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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내 풀풀 나는 시골살이가 그리워 풍요와 빈곤이 아우성치는 도시를 떠나, 경남 하동의 지리산 자락으로 내려온 이가 있다. 로아차(露芽茶)를 운영하는 신재남 씨 가족이 그 주인공이다. 사라호 이후 최대라는 매미가 쓸고 간 자리를 추스르며 1년 가까운 기간을 바쳐 손수 집을 지었다. 그가 일일이 사진을 찍어가며 모은 자료를 소개한다. 정성들여 찍은 사진과 재치 넘치는 짤막한 설명을 읽어보면 ‘아, 황토집은 이렇게 짓는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 글 신재남<로아차 대표. www.loacha.com>

# 황토 이기기
1. 내부 고르기-하나
황토는 이긴 후 쉽게 쓰도록 건물 내부에 모아 둔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내부의 터를 고르게 고른다.

2. 내부 고르기-둘
일차로 포크레인으로 고르고 사람 손으로 다시 한 번 고른다.

3. 황토 비빌 자리 만들기
지붕에 얹거나 건물 내부에 깔 마른 황토도 상당량 필요하다. 물을 넣고 비비기 전에 사용할 양 만큼의 마른 황토를 미리 준비해 둔다. 황토는 여기저기 옮겨가며 비비면 그만큼 손실이 많아지므로 한군데서 비벼 옮기는 게 좋다.

4. 물 붓기
황토를 비비기 위해 물을 붓고 있다. 사실은, 큰 물통에 밤새 받아둔 물을 굵은 비닐 호스로 부어서 사용했다.

5. 황토 비비기
황토는 질척거린다 싶을 정도로 비벼 둔다. 장비를 이용해 비비다 보니 한 번에 많은 양을 비벼야 하고 장시간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질게 비비는 게 좋다.

6. 비빈 황토 운반-하나
비빈 황토를 건물 내부에 쓸 양만큼 옮겨 둔다.

7. 비빈 황토 운반-둘
건물 내부마다 쓸 만큼의 황토를 옮겨 둔다.

8. 황토 덮어 두기
비빈 황토가 마르지 않도록 비닐 등으로 잘 덮어 둔다. 가끔 물을 뿌려 주고, 쓸 땐 비닐을 걷어 낸다. 다 쓴 후엔 물을 뿌리고 비닐로 덮어 두어야 한다.

# 문틀, 창틀용 목재

1. 문틀, 창틀용 목재 도착
5톤 트럭도 조심하면 현장까지 올라올 수 있다. 서까래 운반 땐 괜한 고생을 했다. 하동에선 가격이 도저히 안 맞아 멀리 전남 나주에서 사왔다.

2. 크레인으로 부리기
크레인으로 옮기니 이리도 편하다.

3. 부리기 끝
총 세 묶음의 목재를 너무도 쉽게 부렸다. 9자짜리와 12자짜리를 섞어서 주문했다. 어떻게 쓰이는지는 다음에 나올 ‘문틀/창틀 짜기’편을.

4. 난감
목재를 다 부리고 나가다가 그만 건물 뒤편의 아직 다져지지 않은 물렁한 땅에 푹 빠지고 말았다. 나무 부리는 데 총 10분, 트럭을 빼내는 데 한 시간 걸렸다.

# 문, 창틀 짜기 및 설치

1. 나무 재단하기
문/창틀용 나무는 직경 1자짜리를 반으로 켠 것이다. 나무 재질은 수입 미송이다. 먼저 중심선을 먹줄로 튕긴 후 직각자를 이용해 중심선에 수직이 되게 재단한다.

2. 재단한 나무 자르기
재단한 나무는 엔진 톱을 이용해 자른다.

3. 못 박기
아래 판과 위 판, 측면 판을 세우기 위한 공간을 미리 계산해 둔다. (30㎝를 반으로 잘랐으니 15㎝ 될 것이다.) 측면 판을 세웠을 때 밀리지 않도록 미리 각목에 못을 쳐 쉽게 세우도록 한다.

4. 설치를 기다리는 문·창틀
이렇게 짝을 맞추어 문·창틀을 미리 만들어 둔다. 문·창틀을 세우는 데는 최소 성인 남자 두세 명이 필요하다. 그러기에 우리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올 때를 기다려 한 번에 세울 수 있도록 이렇게 준비해 둔다.

5. 아래 판에 황토 놓고 다지기
아래 판이 놓일 자리에 5∼10센티미터 정도 황토를 놓고 다진 후, 아래 판을 놓고 망치로 두드려 황토와 밀착되게 한다.

