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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지은 집 ①

한두해 머물 생각으로 왔다 평생 살려고 지은 2층 목조주택

캐나다 현지에도 다녀 왔다. 당초 정통 목조주택을 짓고 싶다는 욕심에 캐나다 현지에서 자재를 들여오고 현지인을 통해 집을 지으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인건비는 물론이거니와 각종 체재비용 등 일일이 챙겨야할 사항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막상 현지에 다녀와 얘기를 듣고 보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국 포기 하고 국내 업체를 통해 집을 짓기로 했다. 다만 주택 유형은 외국의 관련 책자를 보고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구입해 다시 국내 설계 사무소에 의뢰해 설계를 마쳤다.

본디 서울에서 나고 자라 한 번도 도심을 떠난 적이 없었고 그럴 계획도 없었다. 그래서 처음 이 곳에 올 때에도 사실 가벼운 마음으로 왔다. 그냥 한 두해 머물 생각으로.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생각이 달라졌다. 사람들도 좋고 자연경관도 좋고 다시 서울로 돌아가리란 생각이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더 이상 이 곳을 떠나선, 그리고 더 이상 서울에선 살 수 없을 것 같은 예감, 자신도 모르게 어느덧 제주도 예찬론자가 됐다.

홍성철 유신애씨 부부는 이렇게 아주 우연한 기회에 자연스럽게 제주와 인연을 맺었다. 유신애씨는 시골생활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경험도 없다. 이러한 상황은 남편도 마찬가지. 모두가 서울태생으로 한 번도 시골생활을 접해보지 못했다. 다만 다른 점이 있었다면 유신애씨보다 남편 홍성철씨는 전원에 대해 좀더 적극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 뿐.

그러던중 우연한 기회에 제주도에 올 기회가 생겼다. 의사인 남편이 제주에 있는 종합병원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 것. 처음엔 남편 혼자 내려 올 계획이었으나 적어도 2년은 머물게 될 것이란 남편 설명에 유신애씨도 함께 따라 나섰다. 그때가 10년전인 90년 무렵이다.

처음 제주에 와선 아파트에서 생활했다. 2년 계획으로 왔던 제주. 그러나 3년이 지나고 4년이 지나고 어느 덧 7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누가 뭐랄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눌러 앉게 됐다. 그사이 남편 홍성철씨는 다니던 종합병원을 그만 두고 개인 병원을 개업했다. 그만큼 제주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매력적인 곳이었고 이러한 생각은 유신애씨도 마찬가지였다.

이왕 눌러 살 바엔 집도 새로 짓기로 했다. 제주도에까지 와서 아파트 생활을 하기엔 다소 어색한 느낌이었다. 그 때 구입한 땅이 바로 지금의 집이 위치한 땅. 제주시 해안동에 위치한 곳으로 오래 전부터 친분이 있던 농장 주인으로부터 구입했다. 모두 2백여평 규모의 자연녹지지역으로 평당 30만원씩 주고 구입했는데 농장 주인이 직접 조성한 18필지 규모의 택지다.

집을 짓기 전부터 많은 궁리를 했다. 어떻게 하면 예쁘고 멋지고 실용적인 집을 지을 수 있을까. 캐나다 현지에도 다녀 왔다. 당초 정통 목조주택을 짓고 싶다는 욕심에 캐나다 현지에서 자재를 들여오고 현지인을 통해 집을 지으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인건비는 물론이거니와 각종 체재비용 등 일일이 챙겨야할 사항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막상 현지에 다녀와 얘기를 듣고 보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국 포기하고 국내 업체를 통해 집을 짓기로 했다. 다만 주택 유형은 외국의 관련 책자를 보고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구입해 다시 국내 설계 사무소에 의뢰해 설계를 마쳤다.

건축은 96년 6월부터 시작됐다. 건축에 들어가기 앞서는 일일이 동네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인사를 드렸고 건축 중에도 가끔씩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여러 경로를 통해 마을 사람들과의 융화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집이 다 지어지고 나서는 마을회관에서 남편이 의료봉사 활동을 펼쳐 자연스럽게 마을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얻었다.

집은 97년 10월 완공됐다. 지층까지 포함한 3층 건물로 총 80평 규모. 층별로는 1층이 32평으로 주방, 식당, 손님 응접실, 가족실, 다용도실, 화장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2층은 방 3개와 다락이 있다. 지층에도 방 1개와 서재가 있고 일부는 창고를 겸한 주차공간으로 활용된다.

전체적으로 층별 용도를 분명히 해 2층은 취침공간으로 활용하고 1층은 활동공간으로 활용되도록 꾸몄다. 집의 구조와 배치에는 유신애씨의 생각이 많이 반영됐다. 음식물의 부패를 고려해 부엌을 서북쪽에 배치한 것이나, 아이 공부방의 경우 조도를 고려해 동북쪽으로 배치한 것이 그 경우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니고 모두가 유신애씨 자신이 생활 속에서의 경험과 느낌을 반영한 것이다.

올해로 제주에 온지 10년. 그리고 이 집에 들어온지도 2년이 넘었다. 누가 뭐래도 이제는 자신 있게 제주 사람임을 내세울 수 있다. 지난 10년간의 제주를 돌이켜 보면 참으로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뿐이다. 서울만큼의 화려함은 아니지만 대신 넉넉하고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 이들 부부에게 제주는 삶의 색깔을 바꿔준 아주 특별한 곳이 됐다.

글·사진 류재청

건축정보

위치: 제주시 해안동
부지면적: 자연녹지지역 2백평
부지구입년도: 96년
부지구입금액: 평당 30만원
건축공사기간: 96년 7월∼97년 10월
건평: 80평(1층 32평, 2층 28평, 지층 20평)
실내구조: 1층-주방, 식당, 손님 응접실, 가족실, 다용도실, 화장실 2층-방 3개, 다락, 지하-방 1개, 서재, 창고
건축비:3억5천만원
방위: 정남향
건물형태: 2x4 2층 목조주택
내벽마감: OSB, 석고보드, 벽지
외벽마감: 벽돌, 나무사이딩
단열재: 화이버글라스
지붕마감: 아스팔트 싱글(50Y)
바닥재: 온돌 마루
난방형태: 기름 보일러
식수공급: 상수도, 마을 공동지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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