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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가대형분양탓에 '청약률0%'속출
실수요자중심중고가소규모분양해야 "


타운하우스 시장이 심상치 않다. 우리나라에 타운하우스가 도입된 지 몇 년이 채 안 된 지금, 한때 건축 시장의 블루오션이라는 이름까지 얻으며 승승장구하던 타운하우스가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침체된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받았다는 의견이 많으나 고가 대형 위주 타운하우스가 매력을 상실한 것이 아니냐는 견해도 나온다. 올해 예정된 분양 수만 놓고 보더라도 예년에 비해 1/3 수준으로 급감했다. 경기 침체는 여전하고 부동산 경기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타운하우스에 먹구름이 가득하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 반송동. 동탄 신도시 건설과 함께 국내 최대 타운하우스촌村이 생긴다는 소식으로 주요 언론에 오르내렸던 곳이다. 2008년 말 동탄신도시 단독택지지구는 날씨만큼이나 타운하우스 분양 분위기는 싸늘하다. '경기 침체로 인한 부동산 시장 암울'이라는 말로 달래기에는 2008년 이들이 받아든 '청약률 0%'란 성적표는 그야말로 끔찍한 수준이다. "사람이 없다."한 분양 사무실 만난 관계자의 말이 모든 것을 함축한다.


수도권 17개 타운하우스 청약률 '0%'

동탄신도시에 건설된 대규모 타운하우스촌. 타운하우스 밀집 지역으로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인 전체 면적 21만㎡를 자랑하는 이곳에는 '푸르지오 하임'(99가구, 140~221㎡)을 비롯해 '솔리움'(49가구, 242~299㎡), ' 아트글란츠'(40가구, 265~302㎡), ' 롯데캐슬 파티오'(34가구, 256~309㎡), ' 인앤인'(25가구, 229~303㎡) 등 5개 단지가 들어섰다. 가구 수만 놓고 보더라도 총 240여 가구에 이르는 말 그대로 타운하우스 촌이다.
신도시와 함께 건설되는 곳이라 생활 여건도 훌륭하고 주변에 필봉산과 탄요 공원 등이 있어 자연환경도 나쁘지 않다. 또 공원과 녹지비율이 24%에 달하고 교통여건도 크게 개선돼 최적의 입지 요건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 터졌다. ' 청약률 0%'. 5개 단지 중 어느 한 곳 이야기가 아니라 전체가 이랬다. 이들 정식 청약 기간은 2008년 6월부터 같은 해 9월까지였으나, 이 기간 청약을 넣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3순위까지 모았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현장에서 만난 앞선 분양 사무실 관계자는 푸념을 쏟아 냈다. "이렇게까지 상황이 안 좋을지 몰랐다. 분양이 안 되니 사고자 마음먹었던 사람이 철회하는 경우도 있다. 아무도 안 사는 단지에 누가 들어오려 하겠나. 이게 또 소문이 나면 고스란히 옆 단지 분양에도 여파를 미친다. 정말 죽을 맛이다."
동탄신도시에 앞서 주목받았던 용인 동백지구와 기흥지구 상황도 마찬가지다. 남양휴튼트리니티, 죽전극동 스타클래스 2·3단지, 롯데 펜트하임, SK 아펠바움 E6·E7 단지 등도 '청약률 0%'라는 참패를 겪었다. 중소형 업체뿐만 아니라 굵직굵직한 건설사들도 '청약률 0%'를 벗어나지 못했다. 브랜드만으로 어느 정도 분양은 가능하다는 아파트 업계 통설이 타운하우스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부동산써브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이와 같이 작년 한 해 청약이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은 수도권 타운하우스는 17개에 달했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특정 지역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수도권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빈사 상태에 놓인 지방은 물론 수도권도 아파트 청약경쟁률 0% 사태가 빈번한데, 이런 사태가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이 바로 경기도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용인시와 화성시 일대에 공급된 고가 타운하우스들이 고스란히 미분양·미계약으로 이어지며 분양률 제고에 어려움을 겪는 것도 경기도 아파트 시장이 극심한 침체에 빠진 것과 연관이 크다"고 설명했다.


