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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션 A to Z 전원주택의 새로운 패러다임, 펜션의 이해와 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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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전원지역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이른바 펜션(Pension)이라는 바람이다. 한 때 유행했던 전원주택이라는 종래의 개념을 밀어내고 요즘 1, 2년 사이에 우리 앞에 그야말로 혜성처럼 나타났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불어닥친 분야이므로 용어 자체가 생소하고, 그 의미도 이해가 쉽지 않다. 그래서 펜션에 관한 세미나·모임 등이 심심찮게 개최되고 있다. 웬만한 신문·주간지·월간지들이 즐겨 다루는 소재가 되고 있다.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래서 이 펜션 사업은 여유 자금이 있는 사람들이나, 노후 투자를 계획하는 사람들이면 으레 검토하는 단골 프로젝트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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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션 열풍, 지나가는 바람인가?

이렇게 갑작스럽게 달아올랐으니, 이 펜션 바람도 며칠이나 갈까? 하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우선 예상되는 일로 단기간에 많은 투자가 이 펜션 분야에 이루어진다면, 이 우려는 현실로 나타날 것이다.

펜션을 지을 만한 땅은 한정되어 있는데 너도나도 한몫 벌겠다고 달려든다면 펜션은 사업으로서 매력을 잃게 될 것이고, 지금의 열풍도 지나가는 바람으로 그치고 말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아름다운 자연 환경이 실패한 펜션, 퇴락한 펜션들과 그 개발의 상처들로 흉물스럽게 남을 것이다. 이러한 상상은 물론 극단적인 예이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주어진 제한된 국토를 이용하여 모든 사람들이 기대하는 아름다운 전원 환경을 조성하고, 누구나 편안히 즐길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일은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책임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펜션은 이기적인 측면보다는 공익적인 측면을 강조해야 하는 사업임을 알아야 한다.

연재를 시작하는 이 글의 목적도 바로 이러한 주제를 중심으로 풀어갈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펜션의 본질적 의미와 가치를 바르게 알아서 단순히 투기 목적의 사업이 되지 않도록 사업자 자신이 염두에 두어야 한다.

펜션이란 농어촌과 같은 전원에 위치하여 호텔 수준의 시설을 갖추고, 주인이 직접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서비스하는 소규모 숙박시설로서 수익사업을 의미한다. 쉽게 말하여 종래의 민박과 전원주택이 하나로 통합된 형태의 숙박시설이다.

이러한 펜션의 배경과 역사는 매우 깊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쪽에서 수세기 동안 보편화되어 온 농어촌의 숙박업이 1970년대에 일본으로 건너와 정착된 후에, 이제 우리나라로 다시 몰려온 것이다. 2000년 ‘제주도개발특별법’에 펜션업이 등장하면서부터이다. 이것은 당시 낙후된 제주도 농어촌 지역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하나의 방안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펜션 개념은 특별히 유럽과 일본에서도 그러했듯이 노후 생활의 방편으로 각광을 받기 시작하면서 전국적인 추세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바람이 열풍이나 광풍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이 펜션 바람은 모든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주는 새로운 생활문화의 패러다임으로 정착되어야 한다는 바람이다.

이를 위해서는 펜션의 본질을 바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것을 깊이 이해할수록 펜션은 모두로부터 사랑을 받는 아름다운 펜션으로 정착되어 갈 것이다.

건강한 펜션, 유익한 펜션
펜션의 본래 의미는 ‘노후연금’이라고 한다. 그래서 영어권에서 펜션은 숙박집 차원에서의 이해보다는 연금·보험 등의 의미가 우선인 것이다. 그런데 숙박시설로서 펜션을 이해한다고 해도 연금의 의미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대개 펜션을 운영하는 연령층은 은퇴자를 중심으로 한 노령층이 대부분이다. 이 사람들이 연금정도의 수익을 위해 이런 숙박집을 운영하게 된다는 점을 두고 볼 때, 펜션 사업을 연금의 의미로 보아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펜션은 전원에서 은퇴생활을 하는 분들이 비어 있는 방을 숙박시설로 활용하여 약간의 수익을 보장받는 노후 사업의 하나로 그 전통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펜션에는 단순한 숙박사업의 의미만 담긴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이상의 뜻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나이 50, 60이 넘도록 나름대로 살아온 인생을 정리하면서, 전원에서 조용하게 마지막 삶을 살아가려는 소박한 마음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젊은 시절에 가졌던 야망이나 욕심은 자리할 수가 없을 것이다.

단지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인생의 황혼을 맞이하고 싶어하는 소망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자신이 살아온 인생의 지혜와 깨달음을 이용객들과 더불어 나눌 수 있는 의미 있고 보람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펜션의 기본적인 컨셉(Concept)은 ‘건강’이라고 할 수 있다. 건강한 노후를 보여주는 삶의 한 형태가 펜션으로 나타난 것이다. 유럽의 농촌이나 중소도시에서 펜션이 은퇴자를 중심으로 한 삶의 한 문화로서 오래 전부터 자리를 잡아온 것은 그 사회의 아름다움과 건강함을 보여주는 하나의 증거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에서도 건강한 펜션이 자리잡으려면 적어도 이러한 사회 문화적인 건강성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단지 돈을 벌기 위한 극히 이기적인 차원에서 펜션을 보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므로 펜션은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도, 자연과 타인의 건강을 위해서도 참으로 유익한 사업임을 알아야 한다.

