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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집 짓기


H빔으로 골조 세우고 2층으로 지은 90평 흙벽돌 집


우선 2층 흙벽돌 집인 만큼 튼튼하게 하중을 지탱해줄 골조가 필요했다. 그래서 택한 것이 H빔. H빔으로 기본 골조를 세우고 나머지는 나무로 골격을 구성했다. 벽체는 흙벽돌을 그대로 쌓아 올렸다. 흙벽돌을 양쪽에서 이중으로 쌓아 올리며 벽체를 구성했는데 외벽엔 별도의 미장은 하지 않았다. 때문에 외부와 실내 거실에서도 쌓아진 흙벽돌 모양이 그대로 드러난다. 나머지 실내벽과 천장, 방은 몰탈로 미장을 하거나 한지벽지를 발랐다.


줄곧 안산땅을 떠나지 않았다. 비록 도심에 살고 있지만 지금도 시골에 5천여평에 이르는 논과 약간의 밭을 가지고 있고 직접 이를 경작한다. 주말이면 두 아들 하철이와 하영이를 데리고 시골 논으로 달려가 같이 일을 하고 돌아오곤 한다. 농사 경험이 도움이 됐는지 하철이와 하영이는 이번 집 짓는데도 적잖은 기여를 했다. 잔일을 도맡다시피 한 것이다.

신덕 정성길씨 부부는 최근 2층 흙벽돌 집을 지었다. 아주 오래 전부터 흙집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그러한 뜻을 최근에야 이루었다. 농사를 짓고 흙집을 고집하는데엔 시골생활에 대한 어려서의 기억을 떨쳐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남편을 잘 알고 있던 만큼 정성길씨 역시 남편의 구상에 대해 반대하지 않았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길지 않았던 3년간의 아파트 생활. 남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아파트를 떠나고 싶어했지만 내내 단독주택에서 생활했던 정성길씨에겐 오히려 잠깐의 아파트 생활이 새롭게 다가왔다. 주부 입장에서 아주 편리하고 깔끔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이미 남편의 뜻은 기울어져 있었고 여기저기 부지를 알아보던 중이었다. 그러다 만난 곳이 지금의 땅이다. 여러날 다리품을 팔아가며 구한 곳으로 행정구역상 안산시 사동에 속한다. 대지 1백31평을 평당 1백50만원씩 주고 구입했다.

다른 지역도 많이 보았지만 70~80평 정도의 작은 규모가 대부분이었고 1백평을 넘는 경우는 아주 드물었다. 이 곳은 주택가의 가장 외곽에 위치한 데다가 집 뒤로 바로 조그만 산이 맞닿아 있어 다른 밀집 지역보다는 다소 조용한 분위기였다.

건축은 99년 8월부터 시작됐다. 그동안 연구하고 보아왔던 모양들을 그대로 쏟아 붓는다는 생각으로 시공회사에 맡기지 않고 직접 짓기로 했다. 다만 설계는 설계회사에 맡겼는데 신덕씨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했다. 목수와 미장, 잡부 등을 일당제로 직접 고용했는데 사찰 건축에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신덕씨가 진두지휘를 했고 아내 정성길씨는 인부들의 식사를 준비했다. 두 아들도 일을 거들었다. 온 식구가 함께 참여해 집을 지었다.

우선 2층 흙벽돌 집인만큼 튼튼하게 하중을 지탱해줄 골조가 필요했다. 그래서 택한 것이 H빔. H빔으로 기본 골조를 세우고 나머지는 나무로 골격을 구성했다. 벽체는 흙벽돌을 그대로 쌓아 올렸다. 흙벽돌을 양쪽에서 이중으로 쌓아 올리며 벽체를 구성했는데 외벽엔 별도의 미장을 하지 않았다. 때문에 외부와 실내에서도 쌓아진 흙벽돌 모양이 그대로 드러난다. 나머지 실내벽과 천장, 방은 몰탈로 미장을 하거나 한지벽지를 발랐다.

2층 거실에는 수족관도 만들었다. 수족관의 바닥을 투명하게 처리해 1층 거실에서 천장을 올려다보면 물고기들이 노니는 모습이 보이도록 했다. 그리고 2층 천장에도 천창을 달아 이 곳을 통해 들어온 햇빛이 수족관을 통과해 1층 거실바닥으로 떨어지도록 했다.

