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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인 주택의 입지를 선정함에 있어 가장 어려운 점은 개인이 나서 부지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역시 업체를 택해 의뢰할 수 있으나 대부분은 동호인 중 대표자를 뽑아 맡기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여러 명의 입맛에 맞는 작지 않은 부지를 고르기란 역시 쉽지 않은 일. 그래서 동호인 주택 단지를 조성함에 있어 부지를 고르고 필지를 나누는 작업만 순조롭게 끝나면 90%는 완료된 바나 진배없다고 말한다.

홍정기 기자


동호인 주택은 독립형과 단지형 주택의 중간 형태라 할 수 있다. 개인의 취향을 듬뿍 실어 나름의 집을 장만할 수 있으면서도 뜻이 맞는 소규모의 사람들과 같이 들어서기 때문에 독립형 주택의 단점이라 할 수 있는 보안, 치안상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토지 소유주나 개발업자가 사업을 진행하는 단지형 주택의 경우 부도가 나 공사가 중단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나 동호인형 주택은 그럴 염려가 없다. 그러나 의견이 맞지 않아 중간에 일이 틀어진다든지, 몇몇이 도중에 어려움을 들어 포기할 경우 자칫 무산될 염려도 있다는 점은 가장 큰 불안 요소다.

"의사 결정과 집행 과정이 투명해야"

전원주택 관련 전문가들은 '동호인 주택'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형태라고 말한다. 독립형과 단지형 주택들이 누릴 수 있는 장점들을 고스란히 얻을 수 있으면서도 가격 부담은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자재를 일괄 구매하고 지하수 개발이나 전기공사 등의 공동 기반시설 공사를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것을 포함해 동호인 주택이 지니는 장점에 대해 살펴보면 우선 여러 명이 공동으로 부지를 매입하고 시공사를 선정하기에 초기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으며 건축 과정(토지 매입, 설계, 건축, 관리)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에 공동 대처가 가능해 여러모로 부담을 덜 수 있다. 이미 친근한 사람들과 단지를 조성하므로 자연스런 이웃 간의 조화도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 동호인 주택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유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의견 일치를 보기 힘들어서다. 따라서 이들의 의견을 어떻게 조율해 합의를 이끌어내느냐가 동호인 주택 성공 관건이다.

UNI건설 이재헌 대표는 "친숙한 이웃과 개발 규모에 의한 경제적 합리성 등에서 개별형에 비해 상당한 이점은 있으나 결성이 어렵다는 게 동호인형 주택의 단점"이라면서 "결성된 동호인들이 토지를 매입할 예산 자금을 조성해야 추진력 있게 진행할 수 있으며, 의사 결정과 집행 과정이 투명해야 모임을 진행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러한 동호인 주택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구성원을 모집하는 것이 우선이다. 일반적으로 직장 동료나 학교 선후배 등이 주를 이루는데 이는 평소 서로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많아 원활한 의사소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취미를 가진 이들이 뜻을 모으기도 하는데 그리 흔치 않다.

구성원 모집 완료 후 단지에 입주할 가구 수가 정해지면 부지를 매입한다. 이때 가구 수에 딱 맞는 부지를 구입하는 것보다 여유가 있다면 몇 필지를 더 조성해 분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비슷한 뜻을 가진 이들 몇을 더 모을 수 있다면 조금이나마 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 공용 공간 조성 등에 사용할 수 있다.


나눠진 부지는 피하라

땅을 찾다보면 어느 경우에는 피치 못하게 분할된 부지를 택하게 된다. 될 수 있다면 피하는 게 좋다. 나눠진 부지는 도로를 개설하고 기반 시설을 들여 놓는데 추가 비용이 들어가 비용 손실을 감수해야 하며 시차를 두고 개발할 경우 뜻을 모았던 이가 중간에 마음을 바꾸는 사례도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올해 초 경북 안동시 남선면에 들어선 3가구 동호인 주택. 원래는 6가구로 출발했지만 부지가 나눠지는 바람에 3가구가 먼저 집을 올렸다. 나머지 3가구는 건너편 부지에 들어설 예정인데 아직 토목공사도 시작하지 못한 실정이다.

