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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집을 짓고 전원생활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친환경 주택’이니 ‘웰빙 주택’이니 하는 말은 이제 생소하지 않다. 자연 속에서 건강한 삶을 누리고 싶은 현대인 누구나의 꿈이기 때문이다. 도시화와 서구화의 결과 모든 현대식 건물이 서양의 모습을 하지만 돌아보면 친환경·웰빙은 우리네 살림집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바로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친환경 주택, 돌과 나무와 흙으로 지은 웰빙 주택이다. 나아가 이웃으로 열려 있는 마을 공동체 문화까지 서구 건축물이 흉내조차 못 내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살림집으로서 한옥은 농사를 주업으로 하는 농경문화와 신분 사회를 반영하기에 그 규모나 모양이 천차만별이다. 크게 반가班家와 민가로 구분할 수 있다. 건축물의 규모와 배치, 뼈대 방식(민도리, 익공 등), 처마 지붕 모양(맞배지붕, 우진각지붕, 팔작지붕, 홑처마, 겹처마 등), 창호(홑창, 이중창, 삼중창 등) 등에서 차이가 많다. 특히 민가는 초가삼간으로 대표되듯 민도리 뼈대에 우진각지붕 모양이 보편적이었고, 산간에는 귀틀집이나 너와집이 많았다. 하지만 신분과 재력 여부에 따른 차이에도 불구하고 돌과 나무, 흙으로 집을 짓는 기본은 같았다.

특히 집의 수명을 결정하는 구조 방식이 반가든 민가든 기본은 뼈대집이라는 점이다. 목구조라 하더라도 규격화된 자재를 재단하여 철물로 고정하는 서양의 목조주택과 달리 암수 홈을 따서 맞추는 사개맞춤 방식이다. 즉 주초에 기둥을 세우고 도리와 보로 뼈대를 세움으로써 공간을 구성하고 처마와 지붕을 받아 낸다. 처음에는 빡빡하게 떡메로 맞추는데 세월이 지남에 따라 틈이 벌어지지만 강제적 결속이 아니기에 그 맞춤은 백 년 이상 가는 안정적 구조 방식이다. 그 뼈대에 흙으로 벽을 치고 창과 문을 내면 집이 지어진다.

시대가 변하면 사람의 생활 방식도 변화하기에 현대인에게 맞는 우리네 살림집이 필요하다. 농경사회가 아닌 산업화 시대에 맞추어 주방/식당과 화장실 등 현대인의 생활에 필요한 기능적 공간과 결합해야 하고, 난방 또한 구들에서 배관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여름에는 시원하지만 겨울에는 추울 수밖에 없는 천장의 웃풍과 창틈의 단열을 높여야 한다. 전망을 중시하는 현대인에게 맞게 창호도 변화해야 한다. 전기와 통신 또 상하수도 관련 설비도 결합해야 한다. 주방 가구 및 전등, 마감재 또한 현대인의 취향을 고려하여 선택해야 한다. 이렇듯 우리 살림집을 그 뿌리를 바탕으로 하여 현대인의 생활 방식에 맞게 계승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역사가 그렇듯이 집 또한 일제 강점기와 해방 후 서구화를 거치면서 전통은 계승할 그 무엇이 아니라 버려야 할 낡은 것으로 치부했다. 특히 산업화 시대의 새마을운동은 국적 없는 농어촌주택을, 도시화는 콘크리트 빌딩과 아파트를 양산했다. 조금 살 만해지니 전원을 찾는 중산층의 주택은 너나없이 서양의 모습을 하기에 이르렀다.

살림살이 변화에 따른 과거와 현대의 접목

자기 것을 잃어버린 지 오래이다 보니 살림집 본연의 모습을 되찾기까지 참으로 오랜 세월이 걸렸다. 1990년대 중반 전원주택 바람이 한창일 무렵 황토집은 ‘건강 주택’으로 등장했다. 건강을 회복하려는 노력의 일환에서 비롯한 황토집 바람은 건축회사나 전문가보다 일반인이 직접 짓는 소규모 형태였고, 귀틀집이나 목심 흙집 등 다양하게 나타났다. 당시 버섯지붕 모양의 영업용 건축물도 황토집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지어졌다. 전통 한옥 즉, 목구조 황토집은 사찰처럼 웅장하기에 일반인의 접근이 쉽지 않아 주로 살림집보다 영업집이나 전시관 형태로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1990년대 말 조성한 이천 솟대전원마을 4개 동은 최초의 현대 흙집 단지였다. 흙집의 현대화와 대중화를 목표로 한 이 단지는 퓨전 주택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황토집의 전환점을 예고했다. 칸 개념의 뼈대집 방식을 현대 주택의 공간 개념으로 바꾸고, 그에 따라서 박공지붕에 아스팔트 슁글이라는 현대적 소재를 결합했다. 심벽 방식의 흙벽도 현대적 건축 소재인 황토벽돌로 대체함으로써 한옥 목구조 흙벽돌집이라는 황토집의 새로운 유형을 제시했다.

