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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라는 하나의 생명이 탄생하는 과정은'인간'이 태어나는 과정과 같다. 그렇기에 집이라는 생명체를 인간의 형상 그대로 보면 집을 짓는 전체 과정을 통째로 이해할 수 있다.

택지조성과 기초공사 어머니의 자궁인 집터에 잘 착상해야 튼튼한 아이가 태어난다.
구조 공사 뼈대가 튼튼하고 잘 맞추어져야 튼실하고 건강하다.
지붕 공사 사람의 외모, 얼굴 생김에서 머리 모양은 그 사람의 첫인상을 결정한다.
벽체 공사 추위에 잘 견디고 땀을 잘 배출하는 살과 피부는 건강 조건이다. 더위와 추위를 피하는 일이다.
전기 배선 및 설비 공사 내장이 제대로 기능해야 잔병치레가 없다. 사람의 혈관 기능이다.
실내 마감 공사 속살은 내장을 보호하고 이를 잘 다스려야 내분비 활동이 활성화된다.
문 및 창호 공사 사람의 이목구비는 그 사람의 인상을 결정할 뿐만 아니라 살아가는데 중요한 요소다.
이렇듯 집이라는 하나의 생명이 어떻게 탄생하는지 그 과정을 살펴보자.

건물의 배치

상에 단 하나뿐인 터, 그 터에는 그에 맞는 생명을 잉태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집이라도 터를 거스르면 좋은 집이 될 수 없다.
 
주변의 자연환경, 터의 생김, 집의 방향 등 자연에 순응하는 집 짓기야말로 건강한 집을 짓는 기본 요소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집을 짓기 전에 풍수風水를 살펴서 좌향坐向을 잡았다. 인간의 길흉화복을 풍수에 의존하는 경우도 많다. 풍수란 산세山勢와 지세地勢, 수세水勢등을 판단하여 화를 막고 복을 기원하는 의미가 크다. 서북쪽이 산으로 막혀 겨울의 한파를 피하고, 동남쪽이 트여 새벽의 기氣와 대낮의 채광을 밝게 하고자 하는 지혜이기도 하다. 집 앞으로 개천이나 강이 흘러 농작물에 수원水原을 공급하는 땅이 농촌 사회의 기본이기도 했다. 전망을 중시하는 현대인에겐 조망으로서 강이나 저수지, 계곡 등이 터를 정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파르거나 막히지 않은 땅, 물의 범람(장마)과 바람(태풍)을 피하는 살 만한 터를 만났다면, 좌향은 그 터의 중앙을 잡아 집의 방향을 확정하는 것이다. 좌향이란 집터가 자리 잡는 방위方位로 산과 물의 형세, 전망展望등을 살펴서 조화를 이루는데 그 의미가 있다. 이것은 길지吉地역할을 하며, 그 중심점은 곧 어머니의 자궁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터의 규모와 지세, 좌향에 따라 집의 배치가 달라져야 한다. 도로와 접한 출입구를 기본으로 주변 조건을 고려하여 집을 앉히는 일이 중요하다. 전원주택은 집 자체만 아니라 외부 생활 동선과 연계된 개념을 강조하기에 정원, 텃밭, 야외 공간과 연계성을 살펴야 한다. 특히 정화조 위치와 오수 하수 배관을 고려하고, 장마 시 물이 잘 빠지도록 배수 문제까지도 검토해야 한다.

공간구성
현대 건축 기술은 평면과 입면 설계가 어떠하든 거의 모든 구조 공법이 가능하다.

을 지을 때 가장 먼저 설계부터 한다. 건축 구조, 평면 구성, 지붕 모양, 마감 사양을 정하는 일이다. 건축주들 대부분은 공간 구성을 위한 평면 설계에 치중한다. 몇 평 건물에 방의 숫자, 각 공간의 평수 등을 기본으로 제시하면서 설계를 의뢰하기도 한다.
 
현대 건축 기술은 평면과 입면 설계가 어떠하든 거의 모든 구조 공법이 가능하다. 하지만 각 공법만의 장점을 살려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건축물의 배치와 구조, 지붕 모양, 외부와 연계성 등을 정해야 내부 공간 구성도 통일성을 얻어 가기 때문이다. 특히 평면 설계에 맞추어 지붕 모양을 만들지만 지붕 선을 고려한 공간 구성은 효율적이고 아름다운 집 짓기를 가능하게 한다. 곧 공간 구성이라는 내용과 전체 집 모양이라는 형식이 통일성을 가져야 한다.

좋은 설계 원칙 몇 가지

의 용도에 따른 규모와 공간 구성이 필요하다. 1세대 주거용 살림집인가, 2∼3세대 동거용 살림집인가. 전형적 주말주택용인가, 주말주택으로 사용하다 주거용 살림집으로 전환할 것인가, 펜션과 결합한 주택인가에 따라 공간 구성이 달라진다. 기능과 용도를 고려해야만 허세 없는 알뜰한 집 짓기를 가능하게 한다.
 
공동체 문화 공간과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장을 통일시키는 공간 구분이 좋다. 아파트의 제한적 공간에 익숙한 현대인은 거실을 중심으로 주방과 방을 구성한 일반적 형태를 선호한다. 서구식 목조주택에 익숙한 전원주택 설계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우선하는 밀실형(복도형) 구성이 보편적이다. 하지만 전원주택은 생활공간(거실·주방), 수면 공간(방), 사랑방 공간(서재 또는 손님방 형태)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좋다.
 