맏형으로 대표는 맡아 일을 처리한 김지섭(61세) 씨는 "이리저리 부지를 찾아 다녔는데 6가구 모두가 들어설 곳을 찾지 못했다"고 부지가 나눠진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같이 뜻을 합친 3가구가 추후에 건너편에 집을 올릴 예정인데 한 가구가 포기하는 바람에 남는 필지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재헌 대표는 "부지가 지형적으로 분리되면 토지 이용의 손실뿐만 아니라 토목공사비의 증가, 동선의 단절 등으로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라면서 동호인 주택이라면 되도록 같은 부지를 택하라고 충고한다.

부지 선정이 완료되면 각 세대가 들어설 필지를 나눠야 하는데 이때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진입로 초입, 막다른 집 등은 누구나 회피하기 마련이므로 이에 대한 양보와 타협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구성원 간의 끊임없는 대화가 필요하다. 구성 초기부터 수시로 모여 의견을 나누고 문제가 생기면 머리를 맞대 해결점을 찾는 노력이 있어야 필지를 분할하는 데에도, 후에 생길 분쟁을 방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구성원들 공동체 의식이 확고해야 오래간다

동호인 주택이 우리나라에 첫 선을 보인지 10년이 넘은 지금, 다양한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동호인 주택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이웃 간의 유대가 점점 흐릿해져 공동체 생활이 지속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진행했던 다양한 프로그램과 공동 생활시설들이 흐지부지 사라지거나 관리 소홀로 엉망이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우리나라 초창기 대표적인 동호인 주택 단지인 '안양 아카데미 테마타운'은 매우 긴밀한 유대관계를 바탕으로 단지 내 뿐만 아니라 외부활동에도 의욕적으로 참여했다. 그러나 초기 구성원들의 이주와 아울러 새로운 입주민들이 유입되면서 이러한 것들은 자취를 감춰 지금은 전혀 활동이 없는 상태라고 한다.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초록마을'도 10년 된 동호인 주택 단지다. 이곳 역시 지금은 이주민들이 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현재 동호회 총무를 맡고 있는 이태동 씨도 6년 전에 이곳으로 옮겨온 이주민에 속한다. 그의 말에 의하면 "예전에는 집안 소사小事까지 챙겨주는 등 끈끈한 유대 관계를 가졌었는데 지금은 그 정도까지는 안 되고 있다"면서 "그나마 아직 남아 있는 분들을 중심으로 모임을 간간히 진행하고 있어 이를 통해 새로 들어온 사람들도 적응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호인 주택 단지가 그 생명력을 오래 가져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구성원들의 공동체 의식이 확립되어 있어야 한다. 또한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올 경우 이들에게 공동체 마을에 대한 개념을 알려주고 동참 시키려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田


10년 된 '초록마을' 동호인주택 단지를 가보니
초창기 11가구 중 6가구 남아 외지인 유입되면서 결속력 약화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상지석리에 위치한 '초록마을'은 1997년 연세대학교 교직원들이 뜻을 모아 설립한 전형적인 동호인 주택 단지다. 이들은 아파트의 답답한 생활에서 벗어나고자 뜻을 모으고 동호인 주택을 짓기로 했다. 일단 직장에서 1시간 내에 위치한 토지를 물색했는데 그곳이 지금의 파주시 교하읍이다. 최초 9가구가 토지를 매입하고 시공 업체를 선정, 단지를 조성했는데 당시 국내에 목조주택 전문 시공업자를 찾기 힘들어 미국에서 목수를 데려와 지었다고 한다.

집을 원형 대지 주변 쪽으로 몰아 지은 후, 가운데 공간에 놀이마당이나 야외 영화상영공간, 정자 등의 공동생활 시설을 만들 계획이었으나 구입한 대지 내에 지상권을 확보한 무허가 주택이 있어 그에게 토지의 일부를 내어 주어야 하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 결국 주차장과 도로만을 공유시설로 쓰기로 했다.