그로부터 10여 년간 황토집은 진화를 거듭하며 발전했다. 고민은 전통과 현대의 통일로 이루어지는 우리 살림집의 완성에 모아졌다. 공간 구성의 현대화, 구조 방식 및 처마 지붕 모양의 다양화, 흙벽 및 창호의 현대적 적용 등 개량 한옥의 한계를 뛰어 넘는 살림집의 위상을 실현하는 과정이었다. 이 작업은 물론 건축주들의 적극적인 동의와 지지 하에 이루어졌고, 공정별 시공 팀들의 창의적 노력으로 완성을 보았다. 실험 결과물들이 쌓이고 보완이 이루어지면서 이제는 ‘현대 한옥, 현대 흙집’이라는 하나의 정형에 이르렀다.

바로 이 시점에서 ‘황토집’이라는 건축 용어가 적합한가 하는 문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황토집이라는 용어는 건축 소재인 황토를 강조함으로써 건강 주택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했다. 그 결과 전원주택 선호도에서 서구 목조주택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서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한옥 목구조 방식의 황토집도 여러 유형이 존재하는데 구조나 모양, 단열과 마감 사양 등 제대로 지으려면 건축비가 일반 건축물의 곱절이 드는 게 현실이다. 비용을 낮추려고 흙벽돌로만 집을 짓든가, 일반 구조 방식과 황토집을 결합하고자 하나 그 역시 구조상의 문제나 어울림의 문제로 망설여지기는 마찬가지이다. 대안으로 경량 목구조 흙집 등을 검토하지만 그 역시 건축비가 일반 건축물에 비해 부담스러운 것이다. 그 결과 선호도는 높지만 소비자가 선택하기에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황토집이라는 모호한 개념 말고, 집의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개념이 필요한데, 그런 의미에서 ‘현대 한옥’, ‘현대 흙집’이라 정의함이 옳지 않은가 싶다. 구조(뼈대)와 처마 지붕 형태가 한옥이되, 공간 구성은 현대 주택이고, 흙벽과 구들, 마루라는 우리 살림집의 정서를 현대적으로 적용했다는 의미에서 현대 한옥이다. 그 범주에 포함시키기 어려운 일반 건축 구조(경량 목구조 방식을 비롯한 조적조, 철근콘크리트조 등)와 결합한 주택은 현대 한옥과 구분한다는 의미에서 ‘현대 흙집’이다. 그럼으로써 살림집 건축으로 현대 한옥, 현대 흙집이라는 개념 정의가 명확해지고 흙벽돌집, 목심 흙집, 귀틀집 등이 용도에 맞게 흙건축의 다양한 유형으로 자리 매김을 하여 예비 건축주의 혼란을 막을 것이다.

요즘 전원주택이 작아지는 추세이다. 생활은 도심에서, 주말은 전원에서 즐기려는 사람들이 주말주택용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건축 평수도 작고, 건축 구조 방식도 가벼운 소재를 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한편 퇴직자와 귀농자를 중심으로 오랜 기간 준비해 온 이들이 고민 끝에 황토집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징은 일정 면적의 터를 마련하고 살림집을 지어 정착한 후 농장이나 펜션 운영 등 노후를 위한 장기 계획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우선 정착 후 마을 형태의 단지를 계획하기도 한다. 노년층일수록 정서나 경제적 여건이 갖추어진 경우가 많은데 이는 특히 자식들이나 손자들에게 고향집 같은 느낌을 주고픈 경우이다. 이 경우 현대 한옥, 현대 흙집은 시골 살림집으로서 더욱 빛이 난다.