2009년 타운하우스 물량 1/3로 줄어

이러한 청약률 0%를 반영하듯 타운하우스 공급량은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부동산 정보 업체 부동산114가 내놓은 자료에 의하면 2007년 1095가구에 달하던 공급량 2008년 990가구로 줄어든 데 이어 올해는 작년 1/3 수준인 337가구에 그칠 전망이다. 이마저도 지난해 최악의 나날을 보냈던 지역에 집중돼 있고 여전히 고가 대형 위주라 이들 분양 상황을 낙관하기 힘들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집값이 하락하는데도 타운하우스 건설사들은 여전히 고분양가를 고집하고 있다. 수요층이 두텁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정책을 계속 고수한다면 돌파구를 찾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2008년 중반 3.3㎡당 1,300만 원까지 올랐던 동탄신도시 아파트 분양가가 하반기에는 1,100만 원 선까지 떨어졌음에도 타운하우스 분양가는 '푸르지오 하임'(140~221㎡)이 3.3㎡당 1,700만 원, ' 롯데캐슬 파티오', ' 아트글란츠'는 1,800만 원, ' 인앤인'은 2,000만 원에 달했다.
대형 위주 공급도 문제다. 부동산 흐름을 좌우하는 아파트 시장이 중소형 위주로 급속 개편되는 데 반해 타운하우스는 여전히 대형 평수 위주다. 2008년 서울 아파트 가격 변동 폭을 살펴보면(재개발 아파트 제외) 소형 아파트는 평균 20.7%나 상승한 반면 대형 아파트는 줄줄이 하락했다.
업체 한 관계자는 "세대 수가 엄청난 아파트는 중소형 규모로 지어도 분양만 잘 되면 건설사 입장에서는 높은 이윤을 거둘 수 있지만 가구 수가 적은 타운하우스는 저가 중소형으로는 그만한 이익을 기대하기 힘들다"면서 타운하우스 시공사들이 고가 대형 위주 정책을 펴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과거 아파트로 재미를 본 건설사들이 경쟁에 밀려 타운하우스로 방향을 틀어 진입하면서 시장이 크게 왜곡됐다. 아파트와 전원주택의 장점만을 취합한 것이 타운하우스라고 하는데 결국은 아파트 논리로 전원주택을 짓겠다는 의도"라면서 "이렇게 해서는 절대 성공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실수요자 중심 중고가 소규모 타운하우스가 대세를 이룰 것"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가 3만 가구에 달하는데도 정부는 여전히 신도시를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신도시가 들어서면 단독택지지구에는 또 다른 타운하우스가 올라가기 마련이다. 미분양 물건도 채 해소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급만 늘어나는 형국이다.
이런 와중에 이번에는 서울시가 재개발 지역을 확정하면서 이곳에 타운하우스촌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시는 한남뉴타운 터 109만 5000㎡ 가운데 중심부 46만 2000여㎡를 단독택지지구로 지정 이곳에 타운하우스를 짓겠다고 한 데 이어 재개발이 이뤄지는 신내동 282번지 안새우개·새우개 마을 5만 3270㎡에 용적률 150% 이하, 높이 16m(4층) 이하의 단독주택과 타운하우스, 다세대주택, 근린생활 시설 등을 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시는 향후 진행되는 모든 뉴타운 사업에 타운하우스를 적극 도입할 예정이다.
수도권 타운하우스 수요자 대부분이 서울에 거주하는 중산층 이상의 경제력을 가진 이들이라 봤을 때 서울시의 이러한 계획은 안 그래도 수요층이 얇은 타운하우스 분양 시장을 더욱 힘들게 할 가능성이 크다.
타운하우스 방향을 다시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가 정책을 버리고 소수 특정인을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을 재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한국목조건축협회 주대현 전무는 "외적인 어려움으로 타운하우스를 계획했던 사업체들이 이를 미루거나 취소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전하면서 "동탄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비싼 고급 단지는 오래가지 못한다. 타운하우스도 전원주택이 그랬던 것처럼 머지않아 실질적인 소비자가 시장을 장악할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비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결국 실수요자 중심 중고가 소규모 타운하우스가 대세를 이룰 것이다. 올해부터 이러한 움직임이 활발할 것"으로 전망했다.
'청약률 0%'에 이은 분양 참패로 이미지를 구긴 타운하우스가 침체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약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실수요자 중심으로의 방향 전환이 무엇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홍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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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휘청거리는 타운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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