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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집의 어제와 오늘

흙 건축이란, 좁은 의미로는 흙으로 구조체(천장, 바닥, 벽 등)를 세우는 담틀집이나 토담집을 가리킨다. 넓은 의미로는 흙으로 건물의 벽체를 구성하거나 미장 등의 공정에서 흙을 일부 사용하는 건축 기법 모두를 말한다.
이러한 개념으로 본다면, 흙 건축의 범주는 토담집, 담틀집 등 건축자재 대부분에 흙을 사용하는 것을 넘어선다. 한옥 목구조 형태의 뼈대를 세운 후 심벽 방식이나 흙벽돌 조적 방식으로 벽체를 세우는 집, 철근콘크리트 기둥+처마도리(슬래브)에 흙벽돌 쌓아 짓는 집, 서구식 목구조나 일반 조적조와 결합한 흙집 등을 모두 포함한다. 아파트나 일반주택의 내벽이나 방을 황토로 마감하는 것도 흙 건축 범주에 포함할 수 있다. 즉, 건축 소재로 흙을 사용하여 시공하는 총체적인 의미로 보아야 한다.
다른 건축 양식은 구조와 벽체가 일치한다. 그래서 철근콘크리트조, 조적조, 목구조라고 부른다. 흙 건축의 구조는 다양하여 건축법상 정확하게 명기하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목구조로 표현하거나 조적조라고 적는다.
흙집하면 일반인들은 민가를 떠올린다. 초가집이나 너와집 형태의 흙벽돌 조적집(토담집)을 연상하는 것이다. 대중적이진 않지만 담틀 방식의 흙집도 여기에 포함한다. 그리고 기와집으로 표현되는 뼈대집(심벽집)만을 한옥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연유로 흙집이라 하면, 토담집 형태를 연상하고 쉽게 지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목구조 형태의 흙집은 한옥만을 떠올려 짓기 까다롭고 비싸다고 여긴다.

## 구조로 나누는 전통 흙집 유형
토담집
겉흙을 걷어 낸 살흙(돌멩이나 모래가 섞이지 않은 순수한 흙)과 반죽에 용이한 논흙 그리고 짚을 썰어 넣어 혼합한 뒤, 흙벽돌을 찍어 벽체를 세운다. 그 위에 서까래를 걸고 지붕을 만든 뒤에 초가(또는 너와, 산죽)를 얹는다.

뼈대집(심벽집)
주추(기둥 밑에 괴는 돌 따위의 물건)에 7치 정도의 원형 기둥을 세우고, 처마도리와 보로 뼈대를 세운 뒤 중도리와 종도리로 지붕 모양을 잡는다. 집의 규모에 따라 삼량식, 오량식으로 부른다. 나무 기둥과 기둥 사이에 싸릿대나 대나무, 수수깡으로 가로외(흙벽을 바르기 위해 벽 속에 넣어 가로로 엮는 나뭇가지)를 엮어 힘살을 박고, 그 위에 흙벽을 만든다. 초벽, 재벽, 새벽 순으로 벽체를 마감했다. 지붕재는 주로 기와를 사용했고, 행랑채 등은 초가를 얹기도 했다.

귀틀집
벌목하여 다듬은 목재를 우물 정(井) 자로 쌓아 올려 구조벽(집의 무게를 지탱하는 벽)을 만들고, 그 틈새에 흙을 메우는 방식이다. 모서리나 교차 부분은 나무에 홈을 파서 물리고, 나무 사이의 틈은 흙을 발라 메운다. 귀틀집은 깊은 산간 오지에서 주변의 재료를 구해 집을 짓는 과정에 나타났다. 지붕은 너와나 굴피를 얹는다. 너와로 얹은 넓적한 돌은 돌너와라 부른다. 통나무로 사방벽을 쌓은 하나의 공간이 방이다. 통나무를 사면으로 두 번 쌓아 방 2개를 만들고, 사이의 공간을 다시 통나무로 쌓아 막으면 3칸짜리 집이 된다. 그러므로 실내에서 기둥을 볼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 요즘 짓는 흙집의 유형
흙벽돌집
가장 대중적인 방식으로, 새마을 노래에 나오는 초가집이 바로 토담집이다. 요즘 짓는 토담집은 지붕을 아스팔트 슁글이나 기와로 시공하는 경우가 많다. 볏짚을 구하여 지붕을 잇는 것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보수하기 어렵고, 요즘의 볏짚으로는 예전에 보던 지붕선을 만들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벼의 품종이 옛날과 다르기 때문이다. 토담집은 옛집의 개념으로 3칸 형태(약 10평에서 15평 이내) 또는 건물의 폭이 9자에서 12자를 넘지 않는 일자형 주택에서만 가능하다. 초가지붕이 아닌 목조 형태의 지붕을 만드는 과정에서 벽체와 지붕을 결합하는 일이 어렵다. 지반이 움직이면서 흙벽이 손상될 수 있다.