황토집 설계와 시공 길라잡이

집은 책상 위에 앉아 설계 시공하는 것이 아니다. 예비 건축주들이 설계도면을 좀 보내달라고 하지만 그 어떤 설계도면도 자신의 터에 적합한 것은 없다. 산세, 지형, 향 등을 종합 고려하여 필요로 하는 건축 면적과 공간 구성을 이루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바로 건축주의 요구와 의도를 정확하게 터에 반영하는 것이 실력이다. 사는 사람(구성원)과 용도(기능), 공간 구성의 효율화와 각 공간의 디자인, 자연과 이웃과의 동선까지 고려하는 것은 오랜 경험의 축적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예를 들면 현대 한옥의 설계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탄생한다. 평면도는 건축물 벽체의 중심선에 맞추어 건축 평수를 계산하므로 보통 한옥 목구조일 경우 목재 기둥을 중심선으로 치수를 계산한다. 벽체가 약 30㎝ 이중벽이라면 내부 공간이 작게는 3.3㎡(1평)에서 크게는 9.9㎡(3평)까지 작아지는 원인을 제공한다. 때문에 나무 기둥 치수와 벽체 중심선의 치수가 다르고 기초 공사 시 외곽 치수가 달라져야 하는 것이다. 건축 설계 사무소나 시공회사 모두 관행적으로 나무 기둥을 중심선으로 사용하나 벽체를 중심선으로 재구성한 설계와 시공으로 잃어버릴 뻔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장은 더욱 그러하다. 30여 개 이상의 공정이 모여 하나의 집이 지어진다고 할 때, 현장 책임자가 전체 흐름을 읽고 대응하지 않으면 일의 순서가 뒤죽박죽이거나 뒤 공정이 앞 공정을 탓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공정별 일꾼들은 자신의 공정만 책임지면 되기에 앞과 뒤의 연관성을 놓치기 쉽다.

기초 공사 시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 전기와 설비의 바닥 배선, 배관 문제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점검하지 않으면 마감 과정에서 애를 먹는다. 목재의 휨과 변형을 방지하는 간이 주추의 모양과 고정 방식, 수직 수평을 유지해야 하는 뼈대(기둥과 도리 보의 맞춤), 곡과 선이 살아야 하는 처마와 지붕은 그야말로 집의 기본을 결정하는 중요한 공정이다. 시공사와 대목(한옥 목수 팀장)과의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거의 모든 목구조 황토집에서 전통 한옥의 오량(또는 삼량, 칠량) 가구법에 따른 천장 구성이 이루어지는데 외부로 드러난 서까래 처마가 내부로 연결되기에 웃풍을 막을 수 없다. 거실(대청) 부분만 오량천장을 별도로 내부화하여 내부 오량을 구성해야만 단열도 충족하고 한옥 대청마루의 디자인도 가능해진다. 현대 한옥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가 바로 거실(대청)의 천장을 내부 오량화하고 덧지붕으로 전체 지붕선을 재구성한 방식일 것이다.

흙 벽체를 만드는 방식도 차이가 크다. 전통 한옥의 심벽 방식은 나무와 흙벽, 창틀의 수축으로 인한 발생이 큰 단점이었다. 나무 기둥에 흙벽돌 한 장만 쌓는 경우 나무 기둥의 수축으로 틈과 단열상 하자가 발생한다. 원형 기둥일 경우 원형 기둥과 흙벽돌의 결합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겨울철 현대인이 견디기 어려운 추운 집이 된다. 이러한 이유로 황토집은 관리가 어렵다거나 춥다고들 이야기하는 것이다. 나무 기둥과 흙벽 이음매의 하자(나무의 수축으로 인한 틈의 발생)를 보완하려면 나무 기둥과 일치하도록 큰 흙벽돌을 한 장 쌓고 내부에서 나무 기둥까지를 감싸 작은 흙벽돌을 하나 더 쌓음으로써 보완할 수 있다. 외벽의 도리 위쪽까지 작은 흙벽돌을 올려 쌓아 그 틈도 보완하는 방식이다. 곧 이중 흙벽돌 쌓기이다. 흙벽돌이 단열이 우수하다지만 틈으로 인한 겨울철 찬바람을 이겨낼 수는 없다. 이중 흙벽돌 쌓기는 내부에서 나무 기둥을 볼 수 없다는 단점이 있으나 현대 한옥으로의 중요한 발전임에 틀림없다.