이밖에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신덕씨의 생각이 반영됐다. 천장의 서까래가 그대로 드러나도록 했고 대문이나 창문도 되도록 옛스러움과 조화를 이루도록 디자인했다. 바닥 역시 황토와 숯을 섞어 마감했다. 흙벽돌 자체가 뛰어난 단열 성능을 갖추고 있어 벽체에 별도의 단열재를 넣지는 않았다.

난방은 나무와 기름을 같이 땔 수 있는 겸용보일러. 굳이 번거로움을 자처한 것은 아궁이에 불을 지피던 어려서의 기억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보일러는 나무를 때다가 나무가 다 타면 자동으로 기름으로 바뀌게 돼 있다.

건축은 착공 11월말경 완공됐다. 실내 구조는 1층에 방이 4개, 화장실, 거실, 주방, 다용도실로 구성돼 있고, 2층은 방 2개와 화장실, 거실로 구성됐다. 건평은 1, 2층이 각각 45평씩 연건평 90평 규모다.

온 가족이 달려든지 넉달 만으로 참으로 힘든 4개월이었다. 예상외로 흙벽돌 쌓는 일이 어렵고 더딘 일이었다. 흙벽돌을 매우 조심스럽게 다뤄야 했는데 1명이 하루에 1백장을 쌓기 어려웠다. 12m짜리 대들보를 옮기는 작업도 만만치 않았고 주변 이웃들에게도 미안할 따름이었다. 집 짓기 전에 미리 인사를 드리며 양해를 구했지만 흙집이 다른 경우에 비해 먼지가 많다보니 공사중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 곳에 온지 이제 두어 달을 지냈다. 가장 큰 변화는 아파트에서 기르던 화초들이 이 곳에서 더욱 싱싱해졌다는 점이다. 집이 숨을 쉬고 있다는 증거다. 분명 사람에게도 좋을 것이란 기대를 갖는다. 아직 집 주위로 공사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 언 땅이 녹으면 마당도 정리하고 텃밭도 꾸밀 계획이다. 올 여름쯤엔 마당의 상추를 뜯어 저녁상을 차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해본다. 그리고 저녁상을 물리고선 마당으로 이어진 뒷산에도 올라볼 참이다.

글·사진 류재청

건축정보

위치: 경기도 안산시 사동
부지면적: 대지 1백31평
부지구입년도: 99년
부지구입금액: 평당 1백50만원
건축공사기간: 99년 8월∼11월
건평: 90평(1, 2층 각각 45평)
실내구조: 1층 -방 4개, 화장실, 거실, 주방, 다용도실 2층 -방 2개, 화장실, 거실
건축비: 평당 4백만원
방위: 정남향
건물형태: 2층 흙벽돌 집
구조체: H빔, 목재
벽체구조: 흙벽돌
내벽마감: 흙벽돌, 몰탈, 한지벽지
외벽마감: 흙벽돌
지붕마감: 아스팔트 싱글
바닥재: 황토+ 숯
난방형태: 나무, 기름 겸용보일러
식수공급: 상수도
입지여건: 주택 밀집지역의 외곽
■ 자재(황토벽돌):삼전황토(0339-358-9022)

신덕씨의 반짝 아이디어
채광도 하고 물고기도 기르고 '일석이조'

처음엔 어두운 실내를 좀 밝게 하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실내 벽이 황토벽으로 이뤄져 있다보니 다른 경우의 주택에 비해 다소 어두운 게 사실이다. 조명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느껴 거실 천장으로부터 햇빛이 비치게 하는 방법을 궁리했다. 결국 지붕에 천창을 달고 2층 바닥의 일부를 투명하게 한다면 햇빛이 1층 거실 바닥으로 떨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르게 됐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좀 더 발전해 단순히 투명하게 처리하기 보다 이를 수족관으로 꾸미면 어떨까하는 상상으로까지 이어졌다. 실제 이러한 생각들은 설계와 시공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지붕의 천창을 통해 들어온 햇빛이 2층 거실 바닥의 수족관을 통과해 1층 거실 바닥으로 떨어지게 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채광이 됐고 2층 바닥을 투명한 수족관으로 꾸미니 1층 거실에서 천장을 올려다보면 물고기들이 노니는 모습도 볼 수 있게 됐다. 햇빛을 받고 자라니 물고기들에게도 아주 좋을 것이다. 지붕 천창은 비가 올 경우 시끄러울 수 있다는 생각에 진공 이중 유리로 시공했다. 신덕씨가 이번에 집을 지으면 구상하고 적용했던 가장 이색적인 이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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