목구조 심벽집
나무로 뼈대를 짠 다음 대나무 등을 잘라 심을 엮고(심벽) 양쪽으로 황토를 쳐 발라 벽체를 세운다. 심벽을 가로로 치면 흙이 처지는 것을 막고, 세로로 치면 하중을 덜 받는다. 마름질(재목을 다듬고 손질하는 일)한 원형 기둥에 하방, 중방, 상방을 걸고 서까래, 지붕을 얹는다. 옛집의 멋을 가장 잘 살려내는 형태이긴 하나, 나무 기둥과 흙벽이 수축하면서 발생하는 틈이 단열과 관리, 보수 문제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전통 한옥
한옥 건축의 정수라 할 수 있는 모든 기법이 동원된다. 집을 짜는 가구(架構) 방식이 다르다. 원형 주추와 나무기둥, 하방, 중방, 상방, 이중의 처마도리, 솟아오른 장추녀에 휘어 들어간 처마선, 서까래와 부연으로 된 이중처마, 삼량이나 오량 천장, 정통 우물마루 등 끝이 없다. 이러한 기법들은 건축비와 공간 구성의 문제 때문에 사찰 및 전시 공간 등 특수 건물에만 적용되며, 살림집에는 보다 단순한 전통 기법을 응용하고 있다.

목구조 흙벽돌집
목구조 심벽집처럼 뼈대집이란 점에서 같지만, 흙벽을 심벽 방식이 아닌 흙벽돌을 쌓아 만든다. 흙벽돌과의 결합을 고려하여 원형이 아닌 사각기둥을 쓰며 처마도리를 사용한다. 나무 기둥과 흙벽 이음매의 틈 발생을 감안하여 흙벽돌 이중 쌓기 등의 보완 작업을 거쳐 시공하고 있다. 현재 가장 대중적인 흙집 유형으로 자리 잡았다. 목구조를 이용한 건물의 폭과 길이가 자유롭고 2층(복층) 형태도 가능하다.

혼합형 흙집(퓨전 흙집)
철근 콘크리트 기둥+슬래브+흙벽돌 조적 방식이나 치장벽돌(또는 시멘트벽돌 조적 후 마감) 조적 기둥에 목조지붕+흙벽돌 쌓기, 철골 빔 구조에 흙벽돌 쌓기, 서구 목구조에 흙벽돌 쌓기 등 다른 건축 기법을 구조체로 응용한 흙집 유형이며 앞으로도 다양해질 전망이다. 이 방식은 습기에 약하고 중층 이상으로 짓기 어려운 흙집의 단점을 보완한다. 콘크리트나 철골 등이 들어가는 만큼 흙집 특유의 통기성이나 자연미를 떨어트리는 단점이 있다.

