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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김해시 대동면 수안리, 서낙동강을 굽어보는 신어산자락에 자리한 연면적 71평 복층 목조주택. 신라대학교 미술학부 임봉규 교수의 주거 공간이자 작업실로, 담백하고 소박함이 묻어나는 전원주택이다. 대지는 두 개의 단으로 이뤄졌는데, 그 중 절반은 그린벨트지역에 걸쳐져 있다. 조망을 고려해 단을 1미터 정도 더 높여서 예전 고옥(古屋)이 있던 그린벨트지역에 집을 앉혔다. 외벽은 시멘트 사이딩에다 2층 전면 부만 시더 베벨 사이딩으로 포인트를 줬으며, 지붕은 아스팔트 슁글로 마감했다. 외관은 단순한 가운데 박공지붕 처마를 전면으로 길게 돌출시켜 기둥으로 떠받치게 하여 무게감이 느껴진다.




앞으로는 서낙동강이 흐르고, 뒤로는 신어산줄기인 돗대산이 펼쳐진 김해시 대동면 수안리. 그야말로 풍수지리설에서 말하는 전형적인 배산임수(背山臨水) 지형이다. 이곳에 신라대학교 미술학부 임봉규(57세) 교수가 주거를 겸한 작업실을 마련했다. 연면적 71평의 복층 경량 목조주택(2″×4″)으로, 주변 경관과의 조화를 위해 외관을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고 소박하게 디자인했다. 집의 이름은 임 교수의 사인이기도 한 ‘The 林’이라 명명했는데, The는 ‘그’를 뜻하고 林은 소리나는 그대로 ‘림’이니 ‘그림’이 된다. ‘The 林’ 우측으로는 제철을 만난 꽃들이 만발하고, 좌측으로는 대나무와 소나무가 푸르름을 더한다. 정원일을 하느라 손수레에 돌을 주워 담던 임 교수는, 일행이 방문하자 “좀더 집 안팎을 꾸미고 그림을 벽에 다 내걸어야 보기 좋은데… ” 하며 집 안으로 안내한다.



아름다움은 단순함에서 나온다



임봉규 교수는 전원에 작업실을 마련하겠다고 맘먹은 지 10년 만에 꿈을 이뤘다. 오래 전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그곳에서 그림을 그리는 동기들이 그렇게 부러웠다고 한다.

“처음에는 작업실만 염두에 두고 사방으로 땅을 찾아다녔어요. 심지어 지리산까지 갔었는데, 그곳에 작업실을 마련한 동기들을 보면서 아무리 환경이 빼어나더라도 너무 멀면 안 된다고 생각했지요.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작업실을 오가더니 한 해 지나 뜸하더니 두 해 지나자 한 달에 한두 번 갈까 말까 하더군요. 그러던 중 사회교육원에서 그림을 배우는 분이 얼마 전 이곳에 전원주택을 지었는데, 그분 소개로 작년 6월 두 채의 낡은 집이 딸린 대지 207평을 평당 50만 원에 매입했지요.”



부산시 사상구에 자리한 신라대학교까지는 20분 거리라 부담이 없고, 대지이면서 50만 원은 싼 편에 속해 선뜻 매입한 것이다. 올해는 평당 80만 원을 호가한다고 하니 뜻하지 않게 재테크도 성공한 셈이라고 귀띔한다. 처음에는 작업실만 지으려고 했으나 시내하고 가깝기에 1층은 주거 공간으로, 2층은 작업 공간으로 계획을 바꿨다고 한다.



대지는 두 개의 단으로 이뤄졌는데, 그 중 절반은 그린벨트지역에 걸쳐져 있다. 땅을 매입하자마자 직영으로 두 채의 고옥(古屋)을 허물고 두 달에 걸쳐 토목공사를 했다. 대지라고는 하지만 사방이 바위투성인 데다가 두 채의 집 모두 경사면 그대로 지어져 있었기에 토목공사는 새로 하는 것이나 진배없었다.



“조망을 고려해 단을 1미터 정도 더 높여서 집은 뒤쪽 그린벨트지역에 앉혔는데 고옥이 있던 자리라 허가가 났지요. 훗날 앞마당에 키가 큰 나무를 심거나 창고를 들이더라도 거리낌없이 낙동강을 굽어볼 수 있거든요. 그후 건축은 상림목조주택에 간단하면서 웅장하게 지어달라고 주문했어요.”



각각의 공간이 따로 또 같이 호흡해



건축은 작년 11월에 시작하여 금년 2월 완공을 보았다. 외벽은 흰색 시멘트 사이딩에다 2층 전면 부만 시더 베벨 사이딩으로 포인트를 줬으며, 지붕은 이중 그림자 아스팔트 슁글로 마감했다. 외관은 단순한 가운데 박공지붕의 처마를 전면으로 길게 돌출시켜 기둥으로 떠받치도록 하여 중후함이 느껴진다. 1층에는 후면을 제외하고 덱으로 집을 감쌌으며, 2층 전면에도 발코니를 길게 뽑았다.


