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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목재 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외국 제품에 밀려 그간 소수에 그쳤던 공급량이 최근 몇 년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국산 목재 보급을 담당한 산림조합중앙회 목재유통센터(이하 유통센터)가 올해부터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목재 산업 관련 종사자들은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나타낸다. 품질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지만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유통 활로가 원활하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올해를 기점으로 과연 국산 목재 시장이 살아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글 홍정기 기자


 

세계적으로 친환경 바람이 불면서 인간을 둘러싼 모든 것들을 친환경적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친환경 주거 분야에 있어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바로 목재를 활용한 건축 공법이다. 목재는 가공 과정에서 에너지 소비가 적고 오염 물질을 유발하지 않으며 사용 후 자연으로 돌아가 새로운 생물의 밑거름이 되는 등 폐기물로 인한 환경오염을 야기치 않는 유기물질이다. 그야말로 자연 생태 순환형, 친환경적이고 천연적인 재생산 가능한 건축 재료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산림이 전 국토의 60% 이상을 차지하면서도 2007년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나무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산림청이 국정감사에 보고한 자료에 의하면 2007년 목재 자급률은 9.8%에 그쳤다. 이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굉장히 낮은 수치다. 핀란드, 러시아, 인도네시아는 이미 자급률이 100%를 넘어 목재를 수출하고 있으며 미국과 중국도 꽤 높은 자급률을 보여준다. 그나마 옆 나라 일본이 23%로 낮은 수치를 보이지만 이는 자국 내 산림을 보호키 위함이 크고, 그래도 우리나라보다 2배 이상 높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2003년 이후 매년 자급률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웰빙, 친환경, 로하스 열풍으로 목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황토집과 목조주택 등을 위시한 전원주택 수요가 꾸준히 늘었기 때문이다. 목조 건축물 착공 동수를 살펴보면 2000년도 842동, 2004년도 1,942동(착공 면적 328,550㎡), 2006년도에 4,203동(착공면적 365,390㎡)으로 6년 만에 5배의 성장 실적을 보였다. 그럼에도 국산 목재 보급률이 10%도 채 안 되는 사실은 그야말로 심각한 상황이다.

 

유통센터 목재연구실 류재윤 박사는 "국산 목재 산업 환경의 단면을 살펴보면 부존자원이 적어 수입 의존도가 높다, 국내 목재 공급량이 적다 보니 수입재에 익숙해져 있다, 수입 원목 및 수입 가공 목재에 친숙해 국산재는 결함이 많다는 의식이 강하다"면서 이뿐만 아니라 "산림 자원의 효율적 관리 미비, 침엽수 조림 역사가 짧아 우량 대경목이 없다, 가격 경쟁력이 낮다, 홍보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등의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다"고 목재 시장 반응을 전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지적은 대경 원목을 사용해 다량 생산하는 목재 수출국에 비교한다면 국산 목재 산업에서 감수해야 할 부담"라고 말했다.

 

 

 

 

국산 목재 활성화?…해결해야 할 문제 산적

 

 

전원주택 관련 시장에서 국산 목재를 바라보는 시각은 냉담했다. 현장에서는 앞선 류재윤 박사 지적을 한 치의 빠짐도 없이 그대로 느끼고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것으로 업체 관계자들은 가격 경쟁력과 유통 문제를 꼽았다.

