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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나무집이 그 규모와 형식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오랜 세월동안 인간과 가까이 하면서 조금씩 키워간 우정 같은 것일 수도 있고, 같은 생명체로 서로 감응(生體感應)하는 자연 현상일 수도 있다. 이렇게 생리적 친화성을 갖는 나무는 정서적으로도 자연환경에서 스스로 생명을 키워가고 건강을 지켜 가는 강인한 생명력을 갖고 있는 우리 이웃이다. 단순하게 나무로만 지어지는 통나무집이 우리의 정신적 긴장을 풀어주고 마음을 편하게 하는 진정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아름다움은 어떤 의미일까? 그것을 느끼고 찾는 정서적 심성은 어떤 가치를 가질까?
모든 사물은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다. 물리학이나 유물론적 사고로 별을 바라보면, 질량과 인력에 의해 움직이는 돌덩이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밤하늘의 별들이 지어내는 견우직녀의 이야기나, 제갈량이 천기를 살펴 천하 대세의 변화를 읽는 점성술에 마음을 빼앗기며 살고 있다. 또 핵폭발과 핵융합을 반복하는 불덩이인 태양을 향해 새해 새아침에 소망을 기원한다. 햇빛에 반사된 달빛을 어두운 밤을 지켜주는 주인으로, 아름다운 로맨스의 보물창고로 여긴다. 이처럼 우리 인간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정서적 본능을 가진 존재다. 그것은 인간을 풍요롭게 하고 존재 가치를 높여서 만물의 영장으로 만들었다.

왜, 자연을 그리워하는 걸까? 불편함을 무릅쓰고 왜, 전원주택을 찾는 걸까? 사회에서 성공한 주역들은 왜, 주거문명의 혁명이니, 현대문명의 결정체니 하는 도시의 아파트를 버리고 문명의 소외지라 할 수 있는 전원에 터를 잡으려는 걸까?

이런 질문들은 우리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20세기 고도 문명의 주역이던 유럽과 미국에서 이미 조용히 제기됐던 사회문제였고, 어느 정도 사회적 해법이 주어진 지금도 그 욕구는 멈추지 않고 있다. 우리 사회도 나름대로 주어진 환경 속에서 전원생활과 전원주택이라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전원을 찾는 여러 가지 이유 중 먼저 정서적 안정을 바라는 본능적 욕구를 손꼽고 싶다. 주택 건축 시 흙이나 돌, 나무 등의 천연소재를 선택하는 게 그것이다. 특히 통나무집은 가장 역사가 깊은 친환경적 천연소재다. 원시시대에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튼튼한 소재였고, 지금은 과학의 발전에 힘입어 더욱 현대적인 건축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그 결과 가장 친숙한 천연소재이면서 현대의 편의성이나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키는 멋진 집으로 지어지고 있다.

필자가 시공한 통나무집을 방문한 많은 분들은 통나무집의 선입견, 즉 조금은 고색 창연하고 거칠고 불편할 것 같은 막연한 느낌을 찾을 수 없다고 한다. 도회적인 짜임새나 색감으로 긴장하지 않아도 되는 여유로움은 물론 현대 아파트와 같은 기능의 화장실과 주방, 각종 편의시설들을 보면서 상상 밖이라며 놀란다.

필자는 여러 가지 반응들 중에서도 통나무집을 구성하는 나무들을 만져 보고 향을 음미하며 나이테와 옹이가 만들어 낸 갖가지 문양을 감상하는 모습들에 의미를 둔다. 통나무집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요즘 '새집증후군'의 심각성으로 통나무집이 건강에 좋다는 사실이 더욱 부각됐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과학적인 시각에서 본 통나무집의 한쪽 모습에 불과하다.

남다른 애착을 갖게 하는 통나무집

전원에 통나무집을 짓고 생활하는 어떤 분은 퇴근 후 동료들과 한 잔 할 때, 영 편치 않다고 했다. 제법 먼 거리를 가야 한다는 부담 때문이다. 하지만 1년 후에 다시 만났을 때 그는 전원생활을 무척이나 흡족해 했다. 정착하는 동안 느꼈던 어려움들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으며 어색했던 일들도 자연스럽게 정리됐다는 것이다.

