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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된 농가를 전통 한옥으로

허물어진 농가 뼈대 살려 현대적 감각의 한옥으로 개조


본격적인 건축은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됐다. 지붕에는 시멘트 기와를 다시 얹고 벽체는 황토를 다시 바른 후 황토와 시멘트를 혼합해 미장을 했다. 화장실도 안으로 들였다. 움푹 내려앉고 그을음이 덕지덕지 했던 부엌은 싱크대가 놓인 산뜻한 현대식 구조로 바뀌었고 앞쪽은 통유리로 시공해 마당이 한 눈에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동네 할아버지 얘기로는 족히 50년은 넘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불을 지피던 아궁이와 부엌 천장에 붙은 그을음 두께로 보아 꽤 오래된 집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황토로 쌓아올려진 벽체 역시 여기저기 구멍이 보이고 일부는 허물어져 있었다. 문짝도 하나 같이 성해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한동안 사람이 살지 않아 더욱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그런 집이었다. 규모는 약 스물다섯평 남짓. 당시엔 꽤 살만한 사람의 집이었을 것이란 게 할아버지의 얘기였다.

김명순씨가 이 집을 소개받은 것은 지난해 초. 아는 사람이 있어 자주 천진암 일대를 들리게 됐고 자연히 동네에 대한 친근감도 생겼다. 몇 년 전부터는 친구 김정애씨가 윗동네에 농가를 수리해 살게 됨에 따라 들릴 기회가 더 많아졌다.

김명순씨도 농가를 수리해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부동산중개소에 의뢰했다. 처음 이 집을 접했을 때는 너무 낡아 수리가 가능할까하는 의구심에 다소 망설였다. 그러나 ‘농가가 대부분 다 그렇다’는 주위의 조언과 ‘터가 괜찮고 수리하면 나름대로 운치 있는 집이 될 것’이란 설명에 마음이 기울어 졌다. 터는 모두 4백50여평 규모였으며 이중 대지가 1백47평이었고 나머지는 준농림 전이었다.

동네 할아버지 한 분을 모셔 수리 여부를 문의하니 가능한 일이라는 답변을 얻었다. 집이 낡기는 했어도 기둥이나 보, 서까래 등은 좋은 나무가 사용돼 그대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사실 김명순씨는 서울에서 태어나 줄곧 도시에서 생활했다. 그런 만큼 내심 시골 생활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다. 잡지나 사보 등에 그럴듯한 싯구절과 함께 실린 사진들은 항상 김명순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대개는 저녁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넉넉한 시골 풍경이라든가 파란하늘에 감이 주렁주렁 매달린 풍경이었다.

지난해 6월 계약을 마치고 바로 수리에 들어갔다. 수리는 일전에 다녀갔던 동네 할아버지에게 부탁했다. 할아버지와 상의해 되도록 옛날 분위기를 최대한 살려달라고 했다. 이 집의 구조는 방 3개에 부엌, 마루 등이다. 벽체는 황토였으며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전형적인 시골집이었다. 앞 마당엔 헛간도 하나 있었다.

우선 마루와 집을 지탱하는 뼈대만 남기고 모두 헐었다. 마당을 넓게 사용하기 위해 헛간도 헐었다. 집을 헐고 개조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허는 과정도 조심스러웠고 개조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은 까다로운 작업이었다.

본격적인 건축은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됐다. 지붕에는 시멘트 기와를 다시 얹고 벽체는 황토를 다시 바른 후 황토와 시멘트를 혼합해 미장을 했다. 화장실도 안으로 들였다. 움푹 내려앉고 그을음이 덕지덕지 했던 부엌은 싱크대가 놓인 산뜻한 현대식 구조로 바뀌었고 앞쪽은 통유리로 시공해 마당이 한 눈에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이 곳은 주방을 겸해 거실이나 손님맞이용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화장실 역시 밝은 색 타일에 수세식의 현대식 분위기로 바꾸었다.

난방은 기름보일러로 바뀌었으나 사랑채는 그대로 군불을 땔 수 있도록 아궁이를 만들고 구들을 놓았다. 당초 천장 있어 답답했던 실내는 천장을 뜯어내고 서까래가 그대로 보이도록 해 공간감이 강조되고 옛멋도 풍기도록 했다. 그을음으로 범벅이된 부엌의 서까래는 동네 할아버지의 조언대로 양잿물로 씻어냈다. 어느 정도 닦여지자 아주 멋스럽고 자연스런 컬러가 만들어졌다. 기둥이나 마루도 이미 손때가 반질반질하게 나 있어 이 같은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7월에 시작된 개조 공사는 8월까지 꼬박 두 달이 소요됐다. 헐고 개조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까다로웠던 데다가 장마철이라 비오는 날도 많아 공사기간이 길어졌다. 총 시공비는 대략 5천만원 정도. 아직 모든 기반이 서울에 있다보니 당장 이 곳에 내려와 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당분간은 주말주택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그리고 때가 되면 친구 김정애씨 처럼 가족들과 함께 이 곳으로 내려올 참이다.

지난해 가을엔 제법 불쑥불쑥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았다. 카페인줄 알고 들린 사람들이다. 정중히 카페가 아니고 살림집이라고 일러주기를 몇 번이었다. 아무래도 천진암 일대에 카페나 음식점들이 즐비하고 드라이브 코스로 잘 알려져 있다보니 종종 이런 일이 생긴다. 그러나 모든게 마냥 새롭고 즐거운, 그리고 나쁘지 않은 느낌들이다. 저녁 무렵 굴뚝으로 연기가 피어 오르는 모습도 마찬가지다.

글·사진 류재청

건축정보

위치: 경기도 광주군 퇴촌면 우산리
부지면적:4백50평 (준농림전 3백3평, 대지 1백47평)
부지구입년도: 99년 6월
개조기간: 99년 7월~ 8월
개조비용: 5천만원
건평: 25평
내구조: 방3, 주방, 화장실, 마루
방위:동남향
건물형태: 흙집 한옥
벽체구조: 황토
내벽마감: 한지 초배지
외벽마감: 황토 + 시멘트 주방은 핸디코트
지붕마감: 시멘트 기와
난방형태: 기름보일러, 사랑채는 구들
식수공급: 마을 공동 상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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