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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하는 집
가족 건강을 위한 당신의 선택은…

 

흙은 생명의 근원이다. 한자'土'는 초목이 땅 위로 나올 때, 싹에 흙이 묻어 있는 모양을 본뜬 것이다. 불가佛家에서는"모든 생물은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구약성서에는"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흙으로 지으셨다"는 기록이 있다. 흙은 순수한 자연을 상징한다. 자연과 하나가 될 때 비로소 화기和氣가 감도는 법이다. 그렇기에 흙으로 지은 집 앞에 건강, 친환경, 생태, 참살이 등 갖가지 수식어를 붙인다. 그 뿌리는 바로 우리네 전통 살림집 즉, 자연 환경에 순응하여 지은 집이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한옥이니, 흙집이니, 황토집이니 이름이 다양하다 보니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우리네 전통 살림집이 현대 주거 환경에 맞게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기 때문인데 그 과정을 살펴보자. 글사진 윤홍로 기자

 

 

우리네 살림집은 어떻게 지어질까. 한국전통초가연구소 윤원태 박사는 큰 틀 안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나무와 흙, 돌, 볏짚, 물을 주재료로 사용하고, 먼저 기단을 쌓고 주추를 놓는다. 그 뒤엔 나무를 깎아 다듬은 후 집의 하중을 지탱하는 기둥을 세우고 보와 도리 마룻대를 걸친다. 서까래 위에 가는 대나무나 싸리나무 산자를 엮어 알매(볏짚을 썰어 넣고 반죽한 흙)를 얹은 다음 지붕(기와, 볏짚, 너와 등)을 덮고, 흙으로 벽체를 만들고, 구들과 마루를 시설하면 건강에 좋은 훌륭한 살림집이 탄생한다."

초가집이나 기와집이나 구조체인 나무를 제외한 모든 부분 즉, 벽과 바닥과 천장 등 흙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흙의 내구성과 대량 생산 등을 위해 벽돌로 발전한 것이다. 현재'황토집'이라고 불리는 집들은 공간 구성이나 구조(뼈대), 지붕 모양, 창호, 마감 사양에서 특성이 서로 다르다. 예비 건축주들이 혼란스러워하는 부분인데, 이동일(행인흙건축) 대표의 설명을 들어보자.
"조적조나 콘크리트조(RC조), 서구식 경량 목구조, 철골조… 이렇게 구조 방식으로 구분하는 건축 유형과 다르게 전통 살림집은 모든 구조 양식과 결합했다. 한옥 형태의 독자성을 갖는 집 모두를 황토집으로 통칭하다 보니 혼란이 생긴 것이다."
그러면 한옥은 무엇일까. 사전에는'서양의 집과 구분되는 우리 고유의 재래식 집, 조선집, 한식집'으로 나온다. 신영훈(한옥문화원) 원장은'이 땅에 지은 전형적인 모든 건축물'이라며, 그 특성으로 구들과 대청을 꼽는다. 북방에서 발전한 폐쇄적인 구들방과 남방에서 비롯한 개방적인 대청이 한 건물에 공존하는것이다.

 

 

황토집, 세분화는 어떻게
우리의 전통 살림집, 한옥은 근근이 생명력을 유지하며 현대에 이르러 다양하게 진화했다. 황토집이란 이름으로… 이동일 대표는 황토집이란 명칭은 1990년대 후반 황토 모르타르로 벽과 방바닥을 마감한 황토방 아파트 광고에서 비롯했다고 본다. 그 후 흙으로 벽돌을 찍어 집을 지은 김정덕 할머니가 알려지면서 황토집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는 것이다. 이젠 황토집도 건축 유형별로 세분화가 필요하다고 한다.
"황토만으로 구조 벽을 세우는'담틀집', 황토벽돌만으로 구조 벽을 세우는'황토벽돌집', 통나무 토막과 황토로 벽을 세우는'목심흙집', 나무 귀틀과 황토로 벽을 세우는'귀틀집', 경량 목구조 방식의 뼈대에 황토벽돌을 쌓는'경량 목구조 황토집', 철골(스틸) 뼈대에 황토벽돌을 쌓는'철골 황토집'으로 구분했으면 한다. 그리고 한옥 목구조 뼈대에 심벽치기를 한'한옥 목구조 심벽집(전통한옥)', 한옥 목구조 뼈대에 황토벽돌을 쌓으면'한옥 목구조 황토벽돌집'등으로 구분하는 것이 좋겠다. 물론 그 유형에 따라 지붕 모양과 재료, 창호, 단열, 마감 사양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사실 기초에서부터 구조재와 마감재, 지붕재 그리고 시공 기술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것과 서양의 것이 마구 뒤섞였기에 그 구분이 쉽지 않은 것만은 사실이다. 다만 우리의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생명력을 상징하는 흙이 모두 속한다는 점만은 확실하다.