귀틀집
산에서 구하기 쉽고 저렴한 가격의 낙엽송 원목을 이용하며, 비숙련자들도 쉽게 지을 수 있어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쉬운 형태다. 벽체 길이만 한 통나무로 사방을 쌓기 때문에 나무가 풍부한 지역에서 볼 수 있는 형태이다. 나무를 정사각형으로 쌓는데 네 귀퉁이는 홈을 파서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한다. 그리고 나무 틈새는 흙을 발라 메운다. 목재가 변형되면서 생기는 틈과 창의 여닫힘 문제, 단순한 건물 구조 형태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 황토집 건축비가 많이 드는 이유 11가지

하나, 소규모 살림집에서 중·대규모 살림집으로 바뀌었다.
채나눔(한 덩어리의 주택을 여럿으로 나눠 배치하는 공간 분할) 방식의 소규모 건축물 집합이던 살림집이 기능과 효율에 따라 독채 형태로 규모가 커졌다. 때문에 기초, 골조, 지붕 방식에 큰 차이를 가져왔다. 목재의 치수나 길이도 커지면서 공정도 복잡해졌다.

둘, 모양은 한옥, 기능은 현대주택으로 만들기 위한 비용이 추가됐다.
현대주택인 서구식 목조나 스틸하우스, 조적조 건물과 같은 단일 건축 양식이 아니라, 구조와 지붕은 한옥 형태의 느낌으로, 벽체는 흙벽돌로, 내부 마감은 현대주택의 기능성을 살리게 됐다. 그러다 보니 전통건축과 현대건축 요소가 더해져 단일 건축 양식보다 비용이 많이 들게 됐다.
셋, 공정이 복잡하고 공사 기간이 길다.
단일 건축 양식은 구조체가 벽체를 형성함으로써 공정이 단순하고 공사 기간도 짧다. 하지만 흙집은, 뼈대와 지붕을 먼저 한 상태에서 벽체와 흙일을 시작하기 때문에 공정이 복잡하고 공사 기간도 길다. 기둥과 흙벽 사이, 창틀과 주문제작형 창호의 설치, 내부 미장과 외부 마감, 흙벽에 홈을 내고 매립하는 전기공사, 내장 마감과 황토 미장, 구들방 및 옛날 대문 제작 등 약 30여 개의 공정이 일정에 딱 맞아야 하므로 일반 건축보다 훨씬 어려운 과정을 거친다.

넷, 소규모 목창, 미닫이에서 현대적인 창호로 바뀌었다.
특히 창이 차지하는 비용이 훨씬 높아졌다. 예전에는 작은 목창, 여닫이 또는 미닫이 창호지를 썼던 창과 문이, 전망과 단열을 중시하는 현대주택에 맞춰 이중창 형태로 변하면서 총 건축비의 10퍼센트 이상이 창호 비용으로 들어가게 됐다.
다섯, 황토 건자재가 상품화되면서 비용이 높아졌다.
주변의 흙을 채취하여 집을 짓던 예전 방식과 달리, 황토를 상품화한 포장 단위로 구입하여 시공하다 보니 건축비에서 흙벽돌과 황토 모르타르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특히 흙의 원래 기능은 살리되 크랙 등 흙집에서 나타나는 하자를 줄이기 위한 황토 건축자재는 대중화 전 단계임을 감안하더라도 비싼 편이다.

여섯, 아스팔트 슁글, 기와, 너와 등 지붕재가 차지하는 비용이 많다.
옛 살림집은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볏짚이나 너와를 지붕재로 사용했고, 기와를 굽는 곳도 많았다. 하지만 볏짚이나 너와는 관리하기 어려워 현대인들의 고려 대상에서 제외됐다. 기와는 한식기와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나 한옥 형태에만 시공되기에 고비용에 속한다.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지붕 소재인 아스팔트 슁글도 고급형 사양(수명 40년)으로 할 경우, 방수 시트와 처마 후레슁 등을 포함하면 지붕재가 차지하는 비용도 상당한 수준이다.

일곱, 지붕 천장 단열이 보강됐다.
예전 살림집의 단열재는 흙이었다. 벽체뿐만 아니라 지붕에도 흙을 얹고 기와나 볏짚을 이었던 것이다. 단열재가 보강된 요즘에는 지붕과 천장을 이중으로 단열처리함으로써 그 비용만큼 늘어났다.

