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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정원이 초라하다고, 마치 지나간 인생처럼 ‘아! 옛날이여∼♬’를 목청껏 부르며 후회할 필요는 없다. 정원은 정확히 1년 주기로 순환하므로, 다음해에 더 좋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식물이 성장을 멈추고 조용한 가운데, 눈에 보이는 것들만 소멸할 뿐이지 그렇지 않은 것들은 오히려 더 왕성하다. 겨울은 새로운 정원으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를 하며, 그 기초를 더욱 튼튼히 다지는 시기다.

정원의 기초는 뼈대와 같다. 담장이나 울타리, 아치 또는 트렐리스처럼 건축 재료에 의한 것이나 수목의 수형, 높이, 상록수와 낙엽수의 비율 등을 예를 들 수 있다. 특히 잎이 지고 난 후, 낙엽수의 줄기와 가지가 만들어 내는 독특한 형태라든가 질감과 색감의 조화도 중요하다.

정원사는 사계절의 정원을 지휘하는 지휘자와 같다. 특히 겨울 정원의 삭막함과 갈색의 단조로움으로 버려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향나무나 주목 같은 상록수라든지 수피가 좋은 나무들, 특이한 줄기를 가진 흰말채나무, 빨간 열매가 달리는 낙상홍이나 피라칸사 등을 잘 활용하면 겨울철의 단조로움을 피할 수 있다.

정원일은 겨울부터 시작
봄부터 정원일을 생각하고 돌보는 일을 하다 보면, 겨울에는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기나긴 겨울동안 정원의 구석구석을 돌아보면서 지난여름 화려했던 식물들의 이름을 회상하기도 한다. 의도한 만큼 아름다운 색을 뽐낸 식물이 있었던 반면, 영 신통치 않았던 것들도 있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돌아보면 정원의 모든 구석구석에 애착이 가지 않을 수 없다. 눈이 자주 가는 자리, 빛이 많이 들어오는 자리와 토심(土深)이 깊은 곳, 물이 잘 닿지 않는 건조한 곳들이 구분되기 시작하며, 그런 자리에 어울리는 식물들을 고르게 된다.

겨울이 없다면 정원은 화려한 영화 같은 것일 뿐, 삶을 담는 그릇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삶에 애착을 가지듯 정원과 정원일에 애착을 갖는 것은 겨울이 있기 때문이 아닐는지. 새로운 기회, 출발, 설레임 같은 것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원의 시작을 봄으로 본다면 옳지 않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정원의 봄을 만들기 위해서는 겨울부터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직접 정원을 만들겠다고 생각한다면, 정원 만들기는 겨울부터 시작된다고 믿어야 한다.

겨울의 빛과 분위기를 담아
겨울의 정원이 담아야 하는 빛과 분위기는 어떤 것일까? 정원을 만드는 에세이를 시작하면서 정원 만들기를 쉽게 설명하리라 결심했지만, 그것이 대단히 어려운 일이란 것을 절감한다. 겨울 정원 만들기를 주제로 한다면 이것저것을 심어보고, 이것을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을 담으면 그만일 것이다. 하지만 생각하고 있는 정원은 그런 것이 아니다. 천편일률적인 정원보다는 저마다의 개성이 담긴 살아 있는 정원을 꿈꾸기 때문이다. 땅이 꽁꽁 얼어서 더 이상 파낼 수 없을 때까지 겨울 정원은 계속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속에 어떤 빛과 분위기가 담길지 상상해 보자.

겨울 속의 정원과 온실
어느 때부터인가 온실을 꼭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주변에서 얻은 외국의 신비로운 씨앗을 파종해 보려는 욕심도 있지만, 겨울에도 푸른 낭만 같은 것을 누려보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온실이 주목을 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에너지 절약 효과 때문이다. 전원주택이라면, 가혹한 겨울 날씨를 견디기 위해서 따뜻한 온실을 만드는 것을 고려해 보는 것이 좋다.

한겨울에 심는 구근
구근은 추운 겨울을 지내야 예쁜 꽃을 피울 수 있다. 튤립이나 크로커스, 히아신스 등이며, 이러한 구근은 9월부터 심기 시작하지만 12월 한겨울에도 늦지 않다. 구근을 심을 때는 대강 구근 높이의 3배 정도(8cm) 깊이로 구멍을 파고 심는다. 반드시 뿌리가 아래로 가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구근을 심고 물을 많이 주는 것으로 아름다운 꽃밭을 만들 수 있다. 그 다음은 봄을 기다리는 것뿐이다. 혹시나 엉뚱한 날씨에 새순이 나와 추워서 얼어죽는 건 아닌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구근식물은 스스로 알아서 성장을 멈추고 때를 기다리기 때문이다. 田

글 이진규<네이처조경디자인 대표>
02-569-9427, www.flower-wol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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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정원을 위한 준비, 겨울정원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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