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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하우스의 성장세가 눈부시다. POSCO 강건재개발팀의 업무 보고 자료에 의하면 1998년 170호에 그쳤던 스틸하우스 시공 실적이 2004년에는 3000호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정확한 데이터는 없지만 현재는 이보다 더 늘어났을 것으로 전망한다. 보급 초기 낯설게만 느껴지던 스틸하우스가 이렇게 인기를 모으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서는 스틸하우스의 인기 비결과 과정에서의 문제점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살펴봤다.

홍정기 기자 참고문헌 《스틸하우스의 도입과 발전》 홍건호·김갑득, 《스틸하우스의 단열 성능 평가에 관한 연구》 안병욱 외 4인
《거주자 만족도 분석을 통한 스틸하우스 개선 방향에 관한 연구》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연구팀, 박영기 외 7인


주거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스틸하우스가 우리나라에서도 점점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도입 초장기 단독주택에서 단지 형태를 띠는가 싶더니 지금은 그 영역을 빠르게 넓혀 나가고 있는데, 스틸하우스를 찾는 수요자들의 이유는 다양하다.

내구성 때문에 스틸하우스를 선택했다는 경남 함양의 정승효·이미향 부부. "처음엔 예산에 맞춰 조적조나 철근콘크리트조로 간단하게 지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10∼ 20년이 아닌 대를 이어 살아갈 집이라고 생각하니 욕심이 나더라고요. 당장은 건축비가 더 들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훨씬 더 경제적이라고 생각해서 스틸하우스로 지었어요."

단열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는 경기 안성의 한재혁 씨. "스틸하우스는 단열성이 우수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듯하다는 게 맘에 들었어요. 아름다운 디자인도 그랬고, 더욱이 집을 헐고 그 자리에 다시 지어야 했기에 시공 기간이 짧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었죠."

이처럼 스틸하우스는 내구성과 단열성 면에서 그 가치를 인정을 받고 있다. 지진과 태풍에도 끄떡없는 강인함, 내부와 외부의 열기를 적절히 차단하는 뛰어난 단열 성능, 이를 빼놓고 스틸하우스를 설명할 수 없을 정도다. 자연재해가 빈번한 일본에서, 추위가 매서운 북유럽에서 스틸하우스가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덧붙여 전원주택을 찾는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건강한 주거 성능은 두 말할 나위 없다.

도심 아파트 생활을 접고 스틸하우스를 지어 귀촌歸村한 경남 진주의 이언주 씨. "학교에서 아토피성 피부염으로 고생하는 아이들을 많이 보았는데, 우리 첫째아이 동하가 그랬어요. 피부가 까칠까칠하고 가려워서 긁느라 밤잠을 이루지 못했죠. 병원 치료를 비롯해서 갖가지 방법을 써봐도 별 소용이 없었지요. 이어 둘째, 셋째도 아토피를 앓는데 안쓰러워서 못 견디겠더라고요." 그는 또 말한다. "아토피도 그렇지만, 도시의 아파트에는 아이들이 맘껏 뛰놀 만한 공간이 없어요. 차들이 끊임없이 오가는 아스팔트 깔린 아파트 사잇길 아니면, 후미진 곳의 작은 놀이터가 고작이잖아요. 우리 자랄 때를 생각하니 아이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에 흙 냄새나는 환경을 만들어 주자고 결심했습니다." 귀촌 후 세 아이들의 아토피는 거짓말처럼 없어졌다고 한다.

양적 질적으로 입지 굳힌 스틸하우스

국내에 스틸하우스가 도입된 것은 1996년 서울, 포항 및 광양지역에 7개 동의 스틸하우스 모델 건물이 들어서면서부터다. 1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도 그간 스틸하우스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진보했다.

97∼98년 경량형강 KS기준 및 냉간성형강 구조설계기준 고시, 99년 4층까지 건립 가능한 1시간 내력벽 내화인증 지정, 2000년 공공기관 우선 적용 근거가 되는 '냉간성형강(ZSS 강)을 이용한 스틸하우스 바닥/벽, 구조시스템'으로 건설신기술 인증 획득 등의 제도적인 성과와 함께 현장 직접 제작 방식에서 벗어나 공장형 생산 시스템 도입, 국산 자재 개발 등의 기술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한편 시공실적 면에서는 1998년 170호에 머물던 것이 1999년 514호, 2001년 861호(학교, 군 시설 39동 제외), 2002년 900호(학교, 군 시설 50동 제외)로 꾸준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2003년 2200호(학교, 군 시설 130동 제외), 2004년 3000호(학교, 군 시설 140동 제외) 정도가 건설된 것으로 추정된다.

