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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인류 발생 초기부터 생활 도구나 건축 자재로 쓰였고 앞으로도 인류가 존재하는 한 지구상에서 얻을 수 있는 완벽한 건축 재료다. 또한 환경 친화적인 건축 자재로 지하에 매장된 천연 자원들에 비해 재취, 가공, 사용, 재활용, 폐기의전 수명 기간을 통하여 환경에 미치는 부담이 적다. 특히 소나무는 조선시대 문신 강희안이 <<청천양화소록靑川襄花小錄>>에서 "소나무는 명당의 기둥감이요, 큰 집의 대들보감이니 나무 중의 나무이다"라고 하였듯이 예나 지금이나 건축 자재로 손꼽는 최상의 수종이다. 쉽게 갈라지거나 뒤틀리지 않고 무늬가 아름다우며 강도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화재로 무너진 숭례문 복구 문제로 관심을 모은 춘양목春陽木이라 불리는 금강송이 으뜸이다. 현재는 안타깝게도 금강송이 부족하여 살림집인 목구조 황토집뿐만 아니라 고택이나 궁궐, 사찰 건축에도 북미산 소나무를 수입하여 쓰는 실정이다.



윤홍로 기자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쾌적하고 건강한 주거 환경을'구조적으로 안정되고 사고 위험성이 없으며 거주자가 만족스럽게 생활하도록 충분한 공간 환경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살림집의 근본 가치는 가족의 울타리이자 보금자리다. 아름다움, 웅장함, 화려함은 부차적인 가치다. 즉, 가족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하는 집이라야 '좋은 집'인 것이다.

구조상으로 안정적인 집, 바로 우리네 전통 목구조 건축 기법으로 지은 건축물이다. 지은 지 1300년이 훨씬 지난 경북 안동시 서후면 태장리 천등산 기슭 봉정사 극락전(682년)과 경북 영주시 부석면 북지리 봉황산 중턱 부석사 무량수전(676년)에서 보여지듯 목구조 건축물은 원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내구성이 뛰어나다.

예전에는 우리나라에 수백 년 된 고택이 많았으며 조상에게 물려받은 살림집을 잘 손질하여 곱게 보존해 사는 것을 집안의 자랑으로 삼았다. 그러나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우리네 전통 살림집인 목구조 황토집 대신 내구 연한이 30∼50년밖에 안 되는 철근콘크리트 건축물이 자리잡으면서 살림집을 대물림하는 전통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은 건강하게 오래 살고자 좋다는 운동과 건강 보조 식품에 귀를 쫑긋대면서 정작 중요한 주거 환경에는 무관심하다. 환기가 불량한 철근콘크리트 건축물에서 내뿜는 방사선 라돈은 담배를 하루에 두 갑 피우는 것과 같은 폐암 발생 위험도를 갖는다는 충격적 연구 결과가 있는데도 말이다. 반면 목구조 황토집의 뼈대 즉, 기둥과 도리 보 등으로 쓰이는 목재는 습도 조절 및 단열 효과가 뛰어나 쾌적감을 주고, 아름다운 무늬와 부드러운 색상은 친숙감을 주며, 향기는 살균 방취防臭성분이 있어 주거생활을 건강하게 만든다. 철근콘크리트 집을'죽임집', 목구조 황토집을'살림집'이라 부르는 이유다.



나무 중의 나무, 춘양목

조선시대 실학자 홍만선이《산림경제山林經濟》에서"집 짓는 재목으로 소나무를 으뜸으로 친다. 기타 재목들은 좋다고 해도 헛간을 짓는 데 쓰이는 정도에 불과하다"라고 했듯이 소나무는 고려시대 이후 지금까지 건축물의 뼈대를 이루는 구조재로 쓰인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주요 문화재 목구조 건축물의 목재 부재에 대한 수종을 조사한 결과 소나무가 55.6%로 가장 많이 사용됐고, 그 다음이 느티나무(25.4%), 참나무(7.1)순으로 나타났다(기타 10.9%). 그러면 소나무는 어느 지방에서 나는 것을 사용했을까? 서유구는《금화경독기》에서"우리나라에서는 관동의 북쪽 깊은 골짜기에서 생산된 목재를 최상으로 친다. 나무의 결이 세밀하고 옹이가 없으며, 겉은 희고 속은 노랗다. 흰 것을 제거하고 노란 것을 취하면 빛깔이 윤기가 나고 비바람에 잘 견딘다. 이것을 세상에선 황장목黃腸木이라 부른다. 현재 경성 안의 거창한 규모의 대저택은 대체로 관동에서 소나무를 베어 강물에 띄워 내려보낸다. 관북의 경우 거리가 멀어 가져오지 못한다. 남방의 바닷가 고을에서 산출되는 소나무를 해송海松이라 하는데 이 또한 쓰기에 알맞다. 단, 개미가 많이 끼기 때문에 동북 지방에서 산출되는 것보다 좋지 못하다."— 안대희 엮음, 돌베개 발간《산수간에 집을 짓고》중에서. 이렇듯 예부터 경북지방의 춘양목春陽木에서 백두산 일대의 미인송美人松에 이르기까지 백두대간에서 생산된 소나무를 최상으로 쳤다.

