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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부족한 택지와 산업 용지의 공급을 확대하고자 농지와 임야 등 토지 관련 규제 완화 정책 및 세부적인 실천 방안을 잇따라 내놓았다. 주요 내용은 농지 소유 규제 완화를 비롯하여 농업진흥지역 관리 제도 개선, 산지의 계획적 이용 촉진 및 허가 기준 탄력 적용, 농지와 산지 전용 절차 간소화, 토지 이용 관련 용도지역·지구제 개선 등이다. 이 가운데 도시민의 시선은 농사짓기에 부적합한 한계농지의 소유 및 거래 제한을 철폐하고, 한계농지 전용을 현행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간소화한 농지 소유 규제 완화에 쏠린다. 도시민도 한계농지를 구입하여 전원주택이나 펜션 등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홍로 기자 사진 서상신 기자


농림수산식품부(장관 정운천)는 3월 10일 전북 전주시 생물산업진흥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08년 업무보고'에서 침체된 농촌 경제를 살리고자 농지와 산지 이용 규제를 적극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내년까지 모두 84건의 규제를 개선하고, 당장 올해 안에 48건의 규제를 풀겠다는 것이다. 이창범 재정기획조정관은 "농지 소유 거래 규제를 완화하고 전용 허가 권한을 지자체에 위임하겠다"면서 "이를 위해 그동안 농지 개발의 큰 걸림돌이던 한계농지의 소유와 거래 제한을 과감하게 철폐하고 한계농지 전용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변환하는 등 농지 개발이 종전보다 훨씬 수월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계농지는 농업진흥지역 밖의 농지 중 영농 조건이 불리하여 생산성이 낮은 농지를 말한다. 그 기준은 ▲평균 경사율 15% 이상으로 경사도가 급하거나 자갈이 많아 농기계 작업을 효율적으로 할 수 없는 농지 ▲규모가 2만㎡(2ha) 미만으로 협소하여 생산성이 낮은 농지 ▲물이나 노동력의 부족 혹은 도로 미비 등으로 이미 휴경지休耕地이거나 앞으로 휴경화할 수밖에 없는 농지 ▲광업권의 기간 만료 또는 취소로 소멸된 광구 인근 지역의 농지로, 토양 오염으로 인해 농업용으로 사용하기에 부적합한 농지 등이다.

현재 농지는 국토 면적(997만㏊)의 18%인 178만㏊로, 이 가운데 개발 가능한 관리지역 내 한계농지는 전국적으로 20만 6000㏊(2000㎢) 정도이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곳은 수도권 인근 지역과 대규모 개발 예정지 주변의 한계농지이다.

한계농지와 농촌 경제 살리기

한계농지 개발 사업은 1994년 <농어촌정비법> 제정 당시 '한계농지정비지구' 제도를 도입하면서 시작됐다. 농촌은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도시에 비해 발전이 더디고, 소득 정체와 인구의 급격한 감소 및 노령화 등으로 침체의 늪에 빠졌으나, 농촌의 내부 자본이나 정부 보조만으로는 자생력을 갖출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반면 주5일 근무제 실시, 2008년 기초 노령 연금 본격 지급, 교통망의 확충 등으로 가족 단위 농어촌 체험형 관광 수요와 전원주택 등 농촌형 시설 수요가 늘어나면서 도시민의 농어촌 유휴 자원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3년 도시의 자본과 인구를 농촌에 유치함으로써 농촌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농촌을 자연 환경과 전통 문화가 잘 보전된 여가 및 휴양 공간으로 유지 발전시키고자 '농촌 투자 유치 대책'을 마련했다. 여기에는 ▲농촌 빈집과 한계농지 등의 주택화·휴양시설화로 활용 가치 증진 ▲민박, 관광농원, 펜션, 휴양림 등 체험 체류형 관광사업 활성화 유도 ▲농촌지역에 체육, 복지, 청소년 수련 및 연수시설 등 농촌형 성장 산업 유치 등의 내용이 들어 있다.

문제는 종전 〈농어촌정비법〉이 한계농지 개발에 있어 시행 자격 제한, 사업 범위 협소, 분양 제한 등 과도한 규제로 사업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실지로 1994년 이후 한계농지 개발 사업을 시행한 곳은 전국적으로 5개소였으며, 1998년 이후 신규 착수가 중단된 상태였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여 노무현 정부는 2003년 한계농지 관련 규제 완화 및 관계 공무원의 인식을 높이고자 〈농어촌정비법〉 개정 및 '한계농지 활성화 지침'을 마련하고, 2007년에는 농림수산업 활용 이외에 10만㎡(약 3만 300평) 미만으로 제한하던 한계농지정비지구 가능 면적을 20만㎡로 완화하여 관광휴양단지 및 각종 스포츠·레저 시설 등의 설치에 활용하도록 했다. 여기에 이어 이명박 정부는 한계농지의 소유 및 거래 제한을 철폐하고, 한계농지의 전용을 현행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간소화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도시민, 한계농지 어떻게 개발할까

한계농지정비사업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자 적극 지원하고, 필요시 농림부도 직접 지원하므로 인허가 절차가 까다롭지 않다. 사업 시행 인가를 받으면 다른 법에 의한 인허가도 받은 것으로 본다. 농지와 임야를 다른 용도로 전용, 다양한 시설을 설치하도록 하는 사업이므로 사업 준공 인가 시 토지의 지목地目이 택지 등으로 바뀌므로 부가가치도 상승한다.