또한 창호의 선택과 흙벽의 결합 문제에서도 차이가 많다. 원목의 자연스러움을 그대로 살리고 싶어하거나, 외부 창도 전통 한옥이나 사찰에서처럼 목창을 선호하는 건축주가 많다. 하지만 창과 흙벽 이음매의 문제, 외부 창의 변형으로 인한 여닫힘 문제 등이 생활상 적잖은 하자로 지적되곤 한다. 때문에 창틀을 설치하기 전 가창 틀로 창틀의 변형을 방지하도록 보완하고 외부 창은 변형이 없고 단열이 우수한 현대식 창호로 대체하고 한옥의 맛은 내부에서 세살 목창으로 보완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세살 목창 또한 세살에 양면 유리를 부착하고 안쪽에서 한지 아크릴을 붙임으로써 한지 창호 느낌이되 관리가 용이토록 했다. 외부 가창틀과 흙벽, 새시와 결합 부분은 썩지 않고 변형이 적은 적삼목 띠장으로 창틀을 보완함으로써 단열과 모양의 보완을 이루었다. 전망을 중시하는 현대인에게 창은 무엇보다 중요한 건축 요소이다. 한옥의 정서에 매몰되지 않고 실용성과 기능성을 고려한 선택이 필요한 지점이다.

특히 황토집 기능과 내부 마감에서 황토 미장이 중요하다. 전통 한옥은 심벽 방식으로 내벽 자체의 마감이 동시에 이루어지지만 흙벽돌 조적 벽체 구성 방식이 변화된 현대에는 흙벽의 기능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그 기능을 더욱 활성화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벽과 바닥 마감에 쓰이는 황토 모르타르이다. 생황토만 가지고는 당김 현상으로 가뭄의 논바닥처럼 갈라지고 터진다. 이러한 현상을 방지하고자 황토분, 새사(가는 모래), 맥반석 가루, 천연 접착제 등을 혼합한 가공 황토(황토모르타르)를 완제품으로 사용한다. 이때 황토 모르타르의 성분에 회나 시멘트 등 이물질이나 화학 첨가제가 섞이지 않은 것을 선택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흙벽돌 조적 벽에는 가는 철망(메탈라스)을 고정하는 이유는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수단이다. 벽은 보통 1.5㎝, 바닥은 난방 배관 위 콩자갈을 채우고 그 위로 약 4㎝ 두께로 황토 미장한다. 전통 한옥은 구들방에 흙으로 새침하여 콩땜하는 방식이었으나 현재 콘크리트를 대신한 황토 모르타르 마감은 원적외선 방사 등 생체 리듬을 활성화시키는 황토집 본연의 역할을 한다.

이 외에도 전기 콘센트 및 스위치의 위치, 화장실 위생기의 선택과 배치, 싱크대 및 주방 가구의 배치 및 동선 등 사는 사람 중심의 배려가 기본으로 깔려야 한다. 윗목부터 따뜻한 구들방의 고래 방식이나 굴뚝 디자인, 툇마루와 쪽마루 등 전통 마루와 서구 개념의 덱(Deck) 등 외부와 연계성을 살린 다양한 공간 연출은 건축주의 입장에 선 시공이 아니면 어려운 일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시공사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집을 짓느냐가 핵심이다. 같은 값이라도 어떤 자재를 선택하느냐가 집의 안정성과 느낌을 좌우한다. 공정별 도급 금액을 줄이고자 싼 인건비의 용역을 쓰느냐, 디자인 감각과 기술력이 뛰어난 고급 인력을 쓰느냐에 따라 집의 마감은 천차만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시공사는 현장 전체를 지휘 관리하는 총감독이라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田


이동일

글쓴이 이동일 님은 사람 냄새나는 집을 짓는 ㈜행인흙건축 대표이자 (사)전원생활협회 이사, 수필가로 활동 중이며 저서로 《새집줄게 흙집다오》 《황토집 바로 짓기》 등이 있습니다. 집은 모름지기 건축주와 시공사, 현장 일꾼이 함께 짓는 공동 작품임을 강조하며 현재 주문주택 40여 동의 현대 한옥 현대 흙집을 지었습니다.
㈜ 행인흙건축 031-338-0983 www.hang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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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집 바로 알기] 살아 숨쉬는 건강 전원주택 황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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