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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를 켜고 구들장을 덮어 흙을 발라 방바닥을 만드는 구들은 불을 때 달군 구들장이 방출하는 열의 전도, 복사, 대류 등을 이용하는 우리의 전통 난방법이다. 구들 난방은 열효율이 뛰어나고 설치가 경제적이며 반영구적이다. 또한, 취사를 위해 아궁이에 불을 때고 남은 열로 바닥을 덥힘으로써 취사와 난방을 모두 해결한다. 이 때문에 구들 난방은 우리 주택 구조의 원형을 결정한다.

한겨울 따듯하게 덥힌 구들에 궁둥이를 붙이고 앉거나 배나 등을 대고 누워야 진정으로 편안함을 느끼는 문화적 습관, 그리고 밖에서 들어와 따듯한 아랫목에 손을 넣던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 한 구들은 우리 주거형태의 한 유형으로 계속 존재할 것이다.“추위를 피해 한옥 방바닥에 앉았는데 마치 봄이 온듯했다. 세상에 이보다 이상적인 난방법은 없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 (미국건축가, 1867~1959)
    
·사진 유명성<일하는사람들 대표/류명성구들연구소소장> 032-937-7393   
http://cafe.naver.com/mogsoocom   

최근까지 우리가 구들을 멀리한 이유는 아궁이 부엌과 여타 생활공간의 분리가 현대의 입식 생활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땔감 조달과 온도 조절이 어렵고, 불을 지피면 집안으로 스며드는 연기와 먼지 등도 무시 못 한다. 이로 말미암아 농어촌 두메산골에서조차 그 불편함 때문에 구들은 사라져갔다. 한때 구들은 산간 오지에서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낙후 생활의 상징으로 여겼다. 그 결과 담양 소쇄원 광풍각과 안동 도산서원 등 문화적 원형 유지가 필요한 곳에서 구들은 박제처럼 남아 있을 뿐이다.

전통 방식의 고래.

경제성으로 다시 찾은 구들
우리는 2000년 이후 경제 위기를 겪으며 저렴한 난방 방식을 주목했다. 도시 지역에선 편리하고 저렴한 도시가스가 여타 난방 방식을 제치고 대세를 이뤘다. 농어촌 지역에선 화목이 압도했다. 약간의 노력과 저렴한 비용으로 쉽게 얻는 화목이 농어촌 지역에 가장 적합한 난방 재료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목보일러를 개발하고 구들을 다시 주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구들은 여전히 고쳐야 할 점이 많다. 연기, 먼지, 재 등 불편한 점을 해결해야 하며, 열기가 고래를 통해 빠르게 빠져나가는 에너지 비효율 구조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콘크리트 구들방 기단. 기초할 때 구들 자리를 콘크리트로 미리 만들어 열기 낭비를 최소화하고 작업의 효율성을 높인다.

기단基壇을 혁신해 새는 열과 연기를 막아_
전통 방식의 구들 놓기는 주재료인 흙과 돌로 얼기설기 막 놓는 방식이기에 밀폐성과 단열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흙과 돌 틈새로 나오는 연기와 먼지, 재의 불편함과 에너지 비효율성은 당연한 일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도입한 것이 현대적인 철근콘크리트 기단 형성 기법이다. 이를 통해 바닥의 밀폐성을 확보함으로써 의도하지 않는 곳으로 나가는 연기를 막고 외부로 빠져나가는 열기도 최대한 억제할 수 있다. 현대적 개선을 통해 효율성과 관리성을 높인 것이다.

구들장 위에 엑셀 파이프를 깔아 구들을 깔지 않은 여타 방으로 난방열을 돌리는 방식을 시도했다.

연도와 고래를 혁신해 열효율 높여_
전통 방식의 허튼고래 쌓기나 치밀하지 못한 고래 쌓기는 함실(아궁이)의 열기가 빠르게 구들 밑으로 지나게 한다. 이렇게 하면 첫째, 구들을 놓기 쉽고 재료를 적게 사용하지만, 고래를 듬성듬성 놓음으로써 빠르게 굴뚝으로 빠져나가는 열기를 막지 못한다. 둘째, 열기를 가둬야 할 기제機制를 얼기설기 놓기에 열 보전성이 떨어진다. 셋째, 함실의 열 담지율과 반사율이 떨어져 화목을 완전 연소에 가깝게 처리하지 못한다. 이처럼 전통 구들 방식은 놓기는 쉽지만, 실제 활용에선 효율성이 떨어지는 구조이다. 이러한 문제를 철근콘크리트 기초 단계에서 구들 구조에 의도성을 부여해 해결한 것이다. 그 결과 고래 통로의 경사각과 부넘기 높이를 조절함으로써 열기는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지만, 연기는 잘 빠져나간다. 또한, 치밀한 고래 쌓기로 도자기 가마 수준의 열 보전성과 열 반사율을 확보함으로써 함실(아궁이)과 고래 통로의 열효율이 매우 뛰어나다.

벽돌로 조밀하게 쌓은 고래. 함실, 부넘이, 고래, 굴뚝개자리 등의 높이 경사 각을 치밀하게 설계해 열 낭비 요소를 최소화하며, 특히 고래를 벽돌로 쌓음으로써 축열 능력을 최대화했다.