또한 한계농지는 대체로 산기슭 등 공기 맑고 숲이 우거진 곳에 위치하므로 휴양용 전원주택 및 펜션 등에 적합하다. 저렴한 농지와 임야 등을 구입하여 개발하므로 투자비가 적고, 한계농지는 일반 농지와 달리 전용에 따른 농지보전분담금(해당 농지 공시지가의 30%)을 100% 면제해 준다. 그만큼 도시민이 소규모 자본으로 전원주택과 펜션 등을 건축하기가 수월하다.

한계농지 이용 규제 완화에 따라 도시민의 전원주택 및 펜션 건축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특히 수요자들이 수도권과 광역시 이외의 읍·면 지역으로 몰릴 것으로 보인다. 도시민이 농어촌주택 구입으로 1세대 2주택이 된 경우, 농어촌주택 구입 시 양도세 면제 기준이 종전 기준시가 7천만 원에서 1억 5천만 원으로 완화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서울고등법원 특별1부는 도시민이 전원 속에 세컨드하우스를 소유(도시 아파트+별장)할 때, 세컨드하우스를 상시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별장으로 보고 양도소득세를 중과세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펜션도 지정 기준도 연면적 150㎡(약 45평)에서 230㎡(약 70평)으로 완화됐다.

한편 사업 규모가 큰 경우 한계농지정비지구로 지정 받아 고시 절차를 거친 후에 시장·군수로부터 승인을 얻어 20만㎡(약 6만 606평) 이내에서 택지·공장단지·관광휴양단지·체육시설 등을 조성할 수 있다. 이 때도 농지보전분담금이 전액 면제된다. 또한 농지 전용 허가 및 건축 허가 등 타법에 의한 인허가를 받은 것으로 간주하므로 별도의 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현행 한계농지정비사업 추진 절차는 조사·고시 → 한계농지 정비 지구 지정 → 사업 계획 수립 → 사업 계획 승인 → 사업 시행 → 준공 검사 → 시설 이용·관리순이다.

한계농지정비사업 성패, 공무원 인식이 좌우

정부의 한계농지 관련 규제 완화 방침에 따라 지자체마다 한계농지정비사업으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졌다. 전라남도의 경우 4월 3일 한계농지 관계 공무원 9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농어촌 투자 유치 활성화'라는 주제로 워크숍을 개최했다. 전남 도청 농업정책과 정순주 과장은 "워크숍은 한계농지 관계 공무원의 인식을 높이고자 관련 전문가를 초청하여 한계농지정비사업의 전망과 활성화 방안, 농촌 체재 및 정주 수요 증대와 지자체의 대응 방안 그리고 지자체의 투자 유치 전략 및 사례 등을 중심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전남뿐만 아니라 다른 지자체에서도 한계농지 관계 공무원의 인식을 높이고자 갖가지 방안을 마련 중이다. 사실 도시의 자본과 인구 유입으로 농촌 경제를 활성화시키고자 2003년 '한계농지 활성화 지침'을 마련했으나 관계 공무원의 인식 부족으로 성과가 매우 낮았다. 정부가 2006년 국정감사에서 밝힌 한계농지정비사업 추진 실적을 보면 강원도 26개, 경기도 2개, 충남 1개, 전남 6개, 경북 4개 지구로 매우 저조한 편이다. 전화 통화에서 강원도의 한 지방 관계 공무원은 "2006년 1월 〈농지법 시행령〉 개정으로 농지를 전용할 때 부과하는'농지보전부담금'의 부과 기준이 경지 정리 및 용수 개발에 관계없이 전용하는 농지 개별 공시지가의 30%로 변경되면서 지방에서는 농지 전용에 따른 부담이 적어졌다"면서 "왜 토목비가 많이 들고 절차가 까다로운 한계농지에 관심을 두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기도 영북면 산정리 한계농지정비지구의 경우, 목가주택건설㈜에서 2004년 9월 15% 이상의 경사지 1만 5550㎡(약 4712평)를 한계농지정비지구로 지정 받아 펜션 50동을 갖춘 프라임리조트(대표이사 박승찬)를 2005년 9월부터 공사를 시작하여 현재까지 개발 중이다. 한 관계자는 "2003년 한계농지정비지구로 지정 받고자 해당 지자체를 찾았으나 한계농지에 대한 공무원들의 인식 부족은 물론 해당 부서조차 없었다"고 전했다. 또한 "1년 만에 어렵게 한계농지정비지구로 지정 받아 공사에 착수했으나 아직까지 복잡하고 까다로운 전용 절차로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이다"라고 한다.

농촌의 유휴 부존 자원 즉, '잠자던 땅'인 한계농지에 도시의 자본과 인구를 유입시켜 농촌 경제를 살리려면 무엇보다 관계 공무원들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아울러 지자체는 민간 자본이 참여하도록 여건 조성과 함께 투자자를 대상으로 홍보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 물론 한계농지 개발 추진 과정에서 무분별한 난개발을 막고 농어민의 입장과 환경 문제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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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한계농지] 도시민 한계농지 소유로 전원주택, 펜션개발 저비용에 인허가 절차도 간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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