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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읽었던 책 한 권이 내가 살아가는 방향의 작은 주제가 되었다. 초라해 보이지만 작은 집을 아우르는 배경은 시간이 더해질수록 현실로 다가오리라 생각한다.
 
이영재(건축사사무소 이인집단 소장)

이영재소장이‘ 작지만 좋은 집’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규모 개념의 소형화를 주장하는 건 아닙니다.
적정한 삶에 관한‘ 적정주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작지만 작지 않은 집. 살기 좋은 적당한 공간과 환경에 대한 이영재 소장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다카무라 토모야작은 집을 권하다는 나의 유년 시절 기억을 떠오르게 했다.

기억은 30여 년 전으로 회귀된다.
시골 작은 국민학교(초등학교) 교실에 은퇴했을 법한 노신사가 책 몇 권을 옆구리에 끼고 들어왔다. 그는 선생님도 학교 관계자도 아니었다. 돌이켜보면 책 외판원이었다. 그는 떠듬떠듬 몇 마디하고 책을 넘겨줬다. 무슨 말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국민학교 저학년이 이해할 내용이 아니었다.
 
그 책은 1982년 국내에서 베스트셀러 8위에 올랐던 이어령 교수의 ‘축소지향의 일본인’이었다. 소형화, 축소지향의 일본 문화를 주변인 시선으로 소개한 책이다. 현재 시점으로 보면 관점이 조금 벗어났다고 생각하지만, 몇 해 전 읽었던 그 책과 묘하게 오버랩되었다. 그리고 두 책은 일맥 하는 부분이 있다. 이어령 교수의 책은 일어로 번역돼 일본에 소개되었고, 다카무라 토모야 책은 한국어로 번역돼 우리나라에 소개되었다.
 
다카무라 토모야는 책에서 “일본은 인구에 비해 국토가 좁고 자원이 부족하다. 그로 인해 ‘작은, small’이라는 콘셉트가 가장 유용한 무기이며, 가치였다”라고 밝혔다. 이 책을 통해 ‘작은’ 단어에 관심을 보인 이유는 우리나라의 시대 흐름이 국토와 경제, 문화 등 많은 부분이 일본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의 시대적 배경과 흐름을 살펴볼 이유가 생겼다. 우선 제이 셔퍼Jay Shafer의 “너무 큰 집은 집이라기보다 채무자의 감옥이다”라는 말을 기억해두자.
 
다카무라 토모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땅도 있고 집도 있는’ 청년이 됐다. 10만 엔을 들인
3평짜리 집이다. 더는 집세를 내지 않아도 되고 대출도 필요 없어졌다. 재산세 걱정도 사라졌다. 그러면서 월 2만 엔으로 충분히 즐거운 삶을 영위했다. 하지만, 이러한 생활이 일반적이거나 모범적인 사례라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왜 외딴 숲에 ‘3평의 작은 집을 갖게 되었을까?
토모야의 선택은 좀 더 여유롭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그가 생각하기에 남들과 같이 평범하게 살아가기 위해 갖춰야 할 게 너무 많았다.
 
남들과 같은 이동 수단,
-우리는 조금 더 큰 차를 원한다. 차는 사회적 지위의 상징이 되었다.
 
남들과 갖추고 있는 정보,
-정보 홍수 속에 살고 있지만, 정작 가치 있는 정보는 정보제공자의 무리 속에 속해야 한다.
 
남들과 같은 옷차림,
-이동 수단과 더불어 무리 속으로 다가가기 위한 겉치레는 필수다.
 
남들과 동등한 균형감을 갖기 위해선 원치 않아도 내 것처럼 사용할 수 있는 많은 것에 비용을 들여야 했다. 불명확한 미래를 위한 불확실한 투자를 해왔다. 미디어는 이러한 현상을 당연한 것처럼 포장했다. 이마저도 한 줄 스펙으로 인식시켰다. 타인과 같아 보이기 위해, 경쟁 대열에 진입하기 위해선 가차 없이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그리고 이 모든 ‘남들과 같은 것’ 정점에 있는 게 바로 ‘집’이었다.
 
토모야는 이러한 집 개념을 다르게 정의함으로써 자기 삶의 방향성이 달라질 것이라 확신했다. 그리고 그가 선택한 것은 ‘작은 집(Small House)’이었다.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는 집 가운데서도 ‘작은 집’ 이야기다.

이영재(건축사사무소 이인집단) 
경상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시공간 개념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엉뚱 발랄해도 진지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마이너 건축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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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좋은 집 1- 작은 집을 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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