복합 구들 난방 방식 개발_
전통 구들의 열전달 방식은‘구들장이 놓인 곳까지’라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따라서 열전달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구들장 위에 엑셀 파이프를 깔아 구들을 깔지 않은 여타 방으로 난방열을 돌리는 방식을 시도한 것이다. 이 시스템은 온수의 방향을 조절하는 순환 펌프와 역류를 방지하는 체크 밸브의 기술적 접목으로 가 능하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구들과 난방용 엑셀 파이프를 결합해 16.5㎡(5.0평) 구들로 99.0㎡(30.0평) 난방을 해결한 것이다. 인천 강화군 양도면 삼흥리 주택은 복합 구들 난방 시스템으로 겨울철 -15℃ 이하에서도 별다른 난방 없이 거실 온도를+20℃ 수준으로 유지한다.

마지막까지 새는 열을 잡아야_
예전 한겨울에 어머니가 저녁밥을 지은 후 얼마쯤 있다 한차례 더 불을 때고 불길이 어느 정도 잦아지면 왕겨 한 삼태기를 넣어 아궁이 입구를 막던 모습이 떠오른다. 삭풍에 아궁이 열기가 떨어지지 않도록 한 지혜이다. 이를 본받아 아궁이에 단열이 잘 되고 송풍 장치까지 설치한 덧문을 제작한 것이다. 아궁이 입구는 새는 열과 흡입되는 냉기를 철저히 잡을 뿐만 아니라 송풍 장치로 불을 때는 데 익숙지 않은 현대인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

강화 고천리 한옥. 25평 전체가 구들 난방이다. 고려저수지 주변이 영하 20℃까지 내려갔을 때 고천리 한옥은 내부 온도는 19∼20℃를 유지했다.

확장된 문화적 요구로 구들의 필요성 높아져
주 5일 근무제의 정착에 따라 농어촌에 주거지를 두고 도시로 출퇴근하거나 33.0㎡(10.0평) 이내 세컨드하우스를 갖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들의 관심사는 여유와 건강이다. 구들은 여유와 건강을 찾는 이들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 겨울 동안 사용할 땔감을 만들고 아궁이 불을 지피고, 재를 정리하는 등의 작업은 힘든 노동이 아니기 때문에 활동량이 부족한 현대인도 즐기면서 할 수 있다.

사무실에서도 구들 생활이다. 한겨울을 제외하고 이틀에 한 번만 불을 지피고 있다.

구들 기술 혁신을 통한 연료의 최소 사용_
2011년, 2012년에 구들 효과를 검측한 인천 강화군 내가면 고천리 주택은 한겨울에 50㎏ 정도 마른 화목으로 82.5㎡(25.0평) 규모 난방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고천리 주택은 전통 구들 난방 방식을 택한 전통 한옥으로 거실 온도가 평균+20℃를 유지한다. 이는 5t 정도 화목으로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동지 석 달을 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난방비로 환산하면 대략 60만 원(화목비+운반비+지게차비) 정도이다. 월평균 20만 원 정도면 대규모 단지 아파트의 도시가스 난방비 수준이다.

아궁이 덧문. 덧문을 달아 외부 온도의 영향을 차단하고 내부 열기가 새는 것을 방지한다. 더불어 송풍기를 달아 불 때기가 익숙하지 않은 현대인도 쉽게 불을 관리하도록 했다.

구들의 새로운 활용_
전통 건축은 부엌-구들방-대청(마루)을 잇는 구조로 구들방만 내부 공간이고 부엌과 대청, 화장실은 외부 공간이다. 현대건축은 이 모든 공간을 내부 공간으로 끌어들였다. 이러한 현대건축과 전통건축의 본질적 차이로 현대건축에 구들을 적용하기 어려웠지만, 열효율성을 높인 구들 난방 방식의 혁신으로 대청마루(거실)에도 구들방 설치가 가능하다. 심지어 화장실 아래로 구들이 지나가는 구조까지 만들 수 있다. 인천 강화 고천리 한옥은 82.5㎡ 전체 구들 난방 방식에 거실 대청마루까지 구들을 놓아 한옥을 이용하는 손님에게 마룻장을 뜯고 내려앉아 찜질하는 용도로 제공하고 있다.

이 집의 자랑인 마루와 구들 사이 공간.
2000년 이후 기술 혁신으로 현대건축에도 구들을 충분히 결합할 수 있다. 게다가 낮은 가격의 연료비는 구들에 대한 호응도를 높여준다. 복잡한 도시의 삶과 달리 여유로운 삶을 누리게 한다는 점에서 확장성을 가진다. 하지만 구들 난방 방식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연료 적재 공간이 커야 하고, 사람이 계속 움직여야 작동하는 원시성에 기초하기에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구들을 이해하는 마음이 없으면, 이러한 생활은 쉽지 않다. 어쨌든 지금처럼 석유나 가스도 좋지만, 그 정취는 구들에 비할 바는 아니다. 구운 돌 위에 사는 즐거움이란 곧 자연의 정을 직접 느끼는 맛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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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 실속 난방 - 5평 구들로 30평 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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