 적 120.11㎡(36.39평) · 건 폐 율 19.4% · 용 적 률 19.2% ·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 · 용 도 계획관리지역 · 설계기간 2013년 5월 ~ 2013년 7월 · 공사기간 2013년 7월 ~ 2013년 10월 · 공시비용 1억 2천만 원(3.3㎡ 당 400만 원) MATERIAL · 외부마감 지붕 - 송판무늬 노출콘크리트 외벽 - 송판무늬 노출콘크리트 · 내부 주요 마감재 석고보드 위 지정벽지 바닥 - 지정온돌마루 · 주방 주요 마감재 석고보드 위 지정벽지 · 욕실 주요 마감재 지정타일 · 단열재 지붕 - 압출법 보온판 내단열 - 압출법 보온판 · 난방기구 가스보일러, 전통 구들 설계 ABIM 아키텍츠 02-6013-0409 http://abim.co.kr 시공 윤진종합건설 010-5479-0456 대지는 충남 금산군 작은 시골 마을 어귀에 있다. 그간 부모님이 사시던 집이 오래되고 낡아 안전을 염려했던 아들이 ABIM 아키텍츠에 집 짓기를 의뢰했다. 해발 600m 남짓한 작은 산으로 둘러싸인 대지 남쪽으로는 마을을 오가는 6m 도로가 인접해 있었다. 동쪽으로는 건축주의 형이 벼농사를 짓는 작은 논이, 그 반대편에는 밭이 있었다. 남북 방향으로 42m, 동서 방향으로 18m의 긴 형태이면서 계획관리지역인 탓에 건폐율 40% 미만, 용적률은 100% 미만이 적용되던 땅이었다. 다소 집 짓기 까다로운 대지였지만 김호중 ABIM 아키텍츠 대표는 땅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집을 짓고자 했다. “처음에는 인접 대지에 옥수수를 심어 가을에 한편에는 잘 익은 노란 옥수수가, 반대편엔 황금빛 논이 바람에 출렁이는 장관이 연출되는 집을 짓고자 했어요. 아쉽게도 공사 시작 전, 비어있던 밭에 어르신께서 비닐하우스를 설치하는 바람에 제 꿈이 무산됐죠. 하지만 아들분이 나중에 논과 밭으로 복원할 거라고 하니 시간의 변화가 기다려집니다.” ‘2055’의 비밀? 농가주택의 경우 정형화된 모습이 많다. 하지만 금산주택은 그러한 편견을 깨는, 재미있으면서도 단순한 모습이다. 집의 모습은 대지 형태에서 비롯됐다. 긴 대지 특성상 집은 기다랗게 부지 중간에 걸쳐져 있고 주거 공간과 찜질방, 창고 총 3개로 나누어져 있다. “처음 설계 의뢰한 건축주의 요구 사항은 간단했습니다. 주거공간(20평)과 찜질방(5평) 그리고 창고(5평)가 필요하다는 게 전부였어요. 고민하다 아예 공간을 셋으로 분절했죠, 그게 이 주택의 핵심이 됐어요. 그래서 주택 이름도 각 공간 면적 값을 따 20(주거) + 5(찜질방) + 5(창고), ‘2055HOUSE’로 지었죠.” 김호중 대표는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도 동네주민들의 사랑방 공간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집을 설계했다. 창고를 도로에 가장 가깝게 배치하고 안쪽으로 구들방, 가장 깊숙한 곳에 주거 공간을 배치한 것. 하지만 워낙 독특한 외관이다 보니 완공 후 외부에서 구경오는 이들이 많아 생활이 불편해진 노부부는 외부에 펜스를 칠 수밖에 없었단다. 세 공간은 각각 독립적이지만, 그 사이에 데크를 깔아 서로 하나의 연결 공간으로 인식할 수 있게 했다. 특히, 찜질방과 창고 사이 외부 공간을 내부 같은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김호중 대표는 따끈한 구들방에 누워 찜질하고 바깥 데크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연출하고자 했다. 또한, 차량 출입과 프라이버시를 고려해 앞마당보다 뒷마당을 넓게 한 점도 인상적이다. 탁월한 공간 구성으로 동선 최소화해 가장 안쪽에 위치한 집 내부 공간도 독특하다. 가장 먼저 동선을 최소화한 점이 눈에 띈다. 안방과 거실, 부엌을 Y자로 연결해 내부와 외부 공간을 다중적으로 접할 수 있게 했다. 지난해 중풍으로 쓰러진 후 몸이 불편해진 할아버지와 무릎과 허리가 아픈 할머니도 실내 생활하는 데에 무리 없는 구조다. 농사일을 하다 보면 몸이 금세 지저분해진다. 