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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일에 전념하고, 그 일에 정통하고자 하는 장인匠人 정신. 이 말이 무색해진 요즘 '자신의 일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여기 외곬으로 통나무 건축만 파고드는 사람들을 강원도 횡성군 강림면에 위치한 '한국통나무학교'에서 만나 보았다. 젊은 날 캐나다로 건너가 통나무 건축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돌아와 학교를 설립하고 통나무 건축 연구에 전심전력을 다하는 김병천 교장, 후학後學 양성에 힘을 쏟는 6명의 강사진 그리고 과정 수료 후에도 서로 두터운 정을 쌓으며 통나무 건축 기술자로 활동 중인 졸업생. 장인 정신으로 통나무 건축에 심혈을 기울이는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보자.

박연경 기자 ·사진 홍정기 기자
취재협조 한국통나무학교 033-3422-9596 www.logschool.net


치악산 자락에 그야말로 숨어 있는 한국통나무학교. 보다 많은 교육생을 모집하려면 접근성이 좋아야 하는데 의아스러울 따름이다. 여기에 대해 김병천 교장은 교육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심심산골인 횡성에 터를 잡았다고 설명한다.

"교통 여건이 좋은 용인과 평창에 자리할 때는 뜨내기 교육생이 많아 교육 진행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수업의 대부분이 전동 공구를 사용하는 실습 위주다 보니 어수선함은 작업 능률을 떨어뜨립니다. 이곳 횡성에서는 아무런 방해 없이 교육을 진행하면서 제2의 부흥기를 맞았다고 할까요."

될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던가. 교장의 말에는 강도 높은 교육을 통해 소수 정예의 통나무 건축가만 양성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한국통나무학교에서는 1년에 4번 이론과 실습을 겸한 3주간의 정규 교육 과정을 개설한다.

깊은 산 속에 자리해서일까? 정오 시간은 쥐 죽은 듯 고요하기만 했다. 점심 및 휴식시간이 끝나갈 즈음 아름드리나무에 매달린 징이 정적을 깨고 수업시간을 알렸다. 비로소 삼삼오오 모습을 드러낸 프로 53기수들은 교육 실습장으로 이동했다. 강사의 숙련된 시범 후 교육생들이 차례대로 통나무를 다듬자 산골에는 어느새 엔진 톱 소리로 가득 찼다.일주일에 꼬박 5일간 아침부터 저녁까지 진행되는 수업으로 피곤할 텐데 힘들기는커녕 재밌기만 하다는 '프로 53기' 채수덕 교육생.

"전원에다 부지를 마련해 놓고 교육에 참가했는데, 내 손으로 통나무집을 지을 생각을 하니 벌써 가슴이 벅찹니다. 일주일에 5일간 합숙 교육을 받다 보니 가족과 함께하는 주말이 기다려지지만 날마다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재미에 잡념에 빠질 틈조차 없습니다."

그는 현재 기초 과정임에도 통나무에 대해 막힘없이 설명했다. 교육생 중에는 바다 건너 멀리 피지에서 건너 온 박영일 씨도 있다. 그는 통나무 짓기 기술을 익혀 작은 학교를 지을 계획이라고 한다. 김병천 교장은 그를 위해 교육 과정을 수료한 졸업생들이 모여 '더불어 사는 통나무'라는 프로그램으로 도움을 줬으면 하는 바람을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어려운 이웃을 선정 무료로 통나무집을 기증하는 것으로 '통나무 건축인의 품앗이'다. 남에게 베푸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을 법한데 지금까지 몇 번의 성공적인 기증 행사를 해냈다. 이외에도 한국통나무학교 가족들은 통나무 음악회, 명상 수련회, 바자회, 문학의 밤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통나무에 대한 애정을 나날이 넓혀가고 있다.田


한국통나무학교 호랑이 터줏대감
김 병 천 교장

김병천 학교장은 국내 통나무집 건축 전문 기관이 전무하던 1995년 한국통나무학교를 설립했다. 그는 세 번째로 옮긴 횡성 터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이전에는 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으로 민원에 시달리느라 맘 고생이 심했는데 지금은 맘 편안하게 교육할 수 있기 때문이다. 1년간 몇 명의 지인知人과 텐트에서 생활하면서 통나무집을 처음 짓던 일이 새삼 떠오른다고 한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무작정 캐나다로 건너가 통나무 건축에 대해서 배웠다. 자신은 선진 통나무 건축 기술을 배우고 익혔지만 국내에는 통나무집이 널리 보급되지 않아 안타까웠다고 한다. 그래서 캐나다 목조 기술을 혼자만의 것으로 가둬두지 않고 여러 사람에게 나눠주고자 통나무학교를 개교한 것이다. 편안하고 즐거울 거라고 여긴 교육생들은 엄격한 그의 수업에 놀랄 정도다. 쉽게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기본에 충실한 강의만이 사고를 방지하는 최선의 길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교육생들은 교장 선생님에 대한 예의를 깍듯하게 지켰다.
김병천 교장은 교육 과정을 수료한 졸업생들이 같은 일을 하는 동료로 자리할 때면 가르친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그의 '통나무 사랑'을 이어받은 졸업생들은 현재 각 지역에서 제2의 통나무학교를 설립해 통나무 기술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Tip 분리 발주 시공
한국통나무학교는 '교육'을, 한국통나무연구소에서는 '컨설팅과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한국통나무연구소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분리 발주 시공에 대해서 알아보자.

시공업자에게 건축의 모든 부분을 의뢰하는 것이 '일괄 발주'고, 기초와 골조 마감 설비 등을 각각의 전문가에게 나눠서 의뢰하는 것이 '분리 발주'다.
통나무집 하면 값비싼 호화 주택이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고자 시작한 사업이 바로 분리 발주 시공이다. 연구소에서는 10년간 분리 발주 시공으로 100여 채의 통나무집을 지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건축주는 건축비 절약은 물론 제작 과정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집에 대한 성취감과 애착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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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나무집을 내 손으로] 통나무집 불모지에 개척정신으로 세운 한국 통나무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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