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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전원생활 4년만에 건강 되찾고 농사짓는 즐거움도 만끽

손씨 부부는 95년 인천광역시 강화군 불은면 넙성리 준농림답 8백64평을 평당 6만원씩 주고 구입했다. 강화에 연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막연히 서울과 가깝고, 바다를 볼 수 있고 그리고 농사짓기에도 괜찮을 것이란 생각으로 이 곳을 택했다. 땅을 구입하기전 몇 번 이 일대를 돌아본 뒤 막연했던 상상이 크게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부동산중개사무소에 의뢰했다.


“6개월도 못 살 것 같은데 예까지 뭐하러 왔냐’고 했다. 병색이 완연한 것 같은데 병원 가깝고, 교통 좋은 서울에 있지 왜 이 곳까지 왔냐는 게 동네 사람의 퉁명스런 첫 마디였다. 얼굴색이 백짓장처럼 희었으니 그런 말이 나올 만도 했다. 대한광업진흥공사의 좋은 자리를 물러난 것도 순전히 건강상의 이유에서다.

동네 한쪽에 집을 짓고 살겠다는 손세조씨에게 동네사람들은 그렇게 달갑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아니 그런 말이라도 듣는 것 자체가 반가우리 만큼 사람들은 무관심했다.

소리없이 왔다 훌쩍 떠난 도시사람들을 익히 보아왔던 터라 쉽게 정을 주지 않았다. 게다가 구씨 성이 모인 집성촌이다 보니 시큰둥하기가 당초 예상을 앞질렀다. 손세조 김순영씨 부부의 시골 생활은 그렇게 시작됐다.

손씨 부부는 95년 인천광역시 강화군 불은면 넙성리 준농림답 8백64평을 평당 6만원씩 주고 구입했다. 강화에 연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막연히 서울과 가깝고, 바다를 볼 수 있고 그리고 농사짓기에도 괜찮을 것이란 생각만으로 이 곳을 택했다. 땅을 구입하기전 몇 번 이 일대를 돌아본 뒤 막연했던 상상이 크게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부동산중개사무소에 의뢰해 지금의 땅을 구입했다.

공사는 이듬해부터 시작됐다. 건축에 들어가기 앞서 우선 토목공사를 했다. 이 일대가 논이었던 데다 지대가 낮아 매립공사와 수로 공사가 불가피했다. 마침 가까운 거리에 골프장이 건설되고 있어 이 곳의 흙을 퍼 날랐는데 모두 2백차 분량의 흙이 들어갔다. 당시 돈으로 한 차당 2만5천원씩 모두 5백여 만원이 소요됐다. 집 옆과 뒤쪽으로도 물이 잘 빠지고 흐를 수 있도록 수로 공사도 마쳤다.

설계는 손수 했다. 나름대로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손자, 손녀들이 생기면 문을 열고 바로 마당 잔디밭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설계 사무소에 의뢰해도 가능한 일이었지만 왠지 직접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격적으로 건축이 시작된 것은 96년 6월. 읍내에 있는 개인 건축업자에게 맡겼다. 실내구조는 방 3개, 거실, 주방, 화장실 등이 갖춰진 단층구조. 모두 30평 규모로 벽체는 30cm두께의 경량벽돌을 쌓았다. 외벽은 적벽돌 분위기를 냈는데 건축업자는 이 마감재를 ‘주물럭’이라고 불렀다. 내벽은 미장후 벽지를 발랐다.

경량벽돌이 자체적으로 단열성능을 지녔다는 건축업자의 설명에 벽체엔 특별히 단열을 하지 않았고, 다만 천장에는 스티로폼을 댔다. 지붕 마감은 아스팔트 싱글. 식수는 지하수를 퍼 올렸고 난방은 기름보일러다. 기름보일러는 최근들어 노후 기미를 보인데다 기름값이 많이 올라 지난달 심야전기보일러로 대체했다. 심야전기보일러 교체비용은 모두 3백12만원. 정부에서 32만원을 보조해 준다니 결국 2백80만원이 든 셈이다.