소나무는 하늘 높이 솟아 자라는 나무이기에 신령이 거처하는 대상으로 어색함이 없어 백목의 왕〔百木之王〕이라 일컫는다. 우리의 문화를 나무와 관련지어'소나무 문화'라고 할 정도로, 우리네 조상들은 소나무를 소중히 여겼기에 벌목한 자리에는 다시 소나무 묘목을 심고 가꾸었다. 일제가 우리나라를 강제 점령하였을 때 제일 먼저 욕심을 낸 것이 바로 소나무이다. 일제는 36년간 약 5억㎥(입방미터)에 달하는 좋은 소나무를 벌채하여 그 대부분을 가져갔다. 유행가'눈물 젖은 두만강'의 배경인 뗏목 길이 바로 일제가 백두산 일대 삼림자원을 수탈한 창구였다.

20세기 최고의 역사학자 토인비는 일본의 국보 1호인 미륵반가사유상彌겇半跏思惟像을 보고, 잔잔한 미소는 형언 할 수 없다고 격찬한 바 있다. 그 미륵반가사유상이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그 나무는 경북지역의 춘양목과 같은 영주 소수서원 근처의 적송赤松으로 밝혀졌다.

소나무 중에서도 춘양목이라 불리는 금강송 그리고 적송과 흑송 등을 상급으로 쳤다. 춘양목은 강원도와 경북 북부 등 태백산 일대에서 자라는데 원목이 춘양역을 통해 반출된 데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 춘양목의 누런색을 띤 심재(속재목) 부분은 변재(겉부분)와 달리 죽은 세포로 이루어져 건조가 쉽고 뒤틀림이 적으며 천연방부제가 배어 있어 잘 썩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서유구가 말한 황장목으로 질이 좋아 임금의 관을 만드는데 쓰였다. 황장목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겼는지는 경북 울진군 서면 소광리의'황장봉계黃腸封界'표지석에 쓰인 글로 알 수 있다.

황장목이란 조선 왕실에서 사용하던 소나무 관곽재棺槨材를 말한다. 황장은 속이 누런 소나무의 속고갱이〔深材〕를 말한다. 《세종실록》에는"천자의 곽은 황장으로 속을 하고, 황장은 소나무의 속고갱이라, 흰 갓재목〔邊材〕은 습한 것을 견디지 못하여 속히 썩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봉산封山은 왕실의 재궁감이나 건축용재로 사용하고자 일반인의 사용을 금지하려고 지정한 산이다. 경북 울진 소광리의 황장봉산 소나무 숲은 질 좋은 소나무재를 확보하려던 조선 왕조의 염원이 담긴 그 원형이 잘 보존된 아름드리 황장목이 자라는 곳이다.

임업연구소 시험 결과 춘양목은 북미산 미송인 더글라스-퍼(Douglas-Fir)에 비해 기와의 하중을 지붕으로 분산시키는 보(들보), 건축물의 하중을 지반으로 분산시키는 기둥재로 월등하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표 참조> 지금은 안타깝게도 춘양목은 명맥만 유지되고 있다. 목구조 황토집뿐만 아니라 심지어 문화재 복원에도 수입산 목재를 사용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목재를 원목이나 가공목 형태로 수입하다 보니 목재 선정 과정도 매우 복잡해졌다.



<표> 금강송과 미송(더글라스-퍼)의 건축 구조재 재질 비교


























































목구조 요구재질 성능기준 금강송 미송 금강송 평가
보, 들보
변형파괴없이

구조물

하중 지지
최대 응령

(kg/㎡)
975 868 우수
횡인장강도

(kg/㎡)
47 24 매우 우수
기둥재 위와 동일 종압축강도

(kg/㎡)
640 506 우수
마루,

휨부재
처짐 정도 휨영계수

(103kg/㎡)
130 136 보통
기타 치수

안정성
전수축륙

-방사방향

(%)
4.6 4.8 보통
가공성 전건비중 0.45 00.48 보통
* 자료 : 임업시험장연구 보고(조재명 외 4인, 소나무 속 재질에 관한 시험)

- 응력 : 물질의 한 점에서 단위 면적에 작용하는 힘의 극한.

- 인장강도 : 물체가 잡아당기는 힘에 견디는 최대한의 응력.

- 압축강도 : 물체가 어느정도 견디어 내는지 압축력의 한도를 나타내는 수치.

- 휨영계수 : 마루나 휨 부재에서 무게에 대한 처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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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아 솔아]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 -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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