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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 밤에 가을은 반으로 나뉘고, 한 해를 통틀어 오늘의 달이 가장 밝다네. / 건곤은 두 눈에 넓게 보이고, 예부터 지금까지 몇 사람이나 지나갔나. / 된서리는 차가운 섬돌에까지 내렸는데, 성근별은 새벽 강에 잠겼네. / 달빛은 가히 멈추기 어려우니 홀로 연못의 연꽃 옆에 서 있다. -후략後略

-이여 《수곡집睡谷集》 중추야中秋夜


조선 후기 숙종 때 문신 수곡 이 여(1645∼1718)의 문집에 실린 〈중추야〉로 한가위 대보름날을 잘 묘사했다. 제목 '중추야'나 '가을은 반으로 나뉘고'라고 한 것은 가을을 초추初秋, 중추中秋, 종추終秋로 나누었을 때 추석이 가을의 한가운데 달이자, 음력 8월의 한가운데 날이기 때문이다. 추석은 연중 으뜸 명절답게 가배嘉俳 가배일嘉俳日 가위 한가위 중추 중추절仲秋節 중추가절仲秋佳節 등 이름도 다양한데, 가위나 한가위는 순수 우리말로 가배는 가운데라는 뜻의 가위를 이두식 한자로 쓴 것이다. 또한 추석이란 말은 중국에서 이 날을 달빛이 좋은 밤이라 하여 월석月夕이라 하는데, 신라 중엽 이후 한자가 성행하면서 월석과 중추가 합해졌다고 한다. 추석은 가을 저녁과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이라는 뜻이다.


농경 문화와 한가위 대보름. 달은 농업과 관련된 풍요뿐만 아니라 시간의 질서와 시절의 운행·섭리 그리고 여성 생산력의 근원 등을 상징한다. 한편 달은 차서 기울고, 기울었다 다시 차기를 주기적으로 반복한다. 그렇기에 달은 삶이나 시절의 흥망성쇠興亡盛衰를 상징한다. 달이 기울어 사흘 동안 모습을 감추는 것을 죽음에 비유하고, 차고 기욺을 탄생에 이은 성장과 노쇠에 비유함으로써 달은 영생과 재생을 상징한다. 해가 양陽이라면 달은 음陰에 속한다. 초승달이 처음 서쪽 하늘에 나타나므로 서쪽은 음에 속한다. 가을도 음에 속하므로, 가을의 달이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한가위인 음력 8월 15일 밤, 달에 비치는 물건들은 모두 서정의 상징성을 지닌다. 조롱박은 가정의 결속을, 석류는 자식의 많음을, 배는 평안을 상징한다. 그리고 추석에 먹는 둥근 달떡〔월병月餠〕은 만월의 모양과 같다.

농공감사일의 올베심리. 한가위는 농공감사일農功感謝日로, 올베심리의 의례를 치른다. 올베심리란 주로 호남에서 치르는 것으로 올벼 천신薦新(철따라 새로 난 곡식과 과실을 먼저 조상에게 올리는 일)을 말한다. 올벼란 일찍 수확한 벼로, 벼가 다 여문 무렵 혹은 채 여물기 전에 여문 부분을 골라 찧은 쌀이다. 이것을 미리 솥에 볶아 말려두었다가 밥을 짓는다. 술과 조기, 햇병아리, 햇무 같은 것들은 상에 차려 조상에게 바치고 온 식구가 모여서 그 음식을 먹는다. 한가위를 전후해 벼뿐만 아니라 수수와 조 같은 곡식의 이삭을 베어 묶어 기둥이나 문설주에 걸어두는데 이것을 올게심니라고 한다. 이듬해 풍년이 들게 해달라는 기원을 담은 것으로 이 때는 이웃을 불러다 술과 음식을 대접한다.

여성 놀이인 강강술래. 여성은 생산의 주체이므로 가득 찬 달을 만삭滿朔의 여성에 비유한다. 따라서 한가위 대보름날의 강강술래놀이는 여성들이 달 아래에서 논다는 의미에서 풍요의 극치를 이룬다. 강강술래는 여러 형태의 놀이로 이루어지지만 그 중에서도 둥글게 모여 추는 춤은 보름달의 형상을 상징한다. 매우 미세한 묘사를 통해 달의 차고 기욺을 재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강강술래가 주로 호남에서 즐기는 놀이인 반면, 영남에서는 이와 같은 맥락의 놀이로 월월이청청과 놋다리밟기가 있다. 이 놀이들이 여성 원무 중심이라면 남자들을 중심으로 한 쾌지나칭칭이 있다.

5월 농부 8월 신선. 음력 5월은 농부들이 농사를 잘 짓기 위해 땀을 흘리면서 등거리가 마를 날이 없지만, 음력 8월은 한 해 농사가 다 마무리된 때여서 봄철 농사보다 힘을 덜 들이고 일을 해도 신선처럼 지낼 수 있다는 말이니 좋은 계절을 뜻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는 속담이 있다. 오곡이 익는 계절인 만큼 모든 것이 풍성하고 즐거운 놀이로 밤낮을 지내므로, 이날처럼 잘 먹고 잘 입고 놀고 살았으면 하고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나타낸다.田


정리 윤홍로 기자 참고자료 국립문화재연구소 《한국세시풍속사전》, 동아일보사 《한국문화상징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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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풍성한 한가위 두배로 즐기기(1)]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 한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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