정원은 특별히 돈을 들이지 않았다. 서울 화곡동 단독주택의 나무들을 캐다 심었고, 한 두그루씩 사다가 심기도 했다. 잔디도 손수 사다 심었다. 건축은 착공 3개월만인 9월에 끝났다. 총 건축비는 7천만원정도로 평당 2백30만원 꼴이다. 집은 지었지만 다음 문제는 텃밭이었다. 집터와 마당을 제외하니 약 6백여평에 이르는 텃밭이 생겼다. 텃밭이라고 하기엔 제법 커 초보 농사꾼에겐 부담스런 규모였다. 관심은 많았지만 현장 경험이 전무했던 터라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했다. 책을 떠들어 보고, 간혹 지인을 통해 물어도 보았지만 기초가 부족하다보니 모두가 먼 얘기로만 들렸다.

고심 끝에 찾아낸 방법은 커닝을 하는 것. 남들 하는 대로 흉내를 내기로 한 것이다. 남의 밭을 눈여겨보며, 동네 사람들이 고추를 심으면 고추 모종을 사다 심었고, 고구마를 심으면 고구마 순을 사다 심었다. 또 거름을 주면 따라서 거름을 주었고, 김 매는 모습을 보면 얼른 집에 와 손씨도 김을 맸다. 어차피 아무것도 모르니 동네사람들을 따라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책을 놓고 공부한다는 것도 한계가 있었으니 남의 밭에 무엇이 심어지고 어떻게 관리되는지를 유심히 보는 것이 가장 좋은 공부였다.

밭 한쪽으로는 유실수도 심었다. 배, 복숭아, 사과, 포도, 자두, 살구, 감, 모과, 호두, 대추 등 계절별로 다양한 과실이 열리도록 했다. 처음 대꼬챙이 같았던 유실수들은 이제 제법 가지도 치고 조금씩 나무 모양이 갖춰져 간다. 지난해엔 몇몇 나무에서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여린 가지에 과실이 매달린 모양이 안쓰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신기하고 대견스러웠다.

조금 농사에 눈이 떠진 것은 그로부터 이태가 지나서다. 그야말로 콩인지 팥인지 모르고 시작했던 농사였다. 그러나 손씨는 이 과정에서 참으로 많은 것을 얻었다. 땀 흘리는 즐거움, 그리고 봄이면 싹이 돋고 가을이면 열매를 맺는 자연의 정직함이라든가 경이로움 등. 새벽 3~4시면 눈이 떠져 날이 밝기만을 기다려야할 만큼 텃밭은 기대 이상의 즐거움이었다. 그 덕에 건강도 되찾았다. 처음 어색했던 이웃들과도 어느새 스스럼없는 사이가 됐다. 이 곳에 새로운 세상이 있었음을 비로소 깨달았다.

글·사진 류재청

건축정보

쪾위치: 인천광역시 강화군 불은면 넙성리
부지면적: 864평(준농림답 714평, 대지 150평)
부지구입년도: 95년 9월
부지구입금액: 평당 6만원
토목공사: 수로공사, 매립공사(2백차 분량 5백만원 소요)
건축공사기간: 96년6월~ 9월
건평: 30평 단층
실내구조: 방3, 주방, 화장실, 다용도실, 거실
방위: 동향
총건축비: 7천만원(평당 2백30만원 정도)
벽체구조: 경량벽돌
외벽마감: 주물럭
단열재: 천장만 스티로폼 단열
내벽마감: 미장마감 후 벽지
지붕마감: 아스팔트 싱글
난방형태: 심야전기보일러(기존 기름보일러에서 지난달 교체)
식수공급: 지하수
주변 가구수: 12가구(사방 4백m이내엔 없음)
생활권: 온수리(길상면소재지) 5Km, 불은면 5Km, 강화읍 13Km(버스 7회 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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