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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테마로 정원을 연출한다는 것. 손수 지은 집을 가지고 싶은 것만큼 생각만 해도 멋진 일이다. 몸에 맞는 옷을 입는 것처럼, 생활 패턴에 맞는 집을 짓고 자신의 가치관이 담긴 정원을 만든다면 그보다 더 행복한 일이 있을까.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에서 젊은 시절의 꿈을 행동으로 옮겨 아늑한 보금자리와 인생 철학을 담은 정원을 연출한 이를 만나 보았다.


북한강변을 따라 난 46번 국도로 청평에 들어서서 신청평대교를 건너면, 좌측 언덕 위 푸른 소나무 군락과 함께 아담한 목조주택이 눈에 띈다. 입구의 돌에는 ‘소나무 언덕’이라고 새겨져 있다. 장낙영(50) 씨가 전원생활을 즐기면서 노후를 보내고자 지은 유스호스텔의 이름이다. 이곳 정원은 여백의 미를 강조하여 언덕바지와 배기에 굵직한 돌을 쌓고 단아한 소나무를 심어 정적이면서 풍성해 보인다.

소나무를 보면 인생을 되돌아보는 느긋함이 생긴다는 장낙영 씨. 그는 이곳으로 이주하기 전 줄곧 아파트에서만 살았는데, 늘 전원에서 생계를 유지하며 살 만한 ‘거리’를 찾아왔다고.

2001년 북한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곳 청평에다 부지를 마련하고, 그 이듬해 주말주택 개념으로 목조주택을 지었다. ‘소나무 언덕’은 원래 이 주택과 함께 펜션으로 계획했으나 제반 사항을 검토한 후 유스호스텔로 바꾼 것이다.

장방형의 800평 대지 중 높이 솟아 있던 언덕 약 400평을 손질해 4층짜리 유스호스텔을 앉히고, 강물이 바라보이는 언덕 아래에는 15평의 아담한 경량 목조주택을 앉혔다. 평평한 바닥에는 제법 크고 널찍한 돌로 바닥을 메우고, 도화지에 점을 찍듯 전원주택을 배치하고 소나무를 심었다. ‘소나무 언덕’으로 올라가는 계단 주변은, 큰 돌과 소나무로 에둘러 있어 마치 숲을 헤치고 나가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그는 전원 속에서 제 2의 인생을 꿈꾸며 돌, 나무, 꽃이 조화를 이룬 정원을 조성했다. 특히 정원에 심어 놓은 350여 그루의 소나무가 눈길을 끈다. 어린 시절부터 유독 늘 푸름을 간직한 소나무를 좋아하여 그 많은 소나무를 심었다고. 그 사이사이 심어 놓은 비비추, 옥잠화, 맥문동, 애란 등 15종의 야생화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정원의 압권은 반지르르 윤기가 감도는 웅천석을 깔아 놓은 답로(踏路)다. 웅천석은 보령석의 일종으로 석질(石質)이 단단하고 반질반질한데다 색이 까마귀처럼 검다하여 오석(烏石)이라 부른다. 웅천에서 돌을 운반해 정원 길에 깔아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건설회사에서 해외 업무를 맡다 보니 여기저기 많이 다녔지요. 스페인 마드리드에 들렀을 때에 돌 조각으로 낸 길에서 눈을 떼지 못했죠. 아스팔트보다 훨씬 정감 있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나더라고요. 그곳에서 전원생활을 하면 돌길을 만들겠다고 결심했지요.”

자신은 물론 사람들을 아스팔트 위에 머물게 하기 싫었다는 그의 소원은 정원을 통해 더 빛난다. 400평의 언덕 아래 정원에는 그의 야심작인 돌과 소나무가 어우러지고 언덕 끝자락엔 장승과 벤치를 놓아 야외에서 여가를 즐기게끔 했다. 1층 유스호스텔의 휴게 공간 전면창으로 바로 앞의 덱과 주변 경관을 감상하도록 했다. 소나무 향이 그윽한 곳에서 온몸으로 고지대의 바람을 맞으며 경치를 감상하는 기분이 어떠할지.田


글·사진 최선희 기자
문의 소나무 언덕 031-585-8163∼5, www.pinehill-hot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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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이 아름다운 집] 소나무 언덕에서 여는 자연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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