6. 수평계를 이용해 수평 맞추기
망치로 두드릴 때는 아래 판이 상하지 않도록 나무 조각 등을 이용하면 좋다. 이제 수평계를 이용해 수평을 맞춘다. 수평계의 공기 방울이 있는 쪽이 높은 쪽이다. 그러니 그쪽을 두드려 맞춰 주면 된다.

7. 측면 판 설치 및 수평 맞추기
측면 판은 아래 판에 완전히 밀착시킨 후 수평을 맞추어 세운다. 자를 때 절단면이 고르지 않으면 이때 큰 낭패를 보게 되므로, 재단할 때부터 조심조심. 9. 위 판 설치와 수평 맞추기
위 판을 측면 판과 완전히 밀착시킨 후 수평을 맞춘다. 못을 박아 고정하는 요령은 아래 판과 동일하다.

8. 측면 판 고정하기
측면 판의 수평이 맞으면 못으로 고정한다. 먼저 옆면을 작은 못(3.5인치)으로 박아 고정한 후(이때 밀리지 않도록 주의)뒤에서 대못(5인치 이상)으로 완전히 고정한다. 못을 다 박은 후엔 다시 한 번 수평을 확인한다.

9. 위 판 설치와 수평 맞추기
위 판을 측면 판과 완전히 밀착시킨 후 수평을 맞춘다. 못을 박아 고정하는 요령은 아래 판과 동일하다.

10. 대각선 길이 확인
바르게 설치되었다면 대각선의 길이가 같게 나와야 한다. 만일 이 대각선 길이가 다르다면 향후 문·창 등을 짤 때 애를 먹는다.

11. 버팀목 세우기
마지막으로 문·창틀이 밀리거나 틀어지지 않도록 버팀목을 박아서 세운다. 버팀목은 문이 설치되지 않는 쪽에서 위 판과 양쪽 측면 판이 틀어지지 않도록 각 한 개씩과 문틀이 앞뒤로 흔들리지 않도록 앞뒤에서 세운다.

12. 완성된 문틀
지금은 시초라 문틀만 설치했지만 창틀도 마찬가지 요령으로 설치하면 된다. 여덟 개의 문틀 짜는데 반나절, 설치에 하루하고 반나절 해서 이틀 걸렸다.

# 벽 쌓기

1. 황토 놓고 다지기
앞으로 쌓아야 할 벽의 총 길이는 약 60여 미터쯤 된다(창고를 제외한 본채만). 해보니 우리 부부 둘이서 하루에 최고 6미터 정도를 60센티미터 높이로 쌓았다. 벽의 높이 평균을 2미터 40센티미터라 하면 우리 부부가 쌓아야 할 날 수는 약 40여 일이다. 물론, 문·창틀만큼 쌓을 부분이 빠지지만 비가 오거나 해서 일을 못하게 되는 날을 생각하면 피장파장이다.

2. 나무 놓고 맞추기
5월말까지는 부지런히 쌓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휴~ 처음이라 삐뚤삐뚤하고 서로 티격태격하지만, 그래도 맘이 맞는 사람과 같이 하니 재미는 아주 좋다. 힘은 엄청 들지만 진짜 집 짓는 재미는 벽 쌓기를 하며 느낀다.

3. 망치로 두드려 고정
황토를 한 5센티미터쯤 깔고, 그 위에 적당한 나무를 옆의 나무와 주먹 한두 개 정도 사이를 두고 각을 맞춰 놓은 다음 망치로 두드려 고정한다. 이런 식으로 계속 쌓아 나가면 된다.

4. 황토 채우기
이제 나무와 나무 사이에 황토를 채운다. 벽의 두께는 약 40센티미터. 꽤 두껍다. 황토를 올리고 쌓느라 아침에 일어나면 손이 퉁퉁 붓는다.

5. 쌓은 내벽
아직 면 다듬기를 하지 않고 막 쌓은 내벽의 모습. 지금까지 쌓아 놓은 것들을 보면 힘이 없다가도 기운이 번쩍 난다.

6. 면 다듬기
찾아오는 어떤 사람과도 같이 노동하고 땀 흘리며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어 황토 집 짓기란 참 좋은 것이다.

7. 드디어 한 바퀴를 돌다
약 60센티미터의 높이로 집 둘레를 한 바퀴 돌아 쌓았다. 이제 이렇게 세 바퀴만 더 돌면 벽 쌓기는 끝이다. 어서 빨리 지붕 서까래를 거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8. 비 오는 날의 풍경
올봄에는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렸다. 황토집 짓기의 가장 큰 약점이 바로 ‘비가 오는 날’이다. 집을 다 지은 후에는 상관없지만 이렇게 벽을 쌓아 올리다 비를 만나면 비닐로 잘 덮어 비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한다. 천막을 치는 방법도 있지만 우린 이 방법이 더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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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황토집 따라 짓기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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