건강한 펜션은 결국에는 모두에게 생각보다는 커다란 유익을 전해주게 된다. 노후를 건강하게 보내려는 이 소박한 마음이 우리의 삶의 환경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도시 생활에 지치고 힘들어하는 이용객들에게도 심신에 편안함과 건강함을 제공해 주게 된다.

이렇게 되면 풋풋한 인정이 살아나는 삶의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야말로 유·무형의 그린 라이프가 실현되는 것이다. 자연의 신선한 공기만큼이나 마음의 신선한 공기, 그 산소를 전하여 줄 수가 있는 것이다. 이 산소는 운영자의 건강한 노후의 삶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어떠한 펜션이든지 기본적으로 건강이라는 컨셉을 지니고 있지 않다면 그것은 이미 펜션이라고 할 수 없다. 앙코르 세대의 건강한 노부부가 이용객들을 위해 부지런히 섬기는 모습은 “인생은 아름답다”는 영원한 표제어를 생각하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름다운 인생’, ‘건강한 인생’은 또한 펜션의 영원한 테마가 되어야 할 것이다.

삶의 문화가 있는 펜션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인가, 스코틀랜드의 북쪽지역인 하이랜드 아래쪽을 여행한 적이 있다. 글래스고우에서 열차를 타고 한 때 괴물의 출현설로 세계적인 화제가 되었던 네스호의 북쪽 끝 도시인 인버네스를 거쳐 서북쪽의 벤이라고 불리는 민둥산들을 둘러서 돌아오는 2박3일의 여행이었다.

여기저기 무너진 낡은 성채들, 크고 작은 로크(Loch) 즉 호수들이 있고 암석투성이의 메마른 산들, 끝없어 보이는 황무지 지역들이 스코틀랜드의 전형적인 풍광을 보여주었다.

여행을 하면 늘 관심거리는 잠자는 곳과 음식의 문제이다. 혼자서 하는 여행이므로 이 문제는 더욱 중요했다. 그래서 그래스고우를 출발하기 전에 숙박지는 미리 예약을 해두었다. 영국의 전형적인 숙박 형태는 이른바 비엔비(B&B)이다.

즉 베드(침실)와 브랙퍼스트(아침식사)를 제공하는 민박집인데, 비교적 저렴하고 깨끗한 곳이므로 많은 관광객들이 애용하고 있다. 그래서 필자 역시 비엔비의 한 곳을 선택했다.

첫날 숙박한 곳은 인버네스에서 뚝 떨어진 곳으로 네스호가 내려다보이는 전원에 자리잡고 있었다. 마치 작은 고성처럼 외관은 돌담으로 둘러싸여 있는 자그마한 시골집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바로 그 곳이 전형적인 펜션이었다. 단층집으로 룸은 많지 않았다.

침실은 아주 소박했고 가구들은 낡고 오래되었지만 나름의 기품이 느껴졌다. 운영하는 50대 아주머니의 말로는 “이 집은 아주 오래된, 아마도 1세기 가까운 농가였다”고 했다. 집을 나서면 네스호의 분위기를 그대로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이 좋은 곳으로 지금도 기억된다.

이 네스호의 펜션으로부터 지금껏 나의 뇌리에 남아 있는 것은 스코틀랜드의 특유한 분위기, 그 문화를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영국식의 전형적인 아침식사를 통해서도 그 식탁과 그릇, 거실의 장식들, 주인의 복장과 말씨, 이 모든 것들이 이방인으로 하여금 그 곳 문화를 체험하게 하는 데 충분했다.

펜션은 이처럼 삶의 문화를 체험하는 곳이다. 그 스코틀랜드 아주머니는 여행객에게 무엇인가 억지로 보여 주려고 하지 않았지만, 자기 삶의 한 부분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그 소박한 마음과 분위기를 통하여 오히려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준 것이다.

이것이 바로 문화라는 이름으로 펜션이 전해주는 중요한 역할인 것이다. 그러므로 펜션은 우리 삶의 소중한 한 부분으로서 정립되어야 한다는 엄연한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삶을 전해주는 문화의 전령사라는 작은 사명이 여기에 부여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시작된 펜션의 바람은 우리만의 삶의 문화를 서로에게 전해주고 공감하는 사회 문화운동의 일환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펜션 문화는 더욱 세련되고 깊이가 있으며 품격까지 갖춘 고급 문화운동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그리고 펜션 사업자는 바로 이 문화운동의 주역이라는 자부심으로 당당히 나서야 한다. 그저 돈벌이의 수단정도로 전락하는 맹목적인 펜션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되는 것이다.田

■ 글 김창범(펜션 컨설턴트, 굿데이펜션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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