“처음 콘크리트로 지으려다가 평생에 한 번 짓는 집인데 내 맘에 드는 목조주택으로 짓자고 결심했어요. 콘크리트는 벽이 두꺼워서 부담스러운 반면, 목조는 깔끔하면서도 뭔가 상쾌한 느낌이 들거든요. 무엇보다 안팎을 이어주기도 하고 밖으로 나서면 자연과 교감하는 목조주택의 아름다운 덱이 무척이나 맘에 들었고요. 덱으로 나서면 매일 보는 소나무 숲과 강줄기, 바위 등인데도 날마다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지요. 물론 깊은 산속 같은 느낌이 들면 더 좋겠지만 그건 욕심이라고 봐요.”


이 집은 주거 공간과 갤러리를 겸하기에 1층 거실을 오픈하지 않았다. 1층 전면에는 손님방과 거실 그리고 파우더-룸과 욕실이 딸린 안방을 배치하고, 뒷면에 욕실과 계단실, 주방 겸 식당, 다용도실을 배치했다. 특징은 보통 세 칸으로 앉히는 작은방을 두 칸으로 줄인 대신에 공유 공간인 거실과 부부만의 독립공간인 안방을 넓게 앉힌 점이다. 현관에서 바라볼 때, 거실이 평천장이라 다소 답답한 듯하지만 좀더 안쪽으로 들어서면 전면창 앞에 덱을 넓게 깐 거실이며, 그와 맞닿은 주방으로 인해 수평적으로는 한결 시원스럽다. 주방에서는 다용도실을 통해 측면 덱으로 나갈 수 있다. 거실과 주방 바닥에는 온돌마루를 깔고, 벽과 천장은 화사한 실크벽지로 깔끔하게 마감했다.


이 집의 압권은 2층으로 오르는 ‘ㄷ’자형 계단실에서부터 시작된다. 난간 대신에 양면을 벽으로 설계해 작품을 내걸도록 하고 스포트라이트 조명을 설치했다. 계단을 오르면 전실(前室)이 나오는데, 계단실과 마찬가지로 벽과 평천장을 밝은 실크벽지로 마감하고 조명을 설치했다. 다시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서면, 닫힌 공간에서 순간 열린 공간으로 들어선 듯하여 잠시 발걸음을 멈칫거리게 한다. 임 교수의 작업공간이자 전시실로 박공천장에 원목 루바로 마감하고 홍송으로 대들보와 서까래를 노출시켰는데, 전면창과 더해져 수직과 수평적으로 개방감을 안겨준다. 그 우측에는 작품을 보관하는 작은 방과 서재가 자리한다.


집의 외관에서 단순함을 추구하는 임 교수의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다.

“나는 그림이나 색면 추상 모두 군더더기 없이 심플한 게 좋아요. 어릴 적부터 복잡한 건 싫어했으니까요. 그런데 요즈음 지어지는 건축물을 보면 군더더기가 너무 많아요. 기초가 안 되어 있으니 자꾸만 이것저것 갖다 붙이려고 하지요. 예전의 우리 집은 담백하고 소박했는데… 독일에서 오랫동안 공부했지만 그들의 집도 군더더기 없이 단순하거든요.”


요즈음 나이 든 사람이라면 다들 전원생활을 갈망한다. 작품 활동을 하는 임 교수는 자연과 벗하면서 사는 삶에 대한 욕구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작품의 테마는 색면(色面) 추상과 에로티시즘적인 누드다. 아름다움〔美〕이나 예술은 인간생활에서 떠나 있는 인연이 먼 추상 관념이 아니라 구체적 현상이라고 한다. 임 교수는 지금 철따라 색이 변하며 만물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자연의 한 가운데서 플라톤처럼 아름다움에 대한 행동으로써, 또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요소로써 에로스를 표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田



글·사진 윤홍로 기자




■건축정보


·위 치 : 경남 김해시 대동면 수안리

·대 지 면 적 : 207평

·건 축 면 적 : 40평

·연 면 적 : 71평(덱, 보일러실 포함)

·건 축 형 태 : 2층 목조주택(2″×4″) + 대들보, 서까래 구조

·실 내 구 조 : 1층 - 방 2, 욕실, 거실, 주방 겸 식당, 다용도실

2층 - 방 1, 서재, 화장실, 전실, 전시실

·외벽마감재 : 시멘트 사이딩, 시더 베벨 사이딩(2층 전면)

·지 붕 재 : 이중그림자 아스팔트 슁글

·단 열 재 : 인슐레이션

·내벽마감재 : 고급 실크벽지, 원목 몰딩, 루바(2층 전시실 천장)

·바 닥 재 : 온돌마루, 고급장판(방)

·창 호 재 : 시스템창호

·식 수 공 급 : 지하수

·난 방 형 태 : 심야전기보일러

·시 공 기 간 : 2004년 11월∼2005년 2월

■설계·시공 : 상림목조주택 055-324-0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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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어산을 배경으로 서낙동강을 굽어보는, 김해 71평 복층 목조주택 'The 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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