 

10년 만에 다시 찾은 이천 솟대전원마을

 

2000년 초 이천시 호법면 안평리 나지막한 산자락에 둘러싸인 작은 마을이 화제에 올랐다. 행인흙건축에서 분양한'솟대전원마을'로 당시에는 드물게 황토집 4채가 들어선 데다 별채와 다락방, 정자, 찜질방, 복층 구조 등을 기본 요소로 생명력을 잃어 가는 전통 살림집을 현대 주거 문화에 맞게 되살렸기 때문이다.
10년이 지난 지금 솟대전원마을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4채 가운데 민들레동의 전문우(68세)· 박금래(63세) 부부를 제외하고 3채는 건축주가 바뀐 상태다. 전 씨는 전원주택은 도시의 아파트와 달리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데 매매가 쉽게 이뤄졌다고 한다.
"611.6㎡(185.0평) 대지에 툇마루를 제외하고 145.5∼155.4㎡(44.0∼47.0평)로 집을 앉혔는데, 당시 분양가는 대지와 건물을 합해 2억 300만∼2억 2,000만 원(심야전기보일러 포함)이었다. 최근 앞집이 3억 3,000만 원에 팔렸다. 해마다 1,000만 원씩 상승한 셈인데, 아파트에 비하면 더디지만 물가상승률은 따라간다."
3가구는 보다 자연 경관이 빼어난 곳을 찾아 떠났다고 한다. 분양 당시에는 소나무 숲에 둘러싸여 아늑한데다 길도 비포장이라 흙 냄새가 폴폴 나 정감이 넘쳤다. 지금은 주변에 들어서기 시작한 창고들이 소나무 숲을 넘보고 흙길에는 아스팔트가 깔렸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던 전문우 씨가 솟대전원마을을 찾은 것은, 1996년부터 앓기 시작한 뇌졸중 때문이다.
"뇌졸중을 앓은 후 제주에서 2년, 청평에서 2년 모두 4년을 지냈다. 제주는 풍에는 바람이 안 좋다고 해서, 청평은 MT촌이라 쉴 곳이 못 됐다. 그후 직원 소개로 이천에서 주말마다 텃밭을 가꿨는데 집에 가려면 차가 막혀 고생이 심했다. 그러던 중 솟대전원마을 분양 소식을 접하고 이주했다. 뇌졸중은 현 상태만 유지하면 다행이라는데, 나는 호전돼 2005년부터 회사에 나갔다. 흙이 만물을 소생시킨다는데 내가 황토집에서 살며 건강을 되찾았으니 허튼 말이 아니다.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기에 작년부터는 정원이며 텃밭을 가꾸며 쉰다."
전문우 씨가 뇌졸중이란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면, 아무런 눈치도 못 챌 정도로 그는 얼굴에 화기가 감돌고 움직임이 건강해 보였다. 한편 지은 지 10년 된 집임에도 심지어 벽지까지 그대로라는데 집이 너무나도 깨끗하다.
"관리라야 3∼4년마다 한 차례 나무에 오일스테인을 칠하고, 비가 때려 일부분 떨어져 나간 황토벽돌과 벽돌 사이에 줄눈을 넣은 게 전부다. 최근 모 건축회사 대표의 부인이 찾아와 좋은 가격에 집을 팔라고 했는데, 살아생전 이런 집을 어디서 구하겠나 싶어 고사했다. 황토집에 살면서 뇌졸중도 호전됐지만 황토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이 정신까지 풍요롭게 만든 것 같다."
집 앞까지 나와 배웅하는 전문우 씨는 인근 축사에서 보내 준 소똥을 말리는 마을 공동 퇴비장을 가리키며 배추와 고추 거름으로 최고라며 웃는다. 요즘도 새 집 증후군은 여전히 사회적 문제다. 집, 무엇으로 어떻게 짓느냐에 따라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그 선택은 예비 건축주 자신의 몫이다.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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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잡히는 전원주택 - 황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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