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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고 잘 구획된 정원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이 집 부부의 정원은 생소함 그 자체다.
 
"무슨 정원이 저리 지저분한지... 관리는 도통 안 하나?" 문을 열면 압도되는 풀숲과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흙, 보는 이를 고려하지 않은 듯한 단순한 구성 등을 보면 그 말이 영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정원이 매력적인 것은 인위적인 멋을 과감하게 배제하고 오히려 그것에서 가치를 찾기에 그렇다. 사람이 아닌 식물과 꽃이 주인공인 것을 두말할 나위 없다.
 
· 사진 전원주택라이프 편집부
취재 협조 허브힐 

낮은 울타리와 대문을 원했지만 도로에서 오는 먼지와 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담을 높였다.
정원에는 특별한 컨셉트가 없다. 허브에게 충분한 공간을 내어주고 그 사이를 오갈 수 있을 정도의 길만 마련했다.

괴산 나들목에서 빠져나와 우측 괴산 방향으로 난 19번 국도를 타고 주월산, 박달산 사이를 가로질러 가다 보면 10채 못 간 지점 좌측에 허브힐이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입구에 들어서면 부부의 보금자리로 살림집으로 사용하는 본채와 온실 그리고 허브 Shop과 카페로 사용하는 별채가 크게 자 형태를 이루고 안마당을 허브 정원으로 일궜다.
 
"워낙 꽃에 관심이 많고, 직업도 허브를 가꾸는 일이기에 이쁜 정원이라고 하면 한 번 더 눈이 가요. 얼마 전 남해에 있는 정원 마을에 다녀왔는데 독특하고 이색적으로 꾸몄더라고요. 하지만 줄곧 드는 생각은 '돈 많이 들었겠구나'였어요. 그에 비하면 우리 집 정원은 돈 안 들인 정원이지요."
 
한눈에 아름다워 보이는 정원은 쉽게 질리기 마련이다. 첫눈에 미관을 전할다지만 두 번 눈길을 끌지 못한다. 신비스러움이 없기에 그렇다. 남 씨는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이주 후 15년 동안 농약과 화학 비료 한 번 사용하지 않고 앞마당에 손수 허브를 키웠다. 그래서 그녀의 정원에는 주택 정원하면 으레 필수적으로 여기는 잔디도 없다. 부부의 관심은 오로지 '어떻게 하면 제대로 된 허브를 얻을 수 있을까'하는 것이었다고.
 
"어느 정원을 가 봐도 잔디는 당연하게 깔려 있잖아요. 개인적으로 그게 그렇게 답답해 보일 수가 없었어요. 흙을 다 가려 버리니까요. 또 농약을 사용하기 싫었고요. 관리가 쉽지 않기에 처음에만 잡초를 뽑고 대부분 약을 사용해 관리하더라고요. 농약을 치면 잔디만 살고 다른 풀들은 다 죽는데 말이죠. 그걸 왜 하나 싶어요."
 
요즘도 남 씨는 뒷집과 작은 다툼을 한단다. 농약 치는 소리가 나면 한 걸음에 달려가 그만해달라고 사정(?) 하는. 정원에 약을 치는 이들은 꽃을 기를 자격도 없다고 생각하는 그녀로서는 오염되는 모습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허브 Shop으로 가는 길과 정원 오솔길
주택 본채와 정원 풍경. 부부는 옛것의 정취가 가득한 주택의 모습에 반해 이주했다. 부부가 살지 않으면 곧 허물어질 것 같았다고. 길 옆으로 키를 맞추어 허브를 심었다
허브를 말려 차와 비누를 만드는 온실.
정원 구석에 자리한 앙증맞은 벤치와 곰돌이 모형.

개구리가 이어준 허브와의 인연
정원은 90% 이상이 허브로 구성돼 있다. 어려서부터 꽃을 좋아하던 남 씨가 특별히 허브를 아끼는 데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어느 날 무심코 현관문을 열었는데 그 앞에 손바닥만 한 개구리가 쫙 뻗은 채로 기절해 있더란다. 그때 남 씨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다름 아닌 라벤더. 상처치료 및 안정 기능이 있는 라벤더 잎을 빻아 조심스럽게 개구리 위에 얹었다. 그리고 농장 일에 빠져 깜빡 잊었다가 다시 찾았을 때 개구리가 살아나 감사 인사를 하는 듯 남 씨의 품속으로 뛰어들었다고.
 
"그때 라벤더라는 식물의 진짜 매력을 느꼈어요. 지금까지도 라벤더는 우리 집에서 없어서는 안 될 약초지요."
 
