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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서 바닥은 벽, 천장과 함께 공간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로, 그 중에서도 추위와 습기를 차단하고 하중을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구들(온돌) 난방에 좌식坐食 생활을 하는 우리나라 주거 공간에서 바닥은 인체와 가장 많이 접촉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우리나라에서 바닥재가 다양하게 발달해 온 것도 그 때문이다. 요즘 시판 중인 바닥재는 미관성과 쾌적성, 안전성을 기본으로 건강성을 더한 제품이 주류를 이루기에 그 만큼 소비자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

정리 윤홍로 기자


바닥재는 최초 흙 위에 나뭇잎이나 마른 풀에서 점차 갈대를 엮어 만든 삿자리나 짚으로 만든 멍석 그리고 기름 먹인 두꺼운 한지 장판지를 이용했다. 바닥에 돌을 깔기도 했는데 후에 점토를 사각형으로 빚어 가마에서 구워낸 흑갈색이나 적갈색 벽돌〔塼〕로 발달했다. 조선시대 구들이 보편화되면서 한지 장판지가 등장한 것은 바닥의 열 효율을 높이려면 두께가 얇고 청결을 유지해야 하는 필요성 때문이다. 조선 시대 세종 때까지 바닥에 까는 전을 정승 이상 관료에게 하사下賜했다는 기록으로 보아 구들 난방과 장판지는 민가를 중심으로 발달했음을 알 수 있다.
한옥의 바닥재는 흙과 장판, 마루로 나뉘는데 덥고 추운 뚜렷한 계절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즉 한옥은 한 지붕 아래 구들방이라는 폐쇄적인 겨울 공간과 대청이라는 개방적인 여름 공간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맞추어 부엌이나 곳간·외양간에는 물 빠짐이 좋은 흙(마사)을, 겨울 공간인 구들방에는 장판지를, 통풍을 요하는 대청에는 마루를 깐 것이다.

구들과 장판지

서유구는 《임원경제지》에서 "구들을 깔고 흙을 바른 후 종이를 서너 겹 바른다. 종이를 바른 뒤 기름을 먹인 전후지錢厚紙를 풀로 붙인다"고 했다. 전후지는 동전 두께의 종이로 당시 매우 귀했기에 상류 주택에서만 깔고 서민 주택에서는 흙바닥 위에 주로 대자리나 삿자리, 멍석을 깔았다. 장판지 외에 천, 솔방울, 은행잎 등으로 마감했다는 기록도 보인다.
구들방 장판지 마감은 《임원경제지》에 담긴 옛 사람의 집 짓는 법을 소개한 안대희 엮음 《산수 간에 집을 짓고》에 잘 나타나 있다.

"구들장을 깔고 흙을 발라서 다 마르면 우선 휴지를 네댓 겹 바르고 다음에는 백지白紙를 두세 겹 바른다. 그 다음에 비로소 기름장판을 풀칠하여 바른다. … 기름장판을 깔 때는 밀가루를 가지고 풀을 쑤는데 풀은 매우 되게 쓴다. 다시 메주콩을 빻아 가루로 만들어서 풀과 섞으면 비로소 접착력이 강해진다. 이렇게 하지 않아서 풀이 차지 않고 접착력이 없으면 바른 종이가 즉시 떨어져 나가 바닥에 붙지 않는다. 장판을 풀로 붙이는 일을 마치면 곧장 들어가 거처하지 말고, 다시 들깨기름을 끓여서 베수건에 기름을 묻혀 기름장판 위를 문질러 결인다. 불을 때어 구들장을 달궈 완전하게 말린 다음에 들어가 거처한다."

이렇게 장판지에 콩댐을 하면 노르스름한 색으로 변해 느낌이 아늑하고 따듯하다.