터에 맞추어 一 자형, ㄱ자형, ㄷ자형, T자 블록형 등 집 전체의 디자인까지 고려하여 공간을 설계해야 한다.
 
본채와 별채, 본채와 창고로 구분하기도 한다. 복층 형태로 1층은 생활공간, 2층은 수면 공간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주방(부엌)은 안주인의 생활공간이자, 문화 공간이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거실과 방 배치를 중심으로, 그 사이 공간을 거실과 연계시켜 주방을 배치한다. 주主개념이라기보다 보조 개념이다. 하지만 주부 생활공간은 주방에서 비롯하기에 주방 배치를 중심으로 한 공간 구성은 의미가 크다. 자연 조망이 가능하고, 채광이 밝은 부엌, 손님맞이 때 불편하지 않은 동선의 연결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장독과 김장독, 빨래를 널 때 드나들기 편하도록 배려해야 한다.

가능한 많은 수납공간과 여백이 필요하다. 시골 살이는 알게 모르게 쌓이는 살림이 많다. 시장을 매일 보지 못하므로 냉장고 외에도 덩치 큰 먹을거리(쌀이나 부식) 저장소가 필요하고, 기본적으로 세탁실과 수납 창고 기능의 다용도실도 필요하다. 집을 다 지은 후 공간과 잘 어울리지 않는 돌출된 가구가 눈에 거슬리기도 한다. TV 장, 붙박이장, 침대 배치를 사전에 결정해야 한다. 간단한 청소 도구함이나 분리수거 재활용품 등을 놓는 여백 공간도 필요하다. 주방 창은 가능한 전망을 많이 확보하고 환기가 잘 되어야 한다.

연과 하나가 되는 외부와 연계성은 전원주택만의 특권이다. 자연의 일부로 집이 공존하는 형태야말로 생태적 집 짓기의 기본이다. 어울림이 아니라 생활 문제다. 자연환경과 터의 생김, 이웃 관계까지 배려해야 한다. 출입구와 안마당, 전체적 집의 향을 고려하되, 거실은 마당과 연계성을 살려 툇마루나 쪽마루를 징검다리 삼도록 하면 좋다. 서구형 덱(Deck) 개념이 아니라 내려서면 마당이고 올라서면 거실로 들어서는 외부로 열린 창구 역할을 한다. 지붕이 조금 넉넉하다면 더없이 좋다. 터에 따라 다르지만 집 뒤에 뜰을 만든다면 툇마루를 두어 자신만의 비밀스러운(?) 쉼터를 가질 수 있다. 
   
다락방, 별채, 정자 등은 신중한 고려와 선택이 필요하다. 다락방은 많은 이들이 추억을 간직하고, 소망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자녀가 어리거나 손자 손녀를 위한 특별한 공간으로 계획하지 않는다면 없는 편이 낫다. 일상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안 쓰는 물건을 보관하는 창고 역할밖에 못한다. 어린 자녀를 둔 2∼3대 공동 주거용이라면 계단과 난방, 채광 등을 고려하여 하나의 완벽한 공간으로 구성한다. 별채는 구들방 형태의 방(서재나 손님방으로 활용)과 정자를 결합하는 것이 좋다. 여름에는 정자가, 겨울에는 구들방이 돋보이는 다목적 형태가 된다. 별도로 짓는 원두막형 정자는 손님이 왔을 때 좋은 느낌의 공간이다. 2단으로 만들어 아래는 지하수 물탱크 등을 보관하고, 위는 원두막으로 기획하는 것도 가능하다. 텃밭에 딸린 원두막이라면 더욱 좋다.

황토집 설계 유의점

즘 주택 설계는 오밀조밀한 것이 특징이다. 제한된 공간에 건축주가 원하는 요소들을 모두 충족하다 보니 올망졸망하다. 시원스럽지 못하고 답답한 느낌이 드는 집은 전체적으로 어둡기 마련이다. 옛 어른들의 집 짓기는 3칸, 6칸, 12칸 … 99칸 등 기능과 용도에 따라 공간을 큼직큼직하게 나눈 것이 특징이다. 주인의 생각에 따라 생활 공간과 수면 공간, 사랑방 공간을 큼직하게 나누고, 그 틀 안에 주인의 세부적 생각들을 반영하면 좋다. 큰 틀에서 나누고 세세한 부분은, 그 공간 안에서 해결하는 것이 생활하기 편한 살림집을 만드는 지혜다.
 
특히 한옥형 목구조 황토집은 외부에서 보면 나무 기둥이 공간 구분을 말해주기에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한 짜임이 중요하다. 나아가 기둥과 도리, 보가 하나의 통일성을 갖추어야 지붕 모양을 만드는데 용이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모서리의 변화가 많은 중층형이 아니라 一 자형이나 ㄱ자, ㄷ자 등으로 집을 구성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글 이동일
글쓴이 이동일 님은 (주)행인흙건축 대표를 역임했으며 (사)전원생활협회 이사, 수필가로 활동 중입니다. 저서로 <새집 줄게 흙 집 다오> <황토집 바로 짓기>등이 있습니다. 집은 모름지기 건축주와 시공사, 현장 일꾼이 함께 짓는 공동 작품임을 강조하며 40여 동의 현대 한옥 현대 흙집을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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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집 바로 짓기, 건물의 배치와 공간구성,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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