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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주상복합, 초고층빌딩…. 현대식 건축물들이 여러 이름을 달고 비싼 가격에 팔려 나가고 있다. 3.3㎡ 당 3,000만 원에 달하는 집에 살면서도, 호화스런 치장에 각종 최첨단 장비들이 탑재된 빌딩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면서도 '인간'은 날로 황폐해지고 쇠약해져 간다. 주거에 있어 '인간'이 없고, '자연'이 없기 때문이다. 관심이 '물질'에 집중된 탓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전원주택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철지난 이야기가 되었을 정도로 이제 전원주택은 '유행'이 아니라 자연스런 '시대의 흐름'이 되어가고 있다.

홍정기 기자



전원田園과 주택住宅의 개념이 합쳐진 전원주택은 도시주거의 상대적 개념으로 등장한 새로운 주거형태라 할 수 있다. 힘겨운 숨쉬기를 강요하는 혼탁하고 삭막한 공기, 각종 유해물질을 뿜어내는 콘크리트 덩어리에서 탈출해 '자연'과 함께하고픈 욕망과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기'를 실현하려는 욕구가 맞물려 사람들이 탈출구로 선택한 것이 바로 전원주택이다. 전원주택을 마련하는 데 있어 어떤 집을 어떻게 지을까에 앞서 어떤 곳에 지을까가 먼저 고려되어야 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좋은 집의 공통요소 '인간'과 '자연'

근대 우리나라 지리학과 사회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택리지擇里志≫(1751년) 복거총론卜居總論에서 이중환李重煥은 주거지역 선택 기준으로 '지리地理', '생리生利', '인심人心', '산수山水' 네 가지를 들고 있다. 그는 "대저 사람이 살 터를 잡는 데는 첫째 지리가 좋아야 하고, 둘째 생리가 좋아야 하며, 셋째 인심이 좋아야 하고, 넷째 아름다운 산과 물이 있어야 한다. 이 네 가지에서 하나라도 모자라면 살기 좋은 땅이 아니다"라고 쓰고 있다. 여기서 생리란 경제활동을 통해 이익을 내는 것을 말한다.

한편 문헌으로 나타난 우리나라 최초의 전원주택에 대한 정의를 보면, 1984년 김무원은 대한부동산학회지에 기고한 '전원주택의 투자'라는 글에서 "전원주택이란 도심지와 적당히 떨어진 곳에서 깨끗한 공기와 맑은 물과 함께 인간의 마음과 몸을 포근히 하는 자연환경 속의 주택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 둘은 사람이 살아갈 만한 좋은 집의 중요한 요소로 '인간'과 '자연'을 꼽았다. 인간과 자연이 배제된 집은 살 만한 곳이 아니란 얘기다.

전북 군산 오곡리 161.7㎡(49.0평) 복층 통나무 주택에 거주하는 정천수(55세) 씨 가족은 오랜 시내 아파트 생활을 청산하고 2004년 전원으로 이주했다. 천수 씨가 부지를 구입하고 설계와 시공을 의뢰하는 동안 아들 욱이(28세) 씨와 민이(25세) 씨는 통나무 학교에 들어가 집 짓는 방법을 익히고 직접 자재를 구하러 발품을 팔았다. 아들 친구들의 손을 빌어 지붕까지 올리니 집 완성. "1년여 동안 아들 둘과 집을 지었는데 이를 통해 계산할 수 없는 무언가를 얻었다"는 천수 씨. "자립 배려 협동을 통해 서로 사랑하는 마을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집은 그에 따른 부산물이죠. 우리가 함께 일궈낸 것, 그것은 집이 아니라 가족 간의 '참사랑'이었습니다."

전원주택에는 사전적 의미의 집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시골살이가 일상의 가치를 전해준다"

전원주택은 개발 방식에 따라 크게 독립형, 단지형, 동호인형으로 구분된다. 독립형 전원주택은 가장 기본적인 형태로 부지를 매입하여 인허가부터 건축까지 모든 과정을 건축주 스스로 처리하므로 본인의 개성과 필요에 맞는 설계와 시공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기반시설 미비, 고립감, 치안 문제 등의 단점이 있다. 이에 반해 단지형 전원주택은 전문 개발업자가 일정 규모 이상의 집단화된 택지를 조성해 분양하는 방식으로 기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고 생활수준이 비슷한 이웃과 함께 살 수 있다는 이점이 있으나 부지를 확보하고 입지를 선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한편 동호인형 전원주택은 뜻이 맞는 이들이 부지를 공동으로 매입하여 전문개발업체에 의뢰해 단지를 조성한 후 일괄건축하거나 개별건축 하는 것으로 독립형과 단지형의 중간형태라 할 수 있다. 개성 있는 공간 창출이 용이하고 입주자 간 유대를 강화할 수 있으나 과정에서부터 동호인 간의 의견통일이 어려워 많은 난관에 부딪히거나 심지어 계획이 무산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러한 독립형, 단지형, 동호인형 전원주택의 입지를 결정짓는 공통 요인 역시 '자연'이다. 어떠한 이유로 어떠한 형태의 전원주택을 짓든지 대부분이 배산背山과 임수臨水를 겸하는 곳에 입지를 정하고 있는데 이는 자연의 혜택을 충분히 누리고 함께하고픈 욕구 때문이다.
경기 양평 포레스트힐 단지 내에 위치한 178.2㎡(54.0평) 복층 목조주택. 20년 서울 생활을 접고 2003년 이곳으로 입주한 고금희 씨는 "서울에선 꼭 집에 갇혀있는 것 같았어요. 갑갑하고 짜증나고 그랬는데 정말 내려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숲과 나무와 정원과 이웃에 활짝 열린 시골살이가 그간 몰랐던 일상의 가치를 전해줘요"라며 전원생활을 통해 새삼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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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EDITION 전원주택 유형별 입지 선정 요령(1)] 그곳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자연'과 '인간'이 중심된 전원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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