실내로 들어서면 왼편에 바로 욕실이 나오는데, 씻은 후 주 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어 여간 편리한 게 아니란다. 노부부에게 다소 길다 싶은 복도식 구조지만, 욕실을 그 중간에 배치함으로써 오히려 생활에 편리한 아이디어가 됐다. Y자의 내부 공간과 접하는 외부에는 내밀한 외부 공간이 마련돼 있다. 거실에서 바로 마당으로 나올 수 있도록 거실에 큰 슬라이딩 창을 달고 그 앞으로도 데크를 깔아 이동을 편리하게 했다. 김호중 대표는 이곳을 통해 실내에서도 계절의 변화를 볼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노부부가 워낙 고령이고 농사일로 바쁘다보니 지금은 이곳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나중에 아들이 집을 물려받게 되면 김 대표의 설계 의도가 비로소 꽃피울 것이다. 실패없는 시공 비법, BIM 이 집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16.5㎡(5평)의 찜질방. 주거공간과 창고 사이에 있는 찜질방은 노부부가 즐겨 찾는 장소다. 날이 쌀쌀해지면 살다시피 한다고. 아궁이에 직접 장작으로 불피워 난방하는 구조인 찜질방에서 한숨 자고 나면 농사일로 쑤신 몸이 시원해져 자주 애용한다. 벽 하단으로 가로로 길게 창을 내 답답함을 없앴고 위로도 천창을 내 채광도 높였다. 김호중 대표는 노부부가 자주 사용할 찜질방 설계에 특히 공을 들였다. 땅을 깊이 파고 연기를 밖으로 잘 배출할 수 있으려면 시공업체와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했다. BIM Building Information Model 기법을 통해 3D 모델링을 바탕으로 설계한 덕분에 시공업체와의 의사소통을 원활히 진행, 공사를 차질없이 시행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충분한 사전협의 후 공사 진행한 덕분에 독특한 디자인임에도 불구하고 공사 중 발생하는 설계 변경이나 재시공 없이 공사를 완료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호중 대표의 노력과 건축주 아들의 효심이 빚어낸 2055HOUSE는 이곳 땅에서 평생 자식을 위해 살아온 노부부에게 삶의 여유를 찾게 해준 집이다. 지난 세월을 돌아보고 마음을 놓을 수 있는 ‘휴식 공간’ 같은 곳이 됐다. “어떤 이는 집 모양이 희한하다고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도시서도 보기 힘들 정도로 멋진 집이 우리 집이라니 자랑스럽습니다. 부모 위해 이 멋진 집 지어준 자식들이 정말 고맙기도 하고요. 그래서 가만히 집을 보면서 괜히 뿌듯하기도 하고 그래요. 우리 같은 촌사람이 집에 대해 뭘 알겠냐만, 내 마음이 편하고 좋으니 그게 바로 좋은 집 아니겠어요? 이렇게 집 지어준 ABIM 아키텍츠와 아들딸에도 참으로 고맙습니다.” 잠깐! BIM이란? 건축, 토목, 플랜트, 전기, 기계 등 전 분야에서 사용되는 기법. 3D 모델링으로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공사를 예측하고 준비해 시행착오를 줄이는 일련의 과정이다. 실제 건물을 짓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3차원 모델링을 해 실제 공사 시 발생할 여러 문제점을 사전에 검토해 원활한 공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첨단 시스템이다. 건축 후 건물 유지 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3차원 정보관리 시스템을 의미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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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전원주택라이프] 전원주택, 금산 콘크리트주택_ABIM 아키텍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