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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여주군 산북면 용담리. 정부에서 신재생에너지 시범마을로 선정해 약 75세대를 대상으로 태양열을 설치한 곳이다. 시범마을이다 보니 정부와 지자체에서 90%를 보조하고 가구에서는 10%만을 부담하는 형식을 취했다. 일반적으로 허가가 나지 않는 영업용 시설에도 태양열 설비를 달아 그 성능을 점검하고 있었다. 해가 드는 남향으로 곳곳에 설치된 태양열 집열판이 이채롭다.

글·사진 홍정기 기자


경기도 광주 곤지암과 양평 강하리와 인접한 여주 산북면 용담리는 마을이 산으로 둘러싸인 청정마을이다. 아직 농촌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지만 몇 년 전부터 전원주택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마을 모습에 변화를 보이고 있다. 마을 어귀에 도착하자마자 태양열 집열판을 단 주택이 적지 않게 보인다. 중심으로 난 도로에 멈춰 마을을 굽어보면 집집마다 지붕에 집열판을 달았음을 목격하게 된다.

지금은 마을 노인회회장을 맡고 있는 이동연 씨는 용담리를 태양열 시범마을로 만든 주역. 그는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태양광·열 보급사업을 권장하는 것을 보고 "'우리 마을도 한번 해 보자'는 생각에 마을 주민에게 제안했다"며 이를 추진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용담리는 지난 정부 산업자원부에서 80%, 여주군에서 10%를 지원해 줘 각 가정에서는 10%만 부담해 설치를 마쳤다. 75세대가 여기에 동참했다.

그는 "애초 100세대를 예상했는데 용담리가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보니 산 아래 지역 같은 경우는 여건상 설치해도 별 효율이 없을 것으로 판단돼 이보다 조금 적은 수의 세대가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호응 좋아 75세대 참여

주택뿐만 아니라 상업용 시설에도 태양열 건물이 들어섰는데 이는 시범마을이라 가능했다고 이를 주관한 에너지관리공단은 설명한다.

대로변에 위치한 여주휴게소 지붕에는 24개의 태양열 집열판이 설치됐다. 일반 가정은 12개가 보통이지만 상업용 시설임을 감안 2배로 늘렸다. 휴게소 김동일 대표는 "태양열을 단 이후 겨울을 제외하고 기름이 거의 들지 않는다"면서 "지난겨울 온수를 사용하는 데 별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휴게소가 태양열 시설을 달기 전 겨울철에는 4드럼 정도의 기름을 사용했으나 태양열을 이용해 온수와 난방을 동시에 해결하는 지금은 한겨울에도 1드럼이면 충분하다. 아무리 해가 모자라더라도 1드럼이면 보충하고도 남는다고.

김 대표는 "온수만 쓴다면 거의 100% 태양열로 가능할 것으로 본다. 난방까지 하기에는 약간 모자라 추울 때는 기름 보일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태양광 시설도 갖춘 가정을 찾았다. 휴게소 맞은편에 위치한 이 가정은 태양열에 태양광 집열판까지 달았는데 거주하는 이는 "한겨울에도 전혀 어려움이 없다"고 전한다. 기본적인 온수나 난방은 태양열로 해결하고 부족한 부분은 태양광에서 끌어들인 전기로 보충한다는 것. 이 가정과 같이 용담리에서 태양광과 태양열 시설을 같이 놓은 곳은 7세대에 이른다.

마을에서 만난 최상준 권현숙 씨 역시 에너지 절약 면에서는 후한 점수를 줬다. 최상준 씨는 "절약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많은 덕을 보고 있다"면서 "축열조 온도가 80℃까지 올라가 뜨거운 물을 쓰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권현숙 씨 또한 "처음에는 날이 맑지 않으면 안 되는지 알았는데 적은 비가 오는 날씨에도 작동하는 것을 보면 신기했다"면서 "가정 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가족 수가 많은 변용남 씨 주택은 12개 판을 단 최상준 권현숙 씨와는 달리 24개의 집열판을 달았다. 처음에는 12개만 설치했는데 아무래도 부족할 것 같아 더 신청했다고. "정부나 업체에서는 12개면 충분하다고 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면서 "다른 가정과 비교해도 그렇고 24개 정도는 달아야 구성원이 많은 가정은 유지가 된다"는 게 그의 경험담이다.

