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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외모 즉, 얼굴 생김에서 머리 모양은 그 사람의 첫인상을 결정한다.
현대 지붕 마감재는 방수와 단열 기능보다 집의 전체 모양을 결정하는 치장 역할이 중요하다. 단열(지붕과 천장 내부 단열)과 방수(방수 시트 시공)를 별도로 처리하므로 지붕 마감재는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다. 옛 살림집의 민가는 초가나 너와집이고 반가班家는 기와집 일색이던 소재의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현대 한옥 또는 현대 황토집(흙집)으로 다양화하는 길을 낸 셈이다. '한옥은 기와집이라야 어울려……', '초가라야 황토집 냄새가 나지……'하는 편견만 극복한다면 현대 건축 양식의 하나로 현대 한옥 또는 현대 황토집은 다양한 지붕 모양으로 널리 퍼질 것이다.

한식 기와
전통 기와
개량형 기와

여전히 한옥형 황토집의 대표 지붕재는 한식 기와이다. 옛집의 기와는 점토(찰흙)로 빚어 불에 구워 만든 방수를 위한 마감재였다. 지붕 바닥 면에 까는 암키와와 암키와 사이에 흙을 채우고 수키와로 마감했다. 수키와는 암키와 위에 올라가는 반원형 단면 기와로 길이는 암키와와 같지만 폭은 반 정도밖에 안 된다. 기와는 처마 끝에서 용마루 쪽으로 이어간다.

오늘날에도 전통 한옥은 이러한 토기와를 사용하지만, 치장재 기능을 강화한 한식형 시멘트 가압기와(암수 기와가 하나로 만들어져 못으로 고정하는 개량형 기와)가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된다. 개량형 한식기와는 바닥기와(암수가 하나로 된 기와), 처마 기와, 용마루를 만드는 착고, 부고, 암마루장, 숫마루장으로 구성된다. 용마루 양쪽 끝이나 추녀마루 끝에는 망와로 장식한다. 지붕 합판 위에 방수 시트를 깔고 기와걸이 상(나무각재)을 댄 후 못으로 기와를 고정한다.

너와
전통 너와
돌 너와
수입 너와

토속성을 중시하는 살림집이나 음식점 등에서는 너와 지붕을 선호한다. 너와는 얇고 넓은 판재로 이은 지붕이다. 강원도 산간에서 많이 보이던 지붕 형태이다. 가로 20㎝, 세로 30㎝ 정도 송판을 1치 정도 두께 판재로 만들어 이은 지붕인데, 너와는 도끼로 쪼개서 만드는 것이 원칙이다. 톱으로 켜면 섬유질이 나타나지 않고 골이 형성되지 않아 배수가 느려져 쉽게 썩기 때문이다.
 
보통 참나무 너와를 사용하는데, 요즘 방부 처리된 적삼목 수입 너와를 사용하기도 한다. 나무가 바래고 썩으면 갈아주어야 하고, 수입 적삼목 너와는 비용이 많이 들어 부담스러운 편이다. 너와 중에 송판으로 만든 것 외에 검은색 점판암 계열의 천연 너와도 있는데 돌 너와(혹은 돌기와)라고 한다.

서구형 처마, 지붕, 마감재
처마, 지붕 만들기

한옥은 팔작지붕 형태 등 일정한 법칙으로 지붕을 짠다. 반면 아스팔트 슁글이나 수입 기와, 너와 등으로 지붕을 마감할 때는 단순한 맞배지붕 형태 즉, 중도리와 종도리만으로 지붕을 짤 수 있다. 나아가 맞배지붕에 목기연이 걸리는 박공판도 없애고 서구식 박공지붕에 아스팔트 슁글 마감이면 지붕 만들기는 더욱 간단하다. 보편적 방식으로는 집의 평면 구성에 따라 생긴 지붕 모양을 트러스로 짜면 된다. 문제는 지붕경사도에 따라 처마가 창을 가릴 정도로 내려오기에 그 처리를 잘해야 한다.

일반 주택은 처마 길이가 짧아도 문제없지만, 황토집 처마는 보통 1m 정도이기에 지붕선과 동일하게 내려오면 문제가 발생한다. 원형이나 사각 서까래로 한옥 처마처럼 경사도를 유지하고, 그 서까래를 트러스에 고정하여 처마와 트러스 부분을 덧지붕으로 보완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아니면 서까래를 처마 도리에 수평으로 고정할 때 생긴 모양대로 합판으로 마감하여 트러스와 처마가 일정 각도(경사도)를 유지하는 형태로 만든다. 물론 집의 뼈대가 한옥 형태이면서 지붕은 서구적이라 어울림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반면 현대적이고 시공이 쉬우며 평면 구성으로 생겨난 집의 형태에 맞춘 다양한 지붕 모양이 가능하다.
 
서구 경량 목조주택은 지붕 목재를 보호하기 위해 공기 순환용 환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서까래 방식 처마는 서까래와 서까래 틈 사이로 공기 순환이 자연적으로 이루어지기에 별도의 환기구를 내지 않는다. 단 처마 서까래 노출 방식이 아닌, 서구 경량 목조주택처럼 처마 아래 면에서 루버나 다른 소재로 마감하여 밀폐시킨다면 환기구는 필요하다.    

서구형 지붕 마감

서구 형태의 지붕에 잘 어울리는 소재는 아스팔트 슁글이다. 서구 주택의 유입으로 아스팔트 슁글 지붕은 보편화된 지붕재가 되었다. 가격이 저렴하고 시공이 용이한 장점이 있다. 방수 시트를 정확히 겹쳐 시공하고 먹 선을 놓은 후 처마 끝 선부터 아스팔트 슁글을 깔아 나가면 된다. 아스팔트 슁글용 못으로 중간중간 고정한다.

아스팔트 슁글 대체용으로 수입 기와(대표적으로 라파즈 기와 등)나 금속기와, 적삼목 너와도 사용한다. 서까래에 빗물이 타는 것을 방지하려면 지붕 마감 합판을 8㎝ 정도 평고대 밖으로 내밀고 동판 후레슁으로 물끊기를 해야 하자가 없다. 서까래를 노출하지 않고 방부목으로 박공판(띠장 형태)을 댄다면 이음매 부분만 동판 후레싱을 접는다.

중요한 점은 지붕 마감재에 따라 지붕 모양을 달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스팔트 슁글은 한옥형 맞배지붕이나 서구식 박공지붕 형태에, 한식기와는 우진각지붕이나 팔작지붕 형태에 어울린다. 집 전체로 보았을 때 지붕에 눌려 집이 무거워 보이거나 반대로 너무 가벼워 보이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글 이동일   

글쓴이 이동일 님은  (주)행인흙건축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사)전원생활협회 이사, 수필가로 활동 중입니다. 저서로 <새집 줄게 흙 집 다오> <황토집 바로 짓기>등이 있습니다. 집은 모름지기 건축주와 시공사, 현장 일꾼이 함께 짓는 공동 작품임을 강조하며 40여 동의 현대 한옥 현대 흙집을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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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집 바로 짓기- 집의 모양을 결정짓는 지붕 공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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