한 시공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국산 목재로 집을 짓겠다는 문의가 종종 있긴 하다. 그러나 가격이 3.3㎡당 1,000만 원 가까이 간다고 하면 혀를 내두른다. '비행기나 배를 타고 오는 것도 아닌데, 국산 목재면 더 저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레 우리에게 따지는 경우도 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국산 목재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비싸기 때문이다. 시공하는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건축 비용을 줄여야 하는데 굳이 비싼 자재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국산 목재를 구해달라는 요구가 적지 않다는 전원주택 자재 유통 전문 업체 ㈜세주INC 구자춘 대표는 "일반 소비자가 유통센터를 찾아 구매를 하나 우리 같은 유통 업체가 가서 사나 가격이 똑같다. 건축주 입장에서 유통 업체를 거치면 물류비에 인건비 등을 포함해 지불해야 하니 그만큼 부담이 늘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직접 가서 사시라'고 한다"면서 "자재 유통 업체를 위한 할인된 공급 가격이 제시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유통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이상 국산 목재 활성화가 어렵다는 이야기다. 근본적인 우리나라 산림 계획이 수정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북미산이나 일본산에 밀려 국산 목재가 들어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목조건축디자인센터 김진희 소장은 "산림이 60% 이상이라고 하지만 정작 숭례문을 다시 짓는데 제대로 된 나무가 없어 난리다. 이게 무얼 의미하느냐. 지금까지 보기 좋은 관상용 나무만 심어왔다는 이야기다. 나무도 농사라는 생각을 가지고 과학적인 조림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우리는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면서 "보는 것이 아닌 후손이 쓸 수 있는 나무를 심어야 한다. 일본만 보더라도 자국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당장은 힘들어도 앞을 보고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나무를 심고 가꾸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럼에도 왜 국산 목재에 주목하는가

  

목재는 자란 지역의 기후나 토양 조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같은 수종이라 하더라도 지역에 따라 재질이나 특성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도 뿌리가 내리는 땅과 자연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열대우림지역에서 생산되는 남양재 같은 경우는 나이테가 없거나 그 폭이 넓어 무늬가 다양하지 못한 수종이 많고, 뉴질랜드 등에서 자란 속성수는 일반적으로 목재 강도가 낮다. 북미산 침엽수는 추운 지방에서 성장 강도가 약한 경우가 많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나무는 기후 변화가 뚜렷한 4계절을 거치면서 자생하기에 나이테가일정하고 무늬결이 뚜렷하다. 이는 나무가 오밀조밀 균일하게 성장한다는 뜻이다. 더불어 제재방법에 따라 무늬 결이 다양하게 생산할 수 있다는 것도 다른 나라 목재와 비교했을 때 드러나는 장점이다. 이를 근거로 임산물 관련 전문가들은 외국산 목재를 우리나라에 사용할 경우 성장한 기후 등 환경조건과 용도지 기후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목재 수축 팽창률 등에서 변형 비율이 더 높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반면 국내산 목재는 환경 기후 조건에 적응이 잘 돼 변형이 작아 활용 범위가 넓다고 평한다.


전원주택 관련 시공, 자재 유통에 종사하는 이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낙엽송으로 대표되는 국산 목재의 장점은 뛰어난 내구성과 외부로 드러나는 화려한 멋에 있다. 전문 목수들조차 대패질이 어렵다고 하소연할 정도로 높은 내구성을 자랑하는 낙엽송은 대표적 북미산 수입 목재인 미송보다도 높고 더글라스 퍼와 햄록과 비교했을 때에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수분을 제거한 상태에서의 비중을 측정하는 기건 비중을 보면 낙엽송 0.61, 더글라스 퍼 0.54, 햄록 0.45를 나타내고 휨강도(낙엽송 986, 더글라스 퍼 872, 햄록 794)나 압축강도(낙엽송 532, 더글라스 퍼 498, 햄록 500)에 있어서도 낙엽송이 월등히 높은 수치를 보였다.
유통센터 김종태 차장은 "어떤 업체에서는 낙엽송은 대패질이 어려워 가공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말을 하지만 이는 강도가 낮은 북미산 목재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라면서 " 그만큼 국산 목재의 내구성이 우수하다는 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산림과학연구원 내 낙엽송만을 사용한 한국형 목조주택 시공에 참여한 ㈜내외건장 강호 과장 역시 "북미산 목재와 비교해도 내구성은 나무랄 데가 없다. 가격적인 문제만 해결된다면 시장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을 정도로 품질이 우수하다"고 밝혔다.

세주INC 구자춘 대표는 결코 외국 목재에서는 접할 수 없는 국산 목재만의 멋이 있다고 전한다. "화려하고 아름답다. 구조재가 아니더라도 몰딩이나 마감재로만 사용해도 그 느낌을 전해 받을 수 있다. 특히 낙엽송은 북미산 목재에서 받을 수 없는 우리만의 무언가가 있는 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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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뛰어든 국산 목재,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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