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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지향의 사업

“우리는 일하며 살고 있다. 그런데 일에만 열중하다 보면 나의 삶으로부터 내가 소외되고 타인이 소외되어 갈 수도 있다. 나의 삶이란 논리적 목적성에 의해서만 지배를 받는 것은 아니다. 나의 삶의 생명적 가치는 궁극적으로 심미적 향유에서 완성되어지는 것이다. 인간교육의 궁극적 목표도 논리적 지식을 전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심미적 감수성을 제고시키는 데 있다. 우리의 경제적 삶의 궁극적 지향처도 돈이 아니요, 이러한 심미적 가치를 얼마나 구현하는가에 있다. 인간사회의 건강도 결국 그 사회의 심미적 표현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그것이 곧 문화(文化)라는 것이다.”


도올 김용옥 씨가 '문화일보’에 기고한 글(2003. 1. 14, 조선왕조 어필전 참관기 중에서)의 한 구절이다. 문화의 의미를 잘 정리한 글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삶의 궁극적 가치는 논리나 경제로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심미적 가치인 문화로도 가늠한다는 말이다.
펜션에 대한 의미와 가치도 이러한 관점에서 들여다볼 수 있다. 펜션이 지닌 사업 가치인 경제성은 겉으로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 이와 함께 펜션 특유의 심미적 가치인 문화적 성격을 엿볼 수 있는 안목이 중요하다. 어쩌면 이것이 펜션 사업의 가치를 더욱 높여 주는 요인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펜션의 성격은 ‘문화 지향성’에서 찾을 수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생각지도 못했던 사업 분야가 펜션이다. 그런데 펜션은 지금 우리 사회에 새로운 문화 현상으로 다가오고 있다. 한때 콘도미니엄이 대중적인 숙박문화로 신선한 의미를 던져준 바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새로운 숙박 형태인 펜션은 그 문화적 수용성과 접근성이 좋아서 우리 생활에 신선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견한다. 펜션을 통해 일어나는 주인과 손님 사이의 문화 교류 현상은 직접적이고 감성적이므로 생활의 한 패턴(Pattern)으로 수용하는 데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문화의 전달자와 수용자가 펜션이라는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교감하는 이 관계성은 지극히 한국적이다. 멀고 낯선 객지를 떠도는 나그네를 접대하는 풍습은 우리의 미풍양속(美風良俗)이 아니던가?


펜션은 문화의 전달자
일본의 경우, 펜션은 여관이나 호텔 다음의 대중적 숙박 장소로 정착했다. 전국적으로 무려 1만2000여 곳의 펜션이 성업 중이다. 그들이 이처럼 펜션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펜션이 가진 독특성 때문이다. 일본은 지역마다 가정마다 개별적이고 특이한 전래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펜션은 그러한 개별적 문화를 담을 수 있는 하나의 그릇으로 걸맞는 형태를 가졌다. 주인은 펜션을 통하여 오랫동안 아껴온 내 지역, 내 가정의 전통문화를 전하면서 보람과 기쁨을 실현한다. 또한 손님은 미지(未知)의 문화를 경험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이처럼 주인이나 손님 모두 펜션을 좋은 느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래서 일본의 펜션은 단순한 숙박 개념을 넘어서 나름의 문화적 향기를 전하는 ‘사설 문화 박물관’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문화적 특성은 펜션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는 요인임에 틀림없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의 고민은 중앙정부에 손을 벌리지 않고 자립할 수 있는 방도를 찾는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 이러한 문제를 극복한 사례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강원도 양양군의 ‘해돋이 축제’, 전북 무주군의 ‘반딧불 축제’, 전남 함평의 ‘나비축제’, 충남 보령군의 ‘개펄축제’ 등이 성공한 프로젝트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해돋이나, 반딧불이나, 나비나, 개펄이나 모두 돈을 벌 만한 사업은 아니다. 그러나 자연 속의 한 테마를 삶의 문화와 접목하여 성공한 축제들이다. 결과적으로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주민들에게 지역문화에 대한 긍지와 함께 경제적 혜택까지 안겨 준 셈이다.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문화는 경제를 움직이는 힘이 된다는 말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펜션의 문화 지향적 성격’을 주목하기 바란다. 펜션은 단순한 숙박사업이 아니다. 만일 숙박사업이라는 사실에만 치중하다 보면, 참 재미없는 사업이 될 것이다. 여인숙이과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펜션에는 그 이상의 것이 담겨 있다.

펜션에는 어떤 문화가 있는가? 펜션에는 자연환경이 안겨주는 문화가 있고 지역이 지녀온 역사와 풍습의 문화가 있다. 또한 주인이 체험해 온 삶의 문화가 있다. 손님은 이러한 것들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특별히 운영주와 손님 사이에 인격적인 유대 관계를 맺는다면, 서로에게 세상사는 맛을 느끼게 하는 유익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계를 통하여 서로의 문화를 교환하고 체험하는 곳이 바로 펜션이다. 한마디로 새로운 삶의 한 부분을 체험하게 하는 생활문화가 있는 곳이다. 이 문화를 접하는 사람들이 즐거움과 기쁨을 느낀다면, 펜션은 경제 이상의 보람을 가져다 준 셈이다. 그러므로 펜션 사업은 바로 ‘문화사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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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범의 실전 펜션강좌-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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