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메뉴보기
 
시골에서 살려면 마을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인정받도록 작으나마 헌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시골 사람은 도시민에 비해 때가 묻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다가 실제로 겪어 보니 배타적일뿐더러 도시인 뺨칠 정도로 똑똑하다는 것에 많이들 놀란다. 또한 도시인에 비해 비사교적이고 약간은 폐쇄적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하기에 구성원으로 인정을 받기란 쉽지 않다. 적잖은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한다. 우선 내 마음을 먼저 열어야 한다. 그리고 직접 가서 두드려야 한다.

시골 사람의 마음을 두드려라
“시골에 살려면 내 마음을 먼저 열라”는 말 대신 필자는 “열고만 있지 말고, 직접 가서 두드려라.” 이렇게 외치고 싶다.

전원에서 처음 생활하다 보면 토박이들의 살가운 정(情)은커녕 오히려 배타적이라는 걸 금새 알 수 있다.

옛날에는 순박하고 정도 많던 사람들이었다는데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고도로 발달된 매스미디어가 도농(都農) 간의 격차를 좁혀 놓은 탓일까! 시골 사람은 도시민에 비해 때가 묻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다가 실제로 겪어 보니 배타적일뿐더러 도시인 뺨칠 정도로 똑똑하다는 것에 많이들 놀란다.

아니, 시골 사람이 똑똑하고 아는 게 많다기보다는 시골 사람이라고 무시한 때문이 아닐까! 특히 부동산과 관계된 일에 대해서는 그냥 아는 정도가 아니다. 도시민보다는 경험이 많기에 부동산과 관계되는 일에 대해서는 말조심, 입조심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알아도 모르는 척 조심하고 시골 사람에게 한 수 배운다는 마음으로 임해 주길 바란다.

또한 도시인에 비해 비사교적이고 약간은 폐쇄적인 것도 사실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필자도 처음 내려왔을 때, 보는 사람마다 먼저 인사를 하고 말을 건네려고 여러 번 노력했다.

그러나 반응은 ‘웬놈이 인사를 하는 거야’하는 식으로 의아스런 표정들뿐이었다. 나이가 한참이나 적은 사람들한테도 얼마나 깍듯한 인사를 많이 했던지! 상당한 시간이 지나서야 서로 위아래를 찾고 허심탄회한 사이가 되었다.
다음은 필자가 이곳으로 처음 이주했을 당시 대화 내용의 일례다.

부근에 사는 아저씨께 “고추는 언제 심으면 되죠?” 하고 물었다. 시큰둥한 표정으로 “남이 심을 때 심어.” 그것이 대답이었다. 남이 똥장군 지면 너도 지라는 뜻이라는 건 알겠지만 그리 기분 좋은 답은 아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오래 살다 보니 그 말뜻을 통감(痛感)하게 되었다. 얼마나 함축성 있는 대답인지 다시 한번 잘 음미해 보자. 고추는 몇 월 며칠쯤에 심으라고는 할 수 없지 않겠는가. 어떨 땐 기후 탓으로 며칠 차이가 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경험 있는 우리가 심을 때를 눈여겨보고 있다가 심으라는 그런 뜻이었을 게다. 그렇지만 그 때는 무척이나 불쾌했던 게 사실이다.

시골 사람은 책임지는 말을 잘 하려들지 않는다. 공연히 안 해도 될 말을 했다가 쓸데없는 구설수에 휘말릴 것을 염려하는 마음에서일 게다. 얼마 동안을 그렇게 지나다 보니 ‘너는 너’ ‘나는 나’ 서로가 시큰둥하게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의 심중을 조금씩 알고부터는 도타운 정으로 변해 갔다.

그래서 나중에 온 사람들이라면 이 고장에서 대대로 살아 온 이들에게 먼저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한 발짝 다가가도록 마음의 자세를 낮추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마을 공동체 구성원으로 인정을 받아라
시골에서 살려면 마을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인정받도록 작으나마 헌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가볍게 생각하면 토지나 전원주택을 취득 또는 처분할 때에는 주위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마을 구성원으로 인정을 받지 못할 때의 불이익은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른다.

집 지을 때는 물론, 땅을 구입한 후라도 바로 돼지 한 마리쯤 잡아(돼지는 값도 싸고 여럿이 먹을 수 있어 좋다) 동네잔치를 벌이면 좋다. “어떻게 돼지를 잡느냐” 라고 물을 필요는 없다.

