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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끄는 집


주춧돌 놓고 짜맞추기식으로 재현한 전통한옥

주춧돌을 놓고 전통한옥 양식 그대로를 재현하려고 애썼다. 기둥만도 66개가 들어갔다. 기둥을 세우고 나무와 나무가 연결되는 부위는 못을 사용하지 않고 홈을 파 일일이 짜맞추었다. 벽체는 소성한 흙벽돌로 쌓아 올렸다. 여기에 나무로 틀을 짜서 대고 스티로폼으로 단열을 한 다음 다시 그물망을 설치하고 흙과 양회를 섞어 벽체를 바랐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회로 마감을 했다.


십중팔구 시선을 떼지 못한다. 쉽게 볼 수 없는 ㄷ자형 주택인데다 외형에서 주는 분위기가 아주 이색적이기 때문이다. 누구는 사찰 분위기가 풍긴다고 하고 또 누구는 일본집 같다는 얘기도 한다. 그러나 찬찬히 둘러보면 다분히 한국적 분위기가 곳곳에 배어 있는 집이다.

경기도 포천군 소홀읍 직동리. 5년전 이정태 정현옥씨 부부가 이 곳에 왔을 때 직동리는 아주 한적한 동네였다. 불과 5년전 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처럼 민가나 음식점들이 없었고 이정태씨 집만이 유일했다. 밤이면 무서울 만큼 적막감이 감돌았고 뒷산에서 가끔씩 울어대는 새 소리와 멀리 자동차 소리가 유일한 밤동무였다. 건물이 들어선 것은 불과 얼마전의 일.

이정태 정현옥씨 부부는 94년 친구와 함께 준농림전 4백40평을 구입, 필지를 분할해 절반씩 나누었다. 결국 2백20평을 구입한 셈이 됐는데 평당 20만원을 주었다. 건축은 이듬해 4월부터 시작됐다.

이정태씨는 이미 집을 알아보러 다니며 ‘이번 집은 한옥으로 짓겠다’는 생각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굳이 한옥을 고집한 이유는 옛날 기억 때문인데 어려서부터 줄곧 한옥에서 살았었다. 이미 한옥의 좋은 점을 잘 알고 있었고 도심에, 그것도 아파트에 살면서 늘 한옥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설계와 시공은 모두 외부에 의뢰했다. 설계는 아는 설계회사에 맡겨 이정태씨의 생각을 충분히 전달해주고 몇 번의 수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지금의 도면을 만들었다. 시공 역시 전통 한옥에 일가견이 있던 사람이 맡았는데 나중에 들으니 김포공항 팔각정을 지은 사람이라고 했다. 주춧돌을 놓고 전통한옥 양식 그대로를 재현하려고 애썼다. 기둥만도 66개가 들어갔다. 기둥을 세우고 나무와 나무가 연결되는 부위는 못을 사용하지 않고 홈을 파 일일이 짜맞추었다.

벽체는 소성한 흙벽돌로 쌓아 올렸다. 여기에 나무로 틀을 짜서 대고 스티로폼으로 단열을 한 다음 다시 그물망을 치고 흙과 양회를 섞어 벽체를 발랐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회로 마감을 했다. 내외벽 마감재로 쓰인 회도 해초를 끓인 물에 삼을 찢어 넣는 전통 방식을 고수했다. 실내는 천장을 없애고 서까래가 그대로 드러나도록 했고 밖에는 툇마루를 만들었다. 창호나 문틀도 모두 직접 짰다. 지붕엔 오지기와를 얹었다.

착공 4개월 만인 7월쯤 공사가 완료됐다. 땡볕이 내리 쬐는 한여름에 입주했음에도 그해 여름은 그닥 더위를 모르고 지냈다. 전통방식을 고수한 한옥의 힘이라는 게 새삼스러웠다. 모두 54평 규모로 평당 4백만원정도가 들었다. 당초 3백만원정도로 예상하고 공사를 시작했으나 건축 과정에서 예산을 다소 초과했다. 실내 구조는 방 4개에 거실, 화장실, 주방이 있다. 난방은 기름보일러, 식수는 암반을 뚫고 올라오는 지하수다.

집이 완성되자 손님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대개는 음식점이나 카페인줄 알고 찾아오는 사람들이었다. 주위에 건물이 없다보니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왔고 먼발치 호기심만으로 일부러 찾아온 사람들도 있다. 주말이면 툇마루에 걸터앉아 야외촬영을 하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이제는 주위로 건물들이 들어서 제법 동네 분위기를 풍긴다. 일장 일단이 있지만 그래도 가끔은 5년전 한적하던 그 시절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주위 환경이 많이 바뀌고 아이들도 이만큼 큰 걸 보면 그 사이 시간이 많이 지났음을 알 수 있다. 어느새 시골 사람이 다 됐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도 이 곳으로 오기를 참 잘했다.

글·사진 류재청

건축정보

경기도 포천군 소홀읍 직동리
부지면적: 준농림 2백20평(추후 대지전용)
부지구입년도: 94년도
부지구입금액: 평당 20만원
건축공사기간: 95년 4월∼7월
건평: 54평 (이중 툇마루 4평)
실내구조: 방4, 주방, 거실, 화장실
건축비: 평당 4백만원
방위: 정남향
건물형태: 전통방식으로 재현한 한옥
골조구성: 짜맞추기
벽체구조: 소성한 흙벽돌, 황토 + 양회
내외벽마감: 회(해초 끓인 물 + 삼)
단열재: 스티로폼
지붕마감: 오지기와
난방형태: 기름보일러
식수공급: 지하수
주변 환경: 음식점 및 카페, 민가 혼재
생활권: 소홀읍, 의정부, 구리시, 청량리, 상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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