사실 전원생활의 불편은 남편보다 부인 쪽이 더 크다. 장보기나 친구 만나기 등 도시에서 누렸던 문화생활과는 멀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히려 부인 쪽이 전원생활에 대한 만족이 더 컸다. 남편의 주량이 많이 줄고 퇴근시간도 빨라져 가정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통나무집의 주인이 되고서는 집을 단장하고 마당일에 손길이 많아졌는데, 이유인즉 '사람들의 잦은 방문과 부러움 섞인 칭찬을 듣다 보니 신나서 좀더 잘 보이고 싶어서'라는 것이다.

남편은 통나무집을 갖고부터 직장에서도 집 생각이 나고 일 끝나면 빨리 돌아가고 싶고, 귀가해서는 마음이 뿌듯해지는 것을 감출 수 없다고 한다. 마치 연애할 때 기분처럼…….
통나무집은 손길이 닿으면 닿을수록 그만큼씩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의 시공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한 채 한 채는 작품이 되고 나만의 고유 가치를 갖게 된다. 세월을 더하면서 추억이 담기고 고풍스러워지는 통나무집에 애착이 가는 것은 당연하다.

사랑이 넘치는 통나무집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말이 있다. 가정이 화목해야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조상들의 귀한 가르침이다. 가장의 퇴근이 빨라지고 생활 방식이 건강하면 가족들의 불안감과 불만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통나무집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여 밖에서의 긴장감을 덜어주고 가족이 모이는 힘을 갖게 한다. 가족이 마음을 모아서 무언가를 이루려는 긍정적인 출발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끔 마당에서 바비큐도 해먹고 겨울엔 벽난로에 모여 앉아 고구마와 감자를 구워먹으며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을 자주 가져보자. 이것이 사랑이다. 통나무집은 사랑을 만들어 가는 집이다.

쉘 실버스타인(Shel Silverstein)의 유명한 작품 《아낌없이 주는 나무(The Giving Tree)》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소년의 행복을 스스로의 행복으로 생각하면서 소년의 인생에 모든 것을 기꺼이 희생한다는 한 나무의 이야기이다. 통나무집은 이러한 나무를 희생시켜서 우리의 집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통나무집을 갖는 일을 시장에서 물건을 흥정하듯 해서는 곤란하다. 싼 평당 가격으로 유혹하는 일은 자칫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예산이 넉넉하지 않다면 시공사와 상의해서 해법을 찾는 것이 좋다. 값싸게 집을 짓는 방법은 없다. 제대로 된 자재를 필요한 곳에 적절하게 사용해야 제대로 된 집을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통나무집은 정상적인 공법으로 시공해야 한다. 싼값에 현혹되다 보면 부실시공을 할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통나무집을 짓는 공법은 그리 간단치 않다. 제대로 짓지 않은 통나무집은, 재시공이나 수리비용도 만만치 않고 결과 또한 만족스러울지 의문이다. 무슨 일이나 다 그렇지만 통나무집 건축은 선진 공법으로 하자 없이 짓는 것이 중요하다.

널리 알려진 대로 나무는 광범위한 생산지역이나 다양한 수종과 가공기술 방법 때문에 소재 자체가 균일성을 갖지 못하고, 건축 전후의 품질을 표준화 할 수 없는 어려운 소재다. 그리고 각 회사는 나름대로 적절한 공법을 발전시키기 때문에 공법에 따른 기술적 차이도 크다. 田 <다음 호에 계속>

■ 글 정인화 <발미스코리아통나무주택 대표 054-975-1240, www.valmiskorea.com>

∴ 글쓴이 정인화는 발미스사의 한국 대표로 스위스를 비롯한 유럽 각국에서 수년간 쌓아온 통나무집 건축이론 교육과 풍부한 현장 경험을 토대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규모 통나무주택 단지를 성공적으로 개발하는 등 개인 주문주택뿐 아니라 제주도 등지에서 기업형 통나무 펜션단지의 개발지원사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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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나무주택 이야기] 통나무집의 정서적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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