업체 경쟁·사전 조사 미흡 등으로 문제점 드러나

그러나 용담리 시범마을은 업체 선정에 있어 경쟁으로 말미암은 과장 홍보와 마을에 대한 사전조사 미흡으로 지역 여건이 반영되지 않아 현재 몇 가지 문제점에 직면해 있다. 최상준 씨는 "업체들이 와서는 이전보다 70%까지 전기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렇지 않아 주민들의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입찰 경쟁을 붙이자 업체들이 찾아와서는 70%를 약속했다는 것이다. 적지 않은 세대가 태양열 시범마을 사업에 지지의사를 밝히고 사업에 동참한 것도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다는 이와 같은 업체 관계자의 말 때문이었다고 한다. 주민의 의견이 하나로 모이지 않자 결국 마을회의를 열어 조달청을 통해 업체를 선정하기로 했다.

시공을 맡게 된 신양에너지㈜ 박영진 대표는 "주민들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앞선 어떤 업체가 70%까지 절약할 수 있다고 했는데 '사실 그건 말이 안 된다 30%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하자 설명회에서 쫓겨나기까지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결국 70%를 약속한 업체 사람을 주민 앞에 데려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공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애초 과다 경쟁으로 인한 잘못 전해진 인식이 여전히 불신을 낳고 있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센터 조은진 씨는 "70%는 업체에서 과장해 말한 것 같다"면서 "태양열 설비로 인해 절약되는 양은, 현재 기술로는 30% 정도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사전 조사도 없이 시범마을을 확정했다는 점이다. 지난겨울 마을 15%에 달하는 가정에서 동파사고가 발생했다. 축열조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이를 주택 내부로 연결하는 배관이 얼어붙은 것이다. 추위나 바람으로부터 축열조를 보호하는 어떤 장치도 없이 외부에 설치한 것이 문제가 됐다.

이동연 씨는 "이곳 용담리는 한겨울에는 영하 15℃까지 떨어진다. 이렇게 추울지 그쪽에서도 몰랐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사전에 이런 동파 우려에 대한 귀띔이라도 했으면 대비가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해명하는 지자체와 시공업체의 설명은 달랐다. 이를 담당하는 여주군 지역경제과 이광진 씨는 "축열조는 실내와 실외 구분이 없다. 동파 사고가 발생했다고 해 올 초 배관 시공을 다시 했는데 올겨울을 지켜봐야 정확히 알 것 같다"고 전했다. 주민들의 축열조를 보호할 수 있는 건물을 지어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예산이 부족하다. 가설건축물 규정도 살펴봐야 한다"고 회의적인 답을 내놨다.

한편 신양에너지㈜ 박영진 대표는 "설계상에도 없는 부분을 우리가 하기에는 적지 않은 무리가 따른다. 지자체에 축열조를 보호할 수 있는 건축물 건립을 위한 예산을 부탁했지만 이미 남은 예산을 다 반납했다는 답변만 받았다"고 설명했다. 업체와 주민들은 가을 설명회를 갖고 추가 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사전 현장 조사도 없이 이를 추진한 정부, 지자체, 업체도 문제지만 무턱대고 싼 값에 큰 이익을 볼 수 있다는 부실 업체의 말만 믿은 주민들의 잘못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따라서 앞으로 그린빌리지를 비롯한 각종 신재생에너지 시범 마을 조성사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철저한 현장 조사와 함께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적극적이고 올바른 홍보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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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EDITION 미래형 제로 에너지 전원주택(3)] 여주 신재생에너지 시범 마을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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