이들은 목구조로 짓는다는 것만 통일하고 나머지는 개인의 취향에 맡겼다. 단지 내에는 각 세대를 구분하는 담장을 두지 않고 외부 대지와의 경계만을 표시할 수 있는 낮은 울타리를 설치하고 내부에는 모두 잔디와 나무를 심은 것이 공통점이다. 그리고 전원의 장점을 충분히 살리기 위하여 주차장은 단지 입구에 설치, 주차장에서 각자 집까지 걸어가도록 해 자연스런 이웃과의 마주침을 유도했다.

현재의 모습을 살펴보면 얕은 경사지를 안고 있는 대지 맨 하단부(출입구)에 주차장이 놓여 있고 이곳에서 길을 따라 작은 도로가 나 있다. 이 도로를 가운데 두고 양 옆으로 집들이 들어서 있는데 대부분이 도로를 보고 앉혀져 있다. 단지 구석구석에는 세월의 때가 묻은 흔적이 드러나고 있었는데 내부는 새 집 마냥 깔끔하다. 목조주택이라는 공통점만 있을 뿐 지붕 모양, 지붕마감재, 외벽 마감재, 집의 배치 등이 제각각이어서 단조롭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6년 전 이곳에 입주하여 현재는 동호회 총무를 맡고 있는 이태동 씨 말에 의하면 매달 11가구 회비를 걷어 보수나 관리하는데 사용하고 있으며 특별한 날이 있으면 회식자리를 마련하는데 쓰고 있다고 한다. 또한 그는 "단지 내 중요한 일이라든가 행사가 있으면 대부분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이웃의 정을 느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퇴임 앞둔 친구 4명이 지은 천안 광덕리 동호인 주택
"믿음이 있었기에 마찰도 없었어요"


천안시 광덕면 광덕리, 광덕산 자락에 새로이 들어선 4동의 목조주택은 정년퇴임을 1년여 앞둔 친구들이 모여 한 울타리를 치고 지은 것이다. 이제 50줄의 끝자락에 선 전영식, 손석진, 남상완 씨는 노년을 자연과 더불어 서로를 의지하며 살기로 마음을 모았다. 그리고 여기에 비슷한 연배인 전영식 씨의 사촌동생 전정남 씨를 합세시켜 동호인 주택 단지를 조성했다.

평소 같이 술자리하기를 좋아하던 이들은 술자리가 무르익을 때면 언제나 '우리 나중에 늙으면 함께 살자'는 말을 되풀이하곤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것이 자연스레 동호인 결성으로 이어졌고, 급기야 96년도에는 부지를 공동으로 매입하는 등 본격적인 '한 울타리 치기'에 돌입하게 된 것이다.

부지물색으로부터 건축에 이르기까지 단지 조성에 대한 일체를 일임 받은 것은 전영식 씨다.
지금의 부지도 그가 추천한 땅이다. 도로와 인접해 있고 도심과도 그다지 멀지 않아 교통 여건이 좋으며, 광릉산이 부지를 감싸고 있어 주위경관도 그만이다.

집 짓기를 시작한 것은 2000년 6월. 이는 이들의 정년퇴임과 입주 시기를 맞추기 위함이었는데, 당시 이들의 정년퇴임까지 조금은 시간이 있었다. 때문에 조금 더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집의 종류를 결정하고 건설업체를 선정하는 등 철저한 공사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이곳에 지어진 4채의 집은 모두 유사한 크기와 모양, 색감을 가진 목조주택으로 통일성을 이루고 있다. 이는 집에 통일성을 부여함으로써 서로에 대한 동지의식을 북돋기 위함인데, 집의 종류에 관해서는 모두들 목조주택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쉽사리 목조주택으로 의견 통일을 이룰 수 있었다.

이들의 '한 울타리 치기'는 시작부터 끝까지 모두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한순간도 의견대립으로 마찰이 생긴 적은 없었다고 한다. 아무리 친구 사이일 지라도 금전 문제가 개입되면 작은 마찰이라도 생기기 마련인데, 서로에 대한 믿음이 강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게 전영식 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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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EDITION 전원주택 유형별 입지 선정 요령(4)] 가장 이상적인 형태 '동호인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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