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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줄곧 살다가 은퇴 후 여유로운 삶을 위해 용인의 전원주택단지에 집을 지었다는 건축주 부부. 정원을 갖게 된 뒤 하루 일과가 달라지고, 일상이 더 행복해졌다고. 부부는 꽃과 나무를 살피며 하루를 여는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자신들의 아름다운 정원을 공개했다.
 
이수민 기자
사진 이상현 기자
도움말 이명(울림가든디자인 대표)
정원 취재&자료협조 울림가든디자인

까사 데 미르 Casa de Mir는 부부가 은퇴 후 지은 집이다. 건축주는 한국외국어대학교 부총장을 지낸 강덕수 교수 부부다.
 
강 교수는 장인 장모를 모시고 방배동 빌라에서 10년 이상을 살았다. 삼대가 함께 살던 빌라는 장인 장모가 돌아가시고, 딸들이 출가하자, 둘이 살기에 너무 넓다는 생각에 정리를 마음먹었다. 여기에 퇴임을 앞두고 대학교 연구실에 있던 책을 옮길 공간도 필요한 참이었다.
 
딸들이 전원주택을 지어 살아보시는 건 어떻겠냐며 권하더군요. 퇴임 후 연구실을 위해 오피스텔 같은 사무실을 구하기보다 서재 있는 집을 짓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하에 위치하지만 선룸으로 채광을 확보한 서재.
설계 시,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아내의 작품을 최대한 많이 걸 수 있는 벽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2층에 자리하는 아내의 화실.

GARDENING NOTE
위치 경기 용인시 수지구
디자인 콘셉트 은퇴자를 위한 관리 쉽고, 온기가 전해지는 정원
정원 종류 마리아 정원, 잔디 정원, 중정, 과실 정원
바닥 잔디, 디딤돌 등
정원조성비 1500만 원(디자인 비 포함)
작업일수 4(20206월 작업 완료)
조경설계 및 시공 이명(울림가든디자인 대표 010-6730-1756)

까사 데 미르에서 ‘미르 Mir’는 러시아어로 평화, 우주, 세계라는 뜻을 갖는다. 부부는 딸들의 추천으로 짓게 된 까사 데 미르에서 자연과 함께 일상의 평온과 행복을 누리고 있다.

아파트-빌라-전원주택까지
강 교수 가족은 이전엔 아파트에서만 살았다. 그러다 장인 장모를 모시게 되며 넓은 집이 필요해 방배동 빌라에 살게 됐고, 그곳에 살면서 훗날 부부만 살게 되더라도 아파트로 돌아갈 수 없겠다는 정서가 생겼다. 대게 아파트에 비해 빌라는 편의성이 떨어지고, 고장 등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기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다. 강 교수는 그런 생각이 빌라에서 10년 이상 살면서 기우라는 것을 체험하게 돼, 단독주택에 살아도 관리에 문제가 없을 거라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한다.

거실 창으로 폴딩도어를 설치하고, 외부 바닥은 단차 없이 데크를 깔아 시선이 거실에서부터 마리아 정원까지 막힘없이 이어지도록 했다.

평생 살 보금자리로 정한 집
서울에서 살다 까사 데 미르를 현재 부지에 짓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특별한 동기는 없습니다. 다만 교통과 병원 등 편의시설이 중요한 고려 사항이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동천동 별담마을에 왔는데, 현재의 부지에 올라선 순간 집을 어떻게 지을 지가 머릿속에 그려지더군요. 더불어 근처에 아파트 대단지가 있어 도심으로부터 격리돼 있지 않고, 분당권이 지척이어서 문화생활도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는 분당-수서 고속화도로가 있고, 뒤로는 용인-서울 고속도로가 개통돼 강남권과는 30분 이내에 접근이 가능하다. 고기리로 들어가는 초입에 있는 별담마을은 도심 속 자연 마을로서 가치가 있을 거라는 것을 직감하고 처음 방문하고 즉시 구입을 결정했다고.

작은 정원이 주는 일상의 행복
강 교수는 2019년 11월에 입주해 지금까지 하루하루가 다른 날들이라, 지루한 줄 모르고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마당 그 자체로 얼마나 좋았는지 모릅니다. 아침에 일어나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체조를 할 수 있어서 무척 만족했죠. 그러다 보니 정원을 만들어 가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정원이 작아서 아름다운 정원이 되긴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우연히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전문가에게 정원 디자인을 의뢰하게 됐고, 예상치 못할 만큼 정원이 풍성해져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정원을 즐길 수 있게 됐다고.
 
정원을 꾸미고 난 뒤 달라진 점을 물었다.
 
“평범해 보이지만 일상이 달라졌고, 활동량이 늘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서 정원을 둘러보며 꽃과 나무를 살펴보고, 대화하며 하루를 여는 기쁨은 말로 전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가볍게 산책을 하고 나서, 정원이 보이는 식당에 앉아 아침 식사를 하죠. 그러고는 저는 지하에 있는 서재로 가고, 아내는 화실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갑니다. 배가 고파지면 다시 주방에서 만나죠. 정원을 배경 삼아 앉아, 아내와 점심을 먹고, 정원을 거닐다 차를 마시고 다시 서재로 가서 책을 보죠. 그러다 햇살이 누그러지면 정원에 나와 물을 주고, 시든 꽃과 잎사귀들을 정리해 주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 사랑하는 마음
강 교수 부부는 멋진 정원을 갖길 원하는 예비 전원인들을 위해 작은 조언을 전했다.
 