허브에 대한 열정이 드러나는 사건이 하나 더 있다. 2000평에 달하는 허브 농장에 농약 한 번 뿌리지 않고 정성껏 포피(꽃양귀비)를 키웠다. 뒤돌아서면 올라오는 잡초를 허리 펼 틈 없이 부지런히 뽑고 뽑아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하는 고운 색의 포피를 얻었다. 거기서 나온 씨앗을 앞마당에 심었을 때 감동과 설렘은 가슴 벅찰 정도였다. 그러나 하루에 수십 번 여러 꽃을 옮겨 다니는 벌들의 교접으로 처음의 색을 다시 보기는 힘들었고 그 일을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이 아프다고.

허브정원의 중심은 타원형으로 만들고 장미를 심었다. 그 속에 자리한 인형 4개에는 부부만의 추억이 담겨있다. 타원형 바닥의 가장자리는 산뜻한 향을 풍기며 꽃이 아름다운 타임을 심어 오가는 발걸음을 더욱 즐겁게 했다.
높이가 제각각인 화분에는 다양한 종류의 허브가 심어져 있다.

일 년에 세 번 옷을 갈아입는 허브 정원
부부의 정원은 단정함에서는 점수를 얻기 힘들지 몰라도 오감만족에 있어서는 엄지손가락이 아깝지 않다. 정원에 들어섰을 때 압도되는 것은 시각보다 후각. 시원하면서도 부드러운 허브향은 정원을 한 바퀴 도는 동안 진해졌다가 이내 가볍고 상큼한 향으로 변한다. 냄새와 함께 귓속을 어지럽히는 벌 소리도 꽃이 많은 정원이기에 가능한 일. 질감이 독특한 허브 식물이 많은 것도 정원을 거니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남 씨는 허브를 잘 가꾸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온다습한 지역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한다. 특히 라벤더의 경우 지나치게 높은 온도에서는 녹아버리기도 한다고. 또한 다른 식물과 마찬가지로 저마다 잘 크는 자리가 있으므로 여러 곳에 심어보고 가장 적합한 위치를 잡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키와 색을 맞춰 심는 것도 잊지 않는다.
 
정원은 강렬한 색감의 꽃보다는 은은하고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는 파스텔 톤의 허브를 주로 심었다. 한 해에 봄, 여름, 가을 세 차례 종류가 바꿔 피어나는데 봄에는 캐모마일, 물망초, 포피 등이 여름에는 베르가모트, 콘플라워가 가을에는 블루 · 멕시칸 · 사파이어 세이지와 솔체꽃이 풍성하게 정원을 장식한다.
 
"자생력을 자랑하는 야생화들은 질 때까지 단정한 모습을 유지하지만 허브는 그렇지 않아요. 조금만 돌봐주지 않아도 금세 엉망이 되어버리지요. 누군가 우스갯소리로 그러더라고요. 왜 그렇게 신상身上을 들볶냐고요. 키워본 사람은 아는 거죠. 부지런해야 이렇게 가꿀 수 있다는 것을요. 그리고 흔히 볼 수 없기에 오히려 더 가치가 있다는 것도요."

◆정원을 가득 채운 허브 종류◆

버베인
7~9월에 피는 자줏빛 꽃. 예수의 상처를 지혈시킨 풀로 홀리허브로도 불린다.
 
체리 세이지
가지 끝에 새빨간 꽃을 피우는 체리세이지는 조리용 허브로 샐러드나 과자 등의 장식으로 이용된다.
 
사파이어 세이지
무성한 풀숲에서 곱고 선명한 푸른빛으로 눈을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꽃으로 가을 정원의 주인공.
 
물망초
'나를 잊지 마세요'라는 꽃말을 지닌 물망초. 대개 보랏빛이나 흰색과 복숭아색으로 피는 것도 있다.

베르가모트
50~90정도까지 자라며 매력적인 붉은색으로 허브정원의 대표적인 품종이다.
 
헬리오트로프
5~9월 깔때기 모양의 자주색 또는 보라색 꽃이 피며 향수 못지않은 은은한 향기가 일품이다.
 
층꽃나무
보라색 꽃이 층층이 피는 층꽃나무. 가까이 다가가면 은은한 박하향이 풍긴다.
 
페리윙클
길게 늘어진 잎이 매력적인 덩굴성 상록 다년초로 청, 핑크, 백색의 바람개비 모양의 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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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를 향한 열정이 키워낸 괴산 허브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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