2000년을 기점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데에는 스틸하우스 전용 단지 조성이 큰 몫을 담당했다. 경북 문경 석천타운(40세대), 경북 포항 지곡단지(112세대), 경기 판교 판교단지(24세대), 경기 수동 밤나무동산(39세대), 경기 평택 우곡전원마을(14세대) 등이 꾸준히 들어서면서 수적인 팽창과 아울러 스틸하우스를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호서대학교 건축공학과 홍건호 교수는 "단지화는 소비자 측면에서는 건축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이점이 있고 시행자 측에서는 시공관리가 쉽고 규모 경제에 따른 경쟁력 있는 주택사업을 가능하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단지화 움직임은 전국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입 시기와 맞물린 전원주택의 변화 움직임도 스틸하우스를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시키는 계기가 됐다. 그전까지 전원주택은 부동산 투자처 정도로 인식됐으나 차츰 이들이 줄어들고 실수요자들이 늘어난 것이다. 이러한 시장 개편은 전원주택의 인식을 개선시키는 한편, 전원주택 붐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기술력 부족, 업체 영세성 문제

이렇듯 10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일군 수요와 공급의 증가는 스틸하우스 관련 종사자들에게 풀어야 할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실제 연구팀이 스틸하우스에 거주하는 150세대를 대상으로 면담 실시한 〈거주자 만족도 분석을 통한 스틸하우스 개선 방향에 연구〉를 보면 '실내 공기'와 '시공성 및 경제성'에 관한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표1. 참조>).

건축비 대비 건축의 질이 낮고 하자 발생 빈도가 높으며 유지 관리비가 높게 든다는 점은 시장 확산으로 영세 사업자들이 스틸하우스 시장에 대거 몰려듦으로써 나타나는 결과로 보인다. 치밀한 계획과 기술력, AS 능력이 부족한 결과물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원인을 '스틸하우스의 기술력 부족'과 '관련 업체의 영세성'에서 찾았다. 길지 않은 도입 기간과 아파트 중심의 건축 시장 구조로 대형 건설사들이 진출하지 못해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평균 이상 점수를 얻은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특히 내구성과 내·외부 마감재, 건물 형태 등에 관한 항목에서 후한 점수를 받았다는 것은 실제 거주자들이 스틸하우스를 튼튼하면서도 미적 감각을 발산하는 건축 구조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망을 밝게 한다.

기술 개발을 통한 한국형 스틸하우스 절실

POSCO와 한국철강협회 스틸하우스 클럽을 중심으로 진행된 초기 연구는 스틸하우스가 새로운 공법 및 재료를 사용한 신건축물로 각광받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으며 국내 관련 기술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상당히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풀어야할 숙제도 상당한 것이 현실이다. 관련 업계를 중심으로 가격 및 품질 경쟁력 확보, 공장형 제작 방식 등의 신공법 도입, 인프라 구축 및 정책 반영 활동, 홍보 및 기술 전파 활동 등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호서대학교 홍건호 교수는 무엇보다 한국형 스틸하우스 개발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각자 고유한 주거 문화 및 기후 조건에 맞게 고유한 공법을 개발하고 있는 선진 외국 사례에서 보여지듯 우리의 주거 문화와 환경에 맞는 한국형 스틸하우스 개발 및 정착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접합체의 개발 및 표준화 ▲건식공법에서 나타나는 차음 및 단열 설계의 고려 ▲규격 자재의 사용을 위한 안목치수 설계 방법 적용 등이 필요하다는 게 홍 교수의 설명이다.

스틸하우스 시장은 이제 진입 단계를 벗어났다. 스틸하우스가 주택시장에서 괄목한 만한 성장을 거두고 안정적으로 뿌리내린 데 이어 질적인 발전까지 이뤄낼 토대가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이를 발판으로 스틸하우스가 선진 미래형 건축 공법으로 날아오르려면 끊임없는 연구를 통한 우리 현실에 맞는 모델과 기술 개발을 위한 관련 업체들의 끊임없는 투자가 절실한 시점이다.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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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하우스(1)] 주거문화에 날개 단 스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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