그쯤은 큰돈을 안 들이고 다 해결할 수 있으며 마을 사람들 중에는 그 방면 전문가가 꼭 한두 명씩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마을의 경조사도 가능하면 빠짐없이 참석하는 것이 주민들과 유대 관계를 넓히는 길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시골마을에는 한 달에도 몇 차례씩 이른 아침에 마을 확성기에서는 이미자 씨나 주현미 씨 노래가 귀 따갑게 흘러나온다. 그것은 이장님이 지금부터 공지사항을 안내하려고 하니 들을 준비를 하라는 예고 방송이다.

여름철에는 창문을 열고 지내므로 잘 들리지만 위치에 따라서는 띄엄띄엄 들리기도 한다. 주로 문을 닫고 생활하는 겨울철에는 더욱더 안 들린다. 방송을 잘 듣지 못했다면 꼭, 마을회관이나 이장님한테 무슨 일인지 확인하기 바란다.

“오늘은 ○○어른의 생신이니 아침 들러 오세요.”
“마을 대동회 날이니 점심을 같이 합시다.”
“정월 대보름날 척사대회를 하는데 주민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비료(또는 씨앗)을 타가세요.”

이 모두 전원생활을 하는 데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일이다. ‘전원일기’라는 드라마에서 많이 접했지만 실제 전원생활을 하고 보니 절대로 무시해선 안 되는 중요한 부분이라는 걸 알았다.

그리고 이런 일이 있을 땐, 간단한 선물이라도 가져가서 예를 갖추는 것이 전원생활을 하는 데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박카스 한 상자면 어떻고 싼 소주 몇 병이면 어떤가. 모든 것이 다 성의인 것을…. 옛말에도 “코밑에 진상이 최고” 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하찮고 조그마한 선물이 (필자는 선물이란 표현보다는 관심이라 하고 싶다) 얼마나 커다란 인정이 되어 돌아오는지 곧 실감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세상에는 공짜란 없는 법이다” 라는 말이 생긴 것일까.

전원생활은 품앗이 생활이다
‘품앗이’란, 국어사전에 이렇게 설명되어 있다. “힘드는 일을 서로 거들어 주면서 품을 지고 갚고 하는 일.” 전원생활은 아파트 생활하고는 많이 달라서 ‘이웃과 어떻게 융화를 잘 이루느냐’ 하는 것이 필수 관건이 될 수 있다.

아파트에서는 서로 조금 섭섭한 일들이 있다 해도 문을 닫고 들어가 각자 생활하면 그뿐이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나 가끔 마주칠까, 별로 만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이 그리운 전원생활은 전혀 다르다. 집도 띄엄띄엄, 사람도 드문드문 그래서 시골은 적적하기 마련이다. 우선 이웃이 많지 않기에 서먹한 감정을 오래 지니고 있으면 그만큼 더 외롭다.

또한 무거운 짐이나 가구를 옮길 때, 특히 농사지을 때는 이웃의 아쉬움은 말할 수 없이 크게 다가온다. 이렇듯 전원생활은 서로 돕고 사는 것이 일상이라 사는 맛이 절로 나는가 보다.

“갓 담근 거야, 한번 맛봐.”
“요번에 동해안에 갖다 사온 덜 마른 오징어야.”

이처럼 인심이 넘쳐나는 곳이 시골이다. 시골에선 한 해에 적어도 서너 차례 동네잔치가 벌어진다. 그런데 사실 외지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은 ‘남의 집 불 보기’다.

이제부터라도 주민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도 자주 참석하여 작은 성의라도 표하면서 서로 사이를 좁히도록 노력하기를 바란다. 그 자체가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아니겠는가. 나와 내 가족만 살려고 이주해 왔다면 첫 단추부터 잘못 꿴 전원생활이다.

주민들하고 사귀지 않는다면 그것은 반쪽 전원생활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왜냐면 주민들은 나름대로의 멋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모르는 여러 가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말이 잘 통하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대화에 적극 나선다면 풋풋한 시골 인심을 맛볼 수 있고, 또한 여러 가지 유익한 지식도 얻을 수 있다. 그렇지 못하다면 재차 말하지만 그건 반쪽 전원생활임에 틀림없다. 田

■ 글 양정일 <부동산컨설턴트>

∴ 글쓴이 양정일은 경기도 광주군 퇴촌면에 있는 한국전원 부동산 컨설팅에서 전원생활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컨설팅을 해주고 있습니다. <031-767-9966>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전원주택으로 가는길] 전원에 살려면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라(1)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