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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지 주택을 접근하다 보면 여러 제한된 조건에 부딪혀 이를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안게 된다. 그중 하나가 좁은 면적에서 어떻게 하면 각 실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느냐 하는 것이다가와종합건축사사무소 최삼영 소장의 '채 나눔, 전통 공간의 재현'을 정리해 싣는다.
 
최 소장은  "여러 건축물 작업을 진행하면서 어떻게 하면 제한된 면적 내에 자연과 인간이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를 적잖이 고민했다"며 "이를 해결해 준 것이 바로 우리나라 고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채 나눔 기법이었다"고 말했다. 최 소장이 소속된 가와종합건축사사무소는 단독주택뿐만 아니라 공공 기관 건축물, 각종 시설물 등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건축 활동을 벌이고 있다.
 
가와종합건축사사무소 최삼영 대표 02-3143-0057 www.kawadesign.net
사진 석정민 작가

리는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것을 진부하거나 식상하다고 해서 버리는 일이 흔하다. 건축 기법을 떠나 조상이 물려준 삶의 지혜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근래 재조명 받고 있는 채 나눔이라는 건축 기법 역시 조상이 집을 지으면서 늘 써오던 방식이다.

심지 주택을 접근하다 보면 여러 제한된 조건에 부딪혀 이를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안게 된다. 그중 하나가 좁은 면적에서 어떻게 하면 각 실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로 주택이 삶을 담아내는 공간이라면 거주하는 사람에게 맞는 건축이 이뤄져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와 같은 고민을 덜어준 것이 바로 조상이 사용하던 채 나눔이다. 나는 이를'반半건축'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완성된 집이면서도 이후 사용자가 의도에 맞게 얼마든지 변형을 시킬 수 있기에 그렇다. 앞으로 거주자의 삶이 어떻게 바뀌든지, 집주인이 누가 되든지 집을 쉽게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융통성 있는 집, 삶을 담아내는 집이 가능해졌다.

1. 담을 설치하지 않고 사랑채를 외부로 열어놓은 당시로써는 혁명적인 배치 기법을 보여준 윤중 고택 2. 외부 자연을 집 안으로 끌어들인 대표적인 건축물 병산 서원 3. 마당과 지붕이 하늘과 닫혀 있는 듯 열려 있는 향단
고택에서 배우는 채 나눔의 지혜

건축하는 입장에서 우리나라 3대 고택을 꼽으라면 윤증 고택, 병산 서원, 향단을 들겠다. 윤증 고택은 당시 보기 드문 혁명적인 배치 기법을 보여준다. 사랑채를 마당 한가운데 둔 담이 없는 집이다. 사랑채 주위에 연못과 마당을 둠으로써 동네 사람들이 자유로이 이를 이용토록 배려한 것인데 큰 사랑은 동네 사람들의 교류지 역할과 수학하는 이들의 열띤 토론의 장이 되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자연스레 사람들이 모여들어 소통이 일어나는 공간이 탄생된 것이다.
 
병산 서원은 도심지 주택을 건축하면서 했던 고민의 많은 부분을 덜어준 곳이다. 서원 내 '만대루'에서 바라보면 마당과 더불어 저 멀리 펼쳐진 병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선조는 넓은 마당을 조성해 인위적인 자연을 가꾸기보다 외부 자연을 자연스레 집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택했다. 이를 응용하면 도심지 작은 마당에서도 충분히 외부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방법이 나온다.
 
향단은 마당을 내부 공간에 담아낸 특이한 구조다. 마당을 중심으로 각 실을 배치했는데 실이 앉혀질 자리를 잡고 남겨진 공간에 마당을 놓은 것이 아니라 마당을 짓고 나서 그 주위를 둘러 실을 배치한 것이다. 향단에서 마당은 비워진 공간이 아니라 그 자체가 하늘을 향해 열린, 하늘을 담아낸 채워진 공간이다.
 
이러한 고택들에서 얻은 지혜는 고스란히 작업물로 이어졌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풍동에 자리한 민마루 단지 내 여러 주택들을 시작으로 타운하우스인 동백 아펠바움까지 채 나눔 기법이 적용됐다. 가치 있는 조상의 유산을 후대에 물려주는 것 또한 우리의 몫이다.

사례 1 대지에 순응하는 '민마루 주택'

와 채 사이에 앞뒤 마당이 구성돼 채 사이를 이동하며 조경, 덱을 만나게 하고 단독주택이 가지는 즐거움을 마당을 통해 회복한다. 중정 조경을 기준으로 회回자형으로 순회하는 동선 체계를 구축하고 식당과 거실의 외부 공간 확장 개념으로 덱을 설치했다.

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외부와 단절되는 아파트와 구별되게 현관-중정-식당-후정으로 이어지는, 내외부가 중첩돼 만나게 되는 구조다. 깊이를 느끼게 하는 공간이 연출됐으며 중정을 통해 하늘을 공간 깊숙이 끌고 들어온다.

사례 2 외부로 열린 사이 공간 '민마루 2-205스튜디오'

은 경사면과 대지 형태에 따라 배치되고 산의 흐름에 의해 채가 분리됐다. 협소한 대지의 채 나눔은 주거 동과 작업실 동을 분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계획됐다. 작지만 사적인 중정이 형성됐고 루樓하부와 같은 공간을 제공했다.

공간은 독립적이면서도 덱에 의해 공유되는데 서로 솔리드(Solid) 하든 보이드(Void) 하든, 사이 공간의 형태로 모호한 경계를 형성한다. 각 공간은 모두 사이 공간으로 열려 있으며 또 그 사이 공간은 외부로 열려있다. 이를 통해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마당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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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택에서 얻은 깨달음, 채 나눔 조상의 지혜를 현대에 실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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