대청(거실)과 마루 널

대청은 제례祭禮 외에 여름나기 공간으로 남쪽 지방의 고상 주거에서 발달했다. 본지本誌에 '고택을 찾아서'를 연재하는 산솔도시건축연구소 최성호 소장은 대청의 과학적 기능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한여름 대청에 누워본 사람들은 그 시원함에 감탄한다. 대청에서는 바람 한 점 없는 날에도 살랑살랑 바람이 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바람과 깊게 드리운 그늘의 효과로 대청에서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것이다."

그 작용의 원인은 무엇일까? 최 소장은 유체의 운동 에너지는 일정하므로 유체가 넓은 면적에서 좁은 면적으로 흐를 때 속도가 빨라진다는 '베르누이(Bernoulli)의 정리'를 대청에서 찾았다.

"대청의 앞은 넓고 개구부는 작을 뿐만 아니라, 집 전체의 입면을 봤을 때 대청의 면적은 지붕 면과 방의 벽면까지 포함하면 상대적으로 작다. 이 때문에 아주 미세한 공기의 움직임에도 대청에서는 꽤 시원한 바람이 불게 된다. 그리고 한여름 백토白土를 깔아 놓은 마당이 뜨거워지면서 상승기류를 만들기 때문에 뒤뜰에서 안으로 바람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청에는 늘 바람이 이는 것이다."

대청은 습기 방지를 위해 지면에서 30~60㎝ 떨어뜨리고 마루 널을 우물 형태로 깔아서 마감했다. 이 우물 마루는 마룻 귀틀을 짜서 세로 방향에 짧은 널을 깔고 가로 방향에 긴 널을 깔아서 '井'모양으로 짠 마루다. 마루는 물을 부어도 새지 않도록 빈틈 없이 깐 다음에 대패로 미끈하게 다듬고 관솔기름으로 문질러 광을 냈다.

기능성에다 인테리어와 건강성까지

70년대까지만 해도 구들방의 원형이 보존된 채 장작이나 연탄으로 난방했으나 연탄보일러가 보급되면서부터 온수 파이프 배관을 통한 난방 방식이 일반화됐다. 이렇게 고래가 온수 파이프로 바뀌면서 바닥재도 한지 장판지에서 나일론, 펫트, 모노륨, 데코타일, 원목 등으로 발달했다. 재질도 목재로부터 파생된 제품과 PVC로부터 파생된 제품, 돌로부터 파생된 제품 등 다양하다.

그 재질의 종류를 막론하고 바닥재는 ▲의장성 - 질감, 색상, 디자인이 미려하고 품격이 있을 것 ▲내구성 - 내마모성, 내충격성, 내수성, 내약품성이 우수하며 사용 연한이 길 것 ▲시공성 - 바닥의 조건에 따라 시공이 간편한 바닥재를 선택할 것 ▲사용성 - 보행성이 경쾌하고 방음, 방화, 내열, 내전도성 등이 좋을 것 ▲위생성 - 내오염성과 방균성이 좋고 무독할 것 ▲기타 - 경제성, 안전성, 내후성 등의 조건을 갖출 것 등의 요구 성능을 충족해야 한다. 요즘에는 재질에 황토, 참숯, 은, 옥 등의 성분을 첨가해 음이온과 원적외선, 탈취 기능성을 첨가한 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최근에는 국민 소득 증대에 따라 PVC에서 마루 널로 소비자 패턴이 급격히 변하는 추세다. 특허청 조사분석2팀에 의하면 "바닥재의 전체 시장 규모는 약 1조 원으로 그 중에서 마루 널 시장은 약 2000~2500억 원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 "륨과 롱으로 대표되는 PVC 바닥재 시장은 이미 성장 한계점에 달한 것으로 보여 물량이 줄고 있다"고 한다.
특허청에 접수되는 바닥재의 특징과 효과를 살펴보면 항균, 방충 및 세균 방지, 냄세 제거, 원적외선 방출, 전자파의 흡수와 차단 등이다. 이렇듯 이제는 바닥을 덮고 습기를 차단하는 바닥재의 본래 기능 이외에 인테리어와 건강까지 생각하는 고기능성 바닥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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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에 웰빙을 깔자(1) 살아숨쉬는 바닥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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