“스스로 ‘관리인으로 살 수 있을까?’ 물어보세요. 전원생활 시작과 동시에 모든 청소와 쓰레기 치우기는 바로 내 몫이니까요. 이게 재밌고, 기쁨이어야 합니다. 정원의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를 사랑해 줄 마음도 가져야 하고요. 물도 자주 주고, 시든 꽃도 정리하며, 잔디밭에 잡초가 자라지 않게 살피는 것도 즐거워야 합니다. 그래야 멋진 정원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가든 디자이너가 말하는 까사 데 미르정원 디자인
은퇴자의 취미 생활과 관리가 쉽도록 계획했다. 공간의 특성을 점검한 뒤 가능한 시각적으로 넓은 느낌을 줄 수 있도록 공간을 나눴다. 정원은 크게 마리아 정원, 잔디 정원, 맞이 정원 등으로 나눴다. 이렇게 구성하며 100여 평의 대지에 긴 약 70m의 산책로도 갖게 됐고, 공간마다 색다른 정원을 구성할 수 있게 됐다.
 
까사 데 미르의 중심, 마리아 정원

거실과 식당에 앉아 조망할 수 있는 정원. 마리아 정원이라고 부르는 중심 정원이다. 거실과 마주 보이는 고벽돌 벽면 쪽 공간에는 기존에 있던 소나무와 칠자화, 산딸나무, 팝배나무 등을 조화롭게 매치했다. 그리고 주방 맞은편, 다른 이웃집과 접하는 곳에는 상록수인 에메랄드그린을 기둥나무로 식재했다. 덕분에 거실과 주방 어디에서든 아름다운 정원 전경을 즐길 수 있다.
 
이 정원에서 포인트는 마리아 조각상이 있는 수목 아래 미니 화이트 가든이 봄부터 가을까지 볼 수 있는 다년생 식물과 향기 나는 섬백리향, 후룩스를 비롯해 톱풀, 꼬리풀, 에키네시아, 설악초 등을 식재했다.

마리아 정원과 그 안에 조성한 화이트 가든 식물들. 정원은 부부의 편안한 전원생활을 고려해, 바닥의 디딤돌 방향을 수정하고, 각 공간을 확장해 디자인했다. 소일거리로 관리가 쉽도록 5종 수국을 많이 심었다.

따뜻한 마음 담은, 울타리 정원

주택 외부에서도 정원을 즐길 수 있도록 울타리 정원을 마련했다. 동네 사람과 지나는 이들에게 아름다움을 함께 나누며 살겠다는 부부의 마음이 담긴 정원이다. 주택 전면에 자리함으로써 울타리 정원은 주택에 생기를 주는 역할까지 한다. 블루에로우와 같은 상록으로 자연 펜스를 만들어도 멋스럽다.
 
덩굴식물과 그라스로 채운, 계단 정원

대문에서 주택이 있는 잔디 정원까지 이어지는 계단 정원. 옆 이웃집과 접하는 벽면 공간은 덩굴식물과 그라스로 채웠다. 그라스는 바람이나 사람이 스치며 걸으면 흔들리며 역동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주택에 생기를 더하는 역할까지 한다.
 
과실나무로 꾸민, 과수 정원

전원생활에서 과실나무 키우기는 모두가 동경하는 것 중 하나다. 하지만 과실나무는 병충해를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과수나무를 심으려면, 한 장소로 몰아 심는 것이 관리도 쉽고, 다른 식물에 해를 주지 않는다. 바람의 소용돌이가 적으며 관리 쉬운 장소를 선택해 감나무, 대추나무, 매실나무, 앵두나무 등을 식재했다.
 
초록빛 화사함을 품은, 잔디 정원

주방과 연결된 현관 쪽 창을 통해 누릴 수 있는 정원이다. 계단을 올라와 정원으로 들어오는 입구에 두 개의 천사 조각상을 두었다. 바닥은 잔디를 심어 봄, 여름 화사한 초록 잔디를 누릴 수 있도록 했다.
 
대문 앞에 마련한, 중정

까사 데 미르를 방문하는 이들을 맞이하는 작은 정원이다. 콘크리트 바닥의 차가운 느낌을 감추고자, 왕모래를 깔고, 장독과 갈대를 이용해 꾸몄다. 중정 뒤로 서재의 창이 보인다.
 

가든 디자이너에게 들었다 작은 정원 디자인 팁 4가지

01 키 큰 나무와 백색 개화 수목을 매치
소수의 키 큰 나무를 심고, 백색 개화 수목을 식재하면, 시각적으로 공간을 확장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02 나무와 백색의 다년생 초화를
나무 아래에는 하얀 다년생 초화를 심으면 더욱 아늑한 분위기를 낼 수 있다. 초화는 봄에서 가을까지 개화하는 식물을 선정해 식재한다.
03 과수나무 정원에는 허브 다년생을
수나무를 심었다면, 그 나무 아래 부추나 허브 다년생을 식재한다. 이렇게 하면 해충 방지 효과도 볼 수 있다.
04 원형과 곡선 이용
은 정원일수록 원형과 곡선 디자인을 활용하면 더 집중도 있고 풍요로운 정원이 된다. 디딤돌 작업도 곡선 이용하는 것이 좋다.

이명(울림가든디자인 대표 & 가든 디자이너)
영국에서 정원 디자인과 정원 고고학을 수학한 가든 디자이너로, 실용적인 정원 디자인을 지향한다. 올해는 다음 세대를 위해 정원 관리에 더 큰 관심을 갖고, 누구나 쉽게 정원을 가꾸고, 부담 없이 꽃과 나무를 반려 식물로서 집안에 들일 방법 모색에 집중할 계획이다. 영국의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의 신은 가장 처음 정원을 만들었고, 그 정원은 인간이 누리는 가장 순수한 기쁨이 됐다. God Almighty first planted a garden. And indeed, it is the purest of human pleasures”는 말에 가슴 깊이 공감하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울림가든디자인 010-6730-1756 mleegardendesig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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