여덟, 전기나 설비 및 난방 방식이 바뀌었다.
구들 난방이 석유나 가스, 심야전기보일러 등 현대식 난방으로 바뀌었고, 심야전기보일러는 설치비용이 600∼700여만 원에 달하는 등 많이 달라졌다. 간단한 백열등 하나만 있던 시절과 다르게 케이블방송, 인터넷 전용선, 통신 등 전기공사 자체가 바뀌었고, 조명도 고급화됐다. 건물의 외등이나 정원의 통로 조명, 정화조에 연결하는 외부선 등 지중 매설을 포함한 공사 범위도 넓어졌다. 현대주택에서 가장 핵심적인 하자 요인이 전기 설비 공사임을 감안하면, 앞으로 이 부분의 비용은 지속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아홉, 장판과 마루, 전등, 설거지대, 붙박이장, 벽난로 등 마감 사양이 고급화됐다.
신문지나 초배지로 마감하던 것에서 한지 벽지로 고급화하고, 콩기름을 바른 장판지로 기능을 높이고, 거실은 현대인들이 선호하는 온돌마루로 시공하게 됐다. 전등은 한옥에 어울리는 원목형 창살 전등으로 하고, 신발장과 설거지대 역시 현대인들의 정서에 부합하도록 사양을 고급화했다. 특히 입식 생활에 주효한 서구식 벽난로가 수입되면서 온돌 문화와 결합했고, 신축 주택에서 선호하게 됨으로써 건축비가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열, 오·배수 배관 및 정화조 설치, 자연석 쌓기 및 토방 등 부대공사가 많아졌다.
그저 오수를 저장하던 기능에 머무르던 데서 벗어나, 환경을 고려한 합병정화조(가정에서 배출되는 분뇨와 부엌하수, 목욕 및 세면하수, 세탁하수 등을 발생원에서 1∼2ppm 수준으로 처리하는 고효율의 오수처리시설) 설치를 권장하고 법제화하면서 시공 방식이 강화됐다. 그 때문에 합병정화조 설치를 위한 콘크리트 옹벽과 정화조 설치비용 400여만 원 정도가 추가됐다. 집을 아늑하게 만들어 주는 토방이나 경사지의 자연석 쌓기 등 외부의 정지 작업도 조경과 더불어 필수 요소가 돼 가고 있다.

열 하나, 품앗이 건축에서 전문가 건축으로 바뀌었다.
우리 살림집은 농촌 공동체 문화의 직접적인 산물로 품앗이 형태의 집짓기였다.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건축 소재로 나무와 흙을 구하고 지붕재를 선택했다. 구들을 놓고 아궁이와 굴뚝을 만들면 기본적인 틀이 갖추어졌다. 집의 기능과 실용성, 모양과 마감을 중시하는 현대 주택으로써의 흙집은 전문가 집단이 전담하여 짓는 현대식 흙집으로 시공 방식이 바뀌었다.

위의 모든 요소들로 말미암아 흙집은 내 손으로 지을 수 있는 간단한 집, 적은 비용으로 지을 수 있는 집이 아니다. 한옥의 멋은 살리고 기능은 현대 주택인, 복잡하고도 비용이 많이 드는 주택으로 바뀌었다.

## 공정표로 전체 공정 이해하기

전체를 본다는 것과 세부적인 사안을 처리하는 것은 다를 수 있다. 그것은 기술적인 문제에 해당한다. 일정 시간 안에 물 흐르듯 막히지 않고 가야 신명이 나는 법이다. 뒤죽박죽 순서가 바뀌면 집이야 되겠지만 비용이나 기간, 하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집을 짓는 감독이 다음 일을 염두에 두지 않고, 한 공정에만 매달리면 몇 곱의 수고를 해야 원상 복구되는 경우가 많다. 소위 설계 변경, 재시공이 필연적이다. 전체 공정을 이해하여, 부분 공정이 다음 공정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미리 점검하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공정 사이의 준비 기간과 날씨에 따른 변동까지 고려하여 공정일수를 여유 있게 계획하는 것이 좋다. 30∼40평의 한옥 목구조 흙집을 예로 든다면 시공 회사가 공정을 진행할 경우 대략 90일에서 100일 정도 예상하나, 비가 올 때는 10일에서 20일 정도 공사 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 따라서 직영으로 공사 진행을 한다면 약 5개월 정도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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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신토불이 건강주택, 황토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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