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메뉴보기
 

예전의 벽난로는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벽난로와 인연을 맺기 시작하면서부터 늘 궁금했던 점이다. 오늘날의 첨단 벽난로가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벽난로 장인들의 수고와 열정이 보태어 왔는지 참으로 알고 싶었다. 그들이 무엇을 추구했고 무엇을 실현시켜 왔으며, 그 과정에서 무엇에 좌절했지는 조금이나마 알 수만 있다면 현재의 벽난로를 좀 더 혁신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으리라는 믿음에서였다.


오랜 역사를 통해 인간과 함께했던 원시적인 불〔火〕은 19세기 난방 기술의 눈부신 발달과 가스, 전기 등 새로운 재료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난방 수단에서 제외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기술적인 발달과 함께 건축양식에서도 합리주의 건축이 각광 받으면서 벽난로도 차츰 사라졌지만 그렇다고 명맥까지 끊긴 것은 아니었다.

이러한 과정에도 불구하고 벽난로는 유럽인들의 생활 속으로 더욱 파고 들었는데 당시 벽난로 제작 전문 기술자들은 회사를 세우고 보다 따뜻하고 잘 타는 벽난로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축적된 경험은 제각기 매뉴얼(Manual)로 만들어졌다. 매뉴얼은 단지 경험에 바탕을 두었기에 벽난로 각 부분의 제작 이유와 조립 방식은 제각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각각의 매뉴얼을 종합해 동일 그래프에 표시해 폭, 높이, 안 길이를 분석해 보면 미세한 오차 범위 내에서 일치하고 있다. 즉 근대적인 화구火口 오픈 벽난로는 선배 장인들의 축적된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심혈을 기울인 연구 결과는 더 이상 어느 한 회사의 사업 비밀이 아니라 보다 완벽한 기능을 발휘하는 벽난로 제작을 위한 이론적 근거로 작용했다.


현대건축과 벽난로의 만남

2차 대전 이후 현대 건축에서 벽난로가 본격 부활했는데 여기에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와 르꼬르 뷔제의 영향이 컸다. 현대 건축의 거장인 두 사람은 생활이나 구조 면에서 집의 중심인 거실에 본래 의미의 벽난로 부활을 지향했다. 이들의 벽난로에 대한 시각 차는 컸지만 인간이 접촉할 수 있는 원시적인 불을 현대 건축에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후대에 이르러 두 거장은 벽난로가 거실이나 응접실, 주방이나 야외 등 어디에 위치해야 생활이 보다 풍요로워지는가를 함께 생각했던 건축가로 평가 받는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변화된 벽난로의 형태를 살펴보면 ▲시공 형태 면에서는 화구 오픈 매립형 벽난로에서 대류 순환 벽난로로 ▲채열 방식 면에서는 노출형 벽난로로 ▲연료 면에서는 장작에서 석탄, 가스, 기름, 펠렛(Pellet), 전기 벽난로로 ▲기술적 측면에서는 전통적인 매립 방식인 복사열 채취 방식에서 MTB(Max-Term Burning System), 이중연소, 최종 다중연소 방식으로 ▲디자인 면에서는 일면 개구형에서 다면, 틸트, 리프트 업 도어 방식으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벽난로의 과거와 현재 어떻게 다를까

벽난로는 과거에서 현대에 이르면서 크게 소재, 환경, 기능 3가지 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다.


●소재의 발전

벽난로의 혁신적 발전을 앞당긴 것이 바로 세라믹 유리다. 화구 전면에 설치되는 특수 내열유리의 개발로 재래식 벽난로의 화구가 밀폐되면서 화실火室을 관망하는 벽난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것은 화실로의 공기 유입을 막음으로써 버닝 타임을 늘리고 열효율을 높여 열손실을 최소화시키는 역할도 담당한다. 세라믹 유리가 개발되기 전 재래식 벽난로는 화점火點에서 발생된 복사열과 대류열, 전도열이 안팎의 온도 차에 의한 증력으로 말미암아 15% 정도의 열효율을 내는데 그쳤다. 그러나 800℃ 이상을 견뎌내는 세라믹 유리는 산소의 유입을 잡아 화점에서 발생된 열에너지가 화실에 오랫동안 머물도록 재연소시켜 열효율을 80% 이상 끌어 올렸다.

●환경의 발전

과거와 현재 벽난로의 두 번째 차이는 '환경'이다. 재래식 화구 오픈 벽난로는 공기 유입량이 많아 화실 내부의 온도가 300℃ 내외에 지나지 않았다. 당연히 열효율이 낮고, 낮은 열효율과 화실 온도는 불완전 연소로 이어짐으로써 실내 공기를 오염시켰다. 그러나 현재 벽난로는 각 나라마다 열효율을 80% 이상 충족해야만 판매하도록 엄격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ASNI/UL 737와 ASNI/UL 1482, 캐나다는 CAN/ULC-S627-M93, 유럽은 EPA와 DIN 등의 성능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이 규제를 통과하려면 다중연소나 이중연소를 통한 완전연소를 실현할 수밖에 없는데, 연도를 통해 배출되는 공기량을 재래식 벽난로의 1/30 수준으로 낮추어야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장작에 내포된 카본과 수소, 산소를 연소 과정에서 완벽하게 제거해야 한다.

●기능의 발전

다음으로 '기능의 차이'다. 우리는 적잖게 조리 기능을 갖춘 재래식 벽난로를 발견할 수 있다. 지금은 보편화된 가스레인지, 전자레인지, 전기를 이용한 각종 조리 도구가 없던 시절에는 대부분의 조리를 벽난로를 통해 해결했다. 따라서 조리 기능이 가능한 각종 아이디어와 도구가 탑재된 벽난로가 선보였다. 이러한 도구의 용도 차이는 핵심 발열 부분과 연소 공기의 흐름에 대한 설계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현대의 벽난로가 아름다운 불꽃을 통해 자연을 이입시키고 높은 열효율과 원적외선 복사난방 및 가습 기능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재래식 벽난로는 보온과 함께 조리 기능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것이다.田



정현진<삼진벽난로 대표이사>

정현진 대표는 1973년 벽난로 회사를 창업한 이래 꾸준히 국내 벽난로 보급에 힘써왔다. 자체 생산하는 벽난로와 더불어 유럽 등지에서 수입한 선진 벽난로를 전파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체 벽난로 박물관을 오픈 벽난로 문화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02-547-2003 www.samjinfire.co.kr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벽난로 역사 기행] 벽난로 장인들의 도전과 좌절에서 배운다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